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늦은 리스트 작성이다. 거의 한 달 만에 알라딘에 글을 올리는. 4월은 어떻게 펼쳐질 지 가늠할 수 없으나,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여러 가지 시도할 것이고, 그래서 허둥대며 많이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손에서 놓지 않고 한껏 몰두하며 재미를 느껴야지, 하고 생각하며.

아무런 욕심 없이 아무런 계산 없이, 동화적인 발상에서 비롯한 서사를 펼친다. 그 가운데 뜨끔한 칼날이 있다.

*발이 저린 날
코에 침을 바르고 허공을 본다.

새들은 하늘을 자르며 놀고 있고
붓꽃 속에서 누가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

소리들이
푸른 물고기가 되어 너의 창으로 헤엄쳐가고 있다.

2008년 봄 - 함기석

: 동생이 부탁한 잡지랑 함께 일찌감치 주문했었다. 매장에서 슬쩍 들춰보고, 호오 소리를 내며 반짝반짝 눈동자가 되었던 것. 야금야금 씹듯 조각을 내며 조금씩 맛을 느끼고, 어김없이 뒤집고 해체를 시도하며 ‘슬로 리딩’을 하고 있다. 툭 떨어뜨린, 방심했던 모서리가 슬그머니 후비고 간 그 부위, 뚝뚝 흘러내린 따끔했던 피.(3월 27일, 택배 도착.)

  
: 3월, 책을 발견한 즉각(신간으로 등록된 그 순간)리스트에 넣어야지, 줄곧 생각했다가 시기를 한참 놓친 지금에서야 부랴부랴 붙인다. 곧 커버를 덮을 것 같은데, 바로 리뷰를 쓸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하지 않겠다는 데 가깝다. 자신만만함은 때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더라. (;) 어릴 적의 독서 습관과 상당 일치해서 어쩐지 으쓱함을 느끼는 중.(3월 27일, 택배 도착.)

 

시에서 식욕과 관능 욕구는 탐욕의 징표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의 생생한 에너지 분출을 뜻한다. 그것은 풍부한 감각의 개방이며 만끽이다. 생의 한 순간이라도 온갖 허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본래적 자아로 돌아가 존재의 지극한 쾌감을 열정적으로 살아보고 싶은 이윤훈의 시적 지향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자아의 극렬한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아찔한 감각적 황홀이 있고 선명한 초월적 이미지가 있다. 현실과 비현실, 존재와 무, 육체와 혼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생의 전율을 틀어쥐고 있다. - 조창환 (시인)

그의 시는 늘 경계를 간다. 현란하게 피어나는 꽃들도 영원과 순간의 번뜩임일 뿐이다. 그 번뜩임을 틀어쥐고자 하는 몸부림이 그에게는 시라 할 수 있다. 시의 길을 끝까지 가기 바란다. 돌아오지 않기 바란다. - 우대식 (시인)

: 두 시인의 추천 글을 부분 수정하고(‘잡힐 듯하면서’에서 ‘하면서’를 뺐다), 부분 삭제했다. 시의 공간이 격렬한 싸움터가 되기를 바라는 건, 제멋대로일까. 보다 강렬해지기를,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기를. 알맹이가 빠진 ‘빈껍데기’로 널브러져 있어도, 유유히 떠다니는 공허함을 건져 올릴 수 있기에 무턱대고 기대해 본다.

우리 역사가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낯선 인물들의 생애를 추적, 왕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통한 역사 뒤집어보기를 시도했다.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사는 획일적 역사 해석만이 횡행했다. 《한국사傳》은 바로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해왔던 측면들을 통해 역사의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필연적으로 역사 무대가 확장된다. 이 책의 무대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그리고 저 멀리 유럽까지 종횡무진 하는 이유다. 광대한 무대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불현듯 그 현장으로 답사를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 이덕일

: 이전 리스트에 포함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그냥 보관함에 쭉 담아놓고만 있었던 것.) 다른 분들의 페이퍼를 나름 꼼꼼하게 살피고 겨우 한 분의 페이퍼를 골라 thanks to를 하고, 책을 주문했다. (4월 2일, 택배 도착)담아낸 문장만이 아닌, 손가락을 타고 흘렀던 숨결과 그림자까지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하면서, 영상을 만들어 우선 상상 속에서나마 ‘그 현장으로 답사를 떠나고 싶다.’

