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가는 길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5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아주머니네들과 저 이야기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데요?"
   R은 깍두기를 버적버적 씹으며 건너편 탁자 앞에 웅크리고 앉아 텔레비전을 쳐다보고 있는 두 여자를 향하여 말했다. 그러자 두 여인 중 하나가 꿈에서 얼핏 깨어난 눈으로 R을 돌아보며
   "그래도 재미있잖아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텔레비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일지의 첫 장편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읽으면서 든 느낌은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을 봤을 때와 거의 같다. 매체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삶의 '지리멸렬'함을 다뤘다. 하지만, 내게 다가온 느낌은 그런 추상적인 느낌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는데, 마치 인물들을 CCTV로 감시한 느낌이었다. <강원도의 힘>이 카메라의 역할이 CCTV와 같은 느낌으로, 인물에 대해 개입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 거리에서 인물들의 짓거리를 보여주었다면, 『경마장 가는 길』은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에서 비즐러가 드라이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사항을 문서로 작성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의 극단을 보여준다. 

   소설의 내용은 정말 간단하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R은 시간 강사 자리를 구하고 본가가 있는 대구와 강의를 하는 서울을 왕복한다. R은 프랑스에서 같이 생활한 J와 섹스를 원하지만, J는 계속 거부한다. R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하며, 부인과 이혼을 결심하고 J와 같이 프랑스로 갈 계획을 한다. 그러나 J의 우유부단함으로 R은 J와 함게 프랑스로 떠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겪은 일을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J에 대한 이야기- 그녀는 순전히 R 덕분에 박사학위를 땄고, R의 원고로 문학평론가가 됐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엔 이런 얼치기들이 교수, 평론가랍시고 위세를 떠는 경우가 꽤 있다 -를 조금 제외한다면, 소설의 내용은 이게 다다. 그런데 이 내용이 무려 680여 페이지에 걸쳐 서술돼 있다.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일상의 지리멸렬한 묘사가 생각외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여러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중심 사건은 R과 J의 이야기다. R은 한국에 돌아오지만, 고향에 돌아왔다는 느낌보다는 어떤 이질감을 느낀다. 프랑스에서는 '치질에 걸렸을 정도로' 논문을 쓰고 출판을 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생산적인 활동을 했으나, 한국에 돌아와서는 '시간을 버리는' 행동만 반복하고 있다. 어떤 일말의 불안감이 R을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 R은 J를 원한다. R의 표현대로 J의 '자궁에 사정을 하길 원'한다. J는 R과 함께 프랑스에 있었고, 오랜 시간을 R과 같이 있었다. R에게 있어 J는 지금의 불안함을 해소시켜줄 존재이다. 그러나 J는 프랑스에서 R과 같이 지냈던 때의 J가 아니다. 그녀는 적당히 '서울'에 적응한 상태다. 조금 길지만, R과 J의 대화를 인용해보기로 한다. 그들은 R이 한국에 들어온 때부터 J와 헤어질 때까지 대화의 소재만 바뀔 뿐, 거의 흡사한 패턴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내가 D 잡지의 이번 호에 난 C 소설가와 대담한 너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내가 거짓말을 하나도 안 보태고 말하는데 그 글의 첫 문장을 열 번은 읽었다. 그런데 내가 양심적으로 말해서 열 번을 주의 깊게 읽었지만 네 글의 그 첫 문장을 나는 끝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문장에서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문장을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그 문장이 통사론적으로 완전히 뒤틀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글의 마지막에 네가 C 씨에가 한 질문 '선생님의 소설들이 십 년 후에도 공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는 것도 틀려 있다. 이것은 물론 통사론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라 어휘 선택의 부정확성 때문에 틀린 문장이 되고 말았다. 네가 그 질문에서 C 씨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C 씨가 그 자신의 소설 작품들이 십 년 후에까지도 독자들에 의해 읽히고 또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었겠지. 그렇다면 '공인'이라는 말은 부적확한 말이다. 공인이란 말의 뜻은 공식적으로 인정하다라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네가 한 질문은 '선생님의 소설들이 십 년 후에도 공식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소설이라는 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안 하고 하는 게 어디 있느냐"
   "알아요, 알아! 저도 다 알고 있어요."
   "너도 다 알고 있었느냐? 알고 있으면서 왜 너는 그렇게 썼느냐? 그것도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글에? 그게 나한테는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어쨌든 이번에 네가 발표한 글에서 가장 잘 읽혀 나가는 부분은, 그리고 전혀 문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부분은 내 논문의 몇 부분을 베껴 넣은 데더라."
   "알았단 말이에요! 제발 이젠 그만 하세요!"
   J는 다시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R은 개의치 않고 계속했다.
   "이렇듯 너와 대화를 하다 보면 너는 너의 그 이상한 문장들처럼 비논리적이다. 나는 지금 너에게 왜 네가 두 주일 전에는 날 따라 외국에 나가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는 그토록 바뀌었는가 하는 것을 묻고 있다. 그런데 너는 '저는 안 가요! 안 간단 말이에요! 안 간다고 하잖아요!'하고 소리소리 질러댄다. 그게 내 질문에 합단한 대답이 되느냐?"
   "그럼 제가 어떻게 말해야 해요?"
   "어떻게 말해야 하느냐고? 그 경우 네가 만약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기 싫다면 '그건 비밀이에요.' 혹운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묵비권을 행사하면 되는 거지. 그렇기는 하지만 원칙으로 말하면, 네가 그토록 가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나와의 인간적이 오랜 정분을 생각하면, 그리고 내가 지금 몹시 피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는 성실하게 내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이 더 옳겠지. 이도 저도 아니고 무대까리로 '안 가요! 안 간다고 했잖아요!'하고 소리소리 지르니 내가 널 미쳤다고 할 수밖에."
   J는 웃고 있었다. R은 멀건히 그녀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너는 웃고 있구나. 너는 어떻게 웃을 수 있니?"
   "미쳤으니까 웃지요."
   "J야, 넌 왜 그렇게 됐지? 프랑스에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서울 와서 사니까 그렇게 되더냐? 나는 마음속으로 깊이 깊이 슬퍼하고 있다."
   "그럼, 저더러 어떡하란 말이에요?"
 

