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날 바로바로 올려야지. 희망도서, 책 이음도서, 그냥 빌린책이 뒤섞여있다. 로쟈의 러시아문학강의는 두권이나 빌렸네 바부팅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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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11-1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갖고 있는 책이랑 다섯권이나 겹쳐서 괜히 반갑습니다^^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다는 게 함정-_-;

시이소오 2017-11-13 09:5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사고싶어요. 저도 아직 다 읽은 책은 없답니다^^

깊이에의강요 2017-11-2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시이소오 2017-11-20 22:01   좋아요 0 | URL
우와 강요님~~^^

AgalmA 2017-11-29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을 맞아 러시아 문학 바람이 부나요ㅎㅎ 저도 때맞춰 나온 <전쟁과 평화> 4권 마련해서 겨울 들어가려니 차렷자세가ㅎㄱㅎ;;

시이소오 2017-11-29 07:10   좋아요 1 | URL
제 세계여행 첫 목적지가 러시아입니다. 계획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건데 ㅎ
그래서 러시아부터 공부하려구요 ㅎㅎ
 

아니벌써 반납일이란 말인가?
카프카책은 아무래도 무리다 무리
완독하려면 적어도 대여섯번은 대출해야겠다.
만년대출자의 비애!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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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2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빌려서 반납일이 헷갈릴 때가 있어요.. ^^;;

시이소오 2017-11-12 20:41   좋아요 0 | URL
저는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확인하곤 합니다 ^^

아타락시아 2017-11-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출만기가 되어서 다 못 읽은 책 반납할 때 속상하죠. 도서관보다는 게을렀던 전 자신에게 더 화나죠. 하지만, 시이소오님은 예외.. 저 정도 책은 저에게는 가당치 않으니깐요. ^^

시이소오 2017-11-13 12:08   좋아요 0 | URL
빌린다고 다 읽는건 아니랍니다. 반 읽으면 성공한거죠^^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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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하는 건 언제나 위험한 일이자 멍청한 일이다. 특히나 남성으로서. 뭐라고 말하건 욕먹기 참 쉽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침묵이 금이다. 본전도 못 찾는다. 페미니즘 책에 대한 독후감 역시 안 쓰는 게 쓰는 것 보다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이 근질거려......

 

이 책을 읽고서 페미니즘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었나 새삼스레 놀란다. 거의 모든 담론들이 페미니즘에 수렴된다. 젠더, 인종, 계급, 자본주의, 식민주의, 결혼, 육아, 가사노동, 사랑, ......

 

이 나라에서 벨 훅스는 너무 일찍 도착한 게 아닐까? 한 이십년 후라면 모를까. 내가 이 책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이...... 부디 페미니즘이 한층 개화한 이후인 2029년이라고 상상하고 읽어주시길.


페미니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선진국이라면 다르겠지만 벨 훅스의 페미니즘 내부 비판을 받아들이기에 이 땅의 페미니즘은 아직 꽃 한 번 피워본 적이 없다. 과연 한국에서 인지도를 갖춘 페미니스트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 페미니스트 내부 진영에서 벨 훅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혁명적 페미니즘을 가장 잘 포용한 곳은 학계였다. 학계에서는 혁명적 페미니즘을 이론으로 정립해 발표했지만, 정작 대중은 이 이론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결국 이 이론은 우리 중에서도 학식이 뛰어나고, 교육 수준이 높고, 대개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특권층의 담론으로 자리잡았으며 그런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따지고 보면 대중은 이런 책에 담긴 메시지를 거부한 적이 없다. 그게 무슨 메시지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p32.

 

주디스 버틀러 책을 읽다 너무 어려워 던져버린 적이 있었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주디스 버틀러를 읽어야 한다면 나는 포기하겠다. 페미니즘이 나라를 불문하고 주로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그들만의 언어로 말해진다면 과연 일반대중들이 페미니즘을 자신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장 윤김지영의 <헬페미니스트 선언>만 하더라도 읽기 수월한 책이 아니다. 페미니즘이란 간단히 말해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장내려는 운동이 아닌가? 그런데 현대 페미니즘은 너무 어렵다.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삶의 방식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현란한 수사가 난무해야하지? 페미니즘이라는 유리병에 든 편지는 청소 노동자 여성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을까? 편지라고? 이건 암호문이 아닐까?

 

계혁적 페미니즘은 그들에게 계층 이동의 수단이었다. 그들은 일터에서 남성중심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났고 좀더 주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성차별주의가 여전히 만연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기존체계 내에서 최대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다. 그리고 그들이 거부한 궂은일은 착취당하는 종속된 하층 계급 여성들이 떠맡을 터였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과 가난한 여성들의 종속을 수용하고 오히려 이와 결탁함으로써 기존 가부장제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성차별주의와도 동맹을 맺은 셈이다. p32

 

지난날 이 땅의 운동권들은 기득권에 부역하여 권력과 명예, 부를 움켜쥐었다.

