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 Fair Love O.S.T
김신일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1월
품절


신연식 감독의 영화 <페어러브>의 한 축은 음악입니다.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지적받았던 것 중 하나가 '과도한 음악의 사용'일 정도로 이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와 달리 음악이 많이 쓰입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에 쓰인 음악들은 내러티브를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대변하는 하나의 축으로 당당히 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음악이 배우들의 대사를 잡아먹는 경우가 생기지만, 그렇게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음반은 김신일 씨의 정규 앨범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신연식 감독의 요청으로 영화에 삽입되면서 영화 <페어러브>의 OST인 동시에, 김신일 씨의 1.5집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영화를 감안하고 만든 노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각 노래들이 영화에 어울리는 것을 보면, 신연식 감독이 충분히 욕심을 냈을만한 생각이 듭니다.

이 앨범에는 총 12곡이 들어있는데, 정확히는 7곡이고 나머지 5곡은 편곡을 달리해서 수록했습니다. “이거 상술 아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각각의 곡들은 어설픈 노래들로 20곡을 채운 성의 없는 가수의 음반보다 뛰어납니다.

앨범의 속지는 영화의 장면과 김신일 씨의 (연주) 모습으로 채워졌습니다.

01. Fair Love Intro - 첫 번째 곡은 영화의 시작 부분에 나옵니다. 파란 구름이 먹구름으로 변하고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전환되면서 노란 불꽃이 일어나고 그 옆에 타이틀이 뜹니다. <페어러브>. 음악은 영화 도입부의 약간은 음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02. Fallen - 두 번째 곡이자, 이 음반의 타이틀곡인 「Fallen」은 (엔드 크레디트를 제외한다면) 이 영화에서 총 세 번 나옵니다. 첫 번째는 형만(안성기)이 남은(이하나)에게 처음으로 애틋한 감정을 느낀 장면에서 나옵니다. 이때의 감정이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음악은 형만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형만과 남은이 단 둘이서 강화도 바닷가에서 보내는 즐거운 한 때에서흘러나옵니다. 이제 이 둘은 사랑을 느끼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진행 사이에서 김신일의 노래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합니다. 마치 이 사랑이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일까요?

03. Welcome to the Island Part 1 - 남은, 형만, 김 작가, 재혁이 강화도 바닷가에 소풍가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경쾌한 기타 연주곡입니다. 여행의 설렘과 호감이 있는 사람과의 첫 여행에서 풍겨오는 설렘. 그리고 이 설렘은 처음으로 형만이 남은의 행동에 질투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04. I'm a Boy - 형만이 친구 기혁의 부탁으로 그의 딸 남은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옵니다. 형만은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애입니다. 기계에 대한 관계는 잘 알지 몰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알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남은은 형만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요?

05. Turn Back - 형만의 세계는 작은 작업대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이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밖을 나서게 됩니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의 인생이 다른 삶을 살 계기가 되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그래서 아름답게 들립니다.

06. I wish - 남은의 생일에 형만과 남은이 식사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입니다. 이 장면에서 김신일 씨가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역을 맡았습니다. 노래는 낭만적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다른 연인들처럼 부딪힙니다.

07. Walking Trough the Dawn - 남은의 고백인지 혹은 형만의 꿈인지 아리송한 장면에서 이 음악은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건 환상이건 형만은 자신의 작업대에서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에 이 곡은 마침내 점정(點睛)을 합니다.

08. Welcome to the Island Part 2 - 3번 째 트랙과 같은 곡이지만, 편곡을 조금 달리해서 넣었습니다. 형만이 남은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20년 만에 전력을 다해 뛰는 장면에 흘러나옵니다. 지금껏 부정해오고 억압해온 감정을 그는 전력을 다해 질주하면서 다 털어냅니다. 사랑의 확인, 그리고 사랑의 설렘.

