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덧붙임: 바슐라르의 삶에 대해 읽으면서 우리는 그가 1차대전 동안 38개월을 참호에서 보냈음을 알게 된다. 그의 임무는, 전투 중 끝없이 폭파되던 통신 시설의 복구였다. 이게 무슨 뜻인지 오늘의 우리는 사실 상상할 수도 없긴 한데, 그럼에도 이것이 순수한 공포의 체험이었을 것임은 의심할 수 없다. 1차대전의 참호 전투에 관한 모든 회고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나 지그프리트 사순을 생각하라) 이 점을 분명히 한다. 바슐라르는 이 공포 속에서 3년 반을 살았음에도, 이 체험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그의 저술에 등장하지 않는다. 모호한 인유조차 없다. 그리고 그는 4원소론에 대한 그의 에세이들을 2차대전 중 쓰기 시작했다. 이게, 바슐라르가 전쟁의 광기에 무관심했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 인간이 자행할 수 있는 최악의 만행 속에서도 누군가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책을 출판하고 강의를 계속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게 된다. 이들은, 광기에 항복하기를 거부한다. 바슐라르는 이들 중 한 사람이었고, 이 점을 그의 철학 프로젝트 안에서 분명히 볼 수 있다. 행복이 갖는 근원적 중요성에 대한 그의 고집에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네 아름다운 말들("serenity" "imperturbability" "happiness" "well-being" *그리스어 표기는 생략)의 반향을 듣는다. 행복이 순진성의 비밀이다. 행복 속에서, 우리는 엄격한 규칙들이 우리에게 강제하는 소심함을 떨친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신뢰하고, 우리의 창조성을 발견한다. 순진한 정신은 웃는다. 순진성의 공간은, 환영의 공간이다 (The space of naivety is the space of welcome). 



이 책의 마지막 문단. 

이거 정말 바슐라르 독자라면 여러 번 생각했을 주제. 

왜 그는, 그의 삶에서 가장 끔찍했을 경험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을까. 


순진성. 바슐라르가 아도르노와 친연성 갖는 대목이 여기에도 있다. 둘 다 이것을 중요하게 탐구함. 

한국이 끔찍한 곳이 되는 이유 하나가, 여기서는 일찌감치들 다들 순진하지 않게 되는 일.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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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er's Zone 최근 업로드 주제가 이것이었다. 철학자들의 성비 불균형. 

학부에서는 1:1은 아니라도 3:2 정도는 되는 성비가 대학원에서 낮아지고 대학원 이후 더 낮아지고 

철학과 교수들 중에서도 승진할수록 낮아지고 고평가되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또 낮아지는 일. 영국과 미국에서 

철학과 교수들의 성비는 4:1 정도. 


이 문제에 대해 오래 관심을 가져왔다는 영국 철학자 David Papineau가 최근 Times Literary Supplement에 이 주제로 기고했다고 하는데, 그 글이 웹에는 두 문단 정도 공개되어 있고 학교 도서관에서 구독하고 있지 않아서 읽지 못했다. 그가 출연해 자기 글에 대해 얘기하긴 해서, 그로 짐작하는 바로는 "철학에 여자가 적은 건, 마치 당구계에 여자가 적은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 "snookered"란 표현을 쓰는데, snooker는 당구의 일종이라고. 당구도 흔한 당구면 이미 여자 플레이어들이 많은가 봄. 그래서 희귀한, 당구의 일종 정도 되어야 아직 여자 플레이어가 희귀할 수 있나 봄. 어쨌든 파피노는 "스누커의 100대 플레이어 중 여자는 한 사람도 없다. 그건, 이 경기에서 챔피언이 되기 위해 들여야할 시간과 노력이 여자들에겐 무가치하게 여겨지기 때문인데, 비슷하게 지금 철학과에서 하는 일들이 여자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 이런 얘길 한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혹은) 이보세요????? : 이러고 싶어질만한 말. 


미국 지리학의 어머니라는 엘렌 처칠 샘플. 그녀가 남자였다면 "지리학은 더 강한 학문이 되었을" 거라고 스탠포드 남자 지리학자가 말하던 걸 잠시 기억함. 철학도 그렇지 않을까? 엘렌 처칠 샘플 같은 철학자가 이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있을 것이다. 철학과 대학원들이 잃은 (저 에피에 따르면,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고 장래가 매우 촉망되던 여학생들 중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학생들이, 그들이 하고 싶었던 철학을 할 수 있었고 하고 있다면, 이 학제의 풍경이 바뀌고 있음이 보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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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엠팍 




댓글: 


와 표정ㄷㄷㄷ 잡아올 기세네ㅋㅋ





*웃다가 어이없고 ;;;;;;;;;; 기가 막히고. 

