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경욱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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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하다. 김경욱의 <천국의 문>이 형식적으로 뛰어난 작품 이라고 한다. 잘 쓴 작품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신춘문예용소설을 쓰고 있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그나마 재기발랄하지 않았나? 작가가 나이를 먹어서일까.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먼지를 닦아낼까요? 먼지는 우리가 결국 먼지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환기하기 때문이죠. 먼지에서 먼지로, 빛에서 빛으로, 사실 별이란 우주먼지 덩어리죠. 별과 사람은 구성 성분이 같다는 거 알아요? 우리가 어둠을 두려워하는 것은 빛으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일깨우기 때문이에요. 어둠을 두려워할 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빛인 셈이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이런, 파울로 코엘료적인 대사들을 수없이 남발한다. 여성 독자들은 , 혹은 혹할지 모르겠지만 감수성이 메마른 나로선 책을 읽다 닭살을 누르기 바쁘다.

 

김이설의 <빈집>은 티비에 나오는, 잡지 책에 나오는 그림같은 아파트를 소유했으나 결국엔 소유한 아파트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현대인의 초상을 다뤘다.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처음으로 김탁환 글을 읽었다. 김탁환은 왜 요즘 진보인척, 착한 척 하는지. 역시나 읽다 토할 뻔 했다. 그는 이인화가 이문열 꼬붕이듯 이인화 꼬붕, 이인화 전위대 아니었던가. 이문열 이인화- 김탁환의 계보.

 

김탁환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다면 언제든 김탁환을 읽을 수도 있지만 그런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이문열, 이인화를 읽지 않듯 김탁환도 읽지 않는다. (어릴 땐 이문열과 이인화의 소설을 읽었었다. 도로 물릴 수가 없다니 억울해)

 

올해의 우수상 중 재미와 의미를 갖춘 단편은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이다. 국가는 많은 아이들을 학살했지만 이웃의 선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일지언정 아이를 구한다.

 

우연이라고 제한했지만 정희진의 한국 소설 나만의 삼부작은 모두 정찬의 소설이었다.

정찬의 <등불>을 기대한 이유다.

 

화물차 운전사인 그는 1999년에 발생한 화성 씨랜드 화재 때 여섯 살 딸을 잃었다. 3층 컨네테이너 숙소의 문은 잠겨 있었고, 문을 걸어 잠근 어른들은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들은 살려 주세요, 구해주세요소리쳤지만 소방관들이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땐 이미 아이들 몸은 뼈만 남아 있었다. ‘의 아내는 결국 자살했다. 그 역시 항상 칼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그러다가 그 사실을 단골 식당 여주인에게 털어놓는다.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칼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부탁한다.

 

어느 날 식당의 문은 잠겨있었다. 그녀는 인천에서 배를 탔다고 한다. 그녀가 탄 배의 이름은 세월호였다. 그는 그녀가 제주도에서 돌아오면 칼을 맡기려 했다. 시동을 걸고 그는 진도로 향한다. “길 너머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손은 빛처럼 희었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황정은의 차지일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빗나갔다. 그래도 우수상에 황정은은 이름을 올렸으니 한 5분의 1정도 빗나간 걸로~~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의 그곳은 어디일까.

 

계곡에서 물놀이 중 아이를 잃은 부부는 14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는 작은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화를 낸다. 그가 한눈을 판 사이 그녀는 기차를 타고 떠나 가버린다. 그는 베를린 역사의 역무원에게 영어로 말하려 한다. “아이 로스트......, , 미스드......로스트......”

 

아이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우리는 어쩌면 천국으로 가는 문을 잃어버렸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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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2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동안 자주 지옥의 문이 ㅡ더 먼저 떠올랐었죠.
신춘문예용 글은 ㅡ제가 잘 모르고 ㅡ이문열 ㅡ이인화ㅡ김탁환 ㅡ계보역시 모르는 바보입니다.만...
나름의 글을 읽고 생각하시는 것일 테니 ㅡ그렇구나 하고
끄덕끄덕을 놓고 갑니다.
저도 왜 는 빼고 ㅡ결과만 잘 나열하곤해..
그 나머지 부분을 뭐 ㅡ너도 알지 ? 하는 식으로
던지곤 하지만 ㅡㅎㅎㅎ
어째서 ㅡ인지 ㅡ기억에 ㅡ없는 시이소오님의 지금의 그 결정에 이른 ㅡ그 들이 어째 같은 계보인가 ㅡ뉘앙스만 대충 아는 제게 ㅡ사실도 좀 알려주세요 ㅡ
ㅎㅎㅎ이건 부탁이니 ㅡ거절 하셔도 ...괜찮습 니다.

시이소오 2016-03-23 12:00   좋아요 1 | URL
저도 항상 사실부분들을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 반성중입니다. 제 기준이 좀 편협해요 ^^; 제가 알기론 김탁환 씨는 이인화씨 애제자죠. 진보논객과 설전이 벌어질때 전위대로 나서 이인화 씨를 옹호하기도 했구요. 이와 비슷한일을 이문열씨편에서서 이인화씨가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김탁환 씨가 요즘 인기를 얻더니 예전에 자신의 흑역사를 기억 못하는것 같아서요.

더 저세한건 구글링으로 이인화, 김탁환 돌려보시면 나올거에요^^

[그장소] 2016-03-23 12:19   좋아요 0 | URL
진보 논..개그 ㅡ일까 ...요?
진보 ㅡ보수 ㅡ큼흠 ^^;;;;
그렇기에 ㅡ그가 맘에 안들 수도 ㅡ있군요 .
^^ 하하...
찾아보겠습니다만 , 그를 편들고자 하는 건 아니고...
사람은 변하기도 ㅡ그렇지 않기도 하니까요.
좋은 오전 ㅡ맛난 점심드세요 .

