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 Thirs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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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뱀파이어 영화를 찍겠다고 했을 때, 모두들 기대한 것은 ‘제대로 된 장르영화’였을 것입니다. 그의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폭력의 극한까지 치닫는 묘사와 유려한 액션 씬 연출, 그리고 금기를 넘나드는 소재는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형처럼 보였으니까요. 차기작 제목을 <박쥐>로 정하고, 주연으로 송강호 씨와 김옥빈 씨가 발탁됐다는 소식, 한국 영화 최초로 할리우드(정확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합작으로 제작을 했다는 점, 제작비가 (마케팅비를 포함해) 100억 원에 가깝다는 이야기,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정사씬’을 찍었다는 이야기 등은 이 영화의 기대치를 한껏 높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쥐>는 기대했던 장르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가 아니라, 『테레즈 라캥』이라는 원작이 있었고, 거대한 살육이 있기는커녕, 남의 피를 몰래 훔쳐 마시는 ‘찌질한’ 뱀파이어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잔인한 장면도 없었으며, 정사씬은 애교수준이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 대해 악평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어떤 관객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예로 들며, 100억 원을 어디에 썼는지 회계장부를 공개하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개봉 후에도 악평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박쥐>에 호의적인 평을 쓴 평론가들까지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심지어 깐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사실을 가지고도, ‘깐느가 타락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박쥐>는 대중의 기대와 감독의 비전이 서로 달랐던 점, 그리고 CJ의 과대 포장으로 대다수의 관객들이 오해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이전 작품들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방법을 썼지만, <박쥐>에서는 그런 시각적인 요소들을 거의 배재해서, 보는 재미가 좀 심심해졌다고 할까요? 예전에 영화 잡지 『키노(No 77)』에서 임필성 감독이 “감독들을 보면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영화가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영화는 다 다르”다고 이야기하자, 박찬욱 감독이 “그게 비극이지”라고 대답했는데, <박쥐>는 바로 그 비극이 실현된 영화입니다. 

하지만, <박쥐>는 (그렇게) 엉망진창인 영화가 아닙니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양식화된 과잉의 분위기가 없을 뿐이지, 이 영화는 계속 생각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가 아닌, 삶의 아이러니 혹은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박쥐’이고, 영어 제목은 ‘Thirst(갈증)’입니다. 전자는 일반명사고 후자는 추상명사라 두 제목 사이의 간극이 꽤 넓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자세히 보면 결국엔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쥐는 ‘새’이기도 하고 ‘쥐’이기도 한 경계의 동물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현상현 신부(송강호)는 사람을 살리는 사제이면서,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살인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순교를 가장한 자살과 자살적인 순교를 하지요. 그리고 갈증은 ‘(욕구보다 더 강한) 욕망’을 나타냅니다. 그의 피에 대한 욕망은 저버릴 수 없는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그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제인 그는 살인을 저질러야 하니까요. 그리고 피에 대한 생존의 욕망이 육욕으로 옮아가면서, 그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더욱 심해집니다. <박쥐/Thirst>라는 제목은 주인공의 실존적인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점은 영화의 오프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그의 전작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나 <친절한 금자씨>의 오프닝과 비교해보면 이 영화의 오프닝이 얼마나 단출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의 전작을 본 많은 관객들이 영화 처음에 효성 씨(서동수)가 현상현 신부에게 카스텔라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하는 초조한 불안감). 

  

현상현 신부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함에 괴로워합니다. 그는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치료제 개발에 스스로 자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에이즈 항체나 한센병 항체를 스스로 몸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명백한 자살행위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바쳐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는 순교행위이기도 하지요. 

엠마누엘 연구소장: 자, 아까 같은 판에 박힌 소리 말고... 정말 무슨 목적으로 이 실험에 자원했습니까? 간혹 기도가 무력해졌다고 느끼는 분들이... '극적인 자살'의 방편으로 여기 오기도 하는데, 저희로서는 정말 맥 빠지는 일입니다. 본디 심리적인 차원에서 순교와 자살을 구별하기란 어렵습니다만, 당신은 물론 그런 분이 아니겠죠?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의 첫 번째 죽음은 자살인지 순교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는 엠마누엘 연구소에 오기 전에 유 간호사(라미란)의 고해성사를 해주었습니다. 유 간호사는 헤어진 애인 때문에 계속 자살 생각을 합니다. 그녀에게 상현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상현: 신하고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자기혐오에 빠지기 쉽고 저도 모르게 불행을 경애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악마가 잘 파고들지요. 성 브루노 말씀대로 자살은 '사탄을 위한 순교'거든. 살인 중에서도 제일 죄질이 나빠요. 무기징역 감이야, 지옥에서. 

이랬던 그가 자살을 하러 연구소에 왔습니다. 그의 큰 바탕은 순교이지만, 그가 죽어도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자살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자살이냐 순교냐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현은 이 실험에 자원하는 것으로 그의 욕망을 처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상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허락하소서.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 입술과 혀를 짓찧으시어 그것으로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손톱과 발톱을 뽑아내어 아주 작은 것도 움켜쥘 수 없고 어깨와 등뼈가 굽어져 어떤 짐도 질 수 없게 하소서. 머리에 종양이 든 환자처럼 올바른 지력을 갖지 못하게 하시고,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세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 아무도 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게 하시고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만이 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하소서. 

상현의 기도는 염세적이고 자학적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쾌락에 무관심한 성직자로써의 숭고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의 기도를 듣다보면, 결국 그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고, 그의 궁극적인 죽음은 순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순교의 욕망을 이 절절한 기도문에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상현이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부활했을 때에도 이 기도문을 읊조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순교를 바란 것 같습니다.   

 

6개월이 지난 후, 상현은 한국에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그를 ‘붕대감은 성자’라 부르며 그를 경배합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옛 친구 강우(신하균)와 그의 어머니 라 여사(김해숙), 그리고 강우의 처 태주(김옥빈)를 만나게 됩니다. 죽었다 살아난 신부는 이제 『테레즈 라캥』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에밀 졸라가 26세에 쓴 소설 『테레즈 라캥』은 인간의 본능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해부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소설의 내러티브를 재해석 없이 거의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심지어 그 눅눅하고 축축한 분위기까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의 발단 부분 없이 갑자기 전개 부분부터 시작합니다. <박쥐>의 발단은 뱀파이어가 된 신부 이야기니까 굳이 원작의 내용을 알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영화에서 언급하지 않은 소설의 발단 부분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센강의 퐁네프 파사주. 이곳의 가게들은 왁자지껄 분주하지만, 유독 잡화상 한 곳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잡화상의 물건들은 “처량하게 매달려 있었”으며, “먼지와 습기로 썩어가고 있는 진열장 속에서 모두 빛깔 잃은 남루한 회색으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에 시체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두 여인이 있었습니다. 젊은 쪽의 이름은 ‘테레즈(태주)’고, 나이든 쪽은 ‘라캥 부인(라 여사)’으로 불렸습니다. 

라캥 부인이 처음부터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약해빠진 아들 ‘카미유(강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을 일찍 여읜 그녀는 삶의 기쁨과 목적을 아들 카미유에게 투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미유는 어렸을 때부터 특유의 허약함과 나약함으로 죽을 고비를 숱하게 맞이했습니다. 라캥 부인의 “인내와 수고와 사랑”이 아니었다면, 카미유는 진즉에 죽을 목숨이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이런 맹목적인 사랑은 “한없는 간섭”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그녀는 카미유를 정성껏 돌봐주는 간호사 역할을 테레즈에게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테레즈는 라캥 여사의 조카입니다. 군인인 아버지가 테레즈를 누이인 라캥 여사에게 맡기고 전사한 후, 그녀는 테레즈를 카미유와 같이 지내게 했습니다. 테레즈는 어린 시절부터 “마치 허약한 애처럼 사촌오빠와 약을 나누어 먹고 어린 병자가 차지하고 있는 방의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 갇혀 지냈”습니다. 그녀는 이런 부당함과 답답함을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내면에서 타오르는 듯한 격정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병자가 아니라, 건강한 육체를 지닌, 가혹한 욕망을 지닌 젊은이였던 것이지요. 라캥 부인의 욕심으로 자매지간 같이 지낸 테레즈와 카미유는 부부가 됩니다. 

카미유는 작고 허약한 몸에 나약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라캥 부인의 “한없는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어머니의 희생에 적당히 길들여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부인인 테레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년’입니다. 소년과 젊은이의 결혼은 애당초 무리였지요. 

목요일 저녁마다 라캥 부인은 손님들을 초대해 도미노 게임을 합니다(수요일 저녁 마작 모임. 일명 오아시스). 멤버는 노망기가 든 노인 모습의 경찰 간부 출신 ‘미쇼(댐 경비과장 승대, 송영창)’, 광대뼈가 불거져 나와 볼썽사나운 경찰서 보안계 주임 경관 ‘올리비에(댐 환경과장 영두, 오달수)’와 그의 부인 ‘쉬잔(이블린, 메르세데스 카브랄)’, 그리고 카미유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철도국 서기 ‘그리베’입니다. 테레즈는 이들을 볼 때마다 “기계적인 시체들”, “종이로 만든 인형 같은 인간들”같다는 생각이 들어 몸서리칩니다. 그가 살아온 10여년의 시간이 이런 생기 없는 분위기였으니 그럴만하지요. 테레즈는 목요일 밤이면 “그냥 노곤히 잠들고 싶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한탄이나 비난은 물론이고 내색도 없이 그들의 뒤를 따랐”습니다. “그녀의 모든 의지는 자신을 극도의 친절과 극기의 수동적 도구로 만드는 데 집중되었”습니다. 

어느 날 목요일 모임에 카미유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창 ‘로랑’을 데려옵니다. 그는 “훤칠한 키에 건장하고 얼굴빛이 싱싱”“인간다운 인간”입니다. 로랑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똑바른 시선을 받자 테레즈는 좀 어색했”습니다. “가슴이 몹시 뛰고 있었”지요. 모든 것이 죽어있고 바래있는 무덤 같은 공간에 로랑의 등장은 테레즈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녀는 난생 처음 느끼는 이끌림에 당황했지만, 이내 “이 남자의 다혈질적인 천성과 큰 음성, 기름진 웃음, 그리고 몸에서 풍겨 나오는 거칠고도 달콤한 냄새에 마음이 쏠려서 초조하고 괴로운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원작의 로랑은 영화에서는 (당연히) 현상현 신부입니다. 하지만, 로랑이 우악스러운 무모함과 대담함, 신중함을 지닌 지독히 계산적이고 게으른, 욕망에 충실한 인물인 반면, 현상현 신부는 나약하고, 즉흥적이며, 설득력마저 떨어지는 궤변을 언사 하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그는 개인적인 욕망을 자제하는 사제이지요. 그런 그가 이제 태주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신앙과 신념에 반하는 살인과 간음에 빠지게 됩니다.    

