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에 잠겨 쏜살 문고
히구치 이치요 지음, 강정원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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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된 이야기라는 느낌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어쩌면 이렇게도 아름다운지, 작품 하나 하나가 한 편의 서정시 같다. ‘단풍 위에서 빛나는 달은 누가 숫돌에 얹어 갈았을까’ 이런 표현들, 깊어가는 이 가을밤에 더없이 어울리는 작품들. 25세에 요절하지 않았다면 또 어떤 작품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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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혐오 - 젠더·계급·생태를 관통하는 혐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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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성장을 기반으로 한 인류 문명의 역사는 결국 혐오의 문화를 계속 양산할 수밖에 없음을 온갖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은 누구나 혐오 문화를 낳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참한 깨달음. 그런데 그걸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너무나 이상적이기만 하니 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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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7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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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터플레이스라는 낡은 아파트에 모여사는 다양한 세대의 흑인 여성들 삶을 보여주면서 성차별, 인종차별 문제를 날카롭게 제시한다(성차별 문제에 더 날을 세움). 그중 차별 받는 이들 사이에서조차 소외되는 레즈비언 커플 이야기는 정말 절망적이다.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는 서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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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1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또 뭐지. 이것도 읽어야겠네요. 아 세상에 읽을 책 너무 많아요!

잠자냥 2020-09-16 10:26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추천합니다.... 꽤 재미도 있어요. 빡치는 부분도 많지만;;

Falstaff 2020-09-16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이 책 한 권에 네일러의 팬이 됐는데, 작가가 그만 너무 빨리 숟가락 놔서 정말 아쉽습니다.
제가 강력 추천하는 민음사 시리즈 가운데 한 권입니다. ^^

잠자냥 2020-09-16 14:18   좋아요 0 | URL
네, 폴스타프 님의 그 페이퍼 보고 (망설이던 참에) 결국 읽었습니다. 다른 작품을 더 써도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han22598 2020-09-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사람이 모두 선한 사람이라는 착각과 차별받는 이들이 또 다른 차별을 낳지 않을 거라는 기대...없지요.ㅠㅠ
이책 궁금하네요.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잠자냥 2020-09-17 11:53   좋아요 0 | URL
네, 차별 속의 차별이 참 아프게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빌레뜨 2 창비세계문학 82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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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로서는 특이했을 주인공. 그녀의 억눌린 욕망과 그래서 조금은 뒤틀린 시선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시절 분위기, 너무나 답답해서 조금 숨막히는 느낌. 게다가 역시 여성에겐 로맨스가 빠지면 안 되는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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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9-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제가 그럴 줄 알고 이 책 포기했습니다. 이거 기분 좋으면 안 되는데 참, 민망하네요. 그래서 조금만 웃을께요. ㅋㅋ

잠자냥 2020-09-16 14:19   좋아요 0 | URL
잘 하셨습니다. 웃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기세욬ㅋㅋㅋㅋㅋㅋ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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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나는 작가 오라시오 키로가. 책을 받아들고 <깃털 베개>부터 읽는다. 짧은 작품인데 매우 강렬하다. 소름이 쭈뼛쭈뼛 돋다가 머리맡에 놓인 베개를 꺼림칙하게 쳐다보게 된다.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은 모두 그러하리라.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의 신혼생활은 몸서리가 날 만큼 두려운 나날이었다. 남편의 냉혹하고 모진 성격 때문에 천사처럼 온순한 금발 신부가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신혼의 꿈은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97쪽) 첫 부분부터 무언가 불길한 일이 곧 일어날 것 같다. 모두가 단꿈에 젖는다는 신혼이라는데, 왜 여자는 두려울까? 얼마나 달콤한지 ‘허니문’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신혼. 그런데 아내는 행복하기는커녕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밤마다 공포에 짓눌려 비명을 지른다. 남편은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사를 불러와 진찰하도록 해보지만, 의사 또한 아내의 병명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내의 병은 나날이 심해져만 간다. 이 작품은 억압적인 결혼 생활에 짓눌린 여성의 삶을 공포라는 외피로 묘사한다. 사랑한다지만 싸늘하기 짝이 없는 남편과 일궈나가는 일상의 스트레스로 여자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앓아누운 것은 아닐까? 특히 이 작품 결말을 장식하는 ‘그 사건’은 아내를 착취하고 그 피를 빨아먹는 남편이란 존재의 은유로도 읽힌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는 이처럼 공포와 환상이 뒤섞여 풍요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목 잘린 닭>도 마찬가지이다. ‘마시니페라스 부부에게는 아이가 넷 있었는데 모두 백치였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섬뜩하다. 아이들은 어쩌다 모두 백치가 됐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벽돌담에서 무엇을 보는지 조금씩 밝혀진다. 아이들이 빚어내는 비극도……. 이 작품을 읽노라면 사랑의 속성이 얼마나 나약하고 허물어지기 쉬운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아이들이 백치가 되어버릴 때마다 부부는 서로를 탓하고 원망한다. 그러면서도 욕망은 남아 있는지, 아니면 그토록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또다시 헛된 꿈을 꾸면서 이번만은 다르리라는 기대와 바람 속에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는 일을 거듭한다. 욕망과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가련한 인간의 모습이다.

 오라시오 키로가의 작품 안에서는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광기 서늘한 사랑과 욕망은 존재하는데, 그 사랑은 대부분 좋은 결실을 이루지 못한다. 달콤한 신혼도 파국으로 치닫거나, 백치 아이들을 줄줄이 낳을 뿐이다. 결혼을 앞두고 ‘질펀하게 놀아야’한다는 그릇된 욕망은 뜻하지 않은 비극을 낳기도 한다(<천연 꿀>). 한눈에 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린 <사랑의 계절>에서도 ‘네벨’과 ‘리디아’의 순수한 사랑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한 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흐르듯 세월만 덧없이 흘러간다. 그들의 사랑이 이뤄질 만 하면 미치광이 같은 인물(모르핀 중독자 리디아의 엄마)로 인해, 번번이 무너진다. 처음부터 사랑이 일종의 ‘광기’에서 시작하기도 한다(<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밤마다 40도가 넘는 고열 속에서 낯모르는 이를 찾아 헤매고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런 여인의 사랑 고백을 들으며 처음에는 불쾌하게 여기던 ‘나’는 서서히 그 고백이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어차피 사랑은 일종의 ‘광기’이자 ‘격정’, ‘환상’에 도취된 상태가 아닌가 싶어진다.

 이렇듯 오라시오 키로가가 그리는 사랑의 세계는 광기와 욕망이 뒤섞이다가 마침내 죽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다. 그는 왜 이토록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했을까? 작가 이력을 살펴보면 그가 죽음에 집착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아버지를 비롯해, 의붓아버지, 친구, 누나와 형, 아내까지 비명횡사하고, 1937년에는 오라시오 키로가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키로가 주변에는 죽음이 너무나 짙게 드리워졌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쫓아다니는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사랑도, 욕망도, 광기도 죽음 앞에서는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사랑하고 욕망하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멘수들>의 두 노동자처럼 금세 탕진하고 말 것을 알면서도 잠깐의 향락과 즐거움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고자 폭우 속 강물에 기꺼이 몸을 던진다(<강에서 나무를 건져올리는 이들>). 살고, 사랑하고, 욕망하고, 꿈꾸고, 죽어가는 인간들. 그러한 삶이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에서 환상적이면서 강렬한 언어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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