   J는 아무것도 혼자 결정하지 못한다. 아니, 자신의 생각이 없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녀는 그저 R의 결정을 따를뿐이다. 아니, R의 비위를 맞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무장한 R을 상대하기에 J는 무력하다. 그녀는 그저 R과의 상황을 회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R과 같이 지내는 것은, R이 그녀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R과의 섹스를 거부할 때 뿐이지만, 그나마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너는 내가 이젠 정말 싫으냐?"
   그녀는 대답은 않고, 그 작은 입을 꼭 다문 채, 머리를 좌우로 두서너 번 저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이 있다. 너 그사이에 남자가 생겼니?"
   그녀는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다시 머리를 좌우로 두서너 번 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질문이 떨어지고 머리를 흔들기까지 약간의 시간적 틈이 있었던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하지 않다. R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러니?"
   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만 있었다.
   "너의 이러한 태도의 이데올로기는 뭐니?"

   한국과 J,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시나브로 지쳐가는 R은 문득 자신이 겪는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J에게 자신의 소설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R의 입을 빌린 작가 하일지 자신의 소설론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한국에 돌아온 지 이제 거의 한 달이 됐지. 그동안 나는 흡사 내가 허구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가령 길에서 보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버스에서 듣는 대화들의 토막들이, 그리고 지금 저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나한테는 허구적으로 보여.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모두 그 원인도 결과도 그리고 의미도 알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지."
   J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뒤를 돌아보았다.
   "이 서울에서는 내가 길을 걸어가거나, 너와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이렇게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변소로 가 대변을 보거나, 길가에서 오줌을 누거나,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허구의 세계에서 기획되어 있는 행동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나, R이라는 존재 자체가 어느 소설가에 의해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 R이 지금 너, J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마저도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어느 소설가에 의해 쓰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나는 너에게 섹스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너는 회피한다, 이런 것도 나에게는 너무나 재미있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허구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이라고 생각돼. 나는 이따금 내가 날마다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기록해 두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하나의 소설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걸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면 대단히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리라고 생각해. 물론 그런 유형의 소설이 나오면 무식한 독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 어느 시대든지 참된 소설의 독자는 언제나 무식하게 마련이지."
 

   소설이 거의 끝나갈 때, 나는 두 번의 충격을 받았는데, 하나는 이 소설이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1인칭 관찰자 시점의 글로도 읽힐 수 있다는 것이었고(그런데 이 소설에서 그 차이는 뭐지? 작가는 '지독한' 관찰자 시점으로 1인칭과 3인칭의 경계를 허물어놓았다), 다른 하나는 마지막에 R이 쓰는 소설이, 화자가 쓴 소설과 맞물려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소설 안의 소설이 소설 밖의 소설과 연계되어 반복되는 윤회구조. 왜 이 지리한 소설이 '한국문학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알린 소설'이라 소개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생각할만한 것도 많이 있다. 일상의 충실한 복제가 예술의 숭고함을 나타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지리멸렬한 서술과 반복되는 상황, 그리고 갑자기 돌출되는 극적인 행동들은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예술이 예술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예술이 그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그 자체로 존재하여 위대한 예술로 여겨지던 소설이, 일상의 시대와 언어를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탈권위적이 되었다고나 할까? 구소련의 해체와 이데올로기의 종언 이후와 맞물린 이 소설의 등장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덧붙임: 

