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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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두엽에 문제가 있었던 거네, 하니 구남친 왈, 아니 그게 무슨 전전두엽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나, 그냥 인간이 덜 된 거라고 표현해야 옳지, 라고 말해서 한참 웃음. 이 모든 것들이 이런 식으로 결론을 맺는다고 여기니까 무슨 코미디물 찍은 느낌이긴 하다. 그래도 관심은 갖고 계속 지켜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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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 안에서 애플파이를 통으로, 아 맛있어, 라며 먹는 딸아이를 보는 일이 통으로 즐거움을 주는, 내 뱃속에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 네 뱃속에 들어가면 더 유쾌하고 좋은. 치즈가 들어간 애플파이도 맛있어, 나는, 엄마, 라고 해서 그건 냉동을 해동시킨 거라서, 엄마는 별로, 이건 해동하지 않고 그날 만들어 그날 파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는 이게 더 맛난 걸 수도 있어. 게임 다 하고난 후 엄마, 이거 내가 다 먹어도 돼? 해서 당근, 했더니 한입에 털어넣는 아이를 보면서 내 뱃속에서 꼬물꼬물, 맛난 거 먹으면 좋아서 꼬물꼬물 움직이던 녀석의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 납작한 내 배를 쳐다보고 아이스바닐라라떼를 흡입하는 딸아이를 쳐다보면서.

수업 시간에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폴리아모리가 과연 대체 사랑에 들어갈 만한가, 그 이야기도. 화학적인 사랑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유전자의 맞물림인지라 그래서 더 끌리는 거라고 하던걸요, 라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일 폭압적인 사랑은 감옥에 가둬놓고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에게 집착하는. 인간이 인간에게 제일 실망하게 되는 순간은?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순삭하게 되는 순간들. 불륜과 폴리아모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한국과 프랑스에서 사랑의 주체적인 존재들은 누구인가? 선생님의 팩폭과 수컷의 본능적인 면모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다들 발을 구르며 폭소.

빨래 널고 숙제 다 하고, 다리에 얼추 근육은 붙여갖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듯. 아 헬스장 바꿨다. PT하는 애가 너무 제멋대로인지라. 이렇게 입 털면서 돈 벌면 진짜 돈 버는 거 쉬운 거 아닌가, 라고 지적질은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 PT 받는 건 생각 좀 해보고 일단 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갖고 조금씩 맛보고 있다. 기구는 이곳이 훨씬 좋더라. 버스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잠깐씩 졸았다. 몸이 버텨낸다, 라는 느낌이 없는 걸 보면 서서히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아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죽을 거 같아, 라는 말을 이제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그만큼 체력이 붙었다는 소리. 곧 추위가 저 멀리 가버릴 때쯤 곰 한 마리로 얼추 변신이 가능할지도. 뼈밖에 없어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몸은 내 이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음. 근육이 터질 거 같아 허벅지가 불타오를 때 제일 기분이 좋은 걸 보면 곰이 내 이상적인 자아상인듯.

