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7 (8)
               타이틀  The Last Evening
               각본  Mark Frost
               감독  Mark Frost 
               방영일  1990년 5월 2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5. The One-Armed Man
               6. Cooper's Dreams
               7. Realization Time
 
   

 

 

1. 이야기  

   자코비의 병원에 찾아간 제임스와 다나는 로라의 테이프와 목걸이를 발견한다. 자코비는 로라로 변장한 매들린을 보고 놀라지만, 누군가 자코비를 공격한다. 

   '애꾸눈 잭'에 잠입한 데일은 자신이 리오 존슨의 물주라 하면서, 중간 유통책 없이 자신과 거래를 하자고 얘기한다. 그 말에 혹한 자끄는 국경을 넘고, 잠복하던 경찰들에 잡힌다. 

   벤자민 혼의 명령을 받은 리오는 자신을 배반한 부인 셜리와 함께 재제소를 불태운다. 벤자민은 행크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한다. 행크는 캐서린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찾는 것은 재제소에 있다"고 한다. 

   행크와 조시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고, 조시의 전 남편에 대한 사고사를 포함한 일련의 살인 사건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 

   '애꾸눈 잭'에 (스스로) 잠입한 오드리는 데일을 봤지만 아는 척을 못한다. 그녀는 방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건이 해결한 데일이 호텔방에 들어가자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데일이 문을 열자, 누군가가 데일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고, 데일을 향해 총이 발사된다. 

 

 

 

2. 로라의 상처 

   실제로는 아무런 해결도 없지만, 시즌 1의 마지막 회다보니 어느 정도 벌린 사건들을 마무리 짓는 모습들이 보인다. 우선 로라 파머 부검 당시 어깨에 난 상처와 위에서 발견된 칩 조각이 어떤 경위로 생기게 됐는지 모르던 차에, 데일의 기지로 범행의 용의자인 자끄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데일: 한 가지만 더 물어보죠, 자끄. 리오가 내게 그날 밤에 벌어진 모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깨진 칩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자끄: 그건 그 빌어먹을 새 때문이었어요.
데일: 새요?
자끄: 그 새는 로라를 좋아했어요. 항상 로라 이름을 지저귀곤 했죠. 마치 사랑에라도 빠진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새도 우리 놀이에 포함시켰죠. 여자애들은 모두들 절정에 다다르고, 모두들 거의 미쳐있었던 것 같아요.
데일: 당신과 로라와 로네 말이죠.
자끄: 리오가 그 새를 새장에서 꺼내서 그녀 어깨에 올려놓았어요. 로라는, 꽁꽁 묶여 있었죠. 걘 그렇게 묶여 있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 새는 로라 어깨를 쪼기 시작했어요. 쿡쿡 쪼아댔죠, 섹스할 때 하는 것처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그러니까 리오가 로라를 괴롭힌 거예요. 그리고 로라는, 그 빌어먹을 새 때문에 비명을 질러댔죠. 그러자 리오가 칩을 하나 꺼내더니 로라 입에 집어넣고 얘기했어요. "꽉 깨물어, 아프면 꽉 깨물라고."
데일: (...) 자세히 알려줘서 고마워요. 

    

어깨 상처는 어떤 동물에게 물린 것으로 판명낫네.

위에서 발견된 것은 포커 칩의 한 부분이야.

 

 

3. 로라의 테이프 

   첫 화에 나왔던 로라의 숨겨진 테이프에 대한 내용이 이제서야 공개된다. 그 테이프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로라가 죽기 전날에 녹음한 것이기 때문이고, 또 로라가 언급한 "미스터리한 남자"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로라의 옛 애인인 제임스, 로라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나, 로라의 사촌인 매들린은 자코비의 방에 있던 테이프를 가져와 듣는다. 

 

   
  안녕, 잘 지냈나요, 선생님? 저 로라에요. 물론 제가 누군지 진즉에 아셨겠지만요. 오늘은 23일 목요일이고, 전 너무 지루해요. 실은, 전 좀 이상한 기분에 빠져있거든요. 아, 제임스는 정말이지 달콤하지만, 너무 멍청해요. 그래서 이제부턴, 그 달콤함만 사랑하려 해요. 선생님, 전에 내가 얘기한 미스터리한 남자 기억나요? 내가 그 사람 이름을 말한다면, 아마도 우린 굉장히 곤란해질거예요. 그 사람은 더 이상 그런 미스터리한 남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아마 선생님도 죽을지 몰라요.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여러번 날 죽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거 알아요? 선생님도 알다시피, 난 확실히 그 사람과의 섹스에 빠져있어요. 섹스란 참 이상하죠? 이 남자는 정말로 날 흥분시켜요. 빨간 코벳 스포츠카에 앉아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비밀을 들쳐본다는 것은 관음증적인 쾌감이 동반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처받을 준비도 해야한다. 이들은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지만, 동시에 본인과 로라에 대한 치부 또한 감내해야만 했다.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추어 볼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다. 