시이소오 2016-03-23 12:22   좋아요 1 | URL
변했다면 저도 색안경을 벗고 바라봐야죠 ^^

[그장소] 2016-03-23 13:11   좋아요 0 | URL
흐흣 ㅡ색안경 ㅡ끼고 계심 ㅡ어두운건 ...세상일까 ㅡ스스로일까 ㅡ넌센스 ㅡ일까요?^^
ㅡ제 말은 그냥 가벼운 조크로 들어주세요!^^

시이소오 2016-03-23 13:12   좋아요 1 | URL
가볍게 돌려까시네요 ㅋ ^^

[그장소] 2016-03-23 13:42   좋아요 0 | URL
어휴 ㅡ무슨 그런 어려운 말씀을 !!! 마늘도 아니고 연필도 아닌데 ㅡ어딜 ㅡㅠㅠ;;;
(송구하게 ...흐흣 -이..이럼 진심이 ㅡ안느껴지는데...에공 ㅡ)

시이소오 2016-03-23 13:49   좋아요 1 | URL
저도 가벼운 조크였어요 ^^ 행복한 봄날 되소서 ^^

[그장소] 2016-03-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조크를 행복한 조크로 읽어버리면서 ..땡큐!^^
니시시시시시싯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욱 맛이 갔나 보군요. 장국영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3 17:31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은 아닌듯 하네요^^

2016-03-2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욱이 상 받는거보고 많이 나아졌나 했던 1인 ㅋ 아니었나봐요. 다 입맛이 제각각이겠습니다마는 대강 겪어 알 만한 입맛이야 믿습지요. 믿어져요 ^^

시이소오 2016-03-24 14:42   좋아요 0 | URL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좋게 말하면 어른스러워졌어요.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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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오베 크라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은 인구 500만의 노르웨이에서 50만 부가 팔려나갔다. 작가의 작은 아버지는 소송을 걸었다. <나의 투쟁>의 비정상적일 정도의 인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시 이것은 일종의 스캔들 문학’, ‘가쉽 문학이 아닐까.

 

시배스천 폭스는 <폭스가 픽션에 대해 말하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고 한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는 논평이 금지되기는커녕 토론의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분수령과도 같은 변화가 추측과 가십으로 향한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든 예술작품이 작가의 개인적인 성격을 표현한다는 가정에 따라, 전기적 비평은 창작의 행위를 쇼로 환원시켜 놓았다는 거죠.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근대는 전기적 비평의 수난시대였다. 그에 반해 현대는 페이스북의 유행에 따라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대중들 역시, 작품보다는 작가들의 삶에 더 주목하게 된 게 아닐까. 그게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 한국 역시 예외일리 없다.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라는 애매한 장르 역시 일종의 사소설의 부활은 아닐까. ‘스캔들 문학’, ‘가쉽 문학’, 자기 자신을 전시하는 일종의 페이스북 소설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쓰레기다.

 

누군가 그랬다. 송경동 시인이 연애시를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동감이다. 개인에게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 앞에서 연애 시를 읽거나 연애 소설을 읽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소비하는 내가 싫다. 부끄럽다. 이석원을 부러워하는 내가 싫다. 포르쉐를 모는 30대 초반의 캐리어 우먼과 붕가붕가 하다니! 돈 걱정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빚이 있다니!

 

40대에 이르러서도 사랑만을 생각하는 삶이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니!

언제쯤이면 이렇게 말랑말랑한 마쉬멜로우 소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읽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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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3-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분리수거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차피 웬만해선 에세이는 읽지 않지만요.

시이소오 2016-03-22 15:53   좋아요 0 | URL
ㅋ 나름 재밌어요 ^^

룰루라떼 2016-03-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 소설...ㅋㅋ
동감입니다.
괜히 한꺼번에 보통의 존재까지 구입했다가...ㅠㅠㅠㅠ 했던 기억이...
오프라인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2 23:11   좋아요 0 | URL
아, 보통의 존재까지
원통하시겠어요 ^^;

nomadology 2016-03-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통신교육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어서 이번달에 읽기로했습니다. 책이 예쁘네요. 어찌되었든 소비당하고 팔리는 책을 쓸 수 있다는건 능력이겠지요.

시이소오 2016-03-23 09:44   좋아요 0 | URL
그럼요. 능력이지요^^

옆구리왕짜 2016-04-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불량식품도 먹어 봐야 내가 평소 먹고 있는 것이 건강식이구나 느낄 수 있을겁니다. 책 중간에 존재하는 쉬어가는 페이지 성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님처럼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씩 저를 괴롭히기도 합니다ㅠㅠ

시이소오 2016-04-22 05:43   좋아요 1 | URL
쉬어가는 페이지로 생각해야겠네요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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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유사 이래 폭력이 감소해왔다는 것이다. 이 한 가지 주장을 펴고자 스티븐 핑커는 무려 1,4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을 썼다. 그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들을 대하자니 절로 경외심이 든다. 서문을 읽고선 워낙 두꺼운 책이라 대충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1,2장부터 낚여서는 완독하는데 보름이나 걸렸다.

 

그는 모든 육체적 폭력의 경우를 추적한다. 국가 간의 전쟁, 국민에게 저질러진 국가 살해, 집단 살해, 테러리즘, 연쇄살인, 강간, 영아 살해, 동성애, 동물들에 행해진 폭력까지. 핑커의 주장에 의하면 그 모든 부분에서 폭력은 줄어들었다. 이 책을 덮고 나자, 핑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충동이 듬과 동시에 한편으론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그는 어쩔 수없이 폭력을 계량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예 공감의 능력을 상실한 것일까.