과연 이 땅의 페미니즘이 가부장제에 부역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계급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기회주의적으로 페미니즘을 이용하고 한편으로 페미니즘 정치의 기반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그들을 다시 종속시킬 가부장제의 유지를 도왔다면 그들은 페미니즘만 배신한 게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배신한 셈이다. 페미니스트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계급 문제로 되돌아가 거기서 다시 연대를 위한 토대를 쌓아야 한다. p108

 

계급 문제를 외면한 페미니즘은 자칫 특권층 여성들의 티파티 모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권층 여성들이 말하는 평등은 나도 금융 자본가와 평등해지겠다는 것이지 공장 노동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미국 페미니즘 지도자들이 자국 내 젠더 평등의 필요에 대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드높였을 때, 그들은 비슷한 운동이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들은 자신들이 해방되었기에 이제 자기네보다 운 없는 자매들, 특히 3세계여성들을 해방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신식민주의적 온정주의는 보수건 진보건 백인 여성들만이 페미니즘의 실질적인 대변자가 되게끔 유색인종 여성들을 일찌감치 뒷전으로 보내버렸다. p114

 

벨 훅스는 흑인이다. 저자는 혁명적 페미니스트로서 주로 - 특권층 백인 여성들로 이루어진- 제국주의-자본주의-백인우월주의-가부장제와 결탁한- ‘개혁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대개 엘리트 계급이다. 서울- 고학력- 부르주아. 과연 한국 페미니즘은 특권층 백인 여성들처럼 시혜적 페미니즘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일터에서 여성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여성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계급을 막론하고 구직자 여성들의 취업을 도우려는 노력과 더불어서 페미니즘 운동의 핵심 의제를 이루었더라면,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의 관심을 아우르는 운동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출세에 혈안이 되어 여성의 고임금 전문직 진출에만 관심을 쏟아 대다수의 여성들을 페미니즘 운동에서 멀어지게 했다. 또한 페미니즘 활동가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한 부르주아 여성이 증가했다고 해서 여성 전체가 경제력을 획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꾸 외면했다. 그들이 빈곤층과 노동자 계급 여성들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살폈다면, 여성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계급을 불문하고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추세도 포착했을 것이다. p128

 

벨 훅스는 끊임없이 가부장제-자본주의와 결탁한 백인 특권층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외면한 계급, 인종의 문제를 페미니즘 내부 담론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그녀는 가정 폭력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여성이 주도한 가정 폭력의 문제를 도외시하지도 않는다.

 

개혁주의 페미니즘 사상가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어떻게든 부각하기 위해 여성을 언제나 그리고 유일한 피해자로 묘사하곤 한다. 아동에게 지독한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 중 여성이 많다는 사실에는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 데다, 이것이 가부장제 폭력의 또 다른 형태임을 외면한다. p152

 

그러니까 벨 훅스의 이런 관점들이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불편하지 않을까? 대다수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이 가하는 차별에만 논의를 집중하는 반면 벨 훅스는 여성이 저지르는 차별 역시도 페미니즘 담론으로 수용하려 한다. 학계를 기반으로한 페미니스트 입장에서는 벨 훅스는 영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아닐까. 심지어 벨 훅스는 남성을 적으로 돌리는 페미니즘마저 비판한다.

 

벨 훅스가 보기에 남성이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 성차별주의, 남성중심주의가 문제다. 단순한 성 이분법이 아닌 제도의 문제로 살펴볼 때, 여성 역시도 성차별주의가 유지되고 영구화되는데 동참하고 있을 수 있다. 아들을 못 낳는다고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는 여성이지만 성차별주의자며 가부장제에 동참하고 있지 않은가.

 

페미니즘 운동 내의 반남성 분파는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남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그런 남자들 때문에 모든 남성은 억압자라거나 모든 남성은 여성을 혐오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억압자/피억압자라는 단순한 범주화로 남성과 여성을 극단적으로 갈라놓음으로써 손쉬운 계급 상승과 가부장제 권력 배분을 노렸던 페미니스트들의 이익과 합치했다. 이들은 모든 여성을 피해자로 재현하기 위해 모든 남성을 적으로 간주했다. 남성에 대한 적대는 일부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계급 특권과 계급 권력을 향한 욕망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이었다. 모든 여성들에게 남성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던 이 활동가들은 여성이 남성과 공유하는 돌봄의 유대도, 성차별주의자인 남성이 여성을 묶어두는 경제적, 감정적 결속도 직시하려 들지 않았다. p164

 

기존의 가부장제에 충격을 가하기 위해 남성혐오 페미니즘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메갈.

그러나, 페미니즘이 멀리 가기 위해선 모든 남성을 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할까. 기득권을 움켜쥔 일부 페미니스트에겐 벨 훅스만큼 재수 없는 여자도 없을 것 같다. 남자보다도 싫을 듯.