 

  

4. 조시 

   전 회에서 데일은 사랑에 빠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해리 보안관에게 충고를 건넸다. 물론 해리는 그 의심을 부인했고, 데일 또한 해리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번 회에 드러난 그녀의 과거, 즉 그녀와 행크와의 커넥션은, 착하고 여리며, 이민자이자 아웃사이더이고 남편을 사고로 잃은 불쌍한 미망인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리게 한다. 좀 길지만 이들의 대화를 인용한다.  

 

조시: 이게 전부야.
행크: 아주 관대하시군, 조시. 내가 감방에서 종일 앉아 생각해봤는데 말야, 이 9만 달러가 모든 돈의 기준처럼 느껴지더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고 말야. 정말 웃기지. 출소하고 나니까 말이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
조시: 우린 계약을 맺었어.
행크: 내가 이걸 계속 생각해보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린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린 수많은 세월을 움직이고 숨을 쉬어가며 살아왔지. 이건 동양철학에 관한 책에서 읽은 거야.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읽었지. 그리고 아마도 어디에 있는 누군가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알고 있지 않을까.
조시: 난 모르겠는데, 당신은 그런가봐?
행크: 한 남자가, 삶의 어떤 일부분, 예를들면 18개월, 을 포기할 때, 그 사람은 그 시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18개월, 9만 달러, 그게 뭐지? 한 달에 5천 달러인가? 흠, 당신이 40년이나 50년 형을 받게 된다면 그리 나쁘진 않은 계산이군. 하지만, 형을 그렇게 받았는데, 만약 당신이 고작 20년을 산다면? 아니면 10년? 아니면 어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어쩌지? 보트 사고로 죽은 당신 전남편 앤드류처럼 말야. 아니면, 당신이 막 출소했는데, 아주 엄청난 범죄에 연루된 것을 부인하기 위해 계약의 일부로 자동차 살해범을 편든다면? 엄청난 범죄, 살인말야. 어떤 식이든, 당신은 이 일에 책임이 있어. 지금 이런 협박은 지금까지 얘기한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지. 그리고 내 말은 당신 삶에서 10년, 15년, 20년을 떼어낼 수 있어. 그래서 난 자문해왔지. "감옥에서의 18개월은 실제로 얼마일까?"
조시: 우린 계약을 맺었어.
행크: 자기 말대로 우린 여전히 계약 중이지. 그래서 우린 우리가 동의한 모든 것들에 대해 조심해야 해. 봐, 당신은 돈을 더 가지고 싶어할 뿐이고, 난 내 잃어버린 시간을 원할 뿐이야. 당신도 알겠지만, 감방엔 이런 격언이 있어. 동양 철학이 아니라, 내 신조와 비슷한 말이야. 한 번 누군가와 계약을 맺으면, 그 계약은 평생을 가는 것이다. 결혼처럼 말야. 안 그래, 파트너?
  

 

