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크라테스 하지만 나 역시 내가 법정에 서게 된다면 같은 일을 당하리라는 걸 알고 있네. 나는 내가 제공한 어떤 즐거움들도 그들에게 말할 수 없을 거네. 그들이 이로운 행위로 생각하고 이익으로 여기는 즐거움들 말이네. 왜냐하면 나는 그런 것을 제공하는 자들도 제공받은 자들도 부러워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리고 누군가가 내가 젊은이들을 당혹스럽게 하여 망쳐 놓는다거나, 나이 든 사람들에게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가시 돋친 말로 비난한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내가 말하고 행하는 그 모든 것은 정당합니다. '재판관 여러분들이여' - 당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라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을 것이며, 달리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네. 그러니 아마도 나는 무슨 일을 만나든 그대로 당하게 될 거네.
칼리클레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 자기 나라에서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자신을 도울 수 없는 사람이 좋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소크라테스 물론이지, 적어도 저 한 가지 조건만 그가 갖추고 있다면, 칼리클레스, 자네가 여러 차례 동의했던 것으로, 인간들에 대해서나 신들에 대해서나 부정의한 것을 말하지도 않고 행하지도 않음으로써 자신을 돕는다는 조건 말일세. 이것이 자신을 돕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데 우리가 여러 차례 동의했으니가.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가 나를 논박하여 이것으로는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걸 보여 준다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든 몇몇 사람들 앞에서든 일대일로든 나는 논박당하는 걸 부끄러워할 거네. 그리고 이 무능함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나는 원통하겠지. 그러나 아첨하는 연설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면, 내가 확신하거니와 자네는 내가 그 죽음을 쉽게 감내하는 걸 보게 될 거네. 사실, 완전히 무분별하고 비겁한 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죽는 것 자체는 두려워하지 않고 불의를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하네. 혼이 여러 부정의한 행위들로 가득 차서 하데스에 이르는 것은 모든 나쁜 것들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것이니까. 원한다면 이것이 어째서 그런지 자네에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하네. (204-206)
칼리클레스, 이것이 내가 듣고 참이라고 확신하는 이야기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은 일이 뒤따를 것이라고 추정하네. 내가 생각하기에 죽음이란 혼과 몸, 두 가지 것이 서로로부터 풀려나는 것에 지나지 않네. 그러므로 그 둘이 서로로부터 풀려났을 때, 둘 각각은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 유지했던 자신의 상태를 그때 못지않게 많이 유지하네. 몸은 자신의 본성과 보살핌의 결과들과 겪은 내용들을 모두 뚜렷하게 유지하네. 이를테면 누군가의 몸이 살아 있을 때 본래부터 컸거나 양육에 의해 컸거나 두 가지 모두에 의해서 컸다면 죽은 후에도 그의 시신은 크네. 그리고 뚱뚱했다면 죽어서도 뚱뚱하고, 그 밖의 경우들도 마찬가지네. 그리고 또 그가 머리털을 늘 길게 길렀다면 그의 시신도 머리털이 기네. 또 누군가가 살아 있을 때 불량배여서 매를 맞거나 다른 부상으로 인해 가격당한 흔적을 몸에 흉터로 갖고 있었다면, 삶을 마감한 후에도 그의 몸이 그 흔적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네. 또는 누군가의 사지가 살아 있을 때 부러졌거나 뒤틀렸다면 죽어서도 그것이 같은 상태로 뚜렷하게 유지되네. 한마디로 말해, 살아 있을 때 갖추고 있는 몸의 상태는 삶을 마감한 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모두 또는 대부분 뚜렷하게 유지된다는 것이지. 따라서 칼리클레스, 나는 이것이 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네. 혼 안의 모든 것은 혼이 몸을 벗은 후에 뚜렷이 드러난다네. (209)
209페이지 소크라테스가 한 말, 오늘 화두. 외할아버지는 오래도록 앓고 후에 돌아가셨다.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셨다고 무당이 말하는 소리를 어린 시절 들으면서 다행이다 라고 한숨을 내쉬었는데 너무 오래 아파서 두꺼운 겨울요를 사계절 내내 펼치고 그 위에 사계절 내내 누워계시던 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말씀도 거의 못하셨고 눈빛만 형형하게 빛나서 외할아버지를 바라볼 때면 항상 쭈뼛거렸다. 저 구절들을 읽고 있노라니 오래 앓고 오래 이부자리 위에 누워계시던 외할아버지와 친할머니 떠올랐다. 나의 알코홀릭 삼촌은 오래도록 술을 마셔서 나중에 배가 부풀어오를대로 부풀어올라 이른 나이 돌아가셨다. 그게 참 끔찍하다고 느낀 건 한참 시간이 흐른 후지만. 살아있으면서도 살아있지 못한 채로 그 몸의 흔적들이 마치 내 온 생애를 드러내는 것처럼 한 증표가 된다는 사실이 좀 소름끼쳤다. 고해를 하고 하고 해도 평생 고해를 해도 끝없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죄를 짓는 사람 마냥. 소크라테스는 이야기한다. 이것이 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그리고 혼 안의 모든 것은 혼이 몸을 벗은 후에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요즘 느끼는 것들과도 맞닿아서 더 각인된듯. 혼 안의 모든 것이 몸을 벗은 후에 뚜렷이 모조리 드러난다면, 그러하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득 갑자기 눈뜬 장님이 된 것마냥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 끝없이 사랑을 하는 것이 가능도 할 거 같은데, 절룩거리는 엄마의 팔을 잡아주다말고 문득. 여행지에서 읽을 책 두 권 일단 가방 안에 담고 더 담을 것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