 

태주를 만나고 처음 뱀파이어로써의 자각을 느낀 상현은 그날 밤, 뱀파이어가 됩니다. 그가 수혈 받았던 뱀파이어의 피가 6개월이라는 잠복기를 거쳐 드디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인간을 능력을 뛰어넘는 강력한 존재입니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나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만 보더라도, 뱀파이어의 능력에 매혹을 느껴 그들을 흠모하고 숭배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죠. 하지만, 상현에게 그런 능력은 저주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싶었던 그가 사람을 죽여야 연명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가혹한 운명인가요? 

상현: 수혈 받은 피를 내가 고른 건 아니잖습니까! 저, 좋은 일 하러 거기 갔던 거 아시잖아요! 저는 이제 모든 쾌락을 갈구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살인하지 않고 사람의 피를 어디서 어떻게 구한단 말입니까! 

상현의 욕망은 순교의 욕망에서 피에 대한 욕망으로 변했습니다. 아니, 그의 성격으로 봐서는 변한 게 아니라, 욕망이 하나 더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대사를 베푸는 숭고한 자리에서, 그는 죽어가는 생명을 보고 안타깝고 슬퍼하는 대신 흘러나오는 피를 욕망합니다. 그의 첫 번째 기도가 순교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기도였다면, 그의 두 번째 기도는 피에 대한 욕망을 드러냅니다. “베로니카의... 모든 죄를 사합니다”라는 기도문을 읊을 때, 그는 주춤합니다. 순수하지 못하고 욕망에 앞선 내가 과연 신의 대리인으로 죄를 사해줄 자격이 있을까, 그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상현: 이 성수로 이미 받은 세례를 기념하며 몸소 수난과 부활로 구원해 주신 그리스도를 생각합시다. 오 베로니카, 고백하십시오. 나는 교황 성좌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가지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오 베로니카에게 전대사를 베풀며 베로니카의... 모든 죄를 사합니다. 아멘. 주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로운 사랑과 기름 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령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주소서. 또한 이 병자를 죄에서 해방시키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를 가볍게 해주소서. 아멘. 

 

그가 뱀파이어로써 자각을 하고 처음 만난 존재는 태주입니다. 태주는 벗어날 수 없는 지옥 같은 집구석을 탈출하고 싶다는 욕망을 달리기로 해소합니다. 원작에서 테레즈는 “못 견디게 시원한 공기가 그리웠어요. 아주 어릴 때 나는 먼지 나는 길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구걸을 하면서 집시처럼 살기를 꿈꾸었”다고 했으니까요. 잠옷 바람으로 달리는 태주를 상현이 발견하고,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신발을 신깁니다. 그와 그녀의 관계의 시작은 이렇게 애틋하게 시작합니다.  

 

수요일 마작 모임에서, 처음으로 상현은 태주를 욕망합니다. 이미 “모든 쾌락을 갈구” 한다고 얘기한 이상, 그의 욕망은 점점 금기시되는 것을 욕망합니다. 태주 역시 상현을 욕망합니다. 그녀는 상현이야말로, 이 지옥에서 잠시나마 자신을 해방시켜줄 존재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태주: 나는 부끄럼 타는 사람이 아니에요. 부끄러워서 뛰어나간 게 아니라. 어렸을 때 말이에요, 부산서. 너무너무 지겨워서 그런 거예요. 저 엄마하고 저 병신 아들, 눅눅하고 컴컴한 집구석, 끝도 없이 질질 짜는 그 뽕짝들. 신부님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땐 그냥 ‘고아원 애’ 이었지만... 창밖을 보면서... 어렸을 때요. 병신이 신부님 좋아하니까. 신부님 오면 나를 안 찾으니까. 나는 부끄럼 타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맨발로 막 나가요. 이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요. 자다가도 일어나서 나가요. 저들은 몽유병인줄 알지만 난 그 시간만 깨어 있는 것 같고 나머지 시간이 자고 있는 것 같아요.  

 

태주는 “딸처럼, 강아지처럼” 키워졌습니다. 근친상간적 욕망으로도 읽을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강아지처럼’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태주는 주체적인 인물이 아닌, 애완견 같은 수동적인 인물, 말 그대로 시체처럼 살아왔습니다. 시체가 누워있는 곳은 지옥입니다. 그런 그녀가 깨어있는 순간에 상현을 만나고, 부활절에 정사를 벌이며, 드디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됩니다. 상현도 드디어 그가 그토록 바란 “사람 살리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현의 행동은 그의 종교적 신념과는 대척되는 위치지요. 누군가에겐 해방의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겐 지옥에 빠지는 경우가 됩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삶의 아이러니를 계속 대비해서 보여줍니다. 

상현: 사제가 이러면 죄가 더 커요.
태주: 나는 신자도 아닌데요.
상현: 이러다 우리 둘 다 지옥 가요.
태주: 나는 신앙이 없어서 지옥 안 가요. 
 

 

하지만, 태주는 피를 마시는 상현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합니다. 상현은 이런 태주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궤변으로 태주는 더 공포를 느낍니다(개인적으로 <해변의 여인>에서 중래의 궤변 이후로 가장 웃긴 궤변이라 생각합니다).  

상현: 나는요, 살인은 안 해요. 효성 씨만 해도 그래요. 원래 배고픈 사람 돕는 걸 좋아했어요, 그 분이. 의식만 있었어도 자기가 먼저 피 가져가라고 했을 걸요? 태주 씨도 그 카스텔라 얘기를 들었어야 되는데, 아이 씨. 아니, 교통사고 나서 다친 사람을 욕하는 법은 없잖아요. 누가 무슨 병 걸렸다고 비난하지는 않잖아요! 난 좋은 일 하러 거기 갔던 거예요! 내가 뱀파이어인 게 뭐가 중요해요? 태주 씨, 내가 신부라서 날 좋아했어요? 아니잖아요, 거 봐요. 신부는 그냥 직업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뱀파이어인 것도, 그냥 뭐... 식성이나, 그냥 뭐... 생활의 리듬 문제, 그런 게 아닐까? 아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뱀파이어라서 싫어요? 내가 뱀파이어가 안 됐다면 태주 씨랑 잤을 것 같아요? 내가 그냥 신부였어도 태주 씨하고 그랬을까? 신부가? 응? 

 

태주의 거부로 상현은 절망에 빠져 돌아가고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똑같은 일상에 지친 태주는 상현에게 연락을 합니다. 어차피 주위에 이상한 사람들이 득시들 거리는 이 지옥에서 이상한 사람이 한 명 더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도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상현의 한 마디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상현: 나랑 같이 가요.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줄게요. 

 

태주는 상현을 도발하고 남편을 죽일 계획을 짭니다. 이 부분은 원작과 다른 부분인데, 원작에서는 테레즈가 로랑과 만나지 못하게 되자, 차라리 남편을 죽여 버리자고 로랑에게 충동적으로 얘기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태주가 치밀하게 계획을 짠 복수극으로 처리했습니다. 

태주: 나는요, 평생 그 사람들 강아지로 살았어요. 병신 먹이고 재우고 자위하는 것까지 도와주면서. 아시죠? 난 거의 처녀나 다름없어요. 걔는요, 워낙 병신스러워서 내가 같이 안 먹으면 지 약도 안 먹으려고 그래요. 어째서 난 안 죽는지 몰라. 그 이상한 약들을 내가 다 마시고 삼켰는데. 봉사활동 가는 거 싫어해요. 우리 집 병신이요.
상현: 강우고 어머니고 다 죽여 버리지! 

마치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 씨가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복수하는 것처럼, 태주 역시 상현을 통해 강우를 교살합니다. 그녀는 복수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생활 속에서 그녀의 청춘은 더럽혀졌을 테니까요. 원작에서도 남편에 대한 혐오감은 대단한 편입니다. “테레즈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잠든 그의 창백한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카미유와 떨어져 누웠다. 꼭 쥔 자기 주먹을 카미유의 입에 처박고 싶었다”.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이야기인 동시에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에 이은, 네 번째 복수극이기도 합니다.  

 

결국 상현은 강우를 살해합니다. 상현이 강우를 살해하는 것은, 치정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태주를 지옥에서 꺼내는 숭고한 행위라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아이러니를 상현은 아직 깨닫지 못합니다. 그 역시 태주에 대한 욕망이 컸기 때문이었죠. 어쩌면 상현은 강우를 죽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강우를 살해하면서 상현은 (유사) 아버지인 노 신부(박인환)도 살해합니다. 이미 사제직을 버린 상현이 굳이 수도원을 찾아 노 신부를 찾아간 이유는, 어찌됐든 사람을 죽였다는 자신의 죄를 사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흔들리는 신앙생활에 버팀목이 되어 줬던 노 신부였지만, 그 역시 자신의 욕망을 상현에게 드러냅니다. 

노 신부: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바다에 일출을 볼 수 있다면.
상현: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뱀파이어는 햇빛을 볼 수가 없어요!
노 신부: 밤바다도 좋습니다. 외로운 달과 별... 불나방 한 마리라도 보고 싶어요. 뱀파이어면 어때. 장님 눈 띄워주는 게 기적이 아니고 뭐냐? 피 좀 나눠주세요. 뱀파이어 피가 이브도 몰아냈다며. 상현아! 현 신부님!

상현: 뱀파이어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에요. 그래도 내 피를 원하십니까? 그렇게 보고 싶으세요? 이 캄캄한 세상이?
노 신부: 너는 남의 피로 연명하면서, 네 피 한 방울 나눠주는 건 그렇게 아깝냐! 

