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01 | 40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포구의 잠

                                                                   김선우

 

생리통의 밤이면

지글지글 방바닥에 살 붙이고 싶더라

침대에서 내려와 가까이 더,

소라냄새 나는 베개에 코박고 있노라면

 

푸른 연어처럼...

 

나는 어린 생것이 되어

무릎 모으고 어깨 곱송그려

앞가슴으론 말랑말랑한 거북알 하나쯤

다 안을 만하게 둥글어져

파도의 젖을 빨다가 내 젖을 물리다가

포구에 떠오르는 해를 보았으면

이제 막 생겨난 흰 엉덩이를 까불며

물장구를 쳤으면 모래성을 쌓았으면 싶더라

 

미열이야 시시로 즐길 만하게 되었다고

큰소리 쳐놓고도 마음이 도질 때면

비릿해진 살이 먼저 포구로 간다

 

석가도 레닌도 고흐도 감자먹는 아낙들도

아픈 날은 이렇게 혁명도 잠시

낫도 붓도 잠시 놓고 온종일 방바닥과 놀다 가려니

처녀 하나 뜨거워져 파도와 여물게 살 좀 섞어도

흉 되지 않으려니 싶어지더라

                                                     <내일을 여는 작가> 1997년 봄호

 

    안도현이 눈여겨 보고 있는, 아직 시집 한 권 묶지 않은 젊은 시인이란다.

   어제 가족과 함께 바다에 갔다. 서서히 해가 바다로 내려가고 있었고 해면은 잘게 부서지는 유리조각의 발광체 같았다. 코로 들어오는 바다 비린내가 언제부터 좋았는지... 그래 자주색 볼레로의 교복이 이뻤던 여고 2학년 때다. 어느 일요일 새벽(겨울이었다) 시내 버스로 한 시간 남짓을 달려와 해돋이를 하자고, 몇이서 의기투합되었다. 겨울바다는 그렇게 큰 몸으로 나를 덮치듯 안겨왔다.

  딸아이 둘은 서로 새우깡을 많이 주겠다고 야단이다. 포말처럼 하얗게 몰려오는 갈매기들에게 하나라도 더, 잘(입에 쏙 들어가게) 주려고 전심전력 하고 있다. 가히 몰입의 경지다. 그래서 아이들이 부럽다.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탐욕스런 몰입이 부럽다. 양볼이 발그레 물들고도 안 춥다며 새우깡을 한 봉지 더 사게 해 달라고 조른다. 수퍼에서 사는 값의 두배 이상의 값을 치르고, 작은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로 난 수평선을 따라 걷는 기분이다.

  "갈매기가 내가 던진 거 먹었어. 바다로 떨어진 건 아마 물고기가 먹었을걸. 갈매기가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참 좋아."

  아이는 시인이다.

  아이들 아빠는 카메라를 바꿔 가며 바다와 하늘과 갈매기와 사람을 담느라 바쁘다. 내 눈의 렌즈는 이 모든 풍경을 사진처럼 담고 있다. 정지한 시간이기라도 하듯 스틸사진으로 담고 있다. 무비카메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그 사람이랑 닮았다. 살면서 닮아가는 면이 많기도 하다. 다양한 각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본다. 한마디로 자기 목적성이 강한 인간이다.('몰입의 즐거움'에서 이끄는, 질 높은 삶을 사는 인간형)  

  난 마음 속에 어떤 갈등이 있어 혼란스러우면 칩거하는 유형인데, 이 사람은 카메라 가방 메고 새벽에 나가는 형이다. 한때 그 도구가 낚싯대인 적도 있다. 난 가장 싸게 먹히는 도구, 바로 책을 보고 노는데 말이지.  보이지 않는 족쇄에 스스로 매어서 헤어나질 못하는 '나'는 이제 떨쳐버리고 그 모든 타성에서 벗어나야지.

  바다는 '나'를 버리라 한다. 그릇된 자아일랑 바닷물에 던져버려라. 까닭 모르게(사실은, 알고 있다. 나 자신의 한계가 두려워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아픈 날,  바다는 한 몸으로 날 달구고 서늘하게 식힌다.

