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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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쿠니 이미와 나이!

 

 2000년 초기 애니메이션 중에서 코코로 도서관이라는 작품이 있다. 아주 외진 산골짜기에다가 도서관을 지어서 여성 3명이 같이 꾸려나가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동네도서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같은 사람이 동네도서관을 짓고 싶다니, 모두가 배를 잡고 웃을 만한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나는 코코로 도서관 애니메이션과 이후로도 드라마라거나 일본의 여러 이야기에서 동네도서관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남모르게 그런 꿈을 키워 왔었다. 확실히 동네서점이 책을 팔아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직접적인 면에서 훨씬 더 효율성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동네도서관도 그런 몇몇 문고들을 소개하고 있고, 우리 독서모임도 대게 신간을 다루다보니 '동네서점이 아닌 그냥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읽어온다. 나도 이 책을 읽을 때 중점적으로 찾던 게 세 가지 있었다. 첫번째로 자본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였고, 두번째로 사람을 어떻게 끌어오는가, 세번째로 책을 빌려가면 사람들이 제대로 다시 돌려주느냐였다

 

 

  

매우 지루한 이야기지만 저 세 성우가 상당히 좋다... ㄷㄷㄷ 사이토 치와 데뷔작에 이치하라 유미, 사와시로 미유키.

 첫번째와 두번째 질문은 이 책을 읽으면 얼추 해결된다. 하지만 세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회원들이 추천하는 책들에 대해서 무조건 호의적으로 대하는 저자의 자세였다. 개미같이 성실한 회사원 자세가 동네도서관을 꾸릴 때도 그대로 배어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최대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을 존중하는 정신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회원을 10명 내외로 꾸리는 데 강조점을 두는 걸 보건대, 저자는 신뢰를 퍽이나 강조하는 것 같다. 책을 빌려가면 반드시 돌려줄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이번 독서모임에서 김도인이라는 사람의 책을 추천했던 사람이 생각났다. 김도인이라니. 이름도 수상쩍다 생각해서 도무지 살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 동네도서관 책을 보니 뭔가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제 눈 딱 감고 책을 샀다. 표지를 한참 보다가 이 김도인이란 사람이 지대넓얉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어도 수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만일 동네도서관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선입견 낀 눈으로 큰 오해를 할 뻔했다.

 동네도서관에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마이크로 라이브러리라서 지역 외나 국가 밖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예 외국인들을 초청하는 동네도서관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째 외국인들을 일본의 분위기에 적응시키려 하는 것 같고... 요새 이 동네도서관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오사카가 혐한 분위기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듯하다. 초밥집이 한국 사람을 업신여기고 전철도 그렇고 여행을 갔다가 일본 사람에게 얻어맞은 관광객도 있다고 한다. 동네와 국가의 단결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지만 내부 사람들이 외부 사람들에게도 열린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게 동네도서관의 다음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도서관은 저자가 말했듯이 만남의 장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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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득 찬 책 -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137
강기원 지음 / 민음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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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한이 되고 싶은 봄밤

너의 이미지는
늘 봄밤이었어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지
불 질러 버리고 싶었어
네 화사함 뒤의 불순함
네 향기 뒤의 악취를
그건 쉬운 일이었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했어
정공법으로는 어림없는 일
나의 아킬레스건을
순식간에 도려내리라
뜻밖에도 급소는
곳곳에 있더군
그렇게 보였어
비수를 들이댈 때마다
스ㅡ윽 너는
그러나 너는
온몸이 수렁인 양
칼을 삼켰지
그래도 나는 다시
칼을 찔러 댔어
그러면 너는 다시
칼을 삼켜 버리는 거야
봄밤이었으니까

 

 

 

90년대에 이어 불황이 계속 되면서 여성들의 불행도 계속 이어지는 추세로 이어지는지, 여성들을 마법소녀로 만들어서 싸움에 내보내던 양상이 점점 전투로 진화하고 있다. 갑자기 캐릭터가 변해서 1기의 로리로리 천연순수 마법소녀였던 나노하가 사람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대포를 쏘는 '마녀'로 된 게 본격적인 출발이다. 마도카 마기카 시리즈는 이에 이어서 빅브라더 스케일로 세상을 조종하는 호무라를 등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단연코 세상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외의 몇 가지 요소를 더 합쳐야 하는데, 그 중 두 개로 피해자가 된 여성들의 정보 제공, 그리고 '미러링'을 들 수 있다.