 

노 신부도 결국 욕망에 충실한 나약한 인감임을 확인한 상현은 자신 앞의 번뇌를 잘라내듯 노 신부를 죽이고 그의 피를 마십니다. 한평생을 신앙 속에 살았어도 결국엔 모두들 자신의 욕망 앞에 무력한 인간임을 확인한 상현은 이제 그의 기도마저도 저열한 욕망을 위해 사용합니다. 우리말을 못 알아듣는 이블린을 앞에 두고 병원에 누워있는 태주에게 상현은 신과 망자를 모독하는 기도를 합니다. 상현은 더 이상 신부도 사제도 아닌, 욕망과 이기심에 복종한 나약한 괴물이 됐습니다. 순교에 대한 욕망은 피와 육욕에 대한 욕망으로 변질됐습니다. 

상현의 기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주 씨께 비옵니다, 태주 씨. 지친 잠에서 잠시 깨어 이 기도를 들으소서. 강우가 술을 좀 마신 상태였다고 말해두었으니, 태주 씨도 참고인 조사 받을 때 소주 한 병이라고 증언하소서. 힘든 시간이 지나면 우린 언제나 함께 있게 될 것이니 일단 내가 떠나 당분간은 만나지 말아야 할 줄 아옵니다. 내 얼굴은 비록 냉담하고 둔감할 것이나, 내 심장은 항상 당신을, 오직 당신만을 위해 뛰겠나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날, 우리 끝내 행복해질 것임을 굳게 믿사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들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쓰러진 라 여사는 반신불구로 시체와 다름없이 생활합니다. 이제 상현과 태주에게는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죽은 강우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태주는 “그저 심리적인 거”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상현은 바로 그 “그냥 심리적인”경우가 기적을 행한 것을 라 여사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죄 없는 남편을 죽였다는 태주의 죄의식과 친한 친구를 죽였다는 상현의 죄의식은 강우라는 유령으로 그들 앞에 나타납니다. 죄의식과 공포로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상현과 같이 잠을 청해도,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태주는 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라 여사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상현은 태주가 자신으로 하여금 강우를 죽이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상현: 강우가 손댔어, 안 댔어?
태주: 그게 뭐가 중요해?
상현: 걔는 그거 때문에 죽은 거야.
태주: 핑계대지 마. 당신은 결국 죽였을 거야. 무슨 이유를 대서든 죽이고 나를 차지했을 걸?
상현: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사람 안 죽이려고? 그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뱃속에선 피에 굶주린 짐승이 울부짖고 날뛰는데, 행여 누구라도 다칠까봐 걸음까지 살살 다녔어. 너 때문에 무너진 거야. 너를 구하려고.
태주: 나를 구하려고? 근데 나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잠 한 번 푹 못자고 당신 그 싸늘한 손이 몸에 닿을까봐 벌벌 떠는 신세가 됐을까? 왜 이렇게 됐지? 

태주는 라 여사 앞에서 자신의 죄를 실토합니다. 강우의 유령은 태주와 상현 모두에게 나타나서 그들의 죄를 드러내게 합니다. 라 여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기절합니다. 그리고 태주와 상현의 관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태주: 오순도순 우리 세 식구 잘 사는 집에 들어와 가지고... 너는 병균이야! 퉤!
상현: 언제는 귀엽다며 씨발년아! 

 

상현은 태주를 죽입니다.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더 큰 지옥에 빠져버린 태주는 죽음을 원합니다. 상현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한 여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상현은,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피를 허겁지겁 빨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몸에 흘린 피를 마시다가, 나중에는 팔목을 그어 적극적으로 흡혈합니다. 그러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는 라 여사와 눈이 마주치고,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태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피를 태주에게 나누어 줍니다. 서로의 피가 순환이 되고, 태주는 부활합니다. 그녀가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마다 뛰어다녀 생긴 발바닥의 굳은살, 남편 강우를 죽일 때 생긴 귀의 상처, 그리고 상현이 입힌 팔목의 상처가 치료되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태주는 뱀파이어가 되어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죄의식으로 자멸한 테레즈(태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그녀가 뱀파이어가 됨으로써 그녀는 모든 죄의식과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상현은 이제야 “사람 살리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사람을 살렸지만, 그 사람은 괴물이 되었습니다.  

 

태주는 뱀파이어가 돼서 지옥에서 벗어났지만, 이제는 그녀를 둘러싼 세상이 그녀 때문에 지옥이 됩니다. 신부였던 상현에게는 저주와도 같은 뱀파이어의 능력이 태주에게는 축복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적응합니다. 그녀는 상현처럼 도덕적으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충실히 본능에 맞춰 살아갑니다. 강호가 전에 얘기한 “삶의 리듬”과 같은 문제를 태주는 고민하지 않고 그냥 살아갑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니까요. 살인과 흡혈이 생존인 뱀파이어에게 죄의식은 없습니다. 우리가 육식을 할 때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상현은 그러지 못합니다. 그는 신부로써의 삶을 포기하지도 못하고, 뱀파이어로서의 삶 또한 포기하지 못합니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을 같이 품에 안고 살아가려 합니다. 이들의 피는 서로 섞여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입니다. 상현은자신의 내부에서 양립할 수 없는 가치와 싸우면서, 자신의 또 다른 외부 자아인 태주와도 싸워야합니다. 상현은 점점 지쳐갑니다

태주: 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순순히 내주면 그게 무슨 맛이야? 이게 더 맛있어.
상현: 너 맛있자고 몇 명이 죽어야 돼!
태주: 자꾸 인간적으로 생각하지 마. 인간도 아니면서.
상현: 그럼 뭐야, 우리가?
태주: 뭐긴 뭐야. 인간 먹는 짐승이지.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
상현: 당신 살린 걸 후회하지 않게 해줘.
태주: 당신은 날 죽여도 후회, 살려도 후회야. 우리 이제 헤어져. 

 

이런 와중에 이들은 또 이기적인 사람들과 계속 엮어 지냅니다. 수요 마작 모임은 강우가 죽고, 라 여사가 반신불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됩니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는데도 이들은 수요일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매주 찾아옵니다. 아마 이 씬이 <박쥐>에서 가장 인간의 이기심을 다룬 대목이 아닐까요? 원작에서도 이들의 이기심에 대해 서술합니다. 그들은 강우의 죽음에 대해서도, 라 여사의 불행에 대해서도 슬퍼하거나 위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즐거워하지요. 이들이 바라는 것은 이 수요일의 모임이 계속 지속되는 것일 겁니다. 참으로 역겹습니다.  

태주: 으이그, 인간들아. 너희들은 남의 집안이 아작 났는데, 마작을 하겠다고 그렇게 오고 싶니? 

 

이런 인간들을 상대로 사건의 전말을 밝히려고 애쓰는 라 여사의 모습 또한 애처롭습니다. 이제 그녀를 지탱하는 것은 복수심뿐입니다. 라 여사는 자신의 전부인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아들 같은 상현과 딸처럼 대한 며느리 태주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영화는 태주의 복수극에서 라 여사의 복수극으로 옮겨갑니다. 하지만, 라 여사의 복수극은 무력한 복수극입니다. 라 여사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라 여사의 기지로 수요 모임은 상현과 태주가 강우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태주는 살육을 자행합니다.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은 상현은 큰 결심을 하고 태주에게 도망갈 준비를 하자고 합니다. 그는 태주에게 죽은 사람들에 대해 피를 뽑아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지금까지 보인 상현의 모습에서 가장 벗어나는 부분입니다.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 이미 죽은 시체를 다시 ‘재활용’한다지만, 이 부분은 말 그대로 ‘인명경시’인 셈이죠. 하지만 ‘뱀파이어 상현’의 모습으로는 실용적인 제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는 강우를 죽일 때도 “누구 딴 사람 죽여야 되는데. 뭐 하러 그래? 어차피 죽을 애 두고”라며 강우의 피를 마시려고도 했었죠. 이처럼 <박쥐>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되물어가며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모호한 영화입니다

상현: 이... 발목을 자른 다음에 말이야. 머리를 매달아서 욕조 위에 널어놓으면, 빨래처럼. 피가 아래로 다 빠질 텐데. 중력 때문에. 락앤락 같은데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두고두고... 양수기도 생각해봤는데, 그래봤자 이만큼 철저하게 안 뽑혀. 조금 빨아먹다 버리는 건 일종의... 인명경시 아닐까?  

 

상현은 태주 몰래 함께 죽음을 맞이하러 갑니다. 그는 처음에 ‘자살 같은 순교’를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의 순교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순교 같은 자살’을 택합니다. 자신과 태주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는 죽으러 가기 전, 그를 신성시하는 추종자들에게 가서 추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신성(神聖)을 스스로 깨뜨림으로써 역설적으로 그의 죽음을 신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태주와 죽음을 기다리고, 라 여사가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도록 합니다.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라 여사에게 사죄경을 받는 것처럼. 상현과 태주는 서로 마지막 말을 나눕니다.  

 

상현: 태주 씨랑 오래오래 살고 싶었는데... 지옥에서 만나요.
태주: 죽으면 끝. 그동안 즐거웠어요, 신부님. 

신앙이 있는 상현은 이 인연을 지옥에서도 이어가길 바라지만, 신앙이 없는 태주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끝입니다. 이들은 결국 만날 수 있을까요? 모를 일이죠. 하지만, 그들이 떠오르는 태양빛에 살이 타면서 바라본, 아마도 모든 뱀파이어가 꿈꾸었을 낙원인 ‘피바다’와 배경음악으로 바흐의 칸타타 「나는 만족하나이다」가 흐르는 것을 보면, 상현과 태주의 욕망은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 여사 역시 아들을 죽인 원수들의 죽음을 바라봄으로써 복수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지요. 영화의 엔딩은 우울하면서도 행복한, 모호한 결말입니다. 라 여사의 복수의 시선은 원작에서도 다루었으며, 이 영화를 복수극으로도 볼 수 있게 할 여지를 남긴 부분이기도 합니다.   

“뒤틀려 엎어진 두 시체는 등피를 씌운 램프의 노란빛을 받으며 밤새도록 식당의 마루 위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오경까지 약 열두 시간 동안, 뻣뻣한 몸으로 말없이 앉아서 라캥 부인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두 발 밑의 두 시체에 무겁고 매서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박쥐>가 2시간 내내 이야기 한 것은 ‘딜레마’입니다. 옳고 그름을 다루는 공정함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가치가 충돌하는 윤리적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경계에 서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숙명. 그저 경계인으로의 삶을 살지는 못하는,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현은 경계인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으로 죽습니다. 한 인간의 실존적인 고뇌와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죽음은 숭고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과 욕망과 윤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요? 