 

기존의 페미니스트는 이 책을 일종의 예방 주사라 생각하자. 가부장제에 부역하는 백인 특권층 페미니즘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벨 훅스에 대해 분노한다면 벨 훅스가 자신이 은폐한 어떤 것을 폭로했기 때문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땅에서 벨 훅스는 너무 일찍 왔다. 사실 우리는 벨 훅스를 논할 때가 아니다. 한국 전쟁 전후로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았다. 단지 먹을 게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작금의 우리에겐 부족할지언정 페미니즘이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때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메갈을 비난하기엔 너무 이르다. 지금으로선 메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만일 페미니즘이 무르익은 시기가 온다면...

 

나와 같은 나쁜 페미니스트입장에서 벨 훅스의 페미니즘은 그 누구보다도 중용의 페미니즘이라 할 만하다. 남성을 외면하고, 가난한 자를 소외시키는 페미니즘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 이분법적인 페미니즘은 그야말로 유아적이다. 남성 가부장제도 문제지만 여성 가부장제 역시 문제다. 가부장제와 성차별주의가 성을 초월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페미니즘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계급 상승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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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1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자임에도 아직 이 분야의 책은 하나도 못 읽고 있습니다.
아, 작년에 한 권 읽었나? <여혐민국>
솔직히 그 책은 좀 생각 보다 별로였습니다.

마태우스님 책을 읽다 그런 말이 나오더군요.
어떤 것이 문제라면 그 분야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지금은 어느 때 보다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때입니다.
그러니까 이 타임에 시이소오님이 페미니즘 얘기를 해도 적어도 앞에서 대놓고
누가 뭐랄 사람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2029년 멀리 내다 볼 필요없습니다.
이제 남자가 페미니즘을 얘기하면 엄지 척 할 시대가 곧 도래할 겁니다.^^

시이소오 2017-11-12 19:17   좋아요 0 | URL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러사람들이 눈치보지않고 발언하기 편한 사회가 된다면 페미니즘도 지금보다 더욱 더 대중화되지 않을까요?




cyrus 2017-11-12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티 프리단은 《제2의 단계》를 발표한 이후로 남성을 공격하는 페미니즘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어요. 페미니스트들이 프리단을 비난했어요.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는 번역됐는데, 《제2의 단계》가 번역되지 않았어요. 저는 그 이유가 궁금해요. 베티 프리단처럼 남성을 적으로 돌리는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국내 페미니스트들이 이 책을 외면하는 것일까요? 《제2의 단계》가 페미니스트들의 지적을 받는 책이더라도 국내에 소개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여성의 신비》 한 권으로 베티 프리단의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데 부족해요.

시이소오 2017-11-12 21:26   좋아요 1 | URL
벨훅스도 한국 페미니즘 진영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너무 어렵네요 ㅠㅠ

cyrus 2017-11-12 21:28   좋아요 0 | URL
네. 요즘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페미니즘을 이해하려면 페미니스트들의 삶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페미니스트들의 삶을 소개한 책이 많지 않아요.

시이소오 2017-11-12 21:30   좋아요 2 | URL
저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돼야겠습니다^^

아무개 2017-11-13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인특권계급에 해당하는 여성계급이 한국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유승민의원 선거유세때 따님이 일베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성희롱을 당했지요.
박근혜전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정유라 역시 권력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을 향한 시위구호는 이년저년이었구요.

벨 훅스의 교차성페미니즘은 현재 한국에서 오염되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내의 교차성은 연대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수많은 페미니즘의 결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어떤 학자의 한두권의 책으로 페미니즘을 정의하기도 힘들고
이책저책 읽다보면
그래서 뭐 어쩌란건가 싶기도하고 계속 헤메고 있는 느낌이에요. . . .





시이소오 2017-11-13 20:47   좋아요 0 | URL
한국엔 없을수도 있겠네요. 저 역시도 계속 헤매는중이라^^;
 

추석 때 열흘이나 쉬었음에도, 또한 쉬는 동안 육아와 책읽기 밖에 한 게 없었음에도 

읽은 책은 고작 스물 한 권. 


과연 2,000권을 읽을 수 있을까. 1000권 이후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책을 읽을만한 시간은 더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돼지같은 자본주의'는  천민에게  책을 읽을 자유를 허락치 않는다. 

고로 책을 읽는다는 건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혁명이다.   


피에르 아도의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론>, 스테판 말테르의 <조지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이달의 책 후보다. 각각의 책마다 장점들이 달라서 잠깐동안 고민이 되기도 했으나, 내게 가한 충격의 강도라는 잣대를 들이미니 선택은 오히려 간단했다. 


이달의 책으론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꼽는다. 

심리학 책인줄 알고 골랐다. 심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부에 대한 책이었다. 아, 기부라니. 기부를 받아도 시원찮을 나같은 천민이 기부에 대한 책을 읽다니. 이런 책을 읽을 부적절한 때임에도 기부에 관련된 온갖 놀라운 이야기에 입이 딱 벌어진다. .  















