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는 국립중앙도서관 및 문화관광부, 국회도서관의 납본업무를 대행하고 납본된 도서를 기준으로 출판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지난 한 해(2006. 1. 1. ~ 12. 31.) 동안 출협을 통해 납본된 신간 도서(정기간행물은 제외)의 발행량 및 분야별 현황, 평균 정가, 평균 면수를 비롯하여 2006년 분야별 출판시장 규모(추정치)는 다음과 같다.

2006년 신간 발행량

지난 한 해 동안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납본된 자료를 집계한 결과 신간 도서의 발행 종수는 총 4만 5,521종(만화 포함), 발행 부수는 1억 1,313만 9,627부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발행 종수는 4.4%(▲1,923종)로 상승하였으나, 부수는 5.5%(▼658만 7,054부) 감소하였다. 한편 종당 평균 발행부수는 2,485부, 한 권당 책값은 1만 1,545원, 평균 책의 면수는 263쪽으로 집계되었다. 평균 발행부수도 9.5%(▼261부)가 줄어들어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정가는 2.5%(▲287원), 책의 면수는 4.3%(▲11면)가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발행 종수 현황

발행 종수는 총 4만 5,521종이 발행되었다. 이 가운데 기술과학 분야가 22.7% 증가하여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로 분석된다. 이밖에 문학 17.2%, 사회과학 12.3%, 예술6.1% 순으로 늘어났다. 반면, 총류 분야가 23.5% 감소하여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순수과학 18.3%, 종교 13.9%, 아동 6.3%, 학습참고는 5% 감소하였다.

분야별 발행 부수 현황

발행 부수의 경우 총 1억 1,313만 9,627부로 집계되어 전년(1억 1,972만 6,681부) 대비 5.5%의 감소를 보였다.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철학 분야로 17.9%의 증가를 보이는데, 이는 최근 대중의 철학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 인한 알기 쉽게 풀어쓴 철학도서의 다수 발행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이밖에 문학 9.4%, 학습참고 2.8% 등이 늘었으나, 순수과학 32.5%, 종교 31.4%, 총류 31.7%, 역사 13.6%, 아동 11.2% 등 전반적으로 감소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지속되는 불황 및 경기침체 등에 기인하여 소량생산 체제가 나타났다고 판단된다.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분야로는 문학으로 2,113만 3,130부가 발행되어 전체 발행부수의 18.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또한 18.7%를 차지하였고, 그 밖에 만화(18%), 학습참고(13.7%) 순으로 집계되었다.

종당 평균 발행부수 2,485부, 평균 책값은 1만 1,545원

도서의 한 종당 평균 발행 부수는 2,485부로 전년 같은 기간(2,746부) 대비 9.5%가 줄었다. 종당 평균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학습참고서로 8,467부, 가장 적은 분야는 기술과학 분야로 1,419부로 집계되었다.

도서의 평균정가는 1만 1,545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값이 가장 비싼 분야는 역사 분야로 1만 9,119원, 그 다음은 총류(19,007원), 기술과학(18,942원), 순수과학(17,399원), 사회과학(16,876원) 순이었으며, 가장 저렴한 분야는 만화(4,167원), 아동(8,868원), 문학(8,994원),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면수는 263쪽

 한 권당 평균 면수는 263쪽으로 전년도의 252쪽에 비해 4.3%가 늘었다. 가장 두꺼운 분야는 평균 384쪽의 사회과학 도서. 반면 아동은 평균 105쪽으로 전체 분야 가운데 가장 얇은 분야로 나타났다.

번역도서 현황

전체 발행종수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3%(10,482종)로 나타났다. 이중 만화가 2,731종 발행되어 가장 많았고, 아동(2,290종), 문학(2,057종), 사회과학(1,257종) 순으로 집계되었으며 언어권별로는 일본(4,324종), 미국.영국(3,574종), 프랑스(663종), 독일(626종), 중국(349종)순으로 나타났다.

