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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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을 느끼고 기쁨을 느껴 웃음이 많고 울음이 간혹 끼어들다가 또 미친듯 웃고 싶어질 때도, 더불어 실제로 웃기도 하고, 하여 이 모든 것들은 ‘생각‘과는 그닥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너무 명쾌해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에피큐리언은 에피큐리언답게 살 일. 그걸로 나도 결론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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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서로의 독자일 수 있는 관계성, 

 거기에서 묘하게 오고가는 티키타카들, 

 그게 가능한 관계가 그닥 세상에는 많지 않다는. 

 존경심이 그제서야 일어나는 거겠지. 애정도. 

 머리 엄청 크고 덩치 엄청 큰 길냥이 한 마리 지나가고 계신다, 근엄하게.

 볕 좋으니 좀만 걷다가 쌍화차 후딱 마시고 와야지. 읽는 책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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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2-0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작하여야겠습니다. 찌뿌둥 했다!
 










언니가 돈 벌면 은반지 말고 금반지 사줄게, 라고 속으로 소주잔 부딪치는 동안 그랬다. 언제 돈 벌지 모르겠지만 후후후. 훈이가 책 사진에 진심인지라 역시 데코에 신경씀. 오늘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아까 잠깐 탈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탈코하는 날은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나신으로 있을 때와 죽기 며칠 전, 그 동안뿐이겠다 싶은 감이 왔다. 인간은 끝없이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낸다. 이 말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소설 속에서 한 말, 이라고 훈이 알려줬다. 이 말이 진리라는 걸 알 거 같았다. 눈 내리는 날 광화문 아웃백에서 뜻하지 않게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작년 이즈음에도 광화문 아웃백에서 엄마와 딸아이와 식사를 하는 동안 눈이 내렸다는 게 기억났다. 고기는 질겼고 눈은 내렸고 하현설이 없어서 괴로웠던 기억이 났다. 오늘 아웃백에서 친구들과 딸아이와 식사를 하는 동안 끝없이 웃었고 곁에 누군가 없어서 괴로운가 하고 자문하니 그닥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아 아 더 이상 김씨도 내게는 그 존재감이 그닥 없구나 알았다. 김씨와 하현설과 전남편의 공통점을 나 혼자 헤아릴 때가 있다. 차이점도 뭐 다양하긴 하지만. 김씨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 나는 좀 답답한 사람_이라고 했는데 이제 그 세 남자를 한데 묶어 답답한 인간들, 카테고리에 넣기로 했다. 김씨와 전남편은 김씨와 전남편이란 호칭으로 명명하면서 하현설은 본명 그대로 쓰는 걸 보면 나란 인간도 참 단순무식하다 싶긴 한데 약속은 약속인지라 그의 이야기를 할 때는 반드시 본명을 써주기로 해서 그러기로. 한해 동안 두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걸 보면 나도 절개를 지키는 여자는 못되나 보다 알았다. 하현설과 김씨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며 엄청 웃기도 웃었다. 쟝이의 말을 들으며 소주를 조금씩 입 안에 털어넣으면서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서로에게 하고 있는 말이 우리 자신을 드러내는 거로구나 우리가 가닿고 싶어하는 그곳이 있긴 있구나, 그런 생각을. 결국 그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도로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간다는 걸. 하여 그러하다면 앞으로 입조심을 꽤 하긴 하겠구나 싶으면서도 내가 할 말과 내가 할 사랑이 결국 내 욕망을 고스란히 보여주겠구나 이것도. 그리고 내가 하는 몸짓들에 모조리 다 나를 담기로 했다.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말랑하게. 합이란 건 맞춰가는 거다. 결국 내가 전남편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더 이상은 못 맞춰주겠다 너란 인간에게, 하여 그를 버린 거고 전남친들과도 뭐 비슷한 과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버렸던 게 아닌가 싶다. 만나는 동안 김씨가 언젠가 화를 버럭 내면서 왜 사람을 자꾸 고쳐쓰려고 하는 거냐고 한 적 있다.