 

 

* 덧붙임 

1. 이번에 발매된 DVD에는 극장판과 확장판이 수록되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두 판본 중 어느 판본이 감독판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각 판본마다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판은 영화의 리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을 많이 덜어냈습니다. 이야기를 단순하게 만들고 설명을 생략해서 모호한 느낌이 들어 서사가 좀 삐걱거리는 느낌입니다. 확장판은 삭제된 캐릭터(영화 초반에 나온 심드렁한 의사와 태주에게 피를 빨리는 첫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와 상현의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씬이 추가되었습니다.  

상현: 헌데 이 뱀파이어로 살아가는 기분이 어떠냐 하면요. 한마디로... 선택받은 것 같아요. 아, 내가 이 무관심 속에 버려진 게 아니었구나. 어쨌든 나한테 어떤 특별한 역할을 맡기셨구나. 이런 거. 무슨 역할이냐? 난 모르지... 유부녀 사랑하는 역할인가? 난 모르지... 뭐, 한 사람의 흡혈귀로서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알게 되지 않겠어?   

 

어떤 장면들은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지만, 어떤 장면은, 저 장면을 왜 굳이 추가했는지 의문이 가는 장면도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표현대로, 극장판이 함축적이고 시(詩)적인 느낌이라면, 확장판은 설명이 늘어난 산문(散文)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의 몫입니다. 

 

2. 감독판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의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고, 확장판에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한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배우들과의 코멘터리는 시끌벅적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진행되며, 각 장면을 찍었을 때 에피소드들이 언급됩니다. 송강호 씨가 인공호흡 하는 장면에서 너무 세게 눌러 상대역의 갈비뼈가 나갔다는 에피소드, 연구소의 외국인 간호사는 파주 영어마을 강사를 캐스팅했다는 비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배우는 김옥빈 씬데, 송강호 씨와의 섹스씬이나 노출씬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점이 꽤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삽질 장면이 CG가 아니라 실제로 찍었다는 점에서 더 놀랐지요. 이동진 영화평론가와의 코멘터리는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박찬욱 감독이 호응하거나 설명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박쥐>를 “뱀파이어란 환상적인 소재를 가장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혹은 과학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작품인 『테레즈 라캥』을 가장 환상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라고 스스로 자평한 부분입니다

 

3. 서플먼트 디스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록은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 아이>입니다. 먼지를 의인화해 표현한 정말이지 ‘눈부신 보석 같은’ 작품입니다. 이전에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의 경우처럼, 박찬욱 감독이 정유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4.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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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 (9)
               타이틀 May the Giant Be with You
               이야기 Mark Frost & David Lynch
               각본 Mark Frost 
               감독 David Lynch 
               방영일 1990930
 

 

 

1. Season 2 

1990년 4월 8일 부활절(!) 일요일에 첫 방송을 탄 <트윈 픽스>는 드라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이 끝나고 커피와 체리 파이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트윈 픽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은 드라마 호사가들 뿐 아니라, 시사 주간지에서도 궁금해 하는 질문이 되었다.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SNL(Saturday Night Live)>, 심지어 아이들이 즐겨보는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서도 <트윈 픽스> 패러디를 볼 수 있었으니, 그 영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즌 1의 엄청난 성공으로 ABC TV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시즌 2를 제작했다. 데이빗과 마크에게는 이야기를 풀 수 있는 파격적인 시간이 주어졌으나, 이런 무한정한 시간이 <트윈 픽스>에 있어서 독(毒)이 될 줄은, 그들 자신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몰랐다. 

 

2. 데이빗 린치 

<트윈 픽스> 시즌 1의 사운드 믹싱을 하고 있던 기간에 데이빗 린치는 배리 기포드(Barry Gifford)의 펄프 픽션 『광란의 사랑(Wild at Heart)』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1990년 깐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이 수상에서 데이빗 린치의 작품에 적대적인 로저 이버트 옹의 야유는 꽤 유명한 일화다). 이 영화에서 <트윈 픽스>에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마크 프로스트와 시즌 2를 작업하고 있는 와중에 데이빗 린치는 여러 광고를 작업했고(이 중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Tour Teaser>도 포함되어 있다), 그가 작업한 그림과 사진, 조각을 아우르는 첫 전시회도 가졌으며, <블루 벨벳>부터 같이 작업하고 있는 음악감독 안젤로 바달라멘티, 싱어 송 라이터 줄리 크루즈와 함께 <산업 교향곡 1번: 헤어진 연인의 꿈(Industrial Symphony No. 1: the dream of the brokenhearted)> 뮤지컬을 공연했다(이 공연은 데이빗 린치가 비디오로 녹화해 두었는데, 워너사에서 비디오로 한 번 출시된 이후론 공개되지 않다가, <Green Lime Box Set>에 포함된 형태로 DVD로 출시되었다). 글자 그대로 데이빗 린치의 전성시대이자, 데이빗 린치라는 이름이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된 시절이었다. 

  

시즌 1에서 파일럿과 두 번째 에피소드를 감독한 데이빗 린치는 시즌 2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감독한다.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는 로라 파머의 죽음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봉합하는 동시에, “자, 이제 여러분이 잠시 잊고 있었던 로라 파머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데이빗 린치의 짓궂은 인사말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분위기는 불길하다 못해 사악하며, 시즌 1에서 스쳐지나갔던(하지만 정말 중요한) 밥과 제라드가 다시 등장한다. <트윈 픽스> 두 번째 시즌은, 잊을 만 할 때에 다시 본령의 세계로 돌아와 새로 시작한다.  

 

 

3. 이야기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특별 수사관 데일 쿠퍼는 비몽사몽간에 거인을 본다. 거인은 로라 파머의 사건에 대한 단서를 수수께끼로 들려준다. 데일은 보안관들에 의해 발견되고, 다음날 법의학 전문가 알버트 로젠필드가 고든 콜의 지시로 트윈 픽스에 도착, 데일의 피격 사건과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을 같이 조사한다. 

로라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자끄 르노를 죽인 리랜드 파머는 밤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탈색 됐다. 마찬가지로 유력한 용의자인 리오 존슨은 행크 제닝스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다. 거인의 단서와 보안관보 앤디의 조사로 리오 존슨은 이 연쇄 살인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가 죽었을 때 감옥에서 투옥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는 이 사건의 알리바이가 있었고, 수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바비 브릭스의 음모로 마약 소지건으로 유치소에 갇힌 제임스 헐리는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해리 보안관에게 알려준다. 병원에 있는 자코비 역시 로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다나 해이워드와 매기 퍼거슨은 유치소에 수감된 제임스를 대신해 독자적으로 로라의 죽음에 대해 알아본다. 그들 앞에 ‘무료 급식 봉사 활동(Meals on Wheels)'에 대해 알아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오드리 혼은 기지를 발휘해 아버지 벤자민 혼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그녀는 ‘애꾸는 잭’에 갇힌 채, 데일이 구해주기를 기도한다. 

잠자리에 든 데일은 다시 한 번 거인을 만난다. 그리고 로라가 살해될 때 같이 있었던 로넷 풀라스키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4. 정리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떡밥들이 이번 회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사건 자체를 안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샘인데, 데일이 총을 맞은 그 밤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루시가 보고를 한다. 

루시: 리오 존슨이 총을 맞았어요. 자끄 르노는 교살 당했고요. 제재소가 불이 났고 셜리와 피트가 연기 질식을 한 상태예요. 캐서린과 조시는 행방불명이고요. 네이딘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혼수상태에요. 

그 밖에 자코비를 공격한 괴한과 마약 건으로 갇혀있는 제임스 헐리, 데일의 수사를 돕기 위해 홀로 ‘애꾸눈 잭’에 들어간 오드리 혼, 리오 존슨을 총으로 쏜 행크 제닝스와 그를 사주한 벤자민, 제리 혼 형제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5. 로라 파머 

자코비의 집에서 훔쳐온, 로라가 죽기 전날 녹음한 테이프를 들은 제임스는 해리 보안관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제임스: 로라는 항상 약에 절어서 이상한 말들을 하곤 했어요. ‘불’에 관한 시구를 읊고 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밥(Bob)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밥하고 같이 놀아볼래?”  

병원에 입원한 자코비를 찾아간 데일과 해리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자코비: 로라는, 본질적으로 두 개의 삶을 살던 아이었어요. 두 사람, 두 개의 자아, 이들이 문자 그대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죠. 그러다가 로라의 선하고 사랑스런 자아가 패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다른 쪽 자아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죠. 그녀가 죽기 이틀 전, 내가 마지막으로 그 애를 봤을 때, 로라는 어떤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어요. 난 그때 비로소 알아챘죠. 로라가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해리: 그럼 자살이라고요?
데일: 로라는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자코비: 알아요. 내 말은, 그녀는 그녀에게 닥친 죽음을 거부하거나 피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자코비의 이 말과 그녀에 대한 모든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로라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었으며, 그녀의 두 자아 중, 선하지 않은 자아가 이기도록 어떤 외부의 힘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녀를 악(惡)으로, 타락으로 이끌었을까? 애석하지만, 우리는 <트윈 픽스>에서 이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는 로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궁금해 할 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유는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이 대답은 드라마 종영 후 1년 뒤인 1992년에 제작된 <극장판 트윈픽스: 불이여, 나와 함께 걷자>에서 다루지만, 영화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하는 결과를 얻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라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고통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지금 역시 부재한다. 

