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집은 집도 집이지만 

마을의 풍경이 걸작이었다. 전남 무안. 

한국에 지평선이 없긴 왜 없어. 있어. tiny 해서 그렇지 있어. 

바다 바로 옆에 양파밭이 펼쳐지고 양파밭의 지평선이 있다. 황토 밭의 지평선. 

과연 한국의 곡창지대, 호남평야 나주평야의 위엄. 


이제 98%쯤 정리가 되었다. 내일 배송되는 책장 2개 조립하고 나서 거기 책 정리하면 거의 끝. 

책을 겹쳐서 꽂지 않으면서 둘 수 있는 공간에 마침내 있게 되었다. 겹쳐서 꽂지 않고 그러고도 여분의 공간이 있어서 새로 사는 책들은 거기 두기도 하고, 버릴 책은 버리면서, 어쨌든 느슨하고 투명하게 (다 나와 있게) 보관하기. 꼭 이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여분의 공간이 있을 거 같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책이 이제 다 바로 보이게 되었다. 책이 있어도 찾을 수 없고 볼 수 없던 세월을 몇 년 보내고 나니 이게 얼마나 좋은지. 다 바로 보인다는 게. 


"모든 고귀한 영혼들이 그러듯이, 조르주 상드도 가난에 매혹되었다."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에 저런 문장이 있다. 이것도 바로 이해될 수 없는 (바로 이해되었다면, 그 이해를 믿지 말아야 할) 문장이라 생각한다. 바슐라르 시학 그 전체가 어떻게 보면 "가난에 매혹되기" 프로젝트가 아닌가는 생각도 든다. <공간의 시학>에서 다루는 공간들이 어떤 공간들인가, 공간 체험의 무엇을 말하는가, 이걸 보기만 해도. 한 2년 안에 이 주제로도 페이퍼 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다. 


아 느느느느무 고단하다. 

.................. 서재 포스팅도 고단해서 못하겠는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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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5-28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월의 나무와 세월이 제거된 하얀 색이 의외로 잘 어울리네요^^

몰리 2021-05-29 20:05   좋아요 1 | URL
저 집 밤에 불가에 앉아 불멍하면서 조명 켜진 마당에서 나무 보고 있으면 쓸쓸하기도 하고 아... 좋기도 하고 그럴 거 같아요. 저거 보고 무안도 궁금해졌습니다. 바닷물도 연한 푸른색으로 좋고 모래와 소나무도 좋고. 넓게 펼쳐진 양파밭도 좋아보이고.

han22598 2021-05-29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y foot fall asleep...(다리가 자고 있어요ㅋㅋㅋㅋ...투척입니다). 고단함이 조금 가셨으면 합니다. ^^
이 황량한 지평선에 지금 천둥치고 비 왕창 쏟아지고 있습니다.

몰리 2021-05-29 20: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내가 만들 거야. 라고 아무거나 기억나는 대로, 그냥 말하기 위해, 말하고 싶어집니다. 아 정말 모아놓고 늘려가면서 다 계속 써야 돼요.

비 많이 올 때
비가 옆으로 (가로로) 오는 걸 넘어
물의 sheet를 형성하면서 가로로 오던 거 같은 날들이 있었어요. 확실히 아열대-열대성 폭우. 마치 공중에서 아주 얕은 시내들이 서로 격하게 엇갈리며 흐르던 거 같은. 정말 그럴 수 있나, 내가 내 눈으로 보았지만 그 때도 믿을 수 없었으니 지금 믿을 수 있는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어느 날 유튭의 어느 동영상이 열대 지역에서는 비가 정말 그러기도 한다고 알려줌. 다시 살고 싶은 날 중 그렇게 비오던 어느 날도 있어요 ㅜㅜ

2021-06-01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1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2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2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3 07: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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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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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4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05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사한 다음의 발견 중 혼술 채널 있다. 

30대 여자 혼술 채널의 삼인방이 있는 거 같던데 

윤숙희 혼술하는 여자, 정개굴 Drink with Gaegul, 세라는 술말려. 

경악 + 리스펙이 뒤범벅되는 심정으로 보았따. 나도 한때 술 좀 마셨. 아니었나. 

