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읽은 책 중 이것도 많이 감탄했던 책이다. 

번역 나와 있던데 번역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지만 

영어로는 저 위에 "a lively and amusing account" 정말 그렇다. 

재미없지 않을까.... 였다가 깜놀의 반복이었다. 아니 이 장르의 규칙을 위배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재미있으면? 게다가 쓸데없이 고퀄인 거 아닙니까.  


하여튼 그래서 해롤드 쇤버그, 그의 책들을 더 사들였다. 

위대한 작곡가들. 위대한 지휘자들. 그리고 '비르투오소'들을 주제로 한 책이 있다. virtuoso. 복수형, virtuosi. 

이중 <위대한 작곡가들>을 옆에 두고 조금씩 보는데, 이건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남성우월주의, 여성혐오, 이것이 분명히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은, 누가 한국어로 이 정도 되는 책을 써야 합니다.... 같은 생각이 여러 번 들었었다. 

그 점에 대해, 쇤버그가 영어 문장의 '비르투오소' 급이라는 점에 대해, 많은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니까 문장의 거장이란 뭐냐. 


그런데 <위대한 작곡가들>은, 여기도 여러 미덕이 있긴 하지만 악덕도 만만찮은 느낑미라 

.......... 이 느낌 <위대한 피아니스트들>로 소급하여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을 다시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있는 중. 



중요한 얘기가 아니면 할 수 없게 됨이 나이듬과 함께 오는 해방이라고 포스팅하고 나서 

이 무슨 그 누구의 관심도 아닐 가장 사소한 '느낌'에 열중하고 있음. 


아무튼.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다음에 Counterpoint를 읽었던 것인데 

그러니까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이 책에 했던 감탄이 Counterpoint에서 증폭했던 것이기도 하다. 

누가 한국어로 이 정도 되는 책을 써야 합니다. : 아주 강력히 그랬다. 음악과 삶에 대해 나오는 논의의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낮지는 않다..........) 개인성, 주체성, 강한 자아, 이것의 면에서. 

개인성, 주체성, 강한 자아. 이것의 면에서 특히 놀라운 책들이 꾸준히 나온다면 

일상에서 협잡이, 협잡으로 보일 것이다. (.............) 고 생각했다. 그렇든 아니든 어쨌든 

회고록의 시대...... 열리기를 기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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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년이 마지막이다. 이 1년이 끝이어야 한다. 

연초에 했던 다짐이다. 다른 삶을 (ㅎㅎㅎㅎㅎ 웃지 않을 수 없다. 하여튼 인생이란... 웃으려 들면 다 웃을 수 있...) 

시작하게 할 준비를 끝낼 시한. 


막 아주 잘되는 건 아니어도 되어가는 중이다. 

이게, 그러니까 페이퍼가 써지고 어느 정도는 내 마음에 들기도 한다는 게 자체로 

주는 엄청난 안도감이 있다. 내가 그냥 당한 것만은 아님을 아는 것도 그 안도감에 포함되는데 

그건 기억할 때마다 어김없이 어처구니 없는 하나가 이것이라서. 비정규직 교원에게 페이퍼 쓸 수 없게 하는 걸 

당연히 여기던 이들. 무슨 대학이 이럼? 흔히 대학이 이렇다면, 한국에서는 대학을 나와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대학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되는 거 아니냐. 논문은 네 의무도 아닌데 네가 왜 논문을 쓰냐, 논문을 안써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한국의 삶이 

아직 해명되지 않은 지옥일지 

그냥 ..... 나는 압니다. 심정되기도 한다.  




아 그러나 6월이 다 가는 소리. 

to make life important. 다시 한 번 더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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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Six Feet Under 명대사로 이것 포스팅했던 거 같다. 

다시 보아도 와닿는다. 


- 왜 사람이 죽어야 해? 

- (....) 그래야 인생이 소중해지니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매일을 가치있게 해야 해. 


- Why do people have to die? 

- (....) To make life important. None of us know how long we've got, which is why we have to make 

each day matter.




몇 년 전부터는 여기서 이 두 사람 대화처럼 대화할 수 없다면 대화하지 않는 것이 낫다 같은 

생각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트레이시는 피셔 장례식장 고객이다. 그녀를 아끼고 사랑한 유일한 인물 그녀의 이모가 죽으면서 이모 장례식을 피셔 장례식장에서 치르기로 하여. 상심한 고객과 대화할 때 네이트의 저 진실함을 보라...... 고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네이트에게, 그가 몰랐던 장의업 소질이 있었던 거라고. 


실제로 중요한 얘기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게 몇 년 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중요한 얘기를 할 수 없다면 머리가 아파진다거나. 

중요한 얘기를 할 수 없으면서 계속 얘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거나. 


이게 사실 나는 

나이 들면서 오는 해방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부질없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 가지 않게 되기. 

부질없는 것들이 늘어가기. 마음 가는 일들이 제한적이게 되기. 


하 어쨌든. To make life important. 이 네 단어. 매일 명상할 가치가 있는 네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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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미국 abc에서 하던 시사 프로그램 20/20. 이젠 안하지 않나 했으나 지금 찾아보니 지금도 하는 방송이다. 

저 방송 꽤 자주 보던 시절 있었다. 유튜브로 본 게 아닌데 뭘로 봤는진. 대학원 시절인가. 