 

6. 살해 전날 로라의 행적 

시즌 1이 끝나고 거의 4개월 만에 시즌 2가 방송이 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때문에 데일은 모든 보안관들을 불러놓고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스크립트에서는 데일과 알버트의 설명과 그에 해당하는 자료 화면이 오버랩 되는 형식으로 묘사되었으나, 데이빗은 데일을 한 번 찍고 책상에 놓여있는 도너츠를 계속 따라가며 그 위에 바람 부는 숲, 범행 현장인 열차가 오버랩 되는 모습으로 찍었다. 로라가 죽은 날, 로라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월 23일.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고 로라는 학교를 떠나 더블 R 식당에 가다.
- 무료 급식 프로그램으로 더블 R 식당에서 노마에게 두 개의 포장 음식을 받고 배달하다.
- 배달이 끝나고 조시 패커드에게 가서 영어를 가르치다.
- 집에 돌아오고 부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
- 오후 7시에 바비 브릭스의 집에 가서 오후 9시까지 숙제를 하다. 바비 브릭스에 의하면 윤리 숙제였다고 함. 숙제를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옴.
- 로라는 엄마 사라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이층으로 올라감. 5분 후에 로라는 전화를 받다.
- 사라는 로라가 집을 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제임스에 의하면, 로라는 제임스를 만나려고 로드하우스까지 맨발로 나타났다고 함.
- 그녀의 일기장에 “오늘밤, J를 만난다는 것 때문에 심란하다”는 글은 제임스(James) 헐리를 두고 쓴 말로 판명. 그녀는 이날 이별을 통보할 계획이었음. 이들은 제재소 근처 숲에서 약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눔.
- 새벽 12시 30분 스파크우드 교차로에서 로라가 제임스의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린 후 사라져버림.
- 로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딘가에서 리오 존슨을 만나고 자끄의 오두막으로 가다. 리오는 로라에게 마약을 대주었으며, 『플래시 월드』에 광고를 올려 포주 역할을 한 것으로 판명. 이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인 테레사 뱅크스 역시 『플래시 월드』에 광고가 난 것으로 확인. 하지만, 리오는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 않음. 테레사 뱅크스가 살해됐을 때, 리오는 감옥에 있었음. 테레사 뱅크스의 손가락에서 'T'라는 글자가, 로라의 손가락에서 ‘R'가 나온 것으로 보아 두 사건은 서로 연관이 있음.
- 리오와 로라는 펄 호수 근처 어딘가에서 자끄와 로넷을 만나 함께 산 속 오두막으로 올라가다. 이들이 올라가는 소리를 마가렛(통나무 여인)이 듣다.
- 새벽 1시에 오두막에 도착하고 이들은 약과 술에 취한 파티를 벌인다. 로라는 묶인 채로 리오와 자끄 두 명과 성관계를 맺다. 리오가 자끄의 새 왈도를 풀어주어 로라를 쪼는 것을 구경하다.
- 리오와 자끄가 서로 싸우다. 자끄는 밖으로 나가서 갑자기 기절하고, 그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을 때, 리오, 로라, 로넷은 모두 사라졌다.
- 마가렛(통나무 여인)은 모두가 올라간 후, ‘세 번째 남자’가 그녀의 오두막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 사람은 자끄의 오두막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본다.
- 자끄와 싸운 후 리오는 로라와 로네를 오두막에 둔 채로 홀로 떠난다. 로라는 묶여 있었고, 이 ‘세 번째 남자’는 오두막에 들어선다.
- ‘세 번째 남자’는 수술용 장갑을 꼈고,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조심스러웠다. 남자는 로라와 로넷을 열차로 데려가 다시 묶는다.
- ‘세 번째 남자’는 로네를 둔탁한 물건으로 내려쳐 정신을 잃게 한 후, 로라를 죽인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그만의 시간을 보낸다.

- 그 동안 로넷은 정신을 차려 열차를 벗어나 숲으로 도망친다. 그 남자는 이 사실을 몰랐거나, 로넷이 사라진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는 쪽지를 남기고, 손가락에 종이를 넣고, 밖의 호수에 시체를 닦은 후, 비닐에 싸서 버린다. 그리고 로라의 시체는 바위 호숫가에서 피트 마르텔이 발견한다. 

 

7. 빅 에드 & 네이딘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는 두 개의 대형 삼각관계(빅 에드- 노마 제닝스 - 네이딘, 빅 에드 - 노마 제닝스, 행크 제닝스) 중 가장 큰 미스터리였던 빅 에드와 네이딘의 과거가 드디어 밝혀진다. 네이딘의 불안과 새 삶에 대한 강박, 그리고 네이딘에 대한 에드의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 밝혀지는 순간이다.  

데일: 에드, 언제 결혼했나요?
에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요. 사실 노마와 나는 고등학교 4년 내내 사귀었어요. 모두들 우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었죠. 당시 네이딘하고는 그저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어요. 그해 봄, 어느 주말에 노마가 행크와 같이 사라졌어요. 내 안에서 무언가 꼬이기 시작해 난 똑바로 앞을 볼 수 없었죠.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 네이딘이 서 있었어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녔어요. 우린 밤새 달렸어요. 폭포를 지나 몬태나 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난 그녀에게 청혼했어요. 반쯤은 농담이었고, 반쯤은 술에 취해 한 얘기였고, 반쯤은 미쳤던 거지요. (...)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노마는 그 때 행크와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의 표정이란... (...) 우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어요. 난 아마도 그날 우리 결혼의 무효, 이혼,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하지만 네이딘은 정말로 행복해했어요.
그거 알아요? 내가 네이딘의 눈을 총으로 쐈어요. 신혼여행 첫날 우린 사냥을 나갔어요. 내가 총을 쐈을 때, 실수로 총알이 바위에 튀어 그녀 눈에 맞았어요. 그녀는 내 품에 안겨 누웠고, 난 그녀를 안고 미친 듯이 마을로 뛰어갔어요. 그녀는 그 일로 결코 울지 않았고, 날 비난하지도 않았고, 날 미워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몇 개월 후 노마와 행크가 결혼했어요. (...) 난 운명을 믿지 않아요.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을 뿐이에요. 

셜리의 병문안을 온 노마는 네이딘을 간호하는 에드의 모습을 보고 쓸쓸히 지나친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에드의 마음에 들어갈 여지가 남아있지 않은 순간이다.  

 

 

8. 비전 (Vision)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총 6개의 비전이 나온다. 이 비전들은 각 캐릭터의 꿈, 생각, 바람 등을 표현한다. 

 

8-1. 데일의 비전 (1) 

총을 맞아 바닥에 쓰러진 데일에게 룸서비스 웨이터(Hank Worden)가 다가온다. 그는 쓰러진 데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떠나간다(스크립트에서는 인물 묘사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데이빗은 룸서비스 웨이터를 가는귀가 먹은 노인으로 설정했고, 이후 나오는 거인과 연결고리로 삼았다). 이런 황당하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인이 나타난다. 

거인: 당신에게 세 가지를 말해 주겠소. 내 말은 다 실현될 것이니, 날 믿어요.
데일: 당신은 누구죠?
거인: 친구라 생각하시오.
데일: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거인: 그 질문은 잘못됐어요.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요?”로 물어야죠. 첫 번째로 내가 당신에게 얘기해줄 것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 두 번째는, “올빼미는 올빼미처럼 보이지만, 올빼미가 아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는 화학 약품 없이 가리킨다.”
데일: 이게 대체 뭔 소리죠?
거인: 이것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전부요. 당신이 이 모든 것들이 실현되는 것을 알아챈다면, 다시 찾아오겠소. 우리는 당신을 돕길 원합니다.
데일: ‘우리’라니... 도대체 ‘우리’가 누구죠? 

이 수수께끼 같은 선문답에서 데일은 “웃는 가방 속에 그가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자신이 총을 맞았을 때, 자끄 르노가 죽었으며, 바로 그 자끄 르노의 시체가 비닐 백에 담긴 모습과, 지퍼가 열린 비닐 백이 ‘마치 웃는 것 같은’ 모습을 확인한다. 처음부터 그래왔지만, 사건은 점점 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8-2 매디의 비전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와 사촌 매디 퍼거슨은 아침에 거실에서 서로 대화를 한다. 매디는 지난 밤 꿈 얘기를 하는데, 바로 이 장소 눈앞에 보이는 카펫에 이상한 자국을 봤다고 한다. 꿈 얘기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리랜드 파머가 등장을 하는데, 그의 머리색이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리랜드가 나가고, 깜짝 놀란 사라가 따라가는 동시에, 매디는 꿈에서 봤던 카펫 위의 자국이 생기는 환상을 보고 비명을 지른다.  

원래 스크립트에서는 카펫 위 자국이 아니라, 사라가 봤던 밥(Bob)을 보는 장면이었는데, 데이빗은 ‘너무 직접적인 제시’라 생각했는지 설정을 바꾸었다. 아마도 이때쯤, 데이빗은 로라의 범인을 생각해 놓은 게 분명하다. 

 

8-3. 셜리 존슨과 바비 브릭스의 비전 

남편 리오 존슨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연남 바비가 병문안을 오자 셜리는 뛸 듯이 기뻐한다. 이제 이들에게 리오는 글자 그대로 ‘역사’가 되었고, 이들의 미래는 기쁨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 셜리는 처음으로 바비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바비는 조금 머뭇거리며 말한다. “나도 자길 사랑하는 것 같아.” 이 젊은 두 연인은 서로의 사랑이 교차로를 지나는 지점에 서 있다.  

 

 

8-4. 브릭스 소령의 비전 

시즌 1에서 유난히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브릭스 부자(父子)가 시즌 2에서 화해를 한다. 화해라기보다는 서로 간에 이해와 위로를 보여주는 셈인데, 언뜻 들으면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곱씹어 들어보면, 세상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더할 나위 없이 따듯한 위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며 등을 두드려 주는 아버지를 아들들은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브릭스 소령: 지난밤에 자면서 비전을 보았단다. 꿈하고는 다른 것인데, 꿈은 잠재의식에 의해 그날 있었던 사건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것이라면, 비전은 산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신선하고 깨끗한, 마음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지.
바비: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 네.
브릭스 소령: 내 비전에서 난 광대한 저택의 베란다에 있었단다. 그곳은 눈부시게 빛나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이 빛나고 있었지. 난 이곳을 알고 있었어. 사실 난 이곳에서 태어났고 자랐단다. 이번이 내 첫 번째 귀향이었고, 내 존재의 가장 심연에 위치한 원천에 재회하는 것이었지. 나는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이곳이 깨끗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아채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단다. 전에 비해 방도 늘어났지만, 원래 있었던 것처럼 이곳과 잘 어울렸지. 내가 그 집의 응접실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구나. 내가 문을 열자, 내 아들이 거기에 서 있었단다. 바비, 네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건 바로 너였어. 넌 행복한 모습이었고, 근심이 없어보였으며, 조화와 즐거움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어. 우리는 서로 껴안았단다. 서로 껴안았을 때, 그 포옹은 따듯하고 사랑스러웠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하나였단다. 내 비전은 거기서 끝이 나고, 난 너와 네 미래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기분을 느끼며 깨어났지. 그게 너에 대한 내 비전이란다.
바비: (믿지 못하는 표정) 정말인가요.
브릭스 소령: 이렇게 너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다 잘 되기를 바란다.
바비: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요, 아빠.  

