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을 당기는 행위는 기억을 보존하거나 강화한다. 이때는 사진을 찍어도 단순히 관찰에 집중하는 경우만큼 대상을 잘 기억할 수 있었다. 줌은 나중에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장면을 무심히 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능동적인 촬영 방법이다.

기억연구자들은 여전히 수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 가지 답은 이미 분명하다. 기억(다른 과업도 마찬가지지만)을 아웃소싱할 때는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기록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믿을 수 없는 두뇌로 사진을 멋대로 해석하고, 입맛대로 고치고, 함부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선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을린 피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30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는 선탠을 하는 것이 사회적·생물학적·심리학적 요인의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한 연구에서 펠드만Feldman과 그의 동료들은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되 한 장비는 자외선을 방출하고 다른 장비는 방출하지 않도록 한 후 피험자에게 태닝을 하도록 하면, 선탠을 자주하는 사람일수록 자외선을 방출하는 장비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31 이런 연구결과는 선탠을 자주하는 사람들이 생리학적으로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UVIT와 피부암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데, UVIT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의 강도는 햇빛보다 12배까지 높다.12 즉, UVIT에서는 천연 자외선의 위험성이 더 커진다.

하버드 대학교의 조슈아 그린Joshua Greene은 도덕적 의사결정의 신경과학에 대한 다수의 문헌을 검토한 후 이른바 도덕판단의 ‘이중과정dual-process’ 이론을 제시했다. 그린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문자 그대로 두 가지 종류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도덕판단의 형태를 바꾼다. 이 이론의 기본 견해는 우리의 인지과정(대략적으로 말해 이성적 사고능력)은 공리주의적 판단과 관련되는 한편, 정서적 반응(즉, 직감 혹은 직관)은 의무론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두 종류의 윤리이론을 논리적으로 별개의 것으로 여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개념은 흥미로운 상황을 야기한다. 다시 말해, 뇌에서 어떤 형태의 판단이 선취를 점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판단을 내리게 될지 모른다.

"더 광범위하게 말하면, 우리의 결과는 정의가 공정성의 감각에 뿌리를 둔다는 칸트와 존 롤스의 직관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칸트 및 롤스와는 대조적으로, 이 감각은 이성적인 의무론 원칙을 적용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감정적 처리과정의 결과다. 즉, 우리의 연구는 도덕적 정서주의moral sentimentalism를 지지하는 증거가 된다."

실천철학에서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플라톤 철학의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최고의 이상을 실천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윤리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 사고의 과정에서 역사상 가장 훌륭한 철학자들이 인간의 조건에 대해 강조했던 말들을 숙고함으로써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여전히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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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에 너무 바싹 묶여서 변화가 용인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길고 느슨하게 묶여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것인가?
사회생물학자들은 이 끈이 짧고 바싹 조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르게 만들어져서 다른 성적 동기와 충동을 느낀다는 다윈진화론자들을 들 수 있다. 한편, 사회구성주의자들은 인류에게 단 하나의 확고한 성적 전략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유전자와 문화를 묶는 끈이 길고 느슨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이 획득한 것은, 환경과 환경적 요구에 재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극도로 유연한 뇌뿐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을 잘한다거나 남성이 여성보다 적극적이라는 고정관념은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성역할과 책무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여성은 이러저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가 반영된 것이지 실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반영하지 않는다.

여성도 신체적 폭력, 전쟁 참여, 비열하고 잔인한 행위를 함에 있어 남성만큼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남성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지지하고 독재자를 지지했던 것만큼이나 여성들도 그들을 지지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KKK의 침대보를 뒤집어쓴 것 같은 멍청한 유니폼을 대체 누가 만들었겠는가? 여성의 공감 능력과 협력 본능은 계급과 이념, 권력과 특권 앞에서 무너졌다. 마치 남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많은 분의 생각과 달리, 과학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복잡하지는 않다. 과학 자체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과학의 대상이 복잡한 거다. 과학자의 눈앞에서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온갖 복잡한 것들을, 이론의 틀을 가지고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과학의 정수다.

또 다른 오해의 예는 "아무리 구성이 단순한 시스템이어도 얼마든지 복잡한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라는 카오스 이론의 결과를 그르게 해석해서 생긴다. 이 결과가 오해되어 "얼마든지 복잡한 현상이라도 우리는 항상 그 현상을 설명하는 몇 개의 변수로 이루어진 단순한 수식들을 찾아낼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를 본 적도 있다.

우리가 오컴의 면도날을 이론에 적용하는 까닭은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경험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며, 그 원리가 어떻게 효력을 발휘하고 왜 효과가 있는지 보여주는 수학적 모형들도 있다. 단순성과 이론의 가치 사이에 관련성이 있음은 명확하며 입증 가능하다. 그리고 단순성은 다른 평가 기준들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나아가 오컴의 면도날을 비판하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과 다르게, 우리가 단순성을 기준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세계 자체가 단순하다는 믿음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우리를 둘러싼 세계, 곧 경이로울 만큼 복잡한 세계를 설명할 때 좋은 이론일수록 으레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지 않다. 온갖 예측 불가능성이 내재해 있는 혼돈이론chaos theory조차도 비교적 단순한 수학 방정식들로 표현해낼 수 있다.

