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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윤대녕이 복원한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
윤대녕의 신작 산문집. 이 책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월간 '현대문학'에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연재를 시작할 무렵 작가는 지나온 생을 돌아보게 되는 나이, 쉰 살의 문턱에 막 넘어서고 있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무엇이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인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존재하게 한 고향집과 어머니에서 출발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 중학 야구의 열정을 기억하며 아이와 함께 찾은 경기장,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음을 통고 받은 공중전화 부스 등 자신만이 겪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깊이감 있게 그려낸다. 비록 과거에 존재했던 공간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버렸지만,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복원함으로써 삶이 남겨준 것들에 대한 의미를 발견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투영되는 사물을 다루는 일에 능숙한 산문쟁이라고 할지라도 작가 개인적인 욕망에 대해 적절한 거리감이 없다면 스스로 세월의 지난함 어딘가에 함몰되고 초심에 근거했던 작가의 산문정신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만년의 완성된 작가가 드문 것이 그 증거이다. 그의 글은 지난날 오래도록 견지했던 중심의 시선을 버리고 초월적 바다의 경계를 유영한 지 오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윤대녕이 지닌 산문정신의 이행은 후배작가들에게는 과寡하고 귀한 일이다. 지금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껏 한국문학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관조, 만년의 문학을 향해 묵묵히 수행하는 자의 참선을 미리 엿보는 일이다. _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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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이야기
로버트 M. 헤이즌 지음, 김미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당신의 세계관을 바꿀 지구 연대기"
인류가 오랜 기간 발 딛고 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구가 훨씬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기 때문일까. 지구를 탐구하는 일은 학문의 영역으로만 남았고, 지구를 느끼기에는 자전과 공전보다 숨가쁘게 지나가는 삶이 너무 빠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열심히 산다고 해도 지구가 돌아가는 속도에 비하면 정지 화면에 가까울 터, 조금 여유를 갖고 지나온 50억 년과 다가올 50억 년을 펼쳐 우주의 탄생에서 지구가 만들어질 때까지, 그곳에 땅이 생기고 대기가 마련되어 생명 그리고 우리가 살게 된 이야기까지 한데 묶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지구의 생물권과 무생물권, 그러니까 생명과 암석이 함께 진화해왔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지구의 역사를 풀어낸다. 어떤 암석은 생명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어쩌면 생명 자체가 암석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이처럼 암석, 대양, 대기, 생명이 복잡하게 연결된 지구계가 최초의 현무암 지각이 생긴 검은 지구에서 대양이 형성되던 파란 지구, 산소가 급증하던 붉은 지구를 지나 육상 생물권이 형성되어 오늘의 푸른 지구에 이른 과정을, 지구 역시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살핀다. 파란만장한 지구 연대기만큼이나 탁월한 글쓰기 덕분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100억 년의 시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그토록 찾아헤맨 당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과학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우리는 과학기술적인 요령을 터득해 우리 세계를 우리 뜻대로 주물러왔다. 금속을 채굴해 제련하고, 비료를 주어 토양을 경작하고, 물길을 돌려 강을 이용하고, 화석연료를 추출해 태운다는 말이다. 우리의 행위들에는 결과가 없지 않다. 우리가 우리 고향 행성의 역동적인 과정들에 파장을 맞춘다면, 날마다 우리 행성이 발휘하는 얽히고설킨 창조력의 모든 측면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세계가 얼마나 무참하게 변할 수 있는지, 우리의 덧없는 열망들에 얼마나 철저히 무관심한지.(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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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마종기.루시드 폴 지음 / 문학동네

"마종기 & 루시드 폴의 두 번째 서간집"
시인 마종기와 뮤지션 루시드 폴,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이 두 사람은 2007년 처음 편지로 만났다. 평소에 마종기 시인을 흠모해온 루시드 폴이 플로리다의 시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 2년간의 편지 교환은 2009년 봄 서울에서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끝을 맺었다. 두 사람이 나눈 예술과 고독과 일상에 관한 교감의 기록을 엮어 <아주 사적인, 긴 만남>으로 출간된 바 있다.