저자인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제 고작 서른 살이다그럼에도 세상을 바꿀만한 책을 내놓다니기부를 하고 있거나 기부를 할 예정이거나 기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책에는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가득하다재해구호에 기부하지 말라고노동착취 공장 제품을 사라고열정을 따르지 말라구상식에 반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들이다. 2016년에 출간된 세상을 바꿀만한 책이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라면 올해는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

단 출판사가 갖다 붙인 제목은 최고로 비효율적이다  


2. 사랑한다면 스페인, 최미선, 신석교

 

미안하지만 이거 스페인 갔다 와서 쓴 글 맞나? 스페인 안가도 구글링 몇 번 해도 이 정도 글은 쓰겠는데. (스페인 역사 책을 한 권 읽을 걸) , 사진이 있었지. 미안하지만 사진사 맞나? 이 정도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어떤 특색이나 개성을 찾아볼 수 없는 여행기. 정말 이 정도만 쓰면 책 만들어주는 건가?

 

3. 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칼. 김미림

 

셀프가이드북을 만들 정도의 열정이라니! 전직 기자와 사진가가 같이 쓴 천편일률적인 여행기보다 20대 여자가 홀로 쓴 여행기가 백 배 낫다니!

 

4.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정다운, 박두산

 

나도 살고 싶다. 바르셀로나.

올라!


 













5.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10대 시절, 헤세의 대표작들은 거의 읽었지만 <싯다르타>와 <유리알 유희>는 읽지 않았다. 어려울거라 지레 겁을 먹어서? 그것도 아니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었을까. <타이탄의 도구들>를 보면, 대부분의 CEO들이 이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탐욕스런 CEO들이 <싯다르타>를 좋아한다고?? ‘쎄오들이 왜 좋아하는지 대충은 알겠다. 붓다만큼이나 깨달은 싯다르타도 돈과 명예, 여자를 추구했는데 자기라고 못할쏘냐?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그 사실을 단지 기억력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눈으로도, 나의 가슴으로도, 나의 위로도 알게 되었어. 그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로군!” P144

 

, 나도 체험하고 싶다. 속세의 부와 쾌락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헤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깨달음이란 가르쳐질 수 없는 것이고 오로지 체험으로서 가능할 뿐이다. 불립문자. 따라서 종교를 불문하고 말로서 성인들의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사기꾼이자 협잡꾼에 불과하다. 영성 단체에 가보면 자기가 깨달았다고 떠벌리는 사람들 꼭 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6. 자본주의의 슈퍼스타들. 브누아 시마.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탐욕스럽고 사악할까. 빌 게이츠를 때려죽이고 싶어한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왜 한국엔 그자비에 니엘같은 기업가가 나오지 않는걸까. 니엘은 한 달에 2유로 였다지. 한 달에 오천원만 내고 휴대폰 통화 및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의 휴대폰 독점기업들을 싸그리 박살낼 수 있을텐데.

 

 

7.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피에르 아도


철학은 애초에 삶의 방식이었다.

짧은 리뷰로 언급했으니 패스.   

매일매일을 예기치 않은 선물인듯 살아가자.  

 

8. 프레드 울만. 동급생

 

마지막 단 한 문장의 반전이라니! 소설의 역사 상 가장 짧은 문장의 반전이 아닐까

프랑스, 이탈리아 청소년 필독 독서라는 홍보성 문구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성인이 즐기기엔. 


 

 















9.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씨네 21 트로이카라고 불러야 할까. 이동진, 김혜리. 그리고 이다혜다.

트로이카의 책은 덮어놓고 읽고 본다.

이 책은 어른인 나보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딜 청소년들에게 더 적합해보인다.

무언가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들여다보다가 이 책 때문에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론>을 읽었다는 걸 깨달았다.

 

10.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다카다 아키노리

 

지난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은 숨겨둔 비기를 공개하겠다. 두둥.

어려운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다카다 아키노리는 일본의 현대사상 평론가이자 문학부 교수기도 하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왔다고 한다. 본인이 느끼기엔 30% 정도 이해한 듯 하다고.

철학책 그만큼 어렵다. (만일 내가 3년간 <에티카>만을 읽었다면 3년간 읽은 책, total 1권을 기록했을 것이다.)

 

저자는 데리다,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소쉬르, 프로이트, 푸코, 라캉, 들뢰즈, 낭시, 지젝의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제 나도 슬슬 어려운 책을 읽어볼까. 그렇지만 의문이다. 왜 읽어야지? 1년 내내 다른 모든 책을 제외하고 단 한 권의 책만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11.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작가의 평전 치고 재미없는 책을 못 봤다. 이 책도 마찬가지. (뒷장이 궁금해도 일부러 야금야금 읽었다. 이럴때마다 얼마나 짜릿한지. 욕망의 유보. ) 조지 오웰이 그렇게나 많은 글을 썼다는 것에 놀랐고 그렇게나 짧은 삶을 살았다는데 더욱 놀랐다. (오웰은 마흔 여섯 살에 운명했다.)

