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저를 책 읽기의 짜릿한 엑스터시로 끌고 갔던 것들만 골랐습니다. 이름하여 Top 10, 그리고 '한 권의 최고'.

 2019년에는 권수로 209권, 편수로 188편을 읽었습니다. 이 가운데서 ‘예전에 읽은 명작 다시읽기’로 선택한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개선문>, 디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래 먼저 40편의 작품을 선택하고 이 가운데 열한 편을 다시 추려서 Top 10과 최고의 한 권을 선정했습니다.

  40편의 목록은 글 마지막에 첨부했습니다. 모두 훌륭한 작품으로 이 가운데서 또 추리는 일이 참 아쉬웠으니, 대표적인 예가 미셸 오스트의 <밤의 노예>, 베시 헤드의 <권력의 문제>, 엔리케 빌라-마따스의 <바틀비와 바틀비들>, 캐서린 앤 포터스의 단편집 <캐서린 앤 포터스>,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아래 욕망>, 천상병의 <천상병 시선>, 레이날도 아레스의 <현란한 세상>, 루쥔의 <여름의 기억>, 루이스 마르틴 산토스의 <침묵의 시간>,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제 소개하겠습니다. 순서는 책 읽은 날짜순입니다.

 

 

 

 

 


1. 치누아 아체베, <사바나의 개미 언덕>

 

 아체베의 아프리카 3부작과 잘 어울리는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아체베의 땅 아프리카에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이 찾아온다. 그리고 백인들의 편의에 의해 직선으로 그어진 국경선. 오직 정치적 독립일 뿐 검은 대륙은 여전히 경제적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쿠데타와 독재와 내전과 굶주림과 매판자본에 의한 수탈경제 속에서 궁극적으로 아프리카가 나가야 할 화해의 방안을 모색한 역작. 이들과 비슷한 반半식민 시절을 겪은 한국인들에겐 더욱 가깝게 다가올 작품이니 일독을 해보심이 어떨까.

 

 

 


2. V.S. 나이폴, <도착의 수수께끼>

 나이폴을 다시 보게 만든 수작. 인도 이민 출신으로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프랑스의 가난한 동네 미겔 스트리트에서 탈출에 성공해 런던의 얼스코트의 하숙집을 거쳐 옥스퍼드로, 다시 스톤헨지가 멀지 않은 월든 쇼의 장원 한 귀퉁이에 소설가라는 명함을 가지고 정착한 나이폴. 미겔 스트리트에서 뛰놀던 어린 소년이 이제 나이 들어 웨일스의 농촌을 완상하는 시각이 정겹다. 이이는 살던 곳을 떠나 새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해결해야 하는, 아니면 적어도 풀어야 했던 수수께끼가 있었던 모양이다.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나. 다만 그것이 나중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평생 따라다니게 될지 모를 뿐이지.

 

 


3. 리처드 포드, <독립기념일>

 

 40대 이혼남과 가족 이야기. 자잘한 재미에 흠뻑 빠질 미국식 홈드라마. 독립기념일을 맞아 사고를 치고 이제 재판을 앞에 둔 십대 아들과 미국 프로농구 명예의 전당을 둘러볼 계획을 세워, 전처의 현 남편 집에 가서, 전처 앞에서 엄숙하게 무사귀환 할 것임을 맹세하고 아들을 인계받아, 매사에 삐딱한 전형적 중2 아들을 데리고 아무 탈도 없이 장정을 완수해야 한다는 전제 속에 벌써 갖가지 난관이 버티고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생업인 부동산 중개 일 때문에 수시로 아빠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7월의 태양은 사정없이 내리쬐는데 아무리 아빠라도 다 큰 아들놈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걱정 마시라. 내일 세상이 망한다 해도 미국 아빠의 자식 사랑은 언제나 해피 엔드로 장식하니까.

 

 


4. 아시아 제바르, <프랑스어의 실종>, <사랑, 판타지아>

 
 제바르의 경우 두 권을 꼽았는데, 한 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두 권 모두 올해 최고의 한 권을 놓고 각축을 벌일 수 있는 책이니. 하필이면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의 식민지로 떨어져 큰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숱한 세월을 다시 격렬한 독립전쟁을 벌여야 했던 불행한 나라, 알제리. 이들은 프랑스한테 침략 당했을 때도 여자들까지 손톱으로 파서 꺼낸 적의 심장을 한 손으로 쳐들고, 다른 손으로는 적에게 잡혀 죽느니 자기 손에 죽으라고 자신의 어린 아이의 발을 잡고 머리와 몸통을 담벼락을 향해 휘두른 민족. 그러나 한 때는 적의 문자인 프랑스의 언어로 글을 써야 했던 작가, 그리하여 아카데미프랑세즈의 종신회원으로 임명된 작가에게 프랑스어는 헤라클레스를 찢어 죽인 ‘네소스의 셔츠’로 기능하는데, 이것이 어떤 의미일까. 자신은 망신창이가 되어 찢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결코 벗을 수 없는 천형이라는 뜻이었을까?

 

 


5. 에이브러햄 버기즈, <눈물의 아이들>
 

 우여곡절의 쌍둥이 형제에 관한 이야기. 인도 출신 에티오피아 의사 부부의 양아들로 키워진 이들은 정수리 부근이 탯줄과 비슷한 관으로 연결된 ‘일종의’ 일란성 샴쌍둥이로 애초에 자연분만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그리하여 어느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욱 깊은 상호 유대감을 갖게 된다. 양어머니는 남자 아이들에게 최고의 힌두여신인 시바와 역시 최고의 산부인과 여의사였던 메리언이라는 이름을 주었으며 유난히 총명한 형제, 시바는 스스로의 힘으로, 메리언은 뉴욕으로 유학을 가서 나름대로 의학에 관하여 일가를 이루는데, 운명Fate이란 심술궂은 늙은이는 메리언에게 이른 죽음이란 가혹한 형벌을 가하려 준비를 한다. 놀랄만한 입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가의 필력으로 인해 동지 지나고 며칠 되지 않은 긴 밤을 골라 읽기에 맞춤한 책을 만들었으니 독자 제위는 일독을 머뭇거리지 마실 것. 당신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을 터이니.

 

 


6. 톰 울프, <허영의 불꽃>

  
 더 이상의 미국 소설은 없다. 센트럴 파크가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파크 애비뉴. 채권을 거래하는 중개인, 흰 메르세데스 속의 불륜 남녀, 한 밤의 뉴욕 슬럼가, 흑인 공포증, 선거와 투표권 최우선의 민주주의, 살인, 감방, 몰락. 어떻게 더 미국스러울 수 있을까. 소심하고 겁도 많고 그러나 불륜은 저지르고 싶어 하며 돈도 무척 많이 버는 속물 한 마리가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정황상 이유로, 오직 정황만 가지고 증거도 없이 죄를 뒤집어쓰면서 차츰 몰락해가며 점점 마초로 변신하는 이야기. 이렇게 얘기하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 <허영의 불꽃>이야말로 지금 시대 최고의 대중문학이며, 21세기에 들어선 오늘 순문학이 대중문학보다 우위일 이유도 더 이상 없으니, 나는 자신 있게 이 책을 올해의 Top 10으로 선정한다. 작가 톰 울프가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신문 사회면 수준을 넘어 심지어 미국식 민주주의가 얼마나 엉터리로 변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뒤통수를 후려치기까지 한다.