사슴 머리 박제 앞에 행크가 서 있어서 마치 행크의 머리 위에 뿔이 난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에서 행크는 뿔달린 악마처럼 조시를 악(惡)으로 밀어 넣는다. 그녀의 모습에 로라 파머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미 벌어진 사건과 예전에 묻혀 있었던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을을 둘러싼 불길한 기운은 점점 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5. 캐서린 & 피트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들 부부만큼 전형적인 부부사이가 없었다. 부잣집 망나니같은 드센 부인과 그에 반해 순진한 남편. 이들의 과거가 마지막회에서 드러난다. 솔직히 캐서린이 남편 피트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은 그렇게 진실해보이진 않지만, 그 또한 그녀의 솔직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그녀는 남편 피트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캐서린: 피트,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줬던 말이나 행동은 제발 잊어버려.
피트: 지금 한 것도? 전처럼 잠깐 잊어버리지 뭐.
캐서린: 우리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것 알아. 하지만, 우리 사이에 결혼 생활을 유지시켜준 어떤 것들이 있었잖아. 당신은 날 사로잡은 남자. 고양이처럼 나무 위를 뛰어다녔던 벌목꾼.
피트: 당신은 언덕 위 큰 저택에 사는 사장의 여동생이었고.
캐서린: 한 여름의 불장난. 그리고 우린 결혼했잖아.
피트: 캐서린.
캐서린: 피트.
피트: 그 때 언덕 위의 그 집에서 당신을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론 난 그 집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소. 나로서는, 내 모든 어리석은 짓을 통털어, 날 버티게 해 줄만큼 품격이 넘쳐나는 한 사람에게 구애했다는 사실이 내 최고의 기쁨이었으니까. 그 후로 모든 상황이 당신에겐 쉽지 않았었지.
캐서린: 피트, 만일 우리가 싸워서 생긴 상처에, 우리가 서로에 대해 느껴온 감정에 대한 희미한 조각이라도 있다면, 지금 그걸 느껴보라고 부탁할께.
피트: 왜? 정확히 의도가 뭔데?
캐서린: 왜냐하면, 내가 지금 곤란한 상황에 빠졌으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행동과 내가 사람들을 대한 방식으로는 아무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도와줘.
  

 

(저 불 속에 갇혀있는) 캐서린은 여전히 내 부인이라고. 

 

   캐서린의 이런 모습은 피트로 하여금 불구덩이에 뛰어들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게 한다.  

 

 

6. Cliffhanger (떡밥 결말) 

   시리즈를 만든 데이빗과 마크는 애당초 더 긴 시간을 원했지만, ABC의 소극적인 모습 때문에, 고작 7편만 제작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데이빗과 마크는 이 드라마를 더 길게 이어나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시즌 마지막을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정리하기 보다는, 사건을 더 만들어내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택한 결말은 다음과 같다. 

① 자코비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한다.  

 

② 로라 파머의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자끄 르노가 체포할 때 총에 맞아 병원에 있게 된다. 로라의 아버지 리랜드 파머가 자끄를 죽인다.  

 

③ 데일을 위해 스스로 매음굴에 들어온 오드리는 첫 손님으로 아버지 벤자민을 맞는다. 

 

④ 리오는 바비를 죽이려다 행크의 총에 맞는다. 

 

⑤ 자끄를 체포할 때 자끄를 총으로 쏜 앤디는 소원해진 루시와 화해를 한다. 그녀는 앤디에게 "임신했다"고 얘기하고 앤디는 충격을 받는다. 

 

⑥ 네이딘은 발명품 특허를 받지 못해 약을 먹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⑦ 바비 브릭스의 익명 신고로 제임스는 마약 소지로 체포된다. 

 

⑧ 행크의 전화로 제재소에 간 캐서린은 묶여 있는 셜리를 구해준다. 그러나 불길이 그녀들을 덮친다.   

 

⑨ 호텔에 돌아온 데일은 전화를 받는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데일이 문을 열자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데일이 쓰러진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부인 말을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 손지검까지 하는 리오는 의외로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 총을 들이댔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속이고 외도를 벌였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인을 죽이려는 것 까지는 그렇지 않은가? 소유하지 못하면 없애버리는 것이 리오의 본성이자 성격은 아닌지... 리오의 순애보적인 행동은 시즌 2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샤이닝> 잭 토런스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고머 파일

   리오가 바비를 노려보는 모습과 도끼로 쳐 죽이려는 모습은 <샤이닝>의 잭 토런스(잭 니콜슨)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를 보면 <풀 메탈 자켓>의 고머 파일(빈센트 도노프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뭐 명배우들과 비교하는 것이라 리오 존슨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 

 