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데 나는 그에 대한 마음이 커서 그에게 나를 맞춰가려고 애쓰고 애쓰고 애썼다. 그러다가 못해먹겠네, 시발, 하고 미친듯 화를 낸 적도 여럿이긴 하지만. 나는 너에게 맞춰가려고 애썼다, 그렇다면 너는 나에게 맞추려고 애를 쓰긴 했냐? 라고. 사람을 왜 고쳐써먹으려고 하냐고 그래서 고치지 않고 내가 바뀌려고 애를 쓰긴 썼다. 허나 이건 불가능하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건 관계라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 그러니까 합이라는 건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자신을 좀 내려놓을 줄 아는 것, 허나 그 관계가 상대방이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인간은 인간에게 얼마나 야비하고 비열한가. 그러한 것들. 버리고 버림받고, 사람들 관계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걸 저어하긴 하는데 그 표현 방식은 직설적이면서도 적확하다. 더 이상은 합 맞추기 싫다, 그럼 이별이다. 이건 그대로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이 되는 거고. 오늘도 많이 배웠다. 내 스승들에게. 따라서 나는 이들에게, 이들은 나에게 서로 합을 맞춰가며 서로의 스승이 되어가는 거고. 지하철 타러 들어가기 전에 언니, 사랑해, 라는 말이 밤하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하는 말들이 다시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가 심장을 데피게 만들 것이다. 그것이 너와 내가 존재하는 까닭 아닌가. 만일 사랑이라는 게 있어 그 속성들을 열거할 수 있다면 이것도 한 속성이겠다 싶은.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답답하고 속 터지는 사랑은 이제 하지 않는다. 김씨와 관계를 끝내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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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2-01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서로 맞춰줄 수 없다고 느낍니다. 풀도 꽃도 나무도 서로 하나도 안 맞춰줍니다. 덩굴은 큰나무한테 묻지도 않고서 친친 감아오르면서 살아남으려고 하고, 큰나무는 사람을 불러서 덩굴을 떨구려고 합니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고쳐쓰다”라는 말은 “내가 널 고쳐놓을 수 있어!” 하고 외치는 셈인데, 어느 누구나 남이 나를 고치지 못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내가 널 고칠 마음은 없어. 나는 나를 사랑하면서 이 삶을 노래할게.” 하는 하루로 나아갈 적에, 내 곁에 있는 남도 어느새 스르르 풀리고 녹으면서 그이가 스스로 바꾸고 달라지고 거듭나는 길을 가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입밖으로 내놓거나 내거나 내뱉은 모든 말은 언제나 ‘내가 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말은 언제나 나한테 돌아오는데, 우리가 읊는 모든 말은 ‘멀거나 가까운 앞날에 내가 스스로 들어야 할 말’을 읊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내가 읽는 책’이란 ‘내가 배워야 할 책’인데, ‘내가 배워야 할 책’은 ‘내가 좋아하려는 책’이 아니라, 샅샅이 뜯고 헤쳐서 새롭게 엮어야 할 밑조각이지 싶습니다. 먹은 밥과 술이 똥과 오줌으로 나오듯, 읽은 모든 책과 이야기와 줄거리는, 다시금 ‘내 말’로 흘러나오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내 입에서 “난 너를 고쳐쓰겠어!” 하는 말이 나온다면, 여태까지 읽은 책과 이야기와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말인 셈이고, 이제부터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온다면,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을 ‘스스로 바꾸었다’는 뜻입니다.

나하고 다르기에 만납니다. 나하고 같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나하고 같은데 억지로 붙여서 만나려고 하면, 둘은 그만 펑 하고 터지고, 더 불같이 싸웁니다.

나랑 맞거나,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랑 짝을 맺거나 함께살 적에는, 한결같이 싸우고 지지고볶다가 으레 마음과 몸이 다 다친다고 느껴요. 나랑 안 맞는 사람이기에, 나랑 다른 사람이기에,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면서 이 삶을 노래하려는 하루이기에, 이 ‘다른빛’이 “다르면서 사람이라는 하나인 빛”인 줄 받아들일 수 이을 적에, 이리하여 이렇게 짝을 맺는 길에서는 언제나 서로서로 살피고 헤아리고 생각하면서 ‘나사랑’이란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살림살이를 이룬다고 느낍니다.

