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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독보적 문장, 독보적 감성, 김연수의 귀환"
김연수가 돌아왔다. 그간 소설집을 묶었고, 좋아하는 문장을 추천했고, 절친한 작가와 영화방담을 나누었고, 부지런히 번역을 했다. 다시 김연수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 이후 4년 만에 만나보는 반가운 장편이다. 1984년,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다른 이들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있게 된 ‘원더보이’ 정훈. 아버지의 불의의 사고가 남파간첩을 격파하기 위한 애국적 행위로 변모하고, 정훈의 능력은 높으신 분들에 의해 고문실에서 취조중인 사람들을 마음을 읽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소년은 사랑하고 성장한다.

독보적인 문장, 독보적인 감수성이 반갑다.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하나씩 경쟁하듯 말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는 풍경, 읽지 않아도 되는 타인의 마음속을 읽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소년, 그리고 ‘인생의 1초가 그렇게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는 걸(41쪽)’ 알 법한 사람들과의 만남. 예민한 소년의 입으로 서술되는 우주적인 쓸쓸함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글을 쓰게 되어 있고, 그렇게 살게 되어 있다는 작가 김연수는 잘 벼려진 문장으로 이 ‘원더보이’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315쪽)이라고 말하는 소설을 읽다 보면,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기적을 믿을 수 있을 것도 같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 겨울 내내 고문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고문당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고통이 절정에 이를 때, 그들은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떤 고통도 자신을 완전히 죽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차례로 발견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저마다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자기가 개나 돼지 혹은 곤충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들을. 가슴이 터지도록 누군가를 꽉 껴안아 다른 인간의 심장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흡족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배가 아프도록 웃던 순간을, 단풍이 든 산길을 걸어다니고 쌓인 눈을 밟고 초여름의 밤바다에 뛰어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초승달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들은 죽어가면서 떠올렸다.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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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혁명
이지성.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그대의 생각이 미래다"
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가 만났다. 나이도 전공 분야도 다른 그 만남의 연유를 묻자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서, 라고 답한다. 불안, 불황, 불확실로 대변되는 이른바 '3不'의 시대다. 시대를 돌파할 방법을 아무리 찾아도 길도 답도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너도나도 서로의 아픈 상처를 내보이며 위로를 갈망한다. 이 책은 그런 시대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옳은 답'이 없다고 포기하기 전에 우리 먼저 '옳은 질문'을 해보자고. 혁명을 해보자고.

너의 좁은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말라고 일갈한 장자를 통해 생각 뒤집는 법을 배우고, 낙원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든 있다고 했던 토머스 모어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방향을 가늠한다. 이외에도 <논어>, <국가>, <군주론>, <북학의> 등 그들이 함께 읽어 보자고 펼쳐 든 고전의 리스트가 화려하다. 저자들은 결국 고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고전 읽기를 권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고, 당대의 흐름을 바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해온 '생각들'에서 지금의 현실을 타개할 비책을 배우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이다. 깊이 있는 생각과의 조우를 통한 새로운 생각의 잉태, 생각의 변화를 통한 나와 삶의 변혁, 책은 동서양 인문고전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새로운 해법을 통해 '나'의 머리로 생각하고 '나'의 두 발로 땅을 딛는 삶의 길을 제시한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황광우) 그런데 참 이상해요. 인터넷이 모든 개인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사회에서 개인은 참 외롭고 힘들어요. 웹 공간에서는 체온을 느낄 수가 없어요. 고전과는 달리 말이죠. 이지성) 사람들이 고전에서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고전을 통해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 자신의 온기를 재발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황광우) 고전이라는 낯선 공간, 낯선 과거의 시간을 여행하다 어느 순간 자신과 만나게 되는 거죠. 그때 무엇인가 깨달음이 머리와 가슴을 강타하겠죠. 이지성) 끊임없는 각성, 이것을 다시 혁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흔들려서 넘어졌고 그래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막상 발을 딛고 일어서보니 물이 깊지 않았다. ...그걸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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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완득이>, 김려령 문학의 어루만짐"
2011년 가을, 특별한 제자와 특이한 선생님이 극장가를 강타했다. 5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완득이>의 김려령이 2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냈다. “나는 도둑이다.” 낭만적 도둑도, 생계형 도둑도 아닌 순수한 도둑, 유독 손이 예민해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훔치고 있는 소년 해일의 이야기다. 여기에 욕에도 스타일이 있다고 믿는 진오, 이혼 후 따로 살게 된 아빠를 연민하면서도 밀어내는 지란, 찰진 짝사랑만 반복하는 다영의 이야기가 얽힌다. 해일이 훔친 지란의 전자사전에서 시작된 이야기, 생동감있는 캐릭터가 자기 안의 가시를 드러내며 와글거린다.

