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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법'에 대한 책들은 대개가 원론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내 옛 이야기를 해보자면, 중학교 1학년 때, 공부를 잘 하고는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지 막막했던 그 때,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공부 잘 하는 방법』이란 책을 사고 열심히 읽었던 경우가 있었다. 그 책에는 교과서 읽는 법, 수업시간 노트 필기 방법, 복습과 예습 방법, 심지어 수면시간과 식단까지 친절하게 제시해 놓았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하나마나한 소리들의 나열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사례까지 들어 공부방법을 설명해봤자, 결국 공부란, 내가 하는 것이고, 내 생체리듬과 내 지적 수준에 맞게, 공부를 맞추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론은 원론일 뿐이고, 방법은 당사자가 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역시, 읽기 전에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독서에 무슨 방법이 있나. 그냥 자기에 맞게 읽는 것이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느정도는 내 생각이 맞았지만,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독서의 神"으로 불리운다는 마쓰오카 세이고 선생의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 방법과 철학을 인터뷰 형식으로 푼 책이다. 지루한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마쓰오카 선생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독서에 대한 생각을 엿듣는 책이다. 미시적인 이야기를 거시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형식은 대개 지루하지 않듯이, 이 책 또한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선생은 잡지 독서를 다독술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잡지에는 여러 내용이 실려있다. 전문적인 이야기부터 가벼운 가십성의 내용까지, 정치 이야기부터 TV 연애면 내용까지 다양한 방면의 글들이 실려있다. 이런 상관없는 글들을 한번에 읽어나가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상관없는 내용들에서 어떤 흐름(계통)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다독술이라 생각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랄까? 거칠게 예를 들어,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찾을 수도 있고, 『대망』이나 『도꾸가와 이에야스』로 옮길 수도 있으며, 당시 포르투칼 선교사들과 조총의 수입경로를 파악하는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마쓰오카 선생의 다독의 폭은 더 넓고 깊지만. 

   선생의 독서는, (일반 독자의) 독서라기 보다는 편집에 가깝다. 선생은 독서라는 '행위'를 수동적으로 저자의 말을 듣는다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쌍방향의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의 독서는 저자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그 스스로 그 생각을 재구성한다. 이런 독서 방식은 한 권의 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독서는 책장의 배열까지 연관이 된다. 책장에 책이 배열되어 있는 것으로 저자들의 생각을 자신의 방식으로 편집시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선생이 생각하는 '미래의 책'에 대한 생각이다. 책이란 매체는 거의 1천년간 종이를 넘기는 방식으로 굳어져 왔다. 인터넷과 비교하자면, 책의 페이지는 '인터넷 창'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문서는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스크롤로 음직이게 되어 있다. 책은 각 새로운 창을 계속 띄우는, 스크롤이 없는 고정된 윈도우의 연속이지만, 인터넷은 하나의 문서로만 되어 있기때문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지식의 정리'라는 측면에서는 디지털의 장점이 뛰어나지만, 정보를 선택하는 '검색' 능력에서는 자본의 영향력(프리미엄 광고같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책의 제목은 무언가 독서에 관한 비법을 하나쯤 가르쳐주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 책에선 마쓰오카 선생의 책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보여진다.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체크하는 선생의 모습만큼은 좋은 귀감으로 보인다. 선생만큼 지독한 독서는 하지 못하지만, 나 자신에 맞는 독서 방법을 찾는 것은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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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5 (6)
               타이틀  Cooper's Dreams
               각본  Mark Frost
               감독  Lesli Linka Glatter 
               방영일  1990년 5월 10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1. 이야기  

   자끄의 집을 수색하던 중, 데일과 해리는 잡지에 실린 로라의 광고 사진의 장소를 알아낸다. 데일, 해리, 호크, 검시관 윌은 자끄의 오두막을 찾으러 숲에 들어간다. 그 와중에 통나무 여인을 만나 로라가 죽던 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길을 나서던 네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 안에서 로라와 로네에 관련한 수많은 증거를 발견한다. 

   오드리는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겠다는 일념으로 로라와 로네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혼 백화점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사촌 매디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석방한 행크가 심각하게 듣고 있다. 집에간 매디는 로라의 침대에서 녹음 테이프를 발견한다.