첫 만남 후 5년, 두 사람의 두 번째 서간집이 출간되었다. 책에는 2013년 봄부터 1년간 주고받은 마흔 통의 편지가 담겨 있다. 시인과 뮤지션을 넘어 진정한 벗으로 한 발 더 나아간 다른 듯 닮은 두 사람.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소통으로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나눴다. 보통의 이야기지만 두 사람만의 ‘진심’이 덧입혀져 소박한 감동을 전해준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나는 때때로 고아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려는 사람은 때때로 고아처럼 외로워야만 한답니다. 오죽하면 작곡가 베토벤은 외로움이 자신의 종교라고까지 고백했겠습니까. 미국의 의사 시인으로 미국 현대시의 문을 연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외로움을 자주 느끼지 않는 자는 시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고아처럼 느끼게 하는 이 비 오는 우중충한 시간을 아파하면서도 고마워하고, 고국을 멀리 떠나 살고 있는 내 신세를 힘들어하면서도 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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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의 신기한 모험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앤서니 브라운과 함께 떠나는 동화 속 상상 여행"
앤서니 브라운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윌리'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앤서니 브라운은 '윌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이 현실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그려내기도 하고, 예술작품의 패러디를 통해 명화를 보는 방법이나 자유로운 발상 등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윌리의 신기한 모험>에서 아이들은 윌리와 함께 고전 명작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 문으로 들어가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 나와 함께 가 보지 않을래?' 동화 속 장면을 패러디한 환상적인 그림과 윌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이 말한다. '이제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 유아 MD 강미연

책 속에서 :
그곳은 정말 어두웠어. 내 눈이 희미한 빛에 익숙해졌을 때, 귀가 아주 긴 동물이 통로 모퉁이를 돌아 달려가는 게 보였어. 그 동물은 하얀 토끼였어. 하얀 토끼가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진 거야. 나도 하얀 토끼를 따라 뛰어갔어. 모퉁이를 돌았더니...
내가 무엇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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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매뉴얼
제더다이어 베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미스터리"
대실 해밋 상과 크로퍼드 환상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상한 소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에 주어지는 상과 환상 소설에 주어지는 상을 어떻게 동시에 수상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늘 비가 내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20세기초 느와르 풍 미스터리 소설들을 연상케 하지만 이 설정은 마치 닐 게이먼의 작품처럼 환상 속으로 조금씩 발을 옮긴다.

초현실적인 살인 방법이나 부조리한 조직과 사회 체계처럼 꿈과 환상이 뒤섞이면서 꿈속의 순간들과 같은 장면들이 탄생하고, 그런 소동극 가운데서도 등장인물들은 의연하게 자신의 느와르적 캐릭터를 유지하며 스토리에 독특한 매력을 안겨준다. 원더랜드에서도 느와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탐정 매뉴얼>은 장르 하이브리드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제더다이어 베리는 깔끔한 문학 게임을 구성한 뒤 재치를 잃지 않으며 침착하게 끝까지 완성했다. 독특하고도 초현실적인 후더닛.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제더다이어 베리는 홈스부터 스페이드까지 탐정 소설의 스타일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가진데다 그것을 재생산하는 멋진 능력까지 겸비했다. -가디언
이 데뷔작은 마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이나 카프카처럼, 탐정의 수사 과정을 고전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면서 개성적인 환상 문학의 영역까지 종횡무진 드나든다.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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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마음처방전 : 감정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답답한 엄마와 불안한 아이를 위한 오은영표 성장 백과"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들은 부모를 믿고 사랑하고 의지한다. 아이는 부모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수줍음, 긴장, 불안, 화 등 아이의 행동과 감정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는 도대체, 유독,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소리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의 바로 그 선생님, 오은영 박사가 아이들의 감정을 9가지 키워드로 나누고 키워드별 사례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설명한다. 문제행동에 대한 단순한 대처법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 속에 숨은 마음을 설명해 주고, 부모가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의 이해와 공감이 있다면, 아이는 안심하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저자의 말 :
부모가 안전한 대상일 때 아이들의 감정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아이의 감당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감정 표현에 당황하기보다 부모인 나의 감정 상태와 표현 방식을 점검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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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내가 공부하는 이유"
이제껏 조국 교수가 출간한 사회과학서와 다르게 처음으로 자신의 맨얼굴을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다. 집필 기간에만 2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이 책은 류재운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조국 교수의 내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 글로 구성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조국 교수가 집필하며 최종적으로 완성됐다.

