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매일 갔던 것도 아니고 

코로나 이후엔 학교에 거의 가지도 않았음에도 

토요일이 되면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하지만 본격적으론 토요일) 아 이제 자유다, 이런 느낌 있었다. 


야 정말 거의 가지도 않는 직장에 이렇게 느낀다면 

매일 가야 하는 직장이면 어떨 수도 있겠는가................ 이런 심정도 자주 됐었다. 


이제, 이게 얼마가 될까 모르겠지만 ㅎㅎㅎㅎ (혹시 영원히?) 직장 없이 살게 되는데 

그걸 실감했던 순간이 그런 순간인 것이다. 이제 매일이 (자유로움을 실감하던) 그 토요일이 되는 것이네. 




아 그 순수히 낭비였던 세월이여! 

........... (정말!) 


다른 삶을 잘 살아봅시다. ;;;; (아우 한 이십년 만에 소맥 말아 먹어보니 너무 빨리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 포스팅을 말이 되게 끝내기도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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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생긴 이 탁상용 선풍기. 

작년 여름 별로 덥지 않기도 했지만 에어컨 거의 틀지 않고 이 선풍기 하나로 충분히 시원하게 보냈다. 

8월이었나 거의 매일 비왔던 달이? 20년 여름은 별로 덥지 않았다는 것. 비가 거의 매일 오던 달이 있었다는 것. 

6월엔 개인적으로 알던 분은 아니지만 이충민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 이런 기억들이 남은 여름이다. 


지금 집에 에어컨이 없는데 

환기 아주 대박 잘되고 선풍기가 2개 있으므로 

여름이 걱정되지 않았었다. 창문 다 열어 놓으면 널어 놓은 빨래가 출렁거리고 펴 놓은 책장이 펄럭거리잖아. 

덥다 덥다 해도 32도까지는 선풍기로 충분히 시원한데 그에 보태 그냥도 바람이 무섭게 부는 집에서 무얼 걱정. 


그러나 본격 여름이 오자 바람이 불지 않거나 불어도 약하다. 

미니 선풍기 말고 다른 선풍기는 이것이다. 








예전 집에 이사하던 해 이거 사서 한두 해 쓴 다음 

좁은 집에서 발에 걸리는 게 너무 많아져서 미니 광 같던 공간에 넣어두고 쓰지 않았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야 이거 작동은 되냐..... 그 습한 광 안에서 몇 년을 푹푹 썩었는데) 발견. 재발견. 

아니 근데 이 선풍기 너무 좋은 것이었. 부채(fan)가 돌아가는 전통 선풍기 바람은 계속 쏘이면 얼얼해지지만 

이 선풍기 바람은 그렇지 않다. 뭐랄까 바람을 뭉쳐서 몽글몽글하게 만든 다음 내보내는 느낌인 것임. 자는 동안 내내 틀어놔도 아침에 얼얼한 느낌 없이 일어날 수 있다. 얼얼한 느낌이 없는 정도를 떠나, 바람의 부드러운 손길이 주었던 위로를, 행복을 기억하면서 일어날 수 있다.  


아 그런데 34도를 넘으면 

두 개 선풍기가 좌와 우 양쪽에서 열일해도 

............. 으으, 으으, 그만 더울 수 없겠니. 

내가 살아야 할 여름이 많지도 않을 수도 있는데 이번에 꼭 이래야 하겠니. 심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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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회고록 장르에서 어떤 괴작인가, 그것이 나왔던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했는가.. 

이런 얘길 오늘 들었다. 


메리 맥카시는 일찍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 맡겨지는데, 친척 집에서 경험한 학대,위선, 불행 등등 그 모두에 대해 이 책에서 

한편으론 날것 그대로 정직하게 고백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기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전부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 쓴다고. 


근데 나 이 책 있는 거 같은데? 있지는 않더라도 산 거 같은데? -- 읽지 않았어도 산 거 같은 책에 대한 불편한 기억. 이게 먼저 콕콕 찔러서 아마존 구매 기록 검색하니 산 적이 있는 책인 건 맞았다. 그러나 지금 집에 없는 거 같음. 




오래 전 어느 날 (이 책은 07년이다) 샀으나 지금 없는 책들. 

왜 없어졌나 알 수 없는 책들. 


그렇게 책들은 없어지지만, 그래도 어쨌든 

책들이 주는 즐거움만큼 확실하고 오래가는 즐거움은 없다는 것.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있는 한에서 

책들만큼 인생에 우리를 붙들 것도 없음에 대해서. (.....) ㅎㅎㅎㅎㅎ 더 이어서, 나중에 쓰겠... 

