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이틀 남았다.(식상해도 어쩔 수 없다.)그러니까 2011년도 이틀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번엔 한국문학이 아닌 외국 문학들이다. 소설이거나 산문이거나 그렇다. 이 책들은 어쩌면 당신이 먼저 읽었을지도 모를 책들이다. 유명한 작가의 책들도 있고 낯선 작가의 책들도 있다. 지난 1년 동안 리뷰를 살펴보니 예년에 비해 일본 소설이 많지 않았다. 세계문학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우선 읽지 못하더라도 곁에 두면 언젠가가 읽게 되지 않을까. 영미권 소설이 아닌 다양한 나라들의 문학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책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잔잔하게 다가온, 그 슬픔이 그 절망이 아름다웠던, 매력적인 문장들로 가득했던 책들이다.

 

 

 

 

 

 

 

 

 

 

 

 

 

 

 

 

 

 

 

 

 

 

 

 

 

 

 

 

 

 

 

 

 

 

 

 언제나 이 책을 말한다. 바로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 엄태웅과 채정안이 주연한 라마도 기억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의자를 갖고 싶다. 우아하고 안락한 의자.  장윈의 『길 위의 시대』, 필립 로스의 『울분』, 하 진의 『멋진 추락』은 이 소설들로 작가와 처음 접했다. 『에브리맨』으로 잘 알려진 필립 로스의 울분은 아주 좋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외로운 일상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후지와라 산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꽃이 주인공인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와 각기 다른 세대의 여섯 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인 휴스턴의 『여섯 살』. 그리고 아베 코보의『상자 인간』.

 

 이런 소설도 읽었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인 마가렛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와 패니 플래그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문학동네 세계문학으로 마리오 바르가스 유사의 『염소의 축제』, 알랭 보통의 『너를 사랑한다는 건』도 즐겁게 만난 소설이다. 2012년의 첫 외국문학으로는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과  하 진의 『기다림』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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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사흘 남았다. 2011년도 사흘 남았다.  2012년에 대한 소망 리스트를 적으며 2011년에 바랐던 것들을 찾아 보았다. 내가 소망하는 것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그리고 내년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건 큰 소망이 없다거나, 이루지 못할 소망을 갖고 있다거나, 뭐 그렇다. 여튼 소망이 있는 건 좋은 거니까.

 

 2010년에는 내 맘대로 좋은 한국소설이란 제목으로 책을 담았다. 어쩌면 당신이 지나쳤을지도 모를 한국소설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베스트셀러나 누구나 다 유명작가의 소설을 제외한 책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지나쳤거나 몰랐거나 했을 소설이 맞을 것이다.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정유정(7년의 밤), 편혜영(저녁의 구애), 구병모(아가미), 신경숙(모르는 여인들), 김이설(환영), 한강(희랍어 시간), 황석영(낯익은 세상), 한창훈(꽃의 나라)처럼 서점이나 언론에서 오르 내린 소설이 아닌 - (구병모, 신경숙, 한창훈의 소설은 읽지 못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 김숨의 간과 쓸개, 정용준의 가나, 윤영수의 귀가도, 김도언의 꺼져라, 비둘기, 윤보인의 , 김선재의 그녀가 보인다, 그리고 현재 읽고 있는 김미월의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이다.

 

 

 

 

 

 

 

 

 

 

 

 

 

 

 

 

 

 

 

 

 

 

 

 

 

 

 

 

 

 

 

 

 

 

 

 어떤 작가는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첫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이유로 주목 받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올해엔 많이 읽지 못했다. 읽었지만 리뷰를 쓰지 못한 책도 있다. 여튼 나는 이런 책이 좋았다. 물론 위에 거론한 책들도 좋았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은 위에도 있다.

 

 어떤 책은 슬픈 목소리로, 어떤 책은 유쾌한 목소리로, 어떤 책은 산뜻한 목소리로, 어떤 책은 따뜻한 목소리로, 어떤 책은 귀를 귀울여야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접하지 못해 알지 못하는 좋은 소설도 많을 것이다. 내년엔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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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기다리지 않았다. 내가 기다렸던 건 비였다. 그러니까 첫눈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내린 오후에 나는 기쁘지 않았다. 설레지도 않았다. 그건 그것들의 형태 때문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쌓일 수 있는 형질의 것이 아니라 홀연히 사라지는 것들, 그래도 분명 눈이었다. 내가 사는 이곳엔 소설(小雪)에 첫눈이 내린 것이다. 어쨌든 첫눈은 내렸고 바람은 날카로웠다.   
 
 나른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소기를 돌렸고 보기에 더러운 곳만 대충 걸레질을 했다. 점심엔 계란을 넣은 라면을 먹었고 천정명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잠깐 보았다.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요금 고지서가 담긴 우편물과 함께 『창작과 비평 겨울호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가을이 아니라 겨울인 것이다. 저녁 밥을 위해 쌀을 씻고 전화를 받지 않은 나 때문에 세 번이나 전화를 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가 사는 곳엔 눈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미용실에 다녀온 일과 김장과 감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문득, 나도 머리카락을 자르고 싶어졌다. 목을 드러낸 아주 짧은 단발 머리를 하면 어떨까.  

