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러버(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매켄지 감독, 애쉬튼 커처 외 출연 / UEK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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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태고적부터 지속된 이 닳고 닳은 그래서 이제는 이 질문조차 클리쉐로 느껴지는 '사랑'에 관한 질문은, 그러나 그 누구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언제나 진부하지만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발생하는 이 설명 못하는 감정/현상은 문학은 물론이요, 철학, 수학, 과학 등 각 학문에서 어떻게든 증명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저 '사랑'이란 감정/현상을 잘게 세분했을 뿐, 설명하지는 못했지요. '사랑'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존재하지만, 오직 그 당사자들끼리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끼니'와 닮았습니다. 끼니 역시 매 시간마다 돌아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지만, 그 돌아오는 끼니는 각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그런점에서 사랑은 '이성'의 영역이 아닌, '본성'의 영역입니다.    

   데이빗 맥켄지 감독의 <S러버(SPREAD)>를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깊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가 간헐적으로(그러나 꾸준히) 만들어낸 '19금' 로맨틱 코미디의 한 흐름이기 때문이죠. 원제인 'SPREAD'와 극장 개봉명인 'S러버'가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의 개봉명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에서는 <L.A. Gigolo>,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Toy Boy>, 스페인에서는 <American Playboy>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아하! 이제야 감이 옵니다.    

 

 

   영화는 니키(Nikki, 애슈틴 쿠처)가 거대한 저택 위에서 LA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니키의 내래이션을 들으면, 니키는 이곳 헐리우드에서 성공할 꿈을 가지고 어디 먼 곳에서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집도 없고, 직업도 없지만,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먹고 삽니다. 그 재능이란 돈 많은 여자에게 접근해 관계를 가진 후, 그녀의 집에 빌붙어 사는 것이죠. (미루어 짐작컨데) 첫 장면에서 니키는 물주와의 관계가 끝나서 이 대저택을 떠나고, 다른 '의식주'를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영화는 크게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니키가 새로운 물주인 사만다(Smantha, 앤 헤이시)를 꼬시고, 같이 생활하는 장면이, 후반부는 니키가 사랑에 빠지는 헤더(Heather, 마가리타 레비에바)와의 생활이 그려져 있습니다. 영화의 소재나 표현이 워낙에 적나라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정말 거칠게 비유하자면 전반부는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이고 후반부는 오기환 감독의 <작업의 정석>이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들 두 영화가 떠오르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심정적으로 떠오른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었지만요. 워낙에 스포일러 투성이라 깊게 이야기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저 언급한 영화들만으로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니키는 이곳 LA에서 인생을 역전시키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그에게는 그런 욕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그저 (외롭고 나이들었지만 부자인) 물주를 잡고, 그녀가 그를 '신뢰'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니키가 사만다의 신용을 쌓고 포인트를 늘려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여자의 마음을 뺏고 니키가 하는 일은 그녀의 재산을 훔치거나 그녀를 죽여 유산을 상속받는 따위가 아니라, 그냥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녀의 펜트 하우스에서 파티를 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는 것. 그에게 섹스는 사랑이 아니라 생존이자 유희입니다.     

 

 

 

 

   하지만 니키의 물주인 사만다는 멍청이가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농락당하고 이용당하는 것을 압니다. 변호사인 그녀는 니키 앞에서, 자신이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니키를 사랑한다는 '진술'을 합니다. 그녀는 그를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녀는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녀에겐 성적으로 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니키가 우연히 만난 헤더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위험해지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니키와 헤더의 동거를 보여줍니다. 사만다의 집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지만, 그들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니키와 헤더 둘 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 뜨겁게 사랑을 합니다. 그 사랑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자신의 특별한 재능만으로 여자들에게 기생해 살았던 니키가 처음으로 직업을 구하려고 했으니까요. 그저 유희였던 섹스가 감정이 실린 사랑으로 변하고 그 사랑이 '책임감'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니키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혹독한' 성장담입니다.      

