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언 고닉이 엄마에게 부모자식일지라도 사랑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야, 라고 하니 어머님이 부르르르르 떠시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할 때 그 상반되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잠깐 쉼표를 찍고난 후 미셸 프랑코의 페르난도와 제니퍼를 겹쳐보았다.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해지는 지점들에서 그들의 사랑은 원만하게 진행이 되는듯 보이는데 서로를 컨트롤하려고 할 때 그 사랑이라고 여겨졌던 감정이 얼마나 추악한 민낯을 보이는지. 만일 상대방의 마음에 흡족해지도록 '나'를 잃게 된다면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왜 내 말을 듣지 않아? 내 말을 들으면 우리 관계는 영원까지 갈 수 있는데. 나는 네 노리개가 아니야, 라는 걸 알리고자 페르난도가 제니퍼를 강간하는 장면과 감금되어있다가 친오빠에 의해 자유의 몸이 되는 순간 제니퍼가 오빠에게 페르난도를 불구의 몸으로 만들라고 하는 장면과 페르난도의 비명소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으로 향하는 제니퍼의 눈에서 눈물이 맺히는 장면. 서로가 서로의 노리개일 수 있을 때 입가에 퍼지는 즐거운 미소와 서로가 서로의 가장 크나큰 약점을 붙잡고 미친듯 손톱을 칼처럼 서로의 가장 연약한 살 속에 깊숙이 파고들 때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와. 영화 제목은 [드림스]인데 그러니까 페르난도와 제니퍼의 꿈을 말하는 거겠지. 각자의 꿈꾸고자 하는 바가 달랐다는 이야기가 될 테고 하여 복수형으로 쓰인 건데 이게 대차대조표가 동일할 때 하나의 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고 그게 정말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미셸 프랑코는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미국과 멕시코 이야기 끝없이 하는 사람이니만큼 그 국가들의 대차대조표 또한 맞물리겠고. 아이는 영화 줄거리를 듣고난 후 왜 그렇게 제니퍼가 나이브하게 굴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라고 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느 정도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는지 그 믿음의 깊이와 그 믿음이 배신당할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의 수들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페르난도는 나이브하지 않았는가 따져본다면 그 역시 절대적으로 제니퍼를 믿었으나 그 믿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깡그리 짓밟혔고 이래저래 강간과 통제욕으로 인해서 [하우스메이드]도 겹쳐졌다. 제목 가물가물한 독일 영화도 동시에 떠올랐으나 그러면 너무 멀리까지 갈 거 같아서 거기에서 스탑. 지미 카터의 마음 속 불륜에 대해서 언급하는 씬까지 읽고 오늘 할 일을 시작. 모랄과 무관하다고 보는 게 이런 경우에도 해당이 되는가 싶어 그 문장을 갖고 한동안 입속에 갖고 우물거려보았다. 봄이 한창이다 싶은 순간 여름이 곧 찾아오겠다 싶다. 가녀린 모기 한 마리를 손바닥으로 찰싹 내려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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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l People (Paperback) - '노멀 피플' 원작
샐리 루니 / Hogarth Pr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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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압도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코넬이 마리안느의 오빠 앨런에게 경고하는 장면. 다시 한번 더 마리안느에게 손을 댄다면, 마리안느에게 욕을 하면 내가 널 죽일 거야, 라고. 사랑 안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권력이라는 속성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하는. 사랑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힘 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게 한다. 거기에서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분명하게 정립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형제와 자매, 남매 사이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도,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도. 그 마음을 볼모로 삼는 일에 대해서 연달아 소설을 읽는 동안 캐치. 앤드류가 니나를 갖고 뒤흔들 수 있는 건 니나의 딸 세실리아를 볼모로 삼기 때문이고 앤드류가 자신과 니나의 자식을 간절하게 바라는 까닭도 니나를 확실한 볼모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그렇다면 노멀 피플에서 마리안느가 코넬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 전부를 볼모로 삼는 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원하면서 스스로를 볼모로 삼는 건. 마음을 볼모로 삼으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자신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상대방보다 내가 더 사랑의 위치에 있어서 위에 있다는 걸 알리고자 하는 것. 정말로 힘 있는 사랑이라는 게 뭘까? 관찰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여러 이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두 권의 소설을 연달아 읽는 동안 진실로 힘이 있는 사랑이라는 건, 그러니까 압도적인 사랑의 빛 아래에서 마음놓고 숨을 쉴 수 있고 몸에서 모든 긴장을 빼낼 수 있다면_ 굳이 마음을 볼모로 삼을 까닭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 온전하게 이어지지 않을 경우 어디 네가 감히 나를 거역하느냐, 라는 뜻. 많이 좋아하지만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어디 네가 감히, 라는 상대방의 뜻을 알아차리게 되면 사랑의 감정이 미끄덩거리고 구역질나는 이물질의 형태를 띠게 되어 급하게 운동화끈을 묶게 된다. 사랑은 좋지만 볼모가 될 생각은 없어. 강한 마음의 작용성. 엄마를 버리고자 한 적도 없고 엄마에게서 버림을 받고 싶다 라는 마음도 품어본 적은 없지만 엄마가 나를 자유롭게 사랑하지 않는다면 멀리 가급적 멀리 갈 수밖에 없어, 라는 뜻은 엄마에게도 이성적으로 이야기했다가 잔인한 년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사랑이 감옥이 되는 경우에 대해서. 입센도 다시 읽어보긴 해야겠군. 갓난아이를 품에 안는 여인의 입장. 갓난아이가 되어보기도 하고 그 여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굳이 권력의 정점에 도달해야겠다_라거나 지대한 사랑의 대지가 되어보겠다_ 이런 마음은 없지만. 사랑을 주는 입장에서 사랑을 받는 위치를 동시에 가지는 순간 인간은 제일 취약한 존재가 되어 자신의 모든 무기를 내버리게 된다. 샐리 루니를 읽는 동안 사랑이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얼마나 비루한 존재로 만들 수도 있는지. 스승이 농담조로 나는 요가를 이만큼 가르쳐서 누가 나를 싫어하면 단박에 그 기로 알아채지, 라고 했을 때 속으로 풉, 대꾸하면서 그 정도는 요가를 이만큼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음,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단박에. 괜히 마음의 작용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님, 하고 비웃었다. 다섯살 아이도 다 아는 사실을. 주체성,이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사용하는 나의 어린 여인의 말을 빌려 주체적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로구나, 라는 걸 노멀 피플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판타지를 공고히 하는 일에 대해서 비겁하게 변명을 내세울 생각 같은 건 해보지 않았다.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면 지금 나는 이곳에 있지 않기에.


