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신이 각본을 쓴 코믹 대서사극이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정서웅 옮김, 민음사, 2003.


   파우스트는 크게 1권과 2권으로 나뉜다. 이 두 권의 나눔은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1권은 젊은 시절의 괴테가 2권은 노년의 괴테가 완성한 작품으로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창작 속의 인물이 아니라 전설 속의 인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16세기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라 한다. 마술과 점성술을 가지고 신학과 의학에도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범상치 않은 행동이 그를 전설 속의 인물로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이유로 파우스트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고 여러 형태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여기에 괴테도 동참한 것이다.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듯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악마와 계약을 맺는 이야기다. 계약의 내용, 조건이 무엇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괴테는 이 이야기를 1권은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 비극의 1부로 구성하고 2부는 비극의 제2부로서 5막으로 구성하여 전개시키고 있다. 괴테식 파우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이 버거움을 어떻게 할까.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나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식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의 작품해설을 삽입하고 있는데 주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 그렇군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처음에는 운문을 까닭없이 속독으로 읽었던 탓에 내용을 유리시켜버림으로 다시 정독하기를 반복했다. 상당히 사변적으로 느꼈다. 재미와 감탄도 아주 조금 했다. 아마도 지식이 풍부한 괴테였기에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집합되어 그들의 특징을 잘 살린 한편의 파노라마를 풀어냈겠지. 그저, 괴테가 만든 향연 속에 아는 학자 이름이 나오면 반갑네 할 여력밖에 없었다. 어쨌든 충분히 내게 놀라움을 주었다. 그러다가, 아주 우습게도 요런 형태의 복잡하고 많은 이들이 떠들어대는 희곡은 중학교 시절 학예회 시간에 아주 우습거나 재밌는 연극을 만들 때 썼던 컨셉인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희화화하기 위해 그때 내가 아는 인물들을 총동원하여 그들의 특징을 살려내어 극 속으로 끌어 들였다. 나는, 단순 재미였지만, 괴테는 그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고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니 진중하겠지. 그래서 그 진중이 무엇인지를 집중하고픈데, 잘못된 선입견이 코믹으로 읽으려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 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적절하고 놀라운 대사들이 끊임없이 흥미롭게 하기도 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비트는 대사, 또한 그러면서도 영적으로 울리는 대사들.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즐길 수 있었다. 

  파우스트는 한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 같은 내용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1부와 2부의 내용과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차가 있었다는 것을 알자 이해를 하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60년이라고 하던가. 같은 책을 붙들고 있었을 괴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그가 죽기 전까지 꼭 붙들고 완성하고픈 책이었다고 하니.

 희곡이기에 장면과 막이 등장한다. 지문도 등장한다. 그러나 대사는 운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정확한 움직임을 그려내기엔 조금 어려운 끊임없는 운문의 향연. 그 비유와 은유를 보다 보면 놀라운 문장들에 빠져 내용의 줄거리를 가끔 놓친다. 어라, 그 문장 속에 담긴 의미가 그것이었나. 운문이라고 빠르게 읽었던 탓에. 처음부터 줄거리와 의미를 파악하고 문장을 곱씹었다면 괜찮았으려나 싶다. 아무튼 나같은 독자를 제대로 낚으셨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 자신의 영혼을 팔고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이야기로 줄거리가 요약된다. 그 과정 속에 사랑, 욕망, 속죄, 구원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데 처음과 끝을 보고 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저 가련한 인간이었다. 신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파우스트가 백세에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았을 때엔 화려한 젊은 시절의 환락보다 인생무상을 느끼고 도덕적 가치를 더 우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나이들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면 인생의 그늘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고 좀더 가치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가. 신화속 등장인물과도 섞이고 과학자며 연금술 이야기들도 등장해 여하튼 재밌는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종교적인 색채도 강하다. 영혼의 구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끔 만든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시각은 얼마나 또 다르게 느껴질까.