한 가지 아쉬운 것. 이 음반에는 이하나 씨가 부른 「Fallen」이 빠져있습니다. 이 노래는 남은이 형만의 작업실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이제껏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던 자신의 작업실(혹은 마음)에 처음으로 남은을 들어오게 하는 형만의 모습은 애틋합니다. 이하나 씨의 「Fallen」은 디지털 음원으로 구입(혹은 감상)할 수 있지만, 이 앨범에 빠진 것은 아쉽습니다.

예전부터 앨범 리뷰를 작성하고 싶었지만, 각 노래가 영화의 어느 장면에 나오는지 몰라 미뤄두고 있다가 이번 DVD발매로 작성을하게 됐습니다. 영화의OST로서도, 김신일 씨 개인의 음반으로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앨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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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같은 듯 다른 느낌의 두 곡「Fallen」
    from 내가 읽은 책과 세상 2010-05-30 08:20 
              두 가지 버전의 「Fallen」. 같은 듯 다른 느낌.               
 
 
L.SHIN 2010-05-29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카테고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음악이 링크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들어왔는데....없..;; ㅜ_ㅡ

Seong 2010-05-30 08:16   좋아요 1 | URL
헉.. 죄송.. ㅠㅠ
L.SHIN님 잘 지내시죠? 전 조금만 지나면 슬럼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근히 길어서 지치네요. ^.^;

마노아 2010-05-2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악 생각하고 클릭부터...ㅎㅎㅎ

Seong 2010-05-30 08:21   좋아요 1 | URL
죄송합니다.. ㅠㅠ
트랙백 걸어놓았습니다. 두 곡 뿐이지만요. ^.^;
 

 

               달이 차고 내 마음도 차고 
               이대로 담아 두기엔 너무 안타까워 
               너를 향해 가는데

               달은 내게 오라 손짓하고 
               귓속에 얘길 하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야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노란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널 바라 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네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 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이야

               숨이 차고 밤 공기도 차고 
               두 눈을 감아야만 네 모습이 보여 
               걸을 수가 없는데

               구름 위를 걷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
               널 알게 된 후부터 나의 모든 건 다 달라졌어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 보단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 말이야
               나를 봐줘요 내 말을 들어봐 줘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랑해

- 김대원 作 「고백」-                

 

 

 

     넌 원했고 난 변했고 그 끝을 알 수는 없었고
     미안했고 또 미안해 내 생각의 끝은 항상
     생각이 생각대로 따라준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건가?

     너를 떠올리는 것은 내겐 너무나 시리도록 추운 날을 생각나게 해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

     날 두고 떠나간 널 두고 떠나간 서로를 그리다가 지쳐갈 때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 때 
     후회해도 알게돼도 미워해도 모두다 한낱 꿈에 불과한걸 이제는 알 수 있어

     사랑을 말하기엔 내가 너무나 익숙함에 길들여진 사람이었고
     미안하다 말하기엔 내가 너무나 흔해빠진 사람처럼 보일 뿐 인데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
 
     날 두고 떠나간 널 두고 떠나간 서로를 그리다가 지쳐갈 때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 때
     무지개 너머로 너 떠나 가던 날 기억을 지우다가 지쳐갈 때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 때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 

- 김대원 作 「시소」-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OST라지만, 왜이리 요즘 내 마음을 후벼놓을까? 봄바람도 다 지나갔는데.. 사랑노래인줄 알았는데, 가슴시리지만 진부한(혹은 그 반대인) 내용이 들어있어서 그런가... 인생이 진부해서 그런지, 이젠 진부한 이야기를 봐도 내 얘기 같이 가슴이 시린걸까... 

