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들자면 무언가를 상속받았을까 궁금해지기도. 또 병이 도졌구나, 라고 동생이 말했다. 푸훕,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늘의 끌리는 책을 집어들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쭉쭉 읽혀서 즐겁다. 결국 계급성의 차이인 건데 어느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지 그래서 정확히 어딘가에 있는지 헤아리는 수고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런 걸 매번 따지는 건 피곤한 일. 읽다가 눈길이 오래 가는 구절들 찍어 올린다. 아이는 내 무언가를 상속받게 될까? 교수인 사촌이 아이 교육을 위해서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이모에게서 들었다. 굳이? 물었더니 이렇게나 자식 교육에 관심이 없어서야, 라고 이모는 혀를 쯧쯧 찼다. 이럴 때는 내가 이모보다 더 옛날 사람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의 하루 스케줄은 빡빡하기 그지 없다. 안식년을 맞이해서 사촌은 바로 미국으로 갔고 조카는 꽤 수준 높은 사립학교에서 천국과 같은 생활을 누리고 귀국했다고 한다. 있는 자들이나 없는 자들이나 모두 자식 교육에 혈안이다. 나도 분발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긴 먹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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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06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 자식 교육에 혈안인거 이해하고, 그리고 그럴 수 있다 생각하는데, 왜 이부진 아들이 공부 잘 하냐며!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소리쳐 외쳤습니다.

빨간책, 저도 있어요^^

수이 2026-02-06 16:53   좋아요 1 | URL
아몬드 먹으면서 입시 지옥에서 탈피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부진 아들은 휴대폰을 3년 동안 안 쓰고 게임을 3년 동안 끊었다고 하더군요. 스마트폰을 없애십시오 단발님 하하하. 저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으나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지, 길찾기 제일 잘 이용하는데 싶어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안 읽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단발머리 2026-02-06 17: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제 말이요 ㅋㅋㅋㅋㅋ 제가 핸드폰 반납한 사람들 여럿 알고 있고요. 또 그게 효과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요. 그런 결심을 어떻게 이부진 아들이 했냐 하는 겁니다. 저는 ‘결핍‘이, 혹은 ‘결핍‘이야말로 변화의 가장 큰 동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결핍이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이 무슨.... 없는 경우입니까.

너무나 궁금한 것 말입니다. 진짜 궁금해요, 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2-06 17:15   좋아요 1 | URL
결핍은 음 글쎄요. 이게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핍보다는 동기부여인 거 같은데요. 이부진 아들이 한 이야기로는 3년 동안 그렇게 도파민을 끊고 이런 결과를 얻고난 후의 도파민도 꽤 가치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걸 어린 나이에 알다니 역시, 하고 감탄했습니다. 결핍 말고 동기 부여로 가보시지요.

단발머리 2026-02-06 17:18   좋아요 0 | URL
전…. 결핍으로 봅니다 ㅋㅋㅋ 아, 뭔가 밑줄 가져오고 싶은데 생각나는 책이 없네요ㅋㅋㅋㅋ메롱! 🤪☺️😎

수이 2026-02-06 17:37   좋아요 1 | URL
밑줄을 기다리겠습니다. 근데 결핍, 중년이 생각하기엔 좀 고달퍼요. 아니면 귀찮든가 아 이게 더 솔직한 거 같은.

2026-02-06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06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월과 3월에 걸쳐서 자아란 무엇인가? 그 질문 하나로 가보기로. 찰스 테일러 책만 덜렁 놓고 가기가 그래서 오늘 산 책들을 함께 올려놓고 간다. 입춘이다. 봄에 들어선다. 암에 걸린 친구가 가슴 하나를 통으로 도려냈다. 한 시간이 넘도록 같이 수다를 떠는 동안 몇 번이고 숨이 넘어갈 뻔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 라면서 친구는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이 시대에 자아는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가보기로. 친구 하나가 나를 보며 맨날 하는 소리가 사랑이 넘쳐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전혜린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이 언니야말로 사랑이 너무 넘쳤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곧잘 한다. 그 표현 방식이 과격하고 감성적이어 주변인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했던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영혼을 어떤 식으로든 보다듬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 한 사람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싶기도 하다. 시대는 어떤 식으로든 그 모습을 바꾸면서 흘러갈 것이다. 이 지상에서 이 무너져내려가는 육체를 갖고 무슨 일을 하든. 이솔의 문장들을 친구에게 읽어주는데 친구가 잔뜩 들떠 이야기했다. 나 말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일을 해볼래. 애 셋 키우느라 그걸 깜박하고 살았어. 막내 스무살 되면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 그걸 시작해볼래, 라고. 친구 대답을 듣고 덩달아 나도 들떴다. 겨울이 끝났다. 봄이 시작된 거니 딱 옳은 타이밍이야, 라고 친구에게도 말했다. 욕망이 많아 그 드글거리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혼들도 있으니 그들에게도 이 봄을 허락하소서, 속삭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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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04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봐도 두꺼워 보이네요. 불안한 현대 사회,가 주식 때문에 더 불안해질지, 덜 불안해질지 궁금하기는 한데, 이 책이 몇 쪽일지 더 궁금하네요*^^*