부화되지 못한 병아리를 키우듯, 가슴 속에 감춰둔 자신만의 가시. 고백하지 않으면 뽑아낼 수 없는 가시를 두고 아이들은 고민하고 방황한다. 그러나 고백하지 않으면 가시를 뽑아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아이들은 마지막 용기를 낸다. 네 소년소녀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해일의 형인 ‘감정설계사’ 해철, ‘용창느님’ 조용창 선생님이 있다. 믿어주고, 들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의 존재. 김려령의 소설은 꼭 이들처럼, 이야기를 읽는 이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담임은 해일이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는 것을 본 뒤에야 말을 이었다. “누군지 가져간 물건은 입맛에 맞게 잘 쓰고, 대신 훔쳐간 영혼만큼 자기 영혼도 깎여 나간다는 것만 명심해라. 수업준비하자.” 담임이 교실을 나갔다. 해일은 창밖을 바라보며 담임에 대해 생각했다. 화학 담당 조용창 선생님.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부드러운 저음에 힘이 실린 목소리. 쌍꺼풀 없는 눈 속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차가운 듯 따스하다. 비웃음이나 조롱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동자. 사십 대 남성임에도 꽤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깎여 나가는 영혼이라……’ 담임의 말은 자석 다트처럼 날아와 해일에게 척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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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가 된 아이
김남중 지음, 김주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세 아이가 맞닥뜨린 세 얼굴의 전쟁"
1271년, 삼별초와 고려 몽골 연합군 전투가 벌어진 진도. 몽골군에 아버지를 잃은 송진이, 삼별초 장군 배중손의 딸 선유, 몽골군 사령관인 삼촌을 따라 고려 원정에 나선 테무게.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세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삼별초 항쟁을 다양한 시각으로 묘사했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이 몽골군의 첩자가 되어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기까지, 긴박한 여정을 숨가쁘게 따라간다. 서로 다른 운명을 지고 있으면서도, 모두 비극 앞에 내몰렸다는 공통점을 지닌 세 아이들이 엉키고 충돌한다. 무엇이 전쟁을 위한 것이고, 또 무엇이 평화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삼별초 항쟁이 뚫고 지나간 시대의 숨결을 생생하게 되살리면서, 전쟁과 전쟁 앞에 놓인 인간을 치밀하게 탐색하고자 한 역사동화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옹주의 결혼식>에 이어 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아버지를 죽인 몽골군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눈가가 뜨거워졌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다! 슬프고 부끄러운 마음이 왈칵 들면서 송진이 눈에 눈물이 맺혔다. 송진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앞서 걸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삼별초가 진도에 안 왔으면 몽골군이 안 왔을 거예요. 삼별초가 강화도에 있었으면 우리 아버지는 안 돌아가셨어요. 나도 이렇게 안 되었을 거예요. 삼별초 때문에 전쟁이 길어진 거잖아요? 난 이제 어떡해요? 우리 어머니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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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제정신
허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착각하라! 착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착각’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가 밝혀낸 ‘착각의 메커니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착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삶의 장면을 콕 집어내, 우리가 언제, 어떻게, 왜 착각에 빠지는지, 착각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는지, 벗어날 수 없다면 반대로 착각을 활용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등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불편한 진실에 다가선다. 이렇게 밝혀진 착각의 실체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거나 좌절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평생의 착각을 깨닫고 나서야 진실을 볼 수 있었듯, 인간 역시 자신이 착각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작게는 나와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늘 착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해심과 배려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고, 크게는 당연하다는 착각으로 대충 넘긴 세상의 각종 현상을 분석하는 독특한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물론 긍정적 착각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착각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현실을 착각과 비슷하게 만들어보려 노력한다고 고백한다. 흔히 말하듯 착각은 자유다. 다만 이 책은, 착각의 자유를 방종이 아닌 능동적 권리로 ‘착각’해보자는 제안이다. 재미나지 않은가. 착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니.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트렌드 및 소비자를 분석하면서, 소비자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바라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한다. 왜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착각할까? 왜 나중에서야 깨닫고 후회를 거듭할까? 그런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착각과 후회를 반복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기왕에 빠질 착각, 좀 더 ‘행복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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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남자의 마음엔 외로운 아이가 산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외롭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다져왔던 위치에서 멀어질수록 일상은 허전하고 삶은 서글퍼진다. 사는 게 이토록 힘든 이유를 정치나 경제 혹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 탓이라 여기며 끝없이 토론하고 싸우지만, 그다지 변하는 것은 없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통해 여가와 재미의 필요성을 인문 심리학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던 김정운 교수가 이 땅의 외로운 남자들을 위해 <남자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저자는 불안하고 슬픈 한국 남자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관계에 치이고 삶이 슬픈 남자들의 마음을 건강검진하듯 구체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해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텁텁한 삶을 달래는 유쾌하고도 찡한 위로를, 2부에는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열세 남자들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식에의 욕망을 나타낸 이어령의 3미터 책상을 통해 대학자의 근원적 외로움을 엿보고, 먹을 갈고 글씨를 쓰는 것처럼 20년 무기수의 삶을 과정 그 자체로 살아온 신영복의 벼루를 마주한 순간의 진한 감동을 가만히 훑다 보면, 이 남자들의 인생을 관통하는 삶의 태도와 쌓아 온 시간이 성큼 다가온다. 저자는 자신과 지인들의 물건을 한가득 펼쳐놓고 이제 당신의 차례라고 바통을 넘긴다. 물건을 매개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마음의 '검진'을 시작하자는 것. 자신을 설레게 하는 사소하고 특별한 물건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진정 스스로를 충만하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행위란 무엇인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즉, 그곳이 무기수에게는 삶의 전부인 것이다. 어찌 충실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처음처럼'이라는 게 뜯어내는 게 아니고, 뭔가 그 다음 장을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쓰는 것, 그래서 글씨가 좀 잘못되었더라도 뜯어내지 않고 다시 시작함으로써 결국 두꺼운 노트를 갖게 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산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것은 결코 뜯어낼 수 없는 거다. 늘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뭐 이런 뜻으로 시작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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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뿌리는 자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 북로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그 다음 이야기"
<바람을 뿌리는 자>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이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다음 이야기.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가 그대로 등장하며 사회적 이슈를 주요 갈등으로 삼는 특징도 여전하다. 풍력 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환경보호론자들의 강경한 저항, 그리고 개발 이권에 얽힌 암투가 맞물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전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비해 등장인물의 숫자가 적고 사건의 밀도가 높아 집중력이 좋다. 이혼남 보덴슈타인의 갈 데 없는 마음도 더욱 크게 흔들린다. 그렇다 보니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잘 읽힌다. 킬링타임 미스터리의 요건을 잘 충족시킨다.

