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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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아의 일상을 아주 특별한 애정으로 보고 그린 언니의 마음이 나의 마음을 시리게 만든다. 잔잔한 문장에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시각이 장애아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바로 잡게한다.

단지 몸이 아주 불편한 거라고. 무작정 동정심보다는 그 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이해하고 자그마한 도움의 손길이라도 뻗을 수 있다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은 언니의 눈에서 말을 읽고,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는 울보가 된다. 천둥이 내리치고 바람이 아무리 요란히 불어도 무서워 뜬눈으로 밤을 새는 언니 옆에서 동생은 새근새근 잘도 잔다. 아주 작은 소리 대신 아주 작게 흔들리는 풀잎도 볼 수 있다.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소리의 느낌으로 피아노도 친다.

몸이 불편한 동생을 아주 특별한, 너무나 사랑스런 동생으로 자랑하고 있는 언니의 마음이 참으로 예뻐서 가슴 한 편이 두근거리며 나를 부끄럽게 하는 책이다.

연필 스케치로 정성껏 그려 놓은 그림이 마치 오감 중 하나를 잃어버린 동생을 그려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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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사람들은 왜 벽화를 그렸나요?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44
전호태 지음, 김상보 그림 / 다섯수레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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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생생한 고구려의 고분 벽화를 뜯어보는 작업을 하게 한다. 33가지의 질문이 어떤 연계성을 지닌다기 보다는 벽화의 내용을 보고 질문을 만들어 가며 대답하는 형식이다. 궁금하기만 한 당시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벽화를 보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초등학생이 쉽게 봐 나갈 수 있게 짧은 문장과 비교적 쉬운 용어로 풀이해 놓았다. 한 지면에 너무 많은 것을 실으려 해서인지 벽화화 삽화의 배치가 다소 어수선했다. 몇군데 만화풍의 삽화는 장중한 느낌의 고구려 고분 벽화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과 이어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아 질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보고 비판, 수용하는 자세를 제대로 익히려면 말이다. 옛 것을 알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작업.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할 우리의 과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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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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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늘 졸고 있는 것 같은 나른한 모습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흔히 '개미와 베짱이'를 이 이야기와 비교한다. 땀 흘리고 있는 개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우리의 '베짱이'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적어도 그렇게 배웠다. 앞만 보고 피땀 흘려 노동하는 개미들에게만 가치를 두는 'O / X'의 논리를 더 이상 추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할 일 없이 뒹굴고 있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재촉하고 윽박지른 경험은 엄마라면 모두 있을 것이다. 방과 후에도 학원에, 학습지에, 숙제에. 바쁘게 휘둘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햇볕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을'틈이 있을까?

이제 아이들에게 게으름을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겠다. 일의 가치는 육체적인 것으로만 얻어지는 건 아니다. 오늘도 우리의 정신세계을 한차원 올리고, 마음에 위안과 더 귀한 무언가를 심어 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성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요즘,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해버려도 할 수 없다. 네마리의 들쥐처럼 또 개미처럼 일만 하다 지쳐 쓰러지신 그 분들께 어디서 멋진 프레드릭이라도 나타난다면 아주아주 작은 위로가 될까, 감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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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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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닥친 문제가 아니므로 그리 절실하진 않지만, 노인 치매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강요할 지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TV드라마 중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픈 내용에서 치매는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고치 않고 찾아오는 이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가족 구성원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상처받으며 사는 가정이 많은 것일 게다.

치매는 불치가 아니라 끈기있는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겠다. 어른들은 포기한 것을,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뇌이며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되뱉어 낸다. 조금씩 조금씩... 코끼리 블록에서의 재채기, 이야기 그리고 걸음마... 보비와 할아버지의 함께 일어서는 과정이 가슴을 뭉클하다.

'보비야, 나한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 얘기해 다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라고요'

앞뒤 속표지에 그려져 있는 코끼리 블록은 아이와 할아버지가 공유하는 사랑의 기억이다. 함께 쌓은 애정의 탑이 가지는 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함이다.

벌써 여러 해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누워 계셨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세는 팔순이었지만 고운 외양을 지니셨던 그 분이 말을 잃고 누워 계셨다. 극복해 볼 기회도 없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한많은 설운 삶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횡하다.

이 책을 보고 내 아이도 보비처럼 따스한 심성을 지니고 자라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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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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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하나씩의 꽃밭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남의 꽃밭을 부러워 하고 불평을 늘어 놓는 사이 자신의 꽃밭은 시들어 황폐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멀리서 가치를 찾고 의미을 주워 담으려 하는 사이, 내 발아래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소박한 이름의 꽃들은 지쳐서 그 향기조차 잃어버리는 날이 온다면...

지금 당장 나에게 주어진 어여쁜 꽃밭을 들아보아야 겠다. 작고 소박한 것들에 의미를 가득 담아 주고, 사랑을 담뿍 느끼게 해 주어야 겠다. 나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지 말고 나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라고 한 말씀이 생각난다.

서양의 것들에 더 익숙해저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의 우리 꽃들이 이렇게 아리따운 이름으로 피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들꽃을 만나러 뛰쳐 나가고 싶어진다.

굵은 검은색 윤곽의 그림. 힘이 있고, 투박한 듯 하지만 섬세하다. 소박한 듯 하지만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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