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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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고 심오한 시를 썼던 천재시인 이 상의 유일한 동화는 어떨까 호기심에 샀다. 도깨비 그림을 잘 그린다는 한 병호님의 익살스운 그림도 맘에 들었다. 8살 아이가 재밌어 했다.

선을 베풀고 살아가는 무지하지만 순박한 총각을 착한 도깨비와 황소와 함께 등장시킨다. 잘 다듬어 매끄러운 느낌보다는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느낌의 이야기와 그림이었다.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주어야 해---
교훈이 이야기 속에 녹아 있지 않고 마지막 장에서 글로 드러나는 건 사족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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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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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소재를 이렇게 풀어내었구나 하며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나와 나의 삶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보게도 되었다. 내가 전정 소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나의 소망은 어떤 모습으로 나의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을까?

한창 커가는 두 아이들의 엄마인 나. 나의 모성애란 잎싹의 그것과 다른가? 잎싹의 모성애는 모든 생명에의 사랑을 우선으로 한다. 내 핏줄만 돌보면 그만인 편협함이란 없다. 종족보존이란 본능과는 별개의, 끊임없는 자기 희생과 인내, 자기 수련으로 당당한 모습의 자식을 키워낸다. 자식의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소망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다. 그것은 살신성인과도 같은 것이며 세상의 모든 생명을 불쌍히 여기는데서 출발하는 생명에의 무한한 애정을 성스럽게 보여준다.

안락한 마당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나의 유산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었다. 어려움에 쉽게 무릎 꿇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것을 찾아 나서서 헤쳐나가는 잎싹. 강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의지와 진정한 모성애로 이루어낸 잎싹의 소망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 더없이 고귀한 빛을 발한다.

문장과 구성에서 탄탄한 힘이 느껴진다. 동물을 등장인물로 하면서 마지막 장까지 나를 끌고가는 마력이 대단하다. 그렇게 절실하다. 잎싹이 그 고단한 삶을 선택한 것도 생명을 바치는 것도. 삽화도 너무 힘이 있고 사실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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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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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심성의 형제가 펼치는 모험을 환티지의 세계에서 마음껏 그려 놓았다. 통쾌하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단숨에 읽었다. 그냥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릴 적 자주 꾸는 낭떨어지에서의 떨어짐이라는 이미지가 현실의 갖가지 굴레에서 자유로와지고 싶어하는 아이와 어른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준다.

신나게 모험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라있고 두려움이라는 장애물도 겅중 뛰어 넘어 있다.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난 그 순간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내가 어릴 적 무엇을 생각하고 바랐던가를 언제나 생각했던 린드그렌의 작품답게 아이들의 소망과 욕구를 아이들의 언어로 지루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다 읽고 나면 내가 마치 동생 카알인 듯 감정이 이입되면서 뭉클한 것이 올라와 눈 앞이 흐려질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자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발돋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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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1
키리노 나츠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산성미디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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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새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를 버리지 못해 철저히 '나'를 붙잡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부질없는 환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나'를 버리면 의외로 실마리가 풀리고 삶의 목적이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늪이라면, 그 늪을 똑바로 쳐다보고 열심히 팔다리를 놀려야 하리라.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나'에 대한 집착은 이제 버리고 그저 자유롭게 그리고 '꿋꿋이' 팔다리를 놀려야 겠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탄탄한 구성에 마지막의 반전이 섬뜩했다. 1.2권을 단숨에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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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정원에서 리네아의 이야기 1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레나 안데르손 그림, 김석희 옮김 / 미래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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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인상파 화가와 그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철도의 발달과 튜브 물감의 생산으로 야외를 많이 찾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실내의 음침한 기운이 아니라, 빛의 각도에 따라 무수히 다르게 보이는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렸다지. 초기 인상주의라는 용어는 긍정적 의미가 아니었음직하다. 언제나 기존의 틀을 깨는 건 고운 시선으로 봐 지지 않나보다.

실제 한국인 입양아인 리네아가 프랑스를 여행한 기록 같은 책이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이 아니라, 모네가 실제 살았던 집의 아름다운 정원이 그 곳이다. 그 곳에서 모네를 느끼고 그의 삶의 고통도 이해해 보려 하면서 말이다. 그가 즐겨 그린 수련을 가까이서 보면 물감을 덕지덕지 발라 놓은 것 같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보면 정말 아름다운 수련이 피어 있다. 세상사가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인간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겠지.

아이를 데리고 꼭 이런 주제가 있는 여행을 해야겠다. 시끌벅적한 겉핥기식 여행이 아니라, 주제를 따라 차분히 나를 생각해 보는 진짜 여행의 경험을 아이에게 갖게 해 주고 싶어졌다. 집에 돌아오면 그 곳에서의 추억과 경험을 오래동안 간직할 수 있게 자질구레한 소품들은 상자에 넣어두거나 게시판에 붙여 두는 아이디어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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