: 날개를 활짝 편 이미지, 허공에 팔랑 날아오르는 이미지, 여러 가지 영상을 그리며 언제든 들춰볼 책. 시간에 바짝 쫓기거나 무언가에 구애받지 않고, 페이지를 펼쳐볼 수 있는 수집용 도서로 제격인 듯. 호기심의 자극과 새로 생성 가능한 이미지의 귀퉁이에 퐁퐁 솟은 조그만 점의 시작.
두루미가 물가에 노니는 모습에 흠뻑 빠져 눈을 떼지 못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날씨가 건조해서 물이 바짝 마른 땅에 두리번거리는 것에 자신을 겹쳐 보기도 했다. 흔히 겉보기에 아무것도 없는, 깊이 파보았자 건져지는 게 없을 쓸데없는 것에 매여 있지 말고 돈이 되는 다른 것에 눈을 돌려보라는 말을 잔뜩 들었던 탓이다. 나는 스스로 내 능력 밖의 것을 욕심낸 적 없기에 그래도 떳떳하고 즐길 줄 안다고 자부했던 것. 이야기의 방향이 미묘하게 어긋났는데, 다시금 혹해본다. 소장하고 싶음.


거룩한 허기 - 랜덤시선 035 
전동균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전동균의 시는 아프고 슬프지만 아름답고 깨끗하다. 꾸밈이 없고 담백하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의 시 역시 삶의 비극에 그 실뿌리가 닿아 있으나 통곡하지 않고 미소 짓는다. 비극을 비극으로 노래하지 않고 비극 너머에 숨어 있는 그 어떤 긍정과 기쁨의 풍경을 노래한다. 연과 연 사이의 침묵의 시간은 길고 깊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묵언의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시를 어떤 속도에 비유한다면 그의 시는 첫눈 내린 숲길을 산책하는 자의 걸음걸이와 같다. 그는 외치지 않고 속삭인다. 그의 시를 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막 제본돼 나온 기도서를 읽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고요하고 진지하고 정갈하다 못해 오히려 성스럽다. 타자의 삶에서 발견한 고통을 껴안으려는 성스러운 따스함이 시집 전체에 배어 있다. 오늘 밤, 추위에 떠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의 시집 속에서 따뜻하게 잠들어도 좋으리라. - 정호승 (시인)

: 굉장히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내딛어야 할 정도. 무언가 표현할 수 없을 프리즘으로 먹먹하게 만들었다가, 주먹을 불끈 쥐게도 하고, 마치 꼭두각시가 된 듯도 하다가 마지막에는 아릿한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시인의 ‘노래’에 까딱이다가 주저앉을 뻔도 하고, 미미한 스크래치에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인의 ‘숲길에서 산책하는 걸음걸이’는 여러 가지 이미지로 다가온다.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 랜덤시선 036 
신동옥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아침에는 인두겁을 벗어 벽장에 걸었다. 간신히 1인칭이 되어 거리로 나섰다. 바람처럼 샛길로만 다녔다. 걸음을 멈추면 외계의 종점으로 몸이 먼저 옮아갔다. 무수한 낱낱의 표정들, 일사불란한, 상처도 구체적으로, 아픔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다. 무언가를 갈망하지도 않았다. 낮에는 허무하려 애썼다. 혼자였고, 혼자이며, 혼자이기 위한 싸움은 계속된다. 우주(宇宙)가 주검이 되어 식탁에 놓인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테다.
방문을 열면 시린 무릎이 먼저 들어가 앉는다. 밤이면 냉정하려 애썼다. 부드럽게 부푸는 흰 종이의 척후병(斥候兵), 한 꺼풀씩 몸에 들씌운 인두겁을 벗어 재웠다. 일그러진 가면을 차곡차곡 재웠다. 그것은 번번이 비정한 울음이었다.
여기 한 권의 시집이 당신 앞에 놓였다. 행간에서 심장까지 가 닿는 간극을 손톱으로 헤아리며, 책갈피를 넘기는 당신의 손가락도 있다. 나는 단 1초 동안 기쁘고, 다시 홀로 있으라. 마침내 당신은 내 지음(知音)이 되라. - 신동옥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동안, 담배 연기 끝에서 피어나는 호랑이들의 몸짓을 나는 이끌 수 없다. 나는 호랑이를 위해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고, 호랑이를 위해 기타를 연주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가령 신동옥의 시편들을 담배 연기 끝에서 피어난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하자면, 그 호랑이와 사자들은 아마 그의 ‘일렉트릭 레이디 랜드’에 빛나는 ‘별들의 옷’일 것이다. 그의 상념의 끝에서 피어난 호랑이와 사자들은 이미 목경(木經)을 뛰쳐나와 세상의 숲과 들판을 내달리며 결정적인 영혼의 싸움을 치른 후에 스스로 펄럭이는 하나의 깃발이 되었으니, 그들이 험한 세상을 쏘다니며 거칠게 남겨놓은 발톱 자국이거나 이빨 자국에서는 이상하게도 섬세한 악보가 돋아나 있는 것이다. 울음이 노래가 되다니. 그 울음은 이상하게도 순수한, ‘알 수 없는’ 울음이어서 가령 루이스 세풀베다식의 울음마저도 이미 노래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시퍼런 레몬처럼 씁쓸하게 웃는” 세상을 향해, “빛의 제국에는 절망이 부족하다”라고 그가 말할 때, 나는 스스로 온몸을 깃발처럼 펄럭이며 영혼 쪽으로 걸어가던 빅토르 하라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히 ‘환음경(幻音經)’이라 지칭할 만한 절창들을 나는 그의 ‘악공 시편’들에서 본다. 그의 ‘악공 시편’들은 고독에 중독된 악공만이 연주할 수 있는, 환음기가 달린 악기를 통해서만이 연주할 수 있는, 거대한 몽상과 고독의 제국인 것이다. 담배 연기처럼 생겨나서 사라지는 게 시의 운명이라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담배 연기 끝에서 생겨난 그의 호랑이와 사자는 오히려 무현금(無絃琴)의 연주를 통해 환음을 울고 있는, 목이 기다란 초식성 기린을 닮았다고 해야겠다. ‘현 위의 인생’을 살며 온몸으로 무현금을 연주하는 그의 기린은 아마, ‘만년 고독’을 견딘 후에 오롯이 일현금으로 환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대들이여, 끝끝내 자신의 ‘관상동맥의 길’을 따라가며 “온몸에 스미는 현(絃)”을 기다리는 이 집요한, ‘중독된 고독’이 빚어내는 ‘흑요석’처럼 빛나는 노래를 들어보라. 아직도 그대들 가슴속에 고독의 현으로 팽팽히 당겨진 심금이 남아 있다면. - 박정대 (시인)