'엄친아'로만 보였던 조국 교수가 어쩌다가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게 되었는지, 당시 최연소로 만 26세에 교수가 될 수 있었는지, 그러나 교수가 되자마자 왜 감옥에 가야 했는지, 지금까지 대표 진보 지식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여전히 즐거운 '공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풀어내며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 속에서 :
나는 언제나 내 공부가 책상머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돈 냄새보다는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나도록 하는 것이 내 공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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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레파스
이종혁 글,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엄마를 떠나 보내고 새엄마를 맞은 열 살 전후의 남자아이가 겪는 심리적 갈등이 생생히 살아 있다. 새엄마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을 풀어 가는 서사적 힘이 대단하다.” - 심사위원(이주영, 송언, 이상권, 박정애, 김기정).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은 두 엄마를 잃은 열 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7,80년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작가에게 슬픔과 불안을 딛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엄마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바탕으로 씌어진 자전적인 작품. 병든 엄마를 먼저 떠나 보낸 아이의 거대한 상실감, 비어 있는 엄마의 자리를 한없이 그리워하면서도 새엄마를 차갑게 밀어낼 수 밖에 없던 상처를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 겨운 엄마의 자리, 엄마라는 풍경 앞으로 독자를 데려가준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창혁아.” “네.” “넌 새엄마의 어디가 그렇게 안 좋니?” 아빠는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면서 물었다. 아빠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여자의 어디가 그렇게 안 좋더라?’ 희한하게도 딱히 어디가 안 좋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아니잖아요.” 잠시 뒤 내가 찾아낸 답은 이것이었다. 나는 이제껏 그 여자를 우리 엄마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바로 그 점이 내가 그 여자를 싫어하는 이유인 것 같았다. - 본문 100~10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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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정민 지음 / 김영사

"조심하라, 바깥이 아닌 당신 마음을"
<일침>을 잇는 정민 교수의 따끔하고 묵직한 전언 <조심>. 제목 '조심'은 지유조심(只有操心)에서 나온 말로, 위험을 피하려 주변을 잘 살피는 의미로 쓰이지만, 본뜻은 마음을 잘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흔들리는 세상 역시 바로 잡아야겠지만, 동시에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붙드는 게 중요하다는, 바깥이 아닌 안을 살피라는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네 글자의 행간을 읽어 깊은 뜻을 전하는 100가지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

지유조심에서 시작해 소년청우(少年聽雨)까지, 옛글을 오늘의 말로, 오늘의 상황을 옛 사람의 생각으로 풀어내는 정민 교수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간결한 글쓰기가 잘 버무려져 어느 하나 놓칠 곳이 없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복잡한 세상을 옛글에 비추어 흐릿하던 시야가 청명하게 변하고 어느새 시절을 넘어설 새로운 혜안이 열리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중간에서 성실한 안내자이자 노련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정민 교수를 만난 일은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세상은 바뀐 것은 하나도 없고 사람들은 답을 모르지 않는다. 물질의 삶은 진보를 거듭했지만 내면의 삶은 그만큼 더 황폐해졌다. 김매지 않은 마음 밭의 뒤뜰에 쑥대만 무성하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다.(서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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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빠른 속도감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겸비한 스릴러"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남자가 한 여자를 납치한다. 그는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여자를 감금해 놓고 몸값을 받아낼 심산이었지만, 다른 범죄 때문에 경찰에 잡힌다. 여죄를 추궁받던 그는 형이 무거워질까 두려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납치 감금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거기에 홀로 갇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영영. 그리고 2년 반이 흐른 뒤 남자는 출소하는데...

