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한 사람을 무척 좋아했다가 별 일도 아닌 걸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무척 싫어하게 되는 경우를 간접적으로 보면서도 저건 뭘까 대체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건 그냥 내가 그 사람 곁에 있어보니 더 이상 내가 나 아닌 거 같아 그 사람이 싫어지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누군가의 잘못이 없습니다. 궁합이 맞고 안 맞고 그런 건 그냥 사람들이 우스갯소리 삼아 지어낸 거라고 여깁니다. 어떤 사람 곁에 있다보면 내가 더 나다워져 내가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또 같은 결로 인해 어떤 사람 곁에 있다보니 내가 더 악해지고 짐승같아져 싫어지는 경우도 있는 거고. 그렇게 해서 오고가는 이들이 생기고 머무르고 사라지고 그러는 거 아닌가 싶더군요. 물론 말로는 쉽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러하지 않죠. 몸이 마음과 동일한 결과를 내는 것처럼 말이죠. 굳이 부연하자면 나는 당신의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에 관계의 중반부터 지쳐나갔습니다. 혹은 지나친 진실에 지쳤던 것도 같습니다. 다만 그 진실이 내가 기대했던 바 아니었고 그 솔직한 모습에 진저리가 날 정도로 소름이 끼쳤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과한 카페인 기운에 그리고 의사가 처방해준 독한 약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넣으면서 내 몸의 부작용을 하나하나 되짚으면서 서늘한 여름날 짙은 남푸른 색빛으로 발톱을 색칠하고 돌아와 바로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당신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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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6-25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낯선 해변에서의 따뜻한 이야기 기대됩니다.

저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하기는 해요. 함께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 존경과 애정을 담을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진지한‘ 관계가 되겠지요. 어느 때보다 ‘친구‘에 대한 ‘명언‘이 난무하는 시대잖아요. 솔직하면서도 서로를 존경하는 그런 우정이 희귀한 세상이구요.
밤이 깊었습니다. 수이님, 굿나잇! 😴

수이 2025-06-26 11:38   좋아요 1 | URL
모두 다 솔직했던 거 같아요. 이미 더 이상 친구라고 부를 수 없는 이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다가 든 생각이기도 한데 그들도 저에게 솔직했고 저도 그들에게 솔직했어요. 물론 이미 끝난 연인과도 서로에게 충실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했고. 관계가 끝나고 든 생각은 너무 서로에게 솔직했던 건 아닌가, 비열하고 끔찍한 자신의 추악한 면모까지 보여서 그렇게 서로에게 질려버렸던 건 아닌가 그래서 더 이상 곁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페르소나와 무관하게 우리는 거의 언제나 솔직하지 않나 싶어요. 상대방에게 솔직하지 않을 때조차 내가 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 그를 어떻게 대하는지 내 안에서는 항상 솔직했고.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자신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에 많이 질려버린 것도 같고. 그걸 진지하지 않은 관계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못할 때는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나은 것도 같아요. 그 침묵이 사람을 더 기빨리게 할 수도 있지만요. 전남편과의 대화도 떠오르는데 그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입장을 이야기할 때 이게 나를 인간으로 안 보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혼을 결심하기도 했는데 적절하게 가면을 쓰고 존경하는 척, 애정을 갖고 있는 척이라도 했더라면 나는 이혼을 했을까? 라는 생각도.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도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건강한 관계라면 그거야말로 단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희귀한 우정이라고 봐요.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거 아닌가 그런 마음도. 썬크림 바르고 달리러 나갑니다. 점심 맛나게 먹어요!!!
 

늦게 도착해서, 같이 주문한 책 한 권은 아직도 안 오고 있고, 조금씩 야금야금. 심리학과 무관하게 나이를 먹어가고 인생 경험을 쌓다보면 학교 밖에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학교 안에서 배운 것들이 소용 없었다는 말은 쉬이 못 뱉지만 학교에서 공부만 잘 하는 애들이 모든 걸 다 잘 할 수 없다는 건 또 너무 평범한 진리. 공부를 잘 하면 다른 것들도 잘 할 거 같은데 또 그건 아니야. 의혹의 테두리에서 퐁당 발을 빼놓고 보니 그렇더라는. 아이가 공부를 잘 하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서는 내 피가 너무 짙다. 아가, 이 책 읽고 공부를…… 하니 우리 책 읽는 취향 정말 안 겹치네! 라는 무심한 반응. 공부의 재발견을 읽으면서 알게 될 것들은 사흘 안에. 대한민국 엄마라서 읽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겸손하게. 눈 반짝거리면서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들은 그러니까 ‘스스로를 판단할 지표’. 책 읽는 동안 얼마나 뇌가 썩었는지 인지. 저자의 표현대로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 최선의 답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 끝나고 얻은 답이야말로 각자의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 테고. 개과천선은 그때부터가 시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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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6-25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가 절실합니다. 진짜에요, 일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주로부터, 이주 후부터 몰아쳐서 공부하기로 하죠.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6-25 21:36   좋아요 1 | URL
원서 읽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알라딘인지라 아무래도 조만간 영어 공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마구 나올 거 같은 느낌이라니요. 저 플랜이 변경되어서리 3주 후에 돌아옵니다 ㅋㅋㅋ 3주 후로 바꿔줘요 메롱