그러나 <바람을 뿌리는 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친한 친구들>에서도 주요 소재로 이용된 바 있지만, 환경 문제에 얽힌 복잡한 시점을 살인 미스터리를 통해 풀어가는 솜씨가 더 노련해졌다.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리즈라 할 수 있겠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사람들은 항상 날 속였어요. 내가 속여먹기 좋은가 봐요. 내가 멍청해서 그렇겠죠?”
“아니, 그건 멍청한 게 아니야. 사람들을 잘 믿는 거지.”
“다시는 사람을 못 믿을 것 같아요.” (…)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크게 실망을 하지. 하지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거짓말쟁이들을 가려낼 수 있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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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 김영사

"아직 하나의 우주에 살고 계신가요?"
이론물리학계의 독보적 저자 브라이언 그린이 돌아왔다. 전작 <엘러건트 유니버스>에서 입자물리학의 발전을 정리하며 양자역학과 초끈이론을 ‘비교적 쉽게’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현대 우주론의 핵심 평행우주의 다채로운 면모를 ‘정말 쉽게’ 풀어낸다. 어린 시절 두 개의 거울 사이를 오가는 빛의 움직임에서 시작한 우주로의 여행은 천동설에서 빅뱅 이론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인식 변화를 따라가는데, 빅뱅 이론이 열어젖힌 다중우주는 인플레이션 다중우주, 양자 다중우주, 궁극의 다중우주 등 무려 아홉 가지에 이르는 상상 가능한 우주를 선사한다. 브라이언 그린은 이러한 다중우주론이 공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변이 아니라 명징한 수학을 바탕으로 한 이론들이 확장하면서 마주한 필연이라 말한다. 물론 그는 명쾌한 논리와 빛나는 위트로 현대 우주론의 기반과 쟁점, 전망과 가치를 술술 풀어낸다. 다만 그 역시 어느 것이 진정한 실체인지 못 박지는 않는다. 어쩌면 실체의 내용 못지않게 바깥에 대한 탐구 의지와 상상력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우주가 하나이거나 여럿이어도, 혹은 넓어지거나 좁아진다고 해도 인간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우주의 한 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이지만, 우주의 실체에 대한 사고도 바로 이 한 점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137억 년 우주의 역사가 섬광처럼 번뜩인다. 우주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경이로운 비밀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는 올해 당신이 선택해야 한 단 한 권의 과학서이다.(<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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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초 월드 - D의 복합/짐승의 길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모비딕, 북스피어