 

8-5. 데일의 비전 (2) 

하루를 마치고 잠을 청한 데일에게 또다시 거인이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난 이유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거인: 깨워서 미안해요.
데일: 난 잠자고 있지 않았어. 난 자고 있지 않아. 고로 이건 꿈이 아니야.
거인: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을 잊어버렸소.
데일: 당신이 자끄에 관해 말한 것은 사실이었어요. 시체 비닐 백이었어요.
거인: 말 하지 말고 들어요. 한 번에 모든 대답을 찾으려 하지 말아요. 한 번에 돌 하나씩 내려놓아서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한 명이 숨은 범인을 봤습니다. 세 명이 그를 봤지만, 실체는 못 봤어요. 오직 한 사람만이 그를 봤고, 지금 얘기할 준비가 됐습니다.
데일: 로넷 풀라스키!
거인: 한 가지 더. 당신은 무언가를 잊고 있어요. 

바로 이 전 씬에서 우리는 오드리 혼이 데일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데일은 물론이고, 가족조차도 그녀의 부재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트윈 픽스>의 4명의 젊은 아가씨들- 오드리 혼, 다나 해이워드, 셜리 존슨, 매디 퍼거슨 -은 각자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8-6. 로넷의 비전 

시즌 1 파일럿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이후로 시즌 1 내내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로넷 풀라스키가 드디어 깨어난다. 그녀가 깨어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못해 <트윈 픽스>를 보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거의 ‘실신’상태로까지 몰고 갔다. 이때의 반향이 워낙에 대단해서 아직까지도 <트윈 픽스>의 장르가 ‘공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될 정도로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다.  

사실 스크립트에서 이 부분의 묘사는 굉장히 단출하다. 꽤나 평이한 구성과 묘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데이빗 린치의 섬세한 터치로 새롭게 태어난 킬러씬이다. 원래의 스크립트 묘사와 결과물을 서로 비교하면서 데이빗 린치의 창조의 비밀을 슬쩍 엿보는 재미도 꽤 솔찬하니 한 번 훑어보기로 한다. 

77. 실내. 병원 복도 - 밤
고요하고 어두운 복도로 카메라가 움직인다. 디졸브. 

78. 실내. 병실 - 밤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로넷 풀라스키 쪽으로 카메라를 움직인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카메라가 그녀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디졸브. 

79. 실내. 기차 - 밤
플래시백: 로넷의 시점; 소리와 화면이 왜곡되고 낯설어 보인다. 카메라는 그녀가 보는 것을 본다.
로라가 객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수술 장갑을 낀 두 손이 신경질적으로 작은 먼지 더미를 만들고 있다.
피가 떨어진다.
한 손으로 로라 목에 걸려있는 반쪽짜리 하트 목걸이를 떼어낸다.
피로 메모장에 글을 쓴다.
무거운 렌치를 들고 카메라 쪽으로 다가온다.
렌치가 위협적으로 카메라 위로 들려진다.
회색 머리의 밥이 보인다. 그는 렌치를 아래로 내려친다. 장면전환. 

80. 실내. 병실 - 밤
로넷의 눈이 떠지고 미칠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암전. 
 

 

 

9. 기억할만한 지나침 

원래 스크립트에는 없는 부분이었지만, 데이빗은 데일의 독백을 과감하게 줄여버리고, 대신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데이빗 린치의 티베트 사랑에 대한 글을 참조하려면 시즌 1 두 번째 에피소드를 참조하시기를. 

 

자끄가 죽었을 때,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자코비에게 묻자, “무언가 탄 엔진 오일 같은 냄새가 났다”고 얘기한다. 이 단서는 <트윈 픽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하게 반복된다. 

 

해이워드 집안에 초대를 받은 파머 부부는 가족의 환대에 고마워한다. 그러다 리랜드가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는 1950년 찰스 월터스 감독이 연출하고 주디 갈랜드와 진 켈리가 주연한 <썸머 스톡(Summer Stock)>에 삽입된 노래다. 충분히 존재감 있는 기성곡을 자기 영화에 삽입하고 다른 사람이 도저히 쓸 수 없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드는 것은 분명 감독의 힘이라 볼 수 있다. 기성곡을 존재감 있게 쓰는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왕가위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없는 듯하다.  

 

 

10. 위령시(慰靈詩) 

파일럿에서 시를 쓰는 모습으로 잠시 출현했던 다나의 동생 해리엇 해이워드(Jessica Wallenfels)가 이번 회에선 로라를 위한 위령시를 낭독한다. 아마도 데이빗의 작품이 분명한 이 짧은 시는 로라와 그녀의 부모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난 그녀가 빛나는 것을 보았네
               어두운 숲 속에서
               난 그녀가 미소 짓는 것을 보았네
               우린 모두 울고 있었지만 난 보았네
               그녀가 웃는 모습을
               우리가 슬픔 속에서 난 그녀가 춤추는 것을 보았네
               그것은 내 꿈속에서 살고 있는 로라였네

               그것은 로라였네
               그 빛나는 것은 생명
               그녀의 미소는 말을 하네
               울어도 괜찮다고
               숲은 우리의 슬픔
               춤은 그녀의 부름
               그것은 로라였네
               그리고 그녀는 내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러 왔네

 

 

11.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1』 스크립트, 4th Revisions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5월 12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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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
에밀 졸라 지음, 박이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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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강의 퐁네프 파사주. 이곳의 가게는 왁자지껄 분주하지만, 유독 잡화상 한 곳만은 그렇지 않다. 잡화상의 물건들은 "처량하게 매달려 있었"으며, "먼지와 습기로 썩어가고 있는 진열장 속에서 모두 빛깔 잃은 남루한 회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바로 이곳에 시체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두 여인이 있었다. 젊은 쪽의 이름은 '테레즈'고, 나이든 쪽은 '라캥 부인'으로 불렸다. 

   라캥 부인이 처음부터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약해빠진 아들 '카미유' 때문이었다. 남편을 일찍 여읜 그녀는 삶의 기쁨과 목적을 아들 카미유에게 투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미유는 어렸을 때부터 특유의 허약함과 나약함으로 죽을 고비를 숱하게 맞이했다. 라캥 부인의 "인내와 수고와 사랑"이 아니었다면, 카미유는 진즉에 죽을 목숨이었던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은 "한없는 간섭"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그녀는 카미유를 정성껏 돌봐주는 간호사 역할을 테레즈에게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테레즈는 라캥 여사의 조카다. 군인인 아버지가 테레즈를 맡기고 전사한 후, 라캥 여사는 테레즈를 카미유와 같이 지내게 했다. 테레즈는 어린 시절부터 "마치 허약한 애처럼 사촌오빠와 약을 나누어 먹고 어린 병자가 차지하고 있는 방의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 갇혀 지냈다." 그녀는 이런 부당함과 답답함을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내면에서 타오르는 듯한 격정은 어쩌지 못했다." 그녀는 병자가 아니라, 건강한 육체를 지닌, 가혹한 욕망을 지닌 젊은이였던 것이다. 라캥 부인의 욕심으로 자매지간 같이 지낸 테레즈와 카미유는 부부사이가 된다. 

   카미유는 작고 허약한 몸에 나약한 성격을 지녔다. 라캥 부인의 "한없는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어머니의 희생에 적당히 길들여져 있는 상태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부인인 테레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년같은 존재다. 소년과 젊은이의 결혼은 애당초 무리였다. 

   목요일 저녁마다 라캥 부인은 손님들을 초대해 도미노 게임을 한다. 멤버는 노망기가 든 노인 모습의 경찰 간부 출신 '미쇼', 광대뼈가 불거져 나와 볼썽사나운 경찰서 보안계 주임 경관 '올리비에'와 그의 부인 '쉬잔', 그리고 카미유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철도국 서기 '그리베'다. 테레즈는 이들을 볼 때마다 "기계적인 시체들", "종이로 만든 인형 같은 인간들"같다는 생각이 들어 몸서리친다. 그가 살아온 10여년의 시간이 이런 생기 없는 분위기였으니 그럴만하다. 테레즈는 목요일 밤이면 "그냥 노곤히 잠들고 싶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만 했다. "그녀는 한탄이나 비난은 물론이고 내색도 없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모든 의지는 자신을 극도의 친절과 극기의 수동적 도구로 만드는 데 집중되었다." 

   어느날 목요일 모임에 카미유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창 '로랑'을 데려온다. 그는 "훤칠한 키에 건장하고 얼굴빛이 싱싱"한 "인간다운 인간"이었다. 로랑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똑바른 시선을 받자 테레즈는 좀 어색했다. 가슴이 몹시 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죽어있고 바래있는 무덤 같은 공간에 로랑의 등장은 테레즈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녀는 난생 처음 느끼는 이끌림에 당황했지만, 이내 "이 남자의 다혈질적인 천성과 큰 음성, 기름진 웃음, 그리고 몸에서 풍겨나오는 거칠고도 달콤한 냄새에 마음이 쏠려서 초조하고 괴로운 기분에" 빠져들었다. 

   로랑 역시 테레즈가 자신을 대하는 미묘한 감정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는 성욕과 식욕이 왕성한 사내니까. 하지만 로랑은 신중한 사내다. 모든 욕망에 기꺼이 몸을 내맡기지만, 그 전까지 그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로랑은 테레즈에 대한 욕망과 카미유와의 관계, 라캥 부인과의 관계를 저울질 한 후 테레즈를 '취하기로' 결정한다. 로랑은 테레즈를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를 욕망한다. 그는 그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한다. 

