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반양장)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돈 버는 방법 정도의 가벼운 자기개발 서적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건 600페이지를 넘는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역작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가 얘기하는 '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부'보다 훨씬 넓은 개념인데, 아마 일반적인 부의 개념으로는 프로슈밍과 같은 무임금 노동을 포괄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얘기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를 모아,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준 다음,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될까? 대다수가 동의하는 바는 세상의 부를 모으기 전의 부자와 가난한 자가 다시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부자였던 자는 다시 다른 사람들의 부를 모아, 부자가 되고, 부자 나라는 다시 부자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의 근거는 부자는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낚시하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언제든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것이나까. 이 방법을 앨빈 토플러는 '부 창출 시스템'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 부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급속히 변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양한 사회 현상들로부터 살피고 있다. 새로이 창조되고 있는 부 창출 시스템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양의 부를 생성하고 있으며, 부의 매커니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삶이 열리는 환상적인 시기에.

인류 역사 속에 이런 환상적인 변화, 성장의 시기는 두 번 있었는데, 첫번째는 농업 혁명이며, 두번째가 산업혁명이었다. 이제 우리는 세번째 인류 역사의 변혁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책 속에서 꾸준히 표현되는데, 그간 인류가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세계 빈곤의 퇴치나, 세계 파워 게임에서 NGO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점 역시, 이런 저자의 긍정적 미래관에 기초하고 있다.

미래 세계 힘의 구도는 누가 새로운 부 창출 시스템들을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있는데,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시간, 공간, 지식이라는 3가지 요소의 변화가 깔려 있다. 즉 미래 부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기반의 흐름을 연구하고 주시해야 할 필요를 역설하고 있다.

여러 주체 간의 속도의 차이를 동기화하는 이슈, 아시아와 우주로 이동하는 공간의 확장, 지식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방법의 도전 등 시간, 공간, 지식에서 일어나는 변화 방향을 진단하고, 이런 변화의 대표적인 예로서 프로슈밍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슈밍은 스스로 소비, 사용하려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오픈소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거나 mp3 파일을 제작하는 전통적인 프로슈머 개념을 넘어, 계좌이체를 위해 인터넷 뱅킹이나 봉사활동 등 무보수 노동들을 통칭하고 있다. 프로슈밍은 과거 자기 옷은 자기 짜 입고, 자기 음식은 자기가 키우던 그 때의 방식과 비슷하다. 여분이 있다면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비화폐 경제의 폭발적 성장은 기존 화폐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사례는 제 블로그를 참조)

또 그는 섬뜩한 통찰력으로 현대 기업들의 전략적 오류를 정확히 꼬집고 있는데, 바로 민첩성과 속도에 대한 숭배이다. 환경 변화가 빨라짐에 따라 모든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경영을 컨설팅하는 곳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IT와 소프트웨어도 기업의 민첩성을 증진시키데 크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민첩성에 대한 인기 뒤에 숨은 그림자는 아직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렇게 꼬집고 있다. "민첩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략이 없는 민첩성은 조건반사에 불과하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때그때 생각없이 대응하는 것은,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끝부분 하나의 섹션에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데, 점진적 연방 통일을 원하는 남북한 양국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통합의 진도가 정부 통제를 벗어나면서 한 순간 급격하게 통일이 되어버리는 시나리오를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부를 축적할 구체적인 기회에 대한 언급을 두리뭉실한 상태로 두어서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과, 번역이 다소 껄끄러워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의 이해를 방해한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그것이 책의 가치를 그리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미래는 신(神)의 존재, 죽음과 더불어 인간 지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분야이다.

