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 The Bad Sleep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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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들로만 점철된 끔찍한 세상, 모든 惡 중 가장 으뜸은 혈연을 저버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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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염 - Red Be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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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의 세월이 흐른 필름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본주의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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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닉네임의 의미는? 제 닉네임의 의미,온라인의 우리 이름,닉네임

시대상으로는 아직 공산 치하의 폴란드. 이야기는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집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한 소년은 친구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는 1년 전에 외국으로 떠났으며, 어머니는 아들 친구를 아들처럼 대하고 살갑게 지냅니다.  

소년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밤마다 망원경으로 건너편에 사는 한 여인을 훔쳐봅니다. 그녀는 화가이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소년이 볼 때마다 남자가 바뀌어 있으니까요. 소년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지만,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관한 사과 정도를 전할 뿐이지요. 소년은 우체국에서 일을 하고, 외국어를 공부하며 지냅니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 그녀의 우편함에 위조된 연금 통지서를 넣고 그녀를 만납니다. 그녀의 아파트에 우유가 배달되지 않는 것을 알고 우유배달을 자청합니다. 소년의 생활은 그녀의 생활에 맞추어 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애인과 다투고 집에 들어옵니다. 소년은 그녀를 바라봅니다. 되는 일도 없고, 외로움에 흐느끼는 그녀를 소년은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어느 날, 소년의 실수로 그녀는 우체국에서 모욕을 당합니다. 소년은 그녀를 쫓아가 "당신이 어제 운 것을 알아요."라고 말을 합니다. 소년은 자신이 그녀를 오랫동안 훔쳐봤다고 고백합니다. 황당한 그녀는 욕을 하고 돌아섭니다.   

 

다음날 아침, 우유 배달을 하는 소년에게 그녀가 다가가 이야기합니다. "나한테 뭘 원해?" "아무것도요. 당신을 사랑해요." "키스하고 싶어? 아니면, 나랑 잘래?" "우리 아이스크림이나 먹을래요?"  

소년은 꿈에도 그리던 그녀와 데이트를 합니다. 소년은 고백합니다. "친구가 떠나면서 망원경을 주고 당신을 알려줬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봤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전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요." "사랑? 그런 건 없어. 섹스만 있을 뿐이지. 너와 내가 손을 맞잡고 있는, 육체에서 비롯되는 이 순간, 이 느낌만이 있을 뿐이지, 그 따위 감정은 없어." 

그녀는 소년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성적으로 미숙한 소년을 농락합니다. 당황한 소년은 본의 아니게 사정을 하고 당황합니다. 그런 소년에게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이게 사랑이야. 이제 화장실에 가서 닦아 버리렴." 소년은 수치심과 상실감에 뛰쳐나가고 집에서 자신의 손목을 긋습니다.   

 

떠난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여인은, 어쩌면 자신이 너무나 심하게 군 게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소년이 그녀를 바라본 것은, 처음엔 관음의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녀를 원하는 그 어떤 남자들보다 자신을 잘 알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그녀는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갑작스런 앰블런스 소리에 불길해진 그녀는 소년의 집에 찾아가 보지만, 어머니는 쌀쌀맞게 대할 뿐입니다.  

그녀는 소년의 방에서 망원경을 보고 그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소년의 쓸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느낍니다. 이제 그녀는 소년이 돌아올 때까지 소년의 방을 망원경으로 바라봅니다. 소년이 돌아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나도 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기 위해서.   

 

여인의 이름은 마그다(Magda), 그리고 그녀가 기다리는 소년의 이름은 토멕(Tomek)입니다.  

 

 

 

* 덧붙임:   

    

1.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십계(Dekalog)>는 10부작 연작 드라마입니다. 그 중 5번째 계명과 6번째 계명은 따로 편집해서 극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 바로 그렇습니다.   

