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더워서 

속으로 울었다. 저녁 먹고 근처 새로 생긴 편의점 가서 

기네스 오리지널 사와서 마셨다. 맥주가 십년 전처럼 맛있다면 좋겠는데.  

세월이 흐름은 맥주가 덜 맛있어짐을 뜻한다. 자고 일어나서 에어컨 없이 버틸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은 며칠이나 남았다고 예보되나 보았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다음 주 중 이틀 더. 


오전 아홉 시에 이미 30도. 

18년엔 새벽 네시던가 세시던가에 30도이던 날도 있었지. 

그 때도 속으로 울었다. 그냥 오늘이 종말이라고 생각하시오. 매일 그러시오. 


30도, 한 33도까지도 밖에 나가서 나무 그늘 어느 정도 있는 곳이면 

그렇게 막 아주 덥지는 않다. 코로나 이전 (BC!) 시대, 35도 이상이 아니면 

나가서 돌아다니다 오는 일에 두려움 없었던 거 같다. 그 두려움 없음은 집에 있을 때의 안심이기도 했다. 

지금은... (AD!) 일단 30도 넘기 시작하면 집에서는 피부를 지지는 듯한 뜨거움. 

이게 그러니까 과장이긴 한데 또 매우 현실적인 느낌이다. 미세한 전기 철망을 매순간 통과하는 느낌. 

그리고 밖에 나가는 건 새벽에 캄캄할 때 아니면 그 자체로 결단을 요구함. 


리히터의 열정 소나타. 쉽게 지루해진다고 쓰고 나서, 사실 쓰면서도 '아니지 않나?' 했다가 

오늘 들어봄. 하 역시. 최고입니다. 얼른 좀 좋은 장비로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진다. 다 유튜브로 전화기로 듣고 

있으면서 뭐 어쩌고 하지 말아야겠. 


핑크 플로이드. 다 유튜브로 전화기로 아무리 들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핑크 플로이드. 

릴랙스 릴랙스 릴랙스. 


그래 이렇게 아무말 포스팅하면서 

더위와 공포를 잠시 잊는 하루를 보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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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전기 a world to win 이 제목은 <공산당 선언>이 출전이었던 것이었다. 

저 유명한 구절. 너희가 잃을 것은 사슬이요 얻을 것은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공산당 선언>에서 저 대목은 (그리고 앞의 "... 유령이 유럽") 알던 대목인데도 a world to win, 보고 

바로 연결하지 못함. (.....) 아 그것이었어. 


오늘 매우 힘들었다.  

방역활동 하시는 분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런, 타인의 고통 생각하기, 잘 안하는 인간임에도) 수시로 기억했던 날이다. 덥고 우울하고 공포스럽고. 


한 페이지라도 읽으면 그게 읽은 것이다. 

그렇다고 정하고 사두고 안 읽은 책 뽑아다 조금씩 본다. 

하여 아렌트 전기가 옆에 있게 되었다. 





For love of the world. 

아렌트의 세계 사랑과 맑스의 세계 획득 사이엔 아마 사상의 면에선 

심연이 있을 것이다. 아렌트가 맑스에게 한때 잠시 약간 우호적이었지만 그러니까 우호적이지 않았다...... 고 말한 걸로 기억되는 대목이 저 책의 긴 저자 서문에 있었던 거 같다. 


그렇든 아니든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주제다. 

사랑하기 위해 획득하기. 사랑하므로 획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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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길어지면서 생활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비가 와도 꾸준히 

1일 만보 걷기는 하고, 그 중 7천보 정도 아침에 속보로 걷기만 해도 하체가 달라진다 느끼기도 하고 

극히 더디긴 하지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죽 그러다가 이게 그러니까 7월 말 쯤부턴가 아무튼 (감각 상실) 

비가 많이 오면서 오래 오기도 하던 때부터, 모두가 바뀜.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바뀜. 걸으러 나가려면 결단이 필요하고 나가면 운동화가 다 젖고 돌아올 각오를 해야 하고 젖은 운동화를 빨아 탈수를 해도 이틀은 말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 읽고 쓰기를 아예 놓은 건 아니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의 압박 아래 있게 되고. 자려고 누워서 빗소리를 들으면 '이렇게 끝의 시작을 살고 있는 것이냐' '이 빗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 마지막으로 갔던 날이 총선 전날이었다. 그게 그러니까 지하철을 탔던 마지막 날이기도.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남자 노인이 앉으셨는데 아들로 짐작되는 젊은 목소리의 남자와 오래 통화를 했다. 바로 옆자리였으므로 젊은 목소리의 남자가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 거 같던 느낌. 