그러나 가장 잘 마시던 시절의 나도 이들 앞에선. 이 채널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점심 반주, 김치찌개에 진로로 반주,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청년들도 있다고 하면 

그런 이들이 어디 있기야 하겠지만 이상한 게 맞지, 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을 보고 나서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나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 저게 맞지만 저게 어렵고 드물어서 (모든 탁월함이 그렇듯이) 우리는 겨우 밥만 먹을 뿐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 전 업로드된 윤숙희 채널에서는 조개구이에 진로 세 병을 마시던가, 그런데 조개구이가 갑자기 너무 맛있어 보여서 나는 조개를 검색했고 2인분 포장을 주문했다. 아이스박스에 담겨 우체국 택배로 오늘 오전 배송되었다. 조개 해감하는 법 검색하고 지금 소금물에 담가둔 상태다. 


조개 처리 전후로 무엇을 했느냐. 

거실에 "메인" 책장으로는 리바트 프렌즈 스틸을 설치했는데 (저렴한 편 가구 중에서 이게 제일 좋아 보였다. 지금 아주 마음에 드는 편이다. 이쁨. 올블랙 깔끔하다...) 4단, 5단 높이로 설치할 구석들이 있어서 거기 들어갈 책장을 하나 조립했고 40센티 너비의 구석에 놓을 공간박스 2개를 조립했고 그리고 또 철제 행거를 조립했다. 이만큼 하고 나서 밥 먹었는데, 지금 너무 피곤함. 조개 해감이 되고 나면 조개탕을 끓여서 저녁으로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려고 하는데 


혼술 채널의 영향으로 

소맥 말아 ;;;; 같이 먹고 싶어진다. 

저 채널들 보고 있으면 소맥이 가장 맛있는 술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러기 전에 2시에 나가서 땀 나게 걷고 들어와야겠다는 작정도 하게 된다. 

너무 피곤해서 무엇도 못하겠어서 (눕지도 못하겠고) 서재에 들어와 포스팅한다. 포스팅하다 보면 혼자 웃게도 되고 (무엇이든 셀프로 하다 보면.... 다 셀프로 하게 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갈 힘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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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5-31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술 반쯤(?) 끊었는데 ㅠㅠ 우어 ㅠㅠㅠ 안되겠다.. (홀린듯) 채널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ㅋㅋㅋ

몰리 2021-05-31 20:19   좋아요 1 | URL
이 처자들 멋지더라고요. ㅎㅎㅎㅎㅎ 막 술을 먹는데 멋짐. (사실 좀 말리고 싶...)
윤숙희 채널에서, 언니집 가서 언니 부부와 삼겹살에 소주 먹는 에피가 있는데 진짜 잘 드심. 셋이서 6병? 7병? 그런데 그 중 2/3 이상이 윤숙희님. 끝날 무렵 언니가 ˝또 마셔?˝ 외치시는데, 모든 술 많이 마신 적 있는 이들의 가슴에 사무칠 외침입니다. 잊히지 않을....
 



이사 얘기를 더 이어서 하자면. 

오전 8시에 시작하면 점심 시간 즈음 끝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싣기까지 한 시간, 이동에 한 시간, 정리에 한 시간. 세 시간에 한 시간 더하면 네 시간. 12시-1시면 이사완료. 아니겠? 아니었다. 싣기까지 세 시간이었. 짐 다 싸서 지금 집에 도착했을 때 점심 시간이었고 인부들이 "우리는 점심 먹고 바로 올테니 조금만 가디려라" 하고 사라졌을 때 지금 집 앞에 나 혼자 남겨짐. 잠시 후 묘하게도 (이런 우연의 일치가! 의 묘함) 중국집 배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 앞에 있던 오토바이에 타려 했고 내가 그를 보는 시선이 너무도 간절했는지 그가 먼저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실제로 중국집 배달원이었음. 

너무 목이 마른데 물도 포함해 짜장면을 바로 이 자리로 배달해 줄 수 있겠느냐. 

... 그는 '그럴 수 있고 말고 (너무 쉬움)' 식으로 답했다. 그리고 10분도 걸리지 않아 길 위의 내게 짜장면이 배달되었다. 


모르는 동네. 짜장면 받아 놓고 앉을 만한 구석을 찾아내 불편하게 먹었던 짜장면. 

지금 침이 고이려고 한다. 불편한데 술술 들어가던 짜장면. 술술 들어가던 양파, 단무지. 


그 날 저녁, 받아두었던 번호로 전화해서 볶음밥을 시켰고 

볶음밥 먹고 나서, 정리를 하기에는 힘이 없고 누워서 자기에는 흥분된 상태인 때. 

.... 이런 땐 맥주지. 어쩔 수 없다, 나는 맥주를 마셔야 한다. 결정한 다음 아직은 내 동네가 아님에도 내 동네 풍으로 나가서 레트로한 인근 수퍼에서 맥주를 샀다. 비오던 그 날. ㅋㅋㅋㅋㅋ 하튼 그 피곤하고 심란하고 또한 기쁘던 바로 그 날. 맥주 사와서 책상 앞에서 인터넷이 안되니 전화기로 이것저것 들으면서 맥주를 마셨는데


이 노래. 