   리오가 총을 맞는 장면은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와 겹쳐진다. 제러드와 채트를 몰락시키려던 몬태나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몬태나는 채트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시즌 1을 끝으로 <사랑으로의 초대>는 더이상 <트윈 픽스>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에머랄드와 제이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의 보험 증서를 받았을 때도,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촌각을 다투는 순간에서도 캐서린은 "생각"을 한다. 그녀의 성격이 어찌됐건 간에,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관한 에피소드는 20여년이 지난 바다 건너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극장전> 김동수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The Shining> Warner Bros.
- <Full Metal Jacket> Worner Bros.
- <극장전> 전원사, 청어람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한 주 쉬고 4월 28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960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 하녀 > 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연인들의 사랑이나 문학작품에 기반한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던 와중에 < 하녀 > 의 등장은 새로운 것이었다. 팜므파탈을 연상시키는 젊은 하녀와 그에 대비되는 아내, 그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주인집 남자의 욕망이 뒤섞이는 집은 이전의 어떤 한국영화에서보다 낯설고 공포스러웠다. 그리고 2010년 임상수 감독에 의해 50년 만에 리메이크된 < 하녀 > 는 전도연, 이정재, 서우, 윤여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들과 '에로틱 스릴러'는 새로운 외피를 둘렀다. 이혼 후 식당일을 하다 상류층 대저택에 하녀로 들어온 은이(전도연), 완벽하고 친절해보이지만 오만으로 가득찬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어린 안주인(서우), 오랫동안 집안일을 도맡아온 늙은 하녀 병식(윤여전)까지 < 하녀 > 는 과연 50년 전과 얼마나 다를까? 각기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조차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은 < 하녀 > 는 5월 13일 개봉한다. 다음은 KBS < 신데렐라 언니 > 의 촬영으로 불참한 서우를 제외한 임상수 감독,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정리한 내용이다. 

 

 

Q . 한국 영화사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김기영 감독의 원작인 < 하녀 > 를 리메이크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연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가.  

임상수 감독: < 하녀 > 는 우아하게 잘 사는 가정에 묘한 하녀가 들어오고, 그녀가 주인집 남자와 관계를 맺게 되는 스토리로 원작과 똑같다. 50년 만에 리메이크하게 된 거라 화면의 질이나 물량적인 면에서는 명백하게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원작의 캐릭터들이 맞이한 상황과 행동이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혹은 변하지 않았는지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다. 김기영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남는 대가지만 부담감보다는 자신감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사실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결혼문제 같은 건 TV 드라마에서도 항상 다루고 있는 것이기에 뭔가 달라야 했다. 진짜 그런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보는 즐거움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영화에 배우들이 딱 6명 나오는데 그들에게 집중을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또한 있을 거다. 

 

Q . 전도연은 와이어 액션에 베드신, 심지어 뺨까지 무지막지하게 맞던데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전도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만약 임상수 감독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원작이 너무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라 그 부담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감독은 임상수 감독뿐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상에선 이렇게까지 은이가 할 게 많은지 몰랐다. (웃음)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힘든 것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고 쾌감으로 느껴졌다. 

  

Q . 여배우들은 출산이나 결혼 이후 배우로서 가치관이나 시선이 달라지기도 하던데 실제로는 어땠나.  

전도연: 결혼이란 걸 선택했을 때 이걸 함으로써 배우 전도연이 작품을 결정하는 게 달라질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나는 전도연이기 때문에 달라지고 싶지 않았고, 바뀌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고마운 건 나보다도 남편과 가족들이 배우 전도연이 결혼 후 달라지는 걸 더 원하지 않았고,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다. < 하녀 > 를 선택할 때도 가족의 힘이 컸다. 

  

Q . 전도연, 서우, 윤여정까지 함께 연기한 여배우들의 면면이 기가 세다고 할 만큼 만만치 않은데 유일한 남자배우로선 촬영하면서 어땠나.  

이정재: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했는데 그 날 체해서 3일 동안 고생했다. (웃음) 윤여정 선생님도 기가 세고, 전도연도 기가 세고, 서우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혹독한 첫 날을 치렀지만 촬영은 즐겁게 잘 했다. 맡았던 역할도 나쁜 남자여서 재밌을 것 같았고. 그런데 보통 나쁜 남자가 아니더라. 매 촬영마다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나 상황보다 10배나 더한 대사와 상황이 주어졌는데, 당시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촬영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Q . 다른 배우들보다도 윤여정에게 < 하녀 > 라는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스크린 데뷔작도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었고, 임상수 감독과는 < 바람난 가족 > 에서부터 쭉 함께 해오고 있다.  

윤여정: 날 불러주는 사람이 임상수 감독밖에 없다. (웃음) < 하녀 > 는 촬영 내내 혼자서 감개무량할 정도로 의미가 남달랐다. 40년 전에 김기영 감독의 < 화녀 > 로 데뷔한 배운데 아직도 배우를 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혼자서 자랑스러워했지만. (웃음) 

  

Q . 임상수 감독의 영화는 < 처녀들의 저녁식사 > 때부터 매번 색다른 베드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 하녀 > 또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상수 감독: < 처녀들의 저녁식사 > 때도 베드신이 있었고, < 눈물 > 에서도 그랬고, < 바람난 가족 > 에서도 베드신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베드신은 감독이 하는 일보다 배우들의 몫이 훨씬 크다. 그리고 아무리 흔쾌히 작품에 임하는 배우라도 베드신 때는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사실 촬영하면서 전도연과 이정재의 베드신을 재촬영한 적이 있다. 새로운 카메라 기법을 쓰다보니까 그랬는데 두 사람이 아주 흔쾌하게 다시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그 고마움이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을 만큼의 결과로 나온 것 같다.  