   노마는 빅 에드를 찾아가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전한다. 

   행크는 리오를 찾아가 함부로 행동하면 다음번엔 가만 두지 않겠다고 주먹다짐을 한다. 리오는 그 화풀이를 셜리에게 하고, 남편의 폭력에 지친 셜리는 리오를 총으로 쏜다. 

   벤자민 혼은 캐서린과 조시 사이에서 제재소에 대한 음모를 꾸민다. 노르웨이 투자자들을 위한 파티장에서 딸을 잃은 슬픔에 정신이 반쯤 나간 리랜드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또다시 알 수 없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 모습을 오드리가 보고 눈물을 흘린다. 

   수사를 마치고 돌아온 데일이 자신의 방문을 열자 오드리가 옷을 벗고 침대에 있는 것을 본다. 

 

 

 

 

2. 수직적 구도와 평면 구도

   전 에피소드에서 감독 팀 헌터가 이야기보다는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회의 감독인 레슬리 링카 글래터 역시 '영화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팀이 인물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이용해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장센을 구축했다면, 레슬리는 거대한 '자연'을 이용해 화면의 수직적인 깊이를 만들어 냈다. 이런 거대한 세트 아래서 인물이 눌리는 듯한 연상을 주는 장면은 영화사 최고의 걸작 <시민 케인(Citzen Kane)>을 연상케 한다.

<트윈 픽스>와 <시민 케인>. 인물과 배경의 구도와 차이.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독특한 인물 배치가 보여지는데, 3명 혹은 4명의 인물이 카드게임에서 마치 자신의 패를 펼치듯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며, 이런 모습은 화면이 평면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런 이유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대한 자연에 짓눌린 듯 보이고, 이곳은 마치 현실 세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레슬리는 데이빗과 마크가 창조한 독특한 세계를 나름 멋지게 해석한 셈이다.

  

 

3.  오드리 혼 

   처음 등장했을 땐, 그저 부잣집 망나니로만 보였으나, 오드리의 캐릭터는 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그녀가 아버지의 사업을 계속 망치는 이유는, 아버지에게 받을 사랑을 친구 로라에게 빼았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비뚤어진 사랑을 외지인 데일 쿠퍼에게 찾으려 한다. 이런 두 지점이 오드리가 로라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게하는 당위성을 갖게한다. 친한 친구의 죽음은 오드리에게 있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게 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제임스와 다나에게도 주어진 셈이다. 

   이번 회에서 그녀는 트윈 픽스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에 개입하거나 목격을 한다. 그녀는 혼 백화점에서 로라와 로네가 근무했던 향수 매대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버지 벤자민 혼과 캐서린 마르텔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이 패커드 제재소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녀는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 파머가 유령숲 개발 파티장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발을 디디고 있는 세상은 더러운 음모로 가득 차 있고, 딸을 잃은 아비의 슬픔조차도 웃음거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데일의 방에 찾아간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데일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18살 어린애일 뿐이다.  

 

 

4. 통나무 여인 (Log Lady) 

   자끄의 오두막을 찾던 중, 데일 일행은 마가렛 랜터맨(통나무 여인=Catherine E. Coulson)을 만난다. 그녀는 이미 그들이 올 줄 예견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통나무가 질문에 대답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데일이 머뭇거리며 통나무에게 "로라가 죽은 그날 밤에 무엇을 봤냐"고 묻자 마가렛이 통나무의 대답을 대신 전해준다. 그녀는 통나무의 말을 해석해주는 영매의 역할을 한다. 

   
  어둠. 웃음소리. 올빼미들이 날아다녔다. 많은 것들이 막혀 있었다. 웃음 소리. 두 남자. 두 소녀. 산등성이 너머 숲 속에 플래시 불빛이 움직인다. 올빼미들이 기척에 있다. 어둠이 그녀를 덮친다. 그리곤 고요함. 조금 지나, 발자욱 소리. 한 사내가 지나갔다.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 끔찍해. 끔찍해. 목소리. 한 소녀의 목소리.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에서. 올빼미들이 조용해졌다.   
   