You should go, she says. I‘ll always be here. You know that.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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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와 베유와 머독. 샌드위치 먹으러 왔는데 솔드 아웃. 어쩔 수 없이 강제 다이어트. 샐리 루니와 어울리는 봄날. 선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이들은 선에 관심이 없다는 이하영의 말은 그대로 옳다. 비단 선뿐만 아니라. 이웃집 목련이 활짝 폈고 아이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하영을 완독하고나니 케이가 많이 떠올랐다. 예순이 되기 전에는 마주하면 좋겠지만 그러하지 못한다 해도 아쉬울 일은 없다. 그때 우리는 질릴 정도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주고받았으니까. 관계가 끝나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지니고 있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마음도 없고 우연히 서로를 마주한다고 해도 얼굴을 붉힐 까닭 없이 서로를 포옹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고. 내 인생에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은 온통 축복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케이도 동일하게 생각하겠지? 어느덧 케이도 오십대 중반이다. 케이는 내게 있어서 decent한 인간이었다. 예의 바른 인간, 품위 있는 인간, 그렇게 말해도 괜찮겠는데 정말 말 그대로 디센트한 친구였군, 그걸 이하영을 읽는 동안 다시 느낌. 물론 상사로서의 케이나 남편으로서의 케이, 아버지로서의 케이의 모습을 나는 알 까닭이 없으니 그러한 관계에 있어서 케이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알 수 없으나 그의 디센트함이 그 모습 곳곳에 스며들어 반짝거릴 거라는 그런 친구로서의 믿음? 제부는 두 달 내내 벤츠 노래를 부른다. 결국 동생이 지게 될듯. 이하영의 선의 캐리커처를 우연히 마주한 올해 봄은 그대로 행운이다. 이 책을 샐리 루니와 더불어 읽은 것도. 이하영의 박사 논문이 출간되면 읽어봐야지. 오랜만에 글의 힘을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 나는 이곳을 좋아하는군. 이곳도 나를 좋아하고. 공간의 힘도 다시금. 어떤 인과성의 작용도 없이 받아들여지는 순간들, 그것이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작은 축복들이라는 사실을 여러모로 오늘 깨닫는다. 쟈켓을 벗고 팔에 걸쳐 들고다니는 시간, 에코백 안에는 이하영과 샐리 루니가 찰랑거리며 그 존재감을 내 안에 불러 일으키고 생수통 안에 들어있는 물빛 안으로 이하영과 샐리 루니의 활자들이 덩실거리며 춤을 추는 광경이 촉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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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27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독이.... 소설가인가? 하고 찾아보니... 세상에, 철학자의 소설이군요. 잘 적어두겠습니다.
나는 샐리 루니 재독한다면, <Conversations with friends> 읽을 거예요. 왜냐하면, 대화가 중요하니깐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3-27 20:56   좋아요 0 | URL
샐리 루니 소설은 대화가 모두 포인트 같습니다. 그리고 대화보다 중요한 것도 샐리 루니 소설들의 공통점 같습니다.