1. R을 [알]이라 발음해야할지, [아르]라 발음해야할지 난감합니다. 예전에 전 직장에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R의 발음은 [아르]가 맞다고 해서, 수학교과서의 'r은'이 'r는'으로 모두 바뀌는 일이 있었지요. 문자로 표기할 때는 그나마 나은데, 이걸 녹음할 때는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성우분께서 한사코 [알은]이라고 발음을 하셔서, 제발 [아르는]이라고 녹음해달라고 했던 해프닝이 기억납니다. 민음사에서는 작가님의 의견을 존중해 R을 [알]이라고 표기한 것 같은데, 어떤 것이 맞는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원문을 따르건 따르지 않건, 117쪽 밑에서 9째 줄, "잔치가 끝나고 R와 R의 어머니와 아버지' 부분은 오타네요. ^.^;

2. 그러고보니 '경마장'에 대한 언급을 하나도 못했군요. 무책임하게 얘기하자면, R이 언급하는 '경마장'은 어떤 '이상향'이나 '도피처'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마장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떠올랐다는 그의 고백에서 어쩌면, 『경마장 가는 길』이란 소설을 쓰는 행위는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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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마장 가는 길』영화라는 형식을 무력화시킨 장선우식 농담
    from 내가 읽은 책과 세상 2010-03-25 14:08 
       장선우 감독의 세 번째 영화(선우 완 감독과 공동 연출한 <서울 황제>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경마장 가는길>은 전적으로 원작자인 하일지 작가에 기대어 있다. 장선우 감독은 이 영화의 각색과 시나리오를 하일지 작가에게 맡겼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 소설과 거의 똑같다. 심지어 그 지난한 문어체의 대사까지 거의 그대로 진행한다. 장선우 감독은 이 소설을 옆에서 읽어주듯이 정말 그대로 영상화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4 (5)
               타이틀  The One-Armed Man
               각본  Robert Engels
               감독  Tim Hunter 
               방영일  1990년 5월 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1. 이야기  

   보안관 해리와 보안관보 앤디는 사라 파머가 봤다는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린다. 그 자리엔 로라의 단짝인 다나와 남편 리랜드도 있었는데, 리랜드는 부인이 살인범의 얼굴 말고 다른 것을 봤다고 한다. 사라는 어둠의 숲에서 누군가가 돌을 들추고 로라의 목걸이를 훔쳐갔다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다. 그 말을 다나가 듣는다. 

   데일이 꿈에서 본 외팔이 사내(Al Strobel)의 위치를 보안관보 호크가 알아낸다. 그곳엔 조시 또한 있었는데, 조시는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려는 벤과 캐서린의 뒤를 캐고 있는 중이다. 데일과 해리가 외팔이 사내의 방에 들어가 조사를 벌이지만, 그는 데일의 꿈에서 나온 사람과는 달라 보인다. 

   로라의 어깨를 문 동물은 구관조였음이 밝혀지고, 그 새는 자끄 르노(Walter Olkewicz)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셜리와 밀회를 즐기고 있던 바비는 리오가 피를 묻힌 셔츠가 있음을 알고 그 옷을 자끄의 집에 숨긴다. 출동한 경찰들이 자끄의 집에서 리오의 셔츠를 발견하고, 자끄와 리오의 커넥션을 의심한다. 벤자민은 그런 리오와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 

   노마는 남편 행크(Chris Mulkey)가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행크는 조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2. 변주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번 에피소드의 첫 장면을 보면서 뭔가 의아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가 다나를 껴안았을 때 이상한 사내의 모습을 본 장면은 첫 번째 에피소드, 로라가 죽은 그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4번째 에피소드, 그러니까 4일이 지난 아침에서야 풀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데일의 심문과 늘 같은 대답의 지리한 반복. 이쯤되면 <트윈 픽스>는 계속 같은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로라 파머가 죽은 후,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만 나올 뿐, 그녀를 죽인 용의자에 대한 수사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혐의가 있건 없건, 로라와 관계된 사람들은 전 회에서 모두 정리된 셈이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가지를 치고 새로운 이야기가 증식된다. 물론 이렇게 증식된 이야기는 무작정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로라 파머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트윈 픽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로라 파머란 화수분으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반면, 단점은 정작 중요한 로라 파머의 범인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히치콕이 그의 영화에서 사용한 맥거핀처럼, 관객의 흥미만 끌면 괜찮았을텐데, 파일럿부터 2화까지에서 보여준 로라 파머의 죽음은 너무나 강렬해서 시청자들의 뇌리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왜 로라 파머는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되어 졌고 시청자들은 그 범인을 알고 싶어했다. 데이빗과 마크는 대중과 내기를 건 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즌 1에서는 데이빗과 마크가 승리했지만, 시즌 2에서는 패배했다. 패배한 시점부터 드라마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의 유일한 단서 - 애꾸눈 잭, 혼 백화점 향수코너 매대 판매원, 벤자민 혼 그리고 리오 존슨 

 

 

3. 드라마 vs. 영화 

   지난 회(Episode 3)를 보면 유난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트윈 픽스>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시각적, 청각적 정보와 그로 인해 발생된 분위기로 극을 끌어간다. 즉, 친절하게 설명을 듣기보다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시청각적 정보에 넋을 잃기 쉽다. 지난 회에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친절하게 설명했었다면, 이번 회에서는 다시 <트윈 픽스> 본령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눈에 띄는 '요란한'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를 조금 새롭게 보이기 위한 감독 팀 헌터의 전략이자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시각적인 요소가 많이 드러난다. 