   멋진 영화에 멋진 노래, 멋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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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 A Single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싱글맨>에 관심이 있던 것은 감독 톰 포드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구찌에서 수석 다자이너로 활동해 엄청난 명성을 얻었고, 그의 이름을 단 선글라스와 남성 속옷은 소위 ‘명품’ 대열에 끼었습니다. 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그의 내밀한 사생활이었습니다. 그는 게이거든요. 게이인 그가 게이에 관한 영화를 찍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90년대 중반 (음반 제작자이자 게이인) 데이비드 게펜이 동성애 커플의 이야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제작한 것만큼이나, 게이 감독인 구스 반 산트가 게이 인권운동가 하비 밀크의 삶을 그린 <밀크>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싱글맨>은 게이를 다룬 영화이지만, 톰 포드는 게이의 삶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상실과 공포를 느끼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는 그저 여자 대신 남자를 사랑한 사람입니다. 영화는 혼자 사는 사람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1962년, 미국. 영문과 교수인 조지는 오랜 연인 짐(매튜 구드)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는 짐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연인을 잃은 상실감에 그는 자살을 생각합니다. 그는 하루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삶을 정리하는 조지에게 세상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테니스를 치는 사내들의 멋진 근육, 빠져들 것 같은 사람들의 눈매, 입술, 향수와 체취. 하지만, 짐이 없는 세상에 이런 것들은 무의미합니다. 그의 빈자리는 오랜 (여자)친구인 찰리(줄리안 무어)도,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마드리드에서 온 청년도 채울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정리한 순간, 조지는 짐과 처음 만난 술집에 갑니다. 그와 처음 만나 시작한 그곳.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의 강의를 듣는 케니(니콜라스 홀트)가 정확히 도착합니다. 

<싱글맨>은 어떤 극적인 상황이나 사건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조지의 상실감, 고통, 불안, 공포 그리고 추억을 따라갑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가 바라보는 삶.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 삶을 따라갑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이 영화를 게이에 관한 영화가 아닌, 삶에 관한 영화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톰 포드는 게이에 관한 영화가 아닌, 남자를 사랑한 남자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영화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탐미적인 영상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캐릭터에 집중을 합니다. 주인공인 콜린 퍼스부터, 니콜라스 홀트, 매튜 구드, 게다가 한 번 등장하는 조지의 동료 교수 역인 리 페이스까지. 그야말로 꽃미남 열전이라 할 정도로 아찔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첫 부분, 잠에서 깨어난 조지가 말합니다. “현재는 단순히 현재가 아니다. ‘현재’는 잔인한 암시다. 어제에서 하루가 지난 때. 작년에서 한 해가 지난 때. '현재'에는 날짜가 붙는다. 지난 '현재'는 모두 과거가 된다. 어쩌면,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조만간, 그날이 올 때까지.” 그런 그가 잠들어 있는 케니를 보며 이야기합니다. “순간을 즐기며 삶을 사니 그게 날 ‘현재’로 돌려놓았다. 이제야 모든 것은 의도한대로 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조지의 말대로 그래도 삶을 지속됩니다. <싱글맨>은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라는 화제성을 뛰어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원작 『싱글맨』의 덕이라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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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4 (12)
        타이틀 Laura's Secret Diary
        각본 Jerry Stahl, Mark Frost, Harley Peyton, Robert Engels
        감독 Todd Holland 
        방영일 1990
년 10월 20일 
 

 

   
 

        <시즌 2 지난회 보기>
        9. May the Giant Be with You
        10. Coma
        11. The Man Behind Glass

 
   

 

 

1. 이야기 

자끄 르노의 살인 혐의로 체포된 리랜드 파머는 모든 혐의를 시인한다. 리랜드 파머의 보석 심리와 리오 존슨의 재판을 위해 트윈 픽스에서 순회 법정이 열릴 예정이다. 

다나 헤이워드는 해롤드 스미스에게 로라의 일기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매디와 함께 그것을 빼낼 계획을 세운다. 

시애틀 타임즈에 음식과 숙박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칼럼을 쓰는 저널리스트 M.T. 웬즈가 온다는 소문에 그레이트 노던 호텔과 더블 R 식당의 노마와 행크도 분주해진다. 

장 르노는 벤자민 혼을 찾아가 오드리 혼이 찍힌 테이프를 보여주고 몸값과 데일 쿠퍼를 요구한다. 벤자민은 데일에게 딸의 몸값을 전달해주고 딸을 안전히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데일은 해리 보안관과 함께 이 사건을 비밀리에 맡는다.  

