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구글 이미지나 아마존에서 바슐라르로 검색해 보는데 

조금 전 검색했다가, 저 노인의 아들이 올린 저 사진 보았다. 

"내 딸, 바슐라르,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그가 쓴 글 제목. 바슐라르 읽는 할아버지는 

바슐라르 만큼은 아니라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말, 얘길 많이 해주겠지.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에는 

(아마 이건 정신분석학자들 중에서도 멜라니 클라인을 향한 반박인?) 괜히 아무 잘못 없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부수는 

아이들에 대하여, "사물들의 비밀을 유린하려는" "무단침입의 호기심"은 인간에게 정녕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형을 파괴하는 아이에겐 시각적 수동성에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욕망이, 너머와 안쪽을 보려는 시선의 의지가 있다..... 같은 얘길 한다. 


이쯤 되면 

바슐라르가 모두의 할아버지여야 하지 않나?  





2004년, 영어권(미국)에서 유명하고 탑저널인 Critical Inquiry에서 

비평이론의 현황.. 을 주제로 특집호 낸 적이 있다. "아도르노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 같다"던 

한 문장이 기억에 남음. 미국에서 아도르노는 주류(엔 누가 속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런 게 있다 치고)였던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혀지거나 변방에 있게 될 인물은 아니라고 보겠다. 아도르노 연구자 옹호자들 중 똑똑한 사람들 많다. 


그런가 하면 바슐라르는 

그런 연구자, 옹호자를 미국에서는 갖지 못한 편이고 

(뉴욕주립대 출판부에서 올해 9월 재간한 입문서 Gaston Bachelard, 이 책 저자 로쉬 스미스나 

그를 번역도 하고 논문들도 여럿 쓴 메리 맥알리스터-존스 같은 분들이 있지만, 사실 이 분들도 

아도르노 주제로는 이미 수십 권은 나와 있을 깊이 있고 강력한 본격 연구서... 같은 걸 쓰진 않았으니까) 

앞으로도 오랫동안 주가가 오를 일은 없으실 분. 


그럼에도 아주 조금 달라지고 있기도 한 듯해서 

위의 책은 이것 역시 올해 9월 나온 바슐라르 주제 연구서. <바슐라르: 초현실의 철학>. 

도서관에 구입 신청해 두었다. 


*아마존에서 이 책 소개하는 문단 보면 

"프랑스에서 바슐라르는 towering presence. 영어권에선 little known." 이런 문장이 있다. 

영어권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는 할 수 없을 듯. 아 그 프랑스의, 개성 있던 과학철학자? : 이 정도(정도는) 아는 분들 많으심. 프랑스에서 바슐라르는, 널리 그렇지는 않더라도, 국보... 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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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r et songe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공기와 꿈. 이 책에  

놀라운 문장이 782개쯤 있다. 그 중 하나가 니체에게 공기라는 물질에 대해서. 


"니체에게, 공기가 우리 자유의 질료, 우리의 초인적 기쁨의 질료다. 

공기는 모종의 정복된 물질이며, 이는 니체적 기쁨이 정복된 인간적 기쁨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건 영어판에서 내가 번역한 것. 영어판 문장은 이렇다: 

"For Nietzsche, in fact, air is the very substance of our freedom, the substance of superhuman joy. 

Air is a kind of matter that has been mastered, just as Nietzschean joy is human joy that has been mastered." 


이학사의 한국어판에서는: 

"과연 니체에게 있어 공기는 우리 인간 자유의 질료, 위버멘쉬적 환희의 질료 바로 그 자체이다. 

니체적 환희가 초극된 인간의 환희이듯, 공기는 일종의 초극된 질료이다." 


불어판에서는: 

"En effet, pour Nietzsche, l’air est la substance même de notre liberté, la substance de la joie surhumaine. L’air est une sorte de matière surmontée comme la joie nietzschéenne est une joie humaine surmontée." 



영어판에서 "matter that has been mastered" 이 구절 별 생각없이 지나갔다가 

한국어판에서 "초극된 질료"라고 읽고 나서, 영어판의 master 이 동사 선택이 잘못이고 보기보다 중대한 

잘못이라 생각이 듬. 


"극복" 혹은 "초극." 

니체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 개념이 영어로는 거의 일관되게 overcome (overcoming)으로 번역된다. 

불어에서는 surmonter 이 동사가 그에 해당할 것 같다 짐작되고 


그 짐작이 맞다면, matter mastered, joy mastered, 이런 영어 번역은 

단어 하나의 선택만으로 바슐라르의 니체 읽기가 얼마나 탁월한지 알지 못하게 하는 번역. 


"니체에게 기쁨이란 인간적 기쁨의 극복/초극이듯이, 

니체에게 공기는, 물질의 극복/초극인 물질" : 바슐라르의 이 얘기는 (어쨌든 나한텐. 온리 노바디라서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일인) 

천재적이다. 


영어에는 surmount, 불어의 surmonter와 거의 똑같은 동사가 있고 

<공기와 꿈>의 "서론"에서는, 니체 세계의 탁월한 한 줄 요약으로 바슐라르가 밀로슈의 시 구절을 인용한다. 

"우월/탁월하므로, 그는 극복한다. Superior, he surmounts." 불어로는: Supérieur, il surmonte. 


