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터다이크의 이 책에 크리스토폴 성인(Saint Christopher)에 대한 긴 논의가 있다. 

아틀라스 신화와 비교하면서, 아틀라스는 비정한 세계에 (세계의 힘에) 맞서는 궁극적으로 무력한 영웅, 크리스토폴은 신성과 인간성을 연결하는, 그 연결을 구현하는 영웅. 대강 이런 방향 논의. 크리스토폴은 여행자의 수호성인, 대강 이렇게만 알고 있다가 슬로터다이크가 하는 얘기들 보면서 감탄했었다. 그러다가 분도 출판사에서 성지순례 책자 구입하면서 사이트 검색하다 보니 이런 것이 있다. 






이태리 수입 성물. 크리스토폴 (*이렇게 표기하나 보았다) 성인 자석!  

여행자의 수호 성인이므로 차에 많이 부착하나 보았다. 나는 냉장고에 ;;;; 붙여두기 위해 구입. 

슬로터다이크의 책 읽지 않았다면 전혀 관심 없었을 것이다. 슬로터다이크가 하던 말들 보면서, 심오하고 매혹적이다 감탄한 다음 이런 성물이 있는 걸 보니 오 이건 사야해. 





이건 아직 사지 않았는데, 베네딕도 성인 촛대. 

이사한 집에서 책상 옆에 이어둘 테이블, 그 테이블 끄트머리에 이 촛대를 놓고 

밤에 수시로 초를 켠 다음 보고 있으면, 저절로 명상이 될 거 같다. 


슬로터다이크는 종교가 수행했던 면역적 힘을 매혹적이고 심오하게 말한다. 

그 자신은 무신론자고 종교가 주는 면역력은 진지하게는 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쪽이긴 하다. After God 아마 이 책에 실린 어느 글에서 약간 신경질적으로 "Newer Testament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New Testament가 복음이 될 수 있을 거 같니?" 기독교를 제대로, 완전히, 떠나야 함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든 말든. ; 나는 성인들의 전설, 성인들의 삶이 주는 영감, 힘, 정화력 등을 

소극적으로 찾기로 했다. 냉장고 자석과 촛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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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3-3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스러움과 에너지는 바로 곁에 있는거죠!

몰리 2021-04-01 02:30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래요!
이 주제로 뭔가 논문을 ;;;;; 써야 할 거 같아집니다!
 



마지막 교정본 보고 있는 페이퍼는

19년에 썼고 20년에 나오기를 기대했던 페이퍼다. 

20년에 나왔다면 삶이 달라..... 졌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늦게 나온다고 해서 아쉽지는 않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쉽게 썼고 재미있게 썼던 페이퍼. 

정말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보통은 초고 완성한 다음 여기 고치고 저기 고치고 어떤 대목은 오나전 다시 쓰고 

그러면서 그래도 페이퍼다운 페이퍼가 나올 텐데, 그 과정이 없었다. 타타탁 타닫다닥. 매일 일어나 앉아서 썼더니 얼마 후 페이퍼가 나왔다. 19년은, 어떻게든 빨리 논문을 많이 쓰고 이 인간 파괴의 현장 비정규직을 떠나야 한다가 삶을 장악했던 해. 그렇게 삶이 장악된다 한들 세 편 쓰기도 쉽지 않으니, 장악 없어도 되는 거 아니냐. ;;;; 아무튼 그랬던 해에, "오직 피로 쓰인 것만이 읽을 가치가 있다" 니체의 이 말 기준으로 한다면 피의 정반대는 무엇입니까. 침? ;;; 침으로 쓴 페이퍼. 


명망있는 곳은 아니지만 외국 학술지이기는 하고 무엇보다 

편집장이 내 글을 마음에 들어했다. ;;;;; 아무튼 그래서 발표가 늦어지긴 했지만 발표에 이르기까지도 

별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교정본 보고 고칠 대목 정리해서 (세 군데 정도가 다겠지만) 보내면 곧 발표될 것이다. 


