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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 여름 이야기 ㅣ 구름골 사계절 2
박경진 지음 / 미세기 / 2006년 7월
품절
구름골 사계절 이야기중에서 여름이야기다.
무엇을 몰랐으면 좋을지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속지가 너무 이쁘다.
시골에서 만날수 있는 어른과 아이들의 모습.
사계절이 다 나오니 그림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먼저 이책을 읽었다. 습관처럼 표지를 넘기고 글을 읽었다.
옆에서 보니 앞에 나오는 작가이야기를 안 읽는다.
아이들을 옆에 앉히고 여기를 읽어주니
" 아..그래서 방실이가 오줌을 쌌구나"하며 좋아한다.
이쁜 그림과 고래의 물줄기가 방실이의 오줌이 되는 꿈이야기가 재미있다.
닭이 우는 새벽녘..방실이는 오줌을 싼 이불을 보며 경악을 한다.
방실이는 공주처럼 이쁜 아이가 아니라 둥글넙적한 옆집 아이같다.
머리끈을 하고 자서 방울 하나는 벼개에 풀려져 있고..
자리끼 주전자와 어젯밤에 먹고 밀어둔 수박껍질 든 쟁반..
부채와 선풍기..디테일에 충실한 영화를 보는것처럼 세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다.
자리끼 주전자가 놓여있는 쟁반의 꽃그림..예전 집에서 쓰던 알루미늄 쟁반이 아른하게 떠오른다.
엄마에게 혼날꺼야.주전자 물을 엎질렀다고 할까?
멍멍이가 쌌다고 할까? 이불을 감춰버릴까?
시계바늘은 가고 내가슴도 콩닥콩닥..
방실이의 고민이 실감나게 표현된다.
점점 커져가는 머릿속의 생각은 방실이의 고민이 커짐을 보여준다.
친구 영아네 집으로 도망가기로 하고 집을 나서는데..
엄마는 부엌에서 아빠는 뒷마당에서 소리를 내신다.
신을 신지도 못하고 양손에 들고 도망을 가는데..
신발을 신다보니 도둑고양이도 나를 흉보는것 같다.
돌이네 텃밭에서 고추 따던 돌이엄마에게 인사도 안하고 도망을 가는데..
아침해가 떠오르는 시간을 표현한건지 물기를 품은듯한 보랏빛 바탕이 묘하게 환상적이다.
당산나무가 나를 붙잡으려고 하는것 같은데...
당산나무는 마을입구의 오래된 나무로 마을을 지켜주는 신비한 나무라고 알려져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방실이의 마음이 잘 표현된 장면이다.
이책에서 제일 감탄을 금치 못한 장면이다. 방실이가 사는 곳은 시골이긴한데 현재의 시골이 아닌 20~30년전의 시골모습 같다. 이 방의 모습이 바로 내가 어릴때 시골 할머니집에 가서 보던 그대로이다.
앉은뱅이 책상, 낮은 화장대, 손으로 돌리던 재봉틀과 쇠가위,모기향과 팔각성냥까지..한장씩 뜯는 달력은 정겹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이렇게 사는집 찾기 힘들것이다.
옷장과 위에 놓인 이불들...우리가 어릴때도 이렇게 온돌방에 이불 깔고 자고 아침엔 장위에 개어 놓고 했었지.
그아래 몇장 굴러 다니는 저것들은..바로 화투.
박으로 만든 바가지와 검은천을 덮어둔 콩나물 시루까지..
요즘 아이들이 보면 낯설겠지만 어린시절 할머니집에 놀러간 방실이 나이의 나로 되돌아가는듯하다.
구석에서 고민중인 방실이가 꼬물대는 발가락도 보인다.
달아나고 싶어하는 나에게 눈을 마주치며 말씀하시는 엄마.
얼굴을 들지 못하는 방실이.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게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것인데
방실이 엄마의 현명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환영하는 멍멍이.
집옆에 돼지를 키우는 모습도 예전 할머니집과 똑같아서 놀랄 정도다.
지금 이렇게 돼지 키우는 집이 있을까?
영아와 송사리를 잡으러 가는 방실이.
물고기가 노는 깨끗한 물에서 빨래는 하는 아기엄마.
방실이는 이젠 친구가 놀려도 아랑곳하지 않을만큼 씩씩해졌다.
여름의 시골풍경을 그린 책이겠지하고 폈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시골로 여행을 다녀온것 같다. 전통이란게 잊혀지기 쉬운 시대에 이렇게 복원해서 그려주시니 좋다. 50년후엔 이런 모습은 박물관에서나 볼수 있으려나?
오줌싸개 방실이는 현재의 아이모습이라면 배경은 수십년전 시골이다.
아이들에게도 하나하나 설명해줄 이야기꺼리가 많은 그림책이다.
콩나물 키우기에 대해 이야기해주니 우리집 아이들도 눈이 동그랗다.
한옥마을 복원이라고 멀쩡한 집 부시고 시멘트로 겉모습만 한옥을 만드는 시대에 오래 끓인 곰탕같은 책을 만나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