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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나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2012년, 이상문학상의 선택 김영하!"
이상문학상의 36번째 작품집이 새로운 옷을 입고 출간됐다. 대상은 <검은 꽃>, <오빠가 돌아왔다>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특유의 도시적 감수성으로 사랑 받아온 김영하가 수상했다. 수상작은 <옥수수와 나>. 소설을 쓸 수 없는 소설가가 불륜과 의혹, 광기와 혼돈을 겪는다. 지리멸렬한 일상과 환상적 기법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김영하의 자선대표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김영하의 문학적 자서전, 소설가 염승숙이 쓴 작가론이 함께 실렸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한다’는 취지에 맞게, 주목할 만한 작품들도 함께 실렸다. 하성란, 김경욱 같은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과 최제훈, 조현, 조해진, 김숨 같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고루 읽어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상상력과 실험성, 이야기 읽기의 고전적 즐거움이 함께 담겨있다. 김영하는 소설가란 ‘글만 안 쓰면 참 좋은 직업’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독자란 ‘글을 읽을 수 있어 참 즐거운’ 이들이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게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너는 관념에서 출발해 거기에 사실의 살을 붙여가는 일을 하잖아.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거기에 육체를 더하는. 그러니까 네가 뭐라고 떠들든 너 역시 관념을 먼저 처리해야 할 거야.”
“소설은 그런 게 아냐. 매우 육체적인 거야. 심장이 움직이면 마음은 복종해. 우리는 시인이나 평론가와 다른 몸을 갖고 있어. 문학계의 해병대, 육체노동자, 정육점 주인이야.”
“너의 그 확신이 나는 불길해.”
누가 철학자 아니랄까봐 냉소적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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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 주효숙 옮김 / 까치글방

"2000년 전 로마의 하루는 당신의 오늘보다 아름답다"
4012년 지구인이 2012년에 살았던 조상의 삶을 살펴보려면 어떤 도시를 둘러보는 게 좋을까? 뉴욕? 베이징? 아니면 서울? 우리가 2000년 전 인류의 삶을 살펴보려면 선택은 하나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의 국경선은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했고, 제국의 중심 로마는 사람의 수와 다양성에서 지구 최고인 데다, 정치, 문화, 예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렸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은 2000년 전 어느 날 로마의 하루를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다. 새벽녘 희미한 별빛을 따라 거리로 나온 주인공은 상점과 학교, 신전과 법정을 지나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를 구경하고 화장실과 공중목욕탕에서 몸과 마음을 비운다. 어느새 해는 지고 파티가 시작되는데 유혹하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로마의 낮은 문명의 빛이었고 로마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긴 역사의 흐름에서 하루를 떼어내는 일은 오해와 편견을 전제한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벗어난 거대한 흐름은 삶을 포착할 수 없다. 저자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온전한 하루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다. 스냅 사진 찍듯 10분 단위로 다양한 포즈를 잡아내고, 접사 사진 찍듯 담벼락의 낙서와 검투사의 핏방울까지 그려낸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4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한다. 2000년 전 로마의 하루가 오늘날 로마에서 관심을 모은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2000년 전 로마의 하루가 우리의 오늘보다 아름답기 때문 아닐까. 이 책과 함께 로마를 거닌다면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 게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어떤 의미에서 나는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2000년 전의 그때 그 장소를 그 모습 그대로 탐색하듯이 전하고 싶었다. 독자들이 고대 로마의 거리를 걷고, 거리에서 풍기는 냄새와 향기를 맡고, 사람들의 시선과 웃음을 교환하고, 가게와 집 그리고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경로와 방법을 통해서 우리는 제국의 수도에서 ‘당당한’ 로마 시민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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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당신은 소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베스트셀러 1위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산 적이 있다. 포인트 카드를 쓰고 있다. 그밖에 보험을 혜택별로 들었거나 내 아이를 위해 매장에서 가장 비싼 분유를 사고, 헐리웃 모델이 매고 파파라치 사진에 찍힌 잇백을 샀다.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이자 <쇼핑학> 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위의 문항 중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한다면 이미 당신은 마케팅의 덫 한복판에 걸려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교묘한 심리 전술과 음모들을 폭로한다. 다양한 심리실험과 사례, fMRI를 이용한 두뇌 스캔 결과는 저자의 주장에 힘을 더한다. 우리는 항상 경기 침체, 해고, 대출을 걱정한다. 암에 걸릴까 봐, 지진이 일어날까 봐, 아이가 유괴 될까 봐 걱정이다. 쇠고기 속에 있는 대장균이나 우유에 들어 있는 환경호르몬, 생선 속 수은 역시 큰일이다. 사람들이 내 지저분한 손톱과 엉망이 된 머리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게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견디지 못한다. 이 책은 오늘날 숨어 있는 설득자들이 우리를 '결제하도록' 만드는 계략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그들'이 우리를 알고 있듯 우리가 '그들'을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상품' 앞에 서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왜 사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결론을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광고나 우리를 에워싼 공포와 불안을 뚫을 수 있는 현명한 힘을.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이처럼 완벽은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슈퍼마켓에서 완벽한 모양의 햄버거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거대한 도살장에서 대량으로 도축된 쇠고기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느질이 완벽하고 색상이 똑같은 청바지들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노동 착취가 만연한 한 중국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바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오늘날 많은 마케터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인상'을 불어넣기 위해,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비진정한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작고 미묘한 형태로 불완전한 요소들을 제품에 삽입하고 있다. ...줄기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양배추나 토마토, 뿌리에 흙이 잔뜩 묻어 있거나 줄기에 잎들이 매달린 채소들...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노점상에서 갈겨쓴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가격표, 또는 흙먼지가 군데군데 묻은 나무 상자, 촌스러워 보이는 종이 가방, 대충 손으로 싼 것 같은 포장들 역시 같은 맥락이다(이런 것들도 실제로는 기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한 해외 공장에서는 일부러 스티커를 삐뚤게 붙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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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이외수 추천, 혜민 스님의 마음 공부법"
마음이 어지럽다. 어지러운 마음을 겨우 붙잡고 무언가에 몰두해본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몰두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은 쉬이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책을 뒤적이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멈춘다. ‘힘들어하는 당신이 곧 나이기에 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날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 말이 마음을 다독인다. 적잖이 위로가 된다.