아무튼 올해가 그 2020. Twenty twenty. 

믿기지 않던 숫자. 지금도 어쩌다 조금 놀란다. 2020이라고? 2019가 1년 전이야? 2018은? 

어디로 갔는가 2010년대는. 2009년은? (......) What the fuck is going on? 


2020년 상반기. 오는 걸 막을 수 없어 좌절감 들던 2020년이 이미 반이 지나간 게 되는 이 시점에서 

2020년 상반기. 하여튼 이 6개월 동안 음악책들 많이 사들였다. 그 중 위의 책도 있다.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면 나는 작가가 되었을 것." 굴드의 말.   

그가 글쓰기를, 말로 (말로만) 할 수 있는 어떤 일들을, 얼마나 즐겼나는 그의 글 조금만 보아도 

실감하게 된다. 음악학자, 음악비평가, 음악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이들에게 굴드가 쓴 글들은 

때로 찬탄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더 많이, 경악스러운 것이었다고 한다. 어디서도 합의를 

찾지 못할 기이한 관점들 + 자기탐닉적 말장난들. 그러나 그런 이유에서 그들을 경악케 한 글들까지도  

지금 우리의 관심을 요구하며 읽을 가치가 있다...... 대략 이런 얘기 편집자 Tim Page가 하는데, 정말 그렇다. 


굴드가 아마 자폐증이었을 거라고 

Glenn Gould: The Ecstasy and Tragedy of Genius, 여기서 말하던데 

온전히 자기 집중, 자기 몰입, 그걸 하는 사람만 할 수 있을 거 같은 말들이 저 책에 있다. 저주는 축복이고 

축복이 저주고. 





 


"한 사람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의 삶이 필요하다." 

It takes a life to study a life. 이런 말을 앨런 워커가 그의 리스트 전기 서문에서 한다. 

이런 말에 담기는 진실은 적어도 마흔은 넘어야 아는 진실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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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플래티넘 회원 적립금 + 쿠폰 + 마일리지 + 독보적 적립금 

..... 해서 Counterpoint: A Memoir of Bach and Mourning 이 책 사겠다 계획 중이다. 


인터넷 시대고 바흐 악보를 예전처럼 꼭 종이책으로 살 필요가 없는데 

시카고에 갔을 때 악보 전문 서점 앞에서 발이 떼어지지 않았던 건 왜인가..... : 대강 이렇게 시작하는 

대목이 저 책에 있다. 그는 서점으로 들어갔고 악기를 메거나 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악보들을 넘겨 보는 

다수의 음악인, 음대생들 사이에서 묘한 흥분을 느낀다. 그리고 악보를 산다. 


그리고 그는 예전 열심히 피아노 칠 때 그랬듯이 그 악보와 함께, 그 악보 안에,  

이제 다시 한 번 더 열심히 공부하고 피아노 연습한다면 인생이 개조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천천히 꼼꼼히 해야 할 통달들을 해나간다면 

나와 나의 삶이 "newly tempered" 되어 나타날 수도 있어 (.....) : 그 희망을 이렇게 말한다. 


newly tempered. 

Well-Tempered Clavier, WTC로 약칭되기도 하는 "평균율". 물론 이것 인유하는 말장난인데 

그가 저 말을 쓸 때 얼마나 짜릿하게 들리는지, 좀 뭐랄까 상상 밖이다. 간단한 말장난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감격적입니까. tempered. 야금술이나 제철술에서 하는 제련, 단련. 그러니까 well-tempered는 "잘 단련된". 

newly tempered는 "새로이 단련된." 새로이 담금질된. 


다시 바흐에게 몰입하는 건 그에게 

"한평생에 걸친 나쁜 습관들"의 일거 교정이 될 기회이기도 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감격적으로 (그의 언어 감각이나, 감수성이 그렇다. 전면적 공감 일어나게 한다) 말하는 

대목들이 있다. 


어떤 대목에서는 

"나는 나쁜 책은 읽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말도 하는데 이 또한. 느낌표가 (무수한 느낌표가) 

폭발했던 대목. 꼭 어떤 나쁜 책들을 규탄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 이것 아닌가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어떤 책들은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이 되기 위함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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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6-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바흐의 <피아노 평균율> 이라는 제목의 피아노 교본을 배우면서도 평균율이라는 뜻을 몰랐는데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고 어려운 건 마찬가지네요. 심지어 저 다니던 대학교 앞에는 <평균율>이라는 이름의 카페도 있었어요. 카페 주인은 무슨 뜻으로 카페 이름을 저렇게 정했을까 궁금했었지요.

몰리 2020-06-21 20:09   좋아요 0 | URL
이것도 혹시 일제의 잔재? ㅎㅎㅎ 일까요? 일어를 그대로 쓴 걸까요? invention은 번역어가 있나 지금 사전 찾아보니 이건 없는 거 같네요?! 평균율. 그런데 어쩐지 멋진 말이긴 해요. 평균대 + 황금률. 같기도 하고.

8-90년대 대학가 카페들 이름. 한쪽에 엔디미온. 그 앞 골목엔 태백산맥. 더 앞으로 가면 장밋빛인생. 정말 ˝라떼는... 말이야˝ 이 말이 발음 유사성만이 아니라 그 시절 ‘원두커피‘ ‘블랙커피‘와 지금의 아메리카노, 라떼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