아효 네 캔 다 마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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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7-11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3캔이상 마시면 🤢하고 그래서 3이 매직 넘버에요. 취중글쓰기 자주 해주세요. 😊

몰리 2021-07-12 16:45   좋아요 0 | URL
저도 3, 아니면 2가 매직넘버였으면!
이사온 집이 예전 집보다 술 마시기 좋은 환경이라 많이 마시고 자주 마시게 되었는데, 아마 서재 글쓰기는 거의 언제나 취중에 하게 ㅜㅜ 되지 않을까는 두려움이 밀려듭니다. (비명).

유부만두 2021-07-12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은 걸로 네 캔인가요, 아니면 큰 오백 짜리 네 캔인가요? (우와?!)

책이 우리를 붙들어 준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린 책을 못 붙드는가 봐요. 책들이 자꾸 있다가 또 없어지고 (물리적으로도, 또 머릿속 기억에서도) 그럽니다. 눅눅한 월요일이네요. 잘 버티십시요. (저도 그럴라고요)

몰리 2021-07-12 16:49   좋아요 5 | URL
오백짜리에용. 750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합하면 2천!
예전에 잘 마시던 시절에 ˝너 한 7천 마시냐?˝ ˝몇 병 사야해 (너 때문에)?˝ 이런 대화가 있었던 것 기억하게 됩니다. 2캔이면 족할 때도 많았는데 이사하고 지금까지는 마시면 4캔 다 마시게 되네요.

뭐랄까 이제 점점,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이 좋으면 예전보다 더 밀착하면서 책 안으로 들어가 어느 정도는 내가 그 책을 쓰면서 읽는 거 같은? 그런 느낌 들기도 해요. 이게, 무엇이 나오든 너도 너의 글을/책을 써라.... 같은 신호이기도 한 거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쓰기도 시도하는 여름이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공쟝쟝 2021-07-14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캔...... 오오... 동지여............. !!!!!!!

몰리 2021-07-15 16:59   좋아요 1 | URL
근데 맥주 넘 배부르지 않? ;;;; 이거 나이 탓 하고 싶어지기도 한데 그보단, 소맥으로 갈아타기 위한 합리화의 시작이..... ㅜㅜ

공쟝쟝 2021-07-16 20:15   좋아요 1 | URL
그쵸 ㅋㅋㅋ 술집이라면 소맥이죠 ㅋㅋㅋ 근데 두캔은 양이 안차서 네캔 이미 따버린다구 ㅠㅠ 동지!
 






프랑스 혁명 너무 좋아가지고서는 (그러니까. 왜 그렇게 혁명과 관련한 모두에 다 끌렸나 모름) 

몇 년 동안 사들인 책들 적지 않은데, 이것도 있다. 


그러나 

조금 읽고 나서 갖고만 있다가 며칠 전 꺼내왔고 이번엔 밑줄 많이 치고 감탄도 많이 하면서 보고 있다. 


"루소의 가장 열정적 사도였던 이 청년 혁명가들. 이들은 덕에 (Virtue) 도취해 스스로를 소진했고, 오래 된 기억의 형태로 환멸이 찾아오기 전 서로를 학살했다. 공포는 (Terror) 학살된 청춘을, 이미 죽었으므로 불사가 된 청춘을 미화했다. (...)" 


이런 게 왜 이리 좋은 것이냐 이말임. 

거의 울면서 읽는다. 




이 책은 두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시작한다. 라파예트와 탈레랑. 

혁명사 덕질 하다보면 듣게 되는 이름들이지만 모호한 인상 정도 대강 알고 있던 인물들인데, 사이먼 샤마는 "니가 했던 게 덕질이기는 하냐" (......) 사람을 이해하려면 이 정도는 하라고, 진정 높은 기준 새로운 기준 보여준다. 


쓰고 욕 먹고 욕 먹는 걸 떠나 인생이 더, 더더 꼬이게 할 말일 거 같지만 

한국에 이 정도로, 이렇게 세밀하게, 이렇게 모든 면에서, 이렇게 자신이 그들에게 양가적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인물을 이해하는 사람은 (사학자든 사학자가 아니든)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 우리는 이런 이해를 해 보이는 사람을 본 적도 없. 누가 그렇게 이해하려 하면 누가 반드시 말을 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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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7-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많은 덕질이 있지요. 사실 제가 518 덕후였는데요.(누가 그런 덕질을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더랬죠)... 그런데 몰리님 혁명사 덕질이라니.... ㅋㅋ아앗!!ㅋㅋㅋ (어쩐지 내적 뿌듯함) 마지막 문장의 경우는 (전 한국의 역사적 인물들을 이해한다는 사람들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뭔가 뼈를 때리네요. 지겨운 진영 논리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 한 개인의 복잡함을 끌어안으면서도 역사를 짚는. 그런 글. 조금의 세월이 더 흘러야 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수월하게 단순하게 이해해버리고, 역사 따윈 잊고 지내기 바쁘므로.