단발머리 2025-06-25 21:39   좋아요 1 | URL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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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식적이고 젠체하지 않은 문장들을 마주하다가 아, 나도 엄마로군 문득. 세상의 역경과 곤란에 마주할 적마다 저절로 찾게 되는 안전기지. 아이는 말한다.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허나 지금은 그린! 웃을 힘이 남아있다면 용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인생의 컬러는 역시 단색이 아니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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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쉽지 않지만 내가 이 정도 인간일 수 있는 건 역시 육아 덕분이다. 더불어 나를 키운 사람들. 중년이 되어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어린 한 인간을 키우는 활동은 정체성의 재발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는 사실. 마주하거나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길을 걷고 있노라면 문득 궁금해진다. 나를 닮았으나 나와는 전혀 다른 안의 것들을 갖고 있는 이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싶은. 브래디 미카코 언니와 김성우 글을 번갈아 읽는 동안 시간이 잘도 흘렀다. 볼 일은 다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여유롭게. 아이는 영화를 보다가 살짝 졸았다.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이건 그냥 별볼일 없는 미학과 병맛을 뒤섞은 거야, 라고 간단하게 대꾸했다. 의미를 굳이 찾을 필요 없어, 어쩌면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라고 말하니 어른의 세계란 아직 난해해, 내게는, 이라고 아이가 답해서 어른인 내게도 어른의 세계는 난해한 건 마찬가지, 라고 말하니 엄마는 엄마가 아니라 언니니까, 라고 해서 눈동자를 굴렸다. 가고자 했던 식당에는 인간들이 그득하고 곧 브레이크 타임인지라 아주 오랜만에 단골집에 가서 아이와 식사를 했다. 난폭하고 공격성이 강해서 누군가에게 당했다 싶으면 냉큼 덥석 짐승처럼 무는 건 언제부터인가 산모기에게 물려 간지러운 부위를 긁적거리면서 따져보았다. 얼마 되지 않았다. 온순하고 착한 아이가 이런 식으로 중년이 되어 반항심을 드러낸다는 건 과연 성숙한 일일까. 질문을 하고 바로 답을 하자면 그러하다. 당하면 무는 게 답이다. 잔인하고 개사이코같은 년이라고 욕을 듣는 일은 별로 두려운 게 아닌지라. 당하면 물어뜯어라, 가능하면 치명적인 곳으로 제대로, 라고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당하고 훌쩍거리며 비탄의 주인공 노릇을 해봤자 혈압만 오를 뿐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사춘기 이전 시절로 족하다. 영화를 보는데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는 믿으니까, 라고 주인공이 이야기를 했고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거짓말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당신을 그럴 짓을 할 위인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지는군, 라고 말했다. 오호라, 눈빛을 반짝이면서 영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는 믿으니까, 라는 말을 1년 전에 듣고서 그렇지, 나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 고개를 끄덕였고 1년이 지나고난 후 나는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너는 완전 그런 짓을 하고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뻔뻔한 인간이더라, 라는 말을 오늘 아침 하고 이런 우연들의 조합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지. 인간이 인간에게 믿음을 준다는 건 어떤 기대를 한다는 거고 그 기대를 바닥부터 흔들어 무너뜨리는 건 인간에 대한 저주를 하게 만드는데 이건 좋지 못한 일이다. 안전 기지가 안전 기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인간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주 작은 자극에도 곪아 터지는 거대한 종기를 심장과 뇌 안에 지니게 된다. 부모를 제외하고 그 이후 만나는 모든 인간들을 만날 적마다 그 종기가 곪아 터진다고 치자. 어디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뜨끈한 심장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말하는 거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도 하는 멋진 이들이 있긴 하지만. 인간은 인간에게 쉬이 영향받는 존재다. 연약하기 그지 없는 말랑말랑거리는 존재다. 그래서 안전 기지의 역할이 더 중요한 거겠지만. 하여 안전 기지를 가지지 못한 채 성장한 인간은 자신이 성인이 되어서도 안전 기지의 역할을 할 수 없노라는 브래디 미카코 언니의 스승 애니 말을 입속으로 궁글리는 동안 그런 식으로 배신과 거짓과 감정이 뒤얽혀 이상한 것들이 생겨나는 건가 싶어서 조금 더 머리를 굴려보았다. 양육자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버림을 당하는 경우야 그 프레임으로 보자면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꽤 있으니까 이것도 좀 뒤적여보긴 해야할듯. 인간은 단순하지 않다. 그 몸과 그 마음을 봐, 정말 하나의 우주잖아. 한 시간 달렸다면 좋았겠지만 그냥 서늘한 바람 부는 동안 아이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며 걸어도 괜찮았다. 훌쩍거리는 아이를 안아주면서 아가, 근데 너 엄마 애인 생기면 어쩌려고 이러냐? 웃으면서 말했다. 수면 시간을 늘렸고 자극적인 걸 좀 덜 먹고 그러다보니 혓바늘은 모두 사라졌다. 안 괜찮지만 괜찮다는 피드백이 좋아서 나도 종종 써먹어야겠다 싶었다.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그거 꽤 괜찮은데? 안 괜찮지만 괜찮다, 그 말, 말하고나니 별 게 다 괜찮네, 풋, 하는 엄마 반응. 쿨한 인간이고 싶다. 허나 지금 이 몸에 이 마음을 지니고서는 무리다. 무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좀 무리해서 쿨한 척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건 껌이다. 그만큼 삭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으흠. 애초에 쿨한 인간들은 종족 자체가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쿨한 건지 아니면 쿨한 척 하는 건지 헷갈리는 어떤 중년의 글을 읽고난 후. 쿨한 척 하는 인간들도 쿨한 척 하는 글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로 쿨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오, 쿨해, 라고 말할뿐. 우연히 브라우니 마주하고 나도 모르게 방긋 웃고 말았다. 이건 확실한 나의 정체성이로군, 정말로 방긋 웃으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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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6-22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라우니 보구서 방긋하는 게 확실한 정체성.ㅋㅋㅋㅋㅋ
모두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ㅋㅋ
저도 때때로 쿨한 건지, 쿨한 척 하는 건지…괜찮은 건지, 괜찮은 척 하는 건지…감정의 노선들이 왔다리 갔다리 헷갈릴 때 많던데…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보고 방긋 웃음이 나와버리는 건 가장 솔직할 때에요.ㅋㅋㅋ