이 노래도 잘 알지만 처음 듣는 노래처럼 들렸었다. 

이 노래가 기억하게 하는 방들을 선명하게 기억하면서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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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5-27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몰리님. 이 페이퍼는 영화같아요!

몰리 2021-05-28 12:46   좋아요 1 | URL
뭐랄까, <우묵배미의 사랑> 분위기가 있다 이 동네는....
같은 느낌이기도 했어요 저도!

scott 2021-05-28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인정 넘치는 중국집 배달원님 10분만에 모든 걸 완료하시는 ㅎㅎ
몰리님 비내리는 날에 이사 하시느 라 고생, 고생,,
그래도 이사가신 동네 분위기는 괜찮은듯!

몰리 2021-05-28 12:49   좋아요 1 | URL
아니 정말 배달원님이 ˝이 사람 구원이 필요하다˝ 같은 표정으로 절 보더라고요?! 아...;;;; 이 동네, 집값 싸고 서울에서 빈촌으로 꼽히는 동네인데, 신촌 연희동 이런 동네와는 뭔가 많이 다르다는 걸 매일 실감하는 중. 검정 비닐봉지 어디서나 쓰고 있고 (이건 좋은 게 아니겠...) 반찬가게에서 반찬 사면 직접 재배한 상추를 서비스로 주고. 맛있는 만두집이 있는데 진짜 진짜 집만두! 가격도 매우 저렴!
 



예전에도 좋았던 이사가 있었지. 그것에 대해 뭐라 쓴 것도 있었지. 

뭐라 다른 곳에 썼던 것을, 여기 서재에 옮겨 왔던 포스팅이 있다. 찾아보니 17년.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중독은 직접 대면하기엔 너무 고통스런 감정들을 승화시키는 방법.. 이랬나, 브렌다가 찾아갔던 섹스중독 전문 테라피스트의 말. 담배 중독에도 그런 면이 분명 있긴 한거같음. 몇년전 끊었을 때 처음에 맥주를 거의 매일 마셨는데, 이상하게도 끊기 전이었다면 어떻게 담배 없이 술을 마셔? 였겠지만, 끊고나자 술이라도 없었으면 담배없이 어떻게 견뎠을까. 중독은 중독으로 싸우는 거였군. 하하. 그럼서 즐겁게, 많이는 아니고 그러나 자주 맥주를 늘 짝으로 쟁여두고 마셨다. 사실 담배 끊고 어느 정도 지나면 미각이 살아나는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튼 덕분에 맥주가 더 맛있어진다. 하긴 거기선 맥주 자체가 맛있는 맥주였구나. 그게 더 맛있었으니 얼마나 맛있었을까. 한국오기전 아파트 계약기간이 끝나고 두달 동안 서브렛을 구해 살았었는데 서브렛 구한 아파트로 이사하던날 저녁 하이네켄 사서 냉장고에 넣고, 거실에 TV 연결하고 책과 기타 살림은 벽으로 밀거나 해서 다닐 통로만 만든 다음 테이블 위에 맥주 놓고, 김과 와사비 간장 놓고, Stand by Me 틀고 어둡게 전등 하나만 켠 다음 영화보면서 혼자 맥주 마셨었는데 그게 생애 최고의 술자리 중 하나였다. 그런 술자리를 가져보기 위하여 수시로 이사다니고 싶어질만큼. 막 이사를 끝낸 집이고 짐정리가 대강만 된 집의 어수선함 + 그래도 여기가 이제 내집이라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안주는 가장 간단해야하고 조명은 최소한이며 밤은 (바깥이나 안이나) 고요해야 한다. 그리고 맥주는 하이네켄이나 스텔라 아투아나 코로나. 서울이라면 '고요함'에서 탈락하기가 쉽겠구나. 금연 얘기 중이었지 참. 그 술자리가 최고의 술자리가 된데엔 당시의 내가 논-스모커였다는 것이 눈꼽만큼이라도 기여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담배 피우지 않는 것에 익숙해지면 담배 없이 술마시는 기쁨도 알게 된다고. 술! 술에만 집중할게! 이런 느낌이기도 하고. 천천히 알뜰하게 취해가는 것이죠. 