<폭스 밸리>는 초반부의 스토리만으로도 인간의 죄의식과 그에 따른 심리 묘사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사건 전개가 빨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가운데, 샤를로테 링크는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희망과 두려움을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건을 은폐한 범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유사 범죄의 주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보편적인 스릴러의 즐거움을 안겨주며,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욕망이 빚어내는 드라마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여러모로 여름에 읽기 좋은 재미난 작품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바네사는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커.
마음속에서 누군가 그렇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아직은 살인이 아니야. 여자를 풀어주면 정상을 참작해 의외로 관대한 처벌을 기대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납치감금 사실을 아예 숨기면?
그 경우 양심의 처벌을 받게 되겠지. 평생 고통스럽고 끔찍한 기억이 죽는 날까지 네 영혼을 괴롭힐 거야. 그렇지만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야.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썩는 것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나아. 아니야,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 없어. 만약 그랬다가는 미쳐버리고 말 거야.
넌 악마 같은 자식이야.
아니야, 난 악마가 아니야.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끔찍한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라이언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동굴 속에서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을 바네사의 운명이 가엾어 울었다. 결국 자신이 아론 변호사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끝내 비겁한 삶을 선택하리란 걸 알기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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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옥스퍼드 대학 친절한 경제 선생님의 1:1 맞춤 수업"
<경제학 콘서트>로 일상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팀 하포드가 3년 만에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독자에게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말하며, '가상 독자와 경제학자의 대화'라는 틀을 짜 넣었다. 마치 수업을 듣는 듯, 유쾌하고도 명쾌한 질문과 답이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는 비싼 커피 값의 비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심리학 등 개인의 선택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은 경제학의 반만 아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크게 보아야 하는 경제 문제들을 제시하며 경제 안목을 넓힐 것을 조언한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타고난 재치는 이 거시경제학 입문 수업에도 물론 적용된다. 오래되어 먹을 수 없는 초콜릿 동전을 땅에 묻은 뒤, 사람들을 시켜 다시 파내게 한다면 경제에 도움이 될까? 수백만 파운드의 지폐를 태워버린다면 인플레이션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더 나아가 왜 포로수용소에서도 경기침체가 존재하는지, GNP와 국민행복지수가 말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사례와 생생한 설명으로 거시경제의 다양한 쟁점과 핵심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팀 하포드의 책은 무엇이든 기념할 만하다. 그는 경제학이라는 '음울한 학문'에 엄청난 즐거움을 부여하는 재주가 있다.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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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안도현이 가슴으로 만난, 시인 백석"
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했다.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던 그가 백석의 생애를 문장으로 옮겼다. 오산학교 재학시절, 일본 유학생으로 보내던 시간, <사슴>을 세상에 내고 '여성'지 편집을 하던, 빛나는 문학청년의 시기, 만주 유랑, 북에 남은 후 노동자로서 보낸 삶을 성실한 자료조사와 함께 엮어낸다. 백석의 삶은 빛의 시기와 어둠의 시기가 교차한다. 위대한 시인의 조용한 죽음을 두고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평하는 부분에 이르면 고요한 감동이 느껴진다.

