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와 김금희의 <조중균의 세계>를 재밌게 읽었다. 이장욱은 올해(2015년) 이상 문학상에도 올랐으니 젊은 작가라기 보단 이제 기성 작가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대상작인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새롭긴 하다. 건축에 대한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해준 점에선 칭찬할 만하다. 과연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뭐라고 불러야 할까. ‘논문 소설혹은 팜플렛 소설’?

알겠다. ‘나 이런 책 읽었어요도 소설이란 말이지.

 

윤이형, 백수린, 최은미의 소설은 안 읽힌다.

손보미 소설은 못 읽겠다. 취향 탓일까.

젊은 독자들은 번역체문장이 자연스러울지 모르지만 나 같은 늙은 독자 입장에선 토 나온다. 외국 소설의 번역체도 못 참아하는 마당에 한국 소설에서마저 번역체 문장을 만나는 건 고역이다.

 

p부인, “착한 아이가 아니구나.” 누가 저렇게 말할까?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젠 손보미만 떠올리면 토할 거 같다.

 

책 뒷지엔 각각의 소설가 작품에 심사위원 평이 짧게 실려 있다. 손보미 소설엔 신경숙의 심사평이 쓰여 있다

편집이 절묘하다. 구세대 표절 작가와 신세대 표절 작가의 조합이라니!

 

: 너도 표절의 맛을 좀 아는구나.

: 선생님 따라가라면 아직 멀었어요. ~

 

손보미가 이번엔 누구의 작품을 표절했는지 관심 없다.(알 수도 없고) 신경숙은 억울한 만하다. 한국 문단 자체가 젊은 작가들에게 표절을 권하는데 왜 자기 혼자 당해야 한단 말인가.

 

젊은 작가상은 등단 십 년 이내 작가의 작품 중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동안 문예지를 비롯한 각종 지면에 발표된 신작 중단편 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가장 뛰어난 작품인 셈이다.

 

워낙에 새로운 시도가 없다보니 나 이런 책 읽었어요 소설을 대상작으로 뽑았나보다.

점점 더 그들만의 리그.

암울하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을위한삼계탕 2016-06-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들에게 익숙한 문체
나 어휘 음 .
문학은 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와야 하는데 ~^^

시이소오 2016-06-18 17:39   좋아요 0 | URL
정지돈의 행보가 예사롭진 않네요.
기성 문단에 돌팔매라 할까요^^

내장사실주의를 차용한 후장사실주의라는 용어가 속빈강정
인듯 합니다만,
이런시도조차 없었다면 한국문학은 그야말로 중세의 암흑시대에 못지 않을 뻔 했네요.

이달출시된 정지돈 소설이 기대되네요 ^^

cyrus 2016-06-1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잘 안 읽는데, 시이소오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소설이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손보미 작가가 ‘~아니구나’라는 번역체를 썼다는 이유로 ‘신세대 표절 작가’라고 보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8 18:24   좋아요 0 | URL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는데
손보미작가는 주로 레이먼드 카버를 표절했습니다.

일부의 예를 든 것이지 손보미 작가는 거의 모든 문장을 번역체로 씁니다. 그들에게 린디합을 대충 보시면 이해되실거에요 ^^

cyrus 2016-06-18 18: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손보미 작가를 검색했는데 표절 논란이 있었군요. 제가 한국 문학에 너무 관심 없어서 몰랐습니다. ^^;;

시이소오 2016-06-18 18:57   좋아요 0 | URL
손보미 작가를 옹호하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극혐파죠ㅋ^^

깊이에의강요 2016-06-18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쎄다ㅎㅎ
작년에 신경숙과 창비의 대응이 구토를 유발 했었지요ㅠ

시이소오 2016-06-18 19:00   좋아요 0 | URL
창비, 애증의대상이죠.
무작정 미워하기엔 ᆢ

저 책도 받았자놔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06-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에 약하시구나ㅋㅋ^^

시이소오 2016-06-18 19:07   좋아요 0 | URL
공짜책에 약한걸로
미화해주세요 ^^

깊이에의강요 2016-06-1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책에 약하신걸루 ㅋ

저는 김영하작가님이 시이소오님이 말하는 ‘번역체 문장’인거 같더라구요...
손보미님 작품은 읽어보질 않아서...

멋을 부리다보면 그런 문체가 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헉,..김영하님 디스ㅋ

시이소오 2016-06-18 19:54   좋아요 0 | URL
번역체문장의 수장이죠.그래도 김
영하 작가소설은 거부감이 안생기잖아요.