: 최근에 커버를 덮은 시인의 추천 글을 붙였다. (아, 리뷰 써야 하는데-_-) 어쨌든, 발견했던 즉각 주문하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노래’를 듣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 리듬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컬의 그 거칠음에서 무수한 에피소드를 끌어올린다. 그것은 시집을 읽을 때도 적용이 된다. 페이지에 쓰인 글자를 파헤치면 때때로 함정에 빠져 허탈해지기도 한다. 얕은 구덩이는 발돋움을 해서 탈출(;)하고, 깊이가 있는 구덩이에 빠졌을 경우에는 끌어올려주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을 때까지 막연하게 흐느적거리다가 신호가 되는 나의 ‘노래’를 끄집어낸다. 그렇게 어설픈 ‘건드리기’를 시도한다.

비밀정원 - 시작시인선 0095 
김백겸 (지은이) | 천년의시작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백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비밀정원』은 광활한 우주까지 상상력의 진폭을 확장하며 그를 통해 깨달은 사유의 정수를 담았다. 신화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재창조된 세계는 찬란하고 생생하다. 시인의 손으로 빚은 세계임을 인식하면서도 독자들은 “비밀정원”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시인의 내밀한 일상이 소탈하게 그려진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신화, 전설, 우주적 현상들을 다루기 시작한다. 눈여겨 볼 것은 시인이 끌어들인 환상적 소재들이 현실세계와 맞물려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이다.
비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서 그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원의 입구”다. 시인은 “비밀정원”의 정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의 가슴 속에는 각자의 비밀정원이 들어설 것이다.

: 그의 ‘우주’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일단 여행을 시작했으니까, 도중에 블랙홀을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소행성과 자글자글 알갱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파편을 이어 엉뚱한 아이템을 만들기에도 주저하지 않을 생각. 페이지를 더듬을 적마다 솟아나는 방울의 영상이 풍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바위 - 시작시인선 0094 
이은봉 (지은이) | 천년의시작

사물의 겉과 속, 존재와 본질 등 대상의 양면성을 밀도 있게 추적한다. "바위는 제 몸에 낡고 오래된 책을 숨기고 있다"고 밝힌 바와 같이 시인은 현상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어둑어둑한 진실을 조명한다.
찬찬히 그가 펼쳐 보이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날 함부로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이 아련히 떠오를 것이다.

: 퍼즐과 미로 같은 ‘길’을 상상한다. 무수한 갈래로 꼬였을 듯하다. 어느 쪽으로 가든 진기한 풍경을 맞닥뜨릴 것을 예상하며, 먼 과거의 기억까지 헤집을 가능성도 있다. ‘함부로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의 메모를 끼적거리며, 담담히 마주하련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은이), 신유희 (옮긴이) | 소담출판사

: 어릴 적 나랑 동생처럼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던 맨드라미가 생각났다. 그때 강렬한 빨강을 눈에 가득 담아내고 지금까지 빨강의 여러 효과 의미를 집어넣으며 함께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요소와 양념을 갖춘 이야기일까.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이제껏 그랬듯, 또 주문을 하고야 말았다.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모락모락 피워 올리게 하고, 은근히 강력한데, 응?! (-_-;) 

독일. 디자인. 여행. 
장인영 (지은이) | 안그라픽스

벤츠, 아우디, BMW, 폴크스바겐 등을 탄생시킨 자동차의 명가, 근대 디자인의 정신이라 일컬어지는 바우하우스, 구텐바르크의 금속활자, 소시지와 맥주,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독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공통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유럽 디자인 강국으로서의 독일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디자인에 강했으며 최근에는 순수예술까지도 그 중심지가 뉴욕에서 베를린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이야기될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 열기가 강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곳임은 분명하다.

: 오늘 교보문고 매장에서 슬쩍 살펴봤다. 무심코 넘긴 페이지에 약간 거칠거칠하게 자리를 잡은 맥주 이미지가 확, 끌어당겼다. 예상했던 대로, 소장해야만 하는(-_-)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마음에 쏙 든 디자인 계열의 책은 웬만해서 포기할 수 없는.) 매장에 구비된 책은 비닐포장이 되어 있었고, 진열된 지 얼마 안 되었던 터라 꽤 깨끗했다. 바로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내리누르고, 집에 돌아온 즉각 주문하고 대기 중.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53가지 - 젊은 철학자의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이야기 
이창일 (지은이) | 예담

예절의 형식에 대한 옳고 그름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뜻과 함께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예절의 정신에 중심을 두어 그 의미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치며 궁금해 하는 것들을 질문 형식으로 구성하여 재미있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인문적 내용과 실용적 구성을 결합시켰으며, 일러스트가 읽는 재미를 살려준다. 부록으로 예절과 관련해 읽어보면 좋을 책들을 소개하고, 더 진전된 논의나 연구를 소개받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연구논문과 관련 자료를 함께 덧붙였다.