2006년 분야별 출판시장 규모

 2006년도 분야별 출판시장 규모는 각 분야별 발행부수×평균정가×2배(중쇄)로 산출한 추정 금액으로 가장 큰 출판시장은 문학 분야(3,801억 4,274만 2,440원)로서 전년 대비 2.6%의 소폭 상승에 그쳤으나, 전년도 1위였던 아동분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으며, 이어서 아동, 사회과학, 학습참고, 기술과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출판시장 규모는 2조 3,657억 1,908만 9,154원으로서 전년(2조 6,935억 5,051만 6,034원)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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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나는 아이는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황금돼지해’ 덕분에 임신, 출산을 계획하는 부부가 많아졌다고 한다. 황금돼지해를 맞이해 출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자연스레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도서의 판매도 늘었다.

인터넷서점 YES24는 올해 1월 한 달간 임신, 출산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2천 권이 넘으면서 전년 판매량에 비해 57%가 늘었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의 판매는 전체 국내도서 판매량에서 약 0.10~0.15%에 해당하는 적은 분야지만, 해당 분야의 한달 간 판매량이 2천 여권이 넘게 판매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비슷한 분야인 육아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작년과 비교해 27% 증가한 것과 비교해보면 임신, 출산 도서 판매가 2배나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나 작년 하반기부터 점차 증가세를 타기 시작하다가, 올해 1월 들어 크게 증가해 ‘쌍춘년’ 결혼 붐에서 ‘황금돼지해’로 자연스럽게 임신의 증가로 이어진 결과로 보여진다.

황금돼지해 임신과 출산 책의 특징 중에 하나는 ‘자연주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일산 조산원 서란희 원장의 <자연 그대로 아기 낳는 법>이 출간되면서 예비 엄마들의 관심을 끌었고, 한의사 김소형 원장의 <건강한 임신과 육아를 위한 자연주의 한의학>도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나 육아 분야 도서에서도 ‘자연주의’바람은 눈에 띄는 현상 중에 하나다.

그밖에 모성보호 정책과 그 활용방법, 해당법규를 소개하고, 임신기간 중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직장맘에 맞춰진 <당당한 임신 똑똑한 태교>, 특히 태교 동화 중에서는 <아빠들을 위한 태교 동화>가 엄마용 태교 동화보다 더 많이 팔리는 현상도 최근 들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생아 육아 책으로는 신간 보다는 이미 입 소문이 난 믿을만한 스테디셀러들이 꾸준한 판매를 보인다. 하정훈씨의 <삐뽀삐보 119 소아과>, <삐뽀삐뽀 119 이유식>, 삼성출판사의 <임신출산육아대백과>, 0세부터 토들러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와 기술을 다룬 <베이비 위스퍼 1,2>는 이미 엄마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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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공지영,
작품은 토지

사이버 문학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공지영 박경리 조정래 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토지’ ‘태백산맥’ ‘소나기’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문학 포털사이트 문장(www.munjang.or.kr)은 회원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우리 문학 작가와 작품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여 23일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회원 1037명이 참여해 작가 233명과 작품 668편을 추천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작가는 공지영(62표)이었다. 이어 박경리(60표) 조정래(56표) 박완서(50표) 이외수(47표) 순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박경리의 ‘토지’가 52표를 받아 1등을 차지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42표를 받아 뒤를 이었고, 황순원의 ‘소나기’가 41표로 3등에 뽑혔다. 이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35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26표)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응답자 1037명 가운데 326명이 중복 응답해 총 1363표가 나왔다. 사이트 회원들이 좋아한다고 답한 작가 수는 총 233명, 작품은 668편으로 집계됐다.

문장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회원들이 단순히 작가 이름과 작품 제목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추천사유를 직접 작성해 응모하도록 해 진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는 회원들에게 작가와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도 적어 내도록 했는데, 공지영씨의 작품을 꼽은 회원들 중에는 “여성 문제나 사형수 문제 등을 소재로 한 소설이 쉽고 재미있게 읽혔 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경리씨에 대해서는 “총체적 인간의 삶 과 땅의 소중함 등을 ‘토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는 의견 이 눈에 띄었고, 조정래씨의 경우 “역사 속 민초들의 애환을 표현한 ‘태백산맥’이 감동적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완서씨에 대해선 “곰팡이내음처럼 고단한 우리네 인생의 단상 을 너그럽고 조용히 관찰하면서 혜안의 시선으로 위로하는 따뜻 한 손길이 너무 좋다”고 했으며, 이외수씨에 대해 올린 글 중에 는 “물질에 집착해 인간의 도리를 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품세계가 마음에 든다”는 평이 눈길을 끌었다.