손작가는 그냥
오바이트나와요.

stella.K 2016-06-1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돈이 묘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칭찬은 아닌데 그렇다고 비난도 아니고.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읽고 싶기도 하네요.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다면 욕은 안 할 것 같은데...ㅋ

시이소오 2016-06-18 20:21   좋아요 0 | URL
정지돈 팬덤층이 있어요.
금정연 서평가와 더불어

저도 정작가 다른 소설이 긍금하네요^^

2016-06-19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9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6-20 15:17   좋아요 0 | URL
방건웅, 저는 첨 듣네요
.
세상은 넓고 책은 왜 이리 많은걸까요.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피에로들의 집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만에 읽는 윤대녕 소설인지. 단점도 보이고 장점도 보인다. <피에로의 집>은 도시 난민들이 마마의 아몬드 나무 하우스에 입주해 살게 되면서, 자기안의 고독과 공허함을 응시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타인과 유대를 맺는다는 이야기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을 보던 중, 에로 연극 연출을 하다 퇴출된 연극 연출가 명우는 마마를 만난다. 명우는 마마의 제안대로 아몬드 나무 하우스에 입주해 1층의 북 까페를 떠맡는다. (혹시 저에게 북까페 맡겨주실 분 누구 없나요?)



 

명우는 아몬드 나무 하우스에서 사진 작가인 윤정, 영화 제작을 하겠다는 현주, 대학생인 윤태, 고등학생인 정민을 만난다. 명우와 윤정, 명우와 현주, 혹은 명우와 헤어져 프랑스에 체류중인 난희와의 이야기에 나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고, 쓸 것도 없다.



 

명우와 윤태, 명우와 정민의 이야기만이 읽을 만 했다. 명우는 윤태와는 대화를 통해, 정민과는 침묵을 통해 소통한다. 윤태와의 대화 중, 명우의 의견에 나는 격렬히 동감한다.

 

알다시피 오늘날까지 이념 논쟁은 되풀이되고 있고. 게다가 권력을 쥔 자들이 생존권을 담보로 늘 이를 악용하고 있지.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면서까지 말이야. 그러니 삶의 다른 가치들은 돌아볼 겨를 없이 여전히 생존만이 목표일 수밖에 없는 거지. 때문에 타인에 대해 본능적으로 적대적이고 관용이라든가 선의는 개입할 여지가 없는 거야.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타인의 존재가 필요한데도 말이야. “

 

하지만 동시에 어른으로서 지혜와 관용을 베풀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사회에서나 현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존재들이 필요하거든. 하물며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 외에는 거들떠보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지. 게다가 우리 사회는 이제 타인에 대한 태도가 적대감을 넘어 학대하는 지경에 이르렀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는 자네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종종 확인했겠지. 또 엄연히 우리 사회의 일원인데도 불구하고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해서 이웃인 그들을 우리가 얼마나 천대하고 있는지도. 그때마다 수치심에 얼굴이 뜨거워져 중간에 채널을 돌리게 되지.”

 

그나마 진보적이라는 다음의 뉴스 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 댓글을 볼 때면, 정말 얼굴이 뜨거워진다. 자국의 외국인을 혐오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에 나가서는 인종차별을 부르짖다니. 파렴치한 짓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민 정책으로 미국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들이 트럼프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트럼프 헤어 스타일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윤태는 명우에게 자신이 꾸는 악몽에 대해 털어놓는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어둡고 거대한 공간이에요. 공기 속에서는 늘 녹슨 냄새가 나고요. 이따금 철판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 같은 게 들려오기도 해요. 처음에는 저 혼자만 그곳에 갇혀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죠. 주위에 저와 비슷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을요. 그들은 한결같이 좀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그러다 얼마 전이었을 거예요. 잠결에 귓전에서 천둥이 치는 것처럼 꽝!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이어 소용돌이라도 치듯 공간이 옆으로 기울기 시작하더군요. 십 도, 이십 도, 이십오 도......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물이 스며들더군요. 뒤미처 걷잡을 수 없이 안으로 물이 쏟아져들어올 때서야 저는 깨달았죠. 내가 그동안 커다란 배에 갇혀 있었구나. 그제야 다들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지만 굳게 잠긴 쇠문을 열리지 않아요. ”

 