 

 

 

   영화의 원제목인 <SPREAD>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공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기만하고 편의와 안락함에 빠질 수 있는 공간, 불편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데 부대끼며 알콩달콩 살 수 있는 공간.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에 있어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댈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 감내하는 것이니까요.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개구리 왕자』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개구리가 마법에 걸린 왕자인줄 알기 위해선 수 많은 개구리에게 키스를 해봐야 그가 왕자인지 개구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LA에는 모든 사람들이 귀족들이죠. 왕자에 버금가는 귀족들이 즐비한데, 그 누가 '개구리 따위'에게 키스를 할까요? 개구리는 그저 개구리로 살아갈 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마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개구리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니키 역시 기다릴 것입니다. 언젠가 그를 위해 키스를 해줄 그녀를.  

 

 
DVD

   메뉴화면은 깔끔한 편입니다. PLAY, CHAPTER, SET UP, SPECIAL FEATURES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운드는 특별할 것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초반부 나이트 클럽에서 음악과 대사의 분리도는 뛰어납니다. <할람 포(Hallam Foe)>의 감독답게 사운드트랙 넘버 또한 훌륭한 편입니다. 화질 또한 준수한 편입니다.    

 


  

  

   

  

 

 

   자막은 한글/영어 자막을 지원합니다. 한글 번역은 원작의 의미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얌전하게 번역된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케빈 스미스 감독의 <몰래츠(Mallrats)>같이 막말하는 영화를 얌전하게 번역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Special Features는 단촐한 편이고 <Living the Dream - The making of spread>, <Behind the Scenes with Ashton>, <The World According to Nikki>, 예고편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Living the Dream - The making of spread>에서는 영화 제작과 관련한 다양한 영상과 배우, 스태프의 인터뷰로 꾸려져 있고 시간은 16:10입니다. <Behind the Scenes with Ashton>은 제작자이자 주인공인 배우 애슈틴 쿠쳐가 이야기하는 영화 내용과 그와 일하는 게 얼마나 멋졌는지 회고하는 배우/스태프들의 인터뷰로 묶여있으며, 시간은 5:44입니다. <World According to Nikki>, 애슈틴이 소개하는 영화 캐릭터 소개로 시간은 3:53입니다.  

 

   예고편을 포함한 4편 모두 1.85:1 애너몰픽을 지원합니다만, 아쉽게도 한글 자막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자 프로듀서인 애슈틴 쿠처, 앤 헤이시, 마가리타 레비에바의 오디오 코멘터리 역시 마찬가지로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벨탑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 덧붙임 

1. DVDprime DVD 포럼에 쓴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 

2.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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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7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7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2주
"우리 다시 시작해요."

   이번주 개봉영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라면 단연, <페어 러브>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배우, 안성기 씨와 이하나 씨가 주연이라는 말에 진즉부터 기대하고 있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다소 파격적이다. 친구의 딸, 아빠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굳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롤리타(Lolita)>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 루이 말 감독의 <데미지(Damage)>,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Lolita)>, 샘 맨더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등 온갖 '엽기 패륜'을 다룬 영화가 즉각적으로 떠오른 것은 아무래도 내 영화 취향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검색해본 결과 내가 생각한 그런 (지저분한) 영화는 아닌 것 같았다(당연하지!!).  

 

       

   <페어 러브>에 관심이 간 또다른 이유는 이 영화의 소설 때문이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없다. 신연식 감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를 만들어 부산영화제에 개봉했다. 그런데 며칠전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감독 자신이 영화에서 시간과 화면의 제약때문에 담지 못했던 소소한 부분을 살려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기사보기 클릭