"깊이와 재미를 겸비한 작가가 세상에 몇이나 있습니까?"
마쓰모토 세이초는 거인이다. 아직 이 거인의 실체가 드러나려면 한참을 더 가야겠지만, ‘세이초 월드’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두 작품을 통해 그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를 거인이라고 말한 이유는 각종 세계문학전집에 넘쳐나는 대부분의 위대한 작가들을 뛰어넘는 매력 때문이다. 그 매력은 바로 ‘보통의 재미’다. 고전의 반열에 자신의 작품을 끼워 넣은 위대한 작가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평범한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소설’을 읽는 거의 모든 부류의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세이초의 소설들은 양가적인 매력을 지닌다. <짐승의 길>은 권력과 욕망을 둘러싼 통속극이고 <D의 복합>은 연쇄살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 두 작품은 소위 대중 소설의 미덕을 충실히 따른다. 잘 짜여진 스토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소설의 가장 원초적인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다(두 작품은 모두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심상치 않은 깊이를 품고 있다. 당대의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짐승의 길)과 민담-전설의 현대적 변형(D의 복합)은 소위 ‘문학적 성취’에 가깝고, 취재를 바탕으로 다져놓은 단단한 현실감이 그 완성도를 더한다. 문장은 짧고 단단하며 묘사는 간결해서 흔들림이 없다. 즉, 쉽고 재미있고 깊다.
 
온갖 천재들이 횡행하는 문학계에서 보통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들의 시선을 더 높은 곳을 향하게끔 만드는 작가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그 행운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두 작품 모두 기꺼이 추천한다.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좋은 모레, 매일매일 행복한 나, 제멋대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망에 홀리는 것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죄를 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결락되어 있는 인간은 무력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럼에도 세이초는 절묘한 필치로 인간의 이런 온갖 모습을 균형 있게 그려낸다. –기리노 나쓰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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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밥그릇
곽정수 지음 / 홍익출판사

"잘 나가는 재벌들, 그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삼성전자는 201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0조와 16조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100조-10조 클럽'에 들었으며, 지난 10년 동안 총 영업이익이 76조 3,652억 원이라고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국내 하청업체들의 단가인하 총규모는 25조~30조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5%에 달하는데, 단가인하가 없었다면 그 비율은 7% 중반대로 급락한다. 이 수치가 말하는 것이 결국은 무엇인가.

한겨레신문에서 20년 넘게 이른바 '대기업 전문'으로 활동한 곽정수 기자의 새 책이다. 시장과 자유경쟁이라는 이름 아래의 기형적 대기업 성장을 보여주고 이 횡포에 숨죽인 중소기업들의 처절한 현장을 고발한다. 이런 환경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대한민국 기업과 경제의 현재를 담았다. 손에 넣기 쉽지 않은 통계 자료와 대기업 총수, 정부 당국자의 목소리, 경제 전문가들의 식견 등을 솜씨 좋게 버무려 풀어 놓아 쉽게 읽힌다. 경제선진국에서 시행중인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증거를 통해 '상생'을 기본 가치로 하는 한국 경제의 새 판을 제안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저자의 말 : 이 책은 재벌 대기업에 대한 비난이나 질책이 목적이 아니다. 현실 문제는 선악의 이분법적 접근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反) 재벌'이 악일 수 없듯이 무조건 선일 수도 없다. 이 책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 우리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탐욕과 독점이 지배해온 세상에서, 책임과 공존의 세상으로 바꿔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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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예담

"이야기꾼 천명관의 찬란한 시절"
삼촌은 브루스 리를 흠모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용’에게 어울리는 살무사라도 잡아 제사를 지내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삼촌이 사랑한 것은 브루스 리의 세계 모두였다. 그는 스스로를 무도인이라고 생각했고, 동대문과 청량리, 서대문과 용산 등지를 떠돌며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브루스’스러운 삶을 살았다. <고래>, <고령화 가족>의 작가 천명관의 장편소설. 특유의 흡인력 있는 말투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평범한 개인들이 고달픈 삶을 살아낸 신산스러운 과정을 이야기한다.
 