인류는 고대 토정비결, 해몽, 점성술에서 현대 미래학과 경영전략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누구도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라는 명제를 누구도 깰 수 없기 때문이다. 연초면 서점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예측서들이 저자들의 높은 전문성과 분석력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주지 못하고 의심을 여운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절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대상으로서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인가. 이 책은 그 실타래를 풀기 위한 괜찮은 시도이다.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은 노스트라다무스식의 예언이 아닌, 나름의 관점에서 본 방향의 제시이다. 책 서두에서 저자는 '실제 미래는 이 책에 기록된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못 박았다. (실제 2006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과거에 대한 역사서가 의미가 있듯, 같은 이유로 미래에 대한 역사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과거 역사는 사실이 아니다. 역사는 사실을 바라보는 역사가의 해석이라는 점은 카(E. H. Carr)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충분히 설명되었다. 박정희 제5공화국이 바라보는 이의 관점에서 긍정이 되기도 하고, 부정이 되기도 하듯이. 이처럼 미래도 과거와 현재라는 기초 아래 역사가로서의 미래학자의 해석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실제로 그렇다) 저자는 책의 제목(미래史)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을 예언서나 미래서로 불리기보다 역사서로 분류되기를 주장한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언급이 꼭 현실과 맞아 떨어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다.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미래학자의 핑계나 한계에 대한 자기합리화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고려할 때 더 적절한 접근방법이 될 수 있겠다.

역사서의 설득력은 역사가의 통찰력과 그것을 범인의 수준에서 풀어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했을 때, 이 책의 매력과 설득력을 이해할 수 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건 역사가 이야기임을 아는 저자의 능력에 대한 찬사로 돌릴 수 밖에 없겠다.

간만에 찾아낸 괜찮은 책으로.. 과감히 별 다섯개! 서평이 도움이 되셨으면 "Thanks to" 클릭 한 번...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이미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구지 읽어보시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아직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를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보다는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1 - 미국 : 미국역사 편 먼나라 이웃나라 11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역사는 잘난 사람의 팔뚝처럼 짧고 굵습니다. 역사는 채 300년이 안 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는 반만년 즉 단기 4300년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14분의 1도 안되는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전쟁을 많이 치룬 나라이며, 세계 최강국으로 세계 경찰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또 가장 빨리 영토가 확장되었고, 러시아, 캐나다,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는 두 가지 단어로 압축되는데, 하나는 도전,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입니다. 현재 미국의 기틀을 이루고 있는 백인들은 유럽으로부터 이주해와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했습니다. 농사를 지으려 해도 농기구가 없었을테고, 농기구를 만들래도 대장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대장간이 있어도 철이 없었습니다. 정말 막막했겠죠. 그들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서부로 이동한 사람들은 추운 산맥을 넘고 인디언들과 싸우며 또 다른 미개척지로 몇 날 몇 일을 이동했습니다. 법과 룰이 없는 혼란의 시대를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서부 영화를 보면 마을마다 보안관이 있다지만 그 보안관이 죽으면 그 마을은 도적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쉬웠던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결투에 응해야 했고 손가락이 늦은 사람들은 지체없이 죽었습니다. 손가락이 무슨 죄라고... 그렇게 그들은 개척하고 투장하고 도전하는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 짓을 300년 동안 해 온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4000년 동안 도전이나 개척보다는 평화와 안정을 원했습니다. 구지 개척하고 도전할 필요를 못 느꼈겠죠. 북으로는 넘지 못할 벽 대중국이 버티고 있으니 반도에서 편히 사는 것이 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벤처라는 말도 미국에서부터 왔구요. 벤처라는 개념이 프랑스에서 나왔다면 우리가 벤처를 표현할 때 프랑스에서 온 외래어를 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는 필시 미국으로부터 건너왔습니다. 실리콘벨리도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은 도전에 익숙한 나라입니다. 그들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허허벌판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없던 것 중의 하나가 왕과 지배계층이었습니다. 모두 평등했고(물론 백인끼리만) 법도 규칙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개인의 이익과 기분에 따라 권총으로 죽고 죽이는 서부의 시대가 있었던 것입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고 국민이 스스로 다스리고 국민을 위하는 민주주의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시 이승만 1대 대통령 때부터 미국의 제도를 대거 도입해 만들어진 제도이고 보면 우리 정치의 스승은 미국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근데 나쁜 것만 배워가지고는...)

