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즈음이면 설레죠. 오늘도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의 끝자락 몸을 챙겨봅니다. 일터의 흔적도 만만치가 않죠. 더욱 경계가 흐려지며 헌신의 강도도 경계가 없어집니다. 사적-공적의 경계를 무너뜨려야만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이 과연 무엇을 요구하는가?라는 물음표만 벼랑에 세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역으로 그 극단의 이해가 새로운 지평을 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빗줄기가 옅어지고 흩어지는 밤의 산책은 향기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숨결은 애틋하고 여운이 깊습니다. 하고자하는 생각들과 마음을 현실에 접붙이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것은 아닌가하고 우답을 해봅니다. 밤은 짙고, 지나는 택시로 잡힌 나는 보고싶은 이의 망에 걸려 소원함을 토로받고, 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합니다.
늘 봄
을 미리맞는 연습을 하다보니, 이제는 그 흔적이 몸에 인이 배여 미리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지에 매달린 빗방울로, 향긋한 나목은 벌써 봄으로 총총합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변곡의 지점은 정말 보고 느낄 것이 많습니다. 좋아하고 마음품고, 고민을 자라게 하는 이들과 함께함은 밤을 지치지 않게 합니다. 미력한 여운을 남기는 밤이지만, 아름다운 이들의 아회를 소중하다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밀린 좋아함과 애틋함이 녹고 스며드는 일상의 달콤함이란, 이른 봄에 맞는 듯합니다. 이렇게 달콤한 밤도. 좀더 현실의 겹눈이 자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5k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