 

2. 변호사인 크쥐시토프 피에시에비츠와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는 종교적 계율이자 사회적 약속인 십계에 관한 10개의 이야기를 찍었습니다. 각 편은 각 계명의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꼭 그 계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십계가 율법이자 윤리이듯이, 키에슬롭스키 감독은 이 드라마를 각각의 에피소드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길 원한 것 같습니다.  

 

3. <십계: 6번째 계명,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같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결말이 서로 다릅니다. 제가 본문에 쓴 내용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고, <십계: 6번째 계명,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더 들어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우체국에 찾아간 마그다는 팔목을 붕대로 감싼 토멕을 발견합니다. 그녀는 그가 일하는 창구로 다가가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녀의 표정은 반가움과 안도감이 실려 있습니다. 잠깐 망설이던 토멕이 그녀를 향해 이야기합니다. "이젠 당신을 더 이상 훔쳐보지 않아요."  그리고 올라오는 타이틀. "십계, 6번째 계명: 간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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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7-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렇군요. 저도 저 10계 봤는데.
거기에 나오는 토멕이었군요. 이름까지는 기억 못하고...
분명 영화 주안공 이름일거라는 건 짐작은 했지만.
근데 토멕님 영화 공부나 아님 이쪽에 일하세요?
아는 스터디 그룹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토멕님 막 귀찮게 해드려야징~ㅋㅋ

Seong 2010-07-23 07:19   좋아요 0 | URL
전 영화하고 아무 관련이 없어서 아는 게 없습니다... ㅠㅠ

저야말로 소개시켜주세요. 알고 싶은 게 많은데 혼자만 하려니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

루체오페르 2010-07-2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멕님 안녕하세요! 트랙백이 걸렸기에 반가워 와서 글 잘 봤습니다.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도 알게됬고 참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토멕 이란 닉네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이 영화와 극중인물인 토멕이 많은 감명을 주었나 봅니다.

결말이 궁금했는데 6계명이 올라오고 여주의 표정을 보니 뭔가...안타깝네요. 새드엔딩인듯^^; 어느 사랑에 관한 이야기...잘 봤습니다.

Seong 2010-07-23 07:22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 님 반갑습니다. :) 글 읽고 빨리 참여하고 싶었는데 좀 늦어졌어요.:)

결말은 두 개가 있는데 TV판은 새드 엔딩이고, 극장판은 해피 앤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TV판 결말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더 슬프고...

극장판 결말은 이렇습니다.


루체오페르 2010-07-23 22:42   좋아요 0 | URL
오 요즘도 흔치않은 멀티엔딩~
감사히 잘 봤씁니다.^^

iamtext 2011-09-0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줌마라 그런가, 전 드라마를 몹시 좋아합니다. 트윈픽스, 십계... 부천에서 킹덤을 다보고 나오는 순간에는, 내 인생에서 이제 더이상의 오락은 존재하지 않을 것같다라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더랬죠. 십계, 정말 흥미진진하죠. 드라마에 다시 빠져볼랍니다.

Seong 2011-09-01 15:53   좋아요 0 | URL
킹덤! 저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9~12부작이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도 슬플 뿐입니다...

ㅠㅠ
 

 

 
        〈TWIN PEAKS〉
        시즌 2 
        에피소드 12 (20)
        타이틀 The Black Widow
        각본 Harley Peyton & Robert Engels
        감독 Caleb Deschanel
        방영일 1991
년 1월 12일 
 

 


1. 이야기  

데일은 트윈 픽스에 오래 머물 요량으로 집을 구하다 우연히 코카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곳에서 장 르노, 행크 제닝스, 어니 나일스, 캐나다 경찰 킹이 마약 거래에 관한 회합을 벌였으며, 바비 브릭스는 벤자민 혼에게 고용되어 행크 제닝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사하다 이 현장을 발견한다. 오드리 혼은 데일에게 이 증거를 전해주고, 데일은 DEA 요원 드니스 브라이슨과 수사에 착수한다.  

