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 어린이 성교육 시리즈 4
마리 프랑스 보트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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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기사가 있다면 어린 아이의 몸을 도구로 이상한 장난을 하는 비뚤어진 어른들에 관한 것이다. 피해자의 연령도 가해자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특히 딸만 둘을 키우고 있는 나는 이런 일에 부쩍 걱정이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붙잡고 이런 일들을 어떻게 알려줘야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는 이런 고민을 쉽고 재미있게 해결해준다. 여러가지 있을 수 있는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그리고 있다. 엄마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방심하기 쉬운 일례도 있다. 아이의 입이 하는 일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머뭇거리거나 숨기지 않고' 자신의 기분을 그때그때 말하는 것이다.

'내 몸은 내 몸이에요!' 누군가 내 몸을 만지는 것이 불쾌하다면 이렇게 말하라고 한다. 자신의 몸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므로 싫은 사람이 아무나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사유재산인 내 몸이 나의 자유이듯, 옳지 못한 비밀을 간직하지 않는 것도 소중한 내 자유라고 하며 반드시 믿을 만한 어른에게 털어놓을 것을 강조한다.

모든 어른들이 아이가 경계해야할 대상이라면 아이는 어디에 기대야할까? '그렇지만 잊지 말아요. 여러분이 믿을 수 있는 어른들도 많다는 것을!' 이렇게 아이를 다독여 안심시키며, 어느 순간에 거절의 표시를 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아이에게 무서울 수밖에 없는 긴장의 상황들로 잔뜩 얼어붙어있을 아이들을 끝 장에 가서는 신나는 동물놀이로 유도하여 마음을 풀어준다. 손가락 연극으로 역할놀이를 하며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재현해 보게도 한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남을 미워하지 않으면서 상처로 부터 미리 자신을 현명하게 지킬 수 있는 아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면 조그마한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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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큰소리로 말하지않니
박경선 지음 / 지식산업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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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음직한 혹은 작가가 바라는 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이야기를 작가가 그려낸 것이란 점이 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작가는 오랜 세월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이들의 어여쁜 마음을 이렇게 모두에게 전염시키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이 동화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의 진솔한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 아픔으로 깊이 자리하고 있는 저마다의 상처를 다함께 어루만지고 있다. 반에서 학습면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별난호박'이란 선생님은 작가가 아닌지?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 와 <짝꿍>에서 선생님의 모습은, 이기적이기만 한 요즘의 아이들에게서 '고 예쁜 마음을 어떻게 끄집어내줄까'라는 물음에 답을 준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나님이 주신 선물, 즉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석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아빠가 주신 선물>의 남희나 <동전 두 개>의 남매, <하모니카 별 자리>의 광민이를 보면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적어도 부모에게는, 살아가다 가슴시릴 때면 눈을 마주하고 허허로운 웃음지을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맑은 존재들이다.

왁자지껄 저희들끼리 떠들고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불쌍해뵈는 할머니를 위해 붕어빵을 사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있는 아저씨를 위해 기도를 한다. <도화지 위의 땅>에서 착희는 협동화를 그리는 대신 친구들이 잘 그릴 수 있게 물을 부지런히 갈아다 준다. 땅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착희를 보고 엄마는 분개하셨지만, 착희의 땅은 도화지 전체다. 엄마의 욕심으로 오늘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이외에도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또 그런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고심하는 어른들도 만날 수 있다. <보석보다 귀한 돌>의 의사 선생님, <거울 속의 한 아이>의 수민이 엄마, <생선 비린내>의 한수 엄마 그리고 여러편의 동화에서 나오는 '별난 호박' 선생님. 아이들의 소중한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면서 꿈을 주고 다독이는 모습이 너무 좋다. 뭉클하다.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가슴 따뜻한 울림을 준다. <못난이돌의 꿈>처럼 소박하지만 참된 꿈을 언제까지나 가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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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은 알지요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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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여년 전의 일이다. 어느날 매일 쓰던 일기를 달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들어주는 대상으로 달님을 선택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유치했었던 것 같지만, 그 때는 나름의 답답한 심정을 그렇게 풀고 싶었던 모양이다.

<달님은 알지요>의 송화는 아무도 몰라주는 자신의 마음을 달님에게 올려보낸다. '달님이 거울이라면 좋겠어요....... 영분이랑 영분이 엄마가 어쩌고 있는지 비춰 보게요.......아빠 얼굴도 비춰 봤음 좋겠어요...... 달님은 알지요? 내 맘 알지요?' 서울로 이사간 친구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달님에게 말을 거는 송화의 마음이 낮달만큼 맑다.