세계문학전집 174: 오래 전부터 줄곧, 민음사 시리즈에 포함될 거라 막연히 믿고(;), 다른 출판사의 책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 나온 책 목록에서 발견한 순간, 드디어, 라고 생각하며 바로 보관함 이동. 주문은 차차 할 생각이다. 읽기 진행 중인 책이 여러 권이고, 먼저 소장해야할 책도 여러 권이기 때문. 기다리는 특정한 지점에 서 있다. 다만, 여러 상황과 과정 속에서 보다 빨리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인, 외교관, 망명자, 공산주의자, 평화주의자로서 그의 양심은 평안했고 그의 지성은 불안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네루다는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었다.

: 3월 둘째 주부터 리스트 작성을 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이제야 집어넣게 되었다. 시집을 몇 권 거푸 읽었고, 리뷰는 어쩐지 조심스러워져 단 하나도 남길 수 없었지만, 거듭 장면을 찰칵찰칵 담아두면서 나만의 재해석까지 시도했던 과거, 그리고 현재, 아마 앞으로도 쭉쭉 진행될 예정의 여행.(4월 2일, 택배 도착.)

 


: 지식총서 시리즈를 몇몇 보관함에 넣었다가, 시들해진 마음(;)에 몇 차례 빼기를 반복하다 이 책은 내용을 살피지 않고 제목만 보고 덜컥 주문했던. 후회 모드는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얇지만, 거푸 읽으며 꼭꼭 씹어낼 수 있는 임의 지정 동그라미를 꽉꽉 채울 분량이라 생각을 하며, 빙그레 웃는다.(3월 27일, 택배 도착.)


거리의 어둠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상 그가 들여다보는 것은 마음속에 자리한 어둠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둠을 간직하고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내린 어둠에 주목한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탐정의 뒤를 쫓아 어둠 속을 헤매고 있지만, 동시에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도 함께 그리고 있다. 이와 함께 가슴을 살짝 울리는 따뜻한 반전은 이 작품집의 특징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다.

: 바닥을 짚을 수 없는 어둠, 가물가물 흐릿한 안개 같은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선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 또한 취향 덩어리의 일부에 속한다. B밴드의 가사를 좋아하는 것처럼. 문장을 더듬어나갔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아무 문단이었지만, 끊김은 없었던 터라 한껏 기대를 모으는 중. 다른 책을 독서 진행 중이라, 당장 읽기는 곤란하지만 입력은 시켜두었다.(웃음)

오래된 편지지를 펼친 순간 눈앞에 선한 그날의 풍경처럼, 예전 일기장을 넘기는 동안 코끝에 느껴지는 그날의 향기처럼, 매일의 사랑은 겹겹이 쌓여 애틋한 추억이 된다.
일상이란, 이 얼마나 소박하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아침의 우유, 찬란한 새의 깃털, 오렌지색 저녁 하늘, 풀벌레의 노래, 여름의 바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이 세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름다운 것들로만 가득하다.

: 작은 바구니에서 하나하나 꺼낼 소품은 한정적일지라도, 행위를 되풀이하면서 미묘함을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옅은 밑그림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채색하는 식으로 각각의 차이를 손의 기운에 불어넣으며. 일서를 찾아 읽을 계획이다. (번역본 디자인은 참 예뻤지만, 차지하는 공간이 커질 것이기에 애써 자제하는 중.)

: 무턱대고 주문부터 한 책.(4월 2일, 택배 도착.) 드라마를 접했던 건 아닌데, 바리스타를 꿈꾸었던 적이 있어서(-_-;)불어나는 호기심의 물결에 휩싸이고 말았고, 마구 허우적댔던 것. 표지는 무난한 색과 디자인을 사용했지만, 낙서메뉴판 덕택에 그리 질리는 패턴은 아니었고(개인적 생각), 무엇보다 페이지를 들추었을 때 삽입된 이미지와 편집디자인에 환호해서 우선 후회 모드가 아니었다는 데 기록해둔다. (웃음)

새로운 실험과 상업적 실용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대의 시대정신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연장선을 발견했던 장면. 비가 내딛는 무수한 동그라미와도 같은. 불안하고 미묘한 시각에서 찰나의 아찔한 선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생물들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생태 탐사의 길잡이 시리즈.

 

 

 

 

곧이어 소장할 예정.

: 매장에서 드문드문 펼치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천천히 소장할 예정.

