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 Clash of the Tit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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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루터리어 감독의 <타이탄(The Clash of the Titans)>은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동명의 영화(국내에서는 <타이탄족의 멸망>으로 알려짐)를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페르세우스 이야기'가 원전 아니나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도 원작과 같이 신화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원작이 제우스와 테티스간의 갈등으로 극이 빚어졌다면, 이번에 리메이크한 <타이탄>에서는 제우스(리암 니슨)와 하데스(랄프 파인즈)간의 갈등이 주 원인이 됩니다. 전 이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자식들 중 막내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우라노스와 어머니 게(가이아)가 자손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언을 하자, 그 말이 무서워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는 족족 삼켜버리지요. 이에 격분한 아내(이자 누이인) 레아는 막내 제우스를 크레테 섬에서 몰래 낳습니다. 장성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술수를 써 그동안 삼킨 다섯 형제들을 토하게 합니다. 태어난 순서는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플루톤(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 순인데, 제우스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다섯은 갓난아기인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자란 순서대로 본다면 서열이 거꾸로 된 셈이지요. 이 간단한 설정으로 잘난 동생/못난 형 컴플렉스를 끌어들일 수 있는 셈입니다. 동생 제우스와 형 하데스(그런데 영화에서는 반대로 자막을 썼어요), 천상의 신과 저승의 신. 이 갈등은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이 이야기에선 포세이돈이 끼어들 여지가 없지요. 둘만의 갈등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기실 페르세우스 이야기에 하데스를 끌어들인 것은, 좀 더 명확한 적을 만들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원작에서의 테티스는 '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밋밋했으니까요. 그리고 원작은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멜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리메이크는 거대 자본이 들어간 액션 어드벤처 장르입니다. 이야기의 성격이 바뀌어 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스 신화의 한 장을 차지한 페르세우스 이야기는 <반지의 제왕>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페르세우스 원정대>라고 불리워도 될 정도로 <반지의 제왕>이 떠오릅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메두사의 머리를) 얻으러 가는 것일 뿐이지요. 골룸 대신에 캘러보스(원작에서는 제우스의 벌을 받은 테티스의 아들이었으나, 리메이크에서는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바다에 버린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가 원정대의 뒤를 쫓아오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캘러보스는 굳이 나올 이유가 없는 캐릭터였는데, 두가지 정도의 기능을 위해 억지로 등장한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 대신 메두사의 과거 이야기라던가, 원정대 개개인의 간략한 소사를 다룬 것은 이야기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든 것 같아 좋았습니다. 

원정대는 페르세우스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페르세우스가 가진 신의 선물(재능)을 탐내기도 하며

원정대가 움직이는 모습을 광활한 자연과 원경으로 보여주기도 하며

골룸 역할의 캘러보스가 원정대의 뒤를 바짝 따라갑니다. 

 

   크리처는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거대해졌습니다. 디지털의 힘 덕분이지만,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투박한 아름다움'은 더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점점 진짜같아질수록 가짜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사막에서의 전갈과의 싸움과 마지막 크라켄을 사이에 둔 하데스와 페르세우스의 추격전은 정말로 보는이를 정신없게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 인간의 왕들은 올림포스의 신들과 전면전을 치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 신의 자리에 "그들-왕"을 올리는 것 뿐입니다. 페르세우스는 이런 과도기에 아주 독특한 위치에 처한 영웅입니다. 그는 반신이지만 반인이며, 신의 대접을 받는 인간 영웅이지만, 신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면, 영웅이 될 수 없었겠죠.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니고, 신이면서 신이 아닌 독특한 위치의 영웅을 그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100여분에 풀어내기란 쉽지 않겠죠. 영화는 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 덧붙임: 

1. 원작의 안드로메다 대신 페르세우스를 도우는 이오는 아르고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페르세우스가 아르고스 출신이라 그녀를 집어넣은 것 같은데 매우 기발합니다. 

2. 리암 니슨과 랄프 파인즈는 어찌나 닮았는지 진짜 형제처럼 보입니다. 

3. 제우스의 마지막 선물은 그의 바람둥이 기질을 충분히 보여주는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페르세우스의 표정은 "아빠 고마워요"하는 표정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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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족의 멸망 - Clash of the Tit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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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몬드 데이비스 감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진행한 레이 해리하우젠의 존재감이 더 큰)의 <타이탄족의 멸망(The Clash of the Titans)>은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우시 이야기에서 기본 줄거리를 따왔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의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라고 순진하게 믿어버리면, TV사극으로 국사를 공부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지지요. 이 영화는 페르세우스 이야기의 캐릭터와 기본 줄기만을 가져왔을 뿐, 그리스 신화와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심취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밀려드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신화'부분과 가장 흡사한 부분을 꼽으라면, 오프닝에서 아크리시오스가 부인 다나에와 제우스의 씨를 받아 낳은 페르세우스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뿐입니다. 그 이후는 거의 '신성모독' 수준입니다. 