미국의 역사가 그러했다면 미국의 미래는 어떨까요? 더욱 강해지고 이기적이 될까요? 아니면 점차 쇠약해지고 와해될까요? 미국은 유일하게 선진국 중 노령화 시대를 가장 늦게 맞게 되는 나라입니다. 또 원한다면 인구를 대거 늘릴 수도 있는 나라입니다. 이것이 유럽의 선진국들이나 일본,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민자들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력 리소스를 바탕으로 현재의 국력을 한참을 유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중국이 강력하게 따라오고 있지만 중국은 우선 일본, 영국, 독일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이 미국입니다. 또 사회주의라는 폐쇄주의, 중앙집중주의도 쾌속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입니다. 따라서 마국은 지구의 역사에서 앞으로도 함참을(적어도 몇 십년은) 세계 최강국으로 남을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점차 노령화되고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사회유지 비용이 증가하고 실질 노동인력은 감소하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남북통일을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남북통일 자체도 핵과 같아서 잘 이용하면 좋지만 잘못 이용한다면 대대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것입니다. 왜들 미국으로 이민가려하는지 알겠네요. 세계의 경제가 점차 시장주의로 기울수록 부익부 빈익빈은 국제사회에서도 분명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글쎄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삼성전자와 같이 미국을 이길 수 있는 경쟁을 갖는 기업을 10개 이상 보유하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기업들이 세계 1위 제품을 몇 개씩만 가져도 몇 백개의 세계 1등 제품을 우리는 가지게 되고 미래에 닥칠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기반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여성인력들을 대거 활용하고 대기업들이 그들에게 육아에 대한 짐을 덜어주고 혜택까지 제공한다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노령화되거나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가능성 있는 씨를 찾고 그들을 삼성전자처럼 키워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장기적이고 가장 큰 과제가 아닌가 싶은데... 누가 대통령이 되고, 정부 청사가 어디로 가고, 부동산 정책이 어떻고 하는 건 차후 문제 아닌가요. 교육과 기업정책이 우리나라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 생각하는데 정치인들의 관심은 굴비상자니 사과상자에만 가 있으니...

오늘 중앙일보(2004년 9월 30일자)에 재미있는 설문 결과가 실렸습니다.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4% 이상이 과도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50% 이상이 무기한 연기 또는 상당한 기간 후라고 답해서 서로 모순되는 답변을 보였습니다. 미국 하는 짓이 그리 보기 좋지 않지만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 또 50% 이상이 가장 협력해야 할 나라로 미국을 꼽았고, 다음으로 중국을 꼽았다고 합니다. (당분간) 꺼지지 않는 제국, 미국을 최대한 이용해서 나중에 우리가 우리와 영토가 비슷한 영국이나 일본처럼 미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0 - 미국 : 미국인 편 먼나라 이웃나라 10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사람에게 미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이면 백 모두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어슴프레 친미(親美)와 반미(反米)를 나눌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이라면 그 둘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 않을까. 나에게 미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수출을 생각하지 않고 국내 사업만 생각해도 되는 나라. 자국에서 성공하면 수출도 자연히 되는 나라. 자국에서 1위는 곧 세계 1위인 나라. 큰 포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중국, 일본, 미국 등 서로 다른 말을 가진 수많은 나라에 수출길부터 생각해야 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기회의 땅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출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공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을 얻으면 탄탄대로요. 미국을 잃으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최근 안철수 사장이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빌 게이츠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비즈니스하기에 척박하다는 동시에 미국이 그만큼 많은 기회와 시장을 제공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인은 냄비근성을 가졌다고 한다. 또 정열이 넘치고 솔직하고 정 많고 흥 많은 사람들의 나라라고 한다. 일본은 꼼꼼하고 세밀하고 친절하지만 이중인격을 가졌다고 한다. 중국은 장사에 강하고 느긋하며 속 마음을 잘 알 수 없다고 한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 프랑스는 예술과 패션, 그리고 자유의 나라. 이탈리아는 정열의 나라. 그렇다면 미국은? 미국 사람들은?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미국은 역사가 짧다. 한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가 아니다. 세계 각 국의 각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나라다. 각기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라다. 따라서 공통성을 쉽게 찾아낼 수 없다.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율을 따져 다소 보수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어정쩡하다. 미국 거주 남아메리카인이 흑인을 넘어섰고 아시아 인구들의 유입이 계속 되고 있다. 최대 일인 타운, 화교 타운, 한인 타운을 형성하며 여러 문화를 포용하며 살아가는 나라다. 그래서 하나의 특색이 없다. 문화도 유구한 역사도 없다.