"before corona와 after the disease, 이제 BC와 AD는 그렇게 바뀐다고 하지 않니" : 이런 말씀을 하심. 

@.@ 아니 정말 눈이 휘둥그래지는 느낌이었다. after "the" disease 관사도 쓰시네요! 오오.... 


민주당의 완전한 승리를 위해 우리가 내일 6시까지 할 일은 무엇인가. 이게 그 아마도 부자 관계인 남자들의 통화 주제였었다. 젊은 목소리의 남자도 건성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겐 "(....) 아니 의무적 대화가 아니시군요...! 오오...." 그러니까 이 세상엔 총선 전망, 총선 의의, 우리가 살아갈 세계, 이런 것에 대해 오래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세대간" 통화를 하는 남자들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남자들을 지하철 아니면 어디서 만나겠니. 


앞으로 올 세계가 어떤 세계이든 돈, 건강, 행복 이런 걸 쉽게 말할 수 없는 세계일 거 같긴 하다. 

그런가 하면 동시에..... 내가 살면서 이런 걸 보게 되다니. 이걸 보았던 우리 세대는 그것만으로도 오래 기억되겠다.... 같은 일들이 있을 것으로 상상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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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만드는 이게 저거 같고 저게 이거 같은, 한 프로그램의 여러 카테고리인 건지

다른 프로그램인 게 맞는데 저렇게 다 똑같은 포맷인 건지 혼란스러운 "집 + 시골 + 자연 + 행복 (되찾은 행복)" 

주제 다큐멘터리들. 볼 때는 빠져서 재미있게 보는데 다시 보려고 찾으려면 찾기 힘들 때 많다. 일단 제목이 

기억이 안남. "--로 간 그들"? 간 그들. 이걸로 어찌 검색이 되겠니.  


다들 비슷하니 지역도 기억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난다 해도 그게 검색 키워드가 되기는 무리. 

아무튼 얼마 전 특히 재미있게 보았던 에피가 있는데 미대 동문(남편이 선배)인 노부부. 남편은 

담배 건조실이 있는 터를 (경북인가 전북인가 시골) 사서 담배 건조실은 손주들이 놀러 올 때 쓸 놀이방으로 

직접 개조했고 그 옆엔 자기 작업실을 만들었다. 그게 전공 쪽인 건 아닌데 목공예에 관심이 깊어져서 

주로 목공예 용도로 역시 직접 만든 작업실. 천정이 높고 입구가 따로 없는 (벽이 아예 없어서 마당이 그대로 보이는) 작업실. 아내에게 혼자 쓰는 작업실은 없는데 모자에 꽃 그림을 그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녀 역시 미적 자기표현을 하고 있음. 


그들이 만든 공간에 그들의 감각이 그대로 담겼다고 느껴졌었다. 

역시 미대 출신은 다르구나......... 영문과 출신이나 철학과 출신이라면 

담배 건조실을 개조하려다 철거했을 것이다. 작업실을 지으려다 세 채쯤 날릴 수도. 잘 안 지어져서. 잘 안되니까. 그래서 짓다 말았을 수도 있다. 모자에 그리려던 꽃 그림은 추상화가 됐겠지.   


그리고 두 사람이 보통 인연이 아니어 보였다. 서로 정말 좋아했구나. 

그런데 헤어질 위기가 여러 번 있었겠구나. (.....) 어쨌든 노년에 저런 부부는 드물지 않나. 


빈도림씨 부부 담양 라이프도 

좀 비슷한 느낌 준다. 그래서 저 미대 부부 동영상은 찾지 못하고 빈도림씨 부부 담양 라이프로.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노년에만 가능한 행복이 있을 거라 확신하게 된다. 

건강만이 아니라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긴 하겠지만, 어쨌든 돈보다 건강. 