: 언제였던가, 아빠가 예절에 관한 책을 사야겠다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그때 알라딘에서 검색해봤는데, 출간일이 퍽 오래된, 표지 디자인이 꽝인(좀 말하기 뭣하지만)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겨우 하나 정해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후 구입하자 싶어 주문하기를 미뤘는데,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이 책, 당장 주문하긴 그렇고(좀 더 꼼꼼히 뜯어봐야;), 거듭 고민한 후에 결정할 생각.

떡 한과 전통음료 - 21세기 웰빙
: 무식한 빵 만들기(오븐 없이 프라이팬에 굽고, 제멋대로 감행)에 거의 성공한 후, 이제 겁 없이(-_-) 떡과 전통음료에 도전해볼까 싶어 리스트에 올려둔다. 옆 집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 드시라고 가져오신 수정과에 번쩍하고 의지를 불태웠다.
출판사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나중에 살펴봐야지. (오늘은 못 발견했다;)

전설의 100대 와인
: 전설이라느니, 100대라느니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와인’에 관한 책이니까 일단은 보관함.



 

기타리스트를 위한 귀카피 북 
나루세 마사키 (지은이) | SRM(SRmusic)
귀카피'란 카피 악보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귀로 음이나 플레이를 들어서 곡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 평소 음악을 2~3번 들어 외우고 익힌 후에 노래를 시도한다. 악보가 없기에(내가 듣는 밴드들은 악보 구하기 쉬운 쪽과 어려운 쪽이 섞여 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라 생각하면서도 이것저것 적용하는 것을 좋아해서 쭉 그렇게 이어져왔다. 시력이 많이 나빠 그에 대비해 청각이나 후각이 꽤 예민한 편이라 가능했던. 사설이 길었는데, 문득 떠올라 끼적거렸다. 어쨌든, 이 책은 수집용이다. 나중에 기타를 칠 때 도움이 될 듯. 꼭 기타리스트가 아니라도 활용할 수 있을 듯.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오늘의 한국미술대가와 중진작가 33인을 찾아서 
임두빈 (지은이) | 가람기획

: 책 소개는 생략. ‘고흐보다 소중한’이라는 제목의 일부가 좀 거슬린다. 화가 고흐를 꽤 좋아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한정하는 기분이 들어 씁쓸해진다. 고흐가 대단한 건 알지만, 고흐 마니아(나랑 내 친구 포함)가 꽤 되는 것도 알지만, 개인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다. 특정 화가를 드러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어쨌건, 그건 그거고(;), 책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가격이나 이런저런 사항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이끌렸을 정도. 다시 세세하게 살피면 어떻게 변할까 싶지만,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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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에 흩어진 X항.]

사각, 먼지가 묻어나는 달.
이글이글 얼룩에 둘러싸여,
파고들 틈 없이
바짝 마른 목,
축이며 문지른다.
쪼그려 웅크린 너에게 달라붙는다.

머릿속에 어지러이 흐르는
석양의 비상경보.
무수한 점을 건너뛰는 소용돌이.
헝클어진 머리를 감싸고
마구 찧는 가로등.
핏빛이 번진다.
올려다본,
허우적거리는 네가 히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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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서 다행이야 - 개정판 
박사, 이명석 (지은이), 경연미(그림) | 홍디자인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동반동물이다
저자들은 고양이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동반동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애묘인(愛猫人)이라고 부르며 고양이는 기르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동물인지, 그리고 사람이 고양이에게 베푸는 것 못지않게 고양이로부터 사람이 얼마나 커다란 기쁨과 위안을 얻는지를 역설한다. 이런 생각은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고양이가 있는 세상, 그들은 여기에 감사하고 안도한다. 결코 다른 존재에게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도도함,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생명력,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버리지 않는 세련됨과 같은 매력을 동반자적 관점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진정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우정의 텍스트다.

: ‘사람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 한 표, 착각을 하는 부류가 더러 있다는 걸 발견하지만, 자연의 모든 동물은 사람과 나란한 선에 있다. 사진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2배로 좋고, 끌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근래에는 편집디자인이 특별한 책, 음반, 소품에 주체 못할 정도가 됐다.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이전의 책을 소장하고 있지 않아 주문할 생각이다. 한 번 이끌렸을 법도 한데, 어째서 구입하지 않았을까 갸웃했다가, 이렇게 나올 걸 알고 그랬나 보다, 하고 헤죽거렸다. 개정판이 예쁘게 나와서 얼른 손에 쥐고 싶은 바람이다. 친구가 부탁한 사전이랑 나란히 주문해야지.

카불의 사진사 -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의 카불 일기 
정은진 (지은이) | 동아일보사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한 답이 없는 서른 살 중반. 깊은 슬럼프를 겪지만 마음에 분분히 일어나는 사진을 향한 열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의미 있는 사진작업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은 그의 발길을 아프간으로 향하게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팽배한 그곳에서 억압받는 아프간 여자, 발끝까지 오는 부르카를 쓴 그녀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으며 삶과 직업 등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오랜 정체에서 일어나 초심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돌파구가 된다.
낯설고 힘든 아프간의 구석구석을 헤쳐 나가며 힘을 낸 그의 또 다른 시작은 이제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다.