수십만 트위터리안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기도하는 이는 바로 혜민 스님. 하버드 재학 중 출가한 혜민 스님은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또 한 번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전작 <젊은 날의 깨달음>이 일상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은 산문집이었다면, 이번 책은 트위터에 올린 마음의 기록과 에세이를 모아 엮은 것으로 각종 인생 문제들에 대한 지혜로운 답을 담은 책이다. 차분한 느낌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마음의 평안과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우리 민족은, 식사하셨습니까, 어디 가십니까 하는 식의 질문들을 일상적인 인사말로 사용해온 민족입니다. 그대는 이 질문들에 어떤 대답을 하면서 살아오셨나요. 제대로 공부하신 스님들은 라면 먹었습니다, 학교 갑니다 따위의 대답은 하지 않습니다. 모든 질문을 도(道)를 묻는 질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혜민 스님의 지혜로운 대답이 들어 있습니다. 필독을 강추합니다. _ 소설가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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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헨리 키신저 지음 / 권기대 옮김 / 민음사

"한중 수교 20년, 키신저에게 배운다"
2012년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이다. 70년대 말 중국이 개혁실용주의와 대외개방정책을 펼치며 죽의 장막을 걷기 시작했고,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 게임을 거치며 교류를 이어오다 92년에 이르러서야 양국이 문호를 열었다. 본격적인 동북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이자 G2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역사의 기점이 되는 순간이다.

이제 시선을 넓혀 바라보자. 앞서 나열한 사건들은 모두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비롯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헨리 키신저는 수십 년 동안 중국을 오가며 미국과 중국의 첫 정상회담부터 최근까지 양국의 관계를 조율한 실무자이자 정책 결정자다. 이번 책은 그가 평생에 걸쳐 기록한 외교 현장과 최근 해제된 기밀 문서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 중국을 포착하고,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당대 최고의 실력자를 직접 만나며 이해한 중국 근현대사의 유장한 흐름을 그려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 책은 넓게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난 반세기 세계 질서 재편의 과정이고, 좁게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에 대한 양국의 이해와 비전을 살펴볼 기회라 하겠다. 게다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외교 막후의 내밀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아편 전쟁부터 시작하는 긴 역사적 안목 그리고 중국과 서구를 바둑과 체스에 비교하는 재치까지 한데 담았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발 앞서 중국을 만나고 깊이 있게 분석해낸 키신저의 글에서 앞으로 올 20년을 그리며 준비하는 일도 함께 해나가야 할 때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국제 정치의 탁월한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키신저는 그의 독특한 현실 정치 감각과 역사적 통찰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들에게는 국내 정치 이념 논쟁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 세계 외교의 실상을 볼 수 있도록 자극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성찰하게 해준다. 이 책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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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 지음 / 양철북

