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건축탐구 에피 중 

이혼하고 바느질로 (처음엔 친지, 친구들이 준 일감으로) 생계 꾸리면서 아이들 키우고 

4천만원 시골집 사서 개조한 분 얘기 있었다. 충남 부여던가? 집은 마을을 내려다보고 집 뒤엔 대나무 숲이 있는 촌집. 마을 사람들 사이에 돈 많은 남편이 주는 돈으로 마음 편히 취미 생활로 앤티크 수집하고 집 꾸미는 사람으로 말이 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런 소문은 반갑다, 왜냐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런 말도 하시던 분. 


그 분도 집을 참 잘 개조했던데 

무엇보다 별채와 본채를 이은 것도 마음에 들었었다. 

별채. 이것도 꿈의 공간. 별채 있는 집 살고 싶. 원래 별채이던 공간을 본채와 잇고 

분리된 별채를 추가로 만들고. 이러면 좋겠. 사실 시골집들 보면서 강하게 끌리는 요소가 이것이었다. 별채! 

"가난에 매혹되기"도 해야 하지만 그 가난은 필수인 호사를 ;;;; 포함하는 가난일 수도 있겠으므로, 별채! 별채를 원한다. 


필수인 호사, 혹은 낭비 중엔 

청소기 여러 개 두기도 있었다. 예전 집에서는 아침에 청소기 돌릴 때 집 전체를 돌렸다. 

한 지점에 서서 회전하면서 해도 될 ;;; 짐 많은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일부만 하고 싶더라도 그게 무의미. 

이게 아니라, 자는 방은 자기 전에 그 방만 따로 돌리고, 일어나서 책 있는 방으로 가면 그 방만 따로 돌리고........ 

아 그러면서 살고 싶다! 


저런 꿈이 있었다. 


해서, 이사하고 산 것 중 무선 청소기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다. 그래 이거지. 오늘 일을 앞두고 우선 이 방만 청소함. 

책장에 먼지 쌓인 거 같으면 바로 휙 돌림. 부분 청소를 내킬 때마다 하면서 살아감. 


필수인 호사가 아니라 그냥 필수인 것으로, 우리가 그것을 향한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으로  

창고가 있다. 나와있을 이유가 없지만 버릴 수도 없는 것들. 버릴 수가 없는데 다음 이사 때나 꺼낼 것들. 

그것들이 들어가 있을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지금 그게 없어서 ;;;;;; 

머리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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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캠퍼스 소설. 캠퍼스 소설의 거의 효시라는 거 같다. 

(20세기 전반에는 캠퍼스 소설이 쓰일 이유가 없었?) 


짐은 영국 시골 어느 대학 역사학과 강사. 중세사 전공. 

그의 강사직 재임용 권한, 그의 생계를 잇거나 끊을 권력이 역사학과의 웰치 교수에게 있다. 짐과 웰치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주로 그들의 대화 그리고 짐의 심리 추적으로, 전하는 게 소설 1장의 내용. 


짐과 마가렛 관계만이 아니고 짐과 웰치의 관계도 극히 세밀하게 제시된다. 

웰치는 어떤 인간이고 짐은 어느 정도까지 웰치에게 아부해야 하고 끝없이 고강도로 아부하면서 동시에 웰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고 있고 짐이 그의 의지에 반하여 해야 하는 아부는 그의 영혼을 잠식하고 하튼 이 모두를 극히 세밀히. 


이 소설은 웃긴 소설로 유명하고 

마틴 에이미스는 자기 친구 중 하나는 이 소설을 읽다가 하도 웃어서 웃다가 토하기까지 했다고 쓰기도 했다. 


웰치에게 아부질하면서 속으로 짐이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교수가 되었지? 생각하는 대목이 있는데 

"아무리 이(이런) 학교여도 어떻게 그가 교수가 되었는가" 쯤으로 길지 않게 한 문장 쓴다. 

근데 뜻밖에 웃기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 심정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인 웃김 같아서, 이게 왜 웃긴가 좀 생각해 보았는데 문맥 안에서 절묘하게 경제적으로 두 사람의 특징도 포착하고 두 사람이 속한 환경도 포착하고 그래서인가 정도로만. 이 문장만은 아니고 어이없이 웃게 하는 대목들이 줄을 잇긴 한다. 마틴 에이미스가 정리한 대로 "공격적으로 코믹한" 스타일. 공격적이어서 처음엔 얼떨떨하고 반복해 읽는다면 오히려 점점 더 웃겨지는 소설일 거 같음. 


