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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늘 그렇듯 나는 설거지를 하고 남편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오늘은 스컹크와 관련된 책을 읽었는지 아빠와 현준이의 스컹크 얘기가 등뒤로 내게 전해왔다. 

현준 : 아빠, 근데 왜 스컹크가 방귀를 뀌지? 

아빠 : 무서운 동물을 만났을때, 위험하다고 느낄때 방귀를 뀌는거지. 그래서 사자가 방귀 냄새를 맡고 쓰러졌잖아. 

현준 : 근데, 왜 내가 방귀 뀌는데 아빠는 괜찮아? 

아빠 : 응? 무슨 소리야? 

현준 : 아빠도 쓰러져야지. 현준이가 방귀 뀌면 사자처럼 쓰러져야지. 

아빠 : 사람들 방귀로는 아무도 안 쓰러져. 스컹크 방귀랑은 다른 걸. 

현준 : 아니야, 현준이 방귀도 소리가 크고 냄새도 날거야.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쓰러져야돼. 알았지? 

그렇게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잠자리에 들었던 현준이가 나에게 

현준 : 엄마, 내 방귀도 스컹크 방귀랑 똑같지? 

엄마 : 응? 무슨 말이지? 

현준 : 내가 방귀 뀌면 엄마도 쓰러질거야, 그러니까 조심해. 

며칠 나를 힘들게 하던 녀석이 오늘 저녁 우리 부부를 즐겁게 만들었답니다. 이래서 자식 키우는 맛이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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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남편하면 곤드레 만드레가 생각난다.

연말이라 여기저기 모임이 많아졌다. 뭐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붙이는 새로운 의미 부여에 우리 남편도 한몫하고 다닌다. 사실 요새 얼굴 보기도 힘들지만 만취해서 들어와 다음 날 고생하는 것 보면 꼴보기 싫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좀 안됐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들어 많이 힘든가...몸이 많이 축났나...요새는 부쩍 더 힘들어 하는 것도 같고 보약이라도 한재해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은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남편은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슨 일이 생길 때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의 남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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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23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일하게 남은 편....수긍이 가요. 정말 남의 편밖에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유일한 아군도 있지요.

꿈꾸는섬 2008-12-23 23:22   좋아요 0 | URL
끝까지 함께 갈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가끔 못되게 굴어도 용서가 되더라구요. 겉으론 남의 편을 들지 몰라도 속은 늘 아내의 편일거라고 믿어요.
 

오늘 아침 현준이는 또 밥을 먹기 싫다고 외면했다. 내가 너무 심하게 대했던가? 이제는 아예 거부를 하네. 사실 좀 겁이 났다. 남편이 나섰다. 아빠가 먹여줄게. 얼른 와. 한 입 가득 밥을 물었는데 나를 보더니 울상을 지으며 뱉어버렸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벌써 며칠째 밥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데 진이 다 빠졌다.

어쨌든 오늘은 모임도 있는 날이고 밖에 나가면 괜찮아질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외출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허겁지겁 먹어댔다. 속 모르는 남들은 애가 밥 잘 먹어 좋겠어요. 한마디씩 던졌지만 내 속은 속이 아니었다. 이건 명백한 엄마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는 집에서 먹는 밥은 맛이 없다는 암묵적인 반항이었던 것이라고 깨달으니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꿀떡꿀떡 밥을 먹는 걸 보니 한결 마음은 편안해졌다. 이렇게 잘 먹을 것을 왜 그렇게 고집을 피웠을까? 어쨌든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저녁밥, 이 녀석이 또 나를 애먹이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그걸 눈치채게 할 순 없었고 짐짓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나는 한 10분도 못 본 것 같다), 현수랑 현준이 책만 무려 1시간을 넘게 읽어 줬다. 책을 읽는동안 아들이 슬그머니 물었다. 엄마, 배가 고픈 것 같은데, 왜 밥 안줘? 이제 슬슬 밥을 준비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밥을 준비하니 나를 채근하기 시작했었다. 엄마, 밥 얼른 줘. 드디어 밥과의 전쟁이 끝난 듯 싶다. 저녁에는 아무 투정없이 달걀국과 배추김치와 멸치볶음과 동치미와 김구운 것을 올려놓고 조촐하게 먹었다. 신랑이 술에 곯아 떨어져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기때문에 아이들만 먹이면 되었고 그래서 밥상이 조금은 초라했을지도 모르지만 녀석이 저녁밥도 잘 먹었다. 오늘 저녁은 정말 맛있는데 한 마디까지 하면서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또 어떻게 변하려는지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았다.