   마가렛의 남편은 벌목꾼이었으나, 결혼식 다음날 불에 타 죽었고 그 혼이 그녀가 들고 있는 나무에 깃들여 있다고 여긴다. 그녀는 남편이 불에 타 죽었다는 것을 '악마'를 만났다고 얘기한다. "불이란 연기 속에 겁쟁이처럼 숨어있는 악마다." 시즌 2에서 그녀는 남편이 죽었을 때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는 시리즈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5. 빨간방 

   자끄의 오두막은 빛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빨간 커튼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디오 데크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노래를 들으며, 데일은 꿈에서 난쟁이에게 들었던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말을 기억해낸다. 이곳에서 로라와 로네, 자끄와 리오는『플래시 월드』라는 잡지에 실린 사진을 촬영했고, 로라의 어깨에 상처를 입힌 애완새가 있고, 로라를 묶었던 끈과 로라의 위 속에서 발견된 '애꾸눈 잭'의 칩이 발견 되었다. 이로써 지난 4회동안 조금씩 흘렀던 단서가 드디어 해결되는 느낌이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제1의 범행장소만 찾았을 뿐이고, '제 3의 사내'는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끄의 오두막은 데일의 꿈에 나왔던 빨간방과 많이 흡사하고, '애꾸눈 잭'에 나온 매음굴과 유사하다. 두 장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두 곳 모두 '난삽한'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렇다면 로라의 영혼이 머물러 있는 '빨간방'은 로라의 기억이 만들어낸 곳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존재가 머무르는 곳일까? 이에 대한 설정은 시즌 2에서 흰 오두막, 검정 오두막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구축된다. 

 

 

6. 로라 파머 

   로라의 '공식적인' 애인인 바비 브릭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로라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의사 자코비는 가족 상담을 받던 브릭스 부부를 내보내고 바비를 치료한다. 그는 바비가 엇나가는 것을 로라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 생각하고 둘러대는 것 없이 직선적인 질문을 쏟는다. 이들의 대화는 로라에 대한 감정이 측은함과 분노 둘 다 느끼게 한다. 조금 길지만 이들의 대화를 옮겨 본다. 

 

자코비: 바비, 로라와 처음 잤을 때 어땠니?
바비: 아니, 무슨 질문이 그래요?
자코비: 바비, 너 그때 울었니?
바비: 뭐라고요?
자코비: 그러고 나서 로라가 어떻게 했지? 로라가 너를 보고 웃었니? 로라가 죽었을 때 굉장히 슬펐지?
바비: 로라는 죽고싶어 했어요.
자코비: 그렇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니?
바비: 로라가 내게 말했으니까요.
자코비: 또 무슨 말을 했니? 이 세상엔 선성(善性)이 없다고 얘기했니?
바비: 사람들은 착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실은 역겹고 썩어있다고 했어요. 로라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로라는 매번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무언가 끔찍한 것이 그녀 내부에서 올라와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내린다고 했어요. 그것은 그녀를 아주 어두운 악몽으로 더 깊이 끌어내린다고 했어요.  그래서 매번 밝은 곳으로 돌아오는데 힘이 든다고 했어요.
자코비: 바비, 너도 가끔씩 로라가 어떤 끔찍한 비밀을 간직했다고 느꼈니? 그것때문에 로라가 죽고 싶을 정도로 아주 나쁜 비밀? 로라가 사람들의 약점을 일부러 알아내게 하고, 괴롭히고, 유혹하고, 파멸시키고, 나쁜 짓을 하게 하고, 모든 것들을 타락시키게 할 만큼 아주 나쁜 비밀?
바비: 네.
자코비: 로라는 사람들을 타락시키길 원했어. 왜냐하면 그게 그녀가 그녀 자신을 느낀 방식이니까. 그게 너한테도 일어났니, 바비? 그게 로라가 네게 한 짓이니?
바비: 로라는 너무 많은 것을 원했어요. 그녀는 내게 마약을 팔게해서 마약을 구할 수 있었어요. 