수이 2025-06-23 13:46   좋아요 1 | URL
사랑과 증오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고 해요. 재채기와 더불어. 그러니 자연스럽게 저절로 드러나는 거겠지만요. 해가 쨍해서 헉헉거리면서 집에 도착해 보리차 시원하게 마셨어요. 여름은 여름이로구나 싶어요. 에어컨 바람 너무 쎄서 감기 콜록 걸렸습니다. 언니도 감기 조심!! 감기 전에 에어컨 조심!!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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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디 미카코 언니를 재독하다가 하프 앤 하프에 대해서 모자가 한 대화를 눈여겨보다가 튀어나오면 그걸 꼭 망치로 찍어 튀어나온 걸 다른 것들과판판하게 동일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도 겹쳐서. 선의와 악의와는 별개의 문제로. 사춘기를 겪었던 시기에도 그랬지만 갱년기를 겪으면서 사춘기의 절정에 다다르는 소녀를 양육하면서 다시 느끼는 바, 다양성과 그걸 또 판판하게 다듬는 생의 작업에 대해서도.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관계성 안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재단해 자신의 틀에 맞추려고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삶에 규격이라는 게 진짜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한편, 규격 따위 엿먹으라고 해, 라고 줄곧 반항하는 이들도 있는 거고. 삶이라는 게 다 제각각 얼굴이 다른 것처럼 제각각 목소리가 다른 것처럼 제각각 다른 삶의 목표가 있는 것처럼 다 다양하고 다른데 그걸 어떤 틀에 맞춰 이게 옳고 이렇게 해야 제대로 사는 거고, 그게 얼마나 암울하고 답답한 일인지는 그 규격에 맞춰 살아온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거고, 이게 또 흥미로운 거로구나 싶다. 이걸 언니 글을 읽다보면 더 알게 되고. 

왜 브래디 미카코 언니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지 그것도. 브라이튼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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