그런데 이 페이퍼는 이런 것 백 편 써봐야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것. 2백년 뒤 누가 검색으로 어쩌다 이 페이퍼를 본다면 끝까지 읽지 않을 것이며 

아니 (그가 무엇이든 강박적으로 다 읽는 사람이 아닌 한) 한 페이지 이상 읽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검색"으로 찾아냈다 한들. 이 페이퍼는 누구의 심장도 흔들지 못할 것이다. ;;;; 니체가 이게 강단 철학의 묘비명이라고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에서 했던 말. 그것은 누구의 심장도 흔들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이것말고 지금 추가 작업 기다리는 다른 페이퍼는 

이것과는 좀 비교불가 더 좋은 글이다. 그러니까 이 둘 사이에 "질적인" ;;;; 차이가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게 된다. 


20년에 있은 어떤 일들이 더 좋은 글을 쓰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어떤 일들에 대해서 앞으로 적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다 "고생";;;으로 수렴되기는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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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3-30 0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길로 수렴되기는 하나, 그래도 그 여정 가운데 ˝잼났다는˝ 기억하나 있었으면 운 좋은거 아닌가요 ㅎ 수고많으셨어요!

몰리 2021-03-30 07:4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긴 해요! 지옥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
지옥의 한복판에 있는 고요한 해변, 아니면 놀이공원;;;;;;; 적어도 had a good time! 이었다는 건 은총. 은총;;;;. 대학원 시절 무슨 페이퍼에 그것은 ˝grace˝에 속한다, 어쩌고 하는 문장 썼다가 무신론자인 쌤이 그 문장 못 견뎌하던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아...;;;;
 





알라딘 서재의 달인으로 받았던 다이어리들. 네 권이 있는데 그 중 세 권. 

이것들 다 잘 쓰지 못하고 있다가 (며칠 일기 써보고 중단) 20년엔 종이 일기를 썼고

그러면서 이것들도 재활용 시작되었다. 작업일지 같은 용도로 썼는데 (쓰는 글의 진척 상황, 참고할 것들에 대한 기록 등) 여러 권을 한꺼번에 쓰니 1년 동안 다 쓰지 못하고 올해도 이어서 쓰는 중. 오른쪽 분홍색("착한 소녀는 천국에 가고 나쁜 소녀는 어디든 간다" 다이어리)은 올초에 다 쓰긴 했다.남은 것들은 올해에도 이어 받아 쓰고 있다. 잘잘라 님이 구상한 일기장이 출시된다면 구입하여 이 용도로도 쓸 수 있을 거 같다. 쌓아놓고!  


일기도 일기지만 여기 기록해 둔 것들도 어느 정도 시간 지나고 다시 보면 

기특한 것들이 많다. 이런 걸 이렇게 적어두었네, 잘했다. 하게 되는 것들. 

"(....) 인지 부조화. 모두가 조금은 미치는 공간." : 이렇게 적어둔 거 보고 ;;;;;;; 내가 나의 어깨를 두드려 줌. 

저게 작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면, 일기 따로 작업 따로 그게 분리가 완벽히 될 수는 없다보니. 

작업하다가 삶의 비참으로 이행하고. 삶의 비참에서 작업이 나오고. 그렇게 가는 것. 


최종 교정을 봐야 할 페이퍼도 있는데 

앉아 있다 쓰러질 거 같은, 골골하게 허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 명랑해진다. 

아래와 같은 상태를 예비하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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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남 채널 보면서 

오오 저거 사야해. 했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이것.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여러 종류 나와 있고 가격이 10만원대 후반에서 거의 백만원까지던데 

그 중 특히 1인가구라면 저 루펜 제품이 '갓성비'라고. 이게 10만원대 후반. 유명한 전자제품 리뷰 채널, 노써치에서 

이것과 린나이, 또 어디 제품 같이 리뷰한 걸 보니 이것 우리를 구원하러 온 기계. 


다른 하나는 건식 반신욕기. 

어느 출연자의 집 안방에 이게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격하게 칭송했다. 그가 하던 말을 ㅎㅎㅎㅎ 옮겨 올 수가 

없는데 (거의 감탄사로, 느낌표의 폭발로 하던 말이라) 그걸 듣고 바로 설득되었다. 일단 이사해 보고 둘 공간이 있다면 

두겠다 족이 되었다. 