 

그는 세상을 평화로운 방향으로 밀어붙인 다섯 가지 요소를 주장한다. 국가(리바이어던), 온화한 상업, 여성화, 세계주의, 이성화다.

 

내가 잘못들은 걸까? 국가라고?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구 숫자 대비 사망자 수로 계산했을 때 국가 형성 이전의 사회보단 국가 사회에서 덜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망자 수로만 따진다면 유럽 500년 역사에서 17세기와 20세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핑커는 매슈 화이트가 집계한 인위적 원인들로 인한 총 사망자수 ‘18000만명20세기 총 사망자의 3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8천명의 죽음은 3%라는 통계에 불과하다)

 

국가가 자국의 국민을 살해한 경우의 사망자도 1억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국가 때문에 폭력이 완화되었다고!!! (심리 치료를 권유한다.)

 

상업과 세계주의도 원인과 결과의 명백한 혼동이다. 널리 알려져있듯 20세기 초 강대국들은 식민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다 20세기 중반부터 식민지를 포기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강대국 입장으로선 식민지 사업이 딱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경제적 이유도 존재했을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 죽이는 것보다는 파는 게 강대국으로서도 이익이 된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핑커의 주장처럼 상업과 세계주의는 폭력을 줄어들 게 한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결과에 가깝다. 문명화 과정으로 폭력을 직접적으로 쓸 수 없게 되자, 1980년 초에 강대국인 미국과 영국에서 비롯된 보다 고도화되고 내면화된 폭력이 신자유주의다.

 

핑커는 심리학자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그가 오로지 육체적 폭력으로만 폭력을 한정했다는 것이다. 즉 그는 현대에 자행되고 있는 정신적, 경제적 폭력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심리학자가 어떻게 이렇게 인간 심리에 무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일부러 외면한 것일까.

 

그의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왜 오늘날 폭력이 줄어들었을까를 묻기 보다는 문명화, 이성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날 폭력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을까를 물어야 했다. 또한 국가와 지배계급이 어떻게 육체적 폭력을 내면화했는지 파고들었어야 했다. 한국을 보아라. 국가는 고문하기보단 노동자들에게 배상금 47억 때린다. 이것은 고문이 아니란 말인가?

 

핑커는 팔레스타인에서 겨우 4,000명 죽었다고, 그래서 세상이 나빠졌다고? 옛날엔 더 죽었어. 감사해야지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는 통계에만 집착하다보니, 혹은 자신의 주장만을 고수하려다 보니, 자신이 인간 생명을 다루고 있음을 망각한 듯 보인다.

 

단 한 사람도 폭력에 노출 되서는 안 된다. 그것이 육체적 폭력이든, 언어적, 정신적 폭력이든, 경제적 폭력이든. 서문만 읽을 걸 그랬다. 미국식 낙천주의가 낳은 1,400여 페이지의 재앙이다. 이 책은 21세기에 씌여진 가장 두꺼우면서 가장 빈곤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옥시토신을 처방 받길 권유한다. 혹시 그는 저활성 MAO-A 유전자를 지닌 걸까)

 

- 2014. 11. 14. 작성  


박노자는 <비굴의 시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핑커의 주장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 폭력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주된 폭력의 형태는 자본의 횡포, 이른바 갑질이다. ‘은 파견 업체를 통해서 1년 계약의 비정규직을 모집해서 정규직과 같은 라인에서 일하게 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힘든 일을 한다. 그들이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거해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만 하면 갑은 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그들을 내보낸다. 직장이외에는 사실상 어떤 복지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실업 수당을 최장 10개월간 받고 나면 그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갑의 이러한 횡포는 그 자체가 폭력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초적인 정의를 짓밟는 강자의 부당 대우는 바로 광의의 폭력에 속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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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급에 대한 b급 논평 : 지랄이 풍년'이다
    from 새빨간 활 2016-03-21 15:29 
    c급에 대한 b급 논평 : 지랄이 풍년'이다 스티븐 핑크의 <<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 >> 라는 책'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스티븐 핑크는 " 날로 증가하는 폭력 " 이라는 상투적 문장에 의문을 가지고 폭력의 역사'를 탐구한다. 그는 고고학, 민족지학, 인류학, 문학 작품 따위에서 자료를 분석한 후, 다음과 같은 10자평을 내놓는다. " 날로 감소하는 폭력 " 쉽게 말해서 현재는 과거보다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1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핑크의 논리는 매우 위험한데
폭력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굴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복종하라, 이게 폭력의 목적인데
시이소오 님이 지적했듯이 이제는 굳이 폭력을 행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밥줄을 끊으면 되니깐 말이죠. 폭력을 휘둘러서 거기서 오는 부작용보다는 단순하게 밥줄을 끊어서 오는 부작용이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파업했어 ? 50억 벌금 내... 이게 폭력이죠. 핑크는 멍청한 거죠.. 저런 것을 과학의 데이타라며 내놓는 게 웃긴 것입니다. 핑크가 스티븐 제이 굴드를 무척 싫어합니다..
공교롭게도굴드는 핑크 같은 학자를 사이비라고 부르며 맹 공격하고는 했죠. 잘못된 과학적 데이터를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사용한다고 말입니다..