"당신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 친구의 힘"
놀이터에서 소꿉 장난을 하는 유아들, 친구들과 이집 저집 몰려다니며 노는 초등학생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기를 손에서 떼지 못하는 청소년들.. 부모 입장에서는 언제나 두근두근 가슴 졸이며 바라보게 되는 내 아이의 친구 관계. 아이들에게 우정은 다른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이들 또한 친구 문제를 시시콜콜히 부모에게 상담하지도 않으니, 우울하고 지쳐 보이는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갈등과 배신, 화해가 난무하는 친구 관계, 때론 따돌림이나 폭력 문제까지.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아이들.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아이들 사이의 복잡다단한 심리 관계와 만나게 되고, 그 바탕에는 ‘또래 집단’이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은, 아이들과 그 또래 집단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있은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불량한 아이’가 ‘착한 아이’를 괴롭힌다는 거친 수준의 이해를 넘어서는, 아이들의 숨겨진 세계 ‘또래 집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저자의 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균형감각을 상실합니다. 상스러운 욕을 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 당신의 딸이 친구들의 압력에 무릎을 꿇고 결국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특히 그렇겠죠. 당신의 아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고 가치관을 훼손하는 집단의 힘은 가공할 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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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변양균 지음 / 바다출판사

"한국 경제의 반면교사, 노무현과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정치 영역에서 한국 사회의 권위를 걷어내고 민주주의를 한 걸음 진전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반면, 경제 영역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였으며 심하게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 대통령’을 환호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은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전 실장의 노무현 경제 정책 비망록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경제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정리할 적임자라 하겠다. 물론 다른 입장에서 보면 자기 변호라 볼 수도 있겠으나 복지, 주택, 세금 등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선 여러 영역들을 당시에 어떻게 평가하고 계획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특히 이 책의 말미에 담은 참여정부 미완의 과제는 해당 정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현재의 문제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에 좋은 나라, 힘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는 여전히 대다수 국민의 꿈이기 때문이다.-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변양균, 그는 필요 이상의 비난과 필요 이상의 죗값과 필요 이상의 희생을 치렀습니다. 사실 그는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학식을 지닌 경제학자이자 전문성과 이론을 겸비한 유능한 정통 관료입니다. 참여정부 시작부터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전반을 보좌하고 입안하고 실행한 참모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의 증언이 책임 있고, 실증적이며, 사실관계를 가장 정확히 짚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그의 재능이 다시 우리 사회를 위해 유익하게 쓰이길 바랍니다.(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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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설
오타베 다네히사 지음 / 돌베개

"독서에 도전이 필요합니까?"
늘 즐겨 읽는 책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독서가 (굳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이나 던지며 가만 앉아있는 대신에 일단 도전하기로 결심한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예술의 역설>은 천천히 헤쳐가기에 좋은 중고급 교양서의 미덕을 거의 모두 갖춘 책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역설>은 우리가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예술’이라는 개념을 확립한 근대 및 그 이전 시기를 추적하는 개념사 탐색이다. 이 추적 과정에 많은 이론들이 걸려드는데, 이는 책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음을 뜻한다. 어떻게 예술이 기술에서 분리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피노자의 우주론이 호출되는 식이다. <예술의 역설>은 일말의 사전지식도 없이 즐거움 반 학습 반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전공 혹은 관련 전공(미술이나 서양철학 류의)이 아니라면 작심하고 읽어야 한다. 관련 서적을 뒤지고 구글이나 위키피디아도 들락거려야 한다. 저자 주만 30페이지, 문헌 목록만 50페이지에 달하는 이 부담스러운 책은, 그러나 도전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책의 논리 전개가 잘 정돈되어 있다. 용어 자체를 설명하는(아리스토텔레스의 ‘하비투스’ 같은) 대중 교양서처럼 모든 걸 안내하지는 않지만, A였던 개념이 어떻게 B라는 개념으로 전개되는지를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짚어간다. 이는 <예술의 역설>이 기본적으로 개념사의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개 과정에서 등장하는 개념들이 생소하거나 당장 이해되지 않을 수 있으나, 책 본문의 전개는 가지런하고 선명하다. 본문이 난해하다는 이유로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장점으로 번역의 용이함을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일본 학술도서의 번역 결과물이 여타 언어(특히 재앙과도 같은 프랑스 현대철학 번역물들)에 비해 사고 날 확률이 적다. <예술의 역설> 역시 종종 어투가 어색하고 딱딱한 감은 있지만, 종잡을 수 없는 문장 앞에서 헤매는 일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 자체가 갖는 유용함을 들 수 있다. 현재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예술’의 개념을 잉태한 근대 예술론의 발생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은 모든 분야의 예술 작품(특히 현대 미술)을 ‘읽는’ 일에 큰 도움을 준다. 서양 철학/사회학의 인식 틀과 맞물린 미학 개념을 파악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탐구 주제를 독자들이 직접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덤이다.
 
