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렐 차페크에 꽂힌 나. 그의 모든 작품을 읽어 볼 생각인데, 몇몇 작품이 지만지에서만 나왔다. 나는 '지만지' 시리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정확히는 미덥지 못해서) 이 시리즈 책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다. 일단 가격이 괜히 비싸고 축약본인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에는 가격이 더 오른 듯?

암튼 읽어보고는 싶은데, 집 근처 도서관에는 차페크 책이 몇 권 없다. 더욱이 지만지에서 나온 책은 아예 없다. 그래서 <호르두발>을 먼저 신청했다. 얼마 뒤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내가 신청한 '지만지' 시리즈는 많은 독자의 편의를 위해 얼마 전부터 신청받은 책은 '큰 글씨' 책으로만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큰 글씨' 책으로 구비하겠다는 문자였다.

크면 얼마나 크겠어 생각한 나..... 사실 이 '큰 글씨' 책이 도대체 얼마나 큰지 감이 오지 않았다. 활자가 조금 큰 거 아닐까 생각했다................

어제 드디어 신청한 책이 왔다고 해서 저녁 때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이 책을 주면서 사서가 웃는 게 아닌가!? 신간 비치 코너에 있는 이 책을 갖고 오는 사서의 모습은 마치......... 서당에서 하늘천따지 천자문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오는 동자 같았다..... 그렇다 옆구리에 끼고 온 것이다!!!!!!!!

"이 책이 좀 큰데.... 괜찮으시겠어요?"
사서가 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 하하하. 들고 다닐 수는 없겠군요."
"그... 그렇죠? 하하하."
나는 책을 들고 황망히 섰다가 물었다.
"지만지 시리즈는 그럼 계속 이렇게 큰 글씨책으로만 구입하나요?"
"네... 아마도."

나는 받아든 책을 옆구리에 끼고 도서관을 나왔다. 지만지에서 나온 차페크의 다른 책 <별똥별>도 이렇게 읽어야 하는구나. 하하하.  글자가 너무 커;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빌려온 큰글씨책 <호르두발>




일반 지만지 책과 비교. 안 산다면서 '이반 부닌' 단편집은 알라딘 중고에서 샀다.



글씨 크기 비교




가장 오밀조밀함을 자랑(?)하는 -_-;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글자크기와 비교



가장 잘 알려진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와 비교. 맨끝은 민음사 쏜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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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8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공감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겪었어요.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도서관에 있는 걸 확인했어요. 그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버스 타고 가는 데 한 시간 걸려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면 ‘큰 글씨책’입니다. 빌릴 수 있는데, 이걸 굳이 집에 가서 빌려 읽기가 난감해요. 결국은 포기... ㅋㅋㅋ

이걸로 도서관을 원망할 수 없는 게 도서관 도서 구입비용에 적정선이 있기 때문에 ‘큰 글씨 책’과 그 원래 판형의 책 모두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잠자냥 2017-03-08 15: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큰 글씨 책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서당 다녀오는 동자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커요. ㅋㅋㅋㅋㅋㅋ 어르신들인 좋아하실라나 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도서관 정책은 이해합니다. ㅋㅋㅋㅋ

2017-03-08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7-03-08 16:39   좋아요 0 | URL
네 저 책은 확실히 눈 나쁜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더군요. ㅎㅎㅎ

Falstaff 2017-03-0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시리즈 책은 한 권도 안 산 게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당연히 완역은 아니지요? 지만지에서만 나오는 좋은 책들이 있는데 그게 궁금해서 도무지 안 사게 되더라고요.

잠자냥 2017-03-16 17:31   좋아요 0 | URL
다행히 <호르두발>은 완역이었습니다!

잠자냥 2017-03-0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르두발>은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절판된 예전 출판사 <호르두발>과 이번 지만지 시리즈 페이지 분량을 확인해 보니 어쩐지 완역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만지 시리즈를 보면, 아시다시피 원작은 무지막지한 분량인데 가볍게 한 권으로 나온 책들이 꽤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 시리즈 어이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도 책 값은 또 무지막지 비싸요.