  괴테의 시각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시작하자면 정리되지 않은 채 많은 말들이 막 나올 듯하다. 그래도 그냥,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기는 하다. 파우스트의 이해를 좀더 하기 위해 러시아 영화 파우스트를 봤지만, 잤다. 영화를 본 시간이 11시가 넘어서라는 오로지 시간 설정을 잘못하고 영화를 봤다는 한탄을 해보지만 역시 이유는 한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괴테의 파우스트 내용이 그대로이기를 빌었지만, 역시 감독이 재해석한 파우스트였다. 그래도 뼈대는 같으니, 다시 도전해 보겠다. 아침 11시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든 벼룩이든 명성이 필요한 걸 


 코끼리와 벼룩 -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

 찰스 핸디 저, 이종인 옮김, 생각의나무


  <코끼리와 벼룩>은 서문과 맺음말 이외 총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기업을 코끼리로 벼룩을 코끼리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피고용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저자는 코끼리의 삶에서 나와 벼룩의 삶으로 가는 여정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며 고용문화와 같은 변화된 사회환경,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코끼리의 삶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며 이러한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고 말한다.

  1부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년시절과 그 시절 자신이 받은 교육과 깨달음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의 생이란 과거와 뗄 수 없는 것이므로 그 시절의 경험이 밀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2부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의 변화를 설명하며 달라지는 기업환경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상황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일과 생활의 구획 짓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서이고 저자는 이 책 속에 자신의 기억과 편견을 뒤범벅하면서 아이디어와 사상이라고 할 것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훗날의 저서에서 아주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의 여러 가지 형태가 이미 그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중에 그게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자신의 견해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바꾼다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여전히 다루지만 새로운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통찰,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을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p277


   ‘솔직히 털어놓고 말해서 이 책은 기억과 편견의 뒤범벅이다’라고 저자 자신이 말했다. 나 역시도 동감한다. 이 책은 도대체 무언가 뒤범벅이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의 내용도 이제는 너무나 친숙해서 달달 외워 버릴 1인 기업가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을 낸 연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저자의 포트폴리오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놀라웁게 여겨졌겠지만, 알고 읽는 입장에선 내용의 전개가 산만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도 이야기한 것처럼 일과 개인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통찰, 예견하는 사회도 말하고 있다.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삶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늘어놓는데, 어떤 사회에 대한 통찰보다도 오히려 아내의 부추김으로 인해 그 생활을 하게 된 것이 강조된다. 이것은 저자의 배움과 통찰로 바라보며 보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로 여겨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아내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저자에게 이 인생을 결정하고 확신하고 이끌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로지 ‘아내’의 말이다. 전문적인 방법이나 통찰을 기대한 나에게 오로지 ‘나의 아내는 나와 달리 이것을 이렇게 말했다’라는 메시아적으로 언급하는 이 내용을 나는 얼마나 참고 읽어야 하는가.

 코끼리와 벼룩으로 조직과 개인을 비유하여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 코끼리와 벼룩의 삶에 대한 대비 역시도 명쾌하기보다는 왔다 갔다 정리가 되지 못한 모양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삶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인가?

  과거의 나가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오히려 이 부분도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 요소가 되었다. 읽기 시작해서 얼마 안 있어, 뭐야, 이거 자서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서도 얘기했듯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에 이 부분도 당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뭔가 핵심을 찔러 들어가는 식이 아니라 주변부를 맴맴 도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시원스럽게 와 닿지 않았다는 것. 물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흥미가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미 1인 기업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호기심이 당기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13년 전의 상황에서 억지로 읽는 것처럼 이 책을 읽어나갈 수는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제나 경영 분야의 책은, 시대의 흐름, 시간을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그 뿐만 아니어도 당대의 사회적인 분위기, 트렌드라는 것은 무시못할 요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리랜서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p319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명성, 명성, 명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랜서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오로지 명성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개인의 명성, 프로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런 형태의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 편하게 읽힌다는 장점은 물론 가지고 있지만, 딱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형태에서 제일 중요한 차별성은 명성있는 ‘찰스 핸디’가 썼다는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을 못해서 목적함수를 못찾고 있나?!