영분이도 아빠도 송화에게는 낮달과도 같은 존재다. 낮에는 달을 잘 볼 수는 없듯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하늘에 떠있는 달을 닮았다. 동그란 얼굴로 고향처럼 푸근히 '나'를 통째로 덮어줄 것 같은 달님이다.

<달님은 알지요>는 도시의 아이들이 미처 알지 못하고 사는 시골의 풀내음, 벌레소리,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정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리고 있다. 가족의 의미, 혈육의 의미가 험난한 시대를 거쳐 진하게 전해져 온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어여쁜 우리말을 풍부하게 골라내어 잘 살려 쓴 문장들이 참 곱다.

'비둘기빛 산그리매가 들녘을 가만가만 덮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가만히 그림이 그려지는 구절들이 참 많다.

그런데, 12살의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린 작가가 좀더 이 여자아이에게 진취적인 생각을 심어주었더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6학년 영기 오빠가 생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다부진 모습을 그저 부러워만 하지말고 말이다. 여자아이들이 흔히, 무슨 정답인양, 가지는 선생님이나 간호사의 꿈이 다는 아닐 것인데. 그것도 남다른 의지없이 상황따라 일시적으로 가지는 꿈으로 그리고 있다. 영분이가 죽은 아버지의 상주로 나설 때, 어느 노인네의 말도 그슬린다. 여자가 상주를 해서야...... 라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작가도 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이런 글귀를 접하는 우리의 딸들이 은연중 지니게 될 생각들은 어쩌란 말인가?

송화의 할머니가 한마디씩 던지는 여자들의 금기 행동같은 것도 마음에 걸린다. '여자는 아침잠이 길면 흉된다.'라고. 부지런함의 덕목이 비단 여자한테만 해당되는 덕목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옳은 말도 '여자는...' 내지는 '여자가...'로 시작되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의 딸들이 남녀 편가르기를 무의식적으로 몸에 받아들여서 위축되는 것은, 양성평등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아이들의 깨끗한 의식을 흐리는 구정물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장면의 할머니가 하시는 통일굿 한판이 무척이나 신명났다. 송화 아버지의 북소리와 할머니의 춤이 한데 어우러져 '응어리진 한을 풀어낸'다. '......정한 마음으로 원수가 있거든 내리사랑하고 사랑해서 옳은 길 바른 길로 통일되게 하소서......' 지은이의 말처럼 '사랑이 사랑을 낳는법' 이라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고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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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브라이 뒹굴며 읽는 책 4
마가렛 데이비슨 글, J. 컴페어 그림, 이양숙 옮김 / 다산기획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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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게 '당장 몸의 어느 한 구석에 심한 불편이 닥쳐온다면?' 하고 질문해보는 일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언제 닥쳐올지도 모를 장애에 미리 대비하여 살고 있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선천적 장애보다 더한 고통과 극복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후천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이다. 장애 이전의 경험이 극복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안타깝다.

<루이 브라이>는 자신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에 굴하지 않고 어둠의 장막을 걷고 빛을 바라본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빛은 자신은 물론 자신과 '같은 불편'으로 어두운 삶을 살아가야만 할 것 같았던 이 세상의 많은 눈 먼 사람들에게 희망을 밝힌다. 삶을 밝히고,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글자'라는 도구를 눈 먼 사람들의 손에 쥐어 준 것이다.

남이 아무도 하지 않는 생각과 오로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 평생을 바친 루이 브라이. 당시에 기성세대의 틀에 박힌 사고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명예욕과 뒤엉켜, 참신한 브라이의 점자 발명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더 빨리 세상에 나올 수도 있었던 브라이의 점자는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몰이해로 불구덩이 속에 타들어가면서 이미 건강을 많이 잃은 브라이의 가슴까지 타들어가게 하였다.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팠다. 인물이야기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도 이런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인물의 삶은 위대하다. 그것이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의 극복기라면 더할 수 없는 감동과 더불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고통과 굴욕의 시간을 견디고, 어둠의 방에서 지적 호기심으로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샘물같은 힘을 준 루이 브라이. 그의 업적은 겨우 15세의 나이로 시작하여 길지 않은 생을 그와 함께 외길로 걸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였던가! 세상 모든 '브라이'에게 이보다 더 절실한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아주 간결한 문체가 외길인생의 루이 브라이를 조명하는데 썩 잘 어울린다. 초등 4학년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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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25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루이브라이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시간을 어둠속에 살았겠죠. 점자는 위대한 발명품이에요. 보물창고에서 나온 '루이브라이-점자로 세상을 열다'란 그림책도 저학년 아이들이 보기에 딱 좋아요.^^

프레이야 2008-03-26 19:16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죠^^
저학년 루이브라이 인물이야기도 있군요. 보물창고에서..
 