 

   바비의 말은 어떤 측은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그는 리오와 르노 형제들과 연관된 마약 밀매에 상당수 관여했으니까. 더구나 이번회에선 바비는 살인에 대해 언급을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땅에 묻힌 로라를 원인으로 여긴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우리는 로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까. 죽은 로라 파머는 자신의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채 타자의 비겁한 변명으로만 그 형상을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성녀와 악녀. 이 불안한 이미지 사이에서 로라는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7. 빅 에드 & 노마 

   빅 에드와 노마의 사랑은 이들의 우유부단함으로 항상 겉돌기만 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유에 묶여 있는 이들의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랑을 비롯한 인생의 여러 묶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상처를 주지않고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빅 에드와 노마의 사랑은 네이딘과 행크에게 서로 묶여 있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걸림돌이 된다. '결혼'은 행크와 네이딘에게 안전한 법적/윤리적 안식처가 된다. 가정을 우선하는 청교도적인 가치. 빅 에드와 노마는 그 미국적 가치 안에서 번민하다가 결국 선을 넘는다. 그리고 <트윈 픽스>는 이 미국적인 가치를 위반했을 때 어떤 지옥이 기다리는지 시즌 2의 막바지에서 보여준다. 

 

노마: 전화로 너랑 이런 이야기하기 싫어서 왔어. 행크가 가석방을 받았어.
빅 에드: 그래.
노마: 행크는 집에 올거야. 그러니까, 다시 내게로 돌아 온다는 말이야. 난 가석방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고작 몇 분간 행크를 봤어. 그이는 꽤 희망적이었어.
빅 에드: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군.
노마: 설명할 필요 없어. 네이딘한테는 아직 아무말도 안했어?
빅 에드: 아직.
노마: 내가 먼저 하길 기다리는 거야?
빅 에드: 네이딘이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거야.
노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아, 이제 알 것 같군.
빅 에드: 난 자기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노마: 아마도 그게 우리 문제일거야, 에드. 우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으니까. 우린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거야. 요즘들어 난 이런 생각을 해. 삶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 항상 이런식일 거라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끝이 날 것이라는. (...) 나한테 전화하지마. 내 말은, 한동안 말야. 알겠지? (...) 사랑해, 에드.    

 

 

 

8. 리오 & 행크 

   지난 회에서 조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행크는 가석방이 되어 풀려난 후, 다짜고짜 리오를 찾아가 주먹다짐을 하고 협박을 한다. 협박의 내용이 무시무시하면서도 멋진 언어를 사용했다. 

 

행크: 이봐, 리오. 내가 가게나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지, 언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라고 했나? 응?
리오: 행크, 난 말이지...
행크: 닥치고 들어, 리오. 다음에 또 이러면, 내가 널 죽이기 전에 먼저 네 귀여운 갈보년을 조각조각 내버릴거야.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이번 회에선 제임의 가족사에 대해 나온다. 제임스의 아버지는 음악가고, 어머니는 작가이자 알콜 중독자이다. 아버지는 제임스가 어렸을 때, 가족을 버렸고, 어머니는 마을 바깥에 기거하면서 아무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진다고 다나에게 말한다. 제임스와 어머니의 장면은 원래 촬영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삭제했다고 한다. 

 

 

바비: 선생님은 사람 죽여본 적 있나요?
자코비: 바비, 넌 그래봤니?
바비: 우리 아빠는 그랬죠.
브릭스 소령: 그땐 전쟁이었어요. 특별한 시기였죠. 

 

   파일럿에서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나의 말에 의하면, "바비가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그는 로라의 죽음에 대해 어느정도 부채의식이 있는 듯 보였으나, 이 대사를 음미해보면, 로라의 죽음 때문이 아닌, 자신의 살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신이 비뚤어진 것 또한 로라 때문이라고 스스로 믿기 시작하는 것 같다. 

 

   "누군가 우리가 같이 있는 것을 본다면, 우린 진짜 위험해진다는 걸 명심해." 벤자민은 캐서린과 조시 사이에서 제재소를 계속 저울질한다. 그는 리오를 통해 제재소를 불태우려 하면서도, 그 소유권을 확실히 얻기 위해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일은 벤자민의 예측대로 흘러가지만, 인생은 꼭 의도하는대로 흘러가는 법은 아니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Citizen Kane> RKO Pictures, Turner Home 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4월 7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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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10-04-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윈픽스 참으로 좋아하고,최근에 또 다시 휘리릭 봤습니다.
정말 이리도 꼼꼼하고, 성의있고, 멋진 글을 올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어요.
저 빨간방 장면, 심슨에서 패러디 한 것 혹시 보셨나요? 간만에 생각나네요.