시이소오 2016-03-21 14:11   좋아요 1 | URL
아렌트 책을 읽으면서 제가 `악의 평범성`을 오해했다는걸 알았어요.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란 `남들이 무순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 단순한 심리`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모든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능력이죠. 그런 뜻에서 보자면 핑크를 비롯한 지식인들, 한국 정치인, 지배계층은 전부 악한 놈들입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멍청하구요. 아이히만과 다를바가 없어요. 데닛은 굴드를 까기 바쁘던데 물고 물리기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1 14:54   좋아요 1 | URL
몽둥이로 몇 대 때렸다 라는 팩트와 명퇴거부한 두산노동자 책상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사물함 벽 보고 몇 개월 대기 발령 시키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잔인한 폭력일까요 ? 전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핑크는 그리 생각 안 하는 모양.. 폭력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니깐 새로운 폭력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이것이 인간이 선하기 때문에 폭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를 핑크에게 던지고 싶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고의 정지 상태 아닙니까. 비판하고 판단할 능력 혹은 그럴 의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책읽기에도 이것이작동하고는 합니다. 책 쓴 사람이 권위자이니깐 그 사람 말이 맞을 거야... 이것도 어찌 보면..

시이소오 2016-03-21 15:03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이름탓인지 세상이 다 핑크빛으로 보이나봐요. 개명을 요구할수도 없고 ^^;

blueyonder 2016-05-27 16:20   좋아요 0 | URL
비판적 시각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5-27 16:37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

별족 2016-03-2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제껴야겠습니다. 사실, 서양인들의 기독교적 비유나 해석은, 좀 참기 힘들더라구요.

시이소오 2016-03-21 15:54   좋아요 0 | URL
시간도 아깝고 돈도 아깝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보시는게 ㅋ ^^

caesar 2016-03-2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던 문유석 판사의 <<판사유감>>에서 이 책이 언급된 이후 줄곧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이 책엔 시이소오님이 지적하신 한계도 있었군요. 유의해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3-21 18:25   좋아요 1 | URL
판사유감읽고 싶은데 아직 못 읽었어요. 유감이네요^^;

coolcat329 2016-03-23 06:43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이 책을 어디서 봤더라...했는데, 판사유감이었네요^^ 저도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시이소님께서 너무 설명을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3-23 09:52   좋아요 0 | URL
판사유감에서는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글월마야 2016-03-2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구나 `하면서 읽다가 너무 두꺼워서 놔뒀는데.....이런 배신감이!!

시이소오 2016-03-21 23:14   좋아요 1 | URL
그냥 역사책이려니 생각하고 보시면 재밌을수도 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16-03-22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분들의 비판이 있으니 더욱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군요.

저는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스티븐 핑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알라디너 분들은 육체적 폭력 뿐만 아니라 심리적 폭력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살인, 강간 보다 더 큰 폭력이 있을까요?

1,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지만 단순 비율로 보자면 과거의 전쟁이 더욱 무자비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도시의 시민을 모조리 죽이거나 전쟁에 진 포로들을 모조리 생매장한 경우도 있었고요.

우리 나라만 봐도 현재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간다고 해서 총에 맞을 것 같지는 않고요. 물론 몽둥이에 맞거나 유치장 신세는 지겠지만 광주학살같은 사태는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살인에 대한 위협은 과거에 비해 분명 감소한 것 같습니다. 스티븐 핑커가 살인에 대해서 말했다면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시이소오 2016-03-22 10:11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 말씀도 일리 있지요. 핑커에게 묻고싶어요. `그래서 뭐? 당신이 말하는 거 누구나 더 아는데 어쩌자구?` 바우만을 비롯해 지성인들은 `사회가 여전히 잘못되었다`는 비판적 의견이 많을수록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핑커의 논리는 얼마든지 권력자들이 피지배계층을 이용할 때, 애용될 수도 있습니다. 강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희롱이 타당해지는건 아니라는거죠. 쌍용사태를 예를 들어보죠. 지금까지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했습니다. 그럼 이건 살인이 아니고 고문이 아닌가요? 그래서 박노자는 `비굴의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더러운 시대는 없었어요.
다시한번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터무니없을 정도의 멍청함`,그게 바로 악입니다. 그게 바로 일베들의 논리고, 그게 바로 한국 정치가, 재벌, 그 밑에서 기생하는 어용 지식인들의 뇌구조죠. 핑커의 주장을 통해 폭력은 줄어들기 보단 늘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권력을 지닌자들이 `옛날보다 폭력이 줄어들었다니 더 줄여보자`라고 생각할까요? 그보단 물리적, 경제적 폭력을 행사하면서 `예전엔 이것보다 더 했어` 하며 자신들을 합리화하려 하지 않을까요? 이래저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네요. 읽어보시고 또 의견을 나누죠^^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2:51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사실과 당위의 문제를 구분해야할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님도 핑커의 주장에 대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봤을때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살인이 줄어들었다는 사실과 권력자들이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 했어. 그러니깐 물리적, 경제적 폭력을 행사해도 돼.˝ 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진화론이 멜서스의 <인구론>이나 나치의 사상에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요.