물론 이는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할 때 크게 신중해야 함을 뜻한다. 우리는 적합성 여부와 상관없이 단순한 이론에만 매달리는 경솔한 환원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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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도 역시 원소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멘델레예프는 혁명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새로운 원소가 더 발견될 수도 있고, 당시의 어설픈 실험으로 결정된 상대 원자량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멘델레예프는 자신의 주기율표에 빈 칸을 남겨두기도 했고, 심지어 원자량의 순서를 뒤바꿔 배열하기도 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원소의 성질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규칙성은 양자역학적인 이유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다. 원소의 성질이 대부분 원자에 들어 있는 전자의 양자역학적 배치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는 영매가 아닐뿐더러 초능력, 텔레파시, 예지력, 투청력, 초자연 현상 등이 모두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이 실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내가 고작 하루 동안 준비해서 꽤 성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이런 엉터리 처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나는 단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쳤을 뿐이다. 하루에 6시간씩 몇 주일을 연습한다면 나는 텔레비전 쇼를 크게 성공시켜 은행 잔고의 자릿수를 늘릴 수 있을 거라 의심치 않는다.

인류가 꿈꿔오던 많은 기술이 곧 실현될 것이다. 자가주행 자동차, 섹스를 하면 약효가 발휘되는 피임약 등.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해서 인간이 진화 과정을 거쳐 획득한 본성이 변할까? 애착과 사랑, 친절과 잔인함, 폭력과 연민, 기쁨, 슬픔, 질투, 공포, 창피함, 집착 등. 이런 본성들은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될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리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즉, 인간의 행동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유전자인가, 아니면 문화나 경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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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가 발견된 것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입장에서는 이론이 다시 한 번 매우 어렵고도 특수한 검증을 통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력파 뿐 아니라, 블랙홀 쌍성, 블랙홀의 충돌, 중력파의 발생과 검출 등 이번 관측의 전 과정은 1960년대 이후 발전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결과를 집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까지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실험적 증거는 톰슨이 말한 대로 수성 근일점의 세차 운동과 빛의 휘어짐의 두 가지 뿐이었다. 하물며 태양의 중력장에 의한 빛의 휘어짐은, 발표될 때의 극적인 분위기와는 별개로 과학적으로는 대단히 의심스러운 데이터였다.

중력파가 지나가더라도 실제 지구를 이루는 입자는 전자기력 등의 힘으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어 그렇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강궁원 그렇진 않죠. 왜냐하면 지구를 포함하는 시공간 자체가 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자들이 얼마나 강하게 묶여 있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죠.
김정리 네 가지 힘은 물질 간의 상호작용인데, 그런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길이 자체, 시간 자체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빛이나 소리는 사람이 만들기가 쉬웠어요. 하지만 중력파는 인간의 신체나 현대 기술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중력파를 감지하는 수준이니까요. 미래에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면 필요할 수도 있겠죠

검증이라는 것은 재현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한 실험에서 입증이 성공을 했다면 다른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이죠. 문제는 LIGO의 관측이 그 자체의 성격 때문에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충돌한 블랙홀이 분리되어 다시 결합하는 일은 없는 거죠. 하지만 우주에는 이번에 발견한 블랙홀 외에도 많은 블랙홀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력파를 내는 존재를 LIGO가 반복적으로 검출한다면 LIGO의 검출 기능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폭발 과정의 순서에 따라 방출되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질량이 있는 물체가 움직이면 중력파가 나옵니다. 이렇게 별이 찌그러지는 것 자체가 움직임이므로 중력파가 나오고 이때 아직 빛은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중력파가 방출된 이후엔 뉴트리노(중성미자)라는 입자가 충격파처럼 나와요. 그 다음에서야 빛이 물질과 서로 충돌하다가 빠져나오고 우리가 망원경으로 감마선, 가시광선 등 전자기파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참고로, 별이 폭발할 때 둥근 구체 모양으로 폭발하면 중력파는 발생하지 않아요. 그런데 비대칭적으로 찌그러져서 폭발하면 중력파가 나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로 구성된 ‘물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에너지 총량 중 고작 5%뿐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질량-에너지 총량의 25%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고, 70%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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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인터넷에서 멍청한 욕쟁이 악플러 때문에 분노하게 되거든 그냥 내버려둬라. 그 트롤들은 어느 날 심장병으로 쓰러지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러셀 베이커가 남긴 교훈을 따라 아름답고 교양 있는 댓글을 추구하면 될 일이다.

프로이트와 카타르시스 가설 추종자에게는 안됐지만 이유 없는 분노의 배출은, 특히나 화난 상태에서 공격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때 사람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분노의 배출은 논쟁을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과열시키며 불평을 없애기보다는 반복되고 더 오래가게 만든다는 점도 드러났다

카타르시스 가설 연구결과는 인터넷 공간에 트롤(악플러)b이 잡초처럼 무성하게 번성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말해준다. 댓글을 다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사람은 비열하고 우둔해지며 앙심을 품기 쉽고 마음대로 상대방을 모욕하게 된다.

휴대폰 전자기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역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연구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휴대폰이 암을 야기할 수 있는 타당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력파는 시공간의 미세한 변화를 의미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진동하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검출기의 크기는 중력파의 파장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고정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력파는 원칙적으로 어떤 물체든지 가속을 겪을 때 만들어내지만 그 강도가 워낙 약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방출 천체에서 오는 것을 검출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력파도 다른 파동과 마찬가지로 파원으로부터 거리에 반비례해서 진폭이 줄어든다. 우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중력파원이 있으나 가장 흔하게 검출할 수 있는 중력파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쌍성이 마지막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대개 짧은 시간 동안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시키고 그 중력파의 파형도 비교적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 검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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