황금향 하나 까먹으면서 진이랑 통화, 너 대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안 살았잖아, 대체 왜 그래? 라는 소리에 또 폭소, 그러니까 그때 이렇게 안 살아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 거네, 라고 대꾸했다. 확실한 건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 다른 활동들,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이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중요한 건 그 차이점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예전처럼 벙어리처럼 가만히 입 다물지 않고 좀 재수없어 보여도 그냥 말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가봐야 명확하게 차이점을 알기는 할듯. 어려워 어려워, 투덜댔더니 어려우니까 더 길게 내다보자면 재미난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거임, 그럼 그 재미를 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고, 이게 평생의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라는 피드백에 나도 모르게 눈이 반짝반짝, 귀는 팔랑팔랑 콧구멍은 벌름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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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을 읽고 좀 상반된 걸 얻게 되었다. 낯선 자가 내게 다가올 때, 내가 낯선 자에게 다가설 때 가장 최우선으로 꼽는 인간의 장점은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의 성향을 재빨리 캐치할 수 있었다. 마리즈 콩데의 책을 추천받았다. 사랑과 증오가 한 몸이라고 친다면 자,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지 싶어 나 홀로 장난을 치고 있는데 민이가 푸후후 웃더니 덩달아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당하게 되면 당하는대로 가만히 있지는 말거라, 네가 분노했다는 것을 어떻게든지 드러내, 그 말을 했다. 헤드폰에서는 U2가 흘러나왔고 눈밭 아래 춤을 추면서 귀가했다. 도파민이 생성되는 순간은 언제나 명확하다. 세상으로 나가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과 시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는 마사 누스바움을 완독한 후_ 정념은 언제나처럼 내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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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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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을 느끼고 기쁨을 느껴 웃음이 많고 울음이 간혹 끼어들다가 또 미친듯 웃고 싶어질 때도, 더불어 실제로 웃기도 하고, 하여 이 모든 것들은 ‘생각‘과는 그닥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이 너무 명쾌해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에피큐리언은 에피큐리언답게 살 일. 그걸로 나도 결론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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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돈 벌면 은반지 말고 금반지 사줄게, 라고 속으로 소주잔 부딪치는 동안 그랬다. 언제 돈 벌지 모르겠지만 후후후. 훈이가 책 사진에 진심인지라 역시 데코에 신경씀. 오늘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아까 잠깐 탈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탈코하는 날은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나신으로 있을 때와 죽기 며칠 전, 그 동안뿐이겠다 싶은 감이 왔다. 인간은 끝없이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낸다. 이 말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소설 속에서 한 말, 이라고 훈이 알려줬다. 이 말이 진리라는 걸 알 거 같았다. 눈 내리는 날 광화문 아웃백에서 뜻하지 않게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작년 이즈음에도 광화문 아웃백에서 엄마와 딸아이와 식사를 하는 동안 눈이 내렸다는 게 기억났다. 고기는 질겼고 눈은 내렸고 하현설이 없어서 괴로웠던 기억이 났다. 오늘 아웃백에서 친구들과 딸아이와 식사를 하는 동안 끝없이 웃었고 곁에 누군가 없어서 괴로운가 하고 자문하니 그닥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아 아 더 이상 김씨도 내게는 그 존재감이 그닥 없구나 알았다. 김씨와 하현설과 전남편의 공통점을 나 혼자 헤아릴 때가 있다. 차이점도 뭐 다양하긴 하지만. 김씨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 나는 좀 답답한 사람_이라고 했는데 이제 그 세 남자를 한데 묶어 답답한 인간들, 카테고리에 넣기로 했다. 김씨와 전남편은 김씨와 전남편이란 호칭으로 명명하면서 하현설은 본명 그대로 쓰는 걸 보면 나란 인간도 참 단순무식하다 싶긴 한데 약속은 약속인지라 그의 이야기를 할 때는 반드시 본명을 써주기로 해서 그러기로. 한해 동안 두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걸 보면 나도 절개를 지키는 여자는 못되나 보다 알았다. 하현설과 김씨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며 엄청 웃기도 웃었다. 쟝이의 말을 들으며 소주를 조금씩 입 안에 털어넣으면서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서로에게 하고 있는 말이 우리 자신을 드러내는 거로구나 우리가 가닿고 싶어하는 그곳이 있긴 있구나, 그런 생각을. 결국 그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도로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간다는 걸. 하여 그러하다면 앞으로 입조심을 꽤 하긴 하겠구나 싶으면서도 내가 할 말과 내가 할 사랑이 결국 내 욕망을 고스란히 보여주겠구나 이것도. 그리고 내가 하는 몸짓들에 모조리 다 나를 담기로 했다.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말랑하게. 합이란 건 맞춰가는 거다. 결국 내가 전남편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더 이상은 못 맞춰주겠다 너란 인간에게, 하여 그를 버린 거고 전남친들과도 뭐 비슷한 과정으로 서로가 서로를 버렸던 게 아닌가 싶다. 만나는 동안 김씨가 언젠가 화를 버럭 내면서 왜 사람을 자꾸 고쳐쓰려고 하는 거냐고 한 적 있다.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데 나는 그에 대한 마음이 커서 그에게 나를 맞춰가려고 애쓰고 애쓰고 애썼다. 그러다가 못해먹겠네, 시발, 하고 미친듯 화를 낸 적도 여럿이긴 하지만. 나는 너에게 맞춰가려고 애썼다, 그렇다면 너는 나에게 맞추려고 애를 쓰긴 했냐? 라고. 사람을 왜 고쳐써먹으려고 하냐고 그래서 고치지 않고 내가 바뀌려고 애를 쓰긴 썼다. 허나 이건 불가능하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건 관계라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 그러니까 합이라는 건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자신을 좀 내려놓을 줄 아는 것, 허나 그 관계가 상대방이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인간은 인간에게 얼마나 야비하고 비열한가. 그러한 것들. 버리고 버림받고, 사람들 관계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 걸 저어하긴 하는데 그 표현 방식은 직설적이면서도 적확하다. 더 이상은 합 맞추기 싫다, 그럼 이별이다. 이건 그대로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이 되는 거고. 오늘도 많이 배웠다. 내 스승들에게. 따라서 나는 이들에게, 이들은 나에게 서로 합을 맞춰가며 서로의 스승이 되어가는 거고. 지하철 타러 들어가기 전에 언니, 사랑해, 라는 말이 밤하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하는 말들이 다시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가 심장을 데피게 만들 것이다. 그것이 너와 내가 존재하는 까닭 아닌가. 만일 사랑이라는 게 있어 그 속성들을 열거할 수 있다면 이것도 한 속성이겠다 싶은.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답답하고 속 터지는 사랑은 이제 하지 않는다. 김씨와 관계를 끝내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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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5-02-01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서로 맞춰줄 수 없다고 느낍니다. 풀도 꽃도 나무도 서로 하나도 안 맞춰줍니다. 덩굴은 큰나무한테 묻지도 않고서 친친 감아오르면서 살아남으려고 하고, 큰나무는 사람을 불러서 덩굴을 떨구려고 합니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고쳐쓰다”라는 말은 “내가 널 고쳐놓을 수 있어!” 하고 외치는 셈인데, 어느 누구나 남이 나를 고치지 못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내가 널 고칠 마음은 없어. 나는 나를 사랑하면서 이 삶을 노래할게.” 하는 하루로 나아갈 적에, 내 곁에 있는 남도 어느새 스르르 풀리고 녹으면서 그이가 스스로 바꾸고 달라지고 거듭나는 길을 가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입밖으로 내놓거나 내거나 내뱉은 모든 말은 언제나 ‘내가 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말은 언제나 나한테 돌아오는데, 우리가 읊는 모든 말은 ‘멀거나 가까운 앞날에 내가 스스로 들어야 할 말’을 읊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내가 읽는 책’이란 ‘내가 배워야 할 책’인데, ‘내가 배워야 할 책’은 ‘내가 좋아하려는 책’이 아니라, 샅샅이 뜯고 헤쳐서 새롭게 엮어야 할 밑조각이지 싶습니다. 먹은 밥과 술이 똥과 오줌으로 나오듯, 읽은 모든 책과 이야기와 줄거리는, 다시금 ‘내 말’로 흘러나오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내 입에서 “난 너를 고쳐쓰겠어!” 하는 말이 나온다면, 여태까지 읽은 책과 이야기와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 말인 셈이고, 이제부터 내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온다면,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을 ‘스스로 바꾸었다’는 뜻입니다.