 

유난히 요란한 장식의 화장실. Pilot의 학교 벽 또한 이런 패턴으로 칠해져 있다. 

 

가석방 심사 중인 행크 제닝스와 부인 노마 제닝스. 이 둘을 같은 프레임에 보이도록 잡지 않았다. 이들이 앞으로 문제에 빠지게 될 것임을 알려준다. 

 

조시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알려준다. <트윈 픽스>에는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하기 보다는 전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 대개 소통이 불가능하다. 

 

행크와 조시의 전화 통화. 이전의 해리와의 통화가 안정적인 구도로 보여줬다면, 행크와의 전화는 앵글을 비틀어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소품으로 조시의 불안감과 행크의 이미즈를 각인시킨다.

 

 

4. 외팔이 (One-Armed Man)

   그동안 로라의 시신이 있던 병원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데일의 꿈에 나와서 살인자의 존재를 알려준 외팔이 마이크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가 처음 등장한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꿈에 등장한 외팔이 사내 마이크와 현실에서 만난 구두 판매원 필립 제라드는 동일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데일의 꿈에 나타난 마이크는 한참 이야기가 진행한 후에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시각적 충격의 강렬함은 '빨간방' 씬과 비교할만 하다. 화면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불안감. 한 쪽뿐인 팔과 한 쪽만 있는 구두를 팔고 다니는 마이크는 등장 자체로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 쪽 팔만 가진 사내가 한 쪽 신발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불안정한 균형. 

 

역시 계속 불안정한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드라마 전체에 '불안감'이라는 기운을 불러 놓았다. 드라마는 계속 알 수 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5. 커넥션 (Connection)

   지난 회에서 자끄와 베르나르 형제가 리오 존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리오 존슨은 (아직까진 물증이 없으나) 로라의 죽음과 큰 관련이 있는 용의자로 나온다. 그리고 이 리오 존슨과 벤자민 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번 회에서 밝혀진다.  

 

"자끄의 방에서 리오 존슨의 셔츠가 나왔어요. 리오 존슨과 자끄 르노. 드디어 연관성을 찾았어요." 

 

"우리가 얘기했던 그 거래 말인가요?"

 

   벤자민 혼은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기 위해 캐서린 마르텔과 음모를 꾸미고 있고, 제재소의 소유주인 조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나름 대응을 꾸미고 있다. 이번 회에 처음 등장,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노마 제닝스의 남편인 행크 제닝스가 조시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트윈 픽스>는 크게 사랑 관계도와 음모 관계도 두 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종국에는 이 둘이 완전히 섞여버려 거대한 틀을 만들어 버린다.  

   <트윈 픽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서로 속고 속이고 사랑에 빠지고 배신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로라가 죽지 않았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단, 로라의 죽음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외부인의 개입으로 작게 끝날 일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이다.

 

 

6. 고든 콜 (Gordon Cole) 

   데일의 상관인 고든 콜은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이자 감독인 데이빗 린치가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목소리 출연만 했는데, 시즌 2에 이르러서는 직접 얼굴도 보이고 극 중 셜리 존슨과 키스신(!)을 열연하기도 한다. 시즌 1에서 그는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애초에 그의 극 중 이름을 고든 콜이라 지은 이유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Sunset Blvd.)> 때문이었다. <선셋 대로>에서 한물 간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Gloria Swanson)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에 근무하는 고든 콜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영화에 캐스팅된 줄 알고 영화사에 간다. 데이빗 린치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인 <선셋 대로>의 등장인물인 고든 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쓴 것이다. 한가지 더 재밌는 사실은 <트윈 픽스>DVD가 파라마운트를 통해서 출시됐다는 점이다. 

 

데이빗 린치는 윌리엄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나 헐리우드에서 전성기를 쇠하고 그 자신이 '영화처럼' 살아가는 '위험에 빠진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는 그 자신이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변주했다. 영화는 정말 데이빗 린치가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괴한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특히나 주인공 노마 데스먼드 역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해리: 안녕, 루시. 별 일 없지?
루시: 제이드 덕분에 제러드는 자살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는 에머랄드 말고 제이드에게 이 집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수정했어요. 하지만 에머랄드가 유언을 수정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금 체트를 유혹하려 하고 있어요. 그래야 그녀가 그 새로운 유언장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몬태나는 한밤중에 제러드를 죽이려 하고, 그렇게 되면 그 저택은 에머랄드와 몬태나가 소유하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에머랄드가 몬태나도 속일거예요. 아직 몬태나는 모르고 있지만요. (그 사이에 낀) 체트만 불쌍하죠.
해리: 내 말은, 지금 여기 말야. 무슨 일 있냐고?
 