능수능란하고 유쾌한 입담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그 시절’의 모순과 열정을 그려낸다. 서자로 태어나 평생 이소룡의 ‘짝퉁 인생’을 살아낸 말더듬이 삼촌, 반편이 ‘브루스’ 권의 인생을 소설은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모방과 아류, 삼류조차 되지 못한 남루한 이들이 살아내야 했던 산업화, 군부독재, 민주화혁명, 자본주의의 혼란기. 보통 인간의 실패의 연대기를 따라가다보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지하고 애정어린 성찰과 함께, 흐릿하지만 확실한 삶에 대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그날 삼촌은 왜 그렇게 바삐 촬영현장에서 도망쳤을까? 그것은 그의 영혼을 단숨에 꿰뚫고 지나간 그 강렬한 빛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서였을까? 아니면 그 빛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자신의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서였을까? 삼촌은 우연한 기회에 영화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선 우리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본의 아니게 걸치고 온 가죽재킷을 입고 자주 거울에 비춰보며 마치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곤 했을뿐이었다. 이때 삼촌은 카메라 앞에서 그림처럼 멋진 공중회전을 선보였던 그 순간을 회상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눈동자를 스쳐갔던 원정의 고혹적인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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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해도 괜찮아
법륜 스님 지음 / 지식채널

"방황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사람은 살아가면서 나이에 따라 시기마다 여러 가지 인생 문제를 겪기 마련이다. 학생은 공부 문제로, 청년은 연애나 취업 문제로, 중장년은 자녀와 노후 문제로 고민한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데 막상 닥쳤을 때에는 담담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갖가지 고민들에 휩싸인 이들에게 법륜 스님이 쉽고도 명쾌한 인생 해법을 제시한다.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卽問卽設)을 통해 1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인생의 멘토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베스트셀러 <스님의 주례사>, <엄마 수업>을 접해본 독자라면 이번 출간작 <방황해도 괜찮아>를 통해서도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법륜 스님이 만난 청춘들은 하나같이 시험, 취업, 사랑, 결혼, 인간관계 때문에 갈등과 고민을 호소했다. 법륜 스님은 그들에게 틀리면 고치면 되고, 물어서 배우면 되고, 실패하면 ‘넘어졌구나!’ 하고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된다고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중요한 건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고, 자신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고, 따끔한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방황해도 괜찮아>는 ‘청춘 멘토링’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연애, 결혼, 직장,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인생을 살면서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괜찮다. 괜찮다. 이 한마디의 말이 늘 목마른 저이기도 하고, 우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는 행복한 청춘이 되길 희망합니다. 너무 쉽고 명쾌해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_ 김제동(방송인)
 
그대들은 끝내 낙담하지 않았구나,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에 사그라질 위로와 공감이 아닌, 결코 변치 않는 지혜와 뜨거운 자비로 마음을 내어 살펴준 스님께 늘 그렇듯 존경심을 전합니다. _ 노희경(드라마작가)
 
내 이십대는 주로 슬프거나 아프거나 화가 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도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죠. 스님의 글을 읽으면 지금도 위로를 받습니다. 차분해지고 확연해집니다. 마음이 그렇다면, 진짜 방황 좀 해도 괜찮다 싶어요. _ 김여진(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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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눈 밝은 독자의 선택, 황정은"
<백의 그림자>로 2010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황정은.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시적인 문장이 담긴 소설은 조용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가의 이름은 눈 밝은 독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웹진문지문학상 등의 작품집에 추천되며 독자의 기대에 부응해온 아홉 편의 단편이 소설집 <파씨의 입문>에 실렸다. 두번째 소설집이다.
 