   보통 영화가 원작이 되는 소설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영화의 시나리오를 대충 각색해 영화가 개봉하기 몇 주 전에 서점 가판에 깔리기 마련이다. 이 소설들은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홍보'만을 위해 급조된 소설들이다. 사람들은 가판에 깔린, 영화 포스터가 표지에 실린 책을 보면서 영화를 인식하게 될테니까. 그러니까 이건 '책'이 아니라, 수많은 마켓팅 수단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처음에 『페어 러브』가 소설로 나왔다고 했을 때, 이 역시 홍보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홍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각본가이자, 그 내용이 실제 자신의 경험담이라는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모든 매체를 통해서 '완전히 토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게 상술인지 진심인지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뻔한 상술이 아닌 영화와 책의 공존을 꿈꾸는 경우는 『박쥐』가 있다. 박찬욱은 이전부터 영상의 소설화에 관심이 많았다. 『친절한 금자씨』로 슬쩍 간을 보더니 『박쥐』에서 본격적으로 그 작업을 시작했다. 영화 <박쥐>는 설명이 거의 없는 불친절한 영화다. 상현이 왜 그렇게 죽고 싶어했는지, 그 단체는 어느 곳인지, 태주, 강우, 라여사, 그리고 매주 모이는 마작 모임 등, 보여지는 것은 많았지만, 그 인물의 내면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감독은 그 부재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났고 그 부재를 채울 수 있었지만, 한정된 시간과 빠른 컷의 전환으로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힘들었었다. 박찬욱 감독은 그 부재를 책으로 설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확실히 책은 단순히 영화를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시작지점부터 다르다) 인물들의 내면으로 침잠해 있다(게다가 『테레즈 라캥』이란 든든한 서사도 있으니...). 소설 『박쥐』는 영화 <박쥐>를 뛰어넘는 독자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두 작품은 서로를 보완한다.  

 

    

   문단에서 활동중인 작가가 쓴 경우도 있다. 김형경 작가가 쓴 『외출』은 허진호 감독의 「외출」시나리오를 토대로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되었을 때 문단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기사클릭) 기성작가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일은 (적어도 한국에선) 전무했으니까. 소설과 영화 각 장단점이 있지만, '감정이입'이란 면에선 소설의 승리였다. 배용준의 복근을 보고 아픔보다는 질투심이 일어났으니까... 그건 평범한 30대의 몸이 아니다. 특별한 30대의 몸이지...  

 

    

   이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곁가지로 다루어본다. 외국의 경우엔 더 다양한 편인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아서 C. 클라크 경의『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가 있다. 클라크 경의 단편 「센티넬」을 바탕으로 큐브릭 감독과 클라크 경이 이야기를 만든 후, 소설과 영화로 각각 제작 되었다. 놀라운 점은 소설과 영화 둘 다 각 영역에 무시못할 족적을 남겼다는 것이고, 각 작품이 각각 독립성을 지니면서도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라는 점이다. 큐브릭 감독과 클라크 경은 영화계와 문단이 꿈꾸는 행복한 관계를 50여년 전에 이미 만든 셈이다.  

 

   신연식 감독/작가의 『페어 러브』는 이 목록에 추가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이번주가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덧붙임 

요즘 <아바타(Avatar)>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어비스(Abyss)>역시 소설로도 나왔습니다. 작가는 『엔더의 게임』, 『사자의 대변인』을 쓴 바로 그 유명한 올슨 스콧 카드입니다. 소설과 영화의 결말이 다르다고 하는데, 책이 절판된지 오래라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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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1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어러브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27살인가 차이가 나는 남자와의 사랑. 남자의 순수함이 많이 부각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Tomek 2010-01-15 16:24   좋아요 0 | URL
17일에 보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기대되요. 책은 이벤트 결과 보고(아마도 당첨 안되겠지만서도.. ㅠㅠ) 24일에 주문하려 합니다. 헤헷.
고맙습니다. ^.^;
 
웨딩드레스 - Wedding Dr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신파가 아닌 눈물. 아들보다 더 든든한 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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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가는 카페에 독서취향 테스트란 게 있어서 냉큼 해봤다. 열대우림 독서취향이라...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기형도의 시를 알아봐서 선택한 게 영향이 컸는지... 여튼 재미있다.  

   김영하 작가 좋아하는데.. 걸렸다. 히힛.

 

지구 생명의 원천인 태양의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진 곳. 어마어마한 태양 에너지로 인해 엄청난 양의 강수량과 엄청난 생산력의 동식물군이 번성한다. 열대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지구 표면의 3%에 불과하지만, 이곳엔 전지구 생물의 15%가 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생물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 아직도 인간에 발견되지 않은 동식물들을 헤아릴 수 없다.  