 

 


7. 제임스 미치너, <소설>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이렇게 소설의 생산과 소비에 관련한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소설의 탄생과 번성에 관해 담론을 펼치는데, 나름대로 스토리가 무척 재미있다. 심지어 진즉에 읽어볼 것을 제목이 너무 직설적이라는 우스운 핑계 때문에 이제야 읽게 된 것을 후회했을 정도. 아마추어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편집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작가. 비평가는 스토리보다 이젠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선호할 작품들에게 특별한 호감을 표시하고 독자 역시 많은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 비평가의 주장에 늦게나마 보조를 맞추게 된다는 것이 현대 소설에 대한 미치너의 결론인 거 같다. 즉 소설의 탄생에 편집자가 중요한 영향을 발휘하게 됨에 따라 작가가 생각하는 문학성보다 많이 팔리는 경제성이 더 우위에 있는 반면, 날로 진화하는 소설 양식과 소비 패턴에도 서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곡예가 바로 소설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행위다. 각 부분의 아주 재미있는 일화들을 싹 빼고 이야기하면 그렇다는 말씀. 근데 몽땅 들어 낸 그 ‘이야기’들이 당신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을 걸?

 

 


8. 피터 애크로이드, <혹스무어>

 우리나라에서는 읽기 힘든 피어 애크로이드. 그래서 더욱 아쉽다. 색다른 방식으로 글을 쓴 애크로이드. 아마존 독자 평을 보면 완전히 극과 극이다. 극찬이던지 완벽한 악평이던지. 나는 이이의 글 쓰는 방식, 과거에 정말로 있었던 사실을 다시 반복, 결과적으로 왜곡된 형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 정말 재미있다. 18세기 초엽, 런던 주변에 일곱 개의 성당을 지으라는 주문을 받은 니콜라스 다이어. 그가 여섯 개의 성당을 지은 건 역사적 사실이지만 애크로이드는 다이어에게 흑마법과 인신공양, 아니면 적어도 이단의 혐의를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약 250년이 지난 런던에서 아주 먼 옛날 인신공양이 일어났던 자리마다 따라다니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의 해결을 위해 경찰청에서 파견한 형사의 이름이 혹스무어. 18세기 성당을 지은 다이어 씨의 수석조수 이름 역시 니컬러스 혹스무어. 세상에 역사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애크로이드의 변설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키는 난장판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하시라.

 

 


9. 르 클레지오, <섬>

 

 원제목은 <검역>. 1891년 자크와 그의 아내 수잔, 동생이자 주인공인 레옹이 인도인들과 배를 타고 모리셔스 섬으로 항해하던 도중 배에서 콜레라와 천연두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해 탑승 승객 전원을 모리셔스 섬 인근, 그러나 수영은커녕 작은 배로는 도저히 건너지 못할 거리에 있는 외딴 플레이트 섬에 내려다놓고 병이 물러날 때까지 간혹 가다가 부족한 양식만 던져놓고 갈 뿐 돌보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거의 완벽하게 야생의 상태가 되어 새로운 질서가 생기며 양심 또는 교양이라는 명분아래 숨어있던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도 10대 후반의 백인 청년은 섬에 죽음을 맞이하러 온 백인 여인의 혼혈 딸과 애틋한 사랑을 시작해 점차 뜨겁게 발전해나가고. 그래, 역시 사랑도 본능이니까. 시간이 흘러 병이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자 모든 사람들은 이 둘의 사랑마저 끝날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을. 르 클레지오가 쓰는 애틋하지만 강렬한 사랑의 이야기. 역시 소설은 연애 소설이 최고다. 아니, 인간사 모든 문제에 사랑이야말로 정답이다.

 

 


10. 살만 루슈디, <광대 살리마르>

 이런 광대한 무대가 있을까. 알자스 지방의 부르주아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대전 시절엔 레지스탕스로 활약하고, 드골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아 이별을 고하고 미국으로 이민 가서 인도 대사, 스파이, 대 테러리즘 대책위원회 의장, 경제학자, 영화 제작자를 두루 걸친 부호 막시밀리안 오퓔스 씨가 글쎄 소설을 시작하자마자 딸의 집 바로 앞에서 건장하고 늙은 유색인 자가용 운전수가 식칼로 목을 그어버려 거의 잘라진 목이 가죽과 힘줄 몇 점에 의해 대롱대롱 매달린 채, 거의 참수를 당하는 쇼킹한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머지않아 밝혀지겠지만 운전수가 바로 살리마르라는 이름으로 저 히말라야의 땅 카슈미르에서 예술인 가족의 일원으로 줄타기 솜씨를 뽐냈던 광대. 모욕을 당하면 죽음으로 이를 갚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최대의 치욕으로 받아들이는 종족과 현대 유럽인의 법의식이 맞부딪혀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지는데, 오퓔스 선생의 죽음 하나로 끝나면 말도 안 한다. 여기에 영원히 화해 불가능한 문화적 충돌은 계속되리라는 불행한 예언을 작가 루슈디는 거침없이 선언해버리니 이름하여 <광대 살리마르>라.

 

 

 


2019년 최고의 한 권.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항의 멜랑콜리>

 정말 이 책을 읽으실 분은 일단 엉덩이가 질겨야 한다. 한 번 책상 앞에 앉으면 몇 시간 자리를 뜨지 않고 책을 꼬나볼 수 있는 독자라면 도전해봄직하다. 한 문장이 근 한 페이지에 이르러 문장 중간에 이르면 주어가 뭔지 벌써 헷갈릴 경우 기꺼이 문장의 처음으로 되돌아와 기껏 읽은 글을 다시 읽을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으면 더욱 좋다.
 살면서 되도 않는 책을 내고, 책 뒷면에 “카프카의 재림”이란 허풍을 떠는 걸 숱하게 보아왔으나, 이 책 <저항의 멜랑콜리>는 여태 허황된 광고라고 여겼던 수사 “카프카의 재림”이 별로 어색하지 않다. 카프카는 특정한 한 사람, 예를 들면 측량 기사나 K, 딱 한 명만 골라 후벼 파는 반면 라슬로는 이 책에서 시골에 있는 수상한 소도시의 그나마 다양한 사람을(어쩌면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만 다를 뿐. 어느 날, 마치 트로이 성문을 열고 들어온 목마처럼 서커스단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를 보여주겠다고, 하필이면 그 해들어 가장 추운 날을 골라 시내로 들어오면서 거대한 은유의 세계가 펼쳐진다. 라슬로의 은유가 무엇일까. 이걸 이해하기 위해 작품을 발표한 1989년에 대한 세계사적 의미를 찾아볼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 모두 감상자의 몫이다. 2019년 내가 읽은 최고의 한 권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책. 읽어보실 분의 건투를 빈다.

