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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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책의 이미지, 표지에 대한 줌파 라히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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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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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부터 괜히 좋은 책. 신선한 즐거움과 놀라움을 안겨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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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4-0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도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한 편 한 편이 시와 같은 느낌이에요.

자목련 2017-04-06 18:51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뭔가 통하는 느낌이에요. 저도 천천히 읽어갑니다^^

해피북 2017-04-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로버트 발저는 잘모르지만 배수아 작가님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인지 자목련님과 같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ㅋㅂㅋ~~

자목련 2017-04-06 18:52   좋아요 0 | URL
해피북 님께는 배수아 님의 번역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소설이군요. 소설가가 번역하는 소설, 뭔가 특별하게 다가와요^^
 
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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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깊은 기대감은 그것만으로도 생명력이 있으며 우리가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걸 일깨워주지. 또 그런 바람은 희망을 자극하고.’ (85쪽)


  종교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믿음의 크기와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신실하거나 성실한 믿음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마음의 비밀을 보여줄 대상이 있어 좋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기도할 수 있는 기쁨이랄까. 성경을 열심히 읽거나 공부하는 건 힘들지만 그것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윌리엄 폴 영의 소설 『이브』를 읽는다. 오래전 읽은 『오두막』은 어려웠지만 이번 소설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더 깊게 확신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창세기를 읽은 듯한 느낌이라 할 수 있지만 누구라도 편견 없이 소설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SF의 한 장면처럼 시작한다. 먼 미래 지구가 아닌 어느 공간, 섬의 해변에 시체가 담긴 컨테이너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 소녀는 백 년째 섬에서 살고 있는‘수집하는 자’ 존의 보호를 받는다. 존은 마더 이브로부터 아이가 태어날 것이며 그 아이는 ‘태초의 증인’이 될 거라는 말을 들었고 그 아이가 소녀 릴리임을 직감한다. 살아 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체는 망가지고 겨우 숨을 쉴 정도다. 소녀를 살리기 위해 모든 기계가 동원되고 치유하는 자와 수호신이 곁에 머문다. 과연, 릴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존과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치유하는 자는 누구일까.


  소설은 릴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안식처인 섬, 지우고 싶은 어린 시절과 고통으로 이어진 지구에서의 삶, 하나님이 우주와 인간을 만드신 에덴동산, 세 개의 공간을 오가며 진행된다. 릴리는 마약중독자인 엄마에게 딸이 아닌 약을 사기 위한 도구로 버려졌다. 매춘의 길로 들어선 릴리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런 릴리가 어떻게 최초의 증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릴리는 환상(무의식) 속에서 마더 이브와 운명적 만남을 갖고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목격하는 태초의 증인이 된 것이다. 아담과 하나님의 관계, 그리고 사악한 뱀의 유혹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까지.


 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조금씩 회복하는 릴리가 태초의 증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세 명의 학자 제럴드, 아니타, 사이먼이 방문한다. 그러나 릴리는 여전히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귀한 존재이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릴리는 사이먼이 준 거울을 통해 추악한 모습을 확인하고 절망하고 만다. 그런 릴리를 사이먼은 릴리스라 부르며 태초의 증인이니 아담에게 배신당한 이브가 하나님의 명령으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면 이브는 에덴동산에 영원히 남을 수 있고 인류의 역사는 바뀔 거라며 유혹의 말을 건넨다. 그러니까 사이먼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신뢰를 망치는 뱀과 같은 존재였다.


  신뢰란 일생에 단 한 번 내리는 선택이 아니고, 매순간 강물이 흐르듯 선택하는 거야. 우리를 둘러싼 선물에 감사하고, 또 그 선물을 보내고, 혹여 한 번 잃더라도 어느 것도 잊히지 않았다는 걸 신뢰하는 거야.” (409~410쪽)


  소설 속 릴리처럼 우리는 수많은 상처를 받고 절망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도 흔들린다. 돌아서는 건 언제나 릴리와 같은 우리였다. 릴리의 아픔과 상처가 회복될 수 있었던 건 존과 치유하는 자, 수호자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성경을 기초로 하여 해석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슬픔,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의 힘과 위로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니까.