 

 

 

 

 

 

 

 

 

 

↑←미리 주문,
몇몇 택배 도착.
&몇몇 기다리는 중.

 

 

(영풍문고 매장에서 구입.)

 

 

 

*그 외, 은근슬쩍 갈팡질팡 참고 리스트.

 

 

 

 

 

 

 

 

 

*DVD,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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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기울어질 때.]

벽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장소.
그 어떤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그 위치만으로 충분히 좋은 장소.
가장 멀 수도,
가장 가까울 수도 있는 장소.
어느 지점이든 발자국을 찍을 수 있는 장소.

: 3월 1일.
(3월 4일 이미지 완성, 4월 3일 이미지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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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0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따라 방문했어요. 반갑습니다!
서재 대문과 이미지와 아이디를 보며 퍼즐을 끼우듯 혼자 꿰맞추는 중이에요.^^
 
[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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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임이 가득한 계절.
*서평단 도서.
2월 28일 택배 도착, 29일 독서 완료.

저는 여러 개의 무수한 원이 겹쳐진 영역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 장소엔 경계가 없고, 특정하게 구분 짓지 않는 시선이 가득했지요. 겹쳐진 부위에 발을 걸치고 있어도, 밀어내는 움직임이 없고, 거치적거리는 어떤 아이템조차 없었어요. 자유로웠습니다. 이 길 저 길 넘나들며 탐험을 떠났습니다. 후딱 해치울까 하다가, 드문드문 허상에 잠기기도 하고, 곰곰이 되짚어나가기도 했습니다. 보슬보슬한 강아지풀이 귓가를 간질이는 느낌도 받고, 뭉툭한 바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마당을 바라보는 기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비가 주룩주룩 끊임없이 내리곤 해, 연못을 이룬 마당에 찰박찰박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며 조그맣게 접은 종이배를 퐁퐁 띄워놓고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소금쟁이, 물방개, 개구리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죠. 우리만의 작은 연주회를 시작합니다. 빙그레 웃음 지으면서 고여 있던 늪과도 같은 마음의 물을 멀리멀리 흘려보냅니다. 땅이 마르고, 하늘에 나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자전거 앞 바구니에 책을 싣고(;) 질주를 합니다. 맑음과 비의 사이, 그 간격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덤벼드는 거죠.
누군가 들여다보면 한없이 사소한 것일 테지만, 세심한 관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환호성을 지르고 내내 달려갑니다. 선을 긋지 않고, 아이들의 장난을 즐기듯 통쾌합니다. 시원합니다. 와와, 나이도 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구 지르게 되었습니다. 웃음을 가득 공중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 매미 소리, 너구리 콘서트, 코스모스, 뻥튀기, 옥수수 에피소드, …. 매미 소리가 쏟아지듯 매미 소나기가 내리는 그림과 꽃눈처럼 공중에 뜬 뻥튀기 그림이 특히 좋았습니다. 학교 운동장과 언덕을 채색했던 가득한 코스모스, 뻥튀기 소리에 놀라 울음을 곧잘 터뜨렸던 동네 친구, 매미의 연주가 없으면 여름이 아닌 것 같다고-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에 비하면 매미와 귀뚜라미의 가락은 흥얼거림과 휘파람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헤헤거렸던 나―.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쥐고 붕 바람을 가르며 달려, 폐 깊숙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즐기며 새로이 몰두할 수 있어, 하며 중얼거리게 합니다.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_ [0210,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페이퍼에 끼적였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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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은이) | 푸른숲

두 형제가 목숨을 걸고 험난한 등정에 나서는 이 이야기는 생사와 우애, 위기와 모험, 믿음과 의심,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우리 시대의 테마들을 하나의 찬란한 피륙으로 엮어낸 '명품 소설'이다. 인생의 길에 대한 커다란 비유인 이 소설을 읽고 나자 내 마음에도 높고 신성한 큰 봉우리, '촐라체'가 솟아올랐다. - 홍은택 (NHN 부사장,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저자)

: 소설가 분과 이웃을 맺어놓고, 제대로 찾아가서 글을 읽지는 못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진득하니 글을 읽을 수 있는 여지와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핑계(;)도 있고. 단행본이 출간되었으니까, 천천히 소장하고 싶다. 여유를 가지며, 곱씹고 느낄 수 있도록. 쫓기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무수히 뻗은 그 ‘길’위에 발자국 하나하나 깊게 새기며.