<사람의 아들>에서 여성 인물은  

모두 단역이고, 어머니들 제외하면 다 전형적으로 여신-창부 유형. 

이것이 가장 교과서적 가장 순수한 여혐 아닌가 했다. 여기 그 정수가 있는 거 아닌가. 

이것은 얼마나 80년대이고 얼마나 이문열인가. 80년대에 어떤 여성 인물들이 문학에 있었나. 

사실 남자 인물들도 다 아주 얄팍하다. 


<럭키 짐>에서 마가렛은 

킹슬리 에이미스는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인물을? 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경험 아닌가? : 이런 생각 진지하게 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내가 그것을 몰랐더라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일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타락이 시작되었다.... 고 말해도 틀린 말 아닌 "그것"이 모두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가렛을 만들게 한 경험이 킹슬리 에이미스에게는 "그것"이었을 거 같다. 


저렇게 생각했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서 생각이 바뀜. 

이 소설에서는 남자 인물들도 비슷하게 비틀리고 그리고 다차원 인물들이다. 

이 정도로 예리하게 인간을 이해하고 기록한 작업에는 일단은 존경부터. 쪽으로 생각이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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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0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다가 토하는 소설이랑 웃다가 토하는 사람이랑 보기에 뭐가 더 웃길까요?? 🤔

몰리 2021-06-01 20: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전자.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웃는다는 관념에 극히 회의적인 입장들이 있는 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책이 하도 웃겨서 웃다가 토한다는 건 많이 과장스럽긴 해요. 마틴 에이미스 자신 이 얘길 빙빙 돌려서 하는데, 아마 그 때문일 듯. 그런가 하면, 진짜 어이가 사라지는 많은 대목들이 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 하게 되는.
 



버릴 책들도 보고 있는데 

어느 날 새벽 산책하다가 어느 집 앞에 나와 있길래 주워왔던 이 책도 "그래 이것. 이것부터.."이어서 펴서 보기 시작했다. 삼분의 일 정도 진입한 상태인데, 읽지 않았다면 가질 책은 아니겠으나 읽었다면 버릴 책도 아니겠. 정도로 평가 중이다. 


좋은 책이라 버릴 책이 아닌 것은 아니고 

.... 80년대에 우리는 이런 책을 읽었다, 이 정도가 80년대의 성취였다.... : 이걸 기억하고 싶다면 버릴 책이 아닌. 




이 책도 이사하면서 발견한 책이고 

책장 조립하고 청소하고 집 정리하고 등등의 와중 <사람의 아들>보다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은 54년 나온 책. 


이 책에 거의 처음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면모가 있는데, 주인공인 짐과 마가렛의 관계. 

마가렛은 짐을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짐을 이모저모로 조종하고 이용한다. 짐의 시점에서 마가렛이 어떤 '막장'인가 (인간성의 막장), 이걸 참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말한다. 여러 의미에서 사실적인데, 사실주의적으로 치밀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원래 여자들이란 흔히 이렇다'고 깔고 간다는 느낌에서도 그렇고, 나 이런 사람 알아 내지는 내가 바로 그녀였어 같은 실감 자극한다는 데서도 그렇고. 


이것은 여혐인가? 이런 책을 읽을 때 기준점으로 쓰기 위해, 여혐을 정의해 두어야겠다는 심란함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사람의 아들>을 읽으면, 여혐도 여혐 나름이라는 잡념이 드는데.....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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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탐방기 이 책에 

"그들은 진정 오늘이 그들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고 있었다" 이런 대목이 있다. 

많이 와닿던 말. "오늘만 사는 것처럼" 식으로 변용, 변조하지 말고 수시로 기억한다면 좋지 않을까 한다. 

바슐라르의 방식과는 다르지만 이것도 "가난에 매혹되기"와 연결될 것이다. 인간 조건으로서의 가난.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생각하기. 


동네에 조금 소문난 반찬가게가 있어서 반찬을 지금까지 세 번 샀는데

처음 두 번은 아저씨만 있을 때였고 세번째 갔을 때 아줌마들이 계셨다. 

그러니까 내가 이미 왔던 적이 있다는 걸 아줌마들이 아마 모르셨을 것인데, 이때 반찬 사서 나가는 나를 붙잡고 상추 가득 눌러 담긴 검정 봉지를 손에 쥐어주심. 