몰리 2021-07-15 16:55   좋아요 1 | URL
사이먼 샤마 혁명사 책은 구체제와 왕정의 품위 회복이 목적인 책 같은데 (어떤 결말, 어떤 메시지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도입부는 조금 노골적으로, 혁명에 새로운 건 별로 없었고 반면 구체제에 이미 새로운 시대를 위한 변화의 징조들이 가득했고.... 루이 16세는 왕다운(?) 왕이었고 등등) 샤마가 현실에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보수적인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이런 접근에 거부감이나 역겨움이 전혀 들지를 않아요. 진영 논리를 벗어난다는 건 이런 것이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을 깊이 이해한다면, 아무리 깊이 보수적이어도 그 정신은 우리 모두를 위한 자산... ㅎㅎㅎㅎㅎㅎ 반면에 진보, 좌파를 내세우면서 (.... 이하 생략).

 




이 책은 한 5분의 1 남은 지점에서 갑자기 예쁜 얘기가 되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에릭이 비현실적으로 좋은 남자고 작가의 문장, 감성, 세계관 이런 것이 모범생의 것이었다 해도 예쁜 얘기는 아니었. 내게는, 새롭고 충격적인 (아주 작은 충격이지만 그래도 충격인. 고여 있던 물들을 미세하게 흔드는?) 대목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변함. 작가가 기운이 빠졌나 봄. 빨리 끝내고 싶어졌나 봄. 모두 화해하였더니 보기 좋았더라.... 로 끝날까봐 더 읽지 않고 덮어 둠. 


그래도 읽었던 부분에서, 앞으로 더 찾아보고 싶은 대목들이 있다.  

모두에게, 누구의 삶에나, 표현된다면 이렇게 소중해질 고통들이 있지......... ㅎㅎㅎㅎㅎ 대강 이런 생각 들던 대목들. 어느 시절, 어느 시대에든 글쓰기가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 

당장 갖고 싶은데 아마존에서 애타게 중고를 찾아 카트 담아 두고 카트에 담긴 걸로만 보고 있는 책. 내가 주문 버튼 클릭하기 전까지 아무도 사지 않기를 애타게 기원하면서. 그러니까 이제 적어도 올해 남은 시간 동안엔 대단위 (5권 이상, 6만원 이상) 책구매는 미친 척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직 미친 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라부아지에도 궁금한데 혁명 배경으로 라부아지에 (물론 혁명 배경이 아니기가 쉽지 않겠지만, 제목부터 그러듯이 명백히 표내면서 혁명 배경이라는 점) 그렇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반드시 가져야 할 책이겠는가. 


그럼에도 당장 사지 않고/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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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12 0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규모로는 사지 않겠다, 는 제 결심이기도 한데요, 그러다 한 두 권씩 배송오는 걸 보면, 아 이게 환경에는 더 나쁜 게 아닌가, 더해서 할인과 쿠폰도 못 쓰니 내 경제에도 손해 아닌가 싶더라고요. (마구 합리화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 ‘케미스트리‘는 끝에는 달콤한 이야기랍니까? 흠...

전 한동안 라부아지에 부인에 대해서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와 그 친정)가 남편에게 미친 경제적 또 혁명적 영향에 대해서, 또 그녀의 그림 공부에 대해서. 저 책 표지에서 남편의 달콤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부인이 잘려나간 게 좀 안타깝습니다만...

맥주와 함께 컴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몰리 2021-07-12 17:05   좋아요 1 | URL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바로 살 수 있는 삶. 배송비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두 권도 사지만 열 권도 살 수 있는 삶. ㅎㅎㅎㅎㅎ 이게 진짜 안정된 삶의 증거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이러면서 어떻게 그런 삶을 실현할 것인가 궁리를 열심히 해봤었어요. 실현되면 진짜 행복할 거 같. 나중에 죽으면 물려줄 사람도 없는데 (이것도 점점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들은 다 무자비하게 헌책방으로 가겠지....)

‘케미스트리‘는 어머니의 삶, 아버지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이것까지는 아주 좋은데), 부모와 자기 사이에 있던 갈등을 없던 일로 하려고 해요. 실제로 없던 일로 하면서 끝나면 많이 실망스러울 거 같아서, 저 시도가 일어나는 그 대목에서 갑자기 더 읽을 수가 없게 되었어요. ˝정뚝떨˝ 순간이었. ㅜㅜ 왜 그래, 왜 억지스럽게? 더 파고들어!

라부아지에 부인도 극히 흥미로운 인물일 듯!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에서는 조셉 프리슬리와 라부아지에 비교하면서 라부아지에가 얼마나 철저히 프랑스적 인물인가, 얼마나 이 점에서 프리슬리와 라부아지에는 아주 다른 두 사람이었나 이런 얘길 하는데, 그 ˝철저히 프랑스적˝ 요소들이 다 매혹적으로 들려요! 질서와 통일성, 스타일의 추구가 본능인 정신. 이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