이래도 고민이 된다면 다시 자기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란다. “독서에 도전이 필요합니까?” - 예술/대중문화 MD 최원호

책속에서: 
originality라는 개념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성립된(즉 original이라는 말이 ‘독창적’이라는 번역어에 대응하는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 중엽이지만, 이미 그 이전에도 original이라는 술어는 예술 이론의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근대적인 originality 개념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 이후 논의할 내용을 미리 언급하자면 originality의 origin의 소재所在가 예술가가 모방해야 할 외적 자연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가의 내적 자연 속에서 추구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originality의 origin(원천)의 소재 변천을 명확히 함으로써 근대적 이념인 독창성의 의미도 해명될 것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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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부
윌리엄 암스트롱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유유

"쉽고 빠른 공부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지 마시오"
쉽고 빠른 공부를 원한다면 이 책은 무용하다. 원제 ‘Study is hard work’가 보여주듯, 공부란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은근과 끈기로 노력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왕도다. 이 책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에 중심을 두고 태도와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선 듣는 법과 읽는 법, 자료를 정리하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법 등 공부의 일반적 방법론을 정리하고, 외국어, 수학, 과학, 역사 등의 개별 영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나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은 수학 문제 풀이는 골치가 아프고, 외국어는 익힐 때까지 쓰고 또 써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초를 배우는 일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하지만 기초를 배우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는 수준에 이를 수 없다. 요령을 앞세우지 않는 이 책의 공부법을 읽다 보면 오히려 왜 공부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잘하기보다는 즐기기 위한 공부를 실천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 우리의 공부는 결코 짧지 않다. 평생을 두고 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공부하는 법’부터 배울 일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배움은 학교에서 시작되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 배우는 것은 일부일 뿐이다. 배움은 삶 속에서 지속되고 또 그래야만 한다. 선생에게 배우는 것은 원리일 뿐이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배우고 익힌다. 그렇게 잘 살 때 우리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배우고 익히는 일은 쉽지 않다. 이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힘든 일에서만 기쁨이 생겨난다. 그러니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틈날 때마다 익혀야 한다.(강유원,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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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북스

"21세기의 필수 교양, 다윈 지능!"
지난 2009년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었다. 다윈이 되살아난 듯 세상은 시끄러웠으나 해가 바뀌고 바람은 이내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다윈의 진화론은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영향을 끼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원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생물학자 최재천은 이를 ‘다윈 지능’이라 명명한다.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융합하는 통섭의 시대, 경쟁과 갈등을 넘어 협력과 화합이 절실한 공감의 시대에, 다윈의 진화론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두가 이해해야 할 필수 교양이자 세계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세계의 지성들이 진화론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지식 세계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며 ‘다윈 지능’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편,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다윈 지능’에 동참하여 스스로와 세계를 진화시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물론 이 제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과학 MD 박태근