 

 

 

 

2019년 인상깊게 읽은 책 목록

 

도서명출판사/제작사저 자,  번 역 자
소피의 선택민음사윌리엄 스타이런, 한정아
사바나의 개미 언덕민음사치누아 아체베, 이소영
만티사존 파울즈, 김석희
도착의 수수께끼문학과지성사V. S. 나이폴, 최인자
독립기념일문학동네리처드 포드, 박영원
밤의 노예문예출판사미셸 오스트, 이재형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문학과지성사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 보이노비치, 양장선
일곱 박공의 집민음사너대니얼 호손, 정소영
권력의 문제창비베시 헤드, 정소영
현기증.감정들문학동네W. G. 제발트, 배수아
바틀비와 바틀비들소담출판사엔리께 빌라―마따스, 조구호
프랑스어의 실종을유문화사아시아 제바르, 장진영
눈물의 아이들문학동네에이브러햄 버기즈, 윤정숙
저항의 멜랑콜리알마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구소영
캐서린 앤 포터현대문학캐서린 앤 포터, 김지현
느릅나무 아래 욕망열린책들유진 오닐, 손동호
퍼레이즈 엔드한국문화사포드 매독스 포드, 김일영
천사, 바빌론에 오다책세상프리드리히 뒤렌마트, 황혜인
분례기창비방영웅 지음
천상병 시선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천상병 지음, 박승희 엮음
허영의 불꽃민음사톰 울프, 이은정
심플 스토리민음사잉고 슐체, 노선정
캐스터브리지의 시장문학과지성사토머스 하디, 이윤재 
천사는 침묵했다창비하인리히 뵐, 임홍배
현란한 세상을유문화사레이날도 아레나스, 변선희
사랑, 판타지아책세상아시아 제바르, 김지현
소설열린책들제임스 미치너,윤희기
세피아빛 초상민음사이사벨 아옌데, 조영실
오에 겐자부로현대문학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여름의 기억연극과인간루쥔, 오수경
멋진 신세계 / 연애대위법동서문화동판올더스 헉슬리, 이경직
침묵의 시간책세상루이스 마르틴 산토스, 박채연
에프민음사다니엘 켈만, 임정희
오르부아르열린책들피에르 르메트르, 임호경
시집보내다문학수첩오탁번
혹스무어솔출판사피터 애크로이드, 홍덕선
책세상르 클레지오, 홍상희
광대 샬리마르문학동네살만 루슈디, 송은주
우아한 연인현대문학에이모 토울스, 김승욱
2666열린책들로베르토 볼라뇨, 송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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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12-3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께 올해도 진짜 많이 배웠습니다. 폴스타프님 아니었으면 존재조차 모르고 스쳐갔을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그저 든든할 뿐입니다.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소서.....

Falstaff 2019-12-31 09:29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제가 syo 님의 재기발랄한 글을 통해 얼마나 많이 배우는데요.
그저 좀 무뚝뚝해서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

slobe00 2019-12-3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렸습니다~ 폴스태프님의 추천 목록 조로록 적어두니 2020년도 든든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Falstaff 2019-12-31 10: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slobe님도 언제나 건강하세요!

브롬덴 2019-12-3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alstaff 2019-12-31 10:35   좋아요 0 | URL
아마추어의 감상을 늘 좋게 읽어주셔서 제가 더 고맙지요.
복 많이 받으세요!

포스트잇 2019-12-3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독서범주에서 벗어나 있던 책들인데, 덕분에 읽어보고 싶네요.

Falstaff 2019-12-31 10: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책 골라 읽으시고, ㅎㅎㅎ 결과는 제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

비연 2019-12-3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2019년에는 권수로 209권, 편수로 188편을 읽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좌절.
책의 면면도 다 훌륭하신. 몇 권 보관함에 숑숑 넣었습니다. 멋지십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내년에 알라딘에서 더 자주 뵈어요^^

Falstaff 2019-12-31 11: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다 재밌게 읽어주시는 서재친구님들 덕분이지요. ^^

잠자냥 2019-12-3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한권의 책이 <저항의 멜랑콜리>이군요! 내년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책 소개 계속 기대할게요. 복많이 받으세요~

Falstaff 2019-12-31 11:09   좋아요 0 | URL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매년 큰 상을 받을 후보로 지목되곤 한다는데, 읽어보니까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잠자냥 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coolcat329 2020-01-0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님 리뷰 읽고 사둔 책이 몇 권 있습니다. 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올해도 잘 읽겠습니다^^복 많이 받으세요

Falstaff 2020-01-02 21:26   좋아요 0 | URL
엇..... 무슨 책일까... 궁금하다기 보다, 제가 완전 아마추어, 잘해봤자 딜레탕트 수준이라 겁부터 덜컥 나네요. 재미 없으면 어쩌나 싶어서요. ^^;;
올 한해 쿨켓님과 저한테 좋은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coolcat329 2020-01-02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위에 탑10 중 프랑스어의 실종, 소설이 있구요. 그 외 기억나는 대로 써볼게요.🤭 레마르크 작품,토니 모리슨의 재즈,빌러비드, 메릴린 로빈슨 하우스키핑, 트레버 여름의 끝 등 입니다! 절대 실망 안 할 작품들이죠?

프레이야 2020-01-03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리 많이 읽으셨네요 폴스타프님 올해에도 즐거운 독서하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

Falstaff 2020-01-03 20: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님도 건강하시고 나중에 말고 올 초에 로또 대박 한 번 나셔서 올해엔 세계일주 한 번 하세요!!!! ^^

프레이야 2020-01-03 20: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늘 유쾌한 폴스타프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페이퍼 둘러보고 읽고 댓글은 여기에만 대표로 남겼네요. 우리나라 좋은나라 일주도 다 못했는데요 뭘 ㅎㅎ 아무튼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어디로든 튀겠지만요.

2020-01-08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8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제 내년에 읽을 책들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거 참 곤란한 일을 만났습니다. 반갑지만 즐겁지 않은 책들이 몇 권 있네요. 책을 쓴 작가들의 전작이 쉽지 않아 다시 그들의 책을 읽게 된 찬스는 반가우나 정말로 다시 곤욕을 치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즐겁지 못한, 애증의 작품들입니다.

 

 먼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단편집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전에 이이가 쓴 두 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으니 <러시아 인형>과 <모렐의 발명>. 카사레스는 일찍이 1930년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어느 카페에서 문제적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나 친구 먹기로 하고 60년간 교류를 했던 라틴 아메리카 고유의 환상문학의 대표선수이긴 한데, 말이 좋아 환상문학이고 환상리얼리즘이지, 제 독서 노트에는 '아몰랑 주의' 소설의 선두주자라고 적혀 있는 골아픈 작가입니다. 그것도 많고 많은 아몰랑 주의 작가들 가운데서도 생과 사, 환상과 실재를 가장 애매하게 넘나드는 작가군의 선두에 서 있는지라 선뜻 읽어볼 생각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안 읽으면 될 것을 왜 엄살이냐 하면, 그렇다고 그냥 패스하고 넘어가기엔 또 과하게 매력적인 작가란 말씀이지요. 근데 이건 적어도 앞으로 반 년 안쪽으로 읽게 될 거 같습니다. 다음 두 권의 책과 비교해서는 그래도 갈등이 덜하기 때문이지요.

 

 

 막스 프리슈, <슈틸러>

 

  막스 프리슈, 혹은 프리쉬의 작품 역시 두 편을 읽어봤습니다. <몬타우크>와 <나를 간텐바인이라고 하자>. 사실 진짜 겁나는 사람은 막스 프리슈라기보다 한시절 그의 애인이었으며 함께 독일의 47그룹 멤버로 눈썹을 휘날리던 잉에보르크 바흐만입니다만 프리쉬도 만만치 않습지요. 물론 누보 로망의 대표선수라고 하는 알랭 로브그리예 만큼은 아니지만 건조한 문장으로 삭막한 인간관계를 그리는 프리슈의, 무엇보다도 두꺼운 책을,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을지, 읽는다고 해도 과연 프리슈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알아들을 수 있을지, <슈틸러>의 책 표지만큼 겁납니다. 잠깐 딴 생각하면 맥을 놓쳐버려 앞쪽으로 몇 페이지나 되돌려야 하는 수고를 또 해야 할까 말까, 꽤나 골치 아픈데, 사실 작가가 자기 이름 하나 가지고 그토록 유혹의 그물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겠습니다. 이 책은 하다못해 독자 서평도 하나 달리지 않아 고민은 더 깊어 갑니다.

