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 中 - 리버피닉스
예전에 리버피닉스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새 이름인 줄 알았다. phoenix가 원래 이집트에 사는 불사조라는 뜻이 있으니 river phoenix. 얼마나 근사한 이름인가. 나중에 요절한 젊은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호기심이 일어 이미지를 찾아 보았는데 과연 완벽한 젊은이였다. 마치 이완 맥그리거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키아누 리브스를 교묘하게 섞어 놓은듯한.
정부를 살해한 어머니 때문에 고아가 된 마이크(리버 피닉스 분)는 남색을 즐기는 남자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젊은이다. 그에게는 흔하지 않은 병이 있는데 긴장을 하게 되면 갑자기 잠으로 빠져 드는 수면 장애가 있다. 한편 거부인 아버지를 향한 반발로 거리를 떠돌게 된 스코트(키아누 리브스 분)는 이러한 마이크가 어머니를 찾는 것을 돕게 되고 두 사람은 우정을 넘어서 동성애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스코트는 로마에서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오토파이를 팔고 남은 돈을 쥐어주며 마이크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포틀랜드의 사창가로 돌아온 마이크는 지난날 두 사람이 의지했던 밥과 함께 지내게 되는데 어느 날 밥은 아버지가 죽고 재산을 물려받아 신사가 된 스코트에게 인사를 건넸다가 초라하게 외면 당한다. 이 충격으로 밥은 세상을 떠나고 스코트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뤄지는 반대편에서 밥의 초라한 장례식이 함께 치뤄진다. 마이크와 스코트는 서로를 바라보지만 두 사람은 이미 다른 길에 서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이크는 길 위에서 다시 잠이 들고 짐과 구두를 빼앗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이크가 불쌍해서 죽는 줄 알았다. 아, 나는 고작해야 이렇게 밖에 감상평을 못하겠다. 어머니도 없고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새파란 젊은이가 먹고 살 줄 아는 방법은 몸을 파는 것. 몸을 팔던 젊은이가 태어나서 처음 어머니 다음으로 애착을 느낀 상대는 제 또래의 젊은 남자. 그 남자에게 구걸하다시피 말을 건넨다. 난 돈을 받지 않고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어. 난 너를 사랑해. 돈은 안 내도 돼. 그러나 그 남자는 제 또래의 젊은 여자에게 떠나고 마이크는 다시 혼자 남겨진다. 어머니도 못 찾은 채로. 그리고는 밥을 먹기 위해서 다시 몸을 판다. 아, 이 조각처럼 아름답고 병든 사슴처럼 슬픈 남자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나는 지적이지 않은 채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남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잘 안다. 그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러한 남자를 사랑해 본 경험이 있고 시시때때로 내 안에서 모락모락 뿜어져 나오는 모성애를 느꼈다. 매우 위험한 남자였다. 그러나 영원히 크지 않은 채로 방황하는, 신발도 벗겨가고 짐도 빼앗아 갈지 모르는 적막한 길 위에서 혼자 웅크리고 잠들어 버리는, 그 대책 없음은 여자를 어머니로 키우고 모성애의 힘은 사랑보다 강하고 질긴 것이다.
이 영화는 리버 피닉스를 위한 영화다. 길 위에서 어머니를 찾아 방황하는 마이크의 모습은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 모두의 자화상일 수 있다. 밥은 죽어가면서 God를 외치고 마이크는 기면증으로 쓰러질 때마다 어머니를 본다. 스코트는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로 사회의 출발선에 선다. 우리는 의지할 대상을 그리워하며 인생에 던져지고 빈 손으로 길 위에 선다.
"나는 길의 감식가. 난 평생 길들을 맛보며 살아갈 것이다.
이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고 틀림없이 이 길로 온 세상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