다행히 여기서 나온 체호프 단편선이나 이반 부닌 단편선 같은 책들은 ‘단편‘이니까 몇몇 작품들만 골라서 온전히 수록되었더군요. <호르두발>은 다 읽고 나면 완역인지 아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책이 집에 몇 권이나 생긴 것인지 원....
이 도쿠리와 잔 때문에 도저히 안 살 수가 없었다.
암튼 이렇게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완성하는구나.

날씨도 살짝 추워지니 소세키 작품 하나씩 다시 읽기도 딱 좋은 계절이다.저 도쿠리와 잔에 따뜻한 정종 담아 마시며 소세키 전집 중 아무거나 펼쳐들고 아무 구절이나 읽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텐데......

음 시절이 하 수상하여 그 마저도 사치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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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10-28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머머!! 여기도 도꾸리와잔에 혹하신 분이 계셨군요.... 호호호
잠자냥 님은 그래도 `마음`으로 깔맞춤이군요 ^^

잠자냥 2016-10-28 21:54   좋아요 1 | URL
ㅋㅋ 예 이게 진작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죠. 한 두 권은 똑같은 걸 더 샀네요. ㅋ 사케 잔 하나는 명암으로 받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음으로 맞춘 것도 나쁘지 않네요. ㅎㅎ
 














이사하면서 책이 너무나도 짐스러워져서; 책 사는 일에 신중해지기로 했다. 웬만하면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가끔 정말 사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이 잡지에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장정일이 새 주간을 맡으면서 어느 언론사와 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는 이번 호는 꼭 챙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응원하는 마음에서 한 권 꼭 사보기로.


아래는 인터뷰 기사 중 발췌


‘말과활’ 쇄신을 준비하며 가장 고심한 부분은.

“어떻게 하면 지식인 잡지 대다수가 빠져있는 ‘성맹(性盲)’을 탈출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한국 계간지들은 여성 편집위원 몫이 지나치게 적거나 형식적이다. 비판적 지식계를 대표해 온 ‘창작과비평’과 ‘문학과사회’는 남성지식인을 위한 ‘지큐(GQ)’ 혹은 ‘맥심(MAXIM)’과 다를 게 없다. 우리 잡지가 그 고민을 시작했으니 다른 잡지들도 바뀌지 않을까.”


기사 전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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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골라야 할지 ㅠㅠ 눈물눈물....





지난번 에코백은 그래도 꾹 참았는데.....

헐.... 비틀즈 에코백이라니... 꽈당 o.O


게다가 그랜드부다페스트 아코디언 북램프까지.......



이쯤하면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사은품을 타려고 책을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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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7-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갓 아코디언 북램프요??? 😩😫😭 아 저 지금 너무 웃픈 상황이에요 ㅠㅠㅠㅠ 본투리드 백 한개만 할 걸 그랬나봐요. 이런게 증정품으로 나올줄이야 ㅠ 이번 달은 돈 더 못쓰니 그냥 눈물을 머금고 맙니다.

잠자냥 2016-07-14 12:50   좋아요 1 | URL
네 ㅠㅠ 아 정말 웃프네요... 아니 슬퍼요. ㅠㅠ 미운 알라(딘)신 ㅠ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도 있다지만 요즘 알라딘에서 책을 살 때 100자평을 참조하다 보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참 책 평가를 잘도 하는구나 싶어진다. 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한단 말인가? 무슨 근거로 별점을 매긴단 말인가? '그저 기대평'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또 그런 평가에 '좋아요'가 눌러진다. 그 의견에 공감한다는 뜻일까? 북플의 폐해인가?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알라딘은 차라리 '기대별점 100자 평가란'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들의 제대로된 평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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