책속에서:  생명의 의미와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훌륭한 이론, 진화론. 150여 년간의 혹독한 시련과 담금질을 통해 더욱 강건해진 다윈의 진화론은 21세기를 열어 나갈 집단 지능의 전형이다. 토머스 헉슬리에서 J.B.S. 홀데인, 윌리엄 해밀턴,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도킨스 등 수많은 지성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며 다윈의 지혜는 인류의 지식 생태계를 그 무엇보다 풍성하고 다양하게 이끌었다. 통섭의 시대, 공감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에게는 다윈 지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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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드립니다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신작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의 작가 이금이의 신작 동화집.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현실과 꼭 닮은 초등학생들의 일상과 내면을 담는다. '보통의, 평범한'이란 수식어로 설명하기 아쉬운, 그들 저마다에게는 너무나 특별할 감정과 변화의 순간들에 주목하는 작가. 그간의 여러 작품에서 드러난, 믿음직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이금이 작가의 면모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서사, 자극적인 사건이나 튀는 캐릭터 없이도 꽉 찬 만족감을 주는 것은 바로 오늘의 10대의 삶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묘사, 그에 대한 공감과 반가움 때문일 것이다. 표제작 '사료를 드립니다'는 이별이 우리 가슴에 긋는 선명한 자국을 어루만진다.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강아지 장군이와 헤어진 주인공이, 강아지를 분양해 간 가족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 역시 하나의 씨앗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상에서 얻은 그 씨앗들은 내 마음을 건드렸던 최초의 순간을 잊지 않고 이야기 나무로 자라 주었습니다. 이번 책의 주인공들은 비교적 평범하고 일반적인 환경의 아이들입니다. 얼핏 보기엔 큰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그들의 마음에도 주름지고 응달진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주고 대신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 이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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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
김훈민.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경제학자들은 인문학을 어떻게 읽을까?"
어렵고 끝없기로 유명한 인문학과 복잡하고 난해하기로 소문난 경제학.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것만 같은 둘이 만났다. 재미없겠지 싶은데 거침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은 인문학과 경제학을 신기할 만큼 쉽고 즐겁게 잇는다. 저자가 메운 인문학과 경제학의 간극엔 흥미는 물론이거니와 두 분야의 지식이 두루 쌓여 더 넓고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볼 수 있게 한다.

영화 '시네마 천국' 토토의 기다림과 헤어짐으로 한계효용 원리를 설명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에겐 시간비일관성의 함정을 주의하지 못했던 점을 조언한다.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아편전쟁을 2008년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는 엔론사태와 비교하며 풀어서 설명해주기도 한다. 역사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숨어있는 경제원리를 짚어내고, 우리가 왜 이 모든 것들에서 경제학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경제학자? 어렵지 않다. 이 책의 독자라면 누구나, 인문학의 여백 속에 숨어 있는 살아 숨 쉬는 경제학을 목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낮은 요금을 받는 것은 홈즈가 돈에 연연하지 않고 사건의 흥미도를 중요시하는 캐릭터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소설 속의 도구이다. 하지만 경제학적 시각으로 보면 홈즈의 사례금 책정방식은 그에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1급 가격차별하에서 기업의 이윤은 극대화되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면 이러한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셜록 홈즈가 왓슨과 함께 베이커 가에서 하숙을 한 것은 혼자서 하숙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같이 하숙을 시작할 무렵에 왓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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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탁샘
탁동철 지음 / 양철북

"'꿈의 교사, 꿈의 학교' 탁동철 선생의 교단 일기"
아이가 울고 있을 때 달려가서 우는 까닭을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이 있다. 사람들은 아이 버릇 망치는 일이라고 하지만 우는 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는 선생이 있다. 아이들보다 낮은 곳에서 아이들을 올려다보는 선생이 있다. 아이들이 하는 짤막한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어주고, 그 말에 담긴 아이들의 진실을 읽어주는 선생이 있다. 선한 눈, 수줍은 모습, 조촐한 옷차림, 아이들을 하늘같이 섬기는 탁동철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탁동철 선생은 교직을 지낸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그의 기록은 ‘창비어린이’, ‘개똥이네’ 등 여러 잡지와 ’글과 그림’, ’동시마중’ 같은 동인지에 발표되었다. <달려라, 탁샘>은 20년 교단 일기의 일부를 추려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 한 귀퉁이에 논을 만들고 수확한 쌀로 밥을 지어 먹은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닭장을 만들어 닭과 토끼를 키운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들로 산으로 나가 메뚜기를 잡고 동물 발자국을 찾아본 이야기. 이 책을 읽다 보면 ‘요즘 세상에 과연 이런 선생이 있을까,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 절로 고개가 갸웃해진다. 또 한편으로는 탁 선생과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자연 속에서 선생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정답게 펼쳐내는 교실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교사, 꿈꾸는 학교를 만날 수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그의 반 아이가 되고 싶은 적이 많았다. 요즘도 이런 귀한 선생과 아이들이 있단 말인가! 나는 언제나 탁동철과 아이들을 응원할 것이다. 탁샘, 달려! _ 김환영 (<마당을 나온 암탉> 그린이)
 