   딸아이들과 난 여자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남편은 찜질방에서 있다가 두 시간 후에 만났다. 통유리 밖으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욕조라니. 이런 작은 호사는 누려도 뭐랄 사람 없겠지. 아이들 살갗이 참 보드랍다.  동그란 엉덩이는 마알간 해 같다. '이제 막 생겨난 흰 엉덩이를 까불며' 종알댄다. 몇달 새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아이들 건강한 거, 감사하다. 하지만 내 몸무게는 늘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래도 난 종종 달콤한 도넛이 먹고 싶다. 초콜릿이 얌전히 발린, 동그란 구멍 있는 도넛에 커피 한 잔.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나의 애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좋은 부모 되기 위한 내 아이 유형별 적합한 교육법

 * 단호한 유형

#행동특성 ;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를 좋아하는 타입이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대화할 때 상대방이 요점만 말해 주기를 원하고 의사결정도 빠른 편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기술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간섭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방식대로 일하기를 원한다. 사람과의 관계 증진보다 주어진 일을 마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좀처럼 참아내지 못한다. 도전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일에는 곧 싫증을 내고 자신이 일을 주도하는 것을 즐긴다. 경쟁하기를 좋아하고 지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

# 교육법 ; 무조건 지시하고 통제하기보다 스스로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부여하는 게 좋다. 어떤 일이나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항상 일러주는 게 중요하다. 일을 서둘러하지 말고 휴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유형의 자녀와 힘겨루기는 절대 금물. 또 특별하게 추구해 나갈 목표를 설정해 주면 자녀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

* 상호작용적인 유형

# 행동특성 ; 처음 만난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유형이다. 친구와 함께 일하기를 좋아하고 말하기를 즐긴다. 대중 앞에 잘 나서고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편이다. 여러 활동에 사람들이 함께 일하도록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정리정돈을 잘 하지 못한다. 이런 유형은 어떤 일을 하는 도중에 다른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이다. 또 종종 주어진 일을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교육법 ; 사교성이 있는 자녀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강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이런 유형의 자녀에겐 '한 가지 일을 마쳤을 때 그 성과에 대해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임교수의 설명이다. 자녀와 함께 할 일을 결정한 뒤 자녀가 어떤 일을 끝냈을 땐 즉각적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의한다. 그러면 아이는 한층 열정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다. 이런 자녀에게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지원형

# 행동특성 ; 성격이 까다롭지 않고 어려운 사람 돕기를 좋아하는 유형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변화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화가 나도 잘 참는 편이다. 남의 말을 잘 경청하고 자기 일을 진지하게 수행한다. 어떻게 일을 추진할 것인지를 구상하기보다 할 일을 가르쳐주면 잘 하는 타입으로 필요할 때 앞장서기보다는 잘 따르는 유형이다. 진지한 칭찬을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이 집중되면 당황한다.

# 교육법 ; 임교수는 '이 같은 유형의 자녀에겐 어떤 일이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자녀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지시적이고 요구하는 듯한 태도는 안 된다. 특히 이 같은 유형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건 잘못이다. 그러면 아이는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게 된다. 따라서 선택의 여지를 주면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의 의견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교정형

# 행동특성 ; 조직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이다. 권위와 규칙을 존중하고 목표나 이상도 높은 편이다. 내면적으로 신중한 성격이며 공적이고 예절이 바르다. 하지만 좀처럼 기쁨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전에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잘못이나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서두르지 않는 편이지만 중압감을 느끼거나 독촉 받을 때는 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 교육법 ; 이 같은 유형의 자녀에겐 어떤 문제에 관해 '어리석다' 든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타입의 아이에게 무엇이든 재촉하는 것은 금물.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일을 잘 끝낼 수 있도록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이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땐 분명한 이유를 말하고 대화를 통해 납득시켜야 한다. 아이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말해 주고 아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는 건 좋다. 잘못했을 때에도 아이가 실망하지 않도록 오히려 격려해 주면 좋다.

 

2003. 12.22자 모 일간 신문에서 옮겼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 되기 위해 염두에 두고 싶어서요. 우리 큰아인 단호한 유형에 약간의 교정형이고, 작은 아인 상호작용적인 유형이네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mila 2003-12-25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제 아들애는 아직 어리지만 단호한 유형인 것 같아요. 요즘 이 녀석하고 힘겨루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자제를 좀 해야겠네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01 | 40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