2026-03-27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7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7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7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27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하영의 선의 캐리커처를 조금 읽고난 후 샐리 루니로,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지점들. 우물을 파고드는 노가다를 하는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시몬 베유와 아이리스 머독을 제대로는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읽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수치심과 경멸에 사로잡혀서 오랜 시간을 직조해가는 동안 깨달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아니라는. 코넬이 자신의 엄마에게 제발, 이성적으로 제대로 행동해, 라고 할 때 로렌이 대꾸한 게 꽤 좋았다. 이하영의 선의 캐리커처 책정보는 알라딘에 없군. 

보부아르의 말들과 더불어. 예순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사랑하는 아빠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올라왔다 수면 위로. 이하영을 읽는 아침 시간 동안.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이란 제목 대신 선의 캐리커처,라는 이하영 책제목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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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3-27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몬 베유 읽을 거면 한병철 신간으로 읽으면 어때요? 그러나....
신에게는 <자아의 원천들>이 남아 있고요 : )

수이 2026-03-27 20:58   좋아요 0 | URL
저에게도 자아의 원천들이 산더미만큼 남아있습니다. 한병철은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읽어볼수록 뭔가 이 사람과 괴리감이 짙어지고.... 물론 그건 젊을 때 이야기니까 지금은 나이들어 읽어보면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극꼰대의 감성이 있어서...... 하긴 저도 나이가 들었으니 꼰대 감성이 풍만해져서 또 동일시가 일어날 수도! 시몬 베유는 이하영 글 읽다보니 읽고 싶어지긴 하는데 시몬 베유 언니 사상도 추구하는 라이프와 너무 동떨어져 괴리감이 있긴 하지만 올해 안에 읽어보고 싶어요!
 
The Housemaid's Secret (Paperback)
프리다 맥파든 / Little, Brown Book Group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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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까지는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딱 중반부를 지나니 이야기 전개 속도가 확확 불붙어서 그 덕분에 달릴 수 있었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현실 속 등장인물들을 대입시키면서 읽어나가니 조금 더 심장이 쫄깃거렸던. 아이가 일주일 동안 개연성이라는 단어를 네 번 썼는데 요즘 개연성에 엄청 꽂히셨네요? 아씨? 하고 살짝 놀리니 개연성이 없는 건 견딜 수 없어, 라고 답했고 나도 모르게 한쪽 입술 비틀면서 살아보세요, 그 개연성이 얼마나 잘 먹히는지 그건 살아봐야 아는 일입니다, 답했다. 물론 정도차는 있겠으나. 충실함과 사랑과 법에 대해서 요즘 자주 생각하는데 결말 부분에 이르러 상간녀가 아내에게 네 남편은 너를 너무 사랑해, 너도 알잖아? 라고 이야기하니 아내가 상간녀에게 묻는다. 내 남편이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왜 너랑 섹스를 했을까? 라고. 체크해두었다. 미러링의 극강을 보여주시더라. 그러니까 미러링과 네 삶이 무대 위에 올라갈 경우를 상상해보라, 이 두 가지 효과에 대해서. 서울대병원 정신과 전문의가 얼토당토않은 말을 SNS에 올려서 이건 무슨 개소리야 또, 라고 잠깐 흥분을 했다가 가만히 피드백하지 않고 사람들의 댓글을 보니 대부분 팔할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당신은 어느 정도까지인 건가_ 그 가지각색의 변들을 들어보았다. 물론 고유명사 올리지 않았으나 나는 내 본명 여기서 깔 수 있음, 언제든지, 라고 그 의사선생님도 써놓았지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 의사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치자, 어느 정도 치유가 될 것인가 과연? 궁금해졌다. 웬디가 그에게 간다면 과연 어느 정도 치유가 될까? 밀리의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지만 잠깐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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