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ton 뉴턴 2016.12
뉴턴 편집부 엮음 / 아이뉴턴(월간지)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인스파이럴에서 나타나는 파동의 주파수(1초당 진동 횟수)의 시간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함으로서 블랙홀의 질량을 알 수 있다. 그 후의 분석 결과, GW150914를 방출한 블랙홀은 각각 태양 질량의 약 36배와 29배임이 판명되었다."
두 블랙홀의 질량을 합하면 태양의 65배가 된다. 그러나 합체해서 생긴 블랙홀의 질량은 링다운 때의 중력파 파형으로부터 태양의 약 62배라고 생각된다. 분석에 의하면, 이때 사라진 태양 3개분의 질량에 의해 생긴 막대한 에너지가 중력파로 방출되었다는 것이다. E=mc2에 의하면 1g의 질량이 모두 에너지로 바뀌면 대도시가 한 순간에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 된다고 한다. (...) 그리고 중력파의 진폭의 크기로부터 블랙홀의 충돌이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음이 판명되었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라는 내용의 책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했다. 그래봤자 자본주의 한국에서는 팔리지 않겠지만, 나름 서점직원으로서의 이념 혹은 고집으로 볼 수 있겠다.

 

 역시 지나가는 (혹은 나를 감시하러 온) 직원 한 명이 큰 소리로 내 등 뒤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돈을 벌 수가 있겠냐~" 이런 신종 갑질이 끝없이 창궐하는 나라라서 우리나라는 줄기세포라는 과학적으로 큰 사업도 놓쳐버렸다. 그리고 성형외과에 널리 쓰이게 되었으며, 대통령의 볼을 터질듯이 빵빵하게 부풀리게 했다. 그것도 독재자의 딸이다. 사실 그냥 이딴 나라는 망해버렸으면 좋겠는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박근혜는 망해도 황교안이 잘 말아드시겠지? 하고 새로운 희망을 내걸어 본다. 다른 나라에선 줄기세포에 정자를 수정시켜서 여성의 난자 없이 아기를 만들게 할 수 있다는 과학적 가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기초 과학을 돈도 못 번다고 천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일본이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짓을 저질러 버렸다지만 나는 그래도 아직 일본이라는 나라가 좋다. 수많은 지진과 쓰나미와 핵발전소 사고까지 있었는데도 끄떡없다.

 그들은 카그라라는 중력파 측정 장치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은 커녕 미사일 하나 제대로 발사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오스미 요시노리라는 사람은 오토파지를 밝혀내 암이나 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방법 한 단계를 밝혀주었다. 스즈키 나오키는 코끼리에게 밟혀도 망가지지 않고 코끼리도 다치지 않는 로봇카메라를 만들어 아시아코끼리를 촬영했다. 후지이 아키라는 천체와 관련된 많은 저작물을 발표한 천재 사진 작가로서 그리니치 천문대 천문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된 사진들에 대한 평을 남겼다. 좋아하는 일에 전념하면 이렇게 예술성 넘치고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도대체 사람의 인생에 의식주 의외의 돈이 왜 중요한지 알 수가 없다. 자신들도 인생이 어찌될지 모르는데 자식 새끼를 위해서 돈을 모은다고?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싫다. 내 가족을 위해, 내 지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결과는 결국 최순실을 낳았다. 만족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 내가 뽑은 나의 시 -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신경림.이시영.박철 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행

임술랑

여름 장마는 설악산 꼭대기 그 심중이 으리으리한 흰 바윗돌을 씻고 씻어서 용대리 백담사 앞개울을 콸콸콸 흘러가고 있습니다. 만해마을 앞 사방보 시멘트 구조물 물웅덩이로 세차게 흐르는 그 차가운 물이 빠르고 빨라서 작은 인간의 마음을 물레방아 돌리고 또 돌리고 있습니다. 소슬한 바람 한 줄기 지나가고, 물 통로 이쪽과 저쪽 난간을 만약에 뛰어서 건너야 된다면 나는 어찌어찌 발돋움으로 건너뛸 수가 있겠습니다만, 당신은 건너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세찬 세상의 풍파가 먼 데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오고 가는 속에서 당신이 이 내를 건너지 못하므로 나도 그냥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오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흙먼지가 되고 바람이 됩니다. 솔바람이 됩니다. 냇물에 닳은 돌멩이가 됩니다. 그래서 이 땅을 떠날 수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 여기 이 감옥에서 해골이 될 것입니다.