 

   해리와 앤디가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리고 보안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루시는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를 보고 있었다. 해리가 사무실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루시는 지금까지 본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트윈 픽스>의 진행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극 중 극의 내용조차도 돈, 사랑, 죽음, 배신, 음모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루시의 극 중 극 줄거리는 지금 <트윈 픽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역학을 한다. 

 

해리: 쿠퍼, 결혼했었나요?
데일: 아니오. 누군가를 전에 안 적은 있었죠. 그 사람은 내게 신뢰, 책임감, 위험...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실연의 고통 또한 가르쳐주었어요.
  

 

   데일의 옛 연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즌 1에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데일이 사랑한 여인은 동료 윈덤 얼(Kenneth Welsh)의 부인인 캐롤라인이다. 데일의 실수로 캐롤라인은 죽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이자 직장 동료인 윈덤 얼 또한 사라졌다. 캐롤라인과 윈덤 얼은 시즌 2에서 등장한다.

 

"앤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외팔이 사내를 검문하러 갈 때, 앤디(Harry Goaz)는 총을 오발하는 실수를 한다. 이후 그는 매주 3번씩 꾸준하게 연습을 하라는 데일의 지시를 받는다. 앤디의 총솜씨는 7번 째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가리라는 마음을 먹은 오드리는 FBI수사관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면 자신이 데일과 함께 대도시로 갈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그가 알아낸 바로는 로네 풀라스키와 로라 파머의 연관성은 아버지의 백화점 향수 매대 판매원이란 사실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설득해 백화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부녀사이에 화해가 벌어진 듯한 장면에서 오드리는 아버지 책상에 있는 로라와 자신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녀는 로라와 아버지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Inland Empire> Absurda/Rhino
- <Sunset Boulevard> Pramount Pictures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31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9. Bonus Screenshot (메첸 어믹) 

   <트윈 픽스>에서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는 다나 해이우드 역의 라라 플린 보일(Lara Flynn Boyle), 오드리 혼 역의 셔릴린 펜(Sherilyn Fenn) 그리고 셜리 존슨 역의 메첸 어믹(Mädchen Amick)이다. 당시 이들의 인기는 음악 잡지『롤링 스톤즈』가 최초로 뮤지션이 아닌 배우들로 커버를 장식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다른 이들은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 회에서는 메첸 어믹의 모습만 다루도록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매고 있다가 이번회에서야 머리를 푼 모습이 나오는데, 유니폼, 풀어헤친 긴 머리 등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A Slice of Lynch>에서 메첸 어믹은 <SOS 해상구조대(Baywatch)>로 데뷔를 했다(응?)고 이야기를 한다. "Baywatch"란 말이 나오자, 주위의 남자들(카일 맥라클란, 데이빗 린치, 존 웬트워스)이 모두들 "우오오~"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SOS 해상구조대>가 당시 얼마나 많은 수컷들의 가슴을 태웠는지를 알 수 있다. +,.+

 

   메첸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하자 데이빗 옹께서 말을 끊으며 "<SOS 해상구조대>이야기 좀 해달라"고 말을 하는 장면은, 아마도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훈훈한 장면이 아닐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직접 DVD를 구입하시는 게 어떠실지...  

   CJ 관계자 여러분! 더빙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제발 자막 입혀서 정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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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쳐블 - The Untouchabl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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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감독의 1987년 작 <언터쳐블(The Untouchables)>은 너무나도 단순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1930년대 금주법이 시행된 미국, 그 안에서 돈이라면 살인도 서슴지않는 무자비한 알 카포네(로버트 드니로)와 그를 감옥에 넣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특별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경찰 내부의 첩자로 보기좋게 망신을 당한 엘리엇은 자신만의 특별한 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다. 노년 경관 짐 말론(숀 코너리), 회계사 오스카 윌런스(찰리 마틴 스미스), 이제 갓 경찰학교를 졸업한 명사수 죠지 스톤(앤디 가르시아)이 엘리엇의 팀에 합류하게 되고, 이들의 활약으로 알 카포네의 조직이 조금씩 궤멸되기 시작한다. 위기를 느낀 알 카포네는 이들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오스카와 짐이 죽는다. 결국 알 카포네는 법정에 서게 되고, 실형을 구형받는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 영화는 꽤나 단순하다. 이야기도 평면적이지만, 캐릭터도 평면적이다. 이들의 모습에선 지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자아의 고뇌나 탐색 따윈 없다. '알 카포네'라는 악(惡)과 '엘리엇 스미스'로 대표되는 '언터쳐블' 수사관들이라는 선(善)과의 싸움을 그릴 뿐이다. 이야기 또한 앞뒤를 뒤틀거나,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한다. 정말 그저 그런 캐릭터에 그저 그런 이야기이다. 그런데, 브라이언 드 팔마가 이 그저 그런 이야기를 '걸작'으로 만들어 놓았다. 