문학 포털사이트 문장은 지난 2005년 6월 공식 오픈한 문학포털사이트로 연중 온라인 공모전, 국내 유릴 문학 웹진, 블로그, 청소년문학관 글틴, 인터넷문학라디오 등 다채로운 문학콘텐츠를 구축, 점점 멀어져 가는 우리 문학과 일반 독자 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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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록/ 이태준

S군. 자네가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내려 안았다네. 이런 기분 실로 오랫만 에 느껴보는 것 같네. 자네만큼은 늘 내 주위에서 언제나 전화하면 늦은 시간에라도 달려와 줄줄 알았는데 이렇게 떠나고 나니 자네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지는구먼.

  자네와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흐른듯 하네. 30년하고도 몇년이 지났으니 참으로 오랜 세월일세. 사실 초등학교 기억은 별로 없네만 중학교 2학년때인가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네. 자네는 늘 입술을 핥고다녔지,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입술이 퉁퉁 불어있곤 하였지. 그 기억이 이십수년이 지나서 자네를 다시만난 2000년의 어느 날에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이제는 지나온 세월이 얼굴에 그대로 베어난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의 그 추억과 기억들은 아직도 그대로남아 있다네.  우리의 지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세나. 한번은 늦은 시간에 나의 휴대폰에 문자가 찍혔었지. 자네가 보낸 문자인데 술한잔 하고 보낸 메시지가 나의 마음을 단번에 오그라들게 만들었지. 마치 세상을 등질것 처럼 말이지. 놀라 전화버튼을 눌렀지만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하염없이 흘러나오는데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구먼. 결국은 다음날 아침 모든 진실이 밝혀졌지만, 자네의 문자를 받은 나는 밤새도록 이생각 저생각에 거의 뜬 눈으로 지새운걸 아는가?.

  그래도 힘들때 나를 찾아주어 고맙다네. 내가 비록 도움은 안 되더라도 그냥 술한잔 기울이며 자네와 지난 이야기라도 나누면 마음만큼은 편해지지 않았는가 말일세. 지금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달려와 준것처럼 또 달려 간 것처럼 늘 그런 마음 간직하고 살자 친구야.

  보나마자 자네는 지금 먼 객지에서 외로움에 지쳐 어느 선술집에서 새로나온 19점 몇도의 소주가 아닌 예전 소주를 주문해 놓고 홀로 쓸쓸히 술한잔 하고 있겠지. 이 곳에 있었더라면 앞에 내가 앉아 있었을텐데 말이야...1년하고도 몇개월이 지나야 다시 올라 올 수 있다고 하는데 - 하긴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안다고 했던가-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겠네. 부디 건강하시게.

  참,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한권일세.  힘들고 지친 자네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네. 책 중에 이런 구절이 있으니 한번 음미해 보길 바라네. 책은 조만간 도착할 것이니 나머지는 천천히 일독하게나.

고요한 밤 산가에 일어나 앉아 말이 없네 (山堂靜夜坐無言)
쓸쓸하고 적막한 것이 본래 자연의 모습이러니 (寥寥寂寂本自然)

얼마나 쓸쓸한가!
무섭긴들 한가!

무섭더라도 우리는 결국 이 요요적적(寥寥寂寂)에 돌아가야 할 것 아닌가!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나. 책 제목처럼 인생의 끝도 순서가 없으며, 고독이라는 위의 글처럼 쓸쓸한 자연의 모습 바로 그 자체 말일세.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것 같으이.
오랜시간이 흘러도 사랑을 받는 이 책처럼 자네와 나의 우정도 함께 오랫동안 간직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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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송 2007-03-0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하네요...
 