이정재: 첫 번째 찍었던 베드신에선 대사가 세진 않았는데 두 번째 찍은 신에서는 대사가 좀 바뀌었다. 그런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대사였다. 그것도 그 날 아침에 대사가 바뀌었다고 봤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약 오 분 정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냐하면 대사가 적힌 A4 용지를 도저히 버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간직하고 있다가 윤여정 선생님이 오셨을 때 이런 대사를 했다며 보여주기까지 했다. (웃음) 

  

Q . 메이킹 영상을 보니까 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계속 모르겠다고 하더라. 결정적으로 은이가 전도연에게 다가왔던 계기가 있었나.  

전도연: 은이의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웠다. 지나치게 순수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지나치게 순수하기 때문에 솔직한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전부 이해하고 촬영을 마친 것도 아니고. 은이에 대한 물음표를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었고, 촬영 내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했다. 그래도 감독이 처음부터 날 믿어줬고, 어느 순간 은이를 내가 너무 멀리서 찾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더라. 나 자신이 은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좀 편해졌다. 

  

Q . 마지막으로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 하녀 > 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 달라.  

윤여정: 우린 굉장히 행복하게 찍었다. 전도연이 칸에서 상을 탔다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처음 연기해보니까 대단하더라. 감독의 디렉션을 스펀지 같이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 전도연 정도의 나이에 내 태도가 저랬나 하면서. 전도연에게 많이 배우면서 했다. 이정재도 이번을 터닝 포인트로 삼았고. 우리 셋이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으니까. (웃음)  

이정재: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가기 쉽지 않은데, < 하녀 > 는 누구도 빠짐없이 열심히 그리고 아무 탈 없이 끝났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깊은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을 거 같다.  

전도연: 나도 촬영하면서 윤여정 선생님이나 서우에게 많이 자극받고 감동했다. 나이를 들어서 어떤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좀 더 나이든 배우가 된다면 저런 모습과 자세, 열정을 갖고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일단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고, 배우들이 다 열연을 해서 듣는 재미까지 있지 않을까?  

임상수 감독: < 하녀 > 는 원작의 기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막장드라마 스토리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걸 명품연기와 명품미술로 훨씬 더 세련되게 만들었다. 명품 막장 드라마가 나온 거 같다. (웃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0-04-1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일 기대하고 있는 영화에요.^^
윤여정은 정말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전도연도 늘 실망 주지 않는 연기를 하니까요.
인터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Seong 2010-04-14 09:10   좋아요 0 | URL
김기영 감독 영화로 데뷰를 하고, 임상수 감독 영화로 제 2의 영화 인생을 사시니 그 감회가 정말 남다르실 것 같아요. 하지만 김수현 작가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출연하기 좀 난감했을 듯 하기도 하고... 결과물이 설명해 주겠죠.
^.^;

LAYLA 2010-04-14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기대!!! 아이언맨과 하녀만 기다리고 있숴요 ^.^

Seong 2010-04-14 09:10   좋아요 0 | URL
저는 <하녀>와 <나이트메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순오기 2010-04-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인터뷰 기사까지 하녀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여주네요.
감사~~~ ^^

Seong 2010-04-15 09:40   좋아요 0 | URL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

저절로 2010-05-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개봉해요!젤 먼저 보고올께요.기대만땅.

Seong 2010-05-14 14:36   좋아요 0 | URL
재미 있으셨나요? 전 재미 있었습니다. ^.^;
 
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년에 대한 포부를 히로에가 묻자, 기리하라의 대답은, 한낮에 걷고 싶어, 라는 것이었다.
   "기리하라 씨, 그렇게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내 인생은 백야(白夜) 속을 걷는 것 같으니까.
  