 

"당신들이 '엄청난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나?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침실의 표적(Body Double)>과 <와이즈 가이스(Wise Guys)>의 흥행 실패로 절치부심하던 브라이언은 '돈을 벌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다. 그러다 그는 플리쳐상을 수상한 데이빗 마멧(David Mamet)이 쓴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결심한다. 바로 이 영화가 <언터쳐블>이다. 

   브라이언은 이 뻔한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 '연금술사'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는데, 가장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로는 의상을 맡은 조지오 아르마니(영화에서 보여진 그 끝내주는 수트들!)와 음악을 맡은 엔니오 모리꼬네(nothing to say)가 있다. 배우들은 기성배우들을 쓰려 했으나, 부족한 예산으로 로버트 드니로와 숀 코너리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무명(케빈 코스트너, 앤디 가르시아, 찰리 마틴 스미스)을 기용했다.  

 

   이 영화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오마주로 가득차 있다. 영화에 대해 부족한 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알 카포네의 부하들이 국경지대에서 술을 거래하는 장면은 존 포드로 대표되는 서부극의 오마주다. 고층빌딩과 자동차로 가득찬 숨막히는 도시에서 벗어나 다리를 두고 말을 타며 벌이는 총격씬은 영락없는 서부극이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시카고 유니언 스테이션에서의 총격씬은 <전함 포템킨(Bronenosets Potyomkin)>의 '오뎃사 계단'씬에 대한 오마주다.12시 5분에 출발하는 기차, 곧 총격적인 벌어질 공간과 그 공간에 불안하게 등장한 여인과 유모차를 탄 아이. 12시를 가리키는 시계. 고뇌하는 주인공. 정말이지 히치콕 다음으로 영화에서 '서스펜스'란 게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벌이는 액션은 히치콕의 50년대 작품이 떠오르게 한다. 특히 나선형 계단에서의 케빈 코스트너의 모습은 <현기증>에 나온 제임스 스튜어트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로우 앵글의 활용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질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에 알 카포네의 부하가 법원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독특한 블루스크린 효과로 히치콕 작품의 스크린 프로세스 장면이 떠오르게 한다. 

 

   그 외 두 번의 유려하고도 철저히 계산된 롱테이크(<드레스 투 킬>의 롱테이크는 우연이 아니었다!)>는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막힌 명장면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순 명장면 투성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의 영화가 '걸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배우들과 스태프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고 감독이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 이야기와 캐릭터에 더 살을 붙이기 보다는 과감하게 통속성을 밀어붙였다. 대신 그 통속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가 가진 영화적 지식을 맘껏 풀어놓았다. 악취미나 매니아적인 요소가 아닌, 널리 알려진 고전들에서 아이디어를 빌어와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아무리 통속적이고 뻔한 이야기라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걸작과 수작과 범작이 구분되는 것을 브라이언은 이 영화로 보여준 셈이다.(21세기의 예로는 <아바타(Avatar)>가 되겠지만서도)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이 영화가 그렇다. 지리한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그냥 한 번 보는편이 낫다.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중요한 법이지만,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장맛보다 뚝배기랄까? 이 독특한 영화는 그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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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3-2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알카포네의 이야기에 계단에서 휠체어 굴러가는 장면이라...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저렇게 멋진 장면이군요.에이젠시테인의 그 장면은 워낙 유명해서 우리나라 광고에서도 따온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Seong 2010-03-23 18:32   좋아요 0 | URL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저 장면의 대단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꼭 눈으로 보시고 몸으로 체험하셔야 할 영화라 생각합니다. ^.^;

고맙습니다.

굿바이 2010-03-2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참 보고만 있어도 흐뭇합니다. 오른쪽 마지막 남자가 앤디 가르시아인가요? 포즈가 압권입니다. 볼 기회를 놓쳤었는데, 챙겨봐야겠습니다. 입으로는 마초가 싫다고 하면서도 어째 이리 끌리는지, 병이 깊습니다^^

Seong 2010-03-24 09:15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앤디 가르시아 최고의 작품은 <덴버(Things To Do In Denver When You're Dead)>였어요. 남자인 제가 봐도 황홀했던 그 화려한 뻐꾸기들...(물론 지금 보면 느끼하겠지만 ^.^;) 크리스토퍼 월큰과 스티브 부쉐미도 황당하게 멋졌고요. 장엄함보다는 허무함이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언터쳐블>의 풋풋함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

고맙습니다.