 

삶의 정도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하려면 ‘목적함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며 목적함수는 가야할 길을 위한 방향 설정이며 그 의지의 완성체라 말한다. 그리고 명확한 목적함수를 세우기 위해서는 ‘수단매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둘의 조화를 통해 비로소 삶의 정도를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복잡한 시대에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나, 욕망과 가치관도 혼란스러워진 이때에, 조직의 경영목표 또한 복잡한 이 시대에 ‘간결함’을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간결함을 추구하는 방법이 바로 수단매체와 목적함수이며, 이를 통해 삶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3부 12장의 구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1부는 수단매체에 대해, 2부는 목적함수에 대해 3부는 이 두 가지의 결합방법에 대해 저자가 추구하는 바대로 간결한 목차로 정리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복잡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복잡함에 얽매어 힘이 없다. 그래서 복잡한 것은 단순화 쪽으로 진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역사의 대세같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모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을 위해 저자가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은 특이하다. 그에 관한 철학책이라고 해야 할지 방법론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간결함을 추구하라고 말하듯이 책의 문장은 상당히 간결하다. 핵심을 찌르는 단문형태다. 가독성을 높여준다. 글의 분량도 매우 간결하다. 3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은 여러 소제목으로 나누고 있는데, 소제목의 내용 또한 한두 단락이다. 소제목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간결하다는 것, 문장 구성과 장의 구성의 간결함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글의 내용도 인문학과 물리학, 자연과학 등을 넘나든다. 이 속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끌어들이고 학자들의 어록들을 결합하고 있다. 한국의 ‘통섭의 대가’라는 명칭답게 저자는 자신이 공부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잘 결합한 글쓰기, 내용을 다루며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간간히 서술되고 있는 저자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조서현의 이야기. 그 시절 어떻게 가난을 인지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누나의 혼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돼지를 기른 이야기. 그리고 여러 전공의 공부를 하게 된 계기들. 이러한 자신의 일화들이 실화이기도 하기에 좀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간결함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내용이 이해될 정도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청소년용 백과사전을 읽는 듯했다. 또한, 저자의 통섭을 극대화하는 방안이기도 하겠지만, ‘나 여러 전공을 했소’라는 것이 너무 표면적으로 드러낸다는 느낌도.

 농심의 사례를 많이 들었네 했더니 농심 사외이사이고, 한두 개 맘에 들지 않는 사례의 연결성에 의구심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뭘까를 생각했다. 좋은 방법을 가지고 다양한 장점을 가진 형태로 글을 쓸 수 있음에도 좀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철학이라고 하기엔 저자의 지식의 나열느낌도 나고, 간간히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읊조리는데 도대체 이 책의 장르는 뭘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사실, 모든 책의 줄거리는 간결하다. 그 간결함을 제시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저자의 매우 간결한 메시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 자신도 복잡함보다는 간결성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이런 생각도 든다. 어쨌든 지극히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이리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해 놓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플하면 사과보다 먼저 생각나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1.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책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성격 까칠한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작가에게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스티브 잡스의 말로 전달하는 형태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스티브가 말한 사건들과 상황들을 해석해낸다. 