세계는 나쁘고, 인간은 연약하다. 덫을 놓아 쥐를 잡으면서도 쥐의 두통을 걱정하는 사람들, 연인의 곁에 원령이 되어 남았으면서 그 이의 집에서 풍길 생강냄새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피부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유독약품을 쓰는 직장은 그만두면 된다고 말하는 자들, 죽어가는 고양이를 거세하며 귀를 베어가는 이들은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가. 황정은은 약한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기록한다. 분노하지도, 체념하지도 않는, 안을 향하는 시적인 문체로. 약한 것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끝내는 ‘그림자를 잃게’ 되는 세상, 아름답고 저린 황정은의 문장들이 귀한 이유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파씨는 어제저녁에 추웠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추울 예정입니다, 아저씨도 춥습니까, 거긴 춥습니까, 세계는 춥습니까, 파씨는 세계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거기가 춥고 아저씨가 너무 추워서 지금 울고 있다면 세계는 빌어먹게 나쁜 곳입니다,라고 씁니다. 파씨의 선생님이 파씨를 불러내어 이것은 위문편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파씨의 선생님은 파씨에게 새로운 편지지를 내주며 편지를 다시 쓰라고 말합니다. 진심을 담아, 세계 평화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세요,라고 제대로 된 위문편지를. 그러니까 위문慰問이라니 깜짝이지 싶지만 어쨌건, 진심을 다한 위문으로 위문편지를 쓰라고 말합니다. 파씨는 종이에 안녕하세요, 한 줄을 적고 나머지를 빈 채로 남겨둡니다. 왜냐하면 파씨는 조그맣고, 조그만 파씨의 조그만 평화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세계의 평화 같은 거대한 것은 파씨가 감히 소원해볼 수 없는바, 파씨는 편지를 빈 채로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내려가서 불을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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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뇌
라이오넬 타이거,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신의 존재보다 중요한 물음, 인간은 왜 종교를 믿는가"
신은 정말 존재할까?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 당대의 지성들이 이 물음에 도전했지만 현실의 결론은 ‘아직 알 수 없다’ 쪽이다. 아무리 종교를 비판하고 과학의 우월성을 입증해도 ‘인간의 종교성’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소모적인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다.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 왜 인간이 수많은 증거들에도 신을 떠나지 않는지를 탐구하는데, 각각 인류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두 저자는 뇌과학 실험을 통해 인간이 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하고 내세를 믿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종교의 생물학적 기원을 찾아간다.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와 결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뇌는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한다. 확실해질 때까지 상상하거나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스트레스는 때로 인간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종교는 이런 뇌의 약점(?)을 파고들어 확실하고 분명한 데다 균형까지 잡힌 아름다운 체계를 뇌의 입맛에 맞게 전해준다. 이렇듯 신(종교)이 뇌를 위안해주고, 뇌는 믿음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며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인간을 종교에 묶어둔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당연히 기존의 신 존재 논쟁이나 종교와 과학의 대결을 살펴볼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종교는 충분히 유용하고 가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여러 판단을 잠시 미루고, 신에 대한 믿음을 작동시키는 뇌를 살펴봄으로써 어쩌면 종교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건 아닐까.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종교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종교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아닌데도 최근의 격렬한 종교 논쟁에는 과학적 해석이 결여되어 있다. 이 책의 창조적인 설명들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신앙에 대한 우리 자신의 노력과 시도들을 도와줄 것이다.(멜빈 코너, 에모리 대학교 인류학과 및 신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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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제임스 하킨 지음 / 더숲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세계 금융의 주류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보통사람들',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 음악시장이 열광하고 있는 한류 음악, 정치·사회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집시킨 작은 인터넷 방송… 정치·경제·문화·사회적으로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현상은 하나의 흐름을 가리킨다. 주류(mainstream)의 종말. 우리는 왜 더 이상 기존의 주류를 좋아하지 않을까.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하킨은 이 물음에 '니치 Niche'로 대답한다.

틈새시장이라는 의미의 니치마켓이라는 용어는 경제학에서 이미 사용해왔다. 다만 이 때의 니치란, 주류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주변적이고 소극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니치 개념을 뒤집는다. 저자는 기존 중간층의 소멸과 잡식성으로 변한 대중 사회를 보여주며 이제 미래는 기업과 조직 및 모든 분야에서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는 과테말라 커피와 향이 풍부한 자바산 커피, 감미로운 케냐 블렌드 사이의 차이에 대해 알기를 열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드는 순간,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순간, 마음도 정답도 사라진다. 책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거미줄처럼 얽힌 지금의 니치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니치를 먼저 점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침을 제시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잡식성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별나고 극단적인 결합으로부터 문화적 메뉴를 마음껏 골라잡는, '픽 앤 믹스'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내가 토요일 오후에 축구 경기를 시청한다는 이유만으로 저녁에 오페라 극장으로 향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누군가 자연식품 매장 홀 푸드에서 쇼핑을 한다고 해서 기세 좋게 투표소로 달려나가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인과 관계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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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밝은세상