2010-03-23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4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3-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만든 영화지요.카포네야 탈세로 감옥에 간후 조직이 와해되고 비참하게 죽는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를 잡은 특별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에 대해서는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특별 수사관 네스는 카포네를 잡은 명성으로 클리브랜드의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초빙되지만 철저히 실패를 하게 됩니다.그후 시장 선거에 나갔다가 낙선하는등 그 역시 말년은 불운했다고 하네요^^

Seong 2010-03-24 09:22   좋아요 0 | URL
아.. 엘리엇 네스의 뒷 이야기는 몰랐습니다. 영화 마지막처럼 은퇴하고 "술이나 한 잔"하러 가는 줄 알았어요. 역시 영화는 영화였군요. 현실은 영화만큼 달콤하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
 
달콤한 인생 - A Bittersweet Lif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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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기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선문답같은 내레이션이 끝나면 고층 건물 스카이 라운지에 앉아있는 김선우(이병헌)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달디 달은 쇼콜라 케이크를 막 먹으려 하는 참인데, 누군가가 그의 즐거움을 방해를 한다. 언뜻 보기에 그 누군가는 이런 고상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을 하고 있다. 명찰을 보니 나이트 클럽이나 단란주점의 웨이터 같다. 그는 선우에게 "밑에 일이 생겼으니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는 중이고, 선우는 귀찮은 일을 맡았다는 듯이 "알겠다"며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 직원들에게 손짓으로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치우라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이곳의 매니저로 보인다. 한참을 걸려 지하로 내려간 선우. 지하의 나이트 클럽은 스카이 라운지와는 반대로 더럽고 천박하게 보인다. 룸에 들어가 행패를 벌이는 양아치들에게 선우는 "영업이 끝났으니, 셋 샐 동안 나가달라"는 부탁을 정중히 한다. 선우는 셋을 센 후, 룸의 문을 잠그고, 양아치들을 팬다. 일을 마친 후, 선우는 다시 그만의 우아한 공간으로 돌아온다. 쓰디 쓴 에스프레소에 각설탕 한 개를 집어넣고 맛을 음미한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선우는 자신의 인생은 이렇게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것(a bittersweet life)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굉장히 재미있는 '단선적인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다시 감상하고 나니, 이 영화가 단선적인 내용이 아니라, 계속 다시 시작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오프닝이 전부인 영화다. 이 말을 곡해해서 받아들이지 말아주시길. 오프닝만 볼만하다는 뜻이 아니라, 오프닝만이 실제 벌어진 일이고, 나머지는 선우의 백일몽이라는 얘기이다. 그래야만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텅 비어있다는 것이 받아들여진다. 

   선우의 캐릭터는 설명이 없다. 그는 강사장(김영철) 밑에서 "7년간 개처럼 일을 해"왔고 "경호원 출신"이라는 말을 제외하면,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냥 유추할 뿐이다. 이렇게 불친절한 캐릭터 설명은 오프닝 이후의 영화가 선우의 '꿈'이라 생각하게 하는데 일조한다. 자신이 꾸는 꿈에 자신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가정하자면,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선우는 문득 자신의 멋진 죽음을 상상한다는 것이다.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고 결국 죽고마는 나르시소스 신화처럼. 

 

 

   선우가 상상한 자신의 멋진 죽음의 발단은 이렇다. 강사장이 선우에게, 자기가 젊은 애인(희수=신민아)을 사귀는데, 요즘들어 그녀에게 남자가 생긴 것 같으니, 잘 감시하다가 확실하면 자신에게 전화를 하거나 알아서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선우가 희수를 감시하는 사이, 나이트 클럽에서 소란을 피웠던 백사장(황정민)이 문실장(김뢰하)과 스카이라운지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당장 꺼지라"고 한다. 희수를 감시하던 중, 그녀가 애인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자 선우는 강사장에게 전화를 하려다 머뭇거린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두 사람 다 기억에서 지우는 거야." 그러자 희수가 울며 이야기한다. "그게, 지우라면 지우개 지우듯이 싹 지워지는 건가요?"  

   심란해하던 선우는 백사장이 보낸 오무성(이기영)에게 잡혀 산 채로 회를 뜨일 뻔 한다. 원래의 이야기라면, 선우는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은 감안할 수 있으나 이렇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지저분한 곳에서 죽는다는 것은 선우에겐 상상으로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우아한 남자니까. 그래서 그는 강사장의 전화를 빌어 그의 죽음을 유예한다. 

 

 

   선우가 잡혀간 곳은 비오는 밤 어느 교외다. 강사장이 묻는다. "왜 그랬냐?" 선우가 답한다. "그렇게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강사장이 다시 묻는다. "진짜 이유를 대라. 그 애 때문이냐?" 선우는 답하지 않는다. 강사장이 떠나고 문석은 해머로 선우의 왼손을 부순다. 이 부분은 영화가 선우의 꿈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중 하나다.실제라면 오른손을 뭉개버렸을 테지만, 영화에서는 왼손을 단 한 번 때렸을 뿐이고 손가락도 무명지와 약지 두 개만 부러졌을 뿐이다. 그래야 그가 나중에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조직원들은 땅을 파고, 선우는 생매장당한다. 그리고 암전. 선우는 여기서 또 한 번 죽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살아난다. 충분히 장엄하고 극적인 죽음이지만, 이렇게 죽기엔 너무 억울하다. 그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 없이 그냥 죽는다는 것은 장엄하긴 해도 허무하다. 그래서 그는 더 멋진 죽음을 꿈꾼다. 거의 만신창이가 된 선우는 초인적인 힘과 기지를 발휘해 십여명의 조직원들을 때려눕히고 탈출을 한다. 그는 부산에가서 총을 구입하고 (그 과정에서 총기류 중계상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서울에 올라와 오무성을 협박해 백사장을 불러낸 후 죽인다. 백사장에게 송곳으로 복부를 수차례 가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잘 견딘다. 죽지 않을만큼의 상처는 자신의 복수를 더 멋지게 그려줄 테니까. 선우는 나이트 클럽에 가서 문실장을 죽이고, 드디어 그의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간다. 