 

 

헤르만 브로흐, <현혹>

 

 카사레스와 프리슈는 브로흐에 비하면 이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몸서리치는데, <몽유병자들>을 읽으면서 그 책을 읽기로 하고 손에 든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요. 아무리 읽어도 진도는 나가지 않지, 문단은 끝나지 않지, 브로흐 선생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지도 도통 모르겠지, 읽는 행위 자체가 악몽이었습니다. 그래 <몽유병자들>을 며칠에 걸쳐 다 읽고나서 내가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몽유병자들>을 완독했다, 한 문장도 빼지 않고 다 읽었다는 사실 하나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책의 내용이 완벽하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을 읽은 건 <몽유병자들>에 데서 어디 이것도 그런지 딱 한 편의 브로흐만 더 읽어보겠다고 결심을 해서였는데, 그건 또 생각외로 편안하게 읽었으며 어떤 내용인지도 훤합니다. 이 책 <현혹>이 <베르길리우스...> 정도만 된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선뜻 사서 읽겠는데, 이 책도 독자 서평 하나 올라오지 않네요. 알라딘 고수님들의 훈수가 딱 필요한 시기입니다. 아무쪼록 도움의 말씀 한 마디 꽝! 올려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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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엄마 2019-12-31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르길리우스보다 현혹이 더 잘 읽혔습니다. 물론 장황한 서술이 없지 않지만 훨씬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요. ^^

Falstaff 2019-12-31 08:57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얼른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mellslikeyou 2020-01-06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틸러 생각보단 난해하지 않고 볼 만해요.

Falstaff 2020-01-21 17:54   좋아요 0 | URL
앗,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얼른 사서 읽어야겠네요. ^^ 복 받으실 겁니다!!
 

 

 또 몇 권의 책을 방출할 때가 되어, 조금 걷어 냈습니다. 이 책들이 무슨 품질이 떨어지거나 하여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하고 궁합이 덜 맞는다거나, 앞으로 다시 들춰볼 것같지도 않고 아이들한테, 이젠 손녀 손자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지도 않을 것 같거나, 별다른 사연 없이 재수없어졌거나, 하는 쓸데없고 잡스런 이유 때문에 내쳐지는 불행한 운명을 안고 제게 온 것들입니다. 20세기에 사 읽은 책도 있으며, 예컨데 오탁번 선생의 <저녁 연기>같은 건 탁월한 문학성도 확보했다고 여깁니다만 인생이 그런 것이지요 뭐. 아래 리스트에 정가가 표시되지 않은 것들은 제가 책들을 데이터 화한 2015년 이전에 구입한 것으로 독후감도 써놓지 않아 이번 이별이 영원한 고별일 겁니다. 세보니 권 수로 92권이더군요. 책 열심히 읽으시는 분께 드리면 한 반 년 실컷 읽으실 텐데, 워낙 무거워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카트에 담아 끌고 아파트 도서관에 가져다 줘야겠습니다.

 그림 한 번 보실래요?

 

 

 책장 정리 하면서 뽑아 놓은 것인데, 종이 먼지 때문에 하다가 관뒀습니다. 추리면 이것 보다 조금 더 많이 한 번 더 나올 거 같습니다. 궁금하시지 않겠지만 위 사진의 목록을 올려볼까요?

 인생 별 거 없습니다. 어차피 다 버리고 갈 거 보관할 장소도 없으면서 굳이 켜켜이 쌓아 둘 이유가 없습지요. 넘치면 버려야지요. 책도, 인생도, 사랑도.


도서명출판사저 자,  번 역 자 정가 
슈거 푸시작가정신이명랑 지음        8,500
나의 투쟁 1한길사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손화수      14,500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지식하우스옌롄커, 김태성      10,000
뫼비우스의 띠문학동네프랑크 틸리에, 박명숙      16,800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현대문학이채원      12,000
까트린 이야기열린책들파트릭 모디아노, 이세욱        4,500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맑은소리슈테판 츠바이크, 안의정        7,500
한 여자열린책들아니 에르노, 정혜용        9,800
알렉산드로스 대왕열린책들니코스 카잔차키스 | 민승남      10,800
현명한 피IVP플래너리 오코너, 허명수      13,000
고딕 소녀열림원카슨 매컬러스 | 엄용희        9,800
여자를 안다는 것열린책들아모스 오즈 | 최창모        7,800
정열의 열매들문학동네다니엘 페낙, 김운비        8,000
귀머거리 새민음사양귀자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문학동네다니엘 페낙 / 김운비      13,000
복어문학동네조경란      11,000
너는 모른다문학동네정이현      12,000
하룬과 이야기 바다달리살만 루시디, 김석희        9,000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문학과지성사고종석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에쿠니 가오리, 김난주      12,000
숲의 가족창비아모스 오즈 | 박미영      11,000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문학동네황정은
산문팔이 소녀문학동네다니엘 페낙, 이충민      15,500
아버지의 쌀알달리민퐁 호, 최재경      12,000
달빛이 있었다창해임영태
도라 브루더문학동네파트릭 모디아노, 김운비        8,800
황금털 사자최승호해냄
달의 궁전열린책들폴 오스터 | 황보석      12,800
누구나의 연인예담플로리앙 젤러 | 박명숙        8,800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밝은세상티에리 코엔, 박명숙      13,500
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아르테쥘리 보니, 박명숙      13,000
달팽이가 사랑할 때 1현암사딩모, 남혜선      14,000
달팽이가 사랑할 때 2현암사딩모, 남혜선      15,000
캔터베리 이야기외국어대출판부제프리 초서, 이동일.이동춘      23,000
순수의 숲늘봄장소한, 조유진
광화사 1문학사상사이제하
광화사 2문학사상사이제하
이제 우리들의 잔을 1동아이청준
이제 우리들의 잔을 2동아이청준
걸어서 하늘까지 1창작과비평사문순태
걸어서 하늘까지 2창작과비평사문순태
바라바문예출판사페르 라게르크비스트, 한영환        8,000
말로센 말로센 1책세상다니엘 페나크, 진인혜        8,000
말로센 말로센 2책세상다니엘 페나크, 진인혜        8,000
저녁연기정음사오탁번
진눈깨비 결혼청맥이제하
모차르트가 살아 있다면민음사김미진
경마장은 네거리에서민음사하일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시간과 공간사잉게 숄        7,000
나의 누이와 나홍성사니체, 이덕희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지문사버지니아 울프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창작과비평사은희경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살림양귀자
즐거운 인생 1이레쟈핑와 | 김윤진      11,000
즐거운 인생 2이레쟈핑와 | 김윤진      11,000
겨울나그네 1문예출판사최인호
겨울나그네 2문예출판사최인호
여자의 빛마음산책로맹 가리, 김남주      10,000
티투스의 승부수예담막스 갈로, 이재형        9,800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예담막스 갈로 | 이재형        9,800
네로의 비밀예담막스 갈로, 이재형        9,800
귀스타브 플로베르플로베르알베르 티보데, 박명숙      22,000
맨발의 완 선생웅진지식하우스판샤오칭, 이경민      13,500
정크민음사김혜나 지음      13,000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문학동네박주영 지음      10,000
카페 여주인세계사레몽 장 | 이재룡        6,000
영국 연인한길사홍잉 | 김택규        9,000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문학동네은희경
오늘의 거짓말문학과지성사정이현      10,000
뿌리와 날개현대문학이윤기
재미나는 인생성석재
납장미랜덤하우스마루야마 겐지, 양윤옥
투명인간문예출판사허버트 조지 웰즈, 임종기        8,000
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김애란
39계단문예출판사존 버컨      10,000
공포의 세기문학과지성사백민석 지음      13,000
동경만경은행나무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12,000
먼 북소리문학사상사무라카미 하루키, 윤성원
오릭맨스티자음과 모음최윤      11,000
비행공포비채에리카 종, 이진      13,800
모뻬루 마을 사람들솔출판사로제 마르탱 뒤 가르, 김현숙        9,800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실천문학사김우남        9,000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정이현      10,000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하늘연못버지니아 울프, 김윤주
타인에게 말걸기문학동네은희경
나비 넥타이민음사이윤기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민음사이응준        9,000
정육점 여인에게민음사윤대녕
키 작은 자유인문학과지성사이청준
인도로 가는 길인화E.M.포스터, 김동욱      15,000
잉얼 1실천문학사꾸청, 김은진
잉얼 2실천문학사꾸청,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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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말에 책 정리를 좀 했는데...
덜어 내도 덜어 내도 끝이 없더군요.