   "처음부터 두 연인은 서로의 관계를 필연적이고 숙명적이며 아주 자연스럽게 여겼다. 그들은 새로운 상황을 맞아 너무도 태연했고, 너무도 뻔뻔스러웠다." 로랑은 우악스러운 무모함과 대담함, 신중함을 지녔다. 테레즈와 불륜을 저지르기 직전까지 그는 관능적 호기심, 공포, 거북함, 의심으로 주저했었으나 그의 욕망이 이런 것들을 상쇄시켰다. 로랑과 달리 테레즈는 "정열이 이끄는 대로 주저하지 않고 몰두했다." 습기 찬 공간에서 시체와 다름없는 환자와 지낸 그녀는 처음으로 육체의 열락과 환희를 맛보았다. 산 채로 매장당해 끝난 인생인줄 알았던 그녀에게 로랑은 축복이다.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서 로랑과 정사를 벌인다. 그것이 자신의 청춘을 더럽게 만든 라캥 부인과 카미유에 대한 복수인양. 그녀는 로랑과의 불륜으로 성의 쾌락과 복수의 쾌락을 맛본다. 가혹한 희극, 인생의 기만, "흥분과 고요와 위안이 뒤섞인 이런 생활"이 8개월간 지속된다. 

   이런 그들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온다. 로랑의 지속적인 근무지 이탈로 그는 회사에 경고를 받게 된다. 애초 테레즈를 사랑하지 않고, 욕망의 대상으로만 봐왔던 로랑이었지만, 그 욕망의 정도는 그의 능력을 벗어났다. "그는 본능에 복종하고 몸의 요구대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테레즈 역시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랑이야말로 이 무덤 같은 현실에서 잠시 숨 쉴 수 있는 도피처였던 셈이다. "이때부터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의 죽음을 생각했다. 테레즈의 이런 생각은 로랑이 엉뚱한 생각에 미치게 했다. 테레즈의 육체와 라캥 부인의 유산,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유유자적한 생활. "그의 모든 이해관계는 그를 범죄로 밀어붙였다." 

   어느 소풍날, 로랑은 카미유를 물에 빠뜨려 죽인다. 테레즈는 남편의 죽음을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나약한 카미유는 물에 빠지기 전에, 로랑의 목을 물어 뜯었다. 물에 빠진 카미유는 테레즈의 이름을 외치며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죽기 전까지 친구와 부인을 믿고 있었던 카미유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원한으로 가득 찼을까, 아니면, 아직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까? 

   로랑과 테레즈는 드디어 모든 것을 얻게 되었다. 욕망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이 범죄는 그들을 해피엔딩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들이 잊고 있던 게 있었다. 그들이 괴물의 탈을 쓴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카미유의 죽음은 로랑과 테레즈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카미유를 살해함으로써, 서로를 꼭 껴안아도 채우지 못했던 극성스러운 육욕을 만족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살인 범죄는 그들의 포옹에 싫증과 구역질을 나게 하는 강력한 환락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카미유에 대한 죄의식이 유령이라는 실체로 나타나게 되었다. 공포는 모든 욕망을 제압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이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이들의 욕정은 살인으로 변했고 급기야 결혼으로 진행됐다. 

   목요일 모임 멤버들은 테레즈와 로랑을 결혼시키려고 라캥 부인을 설득했다. 그들이 테레즈와 로랑의 결혼에 그토록 매달린 것은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었다. 그들은 목요일의 모임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이 모임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해 결혼을 서둘렀다.

라캥 부인 역시 나날이 말라가는 테레즈를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불안한 마음이 든 것은 며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마음에서였다. "테레즈를 잃고 파사주의 축축한 상점 구석에서 혼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 늙은 부인은 자기를 아직 살아 있게 도와주는 그나마의 위안마저 빼앗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며느리를 재혼시키고 싶었다." 

   결국 로랑과 테레즈는 결혼을 했지만, 그 무서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란히 앉아 있거나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참으려 해도 무서운 생각이 스치며 그들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그들의 정욕은 시들고 모든 과거는 사라졌다. 난폭한 그들의 육욕은 없어지고 이제부터는 겁내지 않아도 좋으리라는 생각으로 기대하던 아침의 그 깊은 기쁨을 망각하기가지 이르렀다.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 끝장을 내려고 애썼던 미친 듯한 사랑의 발작 때문에 그들은 더 깊은 공포 속에 처박혔다." 

   아들을 잃었을 때 약간의 마비 증세를 겪었던 라캥 부인은 전신마비가 되었다. 거의 반쯤 살아있는 시체로 로랑과 테레즈는 두 구의 시체와 함께 사는 셈이 되었다. 죄의식과 자책감으로 반쯤 미친 그들은 라캥 부인 앞에서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고 만다. 하지만 라캥 부인은 눈짓으로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분노와 고통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그녀의 육체 속에서 사납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요일 모임에서 그녀는 놀라운 의지력으로 손가락으로 글을 써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라캥 부인은 절망 속에서 하루 하루를 지낸다. 

   테레즈와 라캥"은 서로 죄가 없음을 주장하고, 악몽을 쫓아내고 스스로를 기만하려 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으며, 과거를 지워버릴 수도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렇게 하려고 애썼다." 테레즈와 로랑의 결혼 생활은 물리적인 싸움으로 번져갔다. "라캥 부인은 로랑이 테레즈를 발길질하면서 마룻바닥에 끌고 다닐 때면 불타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급기야 그들은 외도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심한 염증을 느꼈으며, 방탕한 생활이 회한의 비극을 더욱 조장시킬 뿐임을 깨달았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과 공포를 서로 느꼈으며, 이런 생각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계획을 알아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는 모습은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똑같은 죄의식에 시달린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과 같다. 결국 이들은 동반 자살을 택한다. 이들의 죽음은, 인간의 밑바닥을 봤다는 탄식으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그래도 이들이 인간이었다는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이들이 죽음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목요일 도미노 모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라캥 여사조차도.

   
 

뒤틀려 엎어진 두 시체는 등피를 씌운 램프의 노란빛을 받으며 밤새도록 식당의 마루 위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오경까지 약 열두 시간 동안, 뻣뻣한 몸으로 말없이 앉아서 라캥 부인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두 발 밑의 두 시체에 무겁고 매서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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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4-2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메님 안녕~^^
그냥..토메님 보고 싶어서 왔어요.힛.
이거 말이죠. 이 리뷰 말이에요. 제목에 혹했어요. 오전에.
그래서 더욱 더 안 봤어요. 내가 좋아할만한 내용일게 뻔하거든요.
또 책을 지를게 뻔하거든요. 지금 읽어야 할 책이 박스채로 있는데도.늘 지름신이..-_-
그런데도 이렇게 읽고 앉아 있다니, 전 정말로 활자중독인가 봐요. ㅜ_ㅡ

Seong 2010-04-27 07:3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L.SHIN님~ 바쁘실텐데 이렇게 와주시고... ㅠㅠ
전 요즘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망상과 때마침 찾아온 알라딘 비접속으로 머리가 텅 비어있는 상황이에요. 정신을 차리려면 여행이 필요할 듯...

그래도 이 책 재미있으니 꼭 읽으세요. 히힛. 정말 19세기에 나온 소설인지 깜짝 놀랐습니다. ^.^;

프레이야 2010-04-2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박쥐를 보고 이 책을 읽었어요.
정말 재미나게요. 박감독은 단지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지만
인간의 성격이 아닌 기질에 대한 연구,라는 면이 꽤 매혹적이었어요.
영화는 영화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Seong 2010-04-27 07:36   좋아요 0 | URL
저도 <박쥐>를 보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뱀파이어 이야기와 『테레즈 라캥』이야기를 합친 게 이질적이면서도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에밀 졸라가 <박쥐>를 봤다면 화냈을지도.. ㅎㅎㅎ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5-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는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있는 편이 아닌데 읽으셨군요.이 양반의 소설에서는 성직자의 추한 모습이 꽤 나오는 편이죠? 그러고 보니 소설가들은 성직자와 기자를 좋게 묘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Seong 2010-05-05 08:19   좋아요 0 | URL
이름만 들어오다가 <박쥐>를 보고 읽은 경우입니다. 다른 소설들은 읽지 못했어요.
고맙습니다.

저절로 2010-05-1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밤을 꼴딱 새며 읽었답니다.
저는 읽으면서 파트리크 쥐스킨스 '향수'가 줄곧 생각났어요!

Seong 2010-05-14 14:35   좋아요 0 | URL
재미 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예요! ^.^;
 
원 나잇 스탠드 - One Night Sta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다소 도발적인 제목과 포스터를 앞세운 영화 <원 나잇 스탠드>는 서울독립영화제와 KT & G 상상마당의 후원으로 기획된 독립영화입니다.  단, 보다 많은 감독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장편이 아닌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로 만들어졌지요. 이와 비슷한 기획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매년 기획하고 있는 '디지털 3인3색' 프로젝트와 거의 흡사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편당 30분 내외'라는 형식적인 틀만 제시하고, 주제나 내용은 간섭하지 않는 반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주관한 <원 나잇 스탠드>는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는 점입니다.  

   이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는 민감한 주제입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모호한 바로미터이기도 하지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명의 감독들은 이 쉽지 않은 주제를 사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까지 풀어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일타쌍피'의 부담감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감상을 이야기한다면, 에로티시즘 면에서는 '별로'입니다. 전혀 충격적이지 않고, 도발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에로영화 특유의 '달뜨고 끈적끈적한 분위기'조차 없습니다. 제가 '섹시하다'고 느낀 장면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열쇠를 열쇠 구멍에 넣어서 문을 여는 장면',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최희진 씨가「코끼리아저씨」노래를 부르는 장면',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비누칠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직접적인 정사 장면보다는 이런 은유적인 장면에서 감흥을 느낀 것은, '영화적 표현의 뛰어남'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정사장면 연출에 꽤 미숙하거나,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섹스가 아니라, '성(性)을 경유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홍보가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보면, 꽤 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애초 봉만대 감독처럼 단 한가지의 목표로 영화를 만들던가("내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해피 엔드>와 같은 파격적인 장면이라도 들어있던가 해야 할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아니, 영화적인 완성도로 본다면 다 적절한 정사씬에, 적절한 노출이 적재적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마케팅이죠. '선정성'이란 홍보와 영화 제목이 영화가 받아야 할 평가보다 더 낮게 받게 할 것입니다.   