 

 

   스카이 라운지에서 강사장과 대면한 선우. <la dolce vita(달콤한 인생)>라는 바의 간판 아래서 선우는 강사장을 쏜다. 그 때 백사장의 복수를 위해 들이닥친 오무성과 그 똘마니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선우는 머리에 총을 맞는다. 자신을 배신(?)한 보스를 죽이고 이렇게 장렬히 맞이하는 극적인 죽음. 죽음 자체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고작 저런 녀석들에게 죽기엔 폼이 안 난다. 선우는 다시 한 번 죽음을 유예하고 장렬한 총격전을 벌인다. 1대 4의 싸움. 권총과 기관총을 난사하며 선우는 하나 하나 적을 섬멸한다. 그 와중에 기관총을 맞고 쓰러지는 선우. 바로 그 때, 부산 총기 중계상 보스의 동생이자 킬러인 태구(문정혁)가 등장해 남은 적들을 제거한다. 그리고 선우에게 다가간다. 

 

 

   태구의 등장은 작위적인데, 그럴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선우의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선 이런 억지 결말(deus ex machina)이 필요하니까. 선우는 자신의 장렬한 죽음을 장식할 사람으로 선우만큼 멋지고 실력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죽기 전, 선우는 희수에게 전화를 하는 것으로 마지막 장식을 수놓는다. 자신이 죽기 전에 하나쯤은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기억.

   이 모든 것은 선우가 꾼 '한여름밤의 꿈'이다.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는 항상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웃음짓는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멋진 액션과 스타일은 선우의 나르시즘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다. 자신의 모습에 완전히 빠진 사내. 달콤쌉사름한 죽음을 꿈꾸는 사내. 그가 꾼 죽음의 꿈은 달콤했지만, 그는 결코 그런 달콤한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는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덧붙임:  

1. 이기영 씨와 황정민 씨는 등장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합니다.  

 

2. 정유미 씨가 단역으로 한 컷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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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3-2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Seong 2010-03-25 09:41   좋아요 0 | URL
와~ 고맙습니다. ^.^;
 
달콤한 인생 일반판 (2disc)
김지운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7월
품절


이번에 CJ에서 할인 판매하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DVD입니다. 디지팩이 아니라 일반 킵케이스로 나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동안 고가에 중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만족한 구성입니다.

뒷면에는 각 디스크에 수록된 서플먼트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속지와 디스크가 보입니다. DISC 1에는 영화 본편과 두 개의 음성 코멘터리가 실려 있습니다.

DISC 2에는 엄청난 양의 서플먼트가 실려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삭제장면 모음들인데, 개별적으로는 흥미롭고 잘 찍힌 장면들이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잘린 것이 아쉽습니다. 이렇게나마 공개 된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요?

DVD 속지는 영화 전단지에 실린 것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영화 본편이 들어있는 첫 번째 디스크의 메인 화면 구성입니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chapter 구성은 특이하게 3개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소제목으로 나누는 구성을 취했습니다. 소제목은 이미 알려진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참신함을 보여줍니다.

음성은 돌비 5.1ch과 DTS가 수록되어 있고, 김지운 감독이 참여한 두 개의 음성해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막은 한글과 영문을 제공합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다양한 서플먼트가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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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03-2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건 사야해!!!!!!!!!!!!!!
그동안 디비디가 없어서 친구가 해외 모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구린 화면만 봤거든요 ㅠㅠ 자막도 있고...됴타됴타!!

Seong 2010-03-22 09:4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동안 대여해서 보거나 IPTV로 보기만 했었는데, 이 기회에 구입했습니다. 아마도 블루레이로 출시하기 전에 DVD를 털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블루레이는 아직까진 먼나라 이야기라서... ㅜㅜ

고맙습니다. ^.^;

저절로 2010-03-2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여기 들어오니, 요상방통한게 넘 많군요(신난당). 특히 신민아는 이나영과 함께 제가 젤루 좋아하는 여배우랍니다. 그니까 재밌다, 안보면 후회한다 이말씀이시죠 시방?

Seong 2010-03-22 12:24   좋아요 0 | URL
신민아 씨는 분량에 비해 워낙 적게 나오기 때문에 신민아 씨 때문에 사신다면 후회하실 것 같아요. 게다가 영화가 좀 잔혹한 면이 있어서 싫어하실지도... 이병헌 씨의 매력이나, 황정민 씨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강추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