고무줄 할인폭’ 탈법만 키웠다

‘마일리지’ 못묶어 편법땐 100% 깎아주기 가능
‘10% 할인’마저 5년 뒤면 소멸되는 ‘일몰법’
되레 대형·온라인서점 유통 집중돼 취지 무색
‘완전정가제’로 개정해야 탈법 막을 수 있어

  2002년 8월26일에 국회를 통과했고, 2003년 2월27일에 정식으로 발효된 ‘출판및인쇄진흥법’은 원래 새로 등장한 온라인서점이 과당경쟁을 벌이자 이를 막기 위해 서둘러 제정된 법이었다. 한데 원래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법이 시행된 지난 4년간 출판시장은 전례 없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 법은 말 그대로 ‘출판과 인쇄산업의 진흥을 위해’ 새롭게 정비된 법이다. 발효될 때부터 가장 주목받았던 사안은 ‘변형 도서정가제’ 문제로, 출간된 지 1년 미만의 신간을 오프라인서점은 정가로, 온라인서점은 10퍼센트 이내에서 할인 판매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처음 출판 업계는 10퍼센트의 할인과 5퍼센트 이내의 마일리지만 허용한다는 이른바 ‘10+5 조항’을 합의했다. 그러나 마일리지 규정은 법률로 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문화관광부는 ‘고시’로 마일리지를 3퍼센트 이내로 묶어두려 했지만 국무총리실 산하의 규제개혁위원회가 반대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일리지 조항이 사라지면서 ‘출판및인쇄진흥법’은 온갖 탈법을 조장할 수 있는 마당을 내준 꼴이 되었다.

  출판및인쇄진흥법’에서 정한 10퍼센트 할인조항은 적용범위를 점차 줄이다가 시행일부터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일몰법(sunset)’이다. 내년 2월27일까지 별도의 대체입법이 없다면 모든 도서의 완전할인경쟁이 허용된다. 지난 4년의 경험으로 할인경쟁이 출판산업의 암초임을 자각한 업계는 어떻게든 대체입법을 마련하느라고 분주하다.

대형 11곳 매출 1조원 쏠려

  현재 출판단체, 온·오프라인 서점업계 등이 잠정 합의한 것은 신간의 경우 책값의 10퍼센트 이내로 할인을 제한하는 조항은 유지하되 마일리지는 경품을 포함해 책값의 5퍼센트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신간의 범위는 줄다리기 끝에 출간 후 18개월까지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항이 삽입된 개정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만 통과하면 만사형통일까? 아니다. 2002년 제정된 ‘변형도서정가제’가 출판계에 끼친 폐해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시행된 지난 4년간 출판에서는 유통이 집중화되었다. 대형서점 체인, 온라인서점, 도매상 등 11개 주요업체의 매출 총액이 무려 1조927억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한 해 동안 발행되는 전체 신간 발행부수의 매출액과 맞먹는다. 매출성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온라인서점이다. 온라인서점은 지난 4년간 실제적인 무한할인경쟁을 벌여 10퍼센트 할인조항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구간을 30% 할인하는 건 기본이고 50% 할인도 일상적이다. 할인 폭이 적은 신간은 마일리지, 할인쿠폰, 경품, 1+1(덤으로 책 한권을 더 주는 것) 등을 동원해 30% 이상 할인해준다. 심한 경우 독자가 거의 공짜로 책을 살 수 있는 정도로 파격적인 이벤트도 벌인다.

   2003년 이후 온라인서점은 과점체제를 형성하며 급속한 매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1999년 269억원, 2002년 2000억원을 기록했으며 몇 개 온라인업체의 매출만으로도 2006년에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G마켓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판매까지 합하면 매출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서점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말에 2103개였던 오프라인서점은 작년에도 약 10퍼센트의 서점이 전·폐업해 이제 서점 수는 19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형 할인점이 중소도시까지 입점하여 급증하는 바람에 지방의 서적 도매상은 도매기능을 멈춘 상태로 보아도 좋을 정도다.