수이 2026-02-04 21:11   좋아요 1 | URL
완독 못 하면 엉덩이 100대 맞기로 했습니다 단짝이랑. 엉덩이 100대 노노. 다들 주식으로 이렇게 돈을 펑펑 버시는데 저만 흑흑, 자본주의 타도를 위해서 앞장을 서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 흑흑.

책읽는나무 2026-02-04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입춘인 걸 저도 딸을 통해서 저녁에나 알게 되었어요. 입춘!
밖엔 아직 쌀쌀한 것 같던데 벌써 입춘이라니!
그동안 잘지냈나요?
여전해 보여 보기 좋네요.^^
입춘 날엔 싸워도 안 되고, 쓰레기도 버리면 안 된다고 딸이 그러던데…생전 처음 듣는 말이라 쟤는 어디 sns를 찾아보고 하는 말인 걸까? 싶다가도 실행하면 참 좋은 두 가지라 두 개다 실행했다죠.ㅋㅋㅋ
그리고 자아 찾기도 함께 곁들이면 더 좋을 것도 같군요.^^

수이 2026-02-05 10:24   좋아요 2 | URL
나무님 잘 지내고 계시죠? 안 그래도 댓글 쓰다 지웠다가 쓰다 지웠다가 책나무님 공간에서 그러다가 에잇 하고 안 썼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댓글 있어서 혼자 어머나 통했나 마음이, 했어요. 입춘에 싸움은 안 했는데 쓰레기는 엄청 내다버려서 아이쿠나 하고 있어요. 자아 찾기를 입춘에 시작하다, 이것도 좋네요. 물론 매일 살아가는 일 자체가 자아 찾기의 일종인 거 같기도 해요. 오늘 최고기온이 엄청 높더라구요. 그래서 좀 달려볼까 했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달리기는 포기하고 청소기 돌리고 댓글 쓰고 있어요. 오늘도 안온하게 하루 보내시기를요. 종종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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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2-03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과의 대화‘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치와 마찬가지로 연습이 필요한 활동이다.

저도 동의합니다. 연습이 필요하죠.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양쪽에 같은 힘을 실어줘야 할 테고요.
열 여덟에 전혜린을 읽지 않았는데.... 늦은 거 아니죠? ㅎㅎ

수이 2026-02-04 08:17   좋아요 1 | URL
양쪽에 같은 힘을 실어주는 일이 좀 힘든 거 같지 않나, 그런 생각을 살짝.
오늘 빛 들어오는 곳에서 따뜻한 거 마시면서 읽어요.
읽고 쓰는 일에는 이르고 늦고 이런 게 없지 않나 싶어요.
이건 제가 한 말 아니고 요가샘이 한 말, 이르고 늦고 그런 건 없다, 다만 만나고 안 만나고 이게 중할뿐.
 




이제부터 당신의 메모리칩을 제거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당신의 모든 기억을 잊게 될 것입니다.

숫자 열을 세겠습니다.

제로가 발음되는 순간 당신의 모든 메모리도 제로화됩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온전한 당신이 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행운을, 무조건적인 행운을 빕니다.



















루만 2권 펼치기 전에 커피 내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떠오른 문장들.


할머니 나이를 헤아려보았다. 아흔여덟.

삶을 천형이라고 여기는 그녀. 하늘을 보고 싶어도 하늘을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녀가 요양 시설로 들어가는 걸 강하게 거부하는 까닭.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두 팔과 두 다리가 더 이상 제기능을 하지 못해 침대 위에서 오줌을 싸고 똥을 싸게 된다면 그때 들어가겠다.