사실 앞으로도 다시 읽지 않을 만한
책들은 걷어내야 하는데 -
욕심 때문에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인가
봅니다.

Falstaff 2019-10-14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작정을 하기를, 집에 있는 책장을 넘치게 하지 않겠다! ㅎㅎㅎ
그래 정기적으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뭐 책 욕심이야 그래도 건전하잖아요.

잠자냥 2019-10-14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요즘엔 중고로 잘 팔릴 가격에(알라딘에서 신간은 6개월 안으로 팔면 값을 잘 쳐주더라고요. 뭐 그것도 중고에서도 잘 팔릴 책에 한해서만이지만요.) 빨리 읽고 빨리 팔아서 빵 사먹습니다. ㅎㅎ

Falstaff 2019-10-14 14:28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빵 말고 밥이나 고기를 드세요! 아, 고기는 좀 비싸군요. ^^;;

coolcat329 2019-10-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들이 저렇게 쌓여있으니 무섭기도 하네요 ㅎㅎ 소장은 500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어디서 들었습니다.

Falstaff 2019-10-20 16:33   좋아요 1 | URL
책 읽는 방에 한 2,000여 권 있는 거 같습니다. 아이들 방에도 한 1,000권 정도 있을 테고. 확실히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얘기하신 대로 책도 음반도 그저 500권 정도였을 때가 가장 좋았던 거 같습니다. 책은 이제 들어오는 만큼 버리는 지경에 왔는데, 아직 음반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저 욕심이지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데코레이션 용으로 나쁘지 않고요. ^^;;
 

 

 7월부터 9월까지 세 달 동안 읽은 책이 모두 60권, 55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제 마음에 들어 추천하고 싶은 열다섯 작품을 소개합니다. 언제나와 같이 책을 추천하는 일은 좀 난처합니다. 작가들은 나름대로 진심을 다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것이 독자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전혀 모르는 일일 겁니다. 저도 독자의 한 명인데, 문제는 제 속의 필터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어서 생깁니다. 그러니 사실 감히 ‘추천’이란 말 대신에 제가 읽기에 좋았더라, 라고 하면서 책을 소개한다 해야 정확합니다. 뭐가 어쨌든 간에 서론이 길면 재미없는 법, 곧바로 추천이건 소개건 일단 시작합니다. 순서는 제가 책을 읽은 날짜순입니다.



1. 천상병, <천상병 시선>

 가난이 직업인 시인. 평생 혼자였으나 결코 외롭지 않았던 이. 보살펴주는 아내가 있고, 술값을 찔러주는 동무들이 있고, 동네 아이들이 함부로 할아버지라 불러주니 어찌 외로울 새가 있었을까. 그러나 행성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이 아닌 이상 이이에게도 생활이 있고 삶의 곤고함이 있었을 터. 굳이 그것을 에둘러, 그래도 세상 한 평생, 소풍 나와 잘 먹고 잘 살다 가노라 한 번 히쭉 웃는 시어들이 어찌 사람의 마음을 이리 헤집어 놓는지.



2. 톰 울프, <허영의 불꽃>

 

 진짜 미국소설. 또 하나의 <An American Tragedy>. 연 수입 백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와스프 출신의 채권전문 엘리트 셔먼 맥코이. 뉴욕에 거주하는 최상류층 백인과, 변두리 지역의 범죄가 만연한 흑인공동체 사이에 공평하게 나누어가진 것은 오직 하나, 흑백과 관계없이, 빈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한 명이 딱 한 표씩의 투표권밖에 행사할 수 없다는 것. 바람 한 번 잘못 피웠다가 자기 잘못 하나 없이 완전한 몰락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의 미국식 비극. 민주주의는 결코 최선의 정치체제가 아니다.



3. 잉고 슐츠, <심플 스토리>

 

 그간 많이 다루어 식상한 점은 있으나 작가가 잉고 슐체라면, 동서독으로 나뉘어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가족 이야기라도 늘 참신하다. 29개의 단편斷片들이 각기 뒤죽박죽 섞여 있다가 나중에 보면 모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소통을 하는 구조. 그 사이에 시간은 훌쩍 24년이 지나가버리니 이젠 동서와 세대 간 이격 또는 불통 내지는 소통을 이룬다. 이야기가 하도 다양해 책을 읽다가 잠깐 정신 줄 놓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니 매사 불여튼튼, 조심해서 읽어보셔야 마땅할 것.



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아디치에가 아체베의 21세기의 딸인 것을 증명한 역작. 나이지리아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비아프라 공화국을 건국부터 역사상 유래가 거의 없던 기근을 거쳐 항복할 때까지 부르주아 인텔리겐치아의 시선으로 서술한 기록. 아체베도 비아프라 공화국의 외교관으로 활약한 전력이 있었으나, 나이지리아의 거의 모든 국부를 차지하는 유전지대를 깔고 앉은 이보 족의 나라를 다른 부족들은 애초에 인정할 수 없었을 터. 종족간의 권력투쟁에 멍드느니 가난한 인민들뿐이다.



5.정영문, <어떤 작위의 세계>

 

 소설이 꼭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럴듯한 반전이 있어야 하며 심금을 울리는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아니다. 그저 기회가 생겨 일 년 동안 캘리포니아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할 기회가 생겨 5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와, 5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와 같이 살고 있는 현재 남자친구와 함께 사막지대에서 용설란에 총을 쏘아댄 경험,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태평양을 향해 투신하지 못한 일을 건조한 문장으로 써놓아도 소설이 된다. 신랄하게 파헤친 심리상태 하나만 가지고도.



6. 토마스 하디, <캐스터브리지의 시장>

 

 영국의 국가대표 이야기꾼 토마스 하디의 작품이면 일단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 영국 특유의 미풍양속인지 모르나 한 젊은 가장이 술김에 처자식을 5파운드 5실링 받고 낯선 남자에게 팔아넘기고는 술이 깨자 여태 살아온 세월만큼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하고, 진짜 서약대로 성실하게 살아낸 결과 캐스터브리지라는 작은 도시 또는 읍 정도에서 시장/읍장을 지낸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려니까 어느 날 문득 저 먼 과거에 자신이 팔아넘긴 처자식임을 주장하는 모녀가 등장해 우여곡절이 벌어지는데, 하디의 소설은 백 번 이야기를 들어봤자 아무 소용없다. 그냥 읽어봐야 안다.