  지난 4년간 출판사의 양극화도 심각해졌다. 임프린트 시스템을 도입한 몇 대형출판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1인 출판’이 늘고 있다. 2005년에만 2800여개의 출판사가 신규 등록하는 등 ‘1인 기업’의 출판사의 출현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시공사, 민음사, 웅진씽크빅, 랜덤하우스코리아, 넥서스, 김영사, 북21, 위즈덤하우스, 문학동네, 창비 등 주요 단행본 10개 출판사의 2006년 매출을 합산하면 27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2002년에 비교해 2배 성장한 수치다. 반면 1인 출판사는 물론이고 중간 규모의 출판사는 경영이 크게 흔들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출판사의 양극화가 이렇게 급격하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는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요사이 출판계의 전통적인 프로모션 기법이었던 광고, 홍보 등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책의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다. 결과적으로 한권이라도 더 책을 팔기 위해 온라인서점 순위를 무조건 올리려는 변칙적인 영업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서점에서 벌어지는 끝을 모르는 할인경쟁과 책값의 몇 배에 달하는 경품 제공이 출판의 양극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자본력이 없다면 온라인 서점의 이벤트는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 출판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뿐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전체 매출 규모가 성장했을지는 몰라도 과다한 할인과 이벤트로 출판사는 영업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베스트셀러만 살아남는 구조

  세계 출판계가 다국적 복합 미디어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서 국제경쟁력 있는 출판사의 출현은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팔리는 책에 혈안이 되어야 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게다가 유행처럼 번진 1인 출판사는 자본의 힘을 당하지 못한 채 유아사망이 심각한 형편이다.

  이처럼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시행된 후 자본의 공룡화, 온라인 서점의 집중화는 필연적으로 가속화되었고 이는 베스트셀러만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독서단체를 빙자해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대신 사준다는 ‘인터넷 사재기’ 대행업체가 20여개가 활약한다는 소문이나, 한 편집책임자가 가족들의 이름을 빌려서 만든 한 대형서점의 회원카드 20개를 가지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출판은 베스트셀러에 집착하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만들어낸 베스트셀러가 기껏해야 자기계발서라는 점이다. 2006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소설이나 비소설이 아닌 자기계발서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덕분에 출판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출판서적계가 ‘출판및인쇄진흥법’의 개정에 관해 완전한 의견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잠정적인 합의를 통해서라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법의 통과만이 문제는 아니다. 출판, 서적계 종사자의 근본적인 의식전환이 없으면 출판의 미래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21세기 출판의 역사는‘무료정보’와의 투쟁이다. 무가신문과 무가잡지의 등장으로 잡지 시장마저 크게 축소되고 있으며 무료매체와 다른 차별화와 가격경쟁력이 있는 책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때다.

  잡지의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이웃 일본에서 <바보의 벽>(요로 다케시), <국가의 품격>(후지와라 마사히코) 같은 신서가 해마다 출현해 수백만부씩 팔려나가고 있다. 이른바 ‘신서붐’이 크게 일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문고’의 나라인 일본은 신간을 아예 문고 크기의 신서로 펴낸다. 잡지의 기사보다는 높은 수준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독자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는 ‘변형도서정가제’ 때문에 오히려 책값(정가)을 올려놓고 할인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도서강국 일본은 정가제

  할인과 마일리지의 수준을 가지고 논의 해봤자 지난 4년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또 다른 ‘변형도서정가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다시 완전도서정가제로 돌아가는 길뿐이다. 우리 온라인서점은 책의 판매이익보다는 판매력을 키운 다음 광고, 타깃메일 등 프로모션 비용을 통해 이윤을 맞추고 있다. 완전도서정가제라는 명확한 원칙이 없다면 언제든 출판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칙적 할인 경쟁을 시도할 수 있음을 지난 4년은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일본의 저명한 출판인 마쓰다 데쓰오는 할인정책을 펴는 미국 아마존은 적자지만, 정가 판매(정가 판매에다 1퍼센트 마일리지가 근간인)를 하는 일본 아마존은 책과 DVD, CD를 팔아 흑자를 낸다고 미디어전문지 <쓰쿠루>(創) 2월호에서 말했다. 할인판매를 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정가판매를 하면 흑자가 가능하다는 점은 지난 4년간의 아픔을 겪은 우리 출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출판사들의 아마존 의존도가 갈수록 커져 전문가들이 걱정할 정도라니 말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출처 : 한겨레신문 2/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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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3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년고독 2007-02-2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