  

아침저녁 10편씩 읽어서 500페이지 넘는 시집도 읽을 수 있다니 역시 인간 뭐든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박찬세 시인의 시를 보려고 샀는데 뭔가 최지인 시인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엄청난 시를 쓰셨구나 싶었다. 예상대로 세월호에 관련된 시가 엄청 많이 올라왔지만 그를 초월해서 인생에 대해 시를 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임술랑 시인의 시가 그 중 하나라 생각하고 한용운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해서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설악에 관련된 시가 두편, 여수에 관련된 시가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나왔다.

 여수 갈때는 잘 몰랐는데 감나무가 유명하단다. 검색해보니 감나무집이란 한식당도 있고 1억원 짜리 감나무도 있다고 하니 감과 관련된 무슨 사연이 있는가보다. 좋은 정보를 하나 얻은 것 같아서 왠지 뿌듯하다. 그림정원 게하 들를 때 물어봐야지.

 

  

생각보다 음악이라던가 덕질에 대한 시가 많았다.

 애니에 대해서는 두 편이 있었는데, 하나는 세월호 사건 와중에도 애니를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청소년 이야기였고 다른 하나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듯한 시였다. 게다가 별의 목소리는 그 감독이 만든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어서 유달리 눈에 띄었다. 앞으로도 용기있게 시로 덕밍아웃하는 시인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별의 목소리

신남영

우주 비행사인 너는 지구에 있는 내게 메시지를 보낸다
네가 멀어질 수록 메시지의 교환 시간은 그만큼 늦어진다

너는 이제 명왕성을 지나는 중이라 했다
지구의 시간을 그대로 가져간 너는 옛날의 너이지만
지구에 남겨진 오늘의 나는 옛날의 내가 아니다

우주엔 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한 개의 은하엔 천억 개의 별이 있다 한다
마음이 가닿을 수 있는 거리는 어디까지일까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이 있지
네가 돌아올 때쯤은
난 별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메시지는 끊어진 지 오래이지만
마음에서 지워내지 못한 것들
한세상을 건너야만 들려올 별의 목소리

넌 차라리 안녕을 이야기하지만
사별보다는 나을지 모를
오늘의 단절을, 나는
멀어진 시간만큼 되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놀랍네요.
나이도 지긋하신데 가장 좋은 시로 애니메이션 시를 뽑다니.
별의 목소리 보세요 전 다섯번 봤네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중에서
ㅡ유령 6

이영광

4. 16. 08 : 59-10 : 11

살고 싶어요......를 지나는 시간입니다
수학여행 큰일 났어요 나 울 것 같아요를,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를 지나갑니다
걱정돼요, 한 명도 빠짐없이, 아멘......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실제 상황이야 아기까지 있어 미치겠다가
가만히 있으세요 절대 이동하지 말고가, 기다리세요가 사라졌습니다
기울어지고 기울어지고 기울어지고가 지나갑니다
잠깁니다 잠기고 있습니다 잠깁니다
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이제 없어, 가자고가 가버립니다
오지 않았습니다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쳐다보며,
안 보았습니다 우리는 여기, 없습니다
마지막 기념을 엄마 보고 싶어요를, 사랑해
사랑해, 나가서 만나를 잃어버렸습니다
내 동생 어떡하지? 아직 못 본 애니가 많은데,
난 꿈이 있는데,
내 구명조끼 네가 입어가 우릴 놓아버리고
끝났어 끝난 거 같아가 끝납니다 사라집니다
검은 물이 옵니다 물 샐 틈 없는 물이 왔습니다
끝났습니까 끝났습니다 끝났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귀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네가 마사오가 자랑하는 데 흥미를 안 보여줘서 그래."
"이사 온 사람을 봤다는 얘기를 왜 황송하게 들어야 하는데?"
"사람을 사귄다는 게 다 그렇지. 흥미가 없더라도 있는 척을 해 줘야 도리지. 너, 그러다가 사회 나가서 고생한다."
"고생도 내가 하니까 내버려 둬. 그래서? 자랑하는 데 같이 동조해 주지 않는다고 상대를 노려보고 나가는 놈은 고생 안 하냐?"