"누군가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대표작 <빅 픽처> 이후로도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로맨스와 스릴러를 섞는 실험을 계속 진행 중이다. 신작 <파리 5구의 여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 피다가 들켜 삶의 터전을 한 방에 잃어버리고 파리로 도망 온 전직 대학교수가 주인공이다. 그처럼 가진 것 없는 이방인들에게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아니다. 파리 5구와 10구 사이의 파라디스 가에 프랑스 인은 거의 없다. 그곳은 가진 것 없는 이방인들이 마치 격리 당한 것처럼 모여 지내는 구역이다. 전직 대학교수였던 미국인 해리 역시 파라디스 가로 밀려나 희망이 거의 없는 삶을 영위할 각오를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고 해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여인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녀는 다음 약속을 늘 직접 지정한다. 지정한 장소에 지정한 시간에만 만날 수 있다. 그에게 어떤 다짐도 약속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를 궁금해하고 얘기 듣기를 원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점은 더욱 늘어간다.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는데, 그들은 모두 해리를 괴롭히거나 불쾌하게 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일까?
 
스토리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지만, 걱정 않으셔도 된다. 여기까지는 전개에 불과하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전형적인 이야기꾼 류의 소설가이고, 구비구비 더 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작가의 팬들은 아직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 케네디는 여전히 여러분이 좋아하는 글을 선사하는 중이다.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니지?”
“진실이 뭔지 나도 잘 몰라. 미안해.”
“왜 자기가 미안해? 남자들은 어차피 다 거짓말쟁이인데.”
“노코멘트.”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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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선물"
2011년 1월 22일,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나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의 소설을 그리워하는 독자들을 두고도 시간은 흘렀다. 다시 1년, 故박완서 작가 1주기에 맞춰 마지막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친절한 복희씨> 이후 작고하기 전까지 발표한 세 편의 소설과, 평론가 김윤식, 소설가 신경숙, 소설가 김애란이 추천한 세 편의 소설을 모아 엮었다.
 
“문학은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인간으로서의 자기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하는 데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인간이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던 노작가의 목소리대로, 박완서의 마지막 소설집은 끝끝내 살아남은 이들에게 인간다움을 묻는다. 전쟁과 가난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가 ‘그리운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순간, 칼날 같은 통찰이 삶의 모순을 깨닫게 한다. ‘그래요. 사람은 참 겹이 많지요.’(72쪽) 그 겹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죽을 때까지’ 쓰려했던 작가, 박완서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소설집이다. 
소설 MD 김효선

소설가 신경숙 :  어젯밤에는 내내 잠을 못 자고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꼼짝못하게 하는 당신이 쓴 작품 속의 문장들이 통째로 떠오르기도 했고, 당신이 내게 베풀어준 사랑들이 구슬들처럼 잠자리를 굴러다녔습니다. 무엇보다 여기 올 때 당신을 뵙지 못하고 전화 통화만 하고 온 것(정말이지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이 후회스러워 돌아눕고 돌아눕고 했습니다.

소설가 김애란 :  나는 여전히 선생이 만들어낸 골목 안에서, 시장에서, 학교 또는 주택가에서 내가 아는 장소, 내가 사는 세계와 만난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빨리 크느라 제대로 크지 못해,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개의 기관을 기워붙인 듯 괴상한 얼굴을 가지게 된 한국에서, 오늘과 어제가 쉽게 작별하고, 내일을 오늘인 양 자꾸 우겨대는 이곳에서, 사십구 년, 이미 반 세기에 가까운 시차를 사이에 둔 선생님의 근본과 나의 근본은 어찌 만나나. 어둠 속 뿌리는 물길을 어떻게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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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지음, 정수란 옮김 / 글논그림밭

"21세기 비극의 현장, 피의 잉크로 그려낸 현장 르포"
비극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팔레스타인>의 작가 조 사코가 다시 그린 가자 지구 이야기. 2002~2003년 가자 지구를 다시 찾은 사코는 유엔 보고서에 짧고 모호하게만 언급된 1956년 민간인 학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1956년 11월, 이스라엘 군인은 가자의 칸 유니스 마을에서 275명, 라파에서 111명을 학살했으며 이는 유엔의 집계를 신뢰할 경우의 수치이다. 이 같은 사건은 지나간 역사의 한 각주가 아니라 최근까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다.