근데 정말, 잡아올 기세.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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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11-1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TV에서 봤습니다. 현빈 무서워서 잠 못잘듯 ㅠㅠ

몰리 2016-11-17 16:42   좋아요 0 | URL
거의 언제나 잡혀갔던 ;;;;; 거겠죠? 아이고. ;;;;;

syo 2016-11-1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건 진짜네요. 최순실이 시킨 게 아니라 진짜.

몰리 2016-11-17 20:33   좋아요 0 | URL
그녀가 가장 살아있던 순간. 정말 저런 *.* 표정이 나오기도 참, 저 분에게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잡아올 기세고.
 



이런 표시를 말로도 하는 언어가 영어말고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어지는 말은 인용임을, 인용부호를 붙여서 말로 할 수 있는 건 

영어의 매력에 속한다 생각하고 우리말에도 도입이 시급. 하다고도 생각한다. 


단어 하나, 짧은 구절일 땐 quote unquote, 혹은 quote endquote 쓰고 해당 단어 혹은 구절. 

한 문장 정도로 길어지면, quote (그 문장) endquote. 이렇게 쓰는 일이 대부분일텐데 

urbandictionary에 누군가가, 이것 제발 제대로 어법에 맞게 쓰라며 다음과 같이 정리해 올려 둠. 


----------------------------------------------------

If you currently use the term "quote unquote" (and especially if you do the finger thing) please stop it now. Don't feel bad. It's an understandable mistake because the idiots on Fox News say it all the time as does your boss at work, most probably. But read on... 

First of all, it should be QUOTE and ENDQUOTE. These are the official names for the double apostrophe symbols (") on your keyboard. Secondly, the proper syntax is to say QUOTE, followed by the phrase, closed by ENDQUOTE. 

CORRECT USAGE (spoken): What do you think of Bush's quote War on Terror endquote? 

means: What do you think of Bush's "War on Terror?" 

INCORRECT USAGE (spoken): What do you think of Bush's quote unquote War on Terror? 

means: What do you think of Bush's ""War on Terror? 

Get it? Good. But try to avoid saying it altogether. Using the phrase "so-called" is much more acceptable. Example: 
What do you think of Bush's so-called War on Terror?


(Incorrect but common usage) 
BOSS: Ok people, let's get proactive. This is a win-win situation. So give it 110% and quote unquote kick some ass! 
EMPLOYEE: Man, you're such a putz.



이 표현을 아예 쓰지 않는 게 좋겠고 이 표현을 쓰고 싶다면 so-called를 쓰라는 끝의 제안은 

하지만 바로 아래 자신의 예문에 의해 무효화된다. So give it 110% so-called kick some ass! : 이럴 수는 없지 않나. 


이 표현이 있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게 말의 남용, 오용을 지목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싶다. 

그보단 약하겠지만, 누구든 자기 말에 책임지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기사로 나온 정홍원씨의 말들이, 구구절절 quote, endquote. 그렇던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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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수업에선 수학교육이 주제였고 

에드워드 프렌켈의 이 책의 한 대목도 얘기했다. "서문"의 앞부분에 

미술에선 다빈치나 피카소 등 great masters들을 쉽게 접하는데, 왜 수학에선 그러지 않는가. 이런 얘기가 있다. 

만일 학교의 미술 시간에 울타리 페인트칠을 하는 게 전부라면, 졸업 후 "그걸 왜 내가 직접 해? 사람을 쓰면 되지"라 누구나 생각할 것인데, 수학 시간에 하는 일이 그 비슷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학의 거장들을 알게 하라. 


내가 조금 회의적인 말을 했다. 만일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수학에서 '거장들을 접함'이 학교 수업에서 일어난 적 없다면, 어디서나 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고통이게 (여기서 말하는 미술교육의 방식으로) 수행된다면, 그건 실은 그게 본질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 학생이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인간 역사는 사치의 확장의 역사였고 

수학이라는 사치 지적 즐거움, 그것도 확장되고 있고 그 경향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 문과 학생들에게도 '코딩'(수알못인 나는 모르는. 잘못 들었을 수도) 등 반드시 알아야 할 수학지식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에드워드 프렌켈 이미지 검색해 보면 

수업하는 (칠판 앞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데이빗 듀코브니의 퇴폐적 분위기를 조금 떠올리게 하는, 락커같은 풍모. 슬림핏 셔츠를 즐겨 입고 

실제로 슬림한. ;; 운동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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