 

  

죽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특이했다. 손목을 긋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이신 스님은 충동적으로 손목을 그었다. 후계자로 굳이 삼지 않으려고 했던 시골의 절에서는 급히 그를 소환했다. 그는 그렇게 젊은 나이에 소토바라는 마을의 작은주지가 되었다. 자신의 충동을 이겨내기 위해서인지 그는 자꾸만 암울한 내용의 소설을 쓴다. 동네 사람들의 눈에 뜨이고 싶지 않은데, 그들의 시선은 조심스럽게 그를 쫓아다닌다. 작은주지스님은 외동인데 결혼은 언제할까? 저런 섬세하고 까다로운 성격에 결혼해도 잘 살 수 있을까? 저렇게 심약해서야 우리 마을을 다스릴 수 있을까?

 반면 도시의 현대의학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세련되고 불량스런 그 마을의 의사 선생은 마을 안에서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토시오의 어머니는 그 때문에 명예를 더욱더 갈구하는 타입이 되었지만 그런 부모가 지긋지긋한 토시오는 오히려 아버지가 썼던 응접실을 밀어버린다. 아내하고도 멀리 떨어져서 사는데 정말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그런 질문을 마을 사람들이 생각해 버리기도 전에 밀어낼 만큼 토시오는 단호한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등 뒤에서 속닥거리는 노인들의 입담만큼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다. 늙은 세대를 밀어내고 젊은 세대가 나아가야 그 마을이 살아남는데 말이다. 그런 소문에 일일히 상대해주기도 피곤한데 무시하기엔 너무 분하고 짜증이 난다. 그 상태에서 만만치 않은 부호가 이사를 온다.

 

  

시골 토박이들은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곧잘 외지인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성폭행이 항상 사탕 달라고 꼬시는 외지인 남자에 의해 이뤄지는 건 아니듯이, 내부의 문제를 외지 탓으로 돌리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외지인은 시귀다. 시골 사람들이 무섭고 소문으로 이지메를 시키며 몇몇 사람을 못살게 군다고는 하지만 힘이 어느 정도 빠진 노인들일 뿐이다. 사실 난 자꾸 시귀를 응원하게 된다. 힘내라 시귀. 시골을 뒤흔들어라 시귀. 그들의 소행이라 추측할 수 있는 돌림병같은 죽음은 좀 잔혹하지만. 필시 프롤로그에서 불타는 마을을 빠져나온 관도 그 시귀 중 가장 어린 여자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관이 소토바 식이 아닌 외부에서 온 데다 (소토바의 관은 창문이 달려있지 않은데 프롤로그의 관은 창문에 솔까지 달려 있었다.) 어쨌던 차 트렁크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5권이 완결같고 1권당 500장이 넘어가는 양인데다가 요새 유행답게 핑크핑크하고 귀엽지 않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유려한 문체라서 별 문제없이 스르륵 읽어나갈 수 있었다.

 게다가 공포소설에 시골 사회의 생태계와 그 문제점을 전부 담아내려 하는 게 상당히 독특했다. 마성의 아이에서는 이지메를 다뤘다고 들었는데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이슈를 담아내는 게 이 작가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물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전개가 워낙 현실적이다보니 거부감이 없다. 가급적 빨리 다음 2권을 보고 싶다.

 

  