극단적으로 다양하고 비옥한. 열대우림의 자연적 특성은 당신의 책 취향을 대변하기에 가장 적당합니다.  

밀림 같은 포용력:
마치 열대우림과도 같은 극도로 다양하고도 조밀한 책 소비 행태를 보임. 그 어떤 극단적인 내용이라도, 그 어떤 괴상하고 수상한 내용이라도 이 취향에선 대체로 기꺼이 소비되는 편. 가장 다양한 종류의 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지적인 대식가' 계층.  

태양 같은 직관력:
중요한 사실은 돼지처럼 무작정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가치있는 책을 정확히 판단한다는 점. 이런 심미적 분별력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보임.  

원시적인 진실성:
당신의 취향은 뭔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내용과 표현을 선호함. 비록 조잡하고 미숙하더라도, 책이라면 무릇 솔직하게 자신감있게 꾸밈없이 쓰여져야 함.
당신의 취향은 전체 출판 시장의 약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비 규모는 15% 이상일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유명 소설 작가의 상당수가 이 취향에 속합니다. 당신의 취향 중에도 작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 많을 듯. 

다음은 당신의 독서 취향을 자극할만한 거침없는 작가들입니다.  

아멜리 노통브, 김영하, 커트 보네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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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삶이 내게 왔다' 이벤트
그 삶이 내게 왔다
정성일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 삶이 내게 왔다』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만의 길을 찾은 17인의 청춘 <에세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출판사의 소개대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에서든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전적 에세이다. 하나의 테마로 각자 스스로 글을 진행하다보니 글의 편차도 제각각이다.  

   책에 수록된 내용을 (나름)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이는 인생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이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길 또한 불안해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떤이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보고'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자신의 삶을 뽐내기도 한다. 첫 번째 유의 글은 심금을 울리고 두 번째 유의 글은 내 삶을 반추하게 하기도 하지만, 세 번째 유의 글은 지루하고 네 번째 유의 글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든다.(정성일 씨 표현대로, 나 역시 '지식인들이 자기 지식을 뽐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지식인들이 자기 삶을 뽐낼 때는 견디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자기 삶을 뽐내는 것 또한 우리 인간의 한 모습아닌가? '착한' 글만 모아서 책을 묶으면 그 또한 우리 사회를 한 단면만 보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글에서 그들이 이 사회와 부딪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이 책의 의미라면 의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금껏 많이 접하지 못했던 '정보'와 '편견의 해소' 였다. 인권운동, 페미니스트, 행복한 학교, 기생충학, 미술치료, 이슬람 문화, 대중문화(문학) 등의 내용은 그동안 몰랐던 내용이나, 내가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각 꼭지의 분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대충 윤곽은 훓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들의 삶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이 왈가왈부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의 인상깊었던 구절을 조금씩만 옮겨 놓는다. 순서는 거꾸로 가나다순이고, 인용한 문구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문구를 골랐다. 

 

   
 

나는 공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인생이 다 공부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 사람을 약간 고개를 튼 다음 비스듬히 바라본다. 그러면 물어보고 싶어진다. 올해 무얼 배우셨습니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살고 계십니까? 그것들은 그저 말의 수사학이다. 인생을 사는 것은 대부분 자기가 공부한 것을 배신하는 행위다.    

정성일 - 영화,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입니까?

 
   
   
 

          그대의 잠든 하늘을
          잠행하다가
          독일제 대공포 소리를 들었다
          어느 이름 모를 별자리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그는 아마
          저공비행을 하였던 것 같다    

이현우 - 게으른 저공비행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옳은 것으로 간주하며, 특히 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취향에 따른 호불호의 문제를 미감의 우열 문제로 환원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이영미 - 대중의 문화, 나와 당신의 취향

 
   
 

물론 회사에서는 내가 쓴 글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조용했다. 그저 분위기만 싸늘했을 뿐 말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나는 글이라는 것이 말과는 다른, 어떤 힘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느꼈다. 내가 말로 항의했더라면 회사에서 나한테 대놓고 이야기도 못하고 저렇게 끙끙 앓고 난리가 났을까. 회사는 그 조합노보가 못 나오도록 엄청 압력을 넣었다. 나는 결국 세 번째 노보를 내지 못했다. 그뒤로 서울 시내버스 회사 어떤 곳에서도 조합신문이 나오지 않았다.    