오늘을 잡아라 -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 책 소개 없이, 책 표지만 크게 찍혔다. 짤막한 옮긴이 소개도 덧붙여 있고. 민음사 전집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내가 자꾸 혹한다는 거다. 궁금하면, 무엇이든 들추고 알아내고 배우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어쨌건, 주문은 했다. 기다리고 있는 중. 아직 책은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의 그네를 매달 시간 - 인도의 영혼, 카비르의 황홀한 시 
카비르 (지은이), 강진복, 신현림 (옮긴이) | 글로연
몸을 빛이 나도록 씻어도,
마음속에 음악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지?

사랑의 길은 굽이굽이 부서지기 쉬운 민감한 길이네.
이 길 위에 갈망하거나 갈망하지 않거나
님에게 닿는 순간 내 전부는 쉽사리 사라지네.
그를 찾는 기쁨은 너무나 강렬해서,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듯
님의 거대한 사랑 속으로 뛰어드네.

: ‘그네’를 소재로 한, 좋아하는 가사가 많다. 음악과 잘 어우러져, 듣고 있으면, 울컥해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헤엄치듯’ 느슨해지기도 한다. ‘마음속에 음악이 없다’는 상황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소개된 시만으로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무작정 읽어보고 싶은 리듬.

여왕코끼리의 힘 - 민음의 시 145 
조명 (지은이) | 민음사

텅 빈 방에 쓸쓸한 햇살 비춰 들고, 프리즘 속 세월이여, 후회 없이 가라. - 고형렬(시인)
일상적인 시어들은 구체적이고 솔직하다. 아주 생생한 촉감이 있다. 그런데 촉감은, 표면에만 머물지 않고 한없이 깊어진다. 아주 견고한 일상이 경계를 허물어 우주처럼 넓어지고 깊어지는 순간의 매혹이 이 시집에 있다.

우선 시원스럽다. 자잘한 것들에 구애받지 않는 데서 오는 힘 같은 것이 느껴진다. 조명 시의 시원스럽고 힘 있음은 시가 주는 즐거움의 새로운 측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왕코끼리의 막강한 힘이 평화와 행복을 위한 것이듯, 조명의 활기도 긍정적이고 개방적이다. 굴절되어 있지 않은 페미니즘,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와 존중이 바로 그 활기의 원천이다.
 - 신경림 (시인)

: 리스트 만들기 전에, 미리 주문. 택배 도착. 우선, ‘힘이 있다’는 것에 솔깃했다. 근래 밑바닥의 물이 출렁거릴 만큼 파도를 몰아치는 시를 몇 번이고 거듭 읽기를 원했다. 소장한 시집의 몇몇 부분에서 간혹 발견했지만, 아주 만족을 얻었던 건 아니었기에. 혹시, 하고 기대를 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세계문학전집 171 | 원제 Things Fall Apart (1958) 
치누아 아체베 (지은이), 조규형 (옮긴이) | 민음사

주인공 오콩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19세기 아프리카 부족 마을의 삶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적 과장이나 묘사를 최대한 배제하였기에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 마지막에 백인 치안판사가 오콩코의 죽음을 자기 논문에 끼워 넣는 구상을 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하나의 '인류학 보고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민음사 시리즈의 출간 간격이 굉장히 짧아졌음을 느낀다.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민음사 시리즈 중 아프리카 소설로 최초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둥 그런 소개는 죄다 무시하고, 그저 표지 그림이 좋아서 보관함에 이동시켰다. 다만, 최초라는 걸 지우고, 어디까지나 부족 이야기라는 구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라는 일부 소개에 더욱 끌려들어가고 있다.