: 지난 문답에서, 사그라지지 않는 내 열정이, 보물이라고 말한 적 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어떤 영역 선상에서 잘하든 못하든 푹 꺼지지 않는 열정 하나만 있으면, 글*음악*그림*공상 모두에 몰두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줄곧 생각했고, 변함은 없을 테니까. 특정 시기의 공백은 더러 있곤 하지만, 졸작은 앞으로도 쭉쭉 이어지리라 본다. ‘돌파구(또는 비상구)’라 멋대로 칭했던, 장애물을 훌렁 넘은 그 장면을 이따금 되새기곤 하는데, 여러 맥락에서 지은이의 그 순간을, ‘렌즈’를 통해 뿜어내는 ‘열정’을 함께 느끼고 싶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 사진하는 임종진이 오래 묻어두었던 '나의 광석이 형 이야기'  
임종진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임종진이 사진으로 다시 노래 부른 김광석의 시간들. 떠나간 자를 기억해야 하는 슬픔도 때론 선물이 되고 축복이 된다. 그 기억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면 말이다. 대학로의 좁아터진 작은 극장에서 무릎을 맞대고 땀 뻘뻘 흘리며 함께 노래하던 나와 눈 맞추던 김광석을 기억한다. 어느 늦은 밤, 대학로의 어느 골목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던 김광석을 기억한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팬에게 반가이 악수하며 환히 웃어주던 김광석을 기억한다. 이제 그 기억들을 다시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참 큰 선물이다. 참 고마운 선물이다. - 조병준 (시인)

: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그의 노래. 노래 한 곡을 듣고, 무언가 말로 제대로 표현 못하고서, 멍했던 기억이 있다. 가느다란 선을 늘어뜨리고, ‘공감’을 흘려보낸다고, 졸졸졸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휙휙 휘둘러보곤 했던 그 장면.  

고흐의 작품을 직접 따라 그리며 색감을 익히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더불어 명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편안한 시간에 즐기는 채색 한 장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른 취미 활동에 비해 유독 그림만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미술 전공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충원 교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노래를 부르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라고 말한다.

10가지 품종의 장미를 선별, 각각의 특성과 매력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채색 기법을 안내한다.

: 기타 트레이닝과 마찬가지로 수집하고 있다.(몇 권 빠진 게 있지만) 겉보기에 상당히 얇지만, 그 안에 담긴 게 전부가 아닌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하니까. 그림을 그릴 때는 들추지 않고 제멋대로 즐기며 그리지만, 나란히 꽂아놓는 것만으로 어쩐지 히죽거리게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장을 스케치북 삼아 갖가지 요상한 그림, 스스로만 아는 암호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곤 해서인지, [아무나 할 수 없는, 미술 전공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즐거이 끼적이고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미술 과목을 좋아했던 듯. 다만, 틀을 만드는 과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무언가 정해지는 게 싫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 

예술가의 몸 - 테마와 운동 2 | 원제 The Artist's Body (Themes & Movements) 
트레이시 워 (지은이), 심철웅 (옮긴이), 아멜리아 존스 | 미메시스

20세기 후반 예술사에 새로운 장을 연, '작업의 재료로서 자기 몸을 사용하는 신체 예술'을 종합적으로 분석. 해부한 책이다. 예술가와 저술가 200여 명의 핵심 작업 및 프로젝트, '신체 예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 300여 컷의 도판, 인터뷰, 작가의 말, 선언문, 비평가들과 철학자들의 평론 및 문화. 철학적 텍스트 90여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 넘쳐나는 읽을거리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숨 돌렸나 싶었는데, 또 이렇듯 무지막지 당기는 책을 발견하고 기겁하고 만다. 찬찬히 살펴보고, 좀 더 느긋하게 담담한 방관자로 대하다가 훌쩍 주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후딱 해치우면, 오히려 싱거워질 것 같다. 최후의 보루는 아니고, 그냥 유리병의 묘약처럼 비밀리에 남겨둬야지.(웃음)

부루마블 세계여행 
홍경선, 홍장선 (지은이) | 넥서스BOOKS

부루마블을 따라가는 세계여행
파란 지구별을 의미하는 부루마블은 더 이상 게임 보드판 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끝마침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부루마블 세계여행>에는 부루마블 게임을 통해서 언젠가는 꼭 세계여행을 가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란 홍 씨 형제, 형 장선과 동생 경선이 직접 한 곳 한 곳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본 체험기가 담겨 있다.

: 특정 도시가 아닌, 세계 곳곳 체험담이 담겨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솔깃했다. 보드 게임을 하면서, 설명서에 쓰인 것만이 아닌, 방법을 여러 가지 교묘하게 바꾸거나 덧붙임으로 책을 거듭 재해석하듯 즐겼던 영상이 다시금 생생히 떠오른다. 글과 사진이 담뿍 실려 어우러졌을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여줄 거라고 믿고 있다. 보드 게임을 아직 보관하고 있는데, 추억의 장소에서 끄집어내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  




 

: 내용은 어떨까 모르겠는데, 표지 디자인은 좀 밋밋하고 재미가 없는 구닥다리 같다. (두 번째, 세 번째 제외. 좋은 의미로의 ‘구닥다리’는 그나마 낡은 흔적이 정겹고, 포슬포슬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책 표지는 그런 인상을 풍기지 않는다.) 매장에서 해부생리학 책을 찾았었는데, 책값이 상당해서 도로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다. (출판사는 다르고, 좀 더 보완된 것), 내가 가진 교재랑 엄청 가격 차이가 나는 듯했고, 양장본에다 소장 가치가 높아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수중에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_- 또한, 의학용어 CD 포함된 걸 찾고 있었는데, 내가 원했던 걸 발견하지 못했다. CD가 첨부됐다고 좋아서 펴 보면 용어 정리가 어딘가 밋밋하고 가지런한 맛을 찾을 수 없었던 것 같다.(어디까지나 개인적 판단에 불과하겠지만.) 익숙한 출판사라서 반가워, 일단 붙이고 본다. (;) 