안건모 - 내가 버스기사 직업을 버린 까닭

 
   
   
 

요즘 기생충이 어디 있냐고. 대체 기생충학교실이 왜 필요하냐고.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난 "공룡도 멸종되었지만 공룡 연구하는 사람은 있지 않느냐"며 궁색하게 답하지만 그래봤자 쉬이 수긍하려 들지 않는다. 공룡은 귀여운데 기생충은 징그럽다나. 공룡과 일대일로 마주쳐본 적이 있다면 그런 소리는 못할 텐데 말이다.   

서민 - 기생충들아 고마워

 
   
   
 

이제 고백한다. 내가 20년을 인권운동의 길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운동의 주체로 대우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일에서 난 소외되는 위치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 책임지고 일을 해야하는 자리에 있었다.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은 없다.   

박래군 - 인권운동, 나의 영원한 숙제

 
   
   
 

무릇 책이라면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한다. 좋은 책이라는 평을 듣거나 아니면 잘 팔리거나. 거꾸로 말하면 양서도, 베스트셀러도 되지 못하는 책은 출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한 해에 열 권씩이나 번역하는 외국 서적들은 아타깝게도 무려 70퍼센트가 둘 중 어느 축에도 들지 못하는 책이었다. 함량이야 번역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고, 상업성은 사후에 알 수 있지만 대체로 회의적인 예측이 들어맞았다. 차라리 내가 쓰는 게 낫겠다는 오만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그때 부터였다.   

남경태 - 편집-번역-집필의 트리클다운

 
   
   
 

요즘도 노래방에 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레퍼토리가 이들 노래이니 그 시절의 경험이 내 음악적 감수성의 토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로부터 30년쯤 지나 최희준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어린 시절부터 <종점>과 <길 잃은 철새>를 즐겨 불렀다고 하자 선생이 "어이구, 무척 조숙하셨군요"하셨다. 초등학생 주제에 '너무나 짧았던 인생의 종점에서...... 내 청춘 꺼져가네'(<종점>)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 그걸 조숙했다고 해야 할지 불행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김창남 - 어느 얼치기 쾌락주의자의 대중문화 편력기

 
   
   
 

이왕 이 길로 나섰으니, 진짜 직업꾼답게 시골 오일장 거리에 깔릴 수도 있는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 시대 작가들은 참 고급이다. 평균 학력은 모르긴 몰라도 대졸이요, 재미있다기보다는 똑똑한 사람도 많다. 나 또한, '선생님' 소리를 예사로 듣는다. 양심이 찔리고 불편하다. 그런데 이즈음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 나에게 '공선옥 씨' 하면 더 불편해한다. 글쓰기는 적으나마 내게 밥을 먹여주면서도 나를 타락시켜왔음이 분명하다. 

공선옥 - 생의 한데에서 불안에 떨며

 
   
   
 

내 인생 혹은 삶의 방향을 결정지은 정말 그럴듯한 계기나 견딜 수 없는 무엇이 있었던가? 도망갈 수 없는 소명과도 같은 게 있어 그것이 내게 왔던 것일까?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단 한가지만 제외하고. 그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강홍구 - 캔버스 / 카메라 / 도망자

 
   

 

* 덧붙임 

1. 책을 보내주신 로쟈님, 정말로 고맙습니다.   

2. 오타라 해야할지... 서민 교수님 글에서 '『인어공주』의 장서희 씨'라는 말이 나오는데 『인어아가씨』겠죠. 그리고 남경태 작가님의 글 중 제일 마지막 문단에 '그러나 하지만..'이라고 시작되는 문장은 둘 중 하나를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인용에서 빠진 분들의 글이 지루하다거나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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