힐링 가든 - 정직한 땀과 꽃.나무.흙의 기운으로 나를 풍요롭게 가꾼다, Natural Life 002 
김주덕 (지은이) | 다빈치

풀과 나무의 푸름을 보고, 형형색색 꽃들의 화사함을 보고, 이른 아침 새들의 재재거림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을까? 이른 봄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 한여름 내리쬐던 햇살을 가리며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살랑대는 가을바람에 고운 색깔 뽐내는 단풍, 소복한 흰 눈 머리에 이고 있는 장독대 앞에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이들은 모두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이다.
우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은 작은 꽃 한 송이에, 풀 한 포기에 귀를 기울이고 몸을 낮추어 들여다보는 내 자세에서 시작된다. 거창한 정원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남의 손을 빌려 인위적으로 연출한 정원도 아니다. 핏줄이 당기듯 자연스레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에 다가가 가만가만 내게 손짓하는 꽃과 나무와 마음을 나누면 된다. 그러므로 나를 치유하는 정원은 내 책상 위, 탁자 위, 창틀에 놓인 작은 꽃병, 화분 하나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 동네에서 두 번째 이사한 세 번째 집에서 살고 있는데, 문득문득 두 번째 살던 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첫 번째 집은 아주 어렸던 때. 다만 뱀 에피소드, 마구 뒹굴었던 언덕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중하게 담아 놓고 있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숨겨졌던 기발한 놀이터와 소품, 갖가지 묘기(;)를 선보였던 곳이었기에. 마당이 꽤 넓었고, 옹기종기 붙은 이웃집, 도란도란 이웃 친구들이 있었다. 나이 차가 났어도 그런 자잘한 간격을 생각하지 않았고, 함께 어울리고 무척 즐거웠던. 집안 형편 상 가족 여행을 갔다거나 그런 것 없이 울적해지는 기억도 많지만, 그나마 여러 가지 모험하듯 벌였던 사건들이 있어 그리운 추억이다. 자연이 보듬어주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할머니가 가꾸셨던 허술하지만 아름다웠던 정원(맨드라미의 강렬한 빨강은 여전히 기억), 마당의 장독대, 바위, 꽃잎에 살그머니 앉았던 나비, 조잘조잘 개구리, 하늘을 노니는 잠자리 떼,  ….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껏 살고 있는 세 번째 집은 모교 운동장이 우리들의 언더그라운드 무대였다. 정글 탐험을 하듯 여기저기 헤집고 지나쳤고, 뱅뱅 맴돌았다. 물론, 같은 동네기에 자연의 친구들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가득 있었다, 그 시절에는. 지금은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대구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차도 많아지고 해서, 그때만큼의 푸름과 자연의 와글거림은 일부 사라졌기에 아쉬워진다. 매미의 연주와 언덕에 살짝 피었던 코스모스(운동장에서는 볼 수 없어져서 씁쓸해졌다), 곧 추위가 풀리면 흐드러질 벚꽃을 볼 수 있음에 그나마 위안을 가진다.  

쓸쓸한 사냥꾼 | 원제 淋しい狩人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권일영 (옮긴이) | 북스피어

도쿄의 헌책방을 무대로 펼쳐지는 연작 미스터리. 사건은 언제나 책으로부터 시작하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헌책방 주인 이와 씨와 그의 손자 미노루다. 수록된 여섯 단편 모두 이와 같은 구조로 통일되어 있다.

: 지금에서 떠올리면 우습지만, 어릴 적 동생이랑 ******(멋대로 붙인 이름)서점 사건 파일(;)을 작성했던 놀이가 있다. 살인사건의 수수께끼와 연관해서 탐정이 되어 추리도 하고 그랬다. 그때의 철없고 엉뚱했던 영상의 조각을 콜라주처럼 만들어낼 수 있을 듯. 사냥꾼을 수식한 ‘쓸쓸한’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로마는 소장하고 있다.
몇 가지는 빌려보고, 몇 가지는 소장할 계획. 찬찬히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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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우울.]

휘돌아나가는 노란 페이지에
조각조각 정사각형이 모여 촘촘 깔렸다
채움의 단계를 낮췄을 때
은은한 배경을 삽입할 수 있었다
순수를 쥐려다가 잔털을 살짝 남겼다
쓱싹하려다, 도로 그 자리에 고정해두고
솔솔 가루를 뿌려, 까슬까슬한 덧칠 효과를 살렸다
달콤한 물을 한 잔 마시기에
끌어오는 노력의 퍼센트는
상당한 수치다
눈을 몇 번 깜박거릴 반복행위에
망막에 부옇게 안개가 스미다

: 2월 27일.
(3월 4일 이미지 완성, 4월 3일 이미지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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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2-29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새로이 만든 문님의 대문 이미지 작업 이야기인가..
아니면 자아의 이야기인가.
그런데 배경벽지 은은하면서 따뜻한게 좋은데요 ^^

302moon 2008-03-03 22:24   좋아요 0 | URL
비밀! (웃음)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속닥속닥)
이미지가 바뀌었네요.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