익사당하는 심정.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악몽이 아닐까. 어느 날 부터인지 명우는 정민과 함께 아무 말 없이 그냥 걷는다. 어느 날, 정민은 명우 옆에서 눈물을 흘린다. 격렬한 포옹이 없어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소설 말미를 현주의 출생의 비밀로 끌고 간 것은 이 소설의 패착이라고 본다. 너무 너무 지겹다. 지겨워 죽을 것만 같다. 50년대, 60년대 출생한 한국 소설가들은 왜들 그렇게 출생의 비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회화를 형상화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카라바초>나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들. 소설 속에 소개된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호퍼의 그림을 영상화한 영화다. 아직 못 봤다. 나는 <밤샘하는 사람들> 천 피스 짜리 직소퍼즐을 할 만큼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한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호퍼를 만나는 건 이제 진부하지 않나?



 

소설은 중견 작가의 참신함과 진부함이 뒤섞여 있다. 제목 <피에로들의 집>은 누가 지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진부한 제목을 상상해내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뇌를 어디 서랍 속에 넣어두지 않고서야.....

 

소설의 제목이나 제재들이 진부하더라도 소설의 주제마저 진부한 건 아니다. 혹은 진부하더라도 되새길만 한다. 우리는 타인의 도움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이 진부한 진리를 유전자에, 혹은 뼈마디 마디마다 새겨질 정도로 반복하고 반복하기를.




다음날 아침, 나는 목표역에서 부전으로 가는 아홉시 육분 무궁화호 열차, 즉 경전선 열차에 올라탔다.......종착역인 부전까지는 일곱 시간 십육 분이 걸릴 예정이었다.
목포를 출발해 나주 광주 송정 명봉 보성 벌교 순천 광양 하동 진주 함안 진영 삼랑진 구포를 지나야 마침내 종착역인 부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거 타보고 싶어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6-05-2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저두 타보고 싶었어요

시이소오 2016-05-29 16:02   좋아요 1 | URL
왠지 보물선님이 저보다 먼저 타보실듯 ^^

우끼 2016-05-2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시대, 그렇게 느끼는 시대... 함께있어도 홀로라고 느끼고. 왜 일까요. 종종 저도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서 제 스스로가 어떤 공간에 남아있을 자격없다고 한탄하게 되고.. 아직은 답이 없이 부유하고 있습니다.
호퍼의 그림 정말 좋네요 ㅎㅎ 저 영화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5-29 16:12   좋아요 1 | URL
한병철ㅇㅔ 따르면 신자유시대,
사회가 사랑을 허용ㅎㅏ지않으니까요
죽도록 사랑하시길 ^^

표맥(漂麥) 2016-05-29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과는 관계없이, 고호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보니 웬지 반갑(?)습니다...^^

시이소오 2016-05-29 16:28   좋아요 0 | URL
고흐그림 정말 좋죠? ^^

stella.K 2016-06-0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용과 상관없이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본적이 있는데, 내용은
그닥 기억엔 없는데 어떻게 호퍼의 그림 가지고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놀랍기도 하고, 깜짝하기도 하고. 암튼 그 발상만으로도 좋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CF가 퍼러디하고...ㅎ

왠지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 좀 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01 19:32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저도영화 보고싶네요^^

stella.K 2016-06-01 19:37   좋아요 0 | URL
헉, 보신 줄 알았슴다.
한 번쯤 보셔도 좋을 듯한데 책 읽으시느라 짬이 없으실까요...?ㅋ

시이소오 2016-06-01 19:40   좋아요 0 | URL
함 볼게요ㆍ요즘 영화도 잘 안보거든요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중에 <일기예보의 기법>,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기억에 남고, 한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표제작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다. 책을 쭈욱 훏어 보다가 그러니 한국 영화의 앞 날은 얼마나 밝은 거니?”란 문장 때문에 읽기로 했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마지막 대화문이었다.

 

화자의 이모는 젊은 시절 영화배우였다. 그녀는 출연한 영화의 감독과 제주도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감독과 3개월 정도 동거하면서 밤이면 감독님품안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 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그 사람 부인이 애 데리고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시 정도까진 올라가지 않았을까?”

 

팸 이모는 감독과 감독 부인, 그리고 감독의 아들과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는다. 그날로 감독은 그녀를 남고 두고 떠나고, 27년 후, 감독이 된 정감독의 아들이 제주도로 그녀를 찾아와 두 사람은 짬뽕을 먹는다.