여튼, 자주 들리고 있으니 또 멋진 글 올려주세요~

Seong 2010-04-02 08:17   좋아요 0 | URL
심슨가족 트윈 픽스 패러디는 정말 최고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말 가면 뒤집어쓰고 호머 주위를 맴도는 장면이예요.

격려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고맙습니다.
 
블랙 달리아 - 아웃케이스 없음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힐러리 스웽크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08년 1월
품절


<블랙 달리아>는 거장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명백한 실패작입니다.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 영화화는 지금까지 모두 세 편 -〈LA 컨피덴셜〉, <블랙 달리아>, <스트리트 킹> - 인데, 〈LA 컨피덴셜〉을 제외하고는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외면받았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미스틱 리버>, <곤 베이비 곤>의 데니스 루헤인과는 정 반대인 경우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을 하나라도 빼버리면 그 세계가 삐그덕거립니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사건과 인물이 후반부에 연결되는 것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지요. 이미 운명이 직조되어 벗어날 수 없는 그리스 비극같은 느낌의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세계를 영화가 담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지요.

이 영화가 왜 거장의 실패작인지는 다른 리뷰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이곳에서는 DVD를 보겠습니다.

영화는 흥행, 비평 모두 실패했지만, DVD는 나오는 족족 품절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조시의 영향이 큰 듯 +,.+) 그래도 꾸준한 할인으로 다른 악명높은 DVD에 비해선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입니다.

케이스를 여니 달리아 사건에 관한 사진과 자료가 꼴라주로 여기저기 붙어있습니다. 영화에서 발견된 시체는 정말이지 끔찍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사진을 너무 자세히 보지는 말아주시길 바라요.

DVD를 뺀 모습에서 찍어봤습니다. 수사를 진행하는 수사본부의 모습같이 보입니다.

예전에 샀던 소설과 같이 찍어봤습니다. 성급하게 평가하자면, 영화적 매력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소설의 서사에 허겁지겁 따라가는 안타까운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그가 그렇게 존경했던 히치콕의 말년을 따라가는 것인지... 다음 영화는 좀 더 좋은 영화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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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3-3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 이게 원작이 있었군요.
감독이 정말 유명한 사람인데...안타깝네요.
원작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Seong 2010-03-30 15:03   좋아요 0 | URL
한 번 잡으면 한달음에 읽게 만드는 책이죠. 방대한 인물과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하며... 저도 영화보고 생각나서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

고맙습니다.

poptrash 2010-03-3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케이블 TV를 돌리다가 [스트리트 킹]의 한 장면을 봤어요.
제목이 스트리트 킹, 이라길래... 3류 액션 영화인가 하고 돌리려는 찰나.

어떤 사무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그 잘생긴 얼굴로 열을 내고 있고,
그 뒤에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서있는데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건 휴 로리더군요. ㅎㄷㄷㄷ

Seong 2010-03-31 10: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저 그런 영화인줄 알고 넘어갔었는데, 제임스 엘로이가 참여한 것은 최근에 알게 됐어요. 그럴줄 알았으면 보는건데.. ㅠㅠ

키아누 리브스가 내한했을 때, 너무 완고하게 굴어서 기자들이 영화에 관한 기사를 너무 야박하게 써서 관심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해요.