 

   민용근 감독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스토커 이야기입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주승)은 오래 전부터 한 여학생(민세연)을 짝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눈이 조금씩 멀어져 가고, 결국엔 장님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장님이 된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학생의 집 앞에서 기다리며, 그녀의 일상을 (청진기로) 듣고, 그녀의 쓰레기를 가져와 스타킹을 머리에 써보기도 하고, 그녀의 생리대 냄새를 맡으며 그녀를 느낍니다. 저한텐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녀 앞에 나서지는 못하는 자책감과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느끼고 싶어 하는 저 애절한 몸부림! 3자가 볼 때는 더러운 행위이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다가가고 싶은 애절함입니다. 이런 그를 관찰하는 또 다른 여인(장리우)이 있습니다. 그녀는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며, 집안에서도 벗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 빌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무슨 이유에선지, 결혼을 앞둔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하고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 역시 아픔을 가진 사람입니다. 선글라스녀는 소년을 자기 집에 데려오고 그들이 서로 같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청년은 그녀의 선글라스를 벗기고 얼굴을 만지며 이야기합니다. "닮았어요." 그가 닮았다고 얘기하는 대상은, 그가 쫓아다닌 그녀와 닮았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아픔을 간직한 자신과 닮았다는 것일까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성장영화입니다. 눈 먼 소년은 자신이 눈을 멀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시력을 잃어가던 때 사랑하는 여인을 쳐다본 모습입니다. 아마도 소년은 자신이 장님이 된다면, 그 기억마저 잃어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처절하게 그녀를 기억하려고 애썼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같은 아픔을 지닌, 선글라스녀를 만나게 되면서, 소년은 성장합니다. 자신이 장님이라는 것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소년은 여인의 선글라스를 끼고, 폴대를 짚으며 집으로 갑니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은 추억을 접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참혹합니다. 

 

   이유림 감독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꽤 난해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사회에서도 가장 ‘적대적’인 분위기를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 봤을 때, 너무나 자의식이 충만한 불친절한 작품이라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변호사인 남편(정만식)은 오랜만에 부인(최희진)과 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아내와 잠자리를 가지려 하지만, 아내는 거부를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아내가 사라지고, 남편은 아내를 찾으러 다닙니다. 아내를 찾으면서, 남편은 아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남편의 주위엔 계속『마담 보바리』책이 나타납니다. 남편은 점점 아내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 즉각적으로 떠올린 감독은 ‘데이빗 린치’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너무나 전형적인 데이빗 린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여인, 길을 잃은 남자. <로스트 하이웨이>의 로컬라이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너무나 노골적입니다. 이 뫼비우스의 띠는 영화의 결말에도 이어집니다. 남편의 꿈에서 이어져 아내의 꿈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더욱 더 오리무중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있는데, 결말이 새로운 시작이 되니 답답하지요. 이 난해한 영화의 열쇠는『마담 보바리』입니다. 영화 처음 남편이 든 책은 옥스퍼드 출판사에서 나온 영문 버전입니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작가가 쓴 책을 영역한 책, 그 위에 아내가 한글로 일기를 적습니다. 언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 될수록 원래의 의미는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남편 앞에 계속 나타나는 『마담 보바리』는 ‘프랑스어 ⇒ 영어 ⇒ 한글’ 이렇게 세 개의 언어를 거쳐 나타납니다. 남편은 아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간자들에게 이야기를 듣습니다. 남편에게 있어 아내는 점점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그것은 아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꾼 꿈이 결국 아내가 꾼 꿈이 되지만, 그들은 그 난해한 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꿈을 매개로 이야기를 한 셈이니까요. 남과 여, 부부사이에 벌어지는 감정의 골을 이렇게 흥미롭게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장훈 감독의 세 번째 에피소드는 ‘게이 포비아’에 관한 내용입니다. 코미디 장르이며, 시사회 중, 관객들에게 가장 열렬한 반응을 이끈 영화입니다. 저명한 영화 평론가 로메르(달시 파켓,『씨네 21』에 글을 송고하는 바로 그 기자!)는 부천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그가 한국에 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한국의 목욕탕입니다. 외국에선 느낄 수 없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저릿저릿함의 매력에 푹 빠진 셈이지요. 그는 진영(이수현)이라는 단골 때밀이를 알고 있습니다. 진영도 매년 자신을 찾아오는 로메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고요. 1년 만에 로메르를 만난 진영은 반가운 마음에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합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진영과 여자친구 소희(이지연)와 300일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본의 아니게 같이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외로 로메르와 죽이 잘 맞는 소희를 보며 진영은 조금씩 불안해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소희와 로메르가 같이 잠을 자는 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로메르는 답례로 부천국제영화제에 진영과 소희를 초대합니다. 하지만 불안한 진영은 소희를 떼어놓고 홀로 로메르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진영은 영화제 숙소에서 로메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진영의 망상이 ‘격렬하게’ 시작됩니다. 

   장훈 감독의 세 번째 에피소드는 한국의 때밀이와 안마라는 독특한 소재에서 에로티시즘을탐구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외국인과 한국인,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랑과 우정이라는 독특한 대비로 진행됩니다. 때로는 문화적 차이, 때로는 성 정체성에서 벌어지는 충돌이 웃음을 넘어서 박장대소를 일으키게 합니다. 내레이션(독립영화 지킴이 권해효 씨가 맡았습니다)의 적극적인 활용은 짧은 러닝타임의 한계와 비전문배우의 약간은 어색한 연기를 감싸 안는 힘을 발휘합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여러 에피소드가 ‘게이’와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로 재미있게 맞물렸습니다. 앞의 두 에피소드들이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생각을 요한다면, 이 에피소드는 관객의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냅니다. 모든 장면이 다이너마이트인양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집니다. 아마 이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나지는 않을 걸출한 단편입니다. 

 

   조금 쓴소리도 했지만, <원 나잇 스탠드>는 이제까지 알려진 실험영화와 같은 독립영화가 아닌, 발랄하고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선정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의 같은 주제로 영화를 만든 기성 감독들의 <오감도>보다는 훨씬 좋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선정성만 의식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 꽤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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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영화 살리기 위해 경기도가 나섰다
    from 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 2010-06-15 18:16 
    지난번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조재현 위원장을 만났을 때(ggholic.tistory.com/1154) 그가 한 말 중 유난히 인상깊은 말이 있습니다. 경기공연영상위원회가 워낙 다른 지역 영상위원회에 비해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경기영상위를 두고 "편의점에서 비빔밥 파는 꼴"이라고 설명했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경기영상위의 다양한 업적들을 살펴보며 "아... 정말 다양한 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마치 양푼비빔밥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들처럼..
 
 
novio 2010-05-02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칼로 썰듯 하시는 예리한 분석이 여전하시네요. 오랜만에 왔는데 글의 매력은 결코 달리는 말 아래로 내려올 생각을 안 하시네요^^. 글 즐감했고, 자주 글을 올려 주세요^^

Seong 2010-05-05 08:22   좋아요 0 | URL
알라딘 불통 때 며칠 워드에 글을 써버릇했더니 이제는 워드에 쓰는 게 편하더군요. 그러다보니 블로그를 거의 방치했어요. 과분한 칭찬 고맙습니다.

달나시 2010-06-1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달콤시민 입니다 ^^
와~ 정말 novio님의 말씀처럼 너무 멋드러지게 글을 쓰셔서 꼭 영화를 봐야만 할것 같아요
우리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하고 있는데~ 흥행만 중요시하는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도 많이
사랑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많이많이 구경하고 갑니다~ ^^
더불어, '경기 영상전문펀드' 관련된 트랙백 하나 살포시 엮고 가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ㅇ^

Seong 2010-06-16 07:4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
 
◐ MBTI - 성격.성향 테스트 (정확도 90%)

▩ ISFJ 임금 뒷편의 권력형 ▩

조용하고 차분하며 친근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헌신적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온정적이며 헌신적이고, 침착하며, 인내력이 강하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며, 일 처리에 있어서 현실감각을 갖고 실제적이고 조직적으로 처리한다.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할 때까지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꾸준히 밀고 나가는 형이다. 때로 의존적이고 독창성이 요구되며 타인에게 자신을 충분히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타인의 관심과 관찰력이 필요한 분야, 즉 의료, 간호, 교직, 사무직, 사회사업에 적합하다. 이들이 일을 하고, 세상일에 대처할 때 그들의 행동은 분별력이 있다.
 


▒ 일반적인 특성 ▒

자기 의견을 끝가지 주장하지 못하고 다수 의견에 따르게 된다 (ㅠ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 힘들어한다

끈기 있고 성실하며, 안정감이 있다

치밀성과 반복을 요하는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인내력이 있다

보수적이며 새로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직에 안정감을 준다

자기주장이 강한데 비하여 표현이 적어 속병이 많다.(위장병, 심장병 등)

많은 것을 가슴에 묻어 둔다 (크아~ +,.+)

남들은 좋으나 본인이 힘들다 (크아~ +,.+)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좋아한다 (ㅎㅎ)

현모양처 감이다

나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다

책을 목차서부터 읽기 시작하여 끝까지 읽는다 (어느 정도는 맞는듯 해요)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

무슨 일을 할 때 먼저 주변 정리부터 한다 (ㅋㅋ)

여럿이 모여 떠드는 것 보다는 1 : 1 대화가 좋다

모험을 하지 않고 아는 길로만 간다

남에게 상처 줄까봐 말조심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싫은 소리를 들으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캬~ 절실!)

여럿의 대화 시 침묵을 지킨다

여행 시 짐이 많다 (거의 없는 편)

어른들이 좋아하나 본인은 힘들다 (크아~ +,.+)

맏며느리 감이다

가정적인 아빠다 (wannabe!!)

 



▒ 개발해야할 점 ▒

술,담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

술 안 먹고 노래방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이 필요 (그 반대는 꽤 했는데..)

에어로빅 같은 활발한 운동이 성격개조에 좋다

 

 

90% 이상은 맞는 것 같아요. ^.^; 좋은 말만 있어서 좀 머시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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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4-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메님도 인내심이 강하고 헌신하는 분이군요 ^^

저절로 2010-04-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ENFP 스파크형이라는데요. 우헤헤 잘하면 님을 '물수도' 있겠습니다.

^^ 2010-04-26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들은 좋으나 본인은 힘들다..란 말이 와닿네요.
그냥 옳은 일을 옳은 방식으로 진행하는게 얼마나 힘든가 하는 생각이 밀려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