시애틀에서 돌아온 조시 패커드는 해리 보안관에게 불안감을 호소한다. 조시의 사촌이라 소개한 조나단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서 데일을 몰래 지켜보던 동양인 남자고 이들은 제재소 문제를 해결하고 홍콩에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나단이 행크를 몰래 찾아가 물리적 협박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일본인 토지무라 씨가 그레이트 노던 호텔에 투숙한다.    

 











 

  

2. 토드 홀랜드 (Todd Holland) 

시즌 2의 4번째 에피소드를 맡은 토드 홀랜드 감독은 영화와 TV를 오가며 작업했다. 그가 <트윈 픽스>에 합류하기 전에 찍은 영화는 풋풋한 크리스찬 슬레이트를 볼 수 있는 <전자 오락의 마법사(The Wizard)>였고, 이후로 시트콤 <래리 샌더스 쇼(The Larry Sanders Show)>로 엄청난 명성을 얻는다.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은 시트콤 <말콤네 좀 말려줘(Malcolm In The Middle)>와 영화 <소방서를 부탁해(Firehouse Dog)>이고 올해 방영을 시작한 <썬즈 오브 투싼(Sons of Tucson)>으로 감독과 프로듀서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에피소드는 아직 TV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라 관습적인 화면과 장면 대신 인상적인 장면이 꽤 많은 편이다. <블루 벨벳>에서 보았던,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전체를 보여주는 첫 장면도 훌륭하고, 가능한 한 장소에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해 극을 이어가는 것도 재미있다. <트윈 픽스>는 아직까지는 원래의 의도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3.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 (absolute loss) 

로라 파머가 죽은 이후로, 아버지 리랜드 파머는 드라마 내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통절한 울음, 나쁜 기억을 몰아내기 위한 춤과 노래, 머리색의 변색과 과도한 업무 등 그의 모습은 딸을 잃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같이 느끼게 했다. 이번 회에서 그는 처음으로 딸을 잃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트루먼: 리랜드... 당신이 자끄 르노를 죽였습니까?
리랜드: 그는 내 딸을 죽였어요. 그가 내 딸에게 한 짓들은... 보안관, 당신은 엄청난 상실감을 느껴본 적 있나요?
쿠퍼: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 그런 슬픔은 겪지 못했을 겁니다.
리랜드: 그건 슬픔 이상이에요. 내 안 깊숙한 곳에서, 모든 세포가 비명을 질러댑니다.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그래요, 내가 자끄 르노를 죽였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그래요....  

 

봉준호 감독 역시 <괴물>에서 희봉의 대사를 통해 강두의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니들 그 냄새 맡아본 적 있어?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냐 이 말이여. 부모 속이 한번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하는 거여. 내 정말 니들한테 한 마디 하겠는데 니들 강두한테 최대한으로 잘해줘야 한다. 자꾸 뭐라 뭐라 그러면 안 돼야, 응?”  

 

동서를 막론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이 드는 일이다. 드라마는 처음으로 로라를 죽인 범인 대신 ‘로라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기막힌 이야기 진행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TV 드라마에서 윤리를 찾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았고, 그저 답을 바랄 뿐이었다. 

 

 

4. 딜레마 

드라마는 윤리와 법에 대해서 묻는다. 자끄 르노는 리랜드의 딸 로라를 죽였(다고 리랜드는 생각한)다. 그래서 리랜드는 자끄를 죽였다. 심정적으로는 리랜드의 결정에 동의하지만,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살인자를 죽일 권리는 우리에게 있는가? 법집행과 복수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복수를 사적 복수와 공적 복수로 나눌 수 있는가? 리랜드의 살인은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부검의이자 리랜드의 주치의인 윌은 리랜드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 그는 데일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헤이워드: 당장 정신병 검사를 진행해야 해요. 이것만은 꼭 이야기하고 싶군요. 부모는 자식을 땅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어요. 누구라도 리랜드 같은 상황이었다면...
쿠퍼: 그런 상황이었다면, 살인해도 괜찮다는 말을 하시는 겁니까?
헤이워드: (...) 아닙니다. 