에블린의 집에 머물고 있는 제임스 헐리는 점차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녀는 남편에게 주기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그녀의 오빠이자 운전사인 말콤은 제임스에게 에블린에 대한 동정심과 남편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긴다.  

젊은 여인 라나와 결혼한 더그 밀포드는 복상사로 죽었고, 그의 형인 드웨인 밀포드 시장은 라나가 범인이라며 보안관들에게 수사를 종용한다. 딕 트레메인은 꼬마 니키가 악마라 생각하고 그의 출생의 비밀을 의심한다. 사라졌던 브릭스 소령이 갑자기 집에 돌아온다.  

 

 

 

 

2. 걸프전(Gulf War)  

17번 째 에피소드가 방영된 1990년 11월 17일을 마지막으로, <트윈 픽스>의 방영일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미뤄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걸프전 때문이었다.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라크에 철수를 요구하며 제재를 가했지만, 이라크는 쿠웨이트와 일방적인 합병을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쿠웨이트 유전에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프랑스, 이집트 등 주요 국가들이 다국적군에 합류했고, 유엔은 11월 29일 무력사용을 허용했다.  

이 전쟁이 유독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최초로 TV로 생중계되는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CNN을 비롯한 각 방송사들은 첨단 장비를 사용하여 다양한 앵글로 전장의 스펙터클을 생중계했으며,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타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전쟁을 브라운관으로 ‘즐기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는 현실을 압도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더 이상 미국 촌구석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보다(게다가 이미 로라 파머의 범인도 밝혀진 상태였다), 지금 저기서 벌어지는 스펙터클에 관심을 두었다. 시청률에 움직이는 ABC 방송사 입장에서는 드라마보다는 전쟁 생중계에 더 관심을 두었고, <트윈 픽스>는 2주간 결방을 한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돌입하자, <트윈 픽스>는 12월 1일에 방송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전쟁 상황에 따라 결방이 이어졌고, 이것은 연속극의 입장에서는 독(毒)이 되는 편성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편성으로 SBS의 드라마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를 비교해본다면, 당시 ABC 방송국의 행태가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결방과 로라 파머라는 드라마의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그리고 시리즈의 크리에이터인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의 관심 저하로 엉거주춤하는 사이, <트윈 픽스>는 점점 힘이 빠져가기 시작했다.  

 

 

3. 문학적 인용  

<트윈 픽스>에는 문학적 인용이 많이 들어있지만, 유독 이번 회에서는 그 인용이 넘친다. 피트 마르텔과 캐서린 마르텔의 축하 자리에서는 예이츠의 시가 흘러나오고, 졸지에 미망인이 된 라나를 본 남자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낭송한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나니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진리로 알 것은 다만 이것뿐. 
              나는 술잔을 입에다 들고 
              그대를 바라보며 탄식 하노라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sigh  

- William Butler Yeats 「Wine Drinking Song」 -             

 

  

 

              아, 횃불은 그녀에게서 불타는 법을 배워야 하겠구나! 
              검은 에티오피아인의 귀에 걸린 값비싼 보석처럼 
              밤의 볼에 걸려있어. 
              사용하기엔 너무 고귀한, 속세의 것이 되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다움이여!  

              44 O, she doth teach the torches to burn bright! 
              45 It seems she hangs upon the cheek of night 
              46 Like a rich jewel in an Ethiope's ear; 
              47 Beauty too rich for use, for earth too dear!  

- William Shakespeare 『Romeo and Juliet』: Act 1, Scene 5 -             

 

물론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학적 인용을 하겠냐만,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는 직설적인 대사보다 이런 에둘러 표현한 인용이 멋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4. 기억할만한 지나침  

니키의 부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당했다(Be Killed)는 말 때문에, 딕 트레메인은 니키를 불운을 몰고 오는 악마라고 생각한다. 니키를 보여주는 숏은 일부러 <오멘>의 데미안을 떠올리게 찍었다.  