여담으로 메구미가 죽을 때 어른들이 슬퍼하는 장면에서 자꾸 세월호 유가족들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들이...' 같은 발언이 나올 때마다 많은 청소년 운동권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했었다. 누구나 죽는데 왜 우리의 죽음은 더 슬퍼하느냐고, 그렇게 따지는 듯한 느낌이 처음엔 들었었다. 하지만 시골의 인간들은 오지랖이 지나쳐 귀찮아 죽겠다는 나츠노의 의견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순서없이 찾아오니 무서운 거라는 시귀의 말을 듣고나서 어렴풋이 그 청소년 운동가들이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죽음에서조차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있는 것이다. 메구미는 아마 죽어서까지도 청소년도 소토바 마을도 아무것도 벗어나지 못한 채 시귀가 되리라. 세월호 관련 시를 항상 읽고 있는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한국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말고 훨훨 날아가라' 라고 반말을 한다. 어쩌면 내가 나이가 지긋해질 즈음엔 우리 후손들 다수가 이 사실을 지적하고 비웃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당시엔 아이들의 인권 침해가 사후에서조차 이렇게 심했다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난의 시대 - 대한민국 도시빈민은 어떻게 살았는가?
최인기 지음 / 동녘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뉴스를 딱 들으니까 시청 앞에 한 600명의 엄마들이 애들 업고 모였어요. 또 지금처럼 호화로운 플래카드가 아니야. 기저귀감에다가 "우리는 못 나가. 못 살아도 여기서 살아." 이런 식으로 몇 개 써가지고 둘둘 말아서 "서울시장 나와라, 우리 만나라" 하며 소리치고 웅성웅성하니까 방송국이 다 시청 주변에 있었어요. 근처에 동양방송, 동화방송 그리고 KBS가 남산에 있었고, 문화방송이 정동에 있었죠. 그때는 라디오 방송만 있지. 텔레비전 방송이 없었을 때니까. 이날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다 나가버린 거야.

 

  

역시 인상적이었던 건 저자가 직접 가난에 맞서 투쟁했던 역사를 적어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가난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부터 잡은 것도 적절했고, 마지막을 설문지에 대한 운동가들의 대답으로 잡은 것도 또한 적절했다. 거의 모든 운동가들의 힘든 점은 역시 '자신도 어려운데 남들까지 챙겨 주어야 한다'와 '현실과 맞서 싸워도 변하는 게 없다'일 것이다. 이 책이 나올 때는 2012년이라서 용산참사가 가장 커다란 일이었기 때문에,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용산참사로 꼽히고 있다. 빈민을 도와주면서 좋았던 기억을 꼽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나는 송전탑 반대 일로 녹색당의 후원을 받고 밀양에 갔을 때 그곳에 사는 할머니가 손을 잡아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데... 운동권에서 일을 오래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역시 사람은 가장 슬프고 끔찍한 일이 강력히 기억에 남는 것일까.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합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역시 박봉과 과로 속에서 자신을 챙기면서 운동을 해나가는 일은 어렵다.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만, 종교계가 기도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투쟁하여 판을 바꿔나갈 운동가도 필요하다. 전철련은 전반적으로 잘해나갔다고 본다. 난 서울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 하숙하게 해달라고 고모에게 무릎꿇고 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숙사 지원을 받았다면 고모와 나는 서로에 대해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대학을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고모와 충돌이 있어서 5년을 다 못 채우고 집을 나와야 했었다. 먹는데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옷을 두고 다니면서 세탁을 할 수 있는 데가 있어야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 때 참으로 내가 살만한 집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집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라르와 쟈크 애장판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나라면 안그래!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아이잖아?! 난 그것만으로도 좋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왜 울지? 넌 아무 잘못이 없어! 아이들은 왜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부모를 좋아하는 거지?!

 

 

  

요시나가 후미를 좋아한다.

 과장되게 이쁘장하게 꾸민 수의 얼굴과 터프하고 근육이 울긋불긋한 공의 몸매 사이 어느 경계선에 있는 그 그림체가 좋다. 진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개그의 요소만 있지도 않은, 그 쿨한 씬이 좋다. 그저 덤덤하게 흘러가다가 자크의 성장처럼 어느새 훌쩍 남남상열지사로 발전하는 제라르와 자크의 관계가 좋다. 여자와 여자의 연애이야기를 담기는 했지만 자크의 이야기를 은근히 담아내는 제라르의 소설 이야기가 간간히 나오는 게 좋다. 무겁지 않게 프랑스 혁명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좋다.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북카페나 책방 어딘가에 이 책이 꽂혀있으면 계속 눈길이 가게 된다.

 요새 책을 빨리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볍게 읽게 되는 측면이 있지만 북카페같은 데서는 유리하다. 책을 빌려갈 수도 없는데 사기에도 왠지 아까우니(?) 도저히 느리게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울에 올라갈 때나 후딱 읽어야지 어쩌겠는가. 그나마 제라르와 자크를 이렇게 쓱 읽은 것도 네번째인 점을 위로로 삼아야겠다. 읽을 때마다 항상 찌르르한 감동을 주는 BL 만화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