블랙패션의 문화사 | 원제 Men in Black 
존 하비 (지은이), 최성숙 (옮긴이) | 심산

검은색 문화를 대표로 하는 옷에 새겨진 검은 색의 상징들과 그 상징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색과 인류역사의 발전의 상관관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 검은색은 옷을 선택할 때 기본 리스트로 포함되어 있지만, 정작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색깔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무난하다고 하는 사람을 많이 봤고, 거리에 넘쳐나는 패션 아이템의 색이지만, 그래프 좌표처럼 어느 지점에서도 비추고, 드러내는 의미는 무한할 수밖에 없다고.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 원제 Hungry Planet: What the World Eats (2005) 
페이스 달뤼시오, 피터 멘젤 (지은이), 김승진, 홍은택 (옮긴이) | 윌북

인류학, 영양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먹거리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만한 주제로 쓴 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으며,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한 '현장 노트', 각 가족의 대표 음식과 '요리법', 각 나라의 현 상황과 특징을 숫자로 비교해보는 '나라별 개황'등이 양념처럼 책 읽는 맛을 더해준다.

: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고, 상반된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여러 접근을 하게 되는 음식. 거리를 걷다가, 장을 보다가, 빵집에서, [신기하다, 궁금하다, 끌어당긴다]고 접하면 따라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상상 풍선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그대로 재연하는 게 아니라, 멋대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바꾸기도 즐기니까, 이 책도 이런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방황하는 칼날 | 원제 さまよう刃 (200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이선희 (옮긴이) | 바움

'소년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미성년자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상처받고 복수를 생각하게 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공범자로 '법'을 지목한다.

: 언젠가, 친구랑 ‘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법’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그 생성물 ‘법’으로 동일선 상의 ‘인간’을 ‘심판’한다는 게 어쩐지 우습게 느껴진다고. ‘법’의 한계에 대해서 간혹 생각해왔던 부분이 담겨 있을 듯하다.

그로테스크로 읽는 일본 문화 - 《고지키古事記》에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김종덕 (지은이) | 책세상

지은이들은 일본 문화의 그로테스크함에 대해 '자유로우면서도 노골적이고(性), 두려우면서도 애잔하고(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엄이 있고(異), 부조리하면서도 아름답다(能)'고 평가하며 이러한 일본적 그로테스크에 비추어 일본 문화의 다양성을 해석하고 있다.

: 밴드 멤버들의 라디오 토크쇼를 듣고 있으면, 섣부른 면도 깔려 있지만, 그 ‘자유로우면서도 노골적’인 휘저어지는 이야기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두렵지’는 않지만, 때로 ‘우스꽝스럽고’, ‘아름다운’ 가사에 귀를 기울이며, 책을 펼쳐 짚어내고 있으면 더욱 파고들 수 있을 것 같다.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지역에서 원시부족을 연구하며 인류학 거의 모든 영역에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킨 구조인류학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루이 알튀세르 등 당대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미학이론에도 큰 공로를 세운 그의 사상을 소개한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44번째 책.

 

 

<구토><존재와 무>등의 저작으로 문학과 철학에서 당대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르트르. 이 책은 그의 실존주의적 세계관에 영감을 준 근본적인 사상들을 설명하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과 제3세계의 해방운동에 대한 그의 적극적 태도를 고찰한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45번째 책.

 

 

 

 

 

 

 

 

 

 

(주문, 얼른 도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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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잘 보내셨나요.

서재에 자주 들락거리겠다는 다짐은 할 수 없지만, 종종 기웃거리겠다는 각오를 세웁니다. 그리고 L-SHIN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이 서재를 여시는 그 날, 제가 꼭 안아드릴 수 있습니다. 제 품은 아무에게나 허용하지 않거든요. (웃음) 농담이고.

서재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여기만한 데가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흥미가 달아나지 않았고, 더욱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제가 머뭇거리기도 하고, 여유로움 또한 훨훨 날아가서 영역을 좁히고 몇몇 분들에게 인사하고 어울렸는데, 2008년도에는 여기저기 들쑤실지도 모릅니다. 생각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겨찾기는 많이 늘어났는데, 손 내밀기가 어려우신가요. 마구 찔러도 좋습니다. 제가 먼저 마구 찌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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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해서 온 책.(주문한 책, 주문할 책은 신간 리스트에 붙이지 않은 책 중
선별해서(;) 소개합니다. 이전에 붙인 것들은 소장하게 되더라도, 다시 붙이지 않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은이), 박성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피가 되고 살이 된 500권, 피도 살도 되지 못한 100권' 에서는 오늘날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말하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적고 있다. 문예춘추의 기자와 함께 고양이 빌딩과 추가로 임대한 서고 방들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하고 책을 읽었던 이야기들이 책을 수놓는다.
2부 '나의 독서일기'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그가 즐겨 읽었거나 관심을 가진 책들에 대한 잡지 연재 서평들을 모아놓고 있는데, 그의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 테크놀로지, 뇌, 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그의 지적 관심을 살필 수 있다.
'인간은 영원히 지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없는 숙명에 처한 존재'이며, 그 지적 욕구가 바로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지적인 갈증을 느끼며 책의 사막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 앞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두고 간 알찬 매뉴얼 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신간 리스트에 포함시킨 줄 알았더니, 찾아보니 없더라는. 사전 같은 모습을 보니, 내용을 훑어보지 않아도 다 뿌듯해지더라. 정리하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저자의 책은 이전에도 다 장만해야지 생각했다. 접했던 것은 많았으나, 정작 소장한 것은 없어서 갸우뚱하면서, 차례차례 주문할 계획. 이런 카테고리의 책을 접하다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나만의 책 목록을 만들면 어떨까 하면서 오래도록 생각했다는 걸 기억한다. 나중에 서재에라도 올려둘까 싶다.(언제가 될지, 기회가 닿는다면.) 