  스티브 개인의 생애와 그 과정에서 형성된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명성인 ‘애플사’에 관한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아무래도 이 책은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애플이라는 회사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그렇기에 애플의 창업과정 애플에서 개발한 다양한 상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회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스티브의 ‘일’과 관련되지 않은 개인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1장, 20장, 40장은 너무 안 맞는 말이지만 ‘인간적인’ 스티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이라서 흥미가 더 당겼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 타인의 가십같은 삶에 이야기에 슬쩍 빠지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부분이 스티브 잡스의 인생 전체를 조금 더 이해하라고 연결해주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잡스의 자서전이 아니라 잡스의 전기이다.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와 2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했고 어린 시절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스티브의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잡스와 관계된 100명이 넘은 이들을 인터뷰했다.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한 기록들을 모아 저자의 평을 곁들인 것이 이 책이다. 스티브의 아내는 장점뿐 아니라 결점에 대해서 정직하게 써달라고 부탁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장점보다는 결점이 수두룩하게(?) 보이는 잡스의 일대기였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일대기는 많은 이들이 쓰고 싶은 소재였고 스티브 잡스는 탐나는 이야기를 갖춘 인물이었기에 많은 작가들이 스티브 잡스의 인생 역정을 조명한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성격대로 불쾌함을 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직접 평소 친분이 있는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했다 한다. 스티브 잡스가 바란 것이 월터 아이작슨에게 조명된 자기 삶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도 저자는 너무나 덤덤하게 이 전기를 쓴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너무나 잘 묘사한 것을 떠나 적절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와 애플의 창업과정의 연대가 주축이 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마치 스티브 자신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처럼 세세한 내용들이 잘 포착되어 있다. 또한 그러한 일들이 스티브의 언어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각까지 전하고 있어 한 사건에 대한 여러 상황과 스티브의 ‘성격’에 관한 것까지를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 상당히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글을 썼다. 그러면서 교묘하게 저자의 의견을 드러내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형태로 글을 쓰고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저자의 상당하고 예리한 통찰력 덕분인 듯하다. 또한 저자가 문학을 전공하고 역사를 전공해서인지 그 두 가지의 흐름을 잘 버무린 듯하다. 문장 또한 담백하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버겁기는 했지만, 저자의 자료 조사와 적재 적소에 연결되는 다른 이들의 인터뷰는 참으로 훌륭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 중립을 유지하듯이 하며 저자의 시선이 놓이는 곳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어떤 형태로든 저자는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사람이었고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찬미하는 형태의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주관적일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와 사건들을 잘 버무려 놓았다. 간혹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전기는 조금은 영웅적인 형태로 묘사되거나 성격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좀더 속시원하게 스티브 잡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쭈욱~이렇게 장편 대서사시처럼 쓴다며 선뜻 책을 읽을 마음이 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 보면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 과정마다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상품을 기획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 그리고 출시되어 마케팅하는 과정, 성공인가 실패인가가 주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늘 스티브는 자기 성격대로 이끌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고, 스티브는 늘 지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고....반복적인 패턴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별로 반복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생애였고 성격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것을 매번 같은 패턴으로 이야기하기에 자칫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월터 아이작슨은 전문 전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초당파적 교육 및 정책 연구기관의 CEO이며 타임지의 편집장과 CNN CEO를 역임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전기 작가를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특히 그가 특정한 인물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데 매우 유용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만 해도 잡스와 관련된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쉽게 쉽게(?) 저자를 만나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 물론 그가 이 세계에 영향력 있는 작가였고 무언가 믿을 만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잡스의 전기를 통해 느낀 바 스티브는 매우 까다롭고 괴팍한 인물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써줄 사람으로 월터 아이작슨을 택했으니 말이다.

  참 희한하게도 전기를 읽는데 스티브보다 월터 아이작슨에게 관심이 더 쏠린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잘 전개했지? 인터뷰 대상에 몰입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얽히지도 않은 채 어떻게 글을 정리할까. 그것이 전기 작가로서의 역량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다른 전기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분명 그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스스로의 이름도 나에게 알리고 있었다. 게다가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분명 스티브에게서 나왔음에도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목소리로 연결되기 마련이니, 내가 스티브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저자의 시선과 같은 것일까? 상당한 관찰자적 시선과 제3의 시선으로 글을 써내려가려고 했던 것이 보인다. 글을 쓰는 과저에서 특히나 인터뷰를 하고 타인의 전기를 서술하는 과정에서의 전하는 이의 ‘감정전이’에 대한 부분을 깊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에선 이런 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영적인 비즈니스 Business as Unusual 