보통 상황이 이러하면 하나로 뭉치기 힘들다. 미국이 전쟁을 좋아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대곤하지만 그 중의 하나라 국민의 단합이 아닌가 한다. 서로 모양이 다른 국민들을 하나로 붙이기 위한 접착제로서 전쟁이 활용되고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이 공간을 메운다. 전쟁과 자부심은 순환하면서 국민을 하나로 모은다. 전쟁을 치루고 거기서 승리하면서 세계 1위, 세계의 경찰이라는 자부심을 세운다. 모아진 힘이 또 다른 전쟁을 만들도 다시 자부심을 세운다. 전쟁을 통해 산업도 발전하고 과학도 발전한다. 전쟁을 통해 정치력을 확인하고 경제력을 돋운다. 반미의 주원인인 미국의 호전성은 미국에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저자의 마지막 설명이다.

좀 더 우리에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미국을 공략할 수 있겠는가? 미국을 이길 수 있겠는가?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에 몸담고 있는 본인은 미국의 세계 지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소프트웨어계는 60~7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MS, IBM, Oracle로 대표되는 미국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독점 수준이다. 솔직히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에게는 인력, 자금, 기술력, 레퍼런스, 경험 모든 면에서 벅찬 상대다.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딪고 미국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몇 개 있다. 이 업체들에게 대한민국 점령 후 다음 목표는 미국이다. 당장의 목표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최소의 승리를 이루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 미국을 어떻게 점령하지? 그 광대한 땅에 우리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마치 밑빠진 독에 물을 쏟아붙듯 시장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야 이름을 그나마 알리고 그들이 주문처럼 외치는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다고. 그것이 미국 자국에서 사업기회를 잡아서 시작하는 사람들과 미국 외에서 미국으로 진입하는 자의 차이다. 쉽사리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외지에서 들어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예는 없을까? 다행히도 있다. 바로 독일 회사인 SAP가 그 예이다. 그들은 세계 소프트웨어 4위, 미국에서 기업 애플리케이션 1위를 2위를 멀리 따돌리고 지키고 있다. 그들을 미국 공략 전략을 들여다보면 힌트가 될 것이다. 그들이 미국에 첫 발을 내딪은 것은 그들의 고객인 독일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면서다. 한 마디로 처음에는 들러리로 나섰다. 독일의 제조기업들이 대폭 성장하면서 미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고 거기에 묻어간 경우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영업이 들어갔을 때 그들의 타겟시장은 그들이 처음 고객으로 잡은 산업의 기업들이었다. 한 번 해 봤기 때문에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의 핵심은 바로 컨설팅 업체였다. 고객에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제품을 제안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컨설턴트다. SAP는 미국내 수위의 유명한 컨설턴트 업체를 모두 잡았다. 지금 IBM에 인수된 PwC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MS, IBM, SUN, HP, DELL 등 미국의 IT기업들을 공략했다. 미국의 IT기업이 쓰는 IT. 얼마나 멋진 레퍼런스가? 그리고 나머지 한 요소는 그들의 언론 홍보 전략이다. 그들은 쉼 없이 미국의 미디어를 들락거렸다. 수많은 가쉽과 기사들로 신문지면을 채웠다. SAP이 사주한 것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기사꺼리를 쉼없이 제공했을 뿐이다. 그 이후는 수많은 기자들이 마케팅팀의 팀원이 되어주었다. 미국이 가지지 못한 아이템(MS, IBM, Oracle(당시) 등 아무도 없었다.), 배후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 훌륭한 레퍼런스, 홍보를 통한 브랜드 관리. 이것의 조합이 오늘의 세계적인 독일기업 SAP를 만들었다.

우리도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SAP의 전략이 그대로 먹히진 않겠지만, 난공불락 미국은 아닌 것이 입증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