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처치웰이 올해 7월 "인문학의 미래" 주제로 했던 강연.
강연을 할 때는 그래도 말이 그렇게 빠르진 않다. 그래도 빠른 편이긴 하지만.
처음 Entitled Opinions에서 그녀 말하던 거 들을 때 매혹되어서, 그 에피소드를 여러 번 듣긴 했는데
막 첫책을 낸 아직 '주니어' 교수지 않을까 해서 이리저리 찾아보진 않았다. 찾아보니 유튜브에 동영상이
꽤 많은 편이고, 가디언지 포함해서 영국 미국의 여러 매체에 자주 기고한다고. 책도 <개츠비> 다루는 Careless People
말고도 마릴린 먼로에 대한 책도 썼다.
어쨌든 이 강연도 매혹적이고 mesmerizing, electrifying. 이런 단어 써도 과장이 아니다.
인문학은 더 적극적으로 "공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감정교육"이란 그 본질상 정치적 교육이다,
consumer가 아니라 citizen으로 개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탐구하고 정립하라... 이런 얘기. 어찌 봄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얘기겠지만 그러나 업계 종사자가 오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생각한 다음 하는 얘기라
(아무리 당연한 얘기라도 수시로 기억할 때만 그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기도 하겠고) 강력하고 분명하다. 한국의
인문학자들 중 그녀가 여기서 하는 얘기를 머리로 혹은 지식으로, 사실로 아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녀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지식, 사실을 실제로 살지는 않기 때문에.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하는 일에서
모범이 되는 사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작지 않은 행운.
한국에서는 그게 무슨 일이든 그런 행운 있는 사람도 드문 편이지 않을까.
어쨌든, 내겐 없는 행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그래서 유튜브는 신이 한국의 인문학도들에게 보낸 선물이라니깐.
인문학의 방법론이 확장되어야 할 필요에 대해서 말하는데
예를 들어, 역사학에서 하듯이 "내러티브"가 문학연구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제안한다.
한국의 문학 전공 대학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선 "논증 argumentation" 이것만이 문학 연구의 방법.
나도 왜 그래야 하냐고, 대학원 시절 내내 의문이었고 이 문제로 지도교수와 갈등이 있기도 했다. 지도교수는
당연히 주장과 주장의 정당화, 이것이 학문적 작업이다. 이건 이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라 처치웰은
이제 자기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 방식으로의 문학연구에 아무런 대중적 욕구(public appetite)가 없다는 것도, 이 방법이 어쩌면 그 자체로 잘못이고 자기패배적인 것일지 모른다 생각하게 한다. 문학연구에 대중적 욕구가 없는 데 반해 "내러티브"가 인정되는 방법인 역사학은 꾸준한 그 욕구의 대상이고, 문학연구는 역사학에서 이 점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