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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 가보의 마법 같은 삶과 백년 동안의 고독 ㅣ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6
오스카르 판토하 지음, 유 아가다 옮김, 미겔 부스토스 외 그림 / 푸른지식 / 2015년 4월
평점 :
빌리고 싶었던 책이 대출중인지라 나머지 한 권을 어떤 책으로 빌릴까 서고 앞을 왔다갔다 하다가 눈에 들어와 빌려와서 저녁을 먹으며 휴식차 읽었다. 한창 입시 공부를 해야할 때 공부를 하지 않고 읽었던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쓰게 된 배경이 주된 내용이다. 각 작가들이 달리 포인트를 두고 그리고 썼다. 그림체는 맨 처음에 실린 작품과 맨 나중에 실린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 읽고난 후 높고 낮은 밤_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며칠 전에는 옛날 애인의 생일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기억이 나면 그날 그를 위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 어디에 있건 그 누구와 있건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라는 말을 속삭인다. 마르케스를 읽다가 떠올랐다. 요가를 하고 딸아이를 데리고 만두를 먹으러 만두집으로 향하는데 또 옛 애인을 닮은 사람과 스쳤다. 그도 저이만큼 나이 들었을까 싶어 잠깐 가슴이 아렸으나 나 역시 나이 들었다. 사랑과 문학, 영화에 대한 사랑. 마르케스의 좋은 사람들. 18개월 동안 극도의 궁핍한 상황 속에서 남편을 채근하지 않았던 마르케스의 부인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먹을 게 없어서 텅텅 빈 찬장을 바라보며 마법이라도 부려야 할까나 라고 중얼거리던 씬도 오래 기억에 남을듯. 잠깐 얼굴을 보려고 들렸다며 먹을거리를 들고 집으로 마르케스를 찾은 그의 친구들도. 높고 낮은 밤, 여름방학이 서서히 끝나간다. 다 읽고 책 쓰다듬는 동안 그러고보면 소설을 미친듯 읽었던 그때 만났던 나의 사람들 모두 광기에 사로잡혀 읽었었구나 그토록 젊었구나 진주와 같았던 사람들과의 단란했던 여름날 폭음을 일삼았던 기억도 살짝 났다.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오랜만에 모였다며 술집 앞에서 단체샷을 찍은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나만 빼고 다 있네! 흥! 삐쳐서 사진 속 사람들 얼굴을 꼼꼼하게 바라보았다. 조금 더 지치고 조금 더 나이들었지만 젊었을 때 20년 전과 별반 다를 바 없어서 좋았다. 나도 저기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면서 오래오래 보았다. 하지만 나는 추억 속 저 멀리 잊혀진 사람. 그러니 잊혀져 이 높고 낮은 밤에 뜨끈한 커피를 마시며 만화책을 읽는다, 맞은편에는 수학 문제 푸는 딸아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날 마르케스가 한 연설의 한 마디가 이 여름밤을 더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시간날 때 마르케스 소설 다시 읽기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