그가 선생 노릇 하는 모습, 모임에서 벗을 대하는 모습, 식구들과 사는 모습을 본 사람들 생각은 한결같다. ‘참 희귀한 사람이구나,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이야.’ 탁동철은 이만큼 소중한 사람이다. (중략) 이 책 줄기는 선생 노릇 하는 탁동철 모습이다.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다가 멈추며 ‘천생 선생’인 탁동철을 생각하게 된다. _ 이상석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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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신호등
수전 엥겔 지음 / 어크로스

"내 아이,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는 걸까?"
요즘 아이가 친구 문제로 힘들어 한다. 이럴 때 부모가 적극 개입해야 할까,아닐까. 누구라도 한번쯤 친구들과 어려움을 겪는다. 그 당시에는 심각해 보이지만, 대부분은 잘 해결된다. 하지만, 이럴 때 부모나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발전하여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이번엔, 부모가 돕는다면 어떤 식으로? 전학을 보내는 것? 정답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상황상 어쩌다 생긴 ‘왕따’ 문제라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이 그런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편이라면, 전학을 가도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은 아이의 행동에 따른 대처법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지 않다. 내 아이가 보이는 행동들이 문제 행동인지, 일상적인 발달 과정인지 짚어주지도 않는다.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저자가 30여 년간 연구한 발달심리학의 이론과 연구 사례에 대한 통찰을 모두 담았다. 모든 아이들은 다른 기질과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런 특징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잘 포착하여 장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아이의 성격은 바꾸기 어렵지만, 미래는 변할 수 있다. 지금도 아이의 무심한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 않은가. - 좋은부모 MD 강미연

추천사:  이제 붙잡고 있던 아이 손을 놓고 아이가 어떻게 그림을 그려나가는지 바라보자. 아이가 그림이 마음대로 안 되어 울상을 짓고, 정말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할 때만 도와주면서. 그 그림은 처음에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아니 분명히다르다. 그러다 다 그려놓고 활짝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본다면 당신 역시 그 그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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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라
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방법, 고전!"
<철학 콘서트>로 잘 알려진 황광우. 인문고전을 꼭꼭 씹어 먹기 좋게 건네주던 따뜻한 철학자가 불현듯 변했다. 대뜸 ‘철학하라’고 외치니 말이다. 시대가 각박하고 삶이 불안해져 국가와 사회의 구조뿐 아니라 개인의 삶마저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현실, 이 앞에 선 철학자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단호하다. 내 안에 중심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의 흔들림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 것이기에, ‘무너지지 않는 나’를 찾기 위해 고전을 만나야만 한다는 절박한 제언이다.

그가 제안하는 고전과의 만남은 세 갈래다. 우선 내 속의 나를 돌아보고 삶의 관계를 살피는 일이다. 여기에서는 <맹자>, <논어>, <중용>, <사기> 등 주로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두 번째는 불확실한 세계를 파악하기 위한 공부다. 철학, 심리, 법, 경제 등 근대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을 각 분야의 고전으로 정리한다. 마지막 만남은 새로운 세계의 상상이다. 사회적 맥락의 정치 영역과 기술적 맥락의 과학 영역을 함께 살피며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살핀다.