 

나는 김연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읽은 작품이 별로 없었다. 내가 읽은 그의 소설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거나, <세계의 끝 여자친구>일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까. 홍상수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에? 카버를 번역해서? 그것도 아니면 <소설가의 일>을 읽었기 때문일까?

 

언급한 세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사는 유머러스하고 전반적으로 경쾌하다. 한편으로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내가 왜 한국 소설을 싫어하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한국 소설들은 뭐랄까. 소녀들이 소중하게 간직해 온 물건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은 비밀 상자라고나 할까. 아기자기하지만 답답하다. 아빠에, 엄마에, 동생이, 이모가, 외삼촌이 어쩌구 저쩌구. 늘 이런 식이다. 거기서 조금 확장되면 여자친구가, 남자 친구가, 남편이, 아내가, 장모님이 어쩌구 저쩌구.

 

한국 소설은 한마디로 넋두리 문학이다. (한이 많아서 일까?) 내러티브는 마치 메말라붙어 뚫고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설령 나아갔다 한들, 들어 온 물건을 잡을 수 없는 폐경기 여성의 질만큼이나 헐겁다.

 

그런 측면에서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작품이다. <28>의 실패가 아쉬운 대목이다. (읽다가 중간에 던져버려 내용을 모른다.)

 

이 책을 읽다 책 체인지, 프란시스 베이컨 인터뷰 집인 <나는 왜 고기가 아닌가>를 읽었다. 어라,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서 팸이모가 암송하던 T.S 엘리엇의 시를 인터뷰집 서문에서 다시 만난다. 불과 30분도 안되어 나는 똑같은 시를 읽어야 했다. 왜일까? 천 억분의 일의 확률의 우연. 융이말한 동시성의 상황. 삶의 지표일까? 징조일까? 코엘료가 말했던 표지일까.


(두 책의 번역 둘 다 마음에 안 들어 내맘대로 번역했다.)

 

I said to my soul, be still, and wait without hope

For hope would be hope for the wrong thing ; wait without you

For love would be love of the wrong thing ; there is yet faith

But the faith and the love and the hope are all in the waiting

Wait without thought, for you are not ready for thought;

So the dakness shall be the light, and the stillness the dancing

 

나는 내 영혼에게 말했다. 잠자코 희망없이 기다려라.

희망이란 그릇된 것을 위한 희망일지니.

사랑없이 기다려라.

사랑 역시 그릇된 것을 위한 사랑일지니

그럼에도 아직 믿음이 있을 것이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은 모두 기다림 속에 있다.

생각없이 기다려라. 너는 아직 생각할 준비가 안 돼있다.

그리하면 어둠이 빛이 될 것이고,

고요는 춤이 되리라.

 

- T. S 엘리엇, <네 개의 사중주>

 

생계에 대한 위협이 시시각각 나를 죄어온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새 난 또 다시 걱정 속으로 침잠한다. 자연이 내게 보내오는 메시지는 아닐까. ‘고요히 기다리면 빛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조언하고 싶은걸까.

 

얼마 전 읽은 다른 책에서의 들뢰즈의 말이 기억난다. 왜 그렇게 끊임없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보러 전시회를 찾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들뢰즈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들뢰즈가 자신의 존재자체를 뒤흔들 예술작품과의 황홀한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먹고 살 수 있는 건수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의 차원이 이렇게 다를 수가.


-2015. 5. 16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4-30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4-30 16:54   좋아요 1 | URL
우와, 김연수 작가님 책 많이 읽으셨네요.

ㅋ 용기를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

요즘 날이 너무 좋아서 리뷰를 등한시하게 되는데 열심히 써야 겠어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3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과 꾿빠이 이상
딱 두권을 읽었는데...
애매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시이소오 2016-04-30 23:14   좋아요 0 | URL
강요님도 많이 읽으셨네요^^ 오랜만이에요. ㅎㅎ

깊이에의강요 2016-04-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과중한 업무로 ㅋ

시이소오 2016-04-30 23:20   좋아요 0 | URL
허걱, 학생인줄 알았는데 커리어우먼이셨군요 ^^
남은 주말 푹 쉬어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3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입니당^^

시이소오 2016-04-30 23:34   좋아요 0 | URL
오호, 벌써 취직인건가요? 역쉬 인재 ^^

깊이에의강요 2016-04-3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해는 나의 힘
너의(?) 힘 ㅋ

옆구리왕짜 2016-05-0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를 좋아하고 한국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찌찌뽕이네요.저는 한국소설응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들이 공부를 넘 게을리 하기 때문이랍니다.그러니 영미문학과 비교했을 때 깊이 차이가 엄청나요 ㅠ