고맙습니다. ^.^;
 
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앞서 마이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신간평가단 5기 활동기간동안 정신없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총 12권, 1주에 1권꼴의 평범한 독서를 한 셈이였습니다. 역시 흐름에서 벗어나니 큰 틀이 보이는군요. 평균적인 시간에 평균적인 독서를 한 셈이니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6기 때부터는 조금 더 자유로운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 대한 코멘트는 마이리스트에서 해놓았으니, 이번 결산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5기 인문서적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이 책은, 아마도 활동기간 내내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인문서적을 읽는 것은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 겪는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서평까지 써야 한다니 그 부담감은 이루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택했던 방법이, 책을 읽으면서 각 장마다 요약을 하고 인용문을 적는 것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틀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서평에는 적어놓은 것을 다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한 1/10 정도? 나머지는 삭제했습니다. 서툴게 읽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읽은 경우였고, 머릿속에서 머물러있는 (감상이 아닌)생각을 글로 풀어낸 예라고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의 책들은 이만큼 열심히 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 열심히 읽긴 했는데, 이렇게 메모를 하지는 않았지요. 대신 포스트잇을 사용했습니다. 저도 책에 줄치고 낙서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두 번째로 받은 이 책은, 지금와서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힘들게 읽었습니다. 책의 기획의도나 내용은 좋습니다. 좋은 사회를 꿈꾸며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다는 모습과, 사회 운동이 이념이 아닌, 자발성과 놀이로 할 수 있다는 생생한 예시는 식물처럼 생활하는 저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들 운동가들의 세세한 이야기가 그닥 재미있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아니라 '활동보고서'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왜 이렇게밖에 풀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였지요. 정신은 존중하나, 책으로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이번 서평단 활동 중 가장 빨리 읽은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을 들겠습니다. 책의 내용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힙니다. 저자는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별것 아니니까 어서 글을 써봐'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독일인이 독일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요. 한국이나 독일이나, 모두들 힘들고, 반복되는 쳇바퀴 일상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을 찾는 글쓰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나를 위한, 나를 찾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력은 충분히 전염될만 합니다. 

 

   자수합니다. 이번 서평단 도서의 서평을 쓰면서 끝까지 다 읽지않고 서평을 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이책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쓰지 말아야하지만, 의무감때문에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서평들중에서 가장 붕 뜬,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쓴 것 같습니다. 처음엔 서문만 한 세번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1장에서 3장까지는 그나마 꾸역꾸역 체증을 느끼며 읽었는데, 4~9장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부분은 건너 뛴 상태로 책을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절 넉다운시킨 책입니다. 하지만, 쓰러지고나니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시간 있을 때 조금씩 다시 읽을 예정입니다. 그때 되면 다시 서평을 쓰려합니다. 

 

   『이규태 칼럼』을 책으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치평론을 책으로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올 수 있는 것은 MB정권 덕이랄까요? 한번 소비되고 잊혀질 글이 책으로 묶이는 것은, 그의 글들이 명문이라기 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담은 글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올드보이>대신 <화씨 911>을 황금종려상으로 선택한 것과 같이, 정치적인 결정인 셈이지요. 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의 급박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소비되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은 2013년에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이며 디자인하며 굉장히 고루한 내용을 다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 예상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17명의 '명의'들은 모두들 존경할만한 분들입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회사원이 가정에서 빵점이듯,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명의들의 가정생활은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무관심의 연속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환자'와 '병(病)'만 생각하는 명의들을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때로는 촬영팀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시립니다. 의사로써의 사명을 지켜가며 불철주야 연구하고 근무하는 명의들과 그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가족들의 희생이 있기에, 적어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사회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발견. 가장 만만찮은 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책을 펼친 순간, 이렇게 쉽게 책에 빨려든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 생각합니다. 시와 철학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풀 수 있다는 것은, 둘 다 그 내공이 만만치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자 강신주 씨는 하나만 이야기해도 벅찰 대상을 정말로 쉽게 풀어냈습니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의 시를 가지고 마치 일상을 이야기하듯,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놓았습니다. 혹자는 이도 저도 아닌 쿡쿡 찔러본 책이라 비평했지만, 저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시와 철학을 한데 맛볼 수 있는 전체음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요리에도 어느정도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리영희'라는 사상의 은사를 그저 활자화된 인물로 여기고 평생을 살뻔한 제게 '찬물 한바가지를 끼얹은' 책입니다. 90년대 학번들에게 있어서 '리영희'라는 인물은 70년대 학번들처럼 사상의 은사도, 80년대 학번들처럼 극복의 대상도 아닌,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과거의 박제화된 인물이거나, 활자로 만나는 인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2010년, 21세기를 맞이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선생님의 여러 면을 통해 한국사회를 읽을 수 있고,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던 흔치않은 사람. 이런 선생님을 은사로 모실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과학관련 도서는 '뉴턴'에 관한 책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인문학과 출신인 제게는 과학이란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분야였지요. 이 책은 요즘 많이 언급되는 진화론의 허구에 다뤘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크게는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느낌이 오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갈수록 저자에게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낙 생소한 분야이니 그럴 수 밖에요. 가능한 저자와 팽팽하게 글을 읽고자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끌려다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우주는 커녕, 인간의 뇌 조차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무기력함을 무력함으로 읽어야할지, 새로운 희망으로 읽어야할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인문서적 중 가장 흥미진진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미국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과 석유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지요. 이 책은 석유가 1 갤런(약 3.7리터) 당 2달러씩 오르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하는 것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부터 석유와 밀접한 우리의 삶은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분의 매체는 '종말'의 분위기가 나는 반면, 이 책은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낭비의 삶에서 절약의 삶으로, 미국인의 무분별한 낭비와 소비가 절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죠. 가설에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꽤 유쾌한 내용입니다. 살기 좋은 지구라! 가슴이 설레는 말입니다. 