 관심 있는 작가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정용준의 『가나』다. 책에 수록된 두 편의 단편은 이미 만났다. 첫눈 내리는 날과 잘 어울리는 표지가 아닌가.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깊은 밤에 마주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여섯 살』낸시 휴스턴의 작품으로 2006년 페미나수상작이다. 여섯 살의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읽고 있는 셰프의 딸』은 요리에 담긴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어린 시절 겨울밤엔 광(요즘으로 말하면 다용도실)에 보관해 둔 홍시를 꺼내 먹었다. 가끔 피곤에 찌든 엄마를 졸라 매운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찐 고구마를 물김치와 함께 먹었고 부엌을 드나들 때마다 차가운 마루 바닥이 싫어 까치발을 들고 큰 걸음으로 다녔다. 밤 하늘엔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이 가득했다. 그 시절엔 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많았다. 집 뒤 대숲이 우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제 그 시절, 그 대숲을 다시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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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 되면서, 나는 피곤에 둘러쌓였다. 특히 지난 주엔 유독 피곤했다. 많은 시간을 잠으로 채웠고 모든 일에 대해 관심도 의욕도 사라졌다. 그 와중에 친구의 수술 소식까지 접했다. 내 나이를 생각했다. 그마나 하루 걸러 여름 이불을 세탁하는 일만 할 수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내게 두 계절이 흐르는 시간이라서 그렇다고 친구는 말했다. 단 음식을 먹어보라고 했다. 이를테면 젤리나 다디단 과자같은 것 말이다. 많은 시간을 잠으로 채웠고 모든 일에 대해 관심이 사라졌다.  

 나를 짓누르는 무게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우선 일상의 변화를 떠올렸다. 그 즈음 어떤 약을 먹고 있었고, 그 약은 간 기능 저하라는 부작용이 있었다. 부쩍 피곤하고 무기력한 날들 뒤에 당뇨를 진단 받은 오빠가 생각났다. 해서, 병원을 찾았다. 피를 뽑았고, 오랜만에 지인도 만났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먹던 약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병원에 다녀온 후로도 피곤하다는 말은 멈추지 않았다. 침대가 아닌 쇼파에서도 여전하게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어제 오전에 검사 결과를 받았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소식을 전한 지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영양 상태도 좋다고 했다. 먹고 있는 약도 계속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나는 피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레스와 환절기라는 결론을 내 놓았고, 내 정신에 이상이 있나 보라고 웃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 말이다. 끝내지 못한 어떤 일에 대해 편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걸까. 오랜시간 9월에 고여 있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것일까. 여튼 나는 외부적으로 건강한 것이다. 그러니 내부적으로 건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 하지 말고 해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 침대에서 졸다 자면서 곁에 둔 책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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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한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어쩌면 냉장고를 가장 많은 시간 바라보는 이는 나일 수 있는데 말이다. 하루 종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반찬을 내기 위해 냉장고를 열고 중간 중간 물을 마시거나 과일이 들어 있는 날엔 과일을 꺼내고,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나 얼려 둔 초코하임 같은 과자를 먹느라 열어보는 데도 나는 냉장고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확인하고 보니 단단하게 얼어있던 것들이 녹고 있었다. 끓여놓은 삼계탕, 종종 썰어서 락앤락 통에 담아둔 파는 흐물흐물해졌다. 우선 세기를 강으로 돌려 놓았다. 그러고 나니 언제 얼려놓은지 모르는 꽃게랑 떡들이 괜시리 안쓰럽게 여겨졌다. 살림 잘하는 주인을 만났다면, 이렇게 냉장고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터.   

 어제는 오전 내내 곰국을 끓였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꼬리곰탕이다. 핏물을 빼고 한소끔 끓였다가 한 번 물을 버리고 강한 불에서 약한 불로 조절하며 끓였다. 집 안에 건강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곰탕을 끓이면서 이런 책들을 뒤적였다. 읽다 만 한차현의 소설을 다 읽었고,  조경란의 단편 <밤이 깊었네>, 정이현의 <어금니>, 박완서님의 <티타임의 모녀>란 단편을 읽었다. 조경란과 정이현의 소설은 재독이었다. 그러나 새로웠다.  


    

 

 

 

 

 

 

 

 

 세 작가들의 소설엔 모두 엄마가 등장한다. 알츠 하이머를 앓는 엄마, 젊고 세련된 엄마, 악착같은 삶을 살아온 엄마들을 차례로 읽었다.  박완서님의 <티타임의 모녀>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스쳐 지나가듯 부엌방으로 사라졌다. 나는 가스불에다 삐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삐삐 소리가 나기도 전에 어머니는 옷을 갈아입고 청소기를 끌고 나왔다. 보라색 바탕에 노란 꽃 무늬가 있는 어머니의 고무줄 바지는 뭉치면 한줌밖에 안 되게 하늘하늘한 천이다. 어머니는 아마 손지갑에다 그걸 숨겨가지고 왔을 것이다. 어머니의 손지갑은 그래서 보통 지갑보다는 크고 핸드백보다는 작다. 

 뭉치면 한줌밖에 안되는 고무줄바지가 엄마들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시집간 딸의 아파트에 다니러 온 엄마는 우아한 옷 매무새가 아닌 딸을 대신해 살림을 봐주기 위해 일하기 편한 옷을 챙겨온 것이다. 엄마들은 대체로 그런 걸까.   

 점심부터 계속 곰탕을 먹고 있다. 어제 저녁과 아침엔 앓고 있는 냉장고를 옆에 두고 먹었다. 냉장고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은 오늘 서비스센터 수리 기사분이 다녀가고서 금세 사라졌다. 수리한 냉장고는 다시 얼음을 얼리고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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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09-0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가 젊음을 되찾은 건가요? ^^
냉장고를 떠올리면 엄마가 같이 떠오르고, 맛있는 요리 생각이 떠오르는 건, 고무줄바지 같은 엄마들의 상징 때문일까요. 저 책들이 모두 궁금해집니다!

자목련 2011-09-14 11:17   좋아요 0 | URL
명절, 잘 보내셨나요?
냉장고는 젊음을 찾은 건 아니지만, 잘 돌아가요.
단편의 내용이 어머니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제겐 엄마가 먼저 보였네요.
덧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