 

 다나에와 페르세우스 

 

   재구성된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는 포세이돈의 보호를 받아 세리포스 섬에 도착해 살아갑니다. 제우스는 자신의 아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고 흐뭇해합니다. 그런데 테티스의 아들 캘러보스가 실수를 저지르자 제우스는 그를 괴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는 아이티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와 결혼할 사이였습니다. 테티스는 제우스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부탁하지만, 제우스는 요지부동입니다. 자신의 아들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남의 아들에겐 엄격한 제우스에게 화가 난 테티스는 세리포스 섬에서 잘 지내고 있는 페르세우스에게 고난의 저주를 내립니다. 페르세우스는 갑자기 아이티오피아에 오게 되고, 안드로메다 공주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 카시오페아의 실수로 올림포스의 신들은 안드로메다 공주를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르고스처럼 티탄족 크라켄을 내보내 아이티오피아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고요. 대책회의를 하던 중신들은 '삼도천의 마녀들'에게 가면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페르세우스를 중심으로 원정대가 꾸려지고, 그들은 먼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삼도천의 마녀들은 크라켄을 죽이려면 같은 티탄족인 고르고 자매 중 한 명인 메두사의 머리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페르세우스와 원정대는 메두사의 머리를 베러 스튁스 강을 가로질러 갑니다. 

 

제우스 (로랜스 올리비에)

테티스 (매기 스미스) 

 

   이 모든 이야기의 원흉은 바람둥이 난봉꾼인 제우스 때문입니다. 그가 황금 소나기가 되어 다나에의 샅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페르세우스가 태어나지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이미 태어날 운명이었으니까, 이 지적은 옳지 않다고 볼 수 있겠죠. 문제는 시도때도 없이 아들자랑을 하는 팔불출 성격 때문이었죠. 오죽했으면, 부인 헤라가 "그저 자기 아들이라면 어디서 나왔건 사족을 못쓰고"라는 말을 했겠습니까? 하지만 가장 큰 발단은 테티스의 아들에 대한 '무자비'입니다. 한 번쯤 용서해 줄법도 한데, 제우스는 너무 엄격하게 굴었어요. 그 이유는 제우스가 테티스에게 난봉꾼 기질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테티스에게 앙금이 남은 제우스는 이렇게 복수를 한 셈이지요. 최고의 신으로는 유치한 모습이지만, 제우스의 난봉꾼 기질을 생각해보면, 그런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의 신화에서는 테티스는 『일리아드』에서 활약하는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를 낳고, 아들의 운명을 바꿔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영화에서 다루는 신화는 전체적으로 볼 때 엉터리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다른 신화에서 차용한 것들입니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제우스와 테티스」 

 

크리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가장 강렬한 크리쳐는 다름아닌 마지막 티탄족인 메두사와 크라켄입니다. 스톱모션의 아날로그 효과로 이들은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입니다. 분명히 가짜인 게 티가 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어떤 독특한 '운동성'이 있습니다. 특히 메두사가 등장할 때,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기어오는 장면은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입니다. 특히 고르고 세 자매 중 하나인 메두사의 사연은 가슴절절하지요. 아프로디테와 미를 견줄만한 아름다움을 지닌 메두사였지만, 아테나의 저주를 받아 흉칙한 모습으로 숨어 살게 되지요. 그녀는 자신의 흉칙함을 다른 존재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나 봅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무기는 활이거든요. 활은 먼 거리의 적을 섬멸할때만 사용하는 무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온 존재들에게는 돌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녀는 외로이 숨어 지내는 슬픈 운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화에서는 아테나와 아폴론의 도움을 받아(얼마나 눈엣 가시였을까요?) 메두사를 없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운명은 참 덧없어 보입니다.  