절창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발표에 얽힌 이야기, 널리 알려진 자야와의 사랑 이야기, 조용한 노동자로서 보낸 그의 말년 등 백석의 시를 사랑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두루 실렸다. 백석의 삶의 궤적을 그가 남긴 시와 따라 읽노라면 어느덧 눈이 나리는 서북의 풍경이 그려질 듯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는 표현은 분명히 문장구조의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충돌이거나 모순이다. 가히 연애의 달인답다. 여기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우주에 눈이 내린다니! 그리하여 나는 가난하고, 너는 아름답다는 단순한 형용조차 찬란해진다.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이 시를 비롯해 백석의 시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그의 시에서 눈은 관서지방의 방언과 함께 북방 정서를 환기하는 주요한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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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마르크스가 오늘날 빵집을 차린다면"
마르크스가 되살아나 한국에서 빵집을 차린다면 어떨까? 몇몇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까지 장악한 빵집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주인공 와타나베 이타루는 일본 작은 시골에 자리를 잡고서, 마르크스 <자본론>을 바탕으로 빵을 만들고 빵집을 운영하며 이 물음에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그는 썩지 않는 돈, 부패하지 않는 경제가 문제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빵을 만드는 균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을 갖춘 재료는 발효를 시켜 영양가와 보존성을 높이고, 생명을 키우는 힘이 없는 재료는 부패시켜 먹으면 해가 된다는 걸 알려준다. 생명은 신경 쓰지 않고 제 몸집을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는 돈은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값싸게 만들고 안전을 위협하고 사용가치를 위장하여, 사람에게서 기술과 존엄을 빼앗고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세계를 가득 채운다. 이타루가 운영하는 빵집은 이런 돈의 세계에서 벗어나 균의 세계로 운영된다. 이 세계를 잘 들여다보면 발효하여 썩는 경제, 사람과 생명이 살아나는 세상의 원리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마르크스가 그랬듯이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썩는다’’부패한다’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따라서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절대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것이 돈이다. 돈의 그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작아도 진짜인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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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성과에 따른 금전적 인센티브는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왜 어떤 행동을 하고, 또 어떤 행동은 하지 않는지 우리는 진짜 알고 있는 걸까? <포브스>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7인으로 선정한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사람이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대상을 파악한다면,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동하게 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킬리만자로 산기슭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양조장까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의 중역 회의실까지, 이론과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고, 놀이하는 현장에서 인간 행동의 동기와 원인을 뿌리 깊이 파헤친다. '경제적' 차별이 사회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현대사회에 만연한 위험으로부터 정부가 개인을 어떻게 보호해줄 것인지, 갈수록 심각해지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교육 격차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등. 책은 비즈니스, 정치, 교육, 철학계를 막론하고 경제학이 가져온 생생한 변화를 보여주며, 인간과 세계가 움직이는 숨겨진 원리를 밝혀낸다. 인간을 이해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실용적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경제학 분야에서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를 빼고는 혁신을 논할 수 없다. 특히 경제학의 범위를 확대하고 민감한 급소를 분석한다. 그동안 출간되기를 고대해왔던 최고의 책이다. - 댄 애리얼리 (<상식 밖의 경제학> 저자, 듀크대학교 교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천재는 지극히 명백한데도 다른 사람은 전혀 보지 못하는 현상을 포착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존 리스트와 유리 그니지는 확실히 천재다. 과거 50년 동안 경제학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혁신 분야를 개척했다. - 스티븐 레빗 (<괴짜 경제학> 저자, 시카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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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축구 교과서
스포츠문화연구소 지음, 한국방정환재단 기획 / 휴머니스트

"어린이를 위한 축구의 모든 것"
‘어린이를 위한 축구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방대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축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니 끝이 없는 축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저마다 풀어낸 무성한 이야기들, 아이들이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엔 버거울 수 있겠지만 각자의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또는 궁금했던 내용들을 순서에 상관 없이 찾아보면 좋겠다. 축구팀에 몸 담고 있거나 축구가 취미인 아이들이라면 실제 경기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적지 않은 팁을 챙길 수 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각하기’를 권하지만 그것이 의무 사항이라고 하지 않는다. 축구장에서 직접 뛰거나 축구 경기를 관람하기에 앞서 어떤 사전 정보를 습득해야 하며, 어떤 축구를 해야 한다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즐거운 놀이로 그쳐도 좋다. 하지만 프로축구 경과 관람이나 아이들의 개인적인 체험만으로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함께' 축구를 하는 것의 다양한 의미를 이 책은 짚어준다. 곧 시작될 월드컵 경기 시청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축구의 세계와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무궁무진하다.

- 어린이 MD 이승혜

저자의 말 :
이 책을 위해 스포츠문화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을 포함하여 아홉 명의 선생님이 한마음으로 모였습니다. 교수, 변호사, 기자, 스포츠 평론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지만, 축구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 모여 저마다의 축구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열광하도록 만드는 축구만의 매력과 그 속에 담긴 인생 이야기, 축구의 역사와 경기 규칙이 지닌 의미, 축구를 하며 달라지는 우리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자세히 담았습니다.
또, 드리블이나 패스가 지닌 의미와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도 하고, 선수들 사이의 믿음과 격려, 책임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더 축구를 재미있기 만드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펼쳐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축구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단단하게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으로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선생님이 되어 줍니다. 그 밖에도 축구 산업과 프로 리그, 감독과 심판, 관중을 비롯해 경기장 안팎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나가는 사람들, 경기장과 축구공 등 축구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 스포츠문화연구소장 이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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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가을방학 정바비의 첫 산문집"
가을방학, 줄리아 하트, 바비빌의 정바비가 첫 산문집을 냈다. 고등학교 때 록밴드를 결성해 전업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그는 1996년에 데뷔 앨범을 내고 십수 장의 크고 작은 음반을 만들어왔다. 이제껏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보고 싶은 것 보며 살아온 그답게 이 책도 내킬 때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관해서만 써온 글들의 묶음이다.