핑커가 밝힌 것은 사실이지 당위가 아닙니다. 핑커가 ˝폭력이 줄어들었으니깐 심리적. 경제적 폭력은 허용되도 괜찮아.˝ 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가 비판받을 이유는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대나 중세시대 혹은 지금보다 과거 어느시대에 살 것인가. 아니면 현재시대에 살 것인가라고 선택하라고 하면 현재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고대나 중세 근대에 왕이나 귀족, 양반 등으로 태어나지 않고 평범하게 태어난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저또한 지금 현실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헬조선이라 생각하고 <왜 분노해야 하는가>도 읽었고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유신정권 이전이나 6.25이전이나 일제강점기이전이나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등 어떤 사회보다 지금이 생명의 위협으로 부터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2 11:07   좋아요 0 | URL
핑커의 윤리는 기득권의 좋은 변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 폭력의 감소가 인간 지성의 승리 ˝ 라고 짜맞추는 것은 논리적 오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히틀러는 게르만 혈통의 우수성, 나아가 학살을 정당할 목표로 내세웠던 것은 혈액형 b형은 나쁜 피`다, 라는 사실을 근거로 폭력을 정당화했습니다. 독일(유럽인)은 b형이 10% 미만입니다. 나치는 이걸 이용해서 유대인과 아시아인을 침략해도 된다는 근거를 세웠습니다. 아시아 계통은 b형은 20~30%가 나오거든요.. 통계를 이용한 폭력의 정당화입니다. 과학이 정치에 이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될 사안인데 핑커는 이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핑커의 논리가 맞다면 다음과 같은 추론도 가능합니다.
˝ 한국인의 입맛이 바뀌었다. 80년대 명태 소비량이 90인데 현재는 20이므로 소비자는 잆맛이 변하였다 ˝ 라고 했을 때 이것은 사실일까요 ? 팩트만 놓고 보면 사실입니다. 명태 소비량이 옛날만 못하니 말이죠. 하지만 이 팩트를 가지고 한국인의 입맛이 바뀌었다고 추론하는 것은 잘못된 오류에 해당됩니다 왜냐하면 요즘 한국인이 명태를 안 먹는 게 아니라 명태가 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깅네 핑커 논리는 명태 논리와 비슷합니다. 눈에 보이는 폭력이 줄어들었다면 그 수치만 가지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폭력의 다른 변형을 추적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이소오 2016-03-22 11:41   좋아요 0 | URL
너무 `당위`로만 말씀드렸다는 걸 인정합니다. `사실`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해 볼까요? 그렇다면 유사 이래 폭력이 감소해왔다는 핑커의 주장은 `팩트`일까요? 거짓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20세기인 2차 대전 때 가장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실`은 사실이 아닐수도 있죠. 사실의 문제라기 보다는 `해석`의 문제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또한 핑커의 주장을 받아들여 폭력이 감소해 왔으니 앞으로도 폭력이 감소할 거라 예단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큰 단위로 보자면 21세기의 상대적인 평화는 어쩌면 폭력과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에 대한 반동일 수도 있습니다. 23세기쯤 또 다시 히틀러같은 독재자가 출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폭력이 점차 늘어나는 추셉니다.
심지어 독재국가로 회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박정희의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가 사그러들지 않는 한,
한국 역시 그렇게 바뀌지 말라는 법도 없죠

또한 수 억명을 죽이다 이제는 수 천명을 죽이는 정도니 인간의 본성이 과연 선해졌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2:49   좋아요 0 | URL
to. 곰곰생각하는발

핑커의 의견이 기득권은 좋은 변명거리가 된다고 해서 핑커의 의견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사실` 과 `당위` 는 구분해야합니다. 진화론이 기득권에 이용당했다고 해서 진화론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명태 논리는 적절한 비유 같습니다. 눈에 띄는 수치만 줄어들었다고 해서 잘못된 해석을 내놓을 수 있겠지요. 분명 좀 더 다각도로 그리고 더 심층적으로 분석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살인 등의 강도 높은 폭력이 아니라 심리적 폭력, 혹은 잠재된 폭력까지 다루었다면 책이 3000페이지는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핑커에게도 독자에게도 힘든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심리적 폭력, 잠재된 폭력은 다루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요.

물론 곰곰생각하는발님과 시이소오님의 지적은 합당하고 옳은 말씀이지만, 저는 항상 독자들이 저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이 모든 내용을 담을 수도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핑커가 심리적 폭력, 다른 형태의 폭력들에 대해서 다루지 않았다고 그것이 그렇게 비판받을만을 일인가 의심이 듭니다. 그럴꺼면 아예 선행도 함께 다루었어야 하겠죠. 폭력은 줄고 선행은 늘었다는 것을 더 잘 보여주려면요. 그러면 또 책이 6000페이지는 되야 할 것 같네요.

그럼 강도 높은 폭력은 줄었는데 심리적 폭력은 과연 늘었을까요? 이 둘은 어느 정도 함께 가는 것이 아닐까요? 과거 노예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우리가 그들보다 심리적 폭력을 더 많이 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현대인 중에 노예와 역할을 바꾸겠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요즘에도 채찍질을 당하는 사람이 있나요? 멍석말이를 당하는 사람이 있나요? 왕이나 양반이 지나가는데 고개를 수그리지 않았다고 해서 매질을 당하는 사람이 있나요? 인종차별도 과거에 비해 감소되지 않았을까요? 예를 대부분 육체적 폭력으로만 들었는데, 육체적 폭력을 당하면 심리적 폭력도 함께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강간은 육체적 폭력인가요 심리적 폭력인가요? 강간율은 과거에 비해 지금이 더 줄지 않았을까요? 저는 거의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책도 읽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2 13:02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 님, 그 생각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강간 후 살인 사건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현재는 강간하고 살인은 하지 않는 사건이 많아졌다면, 과거에 비해 현재는 유토피아라는 말인가요 ?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3:10   좋아요 0 | URL
정확히 어떤 생각이 위험하다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강간율이 줄어든 것이 폭력이 줄어든 것이라 본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유토피아라는 말씀은 너무 비약이고요. 강간 후 살인하는 것보다는 강간 후 살인하지 않는 사건이 덜 폭력적인 것 아닌가요?

그럼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똑같이 되돌려 질문드리겠습니다. 강간 후 살인하는 사건이 더 많아져야 유토피아인가요? 저보다 위험한 생각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2 13:19   좋아요 0 | URL
박정희 시대 때도 어르신들은 고양이라디오 님과 똑같은 말을 했죠. 이것아, 옛날에는 밥도 못 먹었는데 요즘은 얼마나 살기 좋으냐. 데모할 생각 허덜덜 말어... 알긋냐... 지금 을마나 살기 좋으냐...