 

   하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장편소설『백야행』은 1973년 10월부터 1992년 12월까지,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점층적으로 묘사한다. 소설은 총 3권, 11개의 챕터(chapter)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화자가 각기 다르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가라시와 유키오와 기리하라 료지이지만, 작가는 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으며, 이들 주위에 있는 주변인들의 관찰로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작가가 주력한 것은 시대상황이다. 1973년부터 1992년의 시기에 일본에서 일어난 굵직한사건은 오일쇼크와 버블경제 성장 그리고 몰락의 시작. 작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저작권, 인베이더와 슈퍼마리오 게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 등 시시콜콜한 것들을 각 장에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작가가 관심을 둔 것은 컴퓨터라는 디지털 매체인데, 인간과 인간이 마주해서 처리하던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인간이 기계와 소통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인간의 인성은 텅 비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시기에 이들이 벌이는 범죄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기에, 버튼 하나로 수백만의 사람을 학살하는 행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료지가 범죄의 판을 크게 벌리기 시작하는 것도 컴퓨터라는 새로운 매체를 접하고부터다.  

 

   "그렇게 만든 카드는 물론 진짜와는 내용이 다르지. 비밀번호가 다르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것을 기계가 판정할 능력은 없어. 기계가 확인하는 것은 자기 테이프에 기록된 번호와 인간이 누르는 번호가 일치하는지 아닌지, 오직 그것뿐이야."
   명백한 범죄였지만 도모히코에게 죄악감은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위조카드를 만들기까지의 경위가 너무나 게임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돈을 훔치는 상대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리하라로부터 늘 듣는 말이 머리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는 것을 줍는 것과 남의 것을 내 것과 바꿔치기 하는 것이 어디가 달라? 돈이 든 가방을 멍하니 놓고 가는 게 나쁜 거 아냐? 이 세상은 빈틈을 보이는 자가 지는 거야."
   도모히코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전율과 함께 오싹한 쾌감을 느끼곤 했다. 

 

   물론 『백야행』은 명백히 장르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의 장르는 '미스터리 추리극'이지만, 작가는 독자와 두뇌 싸움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않는다. 소설은 이들의 범죄 사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숨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인물 묘사에 치중한 것도 아니다. 하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유키오와 료지의 내면 묘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들이 고통에 빠져 사는지, 아니면 이렇게 벌이는 범죄를 즐기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들의 내면은 텅 비어있는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이들은 가장 믿어왔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다. 유키오와 료지를 둘러싼 어른들은 모두들 괴물이었고, 이들은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간다(개척이라... 흠). 소설 초반에 유키오와 료지가 읽던 소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칼렛 오하라의 억센 모습은 유키호에게는 롤모델이었던 셈이다. 

 

   "난 말이지……. 태양 아래에서 산 적이 없어. (…)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알겠어? 내게는 처음부터 태양 같은 건 없었어. 그러니까 잃을 공포도 없지." 

 

   하얀 밤. 유미호의 인생은 태양이 없는, 언제나 밤이지만 그녀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그녀의 빛은, 그녀의 삶을 포장해줄 ‘돈’이다. 유키오는 빛을 잃지 않았다. 태양 아래는 아니지만, 유키오는 여전히 하얀 밤을 걸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0-04-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읽고 쓴 독후감인데..심하게 차이나게 우아하신 글솜씨..괜히 짱구만화에 나오는 여자아이처럼 토끼인형이 필요하다ㅋㅋ

Seong 2010-04-13 09:04   좋아요 0 | URL
허걱... 아니어용...

Forgettable. 2010-04-1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영화랑 얼마나 달랐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전 유미호의 빛이 돈이라고 보지 않았어요. (유미호와 유키오가 동일인물인거죠?)

미호는 요한에 대한 '사랑'으로 그 모든 번뇌를 극복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요한의 죽음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봐요. 그건 단지 욕심만으로는 그렇게 될 수 없는거에요. 엇나가긴 했지만 그것은 사랑이었던거죠. 만약 그녀의 사랑이 조금이라도 덜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자백해버리지 않았을까, 해요. 자백해버리는 것이 훨씬 편하니까요. 모르는 척 해주지 않았다면 요한은 괴로움에 울부짖으며 죽어갔을거에요.

그 모든 것을 자기 혼자서 감당하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그렇게 요한에게서 돌아섰죠. 전 영화관을 나서면서 이제 어떻게 살아.. 라며 계속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녀는 검은 밤에 다리도 없이 홀로 동그마니 남은 것처럼 보였어요.

이 스토리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나름이지만, 저도 요즘 일이 있어서 이 영화를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는 와중에 유미호의 빛이 '돈'이었다는 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와서 이렇게 변명조로 길게 글을 쓰고 있네요. ㅎㅎ

Seong 2010-04-13 13:45   좋아요 0 | URL
책은 영화와 많이 다릅니다. 책은 19년간의 이야기를 점층적으로 보여줬지만, 영화는 현재와 14년 전의 이야기만을 다루었죠.