 강기원 시인의 시집은 놀랍게도 성적 표현에 솔직하다. 고무장갑 같은 시를 보면 술자리에서 아저씨들이 하는 섹드립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 자신도 그 사실을 자랑하고 과시하는 면이 있는데, 그녀의 섹드립에 반대되는 '노잼'개그로 전남친의 개그를 끌어온다.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다 같이 유식한 척하고 심사가 배배꼬이고 시커먼 농담은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기원 시인에게 돌계집이란 단어를 낙인처럼 찍은 건 누구일까. 같은 성별인 여성에게 입은 상처라면, 그래서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면? 그녀는 시집의 끝부분에서 마치 마녀사냥 시기에 화형을 당해 서서히 불타오르는 마냥 돌계집이란 단어를 곱씹고 있다. 아무리 남자들과 성관계 등 잘 맺고 잘 지내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사람에게 가슴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그녀는 '빨간 시집'을 표방하여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 하나 받지 못하고, 한국 사람이라는 게 조금도 자랑스럽지 않다는 점에서는 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 난 비장한 표정으로 일한다는 소리를 일터에서 많이 듣는다. 페미니스트 이전에 남성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여성으로서 살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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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천국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2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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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왠지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베아트리체 캐릭터의 성격이 신곡에 나오는 그녀의 성격과 약간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정신없어하는 그 틈새를 사정없이 공략하면서 그들의 무식함을 비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베드로 외 3명의 성인들이 나타나 단테를 시험할 때는 '돌변하여' 그를 칭찬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옥편에서 그렇게 주눅들게 만들 때는 언제고. 은근히 자신의 남친을 부모님에게 자랑하면서 치켜세우는 듯하기도 했다.)

 

 일단 지옥편과 연옥편에 비해 분량도 짧고, 읽는 속도도 훨씬 더 빠르다. 그렇다고 해설의 분량이 줄어든 건 아니다. 다만, 한 문장 한 단어의 해설 자체가 상당히 길다. 어쩌면 이 책이 '신곡 완결편'이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빻았다'. 그렇다. 빻았다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전쟁을 좋아하고 당파 싸움을 일삼는 '사람들'을 비난하면서도 남성성에 관련된 단어는 안 쓰는데, 피렌체 여성들에게서 당시 유행하던 노출성 있는 옷을 비난하거나 피렌체 자체를 여성에 비유하면서 신랄한 조소를 던지고 있다. 신곡이 전반적으로 그러하긴 한데 베아트리체가 옆에 있는데도 그러고 있으니 참 민망하다. 그러고보니 베아트리체는 현실의 단테와 맺어지지 못했다고 한 것 같은데,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신곡 뒷부분에 여성에 대한 숭배가 나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일단 그들은 성모 마리아처럼 죄다 성서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다. 여성 자체가 잘 등장하지 않지만 베아트리체나 자신과 관계된 여성이 아니면 거의 다 지옥이나 연옥에 넣었는데, 지상에서 온갖 차별을 받는 여성이 천국에서까지 차별을 받는가 보다. 그러고보니 천국 최상층에 있는 그 성서 속 여자들까지도 마리아 빼고는 죄다 '이브의 죄를 씻는 중'이라고 들었다.

 하느님을 묘사할 때도 자신이 인간의 영혼이라서 하느님의 빛이 각각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다며 적절하게 얼버무린다. 굉장히 문학적인 대답이기도 하고 이런 내용의 작품 치고는 완성도도 높다. 하지만 보는 것만 강조했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 하느님의 빛엔 냄새가 없었을까. 왜 천국의 빈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피렌체의 정치가들에게 단단히 미움받은 단테의 심정으로 보건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자신이 이렇게 고난을 겪으니 세상엔 천국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드물다는 관점. 두번째는 세계멸망이 빨리 와서 모두 심판받고 자신은 천국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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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춘문예 당선시집
김민철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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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

장맛비 간간히 내리는 밤
전동차 안은 졸음이 가득하다
책 읽는 아가씨 옆자리에 앉아
가방에 우산을 넣으려는 순간
탁!
자동 발사
턱이 날아갔다
사람들의 놀란 눈빛에 얼얼한 턱을 만져본다
피가 손끝에 미끈거린다
흉기로 변한 이 우산
내가 잠시 방심하는 사이 총구를 겨누고
어쩌자고 내 턱에다 방아쇠를 당겼을까
창 밖엔 다시 비가 내린다
손잡이를 철컥 다시 장전한 뒤
불법 무기를 살살 달래 가방에 넣고
눈을 감는다

이번 역은 총신대 총신대역입니다 내리실 비상구는 왼쪽입니다
번쩍 눈을 뜬다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있는 장총
총구가 나를 겨누고 있다

 

 

 

 이 시를 파악하려면 개방형이사제와 황규철 이야기에 대한 지식이 빠질 수 없다.

 

 2012년엔 이명박이 대통령이었던 시절이다. 교육부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인해서 개방형이사를 파견하라고 학교법인에 통보를 했다. 총신대 같은 총회 직영신학교의 경우에는 교단 총회에서 이사장 등등을 선출하기 때문에 개방형이사도 총회에서 선출을 해서 보내야 하는데, 사립학교법에는 이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다 보니 학교법인 쪽에서 자기네들 사람 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교육부와 교회 사이의 충돌이 심했고, 얼마나 심했느냐면 어떤 학교는 아예 교육부에서 열받아서 이사 전원을 개방형이사로 채운 경우도 있었다.