물론 황광우의 가이드는 황광우의 가이드일 뿐이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철학하라'는 메시지다. 문제에 공감한다면, 사태의 파악과 세계의 재구성은 불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 앞에 살아있는 고전이 분명한 증거일 테니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인간과 세계를 향한 강렬한 열정과 사유가 없었다면 공자도 플라톤도 위대한 고전을 완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고의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사유하라’, ‘철학하라’라고 주문한다. 사유와 철학의 힘은 불안한 개인이 생각과 실천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것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는 나’를 찾는 것이다. 사유와 철학의 힘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니까 모두 다 함께, 사유하라. 그리고 철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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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에피소드 1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지음 / 시사IN북

"2012 한국사회를 말하려면, 이 책부터 읽어야…"
2011년이 지났지만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열풍은 여전하다. 세계 팟캐스트 1위와 미국 유수 대학의 초청 등 화려한 외양뿐 아니라 민주언론상과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 수상 등 나꼼수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대한 평가도 꾸준하다. 물론 <닥치고 정치>, <나는 꼼수다 뒷담화>, <달려라 정봉주> 등 나꼼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화제를 모은 책도 여럿이다. 나꼼수 1회에서 18회까지의 내용을 각하, 검찰, 언론 등의 주제로 정리한 이번 책은 2013년 2월까지 이어질 나꼼수의 행보를 정리하는 하나의 마디다.

정봉주 전 의원 구속 수감 이전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이후에 이어질 ‘라운드 2’를 시작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나꼼수의 안방마님 김어준 총수도 “이제 활용 가능한 모든 형식의 미디어를 모조리 동원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이다”라며 한층 강력해질 나꼼수발 태풍을 예견한다. 방송의 맛을 덜어내면서까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 힘쓴 편집 자세도 이들의 결의와 이후를 예상케 한다. 이 책은 단단하고 견고한 활자에 담긴 나꼼수의 명확한 메시지로, 나꼼수에 관한 여러 이야기, 이와 관련한 온갖 논의 그리고 여기에서 드러난 한국사회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불의한 시대의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진실을 ‘나꼼수’에서 속 시원히 들을 수 있다. 거짓이 횡행하고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점잔만 빼고 있을 수 있겠는가. 욕이라도 실컷 해줘야지. 웬만한 세상이면 점잖게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나라를 팔아먹고 국민을 괴롭히는 짓만 하는 ‘국민 웬수’에게 ‘나꼼수’의 욕지거리는 오히려 양반이다. 국민의 가슴 속에 분노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욕설에 환호하는 것이다.(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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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쇼크
하재근 지음 / 경향에듀

"TV가 내 아이의 두뇌와 정서를 파괴하고 있다면…"
우리는 TV에서 아이를 완전히 떼어놓지 못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그 시간에 부모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하지만 TV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두뇌 부위, 전두엽을 잠자게 한다. 또 미성숙하고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아이의 뇌에 TV 영상은 너무 자극적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 이 때는 프로그램의 내용이 문제가된다. 폭력성, 성 충동, 소비, 편견 등등 TV를 보는 동안 아이의 생각은 마비되고 행복은 줄어든다. TV를 보는 시간은 완전한 휴식도, 노력이 필요한 학습도 없는 그냥 버려지는 시간일 뿐이다. 실제 ‘불행할수록 TV를 많이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TV를 아예 보지 않고 살기도 어렵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TV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게 ‘정도’의 문제이고, 책의 저자도 ‘TV를 보지 말자가 아니라 잘 보자’라고 말한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 무엇보다 염두에 둘 것은, 아이의 두뇌와 어른의 두뇌는 다르다는 것, 영어 비디오나 교육용 컴퓨터 프로그램도 TV 영상과 같이, 과도하게 번쩍거리며 두뇌를 마비시키고 정서를 파괴하는 ‘자극’일 뿐이라는 것.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 속에서 : TV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줄 모른다면 진정으로 TV 사용법을 아는 게 아니다. 진정한 TV 사용법을 모르면, 장차 자기가 리모컨으로
TV를 조종한다고 착각하면서 사실은 TV의 노예로 사는 어른이 될 것이다. 부모에겐 TV를 이해하고 아이를 TV의 진짜 주인으로 만들어 줄 책임이 있다. 또 TV 영상이 아이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모른다면, 그 경우에도 역시 TV 사용법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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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

"당신의 통섭 독서 레시피를 만들어보세요"
스스로 “책 읽기를 즐기며, 책 쓰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책 모으기에 열심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통섭학자 최재천. 전작 <과학자의 서재>가 삶에 영향을 끼친 책들을 성장 과정과 함께 정리한 책이라면, <통섭의 식탁>은 읽고 곱씹어 기록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등으로 구성한 책 요리는 영역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그가 마련한 56가지 책은 미각을 돋우는 갖가지 향미뿐 아니라 우리 몸의 지식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줄 균형 잡힌 영양소도 함께 전한다.