영화는 Forgettable님이 보신 것처럼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 유미호의 빛은 요한이었죠. 그녀가 만들어버린 '작은 유미호'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죽어가는 요한에게 다가갔을 거예요. 소설의 유키오는 여전히 하얀 밤을 걸을 것이지만, 영화의 유미호는 어둠 속을 걷게 되겠죠.

소설하고 영화는 전혀 다르지만, 각기 그에 걸맞는 결말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

좀 더 자세한 것은 이곳에 있어요. :)
http://dvdprime.dreamwiz.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846&master_id=1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2주

   천안함이 침몰한지도 보름이 지났지만, 정부와 군은 실종자는 고사하고 침몰 원인조차 찾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큰 일이 발생했음에도 신속한 대응보다는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은 모습을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죠. 정말로 "진실이 저 너머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정부와 군에 '믿음'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만 했건만, 그들의 태도는 의심만 불러일으키는 행동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기막힌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권력을 지닌 자들의 횡포와 그에 맞선 소수의 선인들의 이야기는 태고의 영웅담과 맞물려 현대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키득거리면서 볼 수 있었던 반면, 지금에서는 그저 웃기만 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 음모론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는 단연 브렉 에이즈너 감독의 <크레이지(The Crazies)>입니다. 미국의 소읍인 오그덴 마시에 미군이 비밀리에 진행한 생화학 무기 '트릭시'가 유출되어 마을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합니다. 이 물질에 감염이 되면 인간으로의 자각이 조금씩 사라지고, 무조건적인 살인을 자행하게 되지요.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들이 마을을 잠식하고, 이유없는 살인이 계속 벌어지면서, 마을은 점점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바로 이 때 군부대가 들어와 마을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넣은 후 격리를 시키기 시작합니다. 이 때 영화의 주인공인 보안관 데이빗 더튼(티모시 올리펀트), 의사 쥬디 더튼(라다 미첼) 부부가 헤어지게 됩니다. 쥬디는 트릭시에 감염된 환자들 사이에 격리되고, 데이빗은 정상인들 사이에 격리되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할 준비를 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있게 됩니다. 아내 혹은 남편 혹은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이야기합니다. "정말 괜찮을까요?" 그러자 그들 중 한명이 대답을 합니다. "정부를 믿어야지 우리가 무슨 수가 있겠어?" 데이빗은 사람들의 그런 낙관을 믿지 않고, 아내를 구하러 갑니다.

   영화에서 군인들은 계속 무엇인가를 숨기려고만 합니다. 설명이 배제된체 정부를 믿고 군의 통제를 따르라는 '명령'은 웃고 넘기기에 우리는 너무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인 제공자들은 사건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여 자신들의 존재를 망각시키게 하려는 것입니다. <크레이지>에서 군부대에 명령을 지시한 '몸통'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오그덴 마시에 남아있는 원주민들과 타자들은 서로 '죽이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상황은 정말 기막히게 말 그대로 '돌고 돌게' 됩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또한 음모론에 일조합니다. 연방수사관 테드 그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정신병 판정을 받은 일급 살인자들만 모인 셔터 아일랜드에 도착합니다.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천혜의 섬에서 한 여죄수가 도망쳤기 때문이지요. 밀실과도 같은 곳에서 한 여죄수가 (글자 그대로) 증발을 했는데, 그곳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은 새로 온 수사관에게 적대적이고, 한결같이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습니다. 테드 그린은 이 섬에서 살인자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셔터 아일랜드가 묘사하고 있는 시대는 1950년대입니다. 1950년대의 미국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를 목격하고 원자폭탄의 공포를 체험한 미국인들의 트라우마와, 한국전쟁과 수소폭탄의 공포 그리고 이웃을 의심하는 빨갱이 사냥(매카시즘)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신경증적인 시대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음모론이 발생하는 것은 특별한 사항이 아닙니다. 어쩌면 음모론은 이런 거대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개인이 국가로 '떠넘길 수 있는' 도피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닐 마샬 감독의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Doomsday)> 역시 음모론을 보여줍니다. 위에 언급한 두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음모론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는 점이지요. 시기는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발병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간은 피를 쏟고 죽어버립니다. 잉글랜드는 거대한 벽으로 스코틀랜드 주위를 둘러 쌓고, 그 벽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사람이던, 동물이던 닥치는 대로 죽입니다. 25년 후, 없어진 줄 알았던 리퍼 바이러스가 런던에서 발생하기 시작하고, 정부는 이 사실을 조용히 해결하기 위해 특공대를 조직합니다. 리퍼 바이러스로 몰살당했을 스코틀랜드에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이 백신을 개발했음을 깨닫습니다. 특공대는 48시간 안에 스코틀랜드에 가서 백신을 구해와야 합니다. 