금연자로 술 마시고 싶어지면서 
흡연자로 술 마시던 중 찾아본 예전 글. 
흡연자인 현재 신세가 서글퍼서 울고 싶어짐. ;;; ㅜㅜ ;; 

그런데 저 날 저녁 정말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 집에선 초를 아예 쓰지 않는데 당시엔 초가 많이 있었다. 
초를 넣고 켜는 그릇들도 여럿 있었고, 녹색 파란색 유리로 된 아주 예쁜 것이 하나 있었음. 
그것에 초 넣어서 켜고, 하이네켄과 와사비 간장 마른김. 그리고 Stand by Me. 

Going to see a dead kid -- I don't think it should be a party. 
이런 대사에 목이 메이며 (그래서 맥주는 더 맛있어지고) 보던 시절이었다. 

(*여기까지가 17년의 포스팅). 

..................................... 


저 날 저녁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 저 정도라도 적어두었던 덕분의 생생함이겠.  


저기 적은 녹색 파란색 유리로 된 아주 예쁜 초 그릇. 이것도 바로 어제까지 썼던 것처럼 생생하다. 

오호 애재라. 너 바늘이여, 우리가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이런 감정을 말하는 "조침문"에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이, 이런 경험 때문이기도 할 것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면서 쓰던 것들. 내 삶에 빛을 주던 것들. 


어쩌다 깨뜨렸나는 기억나지 않는데 깨뜨렸던 기억은 난다. 깨뜨리지 않았다면 지금 옆에 있을 것이다. ㅎㅎㅎㅎ 아 하찮은 candle holder 따위에 이런 감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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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집이 원래 목욕탕이 있던 공간을 쪼개어 다세대 주택으로 만든 곳이었는데 

아마 그래서인가 좀 특이한 공간들이 있었다. 작은 광 같은 것도 있었고 (아주 작았지만 느낌은 옛날 촌집의 광 느낌. 허리 수그리고 들어가는 미니미니한 방이었) 창문이 있는 쪽 벽을 마주보는 넓은 기둥이 있어서 기둥과 벽 사이, 그 공간에 나무를 짜넣어서 만든 수납장이 있었다. 이 수납 공간을 책으로 채우고 살았다. 책이 있으면 뭐하냐 찾을 수가 없는데, 한탄 일으키던 책들이 거기 있던 책들. 이사하던 날 특히 욕먹은 게 그 공간이었다. 이게 뭐냐고. 그럴 만했다. 그 앞에도 책장이 있었다. 책장을 치우면 나타나는 책장...  


Philosophy in a new key. 얼마 전 궁금하다고 포스팅했던 책인데 

이 책도 이번에 발굴, 출토되었다. 이 책도 저 공간에 있던 책이다.

또 득템이 저 챈들러 전집. 오늘은 챈들러를 읽어야 하는 날인데, 전집이 집에 있어도 읽을 수 없다..... 꺼낼 수 없다, 하던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가버린 날들. 


지긋지긋했던 곳인데 (그럴 이유가 집이 좁다, 말고도 있었다. 괴랄한 집주인 포함) 이렇게 이 정도 적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예상 못한 감정이 든다. 그리움 비슷한. 그 집에서의 삶, 그 집에서 하던 일들이 갑자기 생생해짐. 그게 이렇게 쉽게 가버린 세월, 가버린 세계가 된다는 게, 슬프다 같은 느낌. 


어제 책장 배송하러 오신 분은 지식인 느낌이었다. 실제로 지식인일(이었을) 수도. 삶이 안 풀린. 

그 왜 미간을 찡그릴 때 그게 "사유" 이런 걸 하느라 찡그림인 사람. 하튼 그런 느낌인 분이었는데 

책장 배송되는 그 시각에 가구 하나가 더 배송될 예정이었고, 해서 전날 배송 관련 통화할 때 그 가구도 

같은 사다리차 쓰면 안되냐고 문의했더니 무슨 말이냐, 당연히 안되는 거라고 펄쩍 뛰더니 막상 다음 날 책장과 다른 가구와 사다리차가 다 모였을 때, 자기가 알아서 착착 진행시켜 줌. 사다리차 요금은 요즘 6만원이라고 한다. 6만원을 두 번 쓸 수도 있었으나 한 번 쓰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아낀 6만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도 온종일 책 정리를 했고 

좀 놀라는 중이다. 생각보다 더 많다. 그 좁은 집에 이 많은 책들이 어떻게 다 들어가 있었나. 

그러니까 실제로 12평은 그렇게 아주 좁은 공간은 아니었던 걸 수도. 거기서 인간이 확보한 공간이 6평 이하였던 걸 수도.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 보게 된다, 아직도 정리 안되어 쌓여 있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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