그런데 그때 살기 좋았나요 ?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죠.
그 논리가 맞다면 전두환 시절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것아, 옛날에는 간신히 밥 먹고 살았는디 요즘은 배 불리 먹으니 을마나 좋으냐. 데모할 생각 허덜덜 말어...


제가 고양이라디오 님 생각이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3:36   좋아요 0 | URL
제 말씀을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이 살기 좋아졌으니 데모하지 말고 만족하라고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설사 저와 박정희 시대 어르신들이 ˝현재가 과거보다 낫다.˝ 라는 사실을 공유해도 제가 어른신들과 같은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은 구분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과 당위를 구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보다 현재 살인이 덜 발생한다` 가 사실명제라면 `살인이 덜 발생하니깐 조금은 해도 괜찮아.`는 당위명제입니다.

저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 그것을 끌어들여 어떠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저는 과거는 50점인데 현재는 70점이니깐 입다물고 만족하고 살자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는 50점인데 현재는 70점인 것 같다. 고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현재 70점이라고 해서 만족하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더 개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사실을 당위로 오용하면 위험한 생각이지. 사실을 사실로서 인식하는 것은 결코 위험한 생각이 아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22 14:00   좋아요 1 | URL
네에.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댓글창에 빠르게 쓰다 보니 곁가지 빼고 댓글 달다 보니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런 의도로 댓글을 단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폭력이 감소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그러니깐 이것은 고양이 님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핑커에 대한 반감인 것이라는 점 미리 말씀 드리고 적 전ㄱ 전개하자면...

보스니아 내전이 터지기 전 유고는 살기 좋은 나라였습니다. 유고 연방은 사회주의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선진국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웠고 정치적으로 성숙한 국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주 짧은 순간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위험한 정치인 한 명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이죠.그게 바로 보스니아 내전 사태입니다. 이 사태에 대한 잔혹함은 << 네 이웃을.. ) 아 갑자기 생각이 -_-

거기 내용을 보면 내전이 발생하고 나자 아수라장이 됩니다. 이웃(말로 이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옆집 사는 사람)이 딸이 보는 데서 강간을 하고 딸도 강간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 모녀를 군부대 비스무리한 곳에 대려가 수십 명이 강간하도록 내버려둡니다. 그렇다면 그 이웃은 누구냐... 그 전에는 의사였고 교수였다는 점이 충격입니다. 폭력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을 뿐 히틀러 같은 인물이 나타나ㅏ 선동을 하면 폭발한다는 점입니다. 보스니아 피해자 들의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 그들은 내 이웃이었다. 아침에 서로 인사하고 파티도 종종 했던 이웃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


제가 뵈 보기엔 핑커는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형사 뭐시기 연구소에 따르면 강력 범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4,50년대 존속살해 사건 수와 지금은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6:5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사실 저도 근현대의 전쟁과 학살 등을 생각하니 스티븐 핑커의 주장에 의심이 듭니다. 폭력성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겨우 만년 사이에 쉽게 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씀도 일견 타당하다 생각하고요.

하지만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강력범죄율은 어떤가 궁금하네요. 이 책에서 그런 부분도 다루어지고 있을텐데요. 저는 그래도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보다 과연 지금 더 강력범죄율이 높을까 싶습니다. 예전이 훨씬 사법체계나 법질서 경찰 질서가 잘 안잡혀있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해졌냐고 하면 저도 의문이 듭니다. 얼마든지 상황이 변하면 인간도 예전과 똑같이 잔혹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 인류의 한 개인이 국가든 타인이든 남에게 살해당할 확률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명화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인권이나 생명권, 자유, 평등, 박애 등의 개념이 좀 더 보편화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시이소오님께

지금 하고 있는 논의는 역사의 진보와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같습니다. 어차피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네요. 저는 역사가 진보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역사의 진보가 자유의 확대라고 정의한다면요. 물론 역행하기는 하지만 진보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천년 단위로 본다면요.

폭력이 감소했는지 않했는지도 이야기해봤자 의견이 좁혀질 것 같지 않네요.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니깐요.

과거 사회에서는 반전운동이라는 개념조차 없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요즘은 테러나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의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발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이소오님도 그렇고 곰곰생각하는발님도 그렇고 모두 폭력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육체적이든 심리적이든 말이죠. 저도 물론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어땠을까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평화를 더 추구했을까요? 우리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홀로코스트도 겪었죠.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전쟁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이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2차 대전 때 가장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하나의 사건만을 따지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려면 시기와 인구비율을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통계를 말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죽음을 경시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집계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 혹은 그 통계처 혹은 그 사회가 생명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니깐요.

저도 지금까지 폭력이 감소되어 왔다고 해서 미래에도 폭력이 감소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론 핑커도 저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 거의 확신합니다.(혹시 핑커가 미래에도 폭력이 감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 말했나요?) 과거의 경향이 미래의 경향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당장 가까운 미래에 핵전쟁으로 온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폭력이 감소해왔다고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칠면조가 날마다 먹이를 먹어서 내일도 먹이를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죠. 내일이 추수감사절일 수도 있으니깐요.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는 추세일까요?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역시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수 억명을 죽이다 수 천명을 죽이는 정도로 감소했다면 인간의 본성이 선해졌다고 생각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무려 10분의 1이나 줄었으니깐요. 하지만 시이소오님 말씀대로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본성이 선해졌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잠재된 폭력은 측정할 수 없으니깐요. 그리고 작은 폭력들도 모두 더하면 오히려 합이 더 클 수도 있고요. 그리고 법이나 윤리 등 사회적인 제도가 달려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그 사회적 제도를 만드는 것도 인간이며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도 인간이라 생각하면 인간의 본성이 선해졌다고 생각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잠재적 폭력과 작은 폭력들은 측정하기 어렵겠지만요.