 

   『역사의 공간』이후로 녹록치 않게 읽은 책입니다. 작은 판형과 200여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두께의 책인데도, 표상정치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개념들의 난립으로 만만치 않은 독서를 요하는 책입니다. 읽기는 읽어서 서평도 쓰긴 했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읽었는가에 대해선 회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상을 개념화시키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에 대해서, 나와 가장 밀접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멀리 떨어진 일상을 개념화시키고, 그만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이책. 아직 독서 중이라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독서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이란 것은 저자와 편집자의 결과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 씨는 '독자의 편집' 또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편집을 하고, 편집자가 저자의 텍스트를 편집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면, 독자는 그 책을 가지고 자신만의 편집술을 이용해 저자와 독자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이 독서지요. 대신 무턱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계통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독서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1/3정도 남은 상황이어서 쉽게 단정짓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독서관련 책들 중에선 단연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항상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대신 후회는 없지요.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책읽기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임: 

세 번째 질문의 대답이 빠졌네요. 처음 읽었던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에서 뽑았습니다. 항상 '처음'이라는 경험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은 투표와도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에 따라서 가까운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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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3월까지 알라딘 신간평가단 인문 B팀에서 활동하면서 굉장히 많은 책을 힘겹게 허겁지겁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총 12권, 1주에 1권 꼴로 읽은 셈이네요. 의외로 헐거운 독서 능력에 가슴이 메어지지만(흑..ㅠㅠ) 제때 좋은책을 여유있게 읽었다고 자평합니다. 

5기 결산은 다른 페이퍼에서 하기로 하고, 마이리스트에는 인문 B팀에서 읽은 책을 나열하겠습니다. 왠지 시원섭섭하네요.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0년 03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은 투표와도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에 따라서 가까운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불만합창단-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0년 03월 29일에 저장

개개인의 불씨는 약하고 쉽게 꺼지지만, 불씨가 모이면 횃불이 된다. 세상을 밝히는 불씨를 모으기 위해, 희망제작소는 오늘도 열심히 온몸으로 부딪혀 부싯돌을 튀긴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03월 29일에 저장
품절
중요한 것은,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나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다. 이 책은 '글쓰기'란 소재로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배트를 힘껏 휘둘러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번 기회에 스코어는 잠시 잊어버리고, 배트를 한 번 휘둘러 보는 것이 어떨런지.
역사의 공간-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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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긴. 그의 저서가 어디 쉬운 게 있었던가. 그나마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이진경의 필로시네마』조차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뺀다면 거의 철학서에 가까운 책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 책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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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3-2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2권 밖에 안 됐나요? 굉장히 많이 보내주는 것 같던데...
하긴 3개월에 12권이면 한달에 4권꼴인데 그거 읽어내기도 빠듯하죠.
암튼 수고하셨어용.^^

Seong 2010-03-30 08:58   좋아요 0 | URL
저도 의외로 책이 적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런데도 힘겹게 읽었으니, 책 읽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은 듯 해요. ㅜ.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