 

역시 그랬군. 오웰은 자마친의 <우리들>을 읽었다. 물론 오웰은 이튼 시절 프랑스어 선생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읽었다.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소설 계보를 완성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시도했으나 게으름에 실패). 오웰의 <1984>를 계승한 소설이 있다면 과연 그 소설은 무엇일까?


오웰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아니다. 존경하는 소설가다. 내가 존경하는 사상가, 혹은 어른들이 무수히 많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무수히 많지만 내가 존경하는 소설가는 두 사람 밖에 없는 듯하다.

조지 오웰과 도스토예프스키.

(글이란 참. 이 글을 쓰기 전까진 나 자신도 몰랐었네. 내가 이 두 작가를 존경한다는 걸.)

내가 가난해서 두 작가를 존경하게 된 것일까. 두 작가를 존경해서 가난해진 걸까.

 

12.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이현우

 

인생에는 부자의 길’(6펜스)예술가의 길’()이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그동안 예술가의 길을 꿈꿨을 뿐이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만큼 치열하지 않았어. 초인을 꿈꾸었으나 나는 지금껏 말인으로 살아왔다. ‘아인말 이스트 카인말을 꿈꾸었으나 왜 나는 에스 무스 자인의 삶을 수용한 것일까. 결국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였나? 초인의 길을 택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것이다.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는가?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게 무섭다.

한번 말인은 영원한 말인인가?

 

이현우의 글이 원래 이렇게 선명했었나 새삼스레 놀란다.

(신영복 선생님이 떠오른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로쟈 이현우다.



 













13. 내용 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아감벤 책은 읽다 지쳐 잠들곤했는데. 어라. 이거 참, 재밌넹. 독후감을 쓰고 싶으나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 (. 이젠 반납해야 해. 이미 연체야. 만년 대출자의 애환! ) 미란 곧 사심없는 즐거움이라기보단 행복의 약속인 것일까.

 

14. 문단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2017년의 발견. 사이토 미나코.역쉬나 독후감을 썼으므로 패스. 

 출판사들이여, 부디 번역해 주소소.  

 

15. 실종자. 카프카

 

카프카 작품 중에 실종자라는 소설도 있었나? 원래는 <아메리카>로 불리던 작품이었다.

주인공 카알이 외삼촌한테 쫓겨나기 전까진 엄청나게 흥미진진했다. 역쉬 카프카.

카알이 호텔 벨보이가 되면서 시작되는 소설의 중, 후반부는 이게 뭔가 싶다. 대작가의 작품 맞아??

번역의 탓일려나. 이렇게 올드한 번역은 이제 제발 그만.

 

별 세 개를 쏴야지 마음먹었으나,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나도 이상하게 책의 잔상이 가시지가 않는다.

아무튼 카프카는 연구 대상이야.

 

16.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

 

동감이다. 책을 쓰려거든 한 권의 책만 수 십 번, 수 백 번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일반인이 읽은 책을 수 십 번 읽을 정도로 흥미있는 책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7. 논어천재가 된 홍팀장

 

조윤제씨 책은 나쁘지 않다. 나쁜 건 그가 책을 팔아먹는 방식이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말공부>는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으로 판명되었고, 출판사도 아마 과태료를 지불했을텐데. 출판사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조윤제씨가 출판사의 조작질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을까. 이후로 딱히 작가의 반성의 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동양 고전을 원문으로 보고 배운 게 후안무치인가.

 

18. 독서천재가 된 홍팀장

 

이런, 아무런 기억이 안나.



 












18.19. 기사단장 죽이기

 

기사단장 죽이기 공략집은 아무래도 쓰기 힘들 것 같다.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20.21. 해변의 카프카

 

<기사단장 죽이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싶어 읽어봤다.

어라. 이거 똑같네’ ‘영웅의 여정의 구조.


메타포이데아는 하루키 작품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하루키는 ‘21세기의 친절한 카프카가 되고 싶었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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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0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는 숨겨두신 그 비법이, syo의 것과 완전 동일합니다. 만세. 쉬운 책 만세.

시이소오 2017-11-06 08:33   좋아요 0 | URL
syo님이 쉬운 책만 읽는다고 보긴 어려울듯 합니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syo님의 독서량은 무시무시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행보십니다^^

syo 2017-11-06 09:11   좋아요 0 | URL
아니야.... 시이소오님이 숨기고 계신 발톱을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ㅎㅎ

시이소오 2017-11-06 09:36   좋아요 1 | URL
숨겨둔 발톱도 없을 뿐더러 발톱이 드러나면 와이프가 다 깍아버려요 ㅎㅎ

니페딘1T 2018-04-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추천해 주신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읽고 있어요.. 근데 번역문제인지 저의 독해력 문제인지 ㅠㅠ 잘 안 읽히네요 ㅠㅠㅠㅠ 제 독해력 문제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읽어낼려고 노력중입니다 ㅠㅠ

어렵네요 ㅠㅠ

시이소오 2018-04-20 10:28   좋아요 0 | URL
헉. 그런가요? 죄송해서 어쩌죵? ㅠㅠ

니페딘1T 2018-04-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천천히 읽으니까... 좀 재밋어 질려고 합니다. ㅋㅋㅋㅋ 나..이노무 변덕이여......