 

 

벤자민 혼은 게티즈버그 전투 놀이에 집착한다. 그는 특히 남부의 로버트 에드워드 리(Robert Edward Lee) 장군에 집착하는데, 벤자민 혼의 상황과 리 장군의 상황은 일면 맞아 보인다. 그는 역사를 패배한 역사를 되돌리고 싶어한다.  

 

말콤은 제임스를 자극하고, 에블린은 그런 제임스를 유혹한다. 너무나 전형적인 팜므 파탈 그리고 느와르.  

 

드웨인 밀포드 시장은 제수씨인 라나가 자신의 동생을 무리한 섹스로 죽였다고 믿는다. 유난히 섹스에 집착하는 밀포드 시장은 이미 다른 남자들처럼 그녀의 매력에 빠졌음에 틀림없다.  

 

 

 

5.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콘텐츠 중 캡처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r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 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TWIN PEAKS #2.012』 스크립트, 5th Revisions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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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1943) - 할인행사
아서 루빈 감독, 수잔나 포스터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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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서 루빈 감독의 1943년 작(作) <오페라의 유령>은 총천연색(Technicolor) 영화이자 토키 영화입니다. 1925년에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소설 『오페라의 유령』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활자보다는 시각적 이미지에 더 어울립니다. 1925년 작 <오페라의 유령>은 이 점을 알고 있었고, 원작보다 더 탄탄한 이야기로 가공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1925년 작 <오페라의 유령>이 무성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크리스틴 다에의 '천상의 목소리'가 어떤지, 유령이 연주하는 불세출의 곡 「위풍당당한 돈 주앙」이 어떤지 상상으로만 떠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토키가 상용화되면서, 우리는 이제 영화에서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볼 수 있고, 환상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이런 영화적 이벤트에 적합한 소재입니다. 할리우드가 이런 기막힌 소재를 가만 둘리 없지요.  

그런데 결과물이 참으로 난감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각색해도 좋을 이야기를 할리우드는 이상한 방식으로 각색했습니다. 원작 『오페라의 유령』은 미스터리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1943년 작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의 미스터리를 거세했습니다. 영화는 초반 30분간 오페라 극장의 바이올리니스트 에릭 끌로댕(클로드 레인스)이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사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그는 여배우 크리스틴 드보아(수잔나 포스터)를 사랑하고 수년간 지원합니다. 크리스틴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파리 경시청 경감 라울(에드가 베리어)과 오페라 극장 단원 아나톨(넬슨 에디)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느 날 공연에서의 실수로 에릭은 오페라 극장에서 쫓겨나고, (크리스틴의 레슨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그는 자신의 협주곡을 출판사에 팔려고 하지만, 사기를 당합니다. 그는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지만, 상처를 입습니다. 그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로 내려가 생활합니다. 그리고 크리스틴을 스타로 만들 계획을 짭니다.   





 

이렇게 미스터리 구조를 포기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볼거리'입니다. 영화에는 3번의 오페라 공연 장면이 나오는데, 오히려 이 영화는 오페라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오페라 공연에 집착합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은 정말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뛰어나지만, 이 영화는 원작을 너무나 오독하고 있습니다(원작을 그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성(姓)이 모두 바뀌어 있습니다).   





 

원작의 흥취를 버리고 남은 것은 유치한 삼각관계 로맨틱 코미디와 후반부의 어드벤처 식 활극입니다. 할리우드는 이 비통한 멜로를 유치한 로맨틱 코믹 어드벤처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사(映畵史)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는 몰라도 제게는 악몽인 작품입니다. 



 

 

*덧붙임: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만들 때 1925년 작 <오페라의 유령>뿐 아니라, 이 작품에서도 중요한 요소를 가져왔습니다. 원작에서 유령의 얼굴은 괴물에 가까운 반면, 뮤지컬에서는 이 영화에서처럼 얼굴의 반만 흉칙하다는 설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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