책은 ‘낭만과 각성, 불편의점의 점장이 되고 싶다, 이분법의 유혹, 오렌지 반쪽’ 이렇게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마음 가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선택해 읽어도 좋다. 음악가와 음악, 책, 영화, 사람, 사물, 일상 등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사고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데, 굉장히 가벼운 듯, 속 편한 듯하면서도 밑줄을 긋고,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정바비의 편애 목록을 다룬 마지막 장, ‘오렌지 반쪽’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다나베 세이코, 비치 보이스 등에 관한 보다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산문 읽는 즐거움을 톡톡히 보여준 이 책을 덮는 순간 작가 정바비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질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나는 쾌락주의자입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인생은 즐겁고 가슴 뛰는 일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을……. 나는 같이 농담을 주고받던 친구의 웃음소리가 하도 우스워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립니다. 골목길에서 어떤 꼬맹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지나쳐서 열 걸음 정도 가다가 문득 돌아보았을 때 그 녀석도 나를 돌아보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도 아직 토요일 점심에 불과해서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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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름으로 1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변용란 옮김/민음사

"보이지 않는 별들의 삶"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 그러니까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자신의 빛을 전하는 별은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별들 중 몇 퍼센트나 될까. 대단히 낮은 비율일 것이다. 지구에 다다를 즈음에는 빛이 약해지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다른 밝은 별에 가려지기도 하고, 심지어 지구까지 아직 빛이 다다르지도 못한 별들도 있다.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은 특별히 한정된 시공간에서 만난 별들이다. 그러나 광공해가 없는 곳에서 어둡고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기에는 있어야 할 것들이 이미 모두 가득 찬 것처럼, 검은 하늘을 꽉 채운 것처럼 보인다.

이전 대표작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인 작가가 19세기의 과학 르네상스를 소재 삼아 인생과 세계를 연결지으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다소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꾸준히 '산다는 것'에 대해 말해 왔다. 그리고 점점 더 차분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이제 잘 보이지 않는 별들의 세계에 대해 낮은 주파수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19세기와 여성이 조합될 때 대부분은 갈등과 변혁과 욕망을 둘러싼 폭풍을 생각하겠지만, <모든 것의 이름으로>는 그 모든 별자리들의 바깥에서 조용히 어둠을 지키고 있는 작은 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하던 것을 얻었는가 얻지 못했는가, 가졌는가 가지지 못했는가, 갈망하는가 갈망하지 않는가...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 '연극'들 바깥의 어딘가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곱고 희귀한 들풀로 이루어진 군락지가 있다. 어떤 위대한 광휘도 가지지 못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홀로 찾아가 마음을 뉘이고 싶은 곳 말이다. <모든 것의 이름으로>의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면 어느새 그 무명의 평화로운 땅에 다다랐음을, 그리고 그때까지의 여정과 삶의 궤적 모두가 그 작은 땅의 일부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말씀드리기 유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사람은 슬픔 때문에 죽었어요."
"무슨 말이에요, 슬픔이라니? 어떻게요?"
(..)
"앰브로즈는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 꽤 심하게 자해를 했습니다. 이곳 여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상어 이빨로 머리에 자해를 한다고 했던 말 기억해요? 하지만 그들은 타히티인들이고, 그건 타히티의 관습입니다. 이곳 여인들은 그 끔찍한 행위를 안전하게 해 내는 법을 알고 있죠. 그들은 정확히 얼마나 깊게 자신을 베어야 하는지, 그래서 심각한 해를 입히지 않고서 피로 슬픔을 배출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압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 즉시 상처를 치료하죠. 안타깝게도 앰브로즈는 그런 자해의 기술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은 엄청나게 상심했어요. 세상이 그를 실망시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악이었던 것은 그가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사실이겠죠. 그는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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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행복의 진실은 이성이 아닌 본능에 있다"
지금 행복한지 묻고는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을 행복하지 못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 바꿔야 한다며 긍정적인 마인드와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제안하는 익숙한 장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수많은 책과 강연으로 어느덧 행복 과잉 시대가 되었지만, 그에 비해 대다수 우리는 여전히 시원하게 지금 행복하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행복의 기원>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가 아니라 인간이 왜 행복이라는 경험을 하는지, 이 경험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말해 행복의 비결을 묻기 전에 행복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행복은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라 이성을 통한 분석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측면이 큰데, 그간 지나치게 추상적인 논의로 이어져 오히려 명분에 행복을 양보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는 가설을 진화심리학의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간명하게 보여주면서 ‘행복의 진실’을 드러내는 새로운 행복론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이 책은 온갖 행복 테크닉에 중독된 우리 사회를 향한 광야의 외침이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위험한 진실을 말하는 저자의 방식은 세례 요한의 비장함보다는 우디 앨런의 지적 익살에 가깝다.(장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이 책으로 우리는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왜 행복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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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
필 로젠츠바이크 지음, 김상겸 옮김/엘도라도