시이소오 2016-05-01 01:37   좋아요 1 | URL
최근에 줄리아 카메론 책을 읽었답니다. 30년간 글을 쓰신분인데 아직도 글을 못 쓰더라구요. 충격 먹었어요. 이분이 강조하는게 무조건 쓰라는 거거든요. 아무런 인풋없이 아웃풋만 하면 저 꼴나겠구나, 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요? 쓰기전에 충분히 읽고 사유하는 과정도 필요할것 같아요 ^^

나비종 2016-05-0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개의 사중주> 란 게 믿음, 사랑, 희망, 기다림, 이렇게 4가지가 나중에는 음악처럼 어우러진다는 의미일까요?
기다리면 영혼도 더욱 깊어지고, 글도 성숙해질까 생각해봅니다. .

시이소오 2016-05-01 01:47   좋아요 1 | URL
오호, 근사한 해석이시네요. 시 전문을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시앞에만 서면 정신이 멍해져서 생각이 멈춰버리는 병이 있어서요 ㅋ 기다리면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버릴 무언가가 오겠죠? 지금 오고 있는지도 몰라요 ~~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읽기 힘들었다. 한숨 쉬다가 울다가 담배 피다가, 한숨 쉬다 울다가 담배 피다가......

여기서 도망치면 부끄러울 것 같아 끝까지 읽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또 한참을 울었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 신형철.

 

이 글을 미리 읽고 각오하고 덤볐어야 했다.

 

한참 울다보니 훈련병 시절이 얼핏 떠올랐다. 한달 만이었던가

오랜만에 목욕을 시켜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다. 목욕탕 안으로 수백 명을 집어넣고 3분 만에 나오라고 했던가. 찬물이었다. 설마 4분은 주겠지? 머리를 감고 있는데 밖에서 나오라고 소리친다. 다들 황급히 나간다. 나는 아직 머리를 감지도 못했는데. 비누칠을 해 미끌거리는 몸을 수건으로 닦으며 울었던가. 스무 살도 넘은 사내놈이 밖에 나와서도 끊임없이 울었다.

나는 인간인데라는 생각만을 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사치에 가깝다.

앞서 산 사람들이 군사정권 때 고문당한 일들을 들어보면

혹은 19805월 광주, 국가에서 보낸 군인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고 고문당한 국민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유족들은 짧은 추도식에서 애국가를 부른다.

소년은 이해할 수 없다. 나라가 그들을 죽였는데.

은숙 누나는 답한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

 

805월에서 살아남은 여자는 말한다.

 

삼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805월에 살아남은 남자는 말한다.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거야.

 


805월로부터 내년이면 35년이 된다. 학살의 장본인들은 여전히 호위호식하며, 자신들이 싫어한다고 노래조차 부르지 못하게 한다.

 

“2009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 태어나 살해되었다.”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80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 신형철.

 

20144. 아이들이 수백 명 죽어도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며 여전히 학살세력을 지지해 주는 국민들은 제정신인가? 믿을 수가 없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광주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이곳은 나라가 아니다.

학살세력, 그들의 자식들이 정권을 잡고 여전히 아이들마저 살육하는데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참 울다가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거기서 복권을 샀다. 꽝이었다.

전두환 살인마가 기획한 국풍 81’ 이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전두환이 만든 놀이터에서

난 복권을 긁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죽고 싶도록 부끄럽다.

이 글을 쓰며 또 운다.

 

오늘은 비록 울지만

쓸개를 맛보며 각오하리라.

너희들의 뼈를 빻아 가루로 만들 그날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


2014. 8.12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ora 2016-04-2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글을 읽으니 제가 이책 읽었던 때 감정이 올라오네요 힘든 금요일 슬프지만 함께 보아요 선물...^^

https://youtu.be/2JOzHPL8rj4

시이소오 2016-04-29 15:32   좋아요 2 | URL
선물이라고 해서 웃긴 동영상을 기대했는데...
ㅋ...왜 또 울려요?

:Dora 2016-04-29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울기 싫어서요.....--;;;

시이소오 2016-04-29 15:44   좋아요 3 | URL
ㅋ 같이 울었어요. ^^

오늘도 맑음 2016-04-29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쩔 수 없이 읽어야 겠군요ㅠㅠ 무기력해 지지 않으려면 깨어 있어야합니다~!!