참으로 탁월한 한 줄 요약이라 생각되고 

이 구절에서 surmonte를 surmounts로 번역했듯이 

위의 "초극된 질료" "초극된 기쁨"에서도 surmount 동사로 번역했다면 

master, 이 단어가 하고 있는 왜곡을 (지배한, 통달한. 내 것으로 삼아 소유한... 같은 의미) 피할 수 있었을 것임. 

overcome, 이 단어를 쓰고 역주를 붙였다면 더 좋았을 수도. "독어로는 --- 인 이 동사는 영어로는 overcome, 로 번역되고 불어에서는 surmonter를 쓰는데 이 문장에서 바슐라르는 중요한 니체적 어휘를 그대로 쓰면서 니체 세계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같은 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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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and truth nietzsch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한 민족의 삶 전체에, 그 민족이 가졌던 최고의 천재가 제시한 이미지가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반영되는 방식, 그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천재들은 대중의 산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졌던 힘을 대중이 보여준다. 


한 민족과 그들이 가졌던 천재 사이의 관계에, 이것 말고 무엇이 있는가? 


천재에서 천재로 이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리가 있고, 

이 다리가 한 민족의 진정하며 실제적인 "역사"를 이룬다. 그 외의 다른 모두가 열등한 재료로 흐릿하며 무한히 생산되는 변주에, 솜씨 없는 손이 그려내는 모사에 불과하다. 


- "철학자: 예술과 인식 사이의 투쟁에 대한 성찰" 



니체의 청년 시절 미완 원고들을 모아 번역한 저런 책도 있다. 최근에 입수. 

위의 글, "철학자: 예술과 인식 사이의 투쟁에 대한 성찰"은 일부 제외하고 니체 책들이 그렇듯이 

번호 붙인, 길어도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게 대부분인 단장들 모음. 72년의 공책이 출전이라고 하니 <비극의 탄생> 나오던 무렵, 28세. 


천재는 그의 민족(대중)의 산물이 아니지만, 대중이 그가 가졌던 힘을 보여준다. 

These geniuses are not the product of the masses, but the masses show their effects. 


이 문장, 맞지 않나? 

우리가 (어느 모로 보든) 무력한 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천재가 없었기 때문... 같은 생각이 들려고도 한다. 



*꼭 "천재"가 아니어도 (니체 기준으론 전혀 아니라도) 

드문 비범함으로 중요한 영감을 주는 인물. 예를 들면 조지 무어. 블룸스베리 그룹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 비슷한 역할을 했고, 그의 책 Principia Ethica는 이들에게 성서나 다름없었다고 하는 무어. 아마 케인스의 <두 회고록>일 것이다. 무어가 행사한 정신적 매혹, 영향에 대한 자세한 회상. 얘기를 하다 상대가 모호한 표현을 하면 "그게 무슨 뜻이지?"라 물으며 실제로 극히 고통을 겪는 것 같았다던가 (정확히 기억하고 싶은데, 이 정도만 기억 난다. 케인스의 이 책도 얼른 구해 두어야 할 책), 그런 면까지 그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한국엔 무어가 없고 

그래서 블룸스베리도 없다. 

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이지? 그것을 생각이라고 생각하나?"고 

............ 내가 반문. ;;;;;;;;;; 


keynes memoir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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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저 초록(보다 더 정확한 말이 있을 것 같다) 색 케임브리지판 Daybreak가 

찾아도 찾아도 안 보여서, 작파하고 그만 자라는 뜻인가... 


하다가 기억했다. 어젠가 책상 위에서 내 팔이 무엇인가 밀었고, 쿵 

꽤 육중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났었음을. 책상 뒤 먼지 구덩이 속에서 발굴. 


니체 책들 영어로 나온 모든 판본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영어 번역으로는 전부 갖고 있다. 청년기 노트 포함해서 유고, 시... 같은 것이 

영어로는 어 이런 게 있었네, 발견해서 갖추어 두면, 얼마 후 다른 데서 조금 다른 선집으로 나온 걸 발견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긴 한데, 그러니 이것들까지 친다면, 없다 해야할 것도 있을 수도. 독어판에서 니체의 시는 어떻게 취합되어 있나 모르겠지만 (없는 것 같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 포함 안된 게 맞다면 어쨌든 내용으로는 독어판 = 영어판, 되게 해두었음. 


ㅋㅋㅋㅋㅋㅋ 책은 다 있음. 


맨 위의 <선악을 넘어서> <도덕의 계보> 합본판은 

스탠포드에서 내는 니체 전집. 책 크기가 염가페이퍼백 크기. 

그런데 종이가 굉장히 좋고, 내용을 보면 ... 이들이 영어 결정판을 내기로 계획 작정했구나

그런 생각 든다. 스탠포드 같은 곳에서 그래야지... 같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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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gel reinterpretatio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대학원 시절 어느 날 
카우프만의 이 책 읽고 있다가 

"어머니가 빌려주셨던 어머니 책 <정신현상학>을 대신해 
이 책을 어머니께 드린다"던 헌사 읽고, 그리고 책 도입부에서 
소년 카우프만이 성장했던 극히 지적, 정신적, 철학적 분위기에 대한 회고를 읽고 나서 
난 안돼. 안되지. 난 아무 책도 없는 데서 자랐어. 지적 자극은 아예 없는 곳에서 성장했어. 지금부터 
해보았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애들 장난 이상이 될 리 없어. 

같은 좌절하다가 

How many books must a person read (reeeee-aa-d) 
before you call her (or him) a '학자'? 

라고 밥 딜런 가사 바꾸기를 한 다음 
혼자 웃다가, 꽤 미친 척 웃다가............ 기분 좋아졌던 하루가 있었다. 
이게 밥 딜런과 나의 전부. 



stephen king national book award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스티븐 킹의 전미도서상 수상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후보 (마침내 수상) 

이런 일에 격분하는 이들, 뜻밖에 극소수는 아닌 것 같던데 

그러게 여기에도, 끝과 시작... 그런 게 있는(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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