 황규철이 총을 교회에 가져온 사건의 발단은 노래방을 가서 도우미를 불렀다는 의혹이 있어서 목사들이 사퇴하라고 주장해서였다. 지금은 살인미수로 빵에 있는데, 이 사건이 또 한 웃김 한다. 비리 사건에 연루되서 후배 목사가 고소하니까 고소 취하 해달라고 찾아가서는 후배 목사를 찌르고 자신은 할복을 했다. 그래서 1심에서 살인미수 건으로 징역 7년이 나온 것. 왜 교회에서도 쉽게 뒤집지 못했냐면 평소 이 목사가 존속살해 의혹도 받아서이다. 총신은 학연 가지고 족보 따지는 곳이라 불의에 침묵하는 정도도 심한 곳이다. 따라서 황규철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짓거리를 해도 사람들이 따지고 들지 않는다. 신춘문예 당선시집들을 도서관에서 검색해보라. 2012년판이 있는 데가 드물 것이다. 나도 인터넷 서점 가서 일부러 샀다.

 웃긴 건 이 사태에 대해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다니는 젊은 여성민 시인은 단 한마디도 없고 이해원이라는 연세 좀 있으신 시인이 장총이라는, 다소 도전적인 제목의 시를 썼으며 시인 자신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 모두 이 시에 대해서는 완전히 침묵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볼 때 이 분 당선시가 그렇게 뛰어난 게 아닌 점을 볼 때, 사실 심사위원들은 장총을 당선작으로 뽑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전체적으로는 이단적인 시가 굉장히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안미옥 시인이 이 때 당선되었다길래 그 시를 보고 싶어서 질렀는데 서정시부터 FTA 비판부터 역사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의 시들이 있어서 좋았다. 목표치의 시집들을 다 읽어서 여유로워진다면 그 해의 당선작들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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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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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서 현기증이 났다. 내가 칼을 쥔 게 아니라 칼이 내 손을 거머쥐고 여자 안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장력이었다. 눈앞이 와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칼을 든 손이 저릿저릿했다.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그러고보니 종의 기원을 가지고 독서모임에서 한 이야기를 정리해야겠구만.

 

1. 일단 스릴러인데 이야기가 너무 루즈한 데서 실패한 소설이라는 데서 만장일치.

2. 퍼걸러가 대체 뭔지 아무도 모름. 일단 복층아파트에서 살아봤어야 알지.

3. 그 와중에 방이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빨간 이미지에서 영화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요즘엔 애니도 영화화하고 돈 벌려고 소설 쓰는데 뭐...

4. 근데 왜 남자애는 여자만 줄창 죽이고 남자는 안 죽이냐에서 많은 의견이 있었다. 여기서 내 주장은 일단 여자 사이코패스도 남자를 죽이지만, 사례가 드물고 가족을 노리는 경우가 가장 막장이지만 돈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상당히 용의주도적으로 계획을 꾸민다는 점. 결국 여자가 남자를 죽이려면 상당히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가 힘이 세니까. 내가 자주 말하는 것, '남자가 무섭다'는 건 바로 그 이유이다. 어느 하나에 집착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본능으로 넘어가는 게 남자들이다. 그리고 본능으로 넘어가면 힘 없는 여자들을 죽이며 남자들과는 가급적 충돌을 피하려 한다. 사이코패스는 무조건 관계를 상하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하류층인 인간이 감히 상류층인 자신을 억압한다는 데서 불만이 온다나?

5. 그러나 나는 조현병 외에는 이 소설에서 다른 정신병이라거나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발견해 내지 못했다. 결국 악의 특수성을 다루려 했지만 악의 평범성하고의 간격이 너무 얇았다는 게 이 소설의 단점이다. 의도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고보니 테드 강의던가 거기서 한 유명한 사람이 우연히 사이코패스 검사를 했는데 99%가 떴다고 하더라. 의외로 사이코패스는 가까이 있습니다 여러분. 나도 조금 그런 성향이 있고 아마도 내 두번째 애인도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6. 점점 소설이 설명투로 나아가는데, 소설은 스토리의 룰을 설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수록 가망이 없다. 사실 나는 정유정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지만, 남성의 본성을 모르고 무서워하지 않는 여성이 읽기엔 딱 좋은 책이다.

P. S 종의 기원을 가지고 읽기 버겁다, 이전과는 다른 글을 가지고 왔는데 왜 이런 걸 썼는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가 돈 많이 벌고 지가 쓰고 싶은 소설 쓰겠다는데 너네들이 뭔 상관이냐. 그리고 혹시 사이코패스같은 인간들에게 마음껏 폭력을 쓰고 거리낌없이 혐오를 드러냈던 지난 시절이 생각나서 혹시 찔렸던 거 아니냐. 항상 책에서 공감을 느낀다거나 교훈을 느낀다거나 하는 책들만 보다가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책을 접하니까 머리가 아프면서 학습할 수 있는 책이 그리워진거냐. 그러나 그건 주인공과 이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이 저지르는 자기합리화와 다를 바가 없다. 자기합리화를 밥먹듯이 저지르던 지난날이 떠올라서 머리가 아프다고 솔직히 자수해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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