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은이), 전용성(그림) | 문학동네

세상과 사람을 차분하게 성찰하며 풍부한 영감(靈感)을 전달하는 그녀의 글과, 온기가 느껴지는 화가 전용성의 질박한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말없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그림과 더불어, 인간과 삶에 대한 촌철살인의 성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설득력 있다.
그림들을 보며 저자는 홈페이지에 그림에세이를 써나가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최근 그림에세이 블로그를 개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이미 독서는 완료했다. 두 번 세 번 거듭 독서 후, 여러 가지 풍경으로 기억해두고 리뷰를 써둘 생각이다. 신간으로 나왔을 때, 일단 보관함에만 담아두었다. 리스트 소개에는 살짝 넘겼고, 최근 블로그를 발견하면서 이웃을 맺고 책을 주문했다. 휘날린 듯, 마음의 한 점을 포착한 듯 강한 그림과 여러 길로 뻗어가는 글을 더듬어나가며, 소장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  
권혁웅 (지은이), 이연미(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내 입술이 그에게 닿을 때 나는 입술이고, 내 손이 그를 만질 때 나는 손이다. 입술과 손은 내 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다. 그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얼마나 많은 우주를 품은 것인지. 여기에 소개한 몸들은 그런 설렘과 떨림과 끌림으로 진동한다. 눈과 코와 입이, 손과 발과 몸이, 얼굴과 머리와 몸통이, 그리고 피부와 심장이 전부 다 당신을 향해 두근댄다. 소망하느니, 당신도 나와 함께 두근대셨으면. 우리가 그렇게 마주한 두 개의 우주였으면. - 권혁웅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의 첫 번째 산문집을 펴낸다. 『두근두근』이란 제목 하에 몸을 빌미로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아주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차려 자세에 긴장된 양 미간으로 읽어나가면 오히려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 몸에서 힘부터 빼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슬렁슬렁 넘겨보다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살짝 머물러 놀다 가도 될 일이다. 그에 빗대어 쓰고자 하는 말이 떠올랐다면 메모를 해도 좋고, 그러다 졸음이 오면 이 책을 목침삼아 한잠 자고 일어나도 될 일이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냄비 통째 올려놓고 먹어도 썩 괜찮을 일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렇게 아무런 부담 없이 놀이 삼아도 좋겠다는 말이다.
1991년부터 지은이가 써두었던 시작메모, 일기,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두근두근』은 탄생했다. 세월로 치자면 17년 가까이 묵힌 것들인데, 이를 기초로 책을 작정하여 버리고 수정하고 다시금 쓰는 과정 속에서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라는 방향이 생겨났다. 이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문학으로서 산문시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 ‘슬렁슬렁’이란 의태어의 묘미는 가볍지만 자유롭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허우적거리는 헤엄치기의 영상도 불러오고, 바닥에 엎드려 마구 노니는 풍경도 그릴 수 있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마침 강렬한 표지의 책을 발견하고, 털썩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장을 넘길 수 있겠다는 느낌. 마지막 커버를 덮어도 새로이 독서를 지속할 수 있을. [되풀이 재생]이 가능한. 그런 이미지가 과감히 끌어당기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은이), 이목 (옮긴이) | 돌베개

다양한 국적, 다양한 배경의 이들 49명이 남긴 뚜렷한,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쉽사리 발견되지 않은 흔적을 살피면서 지은이는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지은이는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예의를 잊지 않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채워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은이의 간결한 문장은 그러한 요소들이 서로 엇갈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게끔 해주고 있다. 사라졌기에, 사라지지 않은 이들의 삶과 지은이의 글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절망어린 20세기의 끝에서 주어진 역설적이고 단단한 희망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 구석에 웅크린 상자를 가져와 조심조심 펼쳐 살피면, 차곡차곡 담긴 ‘생각’으로 탄성을 지른다. 마구잡이로 꺼내고 싶지만, 차근차근 하나하나 건드려 본다. 무턱대고 [툭]아닌, 그야말로 살그머니. 건지고 거듭 올려도, 가득 채운 ‘문장’은 쉬이 날아가지 않을 것 같다. ‘단단한 희망’에의 머뭇거렸던 첫 발걸음을 탁하고 내딛을 수 있을 듯하다.

*주문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지은이) | 열림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해 동안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글과 그림을 묶어 펴낸 책이다.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과 지인들,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 음식 등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우리네 삶을 담은 91장의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동 선생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야 누구나 갖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산다. 선생님의 눈은 그 외의 것, 말하자면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박재동 선생님의 <인생만화>에는 이러한 선생님의 눈으로 본 세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모습이. 그래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그래서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 강풀 (만화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즐겁도록 그리자, 아름답게”
삶을 다독이는 ‘진국’ 같은 그림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장정일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알고 싶어서' 읽고, '입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성공하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그와 거리가 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목록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족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독도법은 ‘공부의 기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 책 소개로 어딘가 ‘그만 특별하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겨, 가만히 찌푸리면서 꼼꼼 뜯어보듯 계속 읽었다. 영역을 넓히는 스타일은 여럿일 수 있다고 본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책을 주문한다. 지은이가 대단하다 싶더라도, 이런 식의 좋은 평 몰아주기는 씁쓸해진다는 개인적 생각. 어쨌건, 기대하고는 있다. (웃음)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은이) | 마음산책

작가는 유년의 추억, 성장통을 앓았던 청년기, 글을 쓰게 된 계기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와 이용휴의 산문,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 자신의 젊은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일들을 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일들은 당신이 짐작하기를. 나 역시 짐작했으니까.
...당신도, 그 어떤 사람도 결국 그럴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도넛과 같은 존재니까,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 김연수

: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생각했던 게 한 달 전이었던가.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를 독서 진행하면서, 굳혔다. 소장해야겠다고. 간격을 좁히며, 혹은 넓히며 들출 것 같으니. 짤막 기록을 하는 도중에,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처음 글을 쓴 나의 계기는 어떤 장면이었을까 문득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웃음)

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8월
 
2006년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펴내면서 문단 안팎의 큰 반향을 일으킨 김경주 시인의 여행 산문집. 그의 패스포트 속에는 고비와 시베리아, 두 나라의 도장이 찍혀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이 여행은 2006년 여름에 시작되어 2007년 2월까지 이어졌다.