물론 철학, 예술, 문학을 가리지 않는 최재천의 통섭 독서에서도 과학은 여전히 중심이다. 통섭이란 5대5 비율로 두 가지를 섞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란 의미일 터. 최재천의 책 요리를 재료로 각자의 지식과 삶에 딱 맞는 통섭 독서의 레시피를 만들어보시기 바란다. 최재천이 말하는 통섭 역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어, 삶과 책의 교차, 앎과 함의 합일이 아닐까 지레짐작해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세운 학문의 구획을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우리는 학문의 울타리 안에 갇혀 진리의 옆모습 또는 뒷모습만 보고 있다. 나는 이제 학문의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나 비자를 검사하는 거추장스러운 입국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에는 애당초 경계라는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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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이어령의 ‘문학 작품처럼 성경 읽기’"
이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새로운 방식의 성경 독법에 관한 안내서를 펴냈다. 그는 50년이 넘도록 말하기와 글쓰기를 수없이 반복해오면서도 대학 강단, 방송국 스튜디오, 강연장에서 했던 말들을 책으로 엮거나 글로 정리해본 적이 거의 없다. 세례를 받은 직후, CTS 방송을 통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강연했다. 그 말들은 줄곧 그 곁을 따라다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현대인에 맞게 풀어도 성경은 읽기 어렵기 때문에, 크리스천조차도 성경 일독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성경을 친근한 ‘책’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국문학 교수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성경을 문화적, 문학적으로 접근하여, 학문 용어는 배제하고 누구나 읽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상생활어로 분석한다. 정통적 성경 해석서라기보다, 시와 소설처럼 누구나 쉽게 성경을 접하도록 돕는 이어령식 ‘성경 독서 가이드 북’. - 종교 MD 송진경

서문 중에서:  나는 그동안 국문학 교수로서 학생들과 많은 문학 작품들을 읽어왔습니다. 기호학으로 텍스트 분석하는 방법도 가르쳐주었지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학적 레토릭과 상상력, 그리고 문화적 접근을 통해 빵과 밥과 떡 사이의 거리를 좁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유 뒤에 숨은 문화를 알고 그 차이를 극복해 땅끝까지 가면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후예들도 성경 속 유목민들이 건넜던 저 광야의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의 언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눈물겹고 황홀한 것인지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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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박경리 지음 / 현대문학

"47년 만에 만나는 젊은 박경리"
<토지>를 남긴 대작가 박경리의 묻혀있던 단 하나의 소설이 47년 만에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60년대 부산신문에 연재한 장편 <녹지대>는 그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다 당시 신문 자료를 한장 한장 복사해 복원해내는 노력 끝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비트족’(보헤미안적 문학인, 예술인 그룹)이 모이는 명동의 음악살롱 <녹지대>를 중심으로 한 청춘의 사랑과 갈등이 담긴 이야기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숙부의 집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시를 쓰고 술을 마시는’ 자유분방한 여대생 하인애. 가출 중 찾아갔던 섬에서 만난 사랑하는 남자, 정현을 얻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그러나 정현에게는 ‘그 여자’가 있고, 정현은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스터리한 삼각관계가 이어지고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랑하는 이는 인애뿐만이 아니다. 유부남 조각가를 사랑하는 여대생, ‘양공주의 딸’이기 때문에 유복한 도련님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인애의 친구. 47년 전 박경리의 소설 속 젊은이들은 치열하게 방황하고, 갈구하고, 좌절한다.  갈등과 욕망, 부딪침과 깨어짐에서 현대의 초상이 보일 듯하다. 젊은 박경리, 그 청춘의 기록을 만날 수 있는 귀중한 기회.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그날 밤 당신은 무엇을 보았습니까? 구원받을 수 없는 인간, 하긴 이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구원하지요? 어리석기 짝이 없고 우스꽝스럽기로 광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까? 모순이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모순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놈도 없으니까 하여간 그날 밤 달이 있었던가요? 하여간 그날 밤 당신은 비인간들이 사는 집에 찾아와서 비인간들의 마음을 똑똑히 보고 돌아가시지 않았습니까? 그게 전부요. 그게 전부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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