 

리랜드의 보석 심리를 진행하기 위해 트윈 픽스에 온 클린턴 스턴우드(Clinton Sternwood) 판사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난감해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한다. 제도는 그저 안전한 길을 제시할 뿐이다. 

 

또 다른 딜레마는 로라의 일기장이다. 해롤드가 가지고 있는 로라의 일기장은 로라가 해롤드에게 준 선물이다. 그리고 해롤드가 말했듯이 그 일기장에 특별한 비밀(같은 것)은 없기에 그는 보안관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로라의 사생활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다나는 친구의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그 일기장을 손에 넣으려 한다. 다나가 계획하는 것은 도둑질이다. 기독교에서도 금지하는 계명을 우리는 깨드리기를 바란다. 다나는 제임스와 함께 자코비의 사무실을 턴 적이 있다. 이 도둑질은 지지할 만한 도둑질인가?  



 

살인과 도둑질과 간음이 행행하고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은 로라의 죽음으로 트윈 픽스는 소돔과 고모라가 됐다. 이곳에서 윤리를 찾기는 힘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트윈 픽스>를 보는 우리들도 그 윤리를 잊어간다. <트윈 픽스>는 우리를 바라보는 거울이다.  

  

 

 

5. 순회 법정(circuit court) 

해리는 데일에게 리랜드와 리오 존슨에 대한 재판으로 트윈 픽스에 판사와 검사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순회 법정은 지금은 미국과 중국에서나 간간히 찾아볼 수 있는 제도인데, 대도시와 떨어진 오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판사와 검사, 변호인단이 그 지역을 찾아가 재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순회 법정의 역사는 잉글랜드의 헨리 2세로 부터 시작됐다. 헨리 2세는 백성들이 런던으로 와 항소를 하는 것 대신 판사들이 매년 지방을 돌게 함으로써 직접 심리하는 전통을 세웠다. 이 전통이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개척시대에서는 판사 혼자 변호사, 검사들과 함께 순회를 돌았다. 아브라함 링컨 역시 일리노이 주에서 순회를 돈 변호사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판사가 담당할 재판이 많아지자 지방 법정이 세워지게 되었고, 대부분의 순회 법정은 지방 법정으로 대체되었지만, 아직도 작은 소읍에서는 순회 법정이 행해지기도 한다.  

 

 

6. 엠티 웬즈 (M.T. Wentz) 

벤자민 혼과 노마 제닝스는 엠티 웬즈가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엠티 웬즈는 시애틀 타임즈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숙박과 식당 음식에 엄격한 기준으로 글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이번 회에만 새로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4명이고 그 중 두 명은 정체가 밝혀졌다. 엠티 웬즈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앞으로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엠티인 동시에 다른 (미스터리를 간직한) 인물인 셈이다. 







 

 

7. 루시 

두 남자와 양다리를 걸쳐 앤디를 실의에 빠지게 한 루시가 처음으로 속내를 밝힌다. 루시가 앤디를 두고 바람을 피운 이유는 이렇다. 

루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난 앤디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죠. 앤디는 운동도 안하고, 세차도 안하고, 운동복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쿠퍼: 어... 그런 이유로 지금껏 계속 앤디에게 냉담하게 군건가요?
루시: TV 드라마를 본 후에, 전 결심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갖자. 앤디와 만나지 않은 그 시간동안, 전 딕 트레메인을 만났어요. 혼 백화점 남성복 코너에서 일하는 사람이요. 그 사람은 운동복도 많고, 몸 관리도 잘하고 차도 멋졌어요. 딕의 행동 대부분은 한심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는 앤디와 달랐어요.
쿠퍼: 아직도 딕하고 만나고 있나요?
루시: 아뇨.
쿠퍼: 그럼 앤디와 다시 시작하길 바라나요?
루시: 모르겠어요.
쿠퍼: 루시, 정확히 원하는 게 뭔가요?
루시: 모르겠어요. 