나하고 다르기에 만납니다. 나하고 같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 나하고 같은데 억지로 붙여서 만나려고 하면, 둘은 그만 펑 하고 터지고, 더 불같이 싸웁니다.

나랑 맞거나,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랑 짝을 맺거나 함께살 적에는, 한결같이 싸우고 지지고볶다가 으레 마음과 몸이 다 다친다고 느껴요. 나랑 안 맞는 사람이기에, 나랑 다른 사람이기에,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면서 이 삶을 노래하려는 하루이기에, 이 ‘다른빛’이 “다르면서 사람이라는 하나인 빛”인 줄 받아들일 수 이을 적에, 이리하여 이렇게 짝을 맺는 길에서는 언제나 서로서로 살피고 헤아리고 생각하면서 ‘나사랑’이란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살림살이를 이룬다고 느낍니다.

수이 2025-02-01 12:01   좋아요 2 | URL
숲노래님의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허나 저는 충분히 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고 제가 그동안 해온 사랑을 잘 알지 못하시면서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시라고 하시는 건 좀 어이없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제 글을 읽고 그렇게 느끼셔서 좋은 마음으로 하신 말씀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불같이 사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같이 싸우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없을 거 같은데요. 사랑법은 모두 제각기 다른 거 같습니다. 추구하고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 모두 한 길이 아닌 것처럼. 숲노래님은 여전하신 거 같아요. 오랜만에 댓글 주고받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전에도 지금도. 새해 원하시는 일 이루시며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