"올바른 결정을 위한 2가지 열쇠"
그동안 많은 책들이 있었다. 확증, 과신, 기저율 무시, 위치 상향 인식 등, 기존 의사결정 연구들은 올바른 결정에 해가 되는 요소로 이와 같은 편향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이 책은 '그동안 꾸준히 거론돼온 갖가지 결정의 기술 및 방법론이 사실은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2가지 핵심 조건으로 '이성적 사고(left brain)'와 '이상적 자질(right stuff)'을 제시하며 실제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올바른' 결정들에 숨어 있는 공통적인 가치와 요소들을 정리하여 전달한다. 비즈니스 및 정치, 경제, 사회 분야는 물론 스포츠와 도박에 이르기까지, 책은 '결정'에 관한 다양한 케이스를 살피고 그릇된 의사결정과 리더십 부재가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판단-선택-결정의 연속인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 책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두고두고 널리 읽힐 필 로젠츠바이크 박사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영학자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뉴욕대학교 교수, <블랙 스완> 저자)
논리가 무척 견고해 빈틈이 없는 책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자는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착각의 장막을 걷어낸다. 그동안 우리는 잘못 읽어온 것이다.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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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불꽃처럼 피어나는 생, 전경린 소설집"
"이름은 이인희, 나이는 서른일곱 살. 백화점 관리부서에서 일했는데, 엄마의 당뇨병이 깊어지자 휴직을 했어요. (..) 조용하고 착하고 욕심이 없어서 어느 땐 사람 같지가 않아요." <천사는 여기 머문다2 中> '전경린적'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한 여자가 있다. 모든 자유를 가진 것 같지만 원하는 것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 고요하고 속을 알 수 없지만 실은 타오르는 정염을 깊게 품고 선 사람. 전경린의 여자들, 그 단단함을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었다.

'죽어서 떠오른 물고기같이 싫증나는 도시', '그 모든 것은 천지간에 존재해온 구태의연한 게 아니던가'라고 묘사되는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상처가 벌어지듯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는 경이로운 삶의 모습. "우리 생의 기쁨이란 슬픔보다 더더욱 비밀스러운 것이 아닐까요?"라고 아홉 편의 소설이 묻는다. <물의 정거장>이후 11년 만에 만나는 전경린 소설집. 이상문학상과 현대문학상, 대한민국소설상 수상작이 고루 실렸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러나 나는 흙과 물고기와 수초 냄새가 아득하게 섞인 흐린 강물 냄새에 취해버렸다. 물의 따스함과 서늘함과 물결에 부딪쳐 반사하는 햇빛의 아룽거림과 물속의 어둡고 깊숙한 그늘이 내 몸 안에서 뒤치었다. (...) 한낮에 마당에서 놀다가도 몸이 물결 속으로 곤두박질치듯 화들짝 놀랐다. 그럴 때면 강이 부르기라도 한 듯, 강에 가겠다고 울었다. 나는 땅의 밋밋한 바닥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외할머니가 말했다.
"우리 은애가 상사병이 걸렸구나...... 이 동네에도 어느 해 여름에 그런 병에 걸린 남정네가 있었단다. 그 남정네는 매일 강에 가서 이 강변에서 저 강변으로 건너다녔지. 매일매일 강에 들어가더니 태풍이 온 날도 갔단다. 물이 불어난 폭우 속에서도 도강을 했어. 그러다가 떠내려가버렸단다. 어디까지 떠내려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어. 바다까지 가 물고기에게 눈이 파먹혔을 거야..... 그래도 가고 싶으냐?" (<강변마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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