 

페르세우스(해리 햄린)와 메두사 

 

   크라켄은 이 영화에 나오는 크리처 중 가장 뜬금없는 괴물입니다. 이 괴물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데, 뜬금없이 그리스 신화에 티탄족으로 나타나니 좀 황당하지요(캐러비안의 해적에 나온 문어괴물이 바로 이친구입니다). 크라켄은 영화 초반 제우스의 명으로 자신을 기만한 아크리시오스가 통치하는 아르고스를 멸망시키는 위력을 보여줍니다(물론 본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요). 레이 헤리하우젠이 그린 크라켄은 북유럽 전설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굳이 비교하자면, 러브 크래프트의 '크툴루'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과 서스펜스는 클라이맥스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크라켄과 바위에 묶여있는 안드로메다 공주 

 

   영화는 신화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냅니다. 거의 동화 수준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맺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결말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제우스의 "신의 시대를 종언하고 인간의 시대를 연다"는 말 또한 낡긴 하지만 경철할만 하고요. 영화에서 언급한 신화를 다 믿지앟고, 선별해서 받아들인다면, 꽤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임: 

그래도 안드로메다(주디 보우커) 공주를 뺄 순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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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4-0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름이 좀 오래된 것처럼 보여요.
아, 81년도 작이네. 그럼 최근 개봉한 영화하곤 다른 건가 보군요.
실제 신화와는 별개라 해도 작가들의 상상력이 대단해요.
트로이도 꽤 볼만했었는데...^^

Seong 2010-04-04 08:06   좋아요 0 | URL
신화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름 볼만한 내용이었어요. <트로이>는... 이동진 기자가 <트로이>를 보고 "호메로스가 살아있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이라 언급했는데,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뭐 그러면서도 확장판 DVD를 날름 사버렸지만...
>,.<
영화는 나름 재미있었어요.

고맙습니다. ^.^;
 
크레이지 - The Craz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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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 에이즈너 감독의 <크레이지(The Crazies)>는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1973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의 좀비 4부작에서 보이는 정치적 함의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도 그런 내용이 여럿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미국의 소읍인 오그덴 마시에 미군이 비밀리에 진행한 생화학 무기 '트릭시'가 유출되어 마을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합니다. 이 물질에 감염이 되면 인간으로의 자각이 조금씩 사라지고, 무조건적인 살인을 자행하게 되지요. 간단히 말해,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 대신에 인간을 죽이는 '좀비'들입니다. 브렉 에이즈너 감독이 그리는 이 좀비들은 21세기에 등장한 야생동물 같은 좀비가 아니라, 6~70년대 조지 로메로 감독이 그렸던 진중한 좀비들입니다. 이들은 급하게 뛰어다니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며 살인을 저지릅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들이 마을을 잠식하고, 이유없는 살인이 계속 벌어지면서, 마을은 점점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이 때 군부대가 들어와 마을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넣은 후 격리를 시키기 시작합니다. 이 때 영화의 주인공인 보안관 데이빗 더튼(티모시 올리펀트), 의사 쥬디 더튼(라다 미첼) 부부가 헤어지게 됩니다. 쥬디는 트릭시에 감염된 환자들 사이에 격리되고, 데이빗은 정상인들 사이에 격리되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할 준비를 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있게 됩니다. 아내 혹은 남편 혹은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이야기합니다. "정말 괜찮을까요?" 그러자 그들 중 한명이 대답을 합니다. "정부를 믿어야지 우리가 무슨 수가 있겠어?" 데이빗은 사람들의 그런 낙관을 믿지 않고, 아내를 구하러 갑니다. 

   전 이 대목이 정말 심금을 울렸습니다. 물론 이런 장면은 우리가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무수한 영화에서 봐왔던 장면입니다. 하지만, 지금 천안함을 둘러싼 진실게임을 한 번 돌아보면, 데이빗의 행동은 그냥 웃고 넘길 수 없습니다. 실종자들의 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빠른 구출과 진실규명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마치 영화에서처럼 무언가를 숨기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원인 제공자들은 사건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여 자신들의 존재를 망각시키게 하려는 것입니다. <크레이지>에서 군부대에 명령을 지시한 '몸통'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오그덴 마시에 남아있는 원주민들과 타자들은 서로 '죽이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상황은 정말 기막히게 말 그대로 '돌고 돌게' 됩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조금 삐걱거리지만, 각 시퀀스의 효과는 정말 뛰어납니다. 각각의 시퀀스의 공포 효과의 직조는 진중하지만 무시무시하고, 잔인하지 않지만 기발합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씬은 세차장 씬(가장 일상적인 장소와 소품으로 어떻게 이런 기발한 장면을 만들었는지!)과 주인공 더튼 부부의 집에서 벌어진 사투씬이었습니다. 영화의 결말 또한 희망적이면서도 암울한 면을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잘 만든 서스펜스-공포영화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도 즐기지 못하고 현실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입니다. 언제나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고 즐길 수 있게 될까요? '미치광이들' 사이에 둘러싸인 현실이 정말 암담합니다. 