시이소오 2018-04-20 11:54   좋아요 0 | URL
그럼 더 천천히 읽으세용 ㅎㅎ

니페딘1T 2018-04-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인증할게요 ㅋㅋ
 
문단 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지음, 나일등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2016년의 발견이 우치다 타츠루였다면 2017년의 발견은 단연 사이토 미나코다. 이 책 한권만으로 발견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깊고 넓고 선명하다. 아직까지 독후감을 쓸 만한 정신적, 육체적, 시간적, 공간적 여유 따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입이 근질근질거려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책에는 8명의 일본 작가에 대한 사이토 미나코의 작가론론이 실려있다. 네 작가는 익히 친숙하고 좋아했던 작가고 나머지 네 작가는 잘 모르거나 아직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다.

 

다와라 마치, 하야시 마리코, 우에노 지즈코, 다나카 야스오는 나로선 전인미답의 지역이다. (우에노 지즈코를 아직 읽지 못했다니!) 사이토 미나코의 작가론론을 읽고서 네 작가 모두 읽고 싶어졌다.


 

좋아했거나 싫어했던, 혹은 자주 읽었던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다치바나 다카시다. 사이토 미나코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각도로 이들을 분석하는데 그녀의 논리는 꽤나 매력적이다. 한 명씩 건드려볼까 

 

무라카미 하루키

 

네지메 쇼이치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다방 주인 문체라고 말했다. 공감이 가지 않는가. 하루키 소설에는 마실 것(맥주나 위스키)과 먹을 것(샌드위치, 스파게티), 기분 좋은 음악(스탄 게츠, 째즈, 클래식)이 끊임없이 흐른다. 그러나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다방 주인 문체가 아니다. 이번에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으면서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걸 느꼈다.

 

어라, 이거 수수께끼네.’

 

새삼스레 내가 깨달은 건 하루키 문학이 퍼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무려 15년 전인 2002년에 씌어졌다. 그럼에도 하루키 문학이 퍼즐임을 정확히 지적한다.

 

게임 해독 열풍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발전해버립니다. 게임의 소문을 듣고 몰려든 손님들은 냅킨 한 장부터 테이블 다리에 이르기까지 하루키 랜드에 있는 거의 모든 기기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p25

 

방법적으로는 챈들러, 테마 그 자체로는 피츠제럴드 (마쓰자와 마사히로)’, ‘ 무라카미 하루키와 킹은 매우 닮은 감정의 질을 가지고 있다. (가자마 겐지)’ ‘도스토엡프스키의 <분신>(요코오 가즈히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낙엽>이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노야 후미아키)’ ‘들뢰즈/가타리(스즈무라 가즈나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무라카미 게이지>

 

그는 이곳저곳에 먹이를 뿌려놓는다. 몇 가지 진짜 수수께끼, 즉 테마 주변부에 2차적인 수수께끼를 뿌려놓는 것이다. 게으른 독자나 장거리 달리기에 소질이 없는 독자 또한 그 먹이에 이끌려 먹이를 쪼아 먹는 사이에 골에 도달해버리고 만다. 게다가 그 2차적 수수께끼는 지적 스노비즘을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거기에 보기 좋게 걸려든 독자는 수수께끼 풀이에 모든 열정을 쏟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만큼 수수께끼 풀이, 해독 사전을 낳은 작품도 드물지 않을까. 비평가들조차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2차적 수수께끼의 해독에 열중한다. - 노야 후미아키 p28

 

사이토 미나코는 하루키 문학이 사실 게임 소프트 웨어 그 자체라고 말한다. RPG 게임. 뭐 그리 대단한 발견은 아니다. 켐벨의 영웅의 여정을 따르는 모든 소설 및 영화는 RPG니까. 또한 그녀는 1990년대 후반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박한 시대로 회귀했다고 진단한다. 그녀는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해 뭐라고 썼을까? 혹시 게임시대의 부활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내가 푼 <기사단장 죽이기>의 수수께끼 하나만 언급하자.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맨시키가 자신의 딸로 추정되는 마리에와 대면하는 장면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데이지와 재회하는 장면에 대한 패로디 혹은 오마쥬라는데 열 손가락 전부 다 건다. (그런데 이정현은 장 언제 지지나?)

 

사이토 미나코는 하루키에 대한 글을 끝마치며 하루키 랜드는 시종일관 보쿠라는 일인칭으로 상징되는 남자 아이들의 세계였다고 지적한다. 공감 백만배다.