나의 산에서
진 크레이그 헤드 조지 지음, 김원구 옮김 / 비룡소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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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꿈을 꾸면 그림자처럼 따라오곤 하던 풍광들을 떠올린다. 이름 모를 광활한 대지 혹은 숲, 눈아래로 도도히 삼킬 듯 흐르는 물살을 내려다보며 두 팔을 힘껏 날개짓하였다. 내 몸이 야생매의 그것처럼 부드러운 듯 힘찬 획을 그으며 비상하면, 온세상이 내 세상이다. 내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것이란 없다. 바람도 물살도 날개짓까지도.

<나의 산에서>는 지금 두 아이가 되어서도 한번씩 꾸는 '벗어나기'의 꿈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대신 꾸어준다. '샘 그리블리'라는 지혜롭고 용감한 소년을 통해, 꾸는 것으로만 머물러 있는 대부분 사람들의 꿈을 현실적으로 실현시켜주는 셈이다.

아이에게 '집'이란 자신을 보호해주는 안락한 공간이자, 의식과 문화를 책임지고 -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 길들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집'이라는 다소 폐쇄적이며 일방적인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질 때, 아이는 진정한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려움! 일탈에 대한 두려움이 벗어나고 싶다는 꿈보다 나를 더 강하게 옥죄이고 있었던 것 같다. 진정한 의미의 성장은 그렇게 더디게 다가오고, 아직도 미성숙한 인간성을 어쩔 수 없어 잠못 이루기도 한다.

<나의 산에서>는 한편의 영화처럼, 바람의 생생함과 날짐승의 피같은 비릿함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살아서 두 눈을 부릅뜨고 발톱을 세우는 온갖 동물과 있는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날씨까지도, 샘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신과의 싸움에 백기를 들게 할 수 없다.

성장을 위한 자신과의 싸움은 타인과의 의미있는 관계를 필요로 한다. 도시에서 숲으로 달아난 샘은 자신이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집으로 다시 이끌려갈까봐 사람을 피한다. 그러다 한 사람씩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의미있는 타인'을 만나게 된다. 집으로 대변되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 맺게되는 수많은 타인과의 인연을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 하나없는 낯선 곳에서 아무런 선입견없는 관계를 독립적으로 맺어보고 싶다는 것도 단지 꿈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은가.

샘의 짧지 않은 숲의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영원히? 집을 나가겠다고 할 때 선선히 고개를 끄득여주었던 것처럼, 샘의 부모님은 당신들의 아들을 다시 품어줄 때도 선선하다. 아무 거리낌도 책망도 없이, 샘의 집나무 옆에 집을 짓는다. 열한 명의 식구가 살 집이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성숙해가는 아들과 함께 '땅에 뿌리를 내린다'. 땅을 사랑하는 피는 모계 쪽에서 온 것이었다. '네 어머니는 너에게 좋은 집을 주겠다고 하셨다. 어머니 관점에서는, 좋은 집이란 지붕과 문이 있는 거야.'

'돌아오기'... 작가는 내리기 쉬운 결론을 빗겨가, 감동적인 라스트신을 연출한다. '벗어나기'의 경험을 배부르게 한 후의 '돌아오기'란 갖가지 영양소로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사람이면 평생을 되풀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거기에 있는지 알고 있단다.'
'아버지!'
샘은 자신을 찾아 숲으로 온 아버지의 부름에 답한다. 이제는 '산 열매만 따 먹고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자신이 붙었는데도.

마음 속에 영원히 살 '샘 그리블리'... 집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샘을 따라가 숲의 집나무에서 살고 싶어질 것이다. 나의 손발을 묶어두는 두려움을 훌훌 벗어버리고 사슴가죽 옷을 입고 모카신을 신고 버들피리를 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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