수이 2025-02-01 12:01   좋아요 2 | URL
숲노래님의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허나 저는 충분히 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고 제가 그동안 해온 사랑을 잘 알지 못하시면서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시라고 하시는 건 좀 어이없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제 글을 읽고 그렇게 느끼셔서 좋은 마음으로 하신 말씀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불같이 사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같이 싸우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없을 거 같은데요. 사랑법은 모두 제각기 다른 거 같습니다. 추구하고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 모두 한 길이 아닌 것처럼. 숲노래님은 여전하신 거 같아요. 오랜만에 댓글 주고받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전에도 지금도. 새해 원하시는 일 이루시며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쓸데없는 이야기책이 집 안에 들어오면 정치경제학은 위험에 빠진다. 세상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고, 공상하고 느끼는 비경제적인 활동이 기승을 부릴 것이며, 더 나쁘게는 그것이 실제로 발현되기까지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드그라인드 씨는 옳다. 분명 문학과 문학적 상상력은 전복적이다. 이제 우리는 문학을 선택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즉, 문학은 위대하고 소중하고 흥미롭고 훌륭하지만, 대학의 학과 중 하나로 정치, 경제, 법적 사유와는 동떨어진 분야로 생각하거나, 또 그것들과 동등한 것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근대 학문이 분화의 길을 걷고 문학의 가치에 대한 편협한 쾌락주의적 이론이 자리 잡으면서 우리는 그래드그라인드 씨가 굳건히 붙들고 있었던 통찰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주목한 점은 다음과 같았다. 즉 소설(지금부터는 소설 작품들에 주목할 것이기에)은 고유한 형태와 스타일, 그리고 독자와의 소통 방식을 통해 삶의 규범적 의미를 표현함으로써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는 형식을 띤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며, 한 방식이 아닌 다른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또한 독자들을 특정한 정신과 마음 자세를 갖도록 이끈다. 그리고 그래드그라인드 씨가 아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듯이, 좁은 의미의 경제적 합리성- 그의 견해에서는 이것이 공적 사유와 사적 사유 모두의 규범이 된다 -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마음가짐들은 잘못된 것이며 매우 위험한 태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래드그라인드식 경제학의 시각에서 볼 때, 만약 문학이 위험하고 통제되어야 마땅한 것이라면, 이는 또한 문학이 더 이상 단순한 장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우리의 공적인 삶에 두드러진 기여를 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그래드그라인드 씨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들에 대해 - 그것이 인류의 비전이나 사회적 삶에 대한 온전한 의미를 나타내는 데 적합한지를 따져서 - 의문을 품어본다면, 그래드그라인드 씨가 강력히 거부하면서도 쓸데없는 이야기책들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이를 집으로 가져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만약 이야기책들이 갖는 의미를 변호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책들이 집에 머물러도 되는 강력한 이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즉, 아이들의 지각을 형성하는 집과 학교뿐만 아니라, 공공정책과 사회발전을 연구하는 대학에서도, 정부와 법정에서도, 심지어 로스쿨에서도 - 공적 상상력public imagination이 형성되고 길러지는 곳 어디에서든 - 이야기책은 공적 합리성 교육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27-28)










  식혜를 마시면서 문장 옮기기,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다고 해서 마냥 사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식재료도 사야 하고 옷도 사야 하고 귀금속도 사야 하고 아이의 학원비와 아이의 옷과 신발과 아이의 책도 사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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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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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독, 종이사전, 손으로 연필 쥐고 종이 위에 글씨 쓰기, 음력 새해를 맞이해서 조금 새로운 습관을 붙여보기로.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너도나도 미친듯 운동해서 좋은 몸, 좋은 삶 살아보겠노라 하는데 거기에서 뇌는 왜 빼놓니, 뇌도 필요해, 좋은 운동 전신 운동! 해서 오 하고 메모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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