김경주 시인은 "유목의 땅인 고비에서는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서는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그곳에서 울었고 웃었고 아팠고 견뎠으며 사랑했고 이별했던 제 마음의 순간순간을 기록했다. 함께 수록된 사진들은 '티양(teeyang)'이란 이름으로 활동해온 사진작가 전소연이 촬영했다.

배낭여행자라는 말이 좋아서 무작정 길을 떠돌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흰 운동화와 기타 한 대만 있으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기꺼이 겁먹은 이방인이 되어줄 수 있는 자세가 유일하게 인생에서 배우고 싶은 품세였다.
어쩐지 나는 이번 생과 제대로 된 외교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여행이었는지 시였는지 사랑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는 불륜과도 같이 삶에 불쑥 침입했고 나는 아직까지 그 질서에 처벌당하지 않은 채 복된 가혹으로 장수할 모양이다.
유목의 땅인 고비에선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선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목이 마르면 고비에선 더 걸어야 했고 시베리아에선 추워서 길을 잃기도 했다. 내게 유목은 인간이 지상을 떠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바람을 떠다니는 삶의 방식들이었고 유형은 인간의 시간으로 견디고 있는 빛의 태내처럼 아득했다. - 김경주

이 책은 우리에게 전혀 친절치 못하다. 그러나 그러한 거칠음이 때론 우리에게 더한 매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과 문장 속에서 우리들이 비집고 들어갈 어떤 틈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포트>를 읽다 책이 아닌 제 마음에, 제 기억에 집중하느라 책장 넘기는 속도가 뒤쳐진다면 이는 예상할 수 있는 모두의 반응일 터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여권에는 어떤 기억이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되짚다 보면 어느새 밤이고 아침이고 나날일 터, 그렇게 삶이라는 패스포트는 제 페이지를 다해간다는 것!

: 빠졌다니! 최근 여행 에세이를 두 권 접하면서, 이제껏 지나쳤던 다른 작가의 책도 더 읽어볼까 생각이 들어 여행 카테고리를 살피는 중에 와락 달려들 듯 발견되었다. 시집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신간 리스트에 왜 빼놓았을까 갸웃거렸다. 여름이라 더위 먹었었나-_-; 나는 흔히 말하는 ‘친절하지 못한’ 책들을 가려 뽑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들은 서걱거리면서 읽었다는,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에 더 열광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간격이 먼, 되풀이해야 하는 책이라면 이것저것 다 제켜두고 무조건 환영!(;)

*리스트.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신경림, 정호승 (지은이), 노창선 (엮은이) | 천년의시작

좋은 시를 읽으면 쓸쓸하고 외롭던 마음이 활짝 개이고 삶에 대한 용기가 점점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들은 합리적이고도 빈틈없는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 과학의 시대, 소위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아름다운 정서의 충족과 행복한 생(生)에의 꿈은 서로 상충할 때가 있다. 걸어 다니면 어깨 위에서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던 휘파람새도, 학교 가는 길에 향기로운 아침을 열어주던 작은 풀꽃들도 다시 쳐다볼 수 없도록 바쁜 시간을 살아가는 나날은 과연 행복한 삶인가. 휴대폰과 인터넷 그리고 자동차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어진 요즘 우리의 정신은 너무 물질적인 것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아침 햇살처럼 맑고 밝게 빛나는 마음을 불러들이면 작은 일도 순조롭게 잘 풀리고 또한 즐거워질 것이다. 그럴 때 좋은 시들은 여러분 곁에 붙어서 용기를 주고 위로해 주는 참 좋은 친구가 된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기왕이면 아름답게 인생을 설계하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도전적인 힘을 마음껏 충전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가려 뽑는다. 우주적인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시로부터 언어의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시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스런 꽃송이 같은, 향기로운 초콜릿 같은 시간들의 책갈피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어떠한 일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길을 찾아 나가게 하는 이정표 혹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또 그 언어들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려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던' 시인들의 인격이 더욱 가까이 느껴지기를 빈다. 아울러 미래에 대한 포부를 가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눈부시고 힘찬 출발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 좋은 시는 참 훌륭한 스승이다. - 노창선 (엮은이)

: ‘선별한 시집’은 웬만해서 잘 끌리지 않는데, 엮은이의 말이 참 와 닿는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라는 것과, [충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평소, 개인 취향의 분위기 시만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회에 갖가지 풍경을 끌어오는 여러 시들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마찬가지로 ‘향기로운 초콜릿’의 향기가 피어오를 수 있겠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세계문학전집 169 | 원제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1934) 
제임스 M. 케인 (지은이), 이만식 (옮긴이) | 민음사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대표작 『이방인』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케인은 프랑스 및 유럽에서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3만 5000자로 된 짧은 분량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 부랑자의 목소리로 자신이 저지른 사전의 전말을 담담히 고백하는 형식이다. 카뮈는 이런 서술 형식 또한 『이방인』에서 시도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에 사건을 기술하는 듯한 긴박하고 명료한 문체가 전달해 주는 선정적인 동시에 낭만적인 정서를 이 두 작품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은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서로 맞서게 돼.” 이 말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욕정과 탐욕에 사로잡힌 남녀가 그들의 감정을 순수한 사랑이라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비밀을 공유하게 된 둘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이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27년에 발생하여 2년 동안이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케인은 이 사건을 접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한 잡지 편집자가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인 외판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 사건은 법정 증언에서부터 사형까지 사건의 전말이 하나도 빠짐없이 신문에 실렸다. 케인은 이 사건을 다루었던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치정과 폭력과 성(性)이 뒤섞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담담하고 명료하게 기술하여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어두운 범죄 현장을 그려 낸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다.