 

왜 하루키 소설에 의미도 없는 섹스 장면이 난무하는가? 섹스 장면조차 없다면, 소설이 너무나 유치해지기 때문이다. 거의 동화 수준이다. 어쩌면 하루키가 사용하는 어른들의 기호(섹스, 맥주, 위스키, 스파게티, 클래식, 째즈 등)들은 소년 하루키를 은폐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그래서 팔리는 걸까. 소년이 아닌, 소녀가 아닌 진짜 어른은 얼마나 될까. 사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소년, 소녀가 살고 있지 않은지.

 

퍼즐로서의 하루키 문학을 풀기 위해선 하루키 전작 및 그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 예를 들어 스티븐 킹,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첸들러 전작을 해야 하는데,

어찌할까.

 

이미 일본엔 하루키가 쓰지 않은 하루키 단행본만 오십 여권 된다는데.

아무튼 빠른 시일 안에 기사단장 죽이기 공략법페이퍼를 써야겠다.

 

 요시모토 바나나.

 

1988년은 하루키 시대의 개막이었다. <노르웨이의 숲>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그 다음 해인 1989년은? 바나나 열풍의 해다. 바나나 소설 다섯 권과 수필이 단기간 동안 이렇게나 미친 듯이 팔려나갔다니. 키친 130만부, 물거품/성역 90만부, 슬픈 예감 80만부, 티티새 140만부, 하얀 강 밤배 70만부, 파인애플링 50만부. 대충 계산해서 신인 작가의 책이 단시간에 570만부가 팔려나갔다.

 

일본에서 바나나를 읽는 독자층은 10~ 20대 여성이 90%였다고 한다. 사이토 미나코는 바나나가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코발트 문고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고 말한다. 즉 바나나 문학은 소녀 문학이다. 그런데 30대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바나나를 좋아했던 것일까. 변태 아냐?! 하긴 뭐, 브론테 자매의 <폭풍의 언덕>이나 <제인에어>도 좋아했으니. 내 가슴 밑바닥엔 소년보다 소녀가 살고 있었던 걸까

아마도 내가 바나나를 좋아한 이유는 바나나 소설 특유의 그리움의 정서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라카미 류

 

사이토 미나코는 류의 소설에 대해 사람을 조잡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니까 류의 소설을 읽으면 사람이 조잡해진다는 거다. 그런 힘을 가진 소설이 있다니!

 

일본에서도 류와 하루키를 비교하는 글들이 난무했었구나. 예를 들면 이런 비평.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으면 내성적으로 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 하루키는 마리화나 같은 효과를 준다. 반면에 무라카미 류를 읽으면 강렬한 쾌락을 느낀다. , 류는 각성제라고 할 수 있다‘ - 가메와다 다케시.

 

나 역시도 하루키 문학을 마약이라고 평했기에 마취제/각성제의 비교가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사이토 미나코는 이해는 하지만 한심한 코멘트라고 평가한다.

 

제가 이런 비교론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만약 류나 하루키 둘 중 하나의 이름이 무라카미가 아니었다면 어떠했을까요. 만약 사온지, 이주인, 무샤노코지 같은 이름이었다면 그래도 이런 비교론이 성립했을까요? p240

 

. 미나코의 말처럼 만약 이름이 달랐더라면 애초에 두 작가를 비교하기나 했을까. 늦게나마 이 책을 통해 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생물학 차원에서 보자면 여자에게 지혜는 없다. 지혜라는 것은 부성이라는 환상을 업고 있는 남자에게만 있는 것이다. / ......바보같은 여자일수록 귀엽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그도 그럴것이, 여자가 생리가 아닌 로직(지혜)에 의지한다면 아이를 낳지 않을게 분명하지 않은가.

 

- 무라카미 류, <모든 남자는 소모품이다> p243

 

류도 꼰대였다니! 이 글에 대한 야마다 에이미의 촌철살인의 비평은 이렇다.

 

.......그러나 이 말들에 숨겨진 의미 같은 것은 없다. 약한 남자는 어떻게 설명해도 그저 약할 뿐이다. 여자는 위대하다고 말하면서 자기 긍정의 요소를 찾으려고 해도 그런 것은 뻔뻔스러울 뿐이다. / 긍정적 언어도 마찬가지다.....무라카미 류는 의미 없는 말에 의미를 부여해서 독자를 지치게 하는 데 탁월하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허풍쟁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 야마다 에이미

 

사이토 미나코는 야마다 에이미가 문고 해설 역사에 남을 훌륭한 해설을 했다고 평한다.

 

그녀는 나는 이 책을 매우 싫어한다.”, “그의 몇몇 훌륭한 소설에까지 촌스러운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최악의 수필집이라고 생각한다며 무라카미 류가 너무 오랫동안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작가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탓에 망가진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합니다. p244

 

더불어 사이토 미나코의 류에 대한 비평.