이렇게 밥과의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내일부터는 다시 밥 잘 먹는 현준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일......엄마의 마음은 늘 복잡하다. 단순명료하게 처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데 배부른 투정을 부리는 현준이가 조금은 얄밉기도 하다. 그래도 아들이니 어쩌겠는가? 현준이와 나의 밥전쟁은 언제쯤 종결을 보려는지 걱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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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2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리 밥을 굶기라는 어떤 책 제목이 생각나지만, 엄마에게(아이보다) 그건 몹시 잔인하게 들릴 것 같아요. 현준이가 밥을 먹어서 다행이에요. ^^

꿈꾸는섬 2008-12-21 23:07   좋아요 0 | URL
밥을 굶기면 배가 고파서 먹는다고 하는데 현준이 경우엔 오히려 역효과가 있었떤 것 같아요. 엄마가 굶기면 나도 안 먹겠다고 하루를 버텼었으니까요. 오히려 제 마음이 불편해서 안절부절했었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밥을 굶기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바람돌이 2008-12-2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쯤은 거쳐가는 밥과의 전쟁이죠. 우리집 예린이도 어릴때 3끼를 굶긴 적 있어요. 그 때 한 밤중에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우유달라고 난리인걸 밥시간에 밥 안먹은 애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 하고 매정하게 재운적까지 있었죠. 그 이후로 예린이는 다시는 밥가지고 힘들게 하진 않더라구요. 해아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진 않은 대신에 오히려 밥 전쟁이 좀 오래갔습니다. 이거 정말 엄마 피말리는 거예요. 그쵸? 에휴 힘들어...

꿈꾸는섬 2008-12-22 12:58   좋아요 0 | URL
다들 한번씩 거쳐가는 과정이라는데 너무 힘드네요. 그래도 오늘은 많이 나아졌네요. 언제 또 터질지 불안불안하네요. 엄마 마음처럼 잘 먹어주면 좋으련만.
 

아침 밥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준이가 슬그머니 따라와서 내게 하는 말, "엄마, 오늘은 콩밥하지마."