   알 수 없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쓰러지는 시민들을 향해 정부와 군인이 한 일은 도시를 겪리시키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는 자신들이 왜 격리당하는지, 왜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정보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음모는 은밀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닐 마샬 감독은 다른 자의식 있는 감독들과는 달리 화끈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국민을 바이러스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그 대가를 받아야지요. 문명이 있고 없고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영화는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천안함 실종자 장병들의 귀환과 사건의 전말이 말끔히 드러나길 기원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0-04-1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50년전에 프랑스 시골마을에 빵먹고 떼로 미친 사건 생각납니다..
무슨 바이러스다, 광신이다, 생체실험이다..여러가지 떠도는 소문중..
절대 아니라고 뻥치더만 결국 50년만에 밝혀진 CIA LSD생체실험--;
필로뽄도 첨엔 몰핀처럼 치료약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LSD는 완죤 고문을 위해 조제된 합성화학무기인데 참 잘도 민간에 불법실험을 그것도 지네 나라도 아니고 프랑스에서~
이런일이 지금도 없을리는 만무하고ㅡㅡ;
차라리 아마존에서 미개?하게 사는게 인류에는 더 나은 진화인거 같습니다..

Seong 2010-04-13 09:17   좋아요 0 | URL
헉..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그냥 거짓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무섭네요... 얼른 석유가 고갈돼야.. (응?)
^.^;

카스피 2010-04-1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정한 음모론을 알고 싶으시다면 해냄에서 나온 그림자 정부 시리즈를 읽어보세요.현실 음모론의 결정판적인 책입니다^^

Seong 2010-04-13 09:15   좋아요 0 | URL
와. 목차만 훓어봤는데 정말 엄청나네요. 정치와 경제편은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어떻게 이야기해야할까? 인문서적으로 묶여있지만, 저자 자신의 에세이로도 볼 수 있고, 명사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잠언들을 모은 책으로도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번잡스럽게 글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말끔히 지웠다. 기억나지 않은 삶의 처음과 아직 경험하지 않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정도의 번잡스러움은 필요하지 않을까?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The Thing About Life Is That One Day You'll Be Dead)』는 크게 3개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하나는 저자 데이빗의 가족(97세의 아버지와 10대 딸의 이야기, 그리고 아주 가끔 전개되는 친척일지도 모르는 명사 조지프 실드크라우트의 이야기)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육체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과학적 지식의 나열, 그리고 마지막은 명사들의 짧은 말을 담고 있다. 

   책은 '지식(정보)'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고등 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대충은 꿰고 있을법한 평범한 정보들의 나열이다. 사람의 몸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변하고, 노쇠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오히려 이 책의 위력은 개인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있다. 

   지나치게 건강한 저자의 아버지, 그리고 그 지나치게 건강한 아버지가 결국엔 노화라는 자연의 섭리에 귀속되는 모습과 저자인 아들의 갈등이 책 내내 부딪힌다. 이렇게 부딪히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가 떠오를 정도로 소소한 재미와 작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이야기는 정보적인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 70세에 쓴 아버지의 에세이, 저자의 현재 이야기, 저자의 과거 이야기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애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 그 뒤에 그 시기에 인간의 육체가 겪는 일들을 거시적으로 풀어놓는다. 

   이렇게 장르를 넘나들면서 독자는 인간의 '한살이'와 '죽음'에 대해 느끼게 된다. 이성의 인식이 아닌 감정의 고양이다. 죽음을 대비하는 상조서비스 같은 책이 아니라, 죽음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오늘의 삶에 더 충실하게 하는 책이다. 인문 서적이라기 보다는 문학 서적에 더 가까운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0-04-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세의 아버지와 10대 딸의 이야기라는 단어에서 순간 착각했어요.노인네 참 힘도 좋구만..하고 말이죠 ㅡ.ㅜ

Seong 2010-04-13 09:12   좋아요 0 | URL
아... 카스피님 댓글에 저 잠시 쓰러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