 

현실(논픽션)보다 허구(픽션)의 분량이 많아질 때 무라카미 류의 이야기 세계는 리얼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픽션이라는 무장을 풀고 허구의 분량이 적어질수록 류 월드는 무참한 파열을 보입니다.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무라카미 류의 수필에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힘이 없고, 논픽션으로 현실을 재구성하는 힘은 더더욱 없습니다. p242

 

비난이자 칭찬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든 무라카미 류든 결국 둘 다 어린아이에 불과한 것이구나.

 

 다치바나 다카시

 

그동안 나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완전히 오해했다. , 꼰대였어. 내가 다 부끄러워.

 

우먼 리브는 일부일처제가 여자의 성적 욕구를 봉쇄한다고 비난하지만 이는 그녀들이 정신적 불구임을 공표하는 것과 같다. 정상적인 여성의 성 심리에서는 여성 스스로가 일부일처를 원한다는 사실이 모든 심리학적 데이터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음란한 여자, 여러 남자를 원하는 여자는 예외없이 냉감증, 불감증이다. 오르가슴 부전이 님포마니아와 우먼 리브를 낳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이 진정으로 해방되길원한다면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를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 다치바나 다카시 <시대와 상황의 병리학> p210

 

한마디로 여성이 자유롭고자 한다면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라?

그렇게나 많은 책을 읽은 다치바나 다카시는 어쩌다 이렇게 상상불가의 덜떨어진 말을 내뱉고 만 것일까. 다치바나 다카시는 소설 따위는 읽지 않는다고 거만하게 말하곤 했다. 혹시 소설을 읽지 않아서 공감능력이 완전히 0에 수렴하게 된 것일까.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식의 편의점일까 지식의 야바위꾼일까.

편의점이든 야바위든 꼰대임은 분명하다.

 

결론.

소녀 하나, 소년 둘, 꼰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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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10-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주인문체... ㅎㅎㅎ 확 와닿네요..

시이소오 2017-10-28 11: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화~악 이해되죠? ㅎㅎ

akardo 2017-10-28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 둘은 좋은데 꼰대 하나는 앞으로도 찾아 읽지 말아야겠네요. ㅎㅎ이 책 재밌겠어요.

시이소오 2017-10-28 14:51   좋아요 0 | URL
‘소년이면서 꼰대‘가 하나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ㅎ

akardo 2017-10-28 15:01   좋아요 0 | URL
꼰대의 정도를 보고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류가 좀 꼰대같긴 한데 픽션은 나름대로 흥미로워 놓을 수가 없다는 게...ㅎㅎ그냥 열심히 소설만 썼으면 하네요. 다치바나 책은 애초에 그런 부류 책은 흥미없어 안 읽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지만.

시이소오 2017-10-28 15:0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류책은 소설만 읽으면 되겠어요 ㅎㅎ

별이랑 2017-10-2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 님의 ‘기사단장 죽이기 공략법‘ 기대하겠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에 소심한 저는 반발이 생겨 아직 읽지 않은 글이기에....

시이소오 2017-10-28 18:07   좋아요 0 | URL
제대로 된 공략법을 쓰기위해선 하루키 전작이 필수일터인데, 시간관계상 ‘최소 공략법‘이 될듯 하네요 ㅠㅠ

cyrus 2017-10-3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소설 읽기를 단호하게 반대한 입장이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국내에 나온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은 그가 쓴 책의 10, 20%입니다. 그리고 출간 연도가 오래됐어요. 그의 독서관이 몇 십 년 전에는 인정받았지만, 시대가 지나면 한계가 드러납니다.

시이소오 2017-10-30 19:47   좋아요 0 | URL
다치바나 다카시 책을 읽고 소설을 읽지말아야할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AgalmA 2017-10-3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성제‘는 좀 약한 듯. 무라카미 류는 ‘다튜라‘죠.
(‘무엇때문에 인간이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는지 아느냐? 파괴하기 위해서다.
파괴의 충동이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다. 파괴할 수 있는 자는 선택받은 인간이다.
너역시 그런 무리에 속한다. 권리가 있어. 부숴 버리고 싶거든 주문을 외워라
다튜라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지면 다튜라다.‘라고.
그러나 이 도시에 살고 있으면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워야 하지 않을까. - 《코인로커 베이비즈》중)

쇼펜하우어 기타 등등 하고 많은 철학자, 지식인들도 여성 비하 편견들 보여줬는데 다치바나 다카시라고 새삼스럽지도 않네요ㅎ;

˝소녀 하나, 소년 둘, 꼰대 둘˝ 이 글에서 많이들 잡혔네요ㅎㅎ;

시이소오 2017-11-08 22:03   좋아요 1 | URL
ㅋ 엉뚱한곳에 댓글을 달았네요. 죄송합니다ㅠㅠ

제가 잡았다기보다는 저자인 사이토 미나코가 잡아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