7. 하인리히 뵐, <천사는 침묵했다>

 

 작가 스스로 독일 병정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패전을 경험한 인물. 그의 작품은 전후 완전히 폐허가 된 독일, 특히 자신의 고향인 쾰른 지역을 무대로 할 일도, 먹을거리도, 집도 없는 황폐한 도시, 퀭한 눈의 도시인들을 그려낸다. 생명 종種은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고 싶어 하는 법이라 번식의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독일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트라우마가 전후 폐허 시기라 뵐의 사후에 출간을 했다 하는데, 이 책이 더 와 닿는 것은 쓸쓸한 문장들이 서로 얽혀, 말 그대로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8. 레이날도 아레나스, <현란한 세상>

 

 세르바도 테레사 데 미에르라는 멕시코의 18세기 수사의 일생에 관한 소설. 멕시코의 수호성인인 과달루페 성녀 이야기가 말짱 거짓말임을 주장하다 멕시코,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미국, 쿠바 등 세상의 온갖 구석에 있는 감옥 구경은 다 해본 풍운아. 작가의 의도는 세상에 정확한 역사라는 것이 어디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데 미에르 수사를 내세워 과장, 풍자, 그로테스크 등 온갖 재미난 장치를 섞어 장난스럽게 써놓은 것. 이런 건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데, 그까짓 장르 구분이야 해 뭐하나, 재미있으면 장땡이지.



9. 아시아 제바르, <사랑, 판타지아>

 

 1830년 프랑스의 알제 침공으로 시작해 1962년 독립을 이룰 때까지 130여 년간 대 프랑스 해방투쟁을 기록한 책. 알제리는 부족 대표 대여섯 명이 모든 국권을 이양한다는 문서에 서명을 함으로서 유럽의 작위를 얻는 대신 나라를 통째로 들어 바치지 않았다. 한 도시, 한 도시 처절하게 함락당해 마지막 한 성城이 무너질 때까지 여자들조차 손톱으로 침략자의 심장을 후벼 파 꺼내들며 투쟁했으며, 극강의 전력을 가진 세계대전 승전국을 상대로 보잘 것 없이 무장한 채 무수한 사상자를 낸 전투를 통해 해방이란 열매를 따 냈던 것. 이런 알제리의 근대사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러면서도 작가 제바르는 바로 그 적의 언어로 문학을 해야 하는 진퇴유곡의 상황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10. 제임스 미치너, <소설>

 

 미치너가 84세 때 쓴 작품.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의 입장에서 각 일인칭 시점으로 한 편의 소설이 탄생해 그것을 평가하고 읽는 행위 또는 의미에 관해 썼는데, 기본적으로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소설을 생산하고 평가하고 읽는 방식의 변화 또는 진화에 관한 숙고라고 읽을 수 있으리라. 이리 써 놓으면 딱딱한 설명조 같지만, 천만의 말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타당한 방식으로, 그러나 당연히 모두 조금씩의 오류를 포함하면서 소설을 쓰고, 평가하고 읽는 행위가 이리도 다양할 줄이야. 정말 재미있다.



11. 이사벨 아옌데, <세피아 빛 초상>

 

 아옌데의 삼부작 가운데 시기적으로는 가장 마지막에 쓴 작품이지만, 내용으로 보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 이야기꾼이 전작 <운명의 딸>의 후일담을 풀어 놓았다. 무대는 샌프란시스코의 대저택과 차이나타운. 전작에서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현명한 중국인 차오 티안의 손녀 아우로라, 중국식 이름으로 리밍黎明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실로 파란만장한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어차피 아옌데를 읽으려면 그녀의 삼부작을 모두 읽어야 마땅하니 <운명의 딸>, <세피아 빛 초상>, <영혼의 집>을 사 읽는데 인색하지 마시라.



12. 프랜크 노리스, <맥티규>

 

 이런 말이 가능하다면 미국 판 에밀 졸라가 프랭크 노리스다. 겨우 32세에 복막염으로 짧은 생을 마감해서 아쉬운 바 작지 않다. 미국 특유의 빈부, 흑백, 지역 갈등 문제의 사실주의적 탐구는 노리스로부터 새로운 장을 맞을 뻔했다. 소위 야매 치과의사로 중산층 정도의 삶을 살기 시작한 거구의 맥티그 앞에 아름다운 아가씨와 결혼하는 행운과, 그것도 모자라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는데, 그러면 행복할 거 같지? 행운 뒤에 폭주하는 한 인간의 야성이 돌출되고, 비열한이 끔찍한 질투를 시작하여 끝내 커다란 비극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라니. 노리스의 명이 짧았던 것이 아쉬울 지경. 다만, 하루 빨리 새로운 번역본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13. 이디스 워튼, <이선 프롬>

 

 다시는 이디스 워튼을 읽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가, 미국 문학사상 높이 평가받아야 할 네 명 가운데 하나로 꼽는 바람에 딱 한 권만 더 읽겠다고 작정해 골랐다가, 심봤다. 엄마의 오랜 병구완 끝에 집에 오게 된 먼 친척, 일곱 살 많은 지나 누나와, 어머니가 죽자마자 결혼한 후엔 덜커덕 이번엔 아내 지나가 병에 걸려, 그녀의 병구완을 위해 아내 쪽의 또 다른 사고무친의 친척, 젊은 아가씨 매티가 오게 되는데, 이런 구조에 벌써 심각한, 그러나 누구 하나 내놓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관계의 얽힘을 포함하고 있는 건 말 안 해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리 간단하게 끝나지 않으니 결국 마지막 페이지, 에필로그까지 읽어야 이 작품을 상찬하는 이유가 드러나니, 그걸 가르쳐드릴 수는 없지, 암.



14. 루쥔 작, 왕레이 정리, <여름의 기억>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 희곡이라고 하고 싶은데, 내가 워낙 아는 것이 짧아서 그게 좀 그렇다. 광저우에 돈 벌러 농장을 떠난 남편은 거기서 돈은 왕창 벌지만 젊고 예쁜 아가씨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바람에 이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아내는 요령부득, 절대로 도장 못 찍어준다니 머리를 굴리기를, 젊은 사내를 농장 일꾼으로 들여서 아내와 관계를 맺는 순간 들이닥쳐 이혼을 강요하려는 꾀는 낸다. 세상 일이 자기 마음대로 돼? 그럼 그게 인생살이야? 설마 현대 연극, 희곡을 이런 내용으로만 이해하려는 건 아니겠지. 극 중 최대 전환점이 되는 검정말의 출산 장면과 이에 이어지는 인간들의 맺음이라니.