아. 이 상추를 먹기 위해 돼지고기를 주문해야 했고 

어제는 상추 한 대접과 돼지불고기 한 그릇을 놓고 저녁을 먹고 나서 

혼절했었다. 상추 = 수면제. 


연희동 사러가마트에서 산다면 만천원어치 정도 되는 양이다. 

오늘 저녁도 상추 한대접과 돼지불고기 한 그릇으로 해결했는데 

앞으로 두 번의 끼니를 이렇게 먹어야 사라질 양. 사러가마트는 유기농을 주로 파는 곳이라 특히 채소가 꽤 비싼 편이긴 했다. 그런데 반찬가게도 연희동과 지금 동네 사이에 차이가 크다. 나는 나물 종류 주로 사는데 (취나물 고사리 이런 거), 연희동에서 나물을 반찬가게에서 사면 고통스럽게 나누어 먹었다. 보통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정도 양이 3천원 근처. 3천원 근처인 반찬 네 개를 사면 만원 같은 할인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다 극소량이라 아주 빨리 사라졌었다. 지금 동네 반찬가게는 훨씬 저렴하다! 모듬 나물 이런 것도 있는데 5천원!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은행 지점이 집 바로 근처에는 없고 버스로 6 정거장 정도 거리에 있길래 

버스 타고 가보았는데 갔다가 오는 길에는 경로 일부를 걸었다. 가면서 본 가게 들러 봐야겠어서. 

연희동과 비교하면 무엇이든 더 싸고 무엇이든 더 많이 포장되어 있음에 뭐랄까 아 역시, 나름 부촌이라는 연희동과 지금 나의 동네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 동네 (동네를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지형이나 분위기가 

뭐 음침하다거나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라면 반대. 한국에서, 어디든 명당 아님? ;;;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함.

너무 좋은데? ;;;; 어디든 좋은가? ;;;; 같은. 아무튼 밝고 넓고 살기 좋은 동네. 


게다가 넓은 공원이 지척에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지. 요즘 넓은 공원이 지척에 없는 동네가 서울에 있냐? 반문이 있을 것이기도 하다. 90년대, 00년대 초와는 다르게 서울 어딜 가든 근처에 공원이 있는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이건, 적어도 연희동은 아니었다. 연희동도 "walkability"에서 상위에 들 동네긴 하지만 부잣집 마당 정도 크기 체육 공원이 연달아 여러 곳에 있지 넓고 시설 좋은 공원이 동네의 중심이 되는 동네는 아니었. 


하튼 이사 후의 행복엔 공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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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1 2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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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31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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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2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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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0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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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0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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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이사하고 찾은 책이다. 마틴 에이미스의 회고록. 

어린 시절 자기가 아버지에게 "아빠?"하고 말 걸면 킹슬리 에이미스가 "왜?" 하고 답할 때, 거기 어김없이 담겨 있던 짜증에 대해 말하는 걸로 시작한다. 킹슬리에 따르면 이 때의 "아빠?"는 잉여이고 그러므로 불필요했다. 그렇게 부를 수 있을 때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으며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암묵적이고 혹은 산만하든)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뜻이므로. 


그로부터 긴 세월 뒤 자기 아들이 자기에게 "아빠?" 해서 시작되었던 몇 대화들을 기록한다. 

그 중 이런 것도 있다. 


- 아빠. 

- 응? 

- 우리는 무슨 계급이야? 

(나는 딱딱하게 답한다). 

- 우리는 계급이 아니다. 우리는 계급과 무관하다. 

- 그럼 우리는 뭐야?  

- 우리는 뭐도 아니다. 우리는 그 모두의 바깥에 있다. 우리는 인텔리겐차다. 

- 아. (아들은 어조를 바꾸고 비꼬듯이 묻는다). 그럼 내가 지식인이야? 


저렇게 시작하여 두 아들이 아버지의 허세를 절묘하게 붕괴시키는 대화가 이어진다. 

"우리는 어느 계급도 아니다. 우리는 지식인이다": 아버지에게서 어린 시절 이런 말을 듣고 자라는 거 어떤 걸까 상상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특히 같은 업에 종사한다면 흔히 있게 되는 경쟁의 관계. 

이것이 자기와 킹슬리 사이에 없었던 것, 그래서 아버지와 불화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이 부자는 좀 특별한 사이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로 잘 이해했고 언제나 넘치게 사랑하면서 또한 남처럼 지낼 수도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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