- 어떻게 자기 실현을 할 것인가

아니타 로딕 저, 이순주 옮김, 김영사


 기업가가 자신의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디샵의 탄생과 진행상황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의 기업 경영 방식 자체가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이야기 자체가 차별적이다. 어찌 보면 개인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바디샵을 소개하는 자서전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보다는 ‘바디샵’이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기업의 자서전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주제를 말한다.


p10 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라는 긴박한 사회적 요구에 더욱 열정을 가지게끔 하는 색다른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지뢰밭 사이로의 여행이었으며, 지뢰가 터질 때마다-마치 그것이 필요하기라도 했던 것처럼-우리가 세운 목표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상기할 수 있었다. 그 여행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p12 이 책은 성공적인 기업의 비개인적인 필요와 성공적인 기업가의 매우 개인적인 필요를 결합하려는 어느 한 개인의 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감당해야 할 엄청난 제약과 삶의 전반적인 완고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즈니스의 한계를 넓히고, 비즈니스의 언어를 바꾸며, 비즈니스를 긍정적인 변화의 힘이 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바디샵’이라는 기업의 운영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는 기업의 운영방식의 차별성이 이 책을 차별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일조한다. 이 책은 ‘기업’의 경영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철학과 종교적인 느낌이 부각된 책이다. 상품에 대한 소개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제시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단지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지고서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이념’을 가지고 ‘가치관’을 굳건히 가지고 실천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 그 이념과 가치관이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형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를 지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가의 기업 운영에 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수익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라기보다는 수익을 창출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기업의 운영철학이 더 내세워져 있다.

 아니타 로딕의 개인적 자서전이라고 하기에 그녀의 생애가 다 나온 것은 아니고 바디샵이라는 ‘개인’의 성장 이야기 같다. 그것이 이 사회에서 어떠한 생각을 품고 탄생하게 되었으며 그 생각을 더욱 더 공고히 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

 그녀 자신도 최고의 설득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 것처럼 재밌는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신념과 가치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게 되니까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선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종교적이고 도덕적이고 또한 선동적이기까지 한 이 책이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이 체험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용을 떠나 한 개인에 대한 인상이 더 남은 책이다. 그녀의 히피 기질이라거나 선동가적 기질이라거나. 또한 사회적 차별에 대하 분노하고 약자에 대해 공감하는 마음.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는 행동력까지. 조금씩 드러난 한 개인의 인생 여정이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져 흥미있게 또한 이상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비록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이야기로 풀어가더라도 말이다. 더구나 ‘경영’을 이야기하며 오로지 ‘기업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으로 이끌어 가기란 쉽지 않을 텐데도 그것을 잘 버무려 내고 있다.

 기업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사명’을 윤리적인 측면에 치중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적인’이란 말은 이미지상으로는 알겠는데 정확하게는 잡히지 않는 듯하다. 번역하면서 이 제목을 붙인 의도를 알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원제를 보니 원제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영적’이라는 말에서는 종교적인 측면의 느낌이 강하다. 이것은 종교적인 측면으로 부각되기 보다는 종교인이기에 가질 수 없는 측면의 느낌보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실제로 신념이나 이상이 실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내용이며 그 부분을 더 부각하고 있는 책이다. 본질적으로 이상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라’는 메시지를 더 받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을 더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풍성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아니타 로딕의 개인의 생각이 바디샵을 통해 발현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생각들이 또 다른 ‘기업’을 통해서도 확산되기를 바라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바디샵이 아니라 공동체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과 태도를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이념의 가치를 더욱 뒷받침할 수 있는 유명인들의 말들을 인용하고 있다. 그것처럼 자신과 같은 활동을 펴는 또 다른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첨가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