책을 읽지도 않고 너무 제가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핑커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 2016-03-22 17:10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간만에 일하느라. 마치 중간에 두분토론 붙여놓고 살짝 빠진것처럼 보였겠네요. ㅋ
리뷰 자체가 편협했죠? 아무튼 두 분 덕분에 다시 한 번 폭력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됐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3-22 17:5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책도 읽지 않고 두 분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습니다. 저도 자주 한쪽으로 치우친 리뷰를 쓰기도 하는데요 멀^^

그리고 전 꼭 저자가 공격당하면 옹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ㅎ;; 사실 예전에 스티븐 핑커의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일리가 있다. 그럴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ㅎ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시이소오 2016-03-22 18:11   좋아요 1 | URL
일을 마치고 오면서 `왜 핑커는 이런 책을 썼을까` 고민해봤어요. `핑커의 환경이 그런 사유를 추동시킨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빼앗기고, 핍박받고, 항시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이 과연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저 역시 세상사에 당한게 많다보니 이런 주장들에 쿨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참 못났다 싶었습니다. 이성적이라기 보단 감정적인거죠.
좋은 저녁 되시길 ^^

고양이라디오 2016-03-23 23:42   좋아요 1 | URL
누구나 감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이번 논쟁에서 감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님 덕분에 저도 반성하게되네요.

스티븐 핑커도 어마어마한 폭력의 역사를 조사하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가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요.

그렇지만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류의 진보에 낙관적인 희망을 가질 수 있진 않았을까요?

시이소오님의 리뷰를 보고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요즘 보고있는데, 독일에서 루터 이후에 종교혁명에서 독일 인구의 4분의 1이 죽었다고 나오더군요. 150년 동안 말입니다. 그 시대에 유럽에서의 종교전쟁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30년전쟁이나 100년전쟁등 전쟁이 끊이질 않았고요.

저도 저 두꺼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alummii 2016-06-2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려고 했는데 망설여지는군요 비판적인 리뷰에 공감합니다

시이소오 2016-06-20 23:52   좋아요 1 | URL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으시면 더 재밌지않을까요? ^^

alummii 2016-06-2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00쪽이라...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힘들어요 ㅋㅋ일전에 700쪽짜리 읽다가 토했어요 진짜

시이소오 2016-06-21 00:49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나눠 읽으시징
^^

비로그인 2017-05-2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커는 ‘폭력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는데 박노자는 ‘폭력이 있다‘로 반박하네... ‘폭력이 감소한다‘와 ‘폭력이 없다‘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자의적으로 논점 조작해서 학자의 국적을 들먹이네요...

시이소오 2017-05-24 06:56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에 박노자는 ‘폭력이 있다‘로 반박한것이 아닙니다. 핑커가 제시한 폭력의 개념으론 현대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에 폭력의 개념을 확장한것이겠죠.

고문으로 맞아 죽고 집단에 의해 성폭행당하는 사람에게 폭력이 줄어들었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기득권의 노리개 논리‘로 이용될뿐이겠죠



비로그인 2017-05-2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력의 개념을 확장하는 게 ‘폭력의 감소‘설을 반박하지않습니다. 예로 박노자는 ‘‘고문 만 폭력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50억 때리는 것도 폭력이다‘고 하는데 이게 타당한 반박이 되려면 이 주장은 ‘노동자에게 50억 때리는 행위‘같은 종류 (물리적인 접촉에 의한 폭력의 성격이 아닌)의 폭력이 이전시대에 없었다는 전제가 있어야하지만 박노자는 그것에 대해 증명하지않았습니다

비로그인 2017-05-2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노동자에게 50억 때리는 행위‘같은 종류 (물리적인 접촉에 의한 폭력의 성격이 아닌)의 폭력이 전근대엔 없었다고 주장하시는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폭력 개념 확장‘은 ‘폭력 감소설‘을 반박하지 못하는데요...
 
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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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판계의 블루칩은 단연 채사장이었다. <지대넓얕>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시민의 교양>역시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다. 내가 만일 독재자라면 국민들을 붙잡아 삽을 들게 하는 대신 채사장 책을 읽히겠다.

 

<시민의 교양><지대넓얕>의 확장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후반부의 교육, 환율, 인구 편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엄기호, 하지현의 <공부중독>에서 상위 10개 대학의 합격률은 전체 4.5퍼센트였고 <시민의 교양>에 따르면 인 서울대학의 합격률은 상위 8퍼센트다. 이걸 수입과 비교해보면 상위 10%의 수입은 한 달 330만원이다. 이에 비해 중간 50%의 소득은 연간 1,070만원, 한 달에 90만원이 채 안 된다.

 

, 상위 10%에 끼어야만 이 나라에선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평균 50%에 끼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채사장은 경쟁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을 개인이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이 의무 교육을 통해 경쟁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을 내재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에 위치한 보통의 사람이 한 달 90만원 벌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 사회일까?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보면 덴마크 사회, 덴마크 학교는 나름의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인으로 보기엔 유토피아에 가깝다. 특히나 덴마크 교육은 부럽기 그지없다. 덴마크는 매번 OECD 학생 행복도 조사에서 매번 상위권을 기록한다. 덴마크 학생들은 경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덴마크 고용률은 75%.