인터뷰에 응한 거의 모든 인물은 그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며, 최대한 실명을 실었고, 상대가 신원을 밝히는 걸 꺼릴 경우에만 간략히 스케치했다. 실존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참극의 현장을 되살린 사코의 방식은 그가 발견한 절망을, 제3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작고 좁은 틈새를 제공한다.

풍자와 유머는 일절 차단하고 모래 맛 텁텁한 현실만 남겨놓은 작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가깝고, 확신에 차고, 밝게만 보이던 '정의'라는 단어는 사코의 세계에서 어느덧 멀고, 두렵고, 무거운 무엇으로 변해있다.
- 만화 MD 김재욱

작가의 말 :  내가 가자에 있을 때, 거기 젊은 사람들은 1956년 조사를 종종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지금 공격당하고 집이 부서지는 마당에 역사를 다루는 게 무슨 쓸모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는 그렇게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둘은 끝나지 않는 연속선 같은, 안개처럼 뿌연 역사의 일부분이다. - 조 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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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에릭 라이너트 지음 / 부키

"항상 부자이거나 더 가난한"
왜 어떤 나라에서는 3시간 근무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을, 다른 어떤 나라에서는 똑같은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3일을 일해야 벌 수 있을까. 책은 르네상스 이후부터 현재의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낸 경제학자들, 경제서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장하준 교수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가 있다면 이 사람'이라고 격찬한 에릭 라이너트 교수는 엄청난 양의 자료와 그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지식, 예리한 통찰력으로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은 신고전파 경제학이 과거 500년 전에 이미 밝혀놓은 성공적인 경제 발전의 방법을 의도적으로 역사에서 지웠다고 지적한다.

경제 발전을 한갓 자본 축적과 보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절대 '발전'의 공식이 아니며 오히려 가난한 이를 더 가난하게, 대열에서 영원히 멀어지도록 하는 공식이라고 단호히 주장한다. 제1세계 사람들이 음식을 덜 먹는다고 제3세계 사람들의 허기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1세계가 농업을 그만둔다고 해서 제3세계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조화로운 발전, 책은 역설로 비칠 수 있는 두 단어의 조합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제안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의 글:  경제학 부문에 인간문화재 제도가 있다면 에릭 라이너트 교수는 그 1호로 지정되어야 한다. 라이너트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제 사상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자본주의 발전사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경제 발전과 경제학의 발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산산이 무너뜨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그가 보여 주는 역사적 통찰력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에만 쓰이지 않고, 지난 30여 년간 후진국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아 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엄청난 책이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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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사람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심흥아, 유승하, 이경석 지음 / 보리

"기억하는 마음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동 4가 남일당 건물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0년 1월 9일 참사가 일어난 지 355일 만에 철거민 다섯 명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이 즈음 여섯 명의 만화가가 모여 <내가 살던 용산>을 그렸습니다. 생명을 잃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살다 왜 망루에 올랐는지, 무엇을 외치고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유가족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기록했습니다. 작가들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다시 2년이 흘렀습니다. 살아남은 7명의 철거민은 3년 동안 차가운 감옥에서 살아왔습니다. 최근에야 국회에 강제퇴거금지법이 발의되었지만 이 법이 통과되어 우리의 살 곳을 지켜줄 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만화가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용산을 찾아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철거민 문제가 얼마나 빨리 잊히는지, 이들이 왜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철거민의 목소리와 시선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분명하게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보호받는 세상 말입니다.
 
다시 1년이, 2년이 흐르겠지요. 어딘가에서는 재개발이 한창일 테지요. 한편에서는 돈을 벌고 한편에서는 집을 잃겠지요. 뿌연 공사판 먼지에 가려 철거민의 눈물과 용역의 폭력은 보이지 않을 테지요. 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철거민의 시간은 어제의 용산에 멈춰 있지만, 폭력의 시간은 내일의 용산을 짐작게 합니다. 기억하는 마음만으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보금자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이제 각자의 망루에 올라야 할 때입니다. 폭력의 시간을 멈춰야만 사람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외롭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철거민들에게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철거민들을 ‘돈 몇 푼 뜯어내려고 하는 떼쟁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아리나, 세입자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당연한 권리를 바라는 것임을 모두가 알게 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철거민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이 보호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다음 세대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있었다니, 지금은 정말 좋아졌네.”라고 말하는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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