젊어서는 도저히 할 수 없던 걸 할 수 있게 될 거 같다. 알 수 없던 걸 알 수 있게 될 거 같다.

"공부하는 삶" : 이걸 추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저것일 거 같다. 그런 삶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반드시 

네가 너 자신에게 놀라는 날이 올 것이다. 같은. wishful thinking? 올해는 the year of wishful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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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질라드. Leo Szilard. 

19세기말-20세기초 과학의 오지, 변방 헝가리에서 갑자기 출현했던 천재과학자들. 

화성인에 비유되었던 그들. (헝가리 출신은 어떤 외국어를 배우든 강한 액센트로 말하고 그래서 

헝가리 출신임을 속일 수 없다. 화성에서 온 이 과학자들은 헝가리인인 척하면서 외국에 살면 

진짜 헝가리 사람은 속이지 못하겠지만 그외 지구인들은 다 속일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은 화성에서 헝가리로 

왔다가 외국으로 갔다.......... 는 매우 억지스러운 이론). 그 "헝가리 재외교포 천재의 은하 galaxy of brilliant Hungarian expatriates"에 속했던 레오 질라드. 존 폰 노이만, 유진 위그너, 에드워드 텔러 등을 포함했던 그 은하. 


(*천재. 천재성. 그들의 강한 에고. 이것들에 대해 리처드 로즈가 관심이 많은 편이다. <원자탄 만들기>에는 

이 주제에 그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일화, 고찰들 많다.....)  


질라드에게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그 야망의 자양이 된 소설이 있는데 

H. G. 웰즈의 <세계 해방의 날 The World Set Free> (1913).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나치 독일에 맞서 

미국이 먼저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하고 있던 1940년초, 그는 루즈벨트를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논문을 쓴다. 그 논문에 그가 붙이는 최초의 각주, 번호를 0번으로 붙인 각주는 H. G. 웰즈의 저 소설을 출전으로 표시했다. 




실제로 웰즈 소설에서 인용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 논문 쓰게 한 영감의 출전을 밝혀야 함. H. G. 웰즈의 바로 그 (내가 수시로 떠들고 다닌) 소설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 같은 차원에서 붙이는 0번 주석. 당시 물리학 논문을 타자기로 어떻게 썼을까, 갑자기 당시 물리학자들이 이 점에서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수식과 도표 같은 것이 들어가는 부분은 여백으로 두었다 수기로 썼나. 햐튼. 질라드가 자기 최애 소설을 자기 이론 물리학, 그것도 극히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쓴 논문의 0번 주석으로 명시했다는 내용에 감명 비슷한 것 받게 된다. 


<원자탄 만들기>에 과학자들 논문이 다수 직접 인용되는데 

오토 프리쉬 같은 (영어가 외국어인. 그들이 영어로 직접 쓴 게 아니고 번역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부는, 쓰고 발표되는 그 시간 상의 긴박함을 보면, 그들이 직접 영어로 쓴 거 같다) 과학자들도 


말을 섬세하게 정확하게 쓴다. may, can, could, would, might, 이런 것들도 다 세심하게 쓴다. 

실험의 결과나 결과의 해석에 대해 말할 때도 그렇지만, 다른 그러니까 과학의 범위를 넘어가는 주제에 대해서도. 


아니 그게 당연히 전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들인데 말이 엉성하겠니? (....) 그렇기도 할텐데 

최애 소설을 0번 주석으로 달기. 그럴 수도 있는 세계이므로 그들의 과학 논문 언어가 정밀할 수도 있는 거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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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8-1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있는 물리학 주제라 저도 모르게 댓글 달게 됩니다. ^^;; <원자탄 만들기>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몰리 님 글 읽으며 시간 나는 대로 읽을 목록 1순위로 올리고 있습니다. 댓글 도배 죄송합니다. ㅎㅎ

몰리 2020-08-17 18:23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좋아요. 어떤 대목들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뜻밖의 교훈, 뜻밖의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저자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고 생각했던 사람일까 알겠다는 느낌에서 감탄하게 되는 대목도 많고요. 과학에 대한 경탄도 물론 하게 되고 20세기 역사에 대한 관심이 확 일기도 하고, 많은 일을 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