사랑은 사소한 작은 것에서부터 균열이 생긴다. 사랑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관한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사소한 균열은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지만, 돌이켜보면 그 돌이키기 힘든 결과조차도 사소한 것이 된다. 루시의 태도는,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노력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8. 삽혈(歃血) 

드라마의 마지막, 조시의 사촌(으로 피트에게 소개한)인 조나단(Mak Takano)은 행크를 찾아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조나단은 행크의 입술에 피를 묻히며 “동생, 다음번엔 자네 머리를 가져갈 줄 알아”하고 이야기한다. 조나단의 행동은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행크가 한 행동과 같은데, 중국에서 행해진 맹세의 의식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굳은 약속의 표시로 개나 돼지, 말 따위의 피를 서로 나누어 마시거나 입술에 바르는 의식이 있었는데, 이를 삽혈(歃血)이라 한다. 피로 맺은 맹세를 뜻하며, 죽기 전까지 그 의를 깨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삽혈은 우리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백제가 망한 뒤 신라 문무왕 5년(665)에 문무왕이 중국 당나라의 사신 유인원, 전 백제 임금의 아들 융(隆)과 함께 웅진 취리산에서 한 것을 최초로 본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감옥에서 어설프게 동양 철학에 관한 책을 읽었던 행크는 조시에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피의 동맹을 맺었으나, 본토에서 온 동양인에게 제대로 당했다.  

 

 

9. 기억할만한 지나침 

루시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딕 트레메인으로 추정되지만, 앤디와 딕은 서로 상반된 행동을 취한다. 앤디는 다시 정자 검사를 받지만, 딕은 아이를 지우기 위해 루시를 찾아온다. 

 

bedpan은 환자용 요강을 말하고 shutin은 병으로 몸져누워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를 뜻한다.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 병자들뿐인데 이들과 데이트를 한다는 다나를 야유하는 말이다. 행크는 돌려 묻는 법을 알지 못한다. 

 

데일은 오드리의 몸값을 전달해 달라는 벤자민 혼의 부탁을 받는다. 해리 보안관이 연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데일은 비밀리에 일을 진행한다. 그는 해리 보안관에게 자경단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한 명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데일에게 위험을 느낀 해리는, 자경단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며, 약속장소에 나간다. 이 멋진 남자들의 로망! 

 

시즌 2의 중반부에 등장할 토마스 에크하르트(David Warner)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벤자민 혼과 캐서린 카르텔 말고도 제재소에 관한 음모는 더 큰 범죄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0.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04』 스크립트, 2nd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괴물〉 청어람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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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O.S.T.
월즈 엔드 걸프렌드 (World's End Girlfriend) 노래 / 파스텔뮤직 / 2010년 4월
품절


김연수 작가의 단편 소설집 제목으로 잘 알려진 world's end girlfriend는 카츠히코 마에다의 원맨 프로젝트 밴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어떤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상당히 어려운데, 일렉트로니카, 락, 클래식까지 아우르는 왕성한 식욕, 그리고 미니멀리즘에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다루는 규정할 수 없는 영역에서 보이듯 world's end girlfriend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입니다.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밴드 이름과는 달리 이들의 음악은 워낙에 실험성이 뛰어나서 일반 대중이 접하기에는 조금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에 작업한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공기인형> 사운드트랙은 이들의 이름답게, 그리고 영화와 어울리게 애틋하고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CD 앞, 뒷면 그리고 CD 내부 모두 영화의 주인공 배두나 씨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모두 21곡이 실려 있는데 어느 한 곡 버릴 곡이 없습니다. 마지막 21번 째 곡에서는 영화에도 삽입된 배두나 씨의「생명은」시낭송이 있습니다. 당연히 일본어로 낭송합니다.

CD에는 9장의 내지가 있습니다. 모두 영화의 스틸 사진을 차용한 것으로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제작 크레디트와 「생명은」시가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한국판에만 실린 게 분명한 해설지가 들어있습니다. 정성스레 작성한 world's end girlfriend의 소소한 역사와 영화 <공기인형>에 대한 코멘트가 있으니 world's end girlfriend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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