15. 디어도어 드라이저, <미국의 비극>

 

 미국이라는 나라의 비극이 아니라, 빈부와 계급의 차이가 인간의 차이로 대변되던 1910년대  미주리, 일리노어, 뉴욕 주에서 벌어진 미국 식 비극.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나 최고급 호텔의 보이로 취직하면서 자신도 고급 호텔을 드나드는 상류계급에 진입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꾸는, 몽상적이고 생각이 깊지 않고, 참을성 없고, 이기적인 잘 생긴 미남 청년이 커다란 부자가 된 큰아버지의 초대로 공장의 작은 부서장이 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독일인의 후예답게 시어도어 드라이저는 마치 벽돌 탑을 올리듯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 장황한 설명에 현대의 독자를 질리게 만들었을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비극>은 명작이다. 내용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영화 <젊은이의 양지>를 참조하시면 될 듯. 이 작품 역시 새롭게 번역한 책이 어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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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9-30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 한 권 읽은 건 없지만 저의 빈약한 독서에 큰 동기부여가 되네요. 이디스 워튼을 읽는다면 <이선 프롬>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Falstaff 2019-09-30 12:4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주변에 대학에서 영어 선생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공통점이 워튼을 상찬하더라고요. 전 <이선 프롬> 말고는 도무지 아니던데요. 아마 뭔가 있는 작가인 모양입니다. ^^;;

목나무 2019-09-30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놔~~~ 읽은 게 단 한권도 없어 혼자 퇴근길에 좌절했습니다. ㅜㅜ
그래도 한 권은 겹칠 줄 알았는데...
우선 추천해주신 책은 모두 장바구니로 고고 ^^

Falstaff 2019-09-30 22:04   좋아요 1 | URL
에휴, 설해목 님은 워낙 책을 다양하게 읽으시잖아요.
저야말로 잡독 itself 인 것을요. ^^;;
<맥티규>가 인상깊었는데요, 번역이 참 좋지 않아요.
아, 번역이 아니라 번역한 우리 말의 품질이 안 좋습니다.
다른 출판사가 다시 번역할 때까지 <미국의 비극>과 더불어 좀 기다리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slobe00 2019-09-30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치너, 아옌데, 워튼 빼고는 전부 안 읽은 책들이라 주섬주섬 담아봅니다~~~~잉고 슐체부터 읽어보고 싶네요^^
도서관 가서 책 고를 때 폴스타프 님의 추천 페이퍼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워튼은 거의 다 재미있었고 하디가 살짝 지루했는데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은 땡기네요~~^^

Falstaff 2019-09-30 22:05   좋아요 1 | URL
저도 워튼은 무지 안 좋아했어요. 근데 미치너 <소설> 속에서 아주 상찬을 하더라고요. 그래 뭔가 있겠지 싶어서 딱 한 권만 더 읽고 이 이상은 안 속는다, 셈치고 읽었더니 <이선 프롬>은 괜찮더라고요. ㅋㅋㅋㅋ
 

 

 

 4월부터 6월까지 읽은 책 가운데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책을 소개합니다. 책을 추천하는 일은 사실 좀 부담스럽습니다. 무슨 글을 공부해본 것도 아니고 그저 살며 인생을 즐길 거리 가운데 하나, 즉 취미로 독서를 하고 있는 형편에 무슨 책 추천씩이나. 그리하여 3개월마다 한 번씩 올리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글은 한 아마추어가 자기 식으로 좋은 책을 선정해 잊지 않기 위해 자국을 낸 것이라 여기시면 될 듯합니다. 책들을 추천한다고 해서 덜커덕 이를 믿고 구입해 읽으셨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도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 점을 꼭 밝혀야 하겠네요. 순서는 제가 읽은 날짜순입니다.

 


1. 마리오 베네데띠, <휴전>

 
 우루과이 출신의 베네데티는 라틴 아메리카의 붐 문학적 소재를 쓰는 대신 전형적인 리얼리즘 방식으로 이제 정년퇴직 몇 주 남긴 늙은 회사원 마르틴 산또메 씨의 ‘황혼에 핀 꽃’을 그려놓았다. 스물다섯 살 젊은 신입사원 라우라를 사랑하게 되고, 라우라 역시 그것이 사랑인지 벌써 눈치를 챘는데, 반듯하지만 우울하고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진 남자에게 젊은 라우라는 인생의 한 변곡점으로 작용을 할 수 있을까.

 


2. 커트 보니것, <고양이 요람>

 ‘고양이 요람’은 진짜 고양이더러 잠자라고 만든 요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흔히 두 명이, 유럽과 아메리카에선 보통 혼자 하는 실뜨기 놀이를 얘기한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필릭스 호니커 박사는 1945년 8월 6일 B29 폭격기에서 두 발의 원자폭탄 뚱보와 꼬마가 투하되던 시간에 난쟁이 막내아들 뉴트와 바로 이 고양이 요람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 호니커 박사는 한 장군의 독촉으로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절멸시킬 가공의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근본적으로 비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보니것의 우주적 유토피아?

 


3. 베시 헤드, <권력의 문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혼혈로 태어나 보츠와나에서 교사로 일하던 작가가 마치 자신의 일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픽션이다. 세상에 왜 불공평, 그리고 이에 따른 차별이 그리도 많이 존재하는가. 그건 제목처럼 기본적으로 권력이 있고 없음에서 시작한다. 모든 차별과, 억압과 핍박은 권력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말로 써놓으니 쉽다. 그러나 신경증 증세가 심한 사람의 시선으로 씌어 있으면 점점 곤란해지기 시작한다. 그걸 한 번 경험해보시라.

 


4. 찰스 부코우스키, <팩토텀>

 제목대로 ‘잡역부’ 또는 ‘막일꾼’에 관한 소설. 또다시 우리의 행크 치나스키 형이 등장해서 끊임없이 사고치고, 해고당하고, 술 마시고, 싸움하고, 연애하고, 헤어지고, 다시 취직하고, 애먼 도시로 흘러들어가 다시 사고치고, 해고당하고, 술 마시고, 싸움하고, 연애하고, 헤어지고, 중고 타자기 하나 사서 글을 좀 써볼까, 끼적이기 시작하는 이야기. 부코스키, 아니, 치나스키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근본주의적 비트 소설.

 


5. W.G. 제발트, <현기증. 감정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무거운 대포를 끌고 무려 알프스를 넘었다는 거 아냐. 이때 숱한 사병들 가운데, 그때까지는 아니고, 나중에 위대한 작가가 될 앙리 벨이라는 소년이 있었으니, 우리는 그를 ‘스탕달’이라고 부르게 된다. 프랑스 군은 밀라노 근처 마렝고 전투에서 이탈리아 군에게 극적인 막판 뒤집기 역전승을 따내는데, 제발트는 전매특허인 특별한 미적 감각과 관찰력으로 스탕달의 일생,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관한 글을 보태고 있다. 제발트가 제발트 한 책.

 


6. 엔리케 빌라-마따스, <바틀비와 바틀비들>

 

 숱하게 많은 작가들과 작가지망생들이 오늘도 붓을 꺾는다. 특정한 사람에겐 글을 쓰는 것이 영광의 길이지만, 다른 특정한 사람들은 글을 더 이상 쓰지 않는 것이 영광의 길이란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많은 작가들. 그들은 왜 글쓰기를 멈췄을까. 후대에 이름을 남기는 극소수 작가들을 추적하는 일보다, 자의건 타의에 의하건 도중에 붓을 꺾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작가들을 추적하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그들에 관한 기록이 하나는 있어야 하겠지.

 


7. 아시아 제바르, <프랑스어의 실종>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의 식민지 알제리. 알제리는 종전 후에도 무려 17년 동안이나 더 독립투쟁을 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1990년대까지 독재정권 치하에서 북아프리카의 잠재력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식민모국인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 여자와 살던 작가 베르칸은, 알제리에서가 아니라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강박을 안고 귀국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때 알제리는 혁명(또는 쿠데타)의 와중에서 반 프랑스 정서가 전 국토를 뒤덮고 있던 것. 과거와 현재, 비극의 역사와 에로티시즘 사이를 오가는 엑스터시.