  “슬픔은 참 기이한 거야. 기쁨과 똑같이 갑작스레 찾아오거든. 옆으로 툭 하고 말이야. 그건 그냥 우리 삶의 리듬이고 충분히 인간적인 일이야.”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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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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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시작과 끝 사이에 걸쳐져 일어난다, 란 문장을 마주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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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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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읍 소재지다. 다니고 있는 교회는 더 작은 면 소재지에 있다. 예배에 참석하시는 분은 거의 노인들이다. 자연스레 주일마다 안부를 묻고 살핀다. 예배에 나오지 않으시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먼 도시의 병원에 입원을 하셨거나 돌아가신 경우도 많다. 몇 년 사이 이곳에도 요양 시설에 거주하시는 분도 늘어난다. 죽음이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축복』속 대드 루이스도 그렇지 않았을까?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차분하게 계획할 수 있는 삶은 없다. 77세로 55년 동안 철물점을 운영했고 지역사회에서 큰 무리 없이 살아온 대드 루이스의 곁에는 아내 메리가 있다. 그녀는 아버지의 소식을 딸 로레인에게 전한다. 딸과 함께 남편의 마지막 시간을 평화롭게 지켜주고 싶어 예정된 수순을 밟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간호사는 대드 루이스의 상태를 살피고 메리와 로레인에게 약 조절과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알려준다. 옆집 이웃 버타 메이와 손녀딸 앨리스와 홀트 카운티의 과부 윌라 존슨과 그녀의 딸 에일린은 종종 방문하여 함께 차를 마시고 시간을 보낸다.

 

 평범하면서도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마다의 상처를 지녔다. 어린 소녀 앨리스는 유방암으로 젊은 엄마를 잃었고 로레인은 딸 레이니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지역사회 교사였던 에일린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픈 기억으로 힘든 시간을 견뎠다. 자신의 상처로 인해 로레인은 더욱 앨리스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월라 존슨 모녀는 적극적으로 앨리스에게 다가간다. 앨리스를 데리고 나가 옷을 사주고 식사를 하며 자전거를 타는 법을 알려준다. 수줍던 앨리스도 그녀들과 점점 가까워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준비하는 건 힘들다. 떠나야 하는 대드 루이스도 그렇고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과 이웃도 그렇다. 대드 루이스는 55년 동안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살아온 지난 삶을 회상한다. 틀에 박힌 듯 반복된 일상, 집을 나간 아들 프랭크와 화해하지 못한 시간을 돌아본다. 프랭크와 로레인이 연락을 하며 지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안도한다. 자신의 인생이 담긴 철물점을 로레인이 맡아주기를 바라며 딸이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거기서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내 인생이었소. 어느 여름날 아침 앞쪽 카운터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 사이에 오간 사소한 거래 말이오.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것. 그냥 그뿐이었소. 그런데 그게 전혀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던 거요. (182쪽)


 시한부 선고를 받은 대드 루이스의 가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펼쳐지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은 대단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덴버에서 동성애를 옹호한 이유로 홀트 마을로 좌천된 라일 목사의 가정도 마찬가지다.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라일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아내와 덴버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아들 존 웨슬리는 방황의 날들을 보낸다. 대드 루이스가 암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그들도 자신의 정해진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내심 아들 프랭크가 아버지를 만나러 오기를 기대했고 라일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기를 바랐지만 끝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와 딸의 배웅을 받으며 대드 루이스는 떠났고 그를 추모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난 보낸 이들의 담담하면서도 다정한 위로가 남겨진 이들에게 뜨겁게 스며든다. 어쩌면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축복인지도 모른다.    


 삶은 크게 보면 아주 단순한다. 죽는 일과 사는 일, 그 두 가지로 본다면 말이다. 언제부턴인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죽고 사는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분류하다 보니 사소한 감정 다툼은 별게 아닌 일이 된다. 그러나 정작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거대하게 다가온다. 죽음에 의연한 삶은 없다. 어딘가 죽음이 우리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겠지만 어제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다투며, 사랑하며, 그리워하며...


 8월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대드 루이스는 그날 새벽 세상을 떠났고 이웃집 어린 소녀 앨리스는 저녁에 길을 잃었다가 어둠 속에서 마을의 가로등 불빛을 보고 집을 찾았다. 그렇게 그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서 날씨는 차가워지고 나뭇잎이 졌으며, 겨울이 되자 산맥에서 바람이 불어왔고 홀트 카운티의 고원지대에는 폭풍이 불고 사흘 내리 눈보라가 쳤다. (462~4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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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4-0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는 폐암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나오는 모양이네요. 암이라든가, 또는 다른 질병으로 인해서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순간이 된다면, 어쩌면 그 순간이 되면서부터 더 명확해지는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 이전에는 추상적인 생각을 했지만, 그 순간부터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점이 있을테니까요.

삶은 단순한데,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 끊임없이 망설이게 되는 시간을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지나왔던 것을,
그런 것들이 불필요했다는 것은 어느 지점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또 지나는 것, 매일매일 이별하고, 새롭게 만나는 것이 순서없이 계속되는 삶을 또 이어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목련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17-04-05 16:53   좋아요 1 | URL
네, 남겨진 시간이 적확해서 더 슬프기도 하고 더 아련하기도 한 것 같아요. 갑자기 이별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예전에는 소설에서 죽음을 마주해도 먼 이야기로 다가왔는데 요즘은 어느 순간 가까이 죽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루가, 참 소중하구나 생각하면서요.

포근한 빗소리가 서니데이 님 곁에 머무는 오후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