 

 

*덧붙임: 

아무리 그래도 포스터는 너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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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0-04-0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포스터가 뭘 너무 했다는 말씀이신지요? 똑같이 배꼈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까?

Seong 2010-04-04 18:54   좋아요 0 | URL
네. 전혀 다른 영화인데도 <미스트> 포스터를 그대로 차용했지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난 24일 삼성이 그룹 공식 트위터에 '이건희 회장 복귀 멘트'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은 멘트나 메시지라기보다 한편의 시에 가깝다. 잠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장 짧고도 절묘한 표현, 그게 바로 시다. 시인 최영미는 어떤 시가 좋은 시냐는 물음에 저절로 외워지는 시, 소리 내어 읽을수록 맛이 살아나는 시, 세월이 가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시가 정말 좋은 시라고 했다.  

이 회장의 복귀 멘트는 '좋은 시'로서 손색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지은 시의 제목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도가 좋겠다. 

이제 소리 내어 경영 대가의 시를 한번 읽어보자. 다만 '삼성'이라는 말 대신 각자 몸담고 있는 회사이름을 넣자. 

세 번만 소리 내어 읽자. 그러면 분명 당신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기업현장에서, 경영현장에서 승패를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라면 울컥 할지도 모르겠다. 

진실한 것은 아름답다. 어떤 시가 아름답다면 그건 진실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시도 아름답다. 그것은 진실한 그의 마음을 담고 있다. 

  

(하략) 

 

1. 다 담아보려했으나, 더 읽다가는 정혜신 선생님 상담 예약 할 것 같아서 여기서 스톱. 혹시라도 도전해보실 분들은 이곳을 클릭 바랍니다. (클릭)

2. 이건희 회장님의 영혼을 울리는 詩와 필적할만한 작품이 있어 링크로 걸어둡니다. (클릭

3. 위에 언급된 최영미 시인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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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족의 멸망 - [할인행사]
데스몬드 데이비스 감독, 해리 햄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1월
품절


2010년 4월 1일, 드디어 <타이탄(Clash of the Titans)>이 개봉합니다.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실제로는 1981년 작 <타이탄 족의 멸망(Clash of the Titans)>을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타이탄족의 멸망>의 이야기는 신화의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기 보다는 영웅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공주의 이야기를 여기저기 손을 봐서 만들었기 때문에, 신화에 심취하신 분들이라면 분개하실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크리쳐(creatures)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타이탄족의 멸망> DVD 앞표지에서 우리는 페가수스, 메두사, 그리고 바다괴물('크라켄'으로 신화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영화에서 창조한 티탄족의 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이탄>의 예고편을 보니 원작에 나왔던 크리쳐들은 왠만큼 다 출연하는 것 같습니다.

뒷면을 살펴보면 제우스(로렌스 올리비에)와 페르세우스(해리 햄린)의 모습이 보입니다. 부가영상은 의외로 충실한 편인데, 스톱모션과 크리쳐들의 아버지인 레이 해리하우젠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모션은 정말 굉장합니다. 이 엉성한 영화도 레이 해리하우젠이 없었다면 정말 못봐줄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메두사와 크라켄의 모습은 정말 위압적이지요.

케이스를 열면 왼쪽에 chapter index 목록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킵케이스로 제작되었으나, 지금은 이렇게 투명케이스로 제작이 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타이탄>이 소위 대박이 난다면, 이 영화도 <킹콩>처럼 다시 제작해서 재출시 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이윤기 작가가 번역한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이 찍었습니다. 이 영화를 본 김에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를 구입했는데 파본이어서 같이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타이탄>을 보고 난 후 같이 이야기하겠습니다.

조금 아쉬워 짤방으로 두 컷 올립니다. 메두사의 위용입니다. 무시무시합니다.

레이 해리하우젠 옹과 마지막 바다괴물 크라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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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3-3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윤기의 책은 사 놓고 아직도 못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신화를 바탕으로 했군요. 재밌을까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방면엔 문외한이라...ㅜ

Seong 2010-03-31 17:14   좋아요 0 | URL
<타이탄>은 의외로 잘 나왔다는 입소문이 들리더군요. 원작은 모르고 보시는 편이 더 나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아시다시피 신화는 워낙에 단선적인 내용이라 영화로 만들기엔 너무 밋밋하죠. 아마도 대대적인 각색이 들어갔을 것 같아요. 원작도 그렇지만서도.. ㅎㅎ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