이사할 집엔 5분 거리에 시설 좋고 넓은 공원이 있고 

아마 한 30초 거리에 둘레길 입구가 있다. 그 둘레길이 새벽에도 걸을만한 길이면 둘레길을 걷겠고 

새벽엔 무섭겠다면 공원으로. 공원과 둘레길이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거, 이거 정말 너무 좋음. 

이사해 봐야 알겠지만, 책들을 보이게 정리할 공간이 있다는 게 분명 적지 않게 자극이 될 거 같다. 

읽고 싶지만 못 읽었던 책들이 ;;;; 아니 바로 집안에 갖고 있음에도 그랬던 책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는 저간의 사정. 


한 일주일 골골거렸다가 오늘 회복이 시작되었다. 

보약이란 이럴 때 먹는 거 아니냐. 몸이 허하다. 허리가 저절로 꺾이는 느낌이라 앉아 있기도 힘이 든다. 

팔이 후들거린다. (....)  몸이 허하고 팔이 후들거릴만 했다. 3월 동안 있은, 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이번 학기 끝으로 그만두겠다고 지금 있는 곳에 말해둔 다음이라서 

그 끝을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그 끝은 어떤 자유를 내게 줄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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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집 냉장고가 아니고 구글 이미지가 찾아준 것이다. 

우리집 냉장고 (25년쯤 된 것으로 예상) 문이 심하게 곡면이라 냉장고 자석이 붙어 있긴 하지만 

예쁘게 ㅎㅎㅎㅎ 붙어 있지 않는다. 이것도 뜻밖에 스트레스였었. 그걸 볼 때마다 나의 작은 일부가 죽음. 


떼어둘까 하다가 떼어서 어디 모아두면 어디 모아두었나 모를, 모르게 될 가능성. 

그냥 붙여 둠. 





피츠버그 교외에 있는 이 유명한 집, Falling Water 갔다가 샀던 기념품 냉장고 자석이 두 개 있는데 

이 자석은 다른 자석들보다 특히 더 좋다. 두꺼운 투명 사각 아크릴 아래에 이 집 겨울과 가을 사진이 있게 만든 자석. 

수정공 안의 미니어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자석. 


새 냉장고를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이 자석들 냉장고에 붙여 두고, 내 일부가 죽지 않으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며칠 검색한 결과 이사할 집에 적당하겠고 자석 붙여 두기도 좋겠고 마음에 드는 건 삼성, "블랙 캐비어" 요기서 나온 제품이었다. 삼성 불매해야 하는데? 어휴 엘지라고 다름? 그래도 엘지 사야함? 하이얼을 사라고?  


음식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서 차곡차곡 넣어두는 거 좋아하는 편이다. 

냉장고를 600리터 근방으로 작지 않은 거 사면, 밥 뿐만 아니라 찌개나 국도 냉동해서 채워둘 수 있을 거 같고 

냉장실에 과일도 멜론같은 건 한 번에 두 통씩 썰어 담아둘 수 있을 거 같다. 지금 냉장고도 (고장 나기 전에) 

꾸준히 그렇게 쓰긴 했다. 새 냉장고로는 매주 토요일마다 그렇게 채워넣고 일요일엔 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부엌일은 설거지만 하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사하기 전엔 

지금 완전 너무 집중 안됨. ; 

오늘도 진척을 예비할 뿐인 시간이 가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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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03-27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기서 냉장고자석 사왔어요^^

몰리 2021-03-27 17:03   좋아요 0 | URL
이 자석 보면 그 때 가던 그 숲길, Falling Water의 독특하던 내외부, 틀어주던 다큐멘터리. 생각이 납니다. 기념품 역할을 실제로 하는 자석. 앞으로 좋은 날들이 있어 좋은 곳에 좋은 이들과 아니면 혼자라도 유람; 가고 해야 할텐데요. 아 정말 간절히 그럴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유부만두 2021-03-27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다시 그 추억의 장소들에 다시 가실 수 있기를! (저도 그럴 수 있기를!)

우선 든든한 새 냉장고 선택 잘 하시고, 또 이사도 잘 하세요!

몰리 2021-03-28 07:00   좋아요 1 | URL
네네. 우리 수퍼 시니어가 되어.... 가도록 해요! ;;; 중년부터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