: 사건이라는 한 가지만으로 마구 이끌리니 어쩜 좋을까. (-_-;) 이어 민음사 목록이라는 것, 카뮈가 영감을 얻었다는 것, 원작소설이 쭉 궁금했다는 것. 마일리지 적립이 오르면, 5만원 채워서 다른 책이랑 주문할 거고, 그대로라면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주문할 계획. 책을 받아보고, 구덩이 파듯 건지며, 집중해 들어갈 생각이다.

Creative Artwork 
컴퓨터아트 편집부 (엮은이) | 퓨처미디어(월간지)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매거진 「컴퓨터아트」에 실린 튜토리얼 기사 중 전세계 디자이너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부를 선별하고 국내 전문가의 추가적인 설명을 더했다. 총 1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대한 표현방법들을 소개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 16개의 서로 다른 독특한 디자인 스타일을 익히고, 두 번째 파트에서 소개된 창의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습득한다면 더 나은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 컴퓨터 아트 잡지(내가 가진 건 2007년 12월 호 하나;)를 월별로 다 장만하고 싶지만, 여건상 그럴 수 없으니까, 이런 특별 신간에 혹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만 골랐다는 게 걸리지만 말이다. ‘특정한 답’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지’를 찾고, 보완하고, 첨부하는 과정을 쭉쭉 거칠 수 있겠다.

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지은이) | 나무생각

그저 묵묵히, 인내와 열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온 23인에 대한 기록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또 변화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지에 다다랐지만, 그러한 자신을 자랑하거나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들, '지혜로운 고집쟁이' 23인의 이야기를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글과 사진에 담았다.
* 「조선일보」에 '박종인의 인물기행'이란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원고를 묶어 펴낸 책이다.

나는 이들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진리와 지혜를 배웠다. 저들이 몇 십 년씩 몸으로 만들어놓은 지혜와 지식을 불과 몇 시간, 며칠의 만남을 통해 순식간에 도둑질할 수 있었으니, 이런 행복한 도둑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을 만나는 순간,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행복했다.
왜 내가 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는지 명쾌하지는 않다. 하나같이 똥 고집쟁이에 하나같이 돈벌이와 거리가 먼 일들에 매달린 사람들인데. 그 옛날이면 잡놈이라는 부류로 취급되는 무슨 쟁이, 무슨 쟁이들인데.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들 아닌가.
하지만 세상의 기준은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잡초라고 무시했던 많은 존재들이 이제 꽃과 열매를 만들어 세상에 귀한 가치를 보탠다는 사실을 세상은 깨닫게 되었다. 고단한 시대에 이들이 감내하고 만들어낸 삶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안식과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어왔을 가시밭길을 상상하니 도저히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고, 그 형극의 길을 헤치고 큰 울임과 함께 터뜨린 열매를 보니 경외와 존경의 마음이 일어나는 그런 묘한 긴장감이 우리들 의식 속에 있다.
... 부지런히 세상을 걸어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만나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을 따라가도록 하겠다. - 박종인

명분들, 이데올로기들이 난무한 세상이었지만 그들에겐 오로지 행으로서의 행, 삶으로서의 삶을 살 뿐이었다. 가슴 묵직하게, 때론 눈두덩이 후끈해지는, 중심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가 손끝에서 놓아지지 않는 이유는 소모품처럼 시대의 도구로 전락한 삶이 아니라, 광대무변의 우주에 점 하나 찍는, 점안식의 공력 때문이리라. 힘주어 말하건대, 고 채규철 선생의 말대로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허망한 꿈은 아닌” 것이다.

: 주류, 비주류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소모. 평소, 그렇게 여겼고, 이 책을 접한 지금, 그 불필요함의 생각 면적이 더욱 넓어졌다. 그저, 작가가 담은 사진과 이야기에 가만히 들여다보고, 쫑긋 귀 기울이고, 만지작거리면 될 것 같다.

삼남대로 - 해남에서 서울까지 옛길을 걷다 
신정일 (지은이) | 휴머니스트

『삼남대로』는 5만 분의 1 실측지도를 활용하여 답사 경로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총 24컷의 지도로 강과 산을 휘감고 도시를 지나는 옛길 삼남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본문에서 언급하는 마을의 이름과 문화유적, 주요 건물들을 알아보기 쉽게 따로 표시하여 본문과 지도를 함께 읽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열이틀 간의 여정을 손으로 짚어가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재미나는 읽기가 될 것이다.

: 지도 들여다보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할 듯. 더욱이 ‘추적’의 경로를 해체하며 따라가기도 쏠쏠한 재미일 거라 판단.

한창기 (지은이), 김형윤, 설호정, 윤구병 (엮은이) | 휴머니스트

월간「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의 발행-편집인이자, 언어운동가였던 古한창기의 글들, 자신이 창간하고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였던 잡지에 썼던 것들과, 여러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것들을 두루 모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배움 나무>가 1970년 1월에 창간되었으니, 이 책에 실린 글들은 1970년을 전후해서부터 199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여 동안에 쓰인 것들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생각>, <샘이 깊은 물의 생각>, <배움 나무의 생각> 세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 잡지를 하나하나 소장하지 못했으니, 이 모음집은 특별한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언제든 들추고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두루 자연을 느끼고, 심호흡 하며 맑은 공기를 잔뜩 집어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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