오늘도 콩밥을 줄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콩밥을 잘 먹었었는데 요즘은 도통 콩이라면 질색을 하니 걱정이다. 아이들에겐 단백질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식물성 단백질, 땅에서나는 고기 콩이 싫다고하니 억지로 먹이는 건 실패고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아이들 밥 먹이기는 것도 일이다.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할까? 오늘은 무슨 국을 끓일까? 몇달전까지만해도 해주는대로 잘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유난스러워진 현준이때문에 식단 짜기가 쉽지가 않다. 우리집 식탁에서 볼 수 없는 햄, 소세지, 이런 걸 원하는걸까? 얼마전에도 중국산 내장이 반입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기사를 봤었는데 시금치, 콩나물, 미역, 고사리, 참나물, 취나물, 도라지 등의 나물들을 곧잘 먹었는데 요즘은 나물도 시들하고 고등어, 갈치, 꽁치, 임연수, 조기 등의 생선을 번갈아가면서 구워줘도 신통치 않다. 어디가 아픈걸까? 쇠고기 무국, 콩나물국, 배추국, 사골국, 미역국, 시금치국, 청국장, 달걀찜 등을 번갈아 내놓아도 시쿤둥하다. 하긴 식성이 조금씩 변한 걸 느끼는 건 가끔씩 피자나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그러는걸 보면 확실히 입맛이 변하긴 변한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잡아야 하는건지 오늘도 아들에 대한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내년엔 유치원에 갈거니까 조금은 나아지려나 싶은데 지금 이순간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아들에게 무얼 해주면 좋을까? 오늘도 고민이다. 점심엔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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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0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21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종일 현준이와 신경전을 펼쳤다. 아침밥상에 앉아서 콩밥은 싫다는 둥, 두부도 먹기 싫다는 둥, 오늘은 김치 또한 먹기 싫다는 둥, 내 속을 박박 긁어댔다. 그래도 현준이 하나였다면 그러려니 넘어갔을지 모른다. 옆에서 현수는 뜨거운 밥을 아직 서툰 숟가락질로 호호 불며 먹고 있는데 첫째 현준이가 투정을 부리니 받아주기가 싫었다. 결국 현준인 아침 밥 한숟가락 제대로 못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침을 먹지 않은 현준이에겐 간식을 주지 않았다. 배가 많이 고팠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밥상에서 투정부리는 걸 용서하지 못하는 나는 아들의 배고픔을 모른척했다. 많이 서운했을거다. 그리고 점심, 이번에도 정신을 못 차린 현준이 콩을 입에 넣다뺐다를 반복하고 좀처럼 밥을 먹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그런데 난 거기에 또 발끈했다. 밥 먹기 싫으면 네 방으로 가.라고 말하자마자 울어댔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밥을 먹든 자기방으로 가든 둘중 하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현준이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여전히 현수는 점심밥도 뚝딱 먹었다. 비교를 하면 안되는데 현준이와 현수가 자꾸 비교된다. 현수만큼도 못하면 안된다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에 현준이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내가 이러다 벌받지 싶었다. 혹은 이거 아동학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난 참 모진 엄마다. 저녁 먹기 전까지 일체의 간식을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저녁밥은 너무 많이 먹었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건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저녁밥이라도 잘 먹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둘째를 낳기 전까지 아들과 나의 사이는 너무도 좋았다. 현준이의 투정도 그저 어린아이의 애교로 받아들이고 밥을 안 먹는다고 투정을 부리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밥을 먹였었다. 그런데 현수를 낳고나서부터 현준이의 투정은 나에 대한 반항이란 생각이 먼저 들고 현수와 비교를 하면서 현준이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고 점점 큰아이의 면모를 갖추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오늘 현준이를 굶기면서 내가 얻은 건 무엇일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현준이의 마음이 크게 다친게 아닐까하는 거라 많이 미안하고 내 마음이 지금까지도 많이 불편하다. 아, 내가 얻은게 진정 있을까 싶다. 후회되는 하루였다. 현준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엄마가 미안했다고 말하니 엄마가 미안한게 아니고 자기가 더 미안했다고 말하는사랑스런 아들을 오늘 하루 괴롭힌 나는 나쁜 엄마다.

내게 필요한 건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더 많이 부끄러웠다.

내일은 현준이랑 더 많이 놀아주고, 투정도 귀엽게 받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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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2-2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_ㅠ 어머니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래도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죠~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저도 사실 예비 엄마라서 정말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조건 다 받아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반응 혹은 대우를 해줘야.. 그게 잘못된 행동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신 말을 잘 못 알아 듣는 다 해도 열심히 설명 해주려고 할 것 같아요. 그런 행동을 하면 왜 안 좋은지, 엄마가 왜 혼내는지에 대해 알면 덜 서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말로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할 것 같긴한데...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네요.. 너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대화를 더 많이 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히..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는데 처음부터 너무 말이 많네요. ㅋㅋ

종종 이렇게 댓글 주고 받으면서 뵈어여.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하시길.. ^^*

꿈꾸는섬 2008-12-20 12:38   좋아요 0 | URL
아이를 다루는 기술이 제겐 부족한 것 같아요. 늘 반성하고 후회하는데도 겨우 4살밖에 안된 아들을 너무 다그치는 건 아닌가 늘 조심스러워요. 제가 가장 마음 아픈 건 애가 상처 받지 않았을까 하는거예요. 아휴..정말 애 키우는게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가시장미님 방문해주셔서 고마워요. 종종 뵈어요. 가시장미님도 행복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8-12-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자식셋을 키운 저희 어머니는 너무 당당하게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고 자신있게 발언!! 제 마음을 늘 아프게 합니다 흑흑

꿈꾸는섬 2008-12-21 21:47   좋아요 0 | URL
앗, 저희 엄마도 그렇게 말씀을 하셨었는데...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자식이 하나도 아닌 여럿을 두셨던 저희 어머니 세대들껜 머리숙여 늘 감사하고 존경해야한다니까요.