 


8. 이스마일 카다레,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1981년 12월에 알바니아에서 있었던 후계자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쓴 작품. 대내외적으로는 자살로 발표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완벽하게 폐쇄되어 불안 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독재사회 속에서 사는 개인, 집단, 사회의 병리적 모습을 놀랄 만큼 섬세하게 그려놓았다. 독재체제가 전 인민을 집단 공황장애에 빠뜨리는 프로세스가 독할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독재시절을 경험한 분들은 거의 완벽하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

 


9. 에이브러햄 버기즈, <눈물의 아이들>

 인도 출신 에티오피아 의사 가족 이야기. 엄마는 일란성 아들 쌍둥이 시바와 메리언이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리고, 아빠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두 인도인이 이들을 키우는 소설. 시바는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타고난 천재성으로 산부인과 학에 놀라운 수준으로 올라서고, 메리언은 미국에서 고생해가며 의사가 되는데, 거기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과의가 된 아버지와 조우한다. 여기에 에티오피아의 현대사까지 겹쳐 흥미진진한 소설책이 만들어지니, 잠 안 오는 여름밤을 위해서 최고의 피서 책이 될 듯.

 


1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항의 멜랑콜리>

 주의를 요함. 책 권쯤 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몇 십 년 만에 강한 추위가 몰려온 한 시골마을에 여태까지 멈춰서 있던 시계탑에서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서커스단이 들어오긴 했는데, 무엇을 가져왔느냐 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 한 마리. 추위와 시계, 그리고 고래가 무엇을 우화한 것일까. 혹시 그것들이 트로이 목마처럼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가져올까? 우연히도 책을 쓴 시기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넘, 어, 간, 다.

 


11. 캐서린 앤 포터, <캐서린 앤 포터 - 오랜 죽음의 운명 외 19편>

 ‘외 19편’이면 모두 스무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는 뜻. 야, 어쩌면 그러냐. 어떻게 하나도 빼지 않고 스무 편의 작품이 다 좋을 수 있느냐는 말이지. 내가 중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정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루한 지역을 꼽으라면, 그곳이 유럽이라기보다, 미국 남부지방에 한 표 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곳 출신으로 불행한 과거를 지닌 캐서린 앤 포터는 소외당하고 약하고 피해입는 가엾은 것들을 따뜻하게 품고 있다. 어떻게 이제야 이 작가를 알게 됐느냐는 말이다.

 


12. 유진 오닐, <느릅나무 아래 욕망>

 격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해, 다 읽고 나면 후달린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 미국 서부 판 <페드르와 이폴리트>. ‘격렬하다’와 ‘후달린다’는 단어를 쓰고는 한 마디도 보탤 수 없는 책.

 


13. 포드 매독스 포드, <퍼레이즈 엔드>

 포드 매독스 포드의 작품은 근본적으로 (좋은 소설이 다 그렇듯) 심리소설이다. 비록 1차 세계대전이 시작하기 전과, 전쟁 중, 전쟁이 끝난 후까지 아우르는 작품이지만, 스토리를 끌고 가는 건 거의 완벽한 신사 한 명과 그의 행실이 방정하지 않은 경국지색의 아내. 아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양도하는 남편과, 쉼 없이 남편을 괴롭히지만 괴롭힘 역시 사랑의 한 표시인 아내. 사주팔자가 상극인 커플. 급한 사람은 이 책 읽다 성질 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실 것.

 


14. 위앤커, <중국신화전설>

 아무리 취미생활로 독서를 한다고 해도, 기초가 잘 되어 있으면 암만해도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되지 않겠는가. 이 책은 동양, 특히 동아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을 기초체력 단련이란 목표로 읽어도 좋다. 중국의 창세기부터 서주시대까지 각종 신화와 전설을 수집해 놓았다. 이색적인 동물과 식물, 반인 반수, 인종들까지 망라했는데, 나는 <서유기>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더 재미있는 <서유기>가 될 뻔했기 때문에.

 


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천사, 바빌론에 오다>

 뒤렌마트가 쓴 희곡이면 일단 믿고 사서 읽는다. 뭐 그렇다고 이이의 희곡에 정답까지 다 들어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도 하느님이 처녀를 하나 만들어 천사를 시켜 지상에서 가장 가엾은 인간에게 이 처녀를 주고 오라는 심부름을 보냈는데, 천사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누가 가장 불쌍한 인간인가 최종 전형을 마친 끝에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네자르가 선정이 된다. 왕이 가장 찌질한 남자? 뭔가 은유가 있겠지. 그게 뭔지는 직접 알아보시라.

 


16. V.S. 나이폴, <비스와스 씨를 위한 집>

 세상에 하는 일마다 어째 이 남자 비스와스 씨는 뭐 하나 되는 게 없을까. 이게 다 불길한 시간인 자정에, 머리가 아니라 다리부터 나온 육손이라서 그런 거라고, 트리니나드 사주 책에 적혀 있단다. 아빠가 죽고 시골 땅을 팔았는데, 그 땅에서 유전이 터지고 자기네 집은 날이 갈수록 거지 신세가 되는 거부터 시작해, 나이 들어 장가를 갔더니 처가살이를 하며 구박만 오지게 얻어먹는다. 그러면서도 천부적 독설가인 비스와스 씨가 어떻게 자기 집을 마련하게 되는지 궁상스럽지 않게 재미있다.

 


17.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리스본의 밤>

 이것도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 비자도 못 받았고, 체류기한은 다 끝나가고, 그랬다한들 뱃삯으로 300달러나 모자라 의기소침해진 ‘나’는 조금이라도 벌어볼까 싶어 도박장에 가서 그나마도 거덜이 나버린다. 이때 은혜처럼 등장한 슈바르츠 씨. 그는 기꺼이 비자 스탬프가 찍힌 여권과, 배표 두 장과 수중에 있는 돈을 건네주는 대가로 이 밤이 새도록 자기가 망명객으로 겪은 생애를 들어달라고 요구한다. 보통 망명객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불안과 공포가 잘 표현되어 있다.

 


18. 방영웅, <분례기>

 석서방댁이 똥독 위에 앉아 뭐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어 픽 옆으로 쓰러지는 순간 글쎄 아이가 쑥 나오지 않았겠어? 원래 변소에서 낳은 아이 이름엔 똥 분자가 들어가야 오래, 건강하게, 부자로 산다기에 이름을 똥례로, 한문으로는 분례로 지은 거 아냐. 근데 옛 말대로 됐냐고? 에이, 그럼 그게 인생인가. 나이 열여덟을 먹도록 중매 하나 들어오는 게 없어. 아비가 노름꾼에다 다 찌그러진 가난뱅이거든. 어떻게 나중에 진짜 상 노름꾼 애꾸에다 부잣집아들의 후처로 들어가게 돼. 재미있어. 욕 한 마디를 하더라도 이제 다 잊은 줄 알았던 어릴 적 욕이 나오더라니까. 나 참.

 


19. J.M 쿳시, <야만인을 기다리며>

 흠. 정색을 하고 말씀드리면, 이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와 비슷한 성질, 성품, 기타 등등을 가진 분에겐 비추. 그러나 책이 주장하는 바에 관해서는 적극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이 목록에 올린다. 특정하지 않은 가상의 제국, 파시스트 국가, 독재국의 식민지 또는 멀고 먼 변경에서 벌어지는 대 야만인과의 전쟁 이야기. 진정한 야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지만, 표현 방법이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신의 독서까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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