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권을 둘러싼 음모가 난무하는 가운데.. 왕과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
제목에서 '해'는 바로 왕이고, '달'은 왕이 그 여인에게 붙여준 이름..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의 중심축은 온전히 왕이다.
권세를 누리는 외척에 맞서 왕권을 지켜내고, 결국엔 그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왕의 뛰어난 활약들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세자빈이 될 뻔했다가 음모에 의해 밀려난 여주인공 연우가 있고..
연우를 짝사랑하지만 영원히 왕의 무사여야 하는 운검이 있고..
세자시절부터 연우를 품어오지만 좌절해야만 했던 왕, 이훤이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은만큼, 작가는 고증도 철저히 한 듯 싶다.
공주에게는 '마마'라는 호칭이 아니라 '자가'라는 호칭이 붙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한시로 대화하는 그들 사이에서 마치 나 또한 유유자적하는 선비가 된 느낌이었다.
대사들도 어찌나 고운지...
"너에게 받아가는 저 달에,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묶어두겠노라."
"하오면.. 소녀 또한 정표를 청해도 되올는지요."
"무엇이든 말하라. 다 들어주겠노라."
"청컨대 오늘 밤의 짧은 기억을 베어서 주시옵소서."
"베어서 두고가면...... 너는 나의 기억까지 품겠다는 말이더냐?"
자신을 잊어달라는 얘기를 기억을 베어달라는 걸로 표현했다.
"그분을 이리로 인도한 촉촉한 보슬비가 풀 위에 쉬다가, 땅 위에 쉬다가, 바람결에 묻혀 쉬다가
그분의 도포 자락이 스칠때마다 어복에 스며들고, 어혜에 스며들고, 어립에 스며들어
행궁까지 내 마음을 실어 배웅할 것이니........"
떠나가는 왕의 뒷모습을 보며 하는 연우의 독백이다..
두 권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남녀간의 애타게 밀고당기는 그 무언가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