더 이상 내가 스스로 밥을 짓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 들어가겠다.

들어가서 바로 죽도록 하겠다.

너희들이 원하는 길이 그 길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너희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서

이토록 잘 보이고 이토록 잘 들리고 이토록 배가 고프고 이토록 움직일 수 있는데

조금 버겁다는 이유로 지금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이 삶이 천형이라고 해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자주 생각한다.

인간의 입은 하나다.

그 하나뿐인 입으로 기도를 할 수 있고 저주를 할 수 있다.

커피 방울이 떨어져내리는 시간 동안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언니 작업 들어갔다.

겨울에 개봉한다고. 내용은 묻지 않았다. 그 정도 예의는 궁금해도 잘 지키는 편이니까.

새로운 시나리오 들어가기 전에 봄에 술 마시기로 했다.

호박석이 자그마하게 들어간 목걸이를 선물받았다.

한여름에 자주 하고 다닐듯.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미리 헤아려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손바닥과 발바닥이 너의 아가미다, 라고 스승이 이야기했다.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 두 손바닥과 두 발바닥에서 힘을 빼고 아가미로 숨을 내쉬듯 뻐끔거리기를 반복하니 이 반복도 의식이 되더라. 힘 빼고 관절에 기대느니 바닥에 가만히 가부좌 하고 있는 편이 몸에 이롭다는 사실도 알았다. 우리 아가는 기어코 용을 쓰더라만. 용쓰지 마라, 용쓰다 다친다, 했더니 잘 하고 싶단 말야! 라고 버럭 하는 아가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용쓴다고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말하고 나니까 좀 웃겨서 소리내어 웃었다. 스승이 보면 얼마나 웃을까 싶기도 해서. 시르아사나 아직도 홀로 되지 않는다. 수련하다가 스승이 와서 잡아주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거부감이라기보단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 사람은 나를 해치지 않는다, 라고 몸이 알아챘고 공포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몸에서 억지로 긴장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과 몸이 알아채서 저절로 긴장을 하지 않는 건 크나큰 차이가 있다. 배신을 자주 당하면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인간사에 대한 환멸이 짙어진다. 자연스럽다. 그렇게 환멸과 불신이 짙어지는 가운데 또 희망이 싹튼다. 이 또한 자연스럽다. 고유성은 반복에 의해 그 가치가 증명된다. 이걸 가장 잘 증명해내는 건 시간의 반복이다. 루만을 읽다가 알게 된 점.

직설이 아니라 은유로 표현을 하면 왜 단번에 알아채는 인간들은 적은 걸까?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거 같아 거기서 멈춰, 다시 가지 마, 라고 스스로의 옷깃을 잡아채었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이들고 어린 사람들이 경계 없이 오고 간다. 경계를 없애고 싶었던 이는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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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1-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한 결정권을 아흔 여덞에도 가지고 계신 할머니께 존경을 표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가능하다면 그게 제일 좋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힘을 빼면 쿵!하고 떨어지는 근육의 소유자는 시르아사나를 검색해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질문 1) 쟁기 자세하다가 시르아사나로 넘어가는거 가능한가요?
질문 2) 시르아사나이긴 한데 이리저리 흔들리면 시르아사나 아닌가요?

수이 2026-01-28 15:50   좋아요 1 | URL
저는 아흔여덟 정도 되면 단발머리님 옆집에서 애교 떨고 있을 거 같습니다만 크크크크크크크

질문 1- 그건 인간의 몸을 갖고서는 불가할 거 같습니다만 또 고수들은 가능도 할 거 같아요. 질문2는 시르아사나입니다, 스승 말씀에 따르면 흔들리는 너도 너다, 라고 하시더군요 후후. 이 말을 하다 떠오른 건데 대타자에 의해 흔들리는 단발머리님도 단발머리님입니다. 그대로 사랑이 가능하니 너무 대타자에 흔들리지 마셔도 좋을듯 합니다. 물론 흔들려도 좋고. 저녁에는 책 읽으시면서 단 거 조금만 드십시오.
 
Lucy by the Sea : From the Booker-shortlisted author of Oh William! (Hardcover)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Penguin Books Ltd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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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a gift in this life that we do not know what awaits us.˝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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