 

바야흐로 전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다. 인플래이션기에는 물가가 상승하고 실질 임금은 감소하고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 자본가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익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인플래이션 정책을 추구하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정치권과 기업은 부족한 내수시장의 상황을 이유로 지속적인 고환율 정책을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왜? 소비를 담당할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6.25 전쟁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의 9년간 태어난 사람들을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한다. 2016년 기준으로 5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에 속하는 세대다. 그리고 2차 베이비 붐 세대는 1968년부터 1974년의 7년. 현 4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세대다.

 

이 베이비 붐 세대는 모든 부분에서 팽창을 가져온다. 한편 이 다음 세대는 모든 부분에서 수축을 경험한다. 수축기인 현 시대의 소비 주체에겐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고 임금도 낮다. 한 마디로 부모 세대의 부동산을 구매할 형편이 안 된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부동산의 하락은 자산의 축소다. 따라서 소비심리는 저하된다. 소비의 위축은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통화량을 늘릴 것이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통화 가치가 낮아지고 환율을 상승시켜 수출은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든다. 수출 중심 대기업은 살아남겠지만 내수 시장은 침체되고 개인 경제 상황은 악화되는 가운데, 수입 가격 상승으로 물가만 상승하는 스테크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시장의 자유인가? 정부의 개입인가?

 

시장의 자유를 추구한다면 세금과 복지는 낮아진다. 투자가와 사업가의 이익은 극대화 될 것이다. 따라서 빈부 격차는 점차 심회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을 선택한다면 빈부 격차는 완화되고 세금의 주체는 소수의 부유층이 될 것이다. 직업에 있어서는 임금 노동자의 이익이 우선될 것이다. 국가는 생산 수단의 개인소유를 제한함으로써 자본가에 의한 부의 독점을 막고, 적극적인 복지를 통해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것이다. 소득 격차는 줄어들고 고용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시민은 이러한 양 갈래의 길에서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다. 투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부자들이 장악한 교육, 언론에 의해 세뇌되고 있어서일까.

 

어용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낙수효과? 물벼락 맞을 소리 하지도 마라.

자본가의 수입이 늘어난다고 고용이 느는 시기는 끝났다. 자본가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기꺼이 아프리카 말리까지 찾아간다. 그것도 아니면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끝이다. 전체 파이가 늘어난다고 노동자의 몫이 커지진 않는다.

 

무조건 박근혜라고 믿는 어르신들이 있다면 채사장 책을 셋트로 사다드리자.

 

다음으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하나의 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이를 반영하는 하나의 정당을 지지해야 합니다. 나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정당을.

신문을 접고, 티브이를 끄고,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현실을 직시한 후에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가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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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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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일보에 실었던 시화들을 책으로 엮었다. 시와 시인들의 이야기와 세태에 대한 황현산 교수의 감상이 주를 이룬다. 교과서에 나온 시인들 이육사, 유치진, 한용운, 서정주, 등등 과 알려진 시인들 (백석, 이성복, 최승자, 김수영, 정현종, 최승자 보들레르, 릴케 등등) 그리고 나로선 금시초문인 시인들의 시- 특히나 진이정-를 만난다.

 

나는 시에 문외한이고 시를 이해할 수 없는 뇌를 가진 걸 한탄하곤 한다. 그런데 간혹 어떤 시를 읽을 때면 완전히 꽂히는 경우도 있다. 김민정, 김경주의 시가 그랬고 최근엔 T.S 엘리엇의 <네 개의 사중주>가 그랬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소설과 달리 시의 경우엔 그 시가 왜 좋은지 딱히 설명할 수가 없다. 지력의 한계 때문일까?

 

박정만- 황진이

 

국풍 81’을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국풍 81’에 가서 복권을 샀던 기억이 난다. 10대 아이가 복권을 사도 돼는 건지? 예상외로 다 꽝이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흥청망청일 때 한 남자가 무력하게, 어이도 없이, 울분에 가득 차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와 나는 같은 시,공간에 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의 이름은 박정만이었다. 그는 남산의 어느 시설에서 사흘 동안 고문을 받고 풀려난 길이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고문을 받는 동안 사람들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니!

 

박정만 시인은 사실 시국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천방지축이라고나 할까.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논쟁을 즐겨하고 시를 쓰던 시인이었고 출판사 편집부장이었다. 그런데 단지 어떤 소설가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던 대다수의 국민들 누구나에게 일어날 법한 일이 하필 박정만에게 닥친 셈이다. 그 사흘간의 고문이 그의 삶을 완전히 산산 조각내버렸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지 않았고 할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단지 고문을 당했다는 이유로 어느새 그는 민주화 열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고문당했다는 치욕 보다는 자신이 민주화 열사로 추앙받는 것을 더 부끄러워했다. , 그는 이중의 치욕으로 고통 받았다.

 

숫돌에 칼을 갈 힘이 푸르게 남아있으니 너희들의 살점을 죄 발라먹어야겠다는 복수의 다짐도 잊지 않았지만 연이은 폭음 끝에 결국 그는 간경화로 88올림픽이 끝나는 날, 생을 마감한다.

 

박정만은 그가 죽은 해인 1988년 세 권의 시집을 냈을뿐더러, 죽기 전 보름동안 무려 300여편의 시를 써냈다.

 

문성근이 진행했던 KBS 다큐멘터리 <한국 현대사 인물전>에는 존경할만한 수 십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박정만이었다. 그는 마치 우리의 초상처럼 보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웃들이 당하는 고통을 외면하면서 나만 안 당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하지 않는다고 과연 끝까지 안 당할 거라 자신할 수 있나? 그건 단지 우연일 뿐인데?

 

책에 실린 시 중에 가장 좋았던 시는 황진이의 시였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 시를 어느 책에서 처음 읽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 그때 다시 읽어도 곧장 혼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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