시이소오 2016-04-29 16:49   좋아요 1 | URL
매번 깨어있을순 없지만 노력해야겠죠? ^^

hope&joy 2016-04-29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먹먹했던 작품이었고요, 소설을 완성한 한강 작가님께도 힘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기억과 기록이 있는 한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잊지 않겠지요.

시이소오 2016-04-29 17:19   좋아요 1 | URL
좋은 작가들이 올바른 글을 써낼때 작품은 작가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사례. 우리 옆에 작가와 소설이 필요한 이유겠죠? ^^

nomadology 2016-04-29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4-29 17:24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한강 작가 응원합니다^^

초딩 2016-04-29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ㅜㅜ 눈물 많이 났어요. 뺨은 정말 강렬하고 처연했고요. 마지막 즈음에 엄마가 아이를 찾는 부분에서는 ㅜㅜ 오열하고 싶었어요 ㅜㅜ

시이소오 2016-04-29 23:56   좋아요 2 | URL
오열할만한 소설이죠. 아이를 살해하는 국가, 오늘날도 여전하다는게 비극이네요.

깊이에의강요 2016-04-30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책을 읽기가 너무 힘들어요ㅠ
정말 읽고 싶은데 미뤄두고 있어요.
책등도 보이지 않게 서랍안에 넣어두고ㅠ

시이소오 2016-05-01 01:10   좋아요 1 | URL
읽으세요, 하고 추천 못하겠어요.

때가 되면 읽어요 ^^
 
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동진의 <밤은 책이다>를 읽고 가장 끌렸던 소설 중의 하나다. 장편이라 예상했었는데 단편집이었다. 재밌는 단편들이 여럿 있지만 역시나 표제작인 <아주 보통의 연애>가 가장 눈에 띈다. 몇 개의 숫자와 몇 개의 단어로 한 인간의 삶을 투명하게 보여 줄 수 있을까? 그렇다. <아주 보통의 연애>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도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음을 증거 한다고 할까? ‘기이한 미니멀리즘의 세계다.


한 장의 영수증에는 한 인간의 소우주가 담겨 있다.

취향이라는 이름의 정제된 일상

흡연처럼 고치지 못한 악습들.

....그리고 연말 정산이라는 이름의 집단적인 자기반성.

이렇게 많이?”

부인하기도 하고,

이런 델 왜?”

의아해하기도 하며,

아직도!”

육만오천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육 개월 할부의 잔해를 보며

실패한 연애를 한탄한다.

.......영수증은 우리가 토해낸 일상을 투명하게 반영한다.

몇 개의 숫자, 몇 개의 단어로.

 

인생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걸 비웃는,

기이한 미니멀리즘의 세계.


주인공은 잡지사 관리팀에서 일하며 직원들의 영수증을 처리한다. 영수증의 숫자와 단어들은 침묵 속에서 말한다. 주인공은 영수증을 통해 누가 알코올 중독자인지 누가 불륜에 빠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모드>의 패션팀 수석 이정우를 짝사랑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인생의 도돌이표와 같은 이정우의 영수증을 모은다. 그녀는 거의 5년 치, 서른 두 권의 영수증으로 이루어진 비밀 일기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언제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될까?

 

<청첩장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청첩장 쇼핑몰을 운영한다. 청첩장을 디자인하고 수 백 가지의 모시는 글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그는 결혼식에 모셔지지않는다. 비록 아무도 그를 초대하지 않지만 그는 자신 고객의 결혼식에 참석해 가족 사진을 찍는다.

 

굳이 마르크스를 불러내지 않더라도 백영옥의 단편 속에 주인공들은 자신의 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일은 행위자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감춘다.

 

영수증을 통해 타인의 삶을 알 수 있다하더라도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넌 그냥 형용사야 독립된 명사가 될 수 없지. 당연히 동사도 될 수 없어. 넌 섹스나 키스도 책으로 배워야 하는 사람이니까. 살아서 뜨거운 피가 도는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애정이 있긴 한거야? 사랑과 질투를 구별하는 건, 편집자로서 중요한 자질이야. 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질투하는 거야. 네가 쓰지 못한 내 책을 질투하는 거지.

<강묘희 미용실, >

 

백영옥의 소설들의 등장인물들은 형용사에 불과하다. ‘겨우 겨우라고 말해왔지만 한 번도 희망 비슷한 것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는 화자처럼 등장인물들은 언젠가는 독립된 명사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2014. 8. 20 작성. 백영옥